11화

4부 2021. 4. 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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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닌자 슬레이어 4부 S1 제11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왜 그러지. 먹고 싶은 건가?" "아니, 조금도.""날 해방시켜라. 너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어!""마치 우라시마 닌자라도 된 기분이구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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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NJSK' 님 번역

"왜 그러지. 먹고 싶은 건가?" "아니, 조금도."

"날 해방시켜라. 너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어!"

"마치 우라시마 닌자라도 된 기분이구나. 그리고......네놈이 닌자 슬레이어이렷다......!"

"자이바츠의 니드호그. 웃어 넘길수도 없겠네."

"기뻐해라, 너희들. 여흥이 하나 늘었다." "이 놈이 바로 그 닌자 슬레이어다, 너희들!" 

"나는 소우카이야엔 들어가지 않겠어, 이건 담판이다."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오는 겁없는 쥐새끼들 같으니." 

"나라쿠......소용없어......나는.......넘기지 않아" 

"'본카이 토다'다.......!" "소우카이야가 데리고 있는 타투이스트의 조력이 필요하다."

"그런 그렇고, 거 참 조밀하기도 하군. 이대로 하라 이거냐?" "그렇소."

 "드래곤이 떠오른다." "거세게 헤엄쳐가는."





◆◆◆◆◆◆◆◆◆◆




"아-, 아-, 흠흠." 마이크를 건네받고 헛기침을 한다. 그의 이름은 에두아르트 나랑호. 투자가. 근로경험은 없다. 대학은 13세에 졸업. 

그 후로는 저렴할 때 사들인 상품을 비싸지면 팔아치우는 싸이클을 반복할 뿐인 생활을 보내고 있다. 간단한 인생이었다.

몸싸움에는 그다지 자신이 없었지만, 닌자가 된 이후로는 그것 또한 간단해졌다.





회의가 열리는 장소는 하얀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전면 유리의 건물이며, 밤이 되면 현지인들의 고전 예능 또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내려가서 카지노를 즐기러 가도 좋다. 하지만 여기 모인 자들의 목적은 물론 그러한 관광이 아니라, 에두아르트의 '신의 탐미안'의 은총을 받는것과 자유분방하게 난비하는 인사이더 거래의 정보였다.





"아아......이번걸로 몇 번째였지요? 이 모임은?" 에두아르트는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약 30명, 모두 플래티넘 티켓을 가진 자들이다.

"여섯 번이지?"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흠흠. 여섯 번째. 6은 제가 선호하는 숫자지요." 에두아르트가 말했다. 누군가가 급히 메모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두아르트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들 중 에두아르트가 닌자라는 사실을 아는 자는 없다. 닌자가 된 순간, 그는 데시케이터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그 때 이미 그에게는 쌓아 올려온 지위가 있었고, 무리하게 자명하던 이름을 바꿀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닌자가 되면서 확실히 이전보다 좋아진 일도 나름 있었다.

예를 들자면, 무례함이 도를 넘는 인간에게 '깨닫게' 해주는 것도 닌자라면 더 간편한 일이었다.





기업이 스스로를 무장하고, 서로 살육전을 벌이는 이 시대는 데시케이터의 성미에 맞았다. 머니 파워를 폭력이란 형태로 구현화시키는 것이 훨씬 간단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폭력을 좋아했고,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것 또한 그럭저럭 좋아했다. 폭력은 돈을 낳는다. "딱히 매번 그럴싸한 토픽을 준비해 오는건 아닙니다만......" 그는 토리이를 봤다.





"알래스카의 에메츠는 실제 어떠한지요?" 누군가가 물었다. (일일히 얼굴따윌 기억할 이유는 없다.) "조금 망설여집니다만......" "망설임? 왜 주저하시지요?"

데시케이터는 이상한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무엇을?" "역시 러시안 야쿠자와의 관계가 공적으로 밝혀지면......" "아아, 그런 말씀이셨군." 그는 황야의 토리이를 바라봤다.





"그 정도로 리스키한 쪽이 접촉하긴 더 쉽고, 저는 그쪽을 선호합니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지요. 거기에......" 

하얀 해변, 아름다운 청해, 황야에 새까만 토리이가 줄지어 서있다. 그리고 줄지어 선 토리이의 안쪽에서 다가오는 자가 있었다. 

"으음......" 데시케이터는 눈을 깜빡였다. "실내지?" "예?" 참가자들은 영문을 모르고 서로를 마주봤다. 데시케이터는 물었다. "여기, 실내 맞지?"





황폐한 지평선에서는 초자연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 있고, 새까만 토리이의 줄은 회의실의 중앙까지 이어져 있었다. 

해변. 황야. 토리이. 데시케이터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아무런 약도 복용하지 않았는데. 그는 토리이를 지나며 다가어는 자를 보았다. 

"응?" 그 자의 얼굴은 검은 어둠에 둘러쌓여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밟아 다지는 듯한 보폭.





"어?" "아이엣?" "아이에에에?" 한 사람, 또 한사람씩 경악과 공포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데시케이터는 겨우 그것이 환각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다. 아니면 집단 히스테리인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내가 마지막 토리이를 건너 회의실의 마루바닥을 밟았다. 한 걸음. "아밧-!" 한 걸음. "아밧-!" 한 걸음. "아밧-!"





흉. 흉. 휴흉. 그 자가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기묘한 파열음이 울리며 회의실에 있는 자들을 향해 무작위로 수리켄이 한 장씩 날아갔다.

"아밧-!" "아밧-!" "아바밧-!?" 수리켄은 빗나감 없이 한명씩 그들을 연이어 살해해갔다. 데시케이터는 어째서인지 태연했다. 그는 생각했다. 비닌자니까 당연해.

 



"......" 그 자는 갑자기 멈춰섰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이. "아이에에에......" "아, 아이에에에" "하하하하" "아하하......" "굉장해, 스고-이해......"

아직 몇명정도 살아있는 자들이 있었으며, 그중 약 절반이 발광을 일으키고 있었다. 흉흉흉. 마치 질렸다는 듯이 남은 생존자의 수만큼 한꺼번에 수리켄이 날아갔다. """" 아밧-! """"





회의실......황야?......회의실?......의 한복판에 데시케이터만이 유일하게 살아있는 것이 용납되어 그 자와 마주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닌자고, 디른 쓰레기들은 비닌자였다. "도, 도-모......데시케이터......입니다" "BWAHAHAHAHA!" 그 자는 웃었다.





데시케이터는 자타공인의 속물이었으며, 시나 그림, 찬미적인 표현, 그 모든것을 하찮게 여겼다. 

그는 모든 사물에 대해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만을 확인하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그는 황폐한 지평선과 줄지어 선 새까만 토리이가 지상의 낙원에 겹쳐진 광경, 흩뿌려진 죽음들, 그리고 눈 앞의 정체불명의 존재를 보고도 그저 당황할 뿐, 그 밖에 떠오르는 감상을 주체하지 못했다.





"사츠가이." 사츠가이는 그 이름만을 입 밖에 냈다. 데시케이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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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11화

 

【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

 

 

"AAAARGH!" 데시케이터는 눈을 뜸과 동시에 회전도약하며 착지했다. 분진이 자욱한 스위트룸.

그는 우두둑 소리를 내며 목을 휙 돌려 벽에 큰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뭐야, 이건." 그는 자기 자신의 잠버릇의 고약함에 어이없어 했다. 지상 14층, 시각은 오전 3시.

 

 

바람이 들이친다. 뭄바이의 달짝지근한 공기는 이 고도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려다보았다. 판잣집이 겹겹이 쌓인 거리. 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네온버스. 이곳저곳을 순환하고 다니는 배수로에는 물이 없고, 대신 쓰레기가 가득하다. 

쓰레기는 상류로 갈수록 뭉쳐져 지상을 침식하고, 언덕을, 산을 이루고 있다.

 

 

거리에 가득한 네온빛과는 대조적으로 불길한 붉은 불빛을 전신의 곳곳에서 비춰대는 쓰레기더미. 

그것은 마치 잠든 채로 주변을 침식하는 부정형의 괴물과도 같으며, 성장을 막을 명확한 방법은 없다.

시가지에 산재한 고전 풍의 구형 지붕탑은 수미터 상공에 홀로그래픽 광고를 투영하며, 마치 이 거대한 괴물을 상대로 절망적인 싸움을 걸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이 달짝지근한 냄새는 쓰레기의 악취를 숨기기 위해 밤낮으로 태워대는 인센스 향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모종의 유해화학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에 정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도 한다. 

데시케이터는 닌자이기에 아무 문제 없을 터지만, 그다지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다. 

 

 

공포어린 기억을 꿈에서 떠올린 것도 이것 때문일까. 아니면......."후후후." 데시케이터는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에소테리시즘의 갑작스런 죽음과 그에 따른 에메츠 사업의 정체에 대해 생각 이상으로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일까.

선즈 오브 케이어스를 통해 알게 된 닌자, 에소테리시즘. 그의 사상엔 어떤 공감대도 가지지 않았으나, 그 자가 사용하던 기묘한 짓수엔 확실한 투자가치가 있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서도 뭄바이가 파괴되었던 흔적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그 지역의 주민은 배재됬다. 용병부대가 봉쇄를 마치고, 군사력을 써서 감시에 나서고 있다.

에소테리시즘의 마지막 파괴는 이전 케이스들과 비할 바가 아닌 최대의 규모였다. 산출된 에메츠도 최대의 양이다. 하지만 그 꿈도 영영 무너지고 말았다.

 

 

"뭐, 괜찮아. 단기적으로는 층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양을 벌었으니까." 그는 턱을 긁었다.

붕괴 지역을 확보한 그는 신속하게 '신켄타메다 칸자이 메디케어社'의 본사건물을 구축했다.

신켄타메다는 그가 적대적 인수로 손에 넣은 제약기업이며, '뉴로그라'의 제법은 이 기업에게 있어 문외분출의 재산이었다.

 

 

뉴로그라. 단적으로 말하면 이 약은 IRC 중독에 의한 급성중증자아희석증의 특효약이다.

네트워크 접속의 만성화에 의해 자아가 마모되어, UNIX를 품에 안은 채로 혼수상태에 빠져버려, 깨어나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는 죽음에 이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가 두려워하는 병이다. 그러니 오늘날 이 특효약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다.

 

 

신켄타메다사는.......데시케이터의 눈으로 보자면......태평하기 짝이 없는 기업이었으며, 노가드라고 해도 좋았다.

얼마 안되어 취약성을 발견헸고, 그날 부로 인수를 성사시켰다. 그는 그때 절정에 달하는 듯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다음날, 뉴로그라의 가격은 228배로 인상되었다. 그가 '상식적인 약값'으로 다시 설정해 준 것이다.

 

 

'상식적인 약값'. 그렇다. 뉴로그라의 생성에는 에메츠 자원이 필요하다.

에메츠는 지구상에 얼마나 있는지 분명치 않은 신비적 물질이며, 헐값으로 팔아넘겨서는 만인의 손실이다

카네모치에게 돈을 돌려서 경제를 움직인다. 빈곤 IRC 중독자를 구해줘야 할 합리적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구해줘 봤자, 조만간 다시 반복할 뿐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인도는 양질의 오거닉 뱃살 참치의 서식지이며, 츠키지와 같은 규모의 구세기 냉동참치 시설인 '츠키지 고어'가 존재한다.

에메츠와 뱃살 참치와 뉴로그라,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 뭄바이를 중심으로 한 '뉴로그라 생산 트라이앵글 체제'는 완성된 것이다.

 

 

유감이지만, 에소테리시즘이 사망한 이상 이 체제도 얼마나 유지될 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다음 동기로 이어지는 법이다.

이노베이션의 사전에 제자리걸음이란 단어는 없다. 약값을 두배로 더 올려 팔아치우고, 그 자본을 밑천으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한다. 멋들어진 경제의 여행길이다.

 

 

"음." 데시케이터는 미소를 지었다.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자. 눈을 멀뚱멀뚱 뜨면서 마술 길드의 내분에 발목이 잡혀 목숨을 잃어버리는 닌자 따위, 어짜피 그 정도의 남자였다는 것이다. 내분에 발목을......'내분'. "........" 무언가가 약간 마음에 걸렸다. 무언가가 그의 닌자 제6감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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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됐어." 타키는 카운터에 턱을 받치고 조사결과의 펀치 시트를 나른하게 더듬었다.

"뭄바이의 뭐시기 회사를 시찰하러 가는 녀석이 그 데시케이터인지 하는 놈이야." "타키=상. 평소보다도 훨씬 글러먹은 놈처럼 보이셔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IRC를 지나치게 하셔서 그래요. 운동을 해야 합니다."

 

 

"운동? 켁." 타키가 불만어린 말투로 답했다. "의욕이 나지 않는것 뿐이야. 누가 좋다고 이런 짓을 하겠어? 그것도 무급으로"

"하지만 이건 기브 앤드 테이크 활동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속을 하신 거니까요." "녀석에게 진 빚은 층분히........앙? 댁도 얼른 프라하로 돌아가쇼, 요술사 양반."

그는 셀프로 피자를 데우고 있는 코르벳을 째려봤다.

 

 

"물론, 때가 오면 말일세." 코르벳은 답했다. "허면? 그대들, 뭄바이에는 어떻게 갈 셈인가. 또 기업용 포탈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건가?"

 

"그래." "포탈까지는 배웅하겠네." 그는 코토부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타키는 신음했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일은 아니겠구만. 절대로."

 

 

【#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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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2

 

 

"아직 전시중입니까?" "앗......" 마스라다가 돌아보자, 거기엔 마른 몸의 중년 남성이 사람좋은 미소를 지은 채 양 손을 맞대고 있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여러가지로 급한 일이 많았거든요." "아......저기" 전시관은 그다지 넓지는 않다.

마스라다는 직원에게 눈빛으로 부탁했고, 중년 여성의 직원은 미소지으며 승낙했다.

 

 

마스라다는 침을 삼켰다. "들어오십시오." 쉰 목소리로 청한다. "으음." 사내는 어깨에 묻은 빗방울을 털어내며 전시관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좀 오던가?" 세바타키 켄로는 안쪽으로 나아가면서 친한 지인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물었다.

하지만 그가 마스라다와 만난것은 이걸로 두번째이며, 첫번째 때에도 몇 마디 말을 나눴을 뿐이다. "그럭저럭입니다." 마스라다가 답했지만, 세바타키는 아무래도 좋은 듯 했다.

 

 

"음, 음." 유리관 속에 전시된 추상적인 오리가미 작품들을 훑어보는 세바타키를, 마스라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방해되지 않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되지 않을 리가 없다. 세바타키 켄로는 네오 사이타마의 사이버네틱스 안과의사이며, 특허 수입으로 억만의 부를 쌓은 성공자였으며, 미술애호가이기도 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에도시대의 우키요에와, 그로부터 시대가 크게 떨어져있는 전자전쟁 이후의 현대미술 전반이다.

특히 그는 신세대의 무명 아티스트의 작품에 흥미를 표했다. 그 중에는 지금은 크게 성공한 자들의 작품도 많이 포함되어 있으나, 그것들은 본래 그가......그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그저 새로운 것이 좋아서' 수집했던 작품들이다.

 

 

그는 투기적인 목적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선호하는 작품을 모아왔고, 그와 동시에 아티스트를 지원했다.

그는 구입한 작품을 은밀히 보관해 독점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의뢰가 생기면 세계 각지의 전시관에 선뜻 자신의 소장품을 빌려주었다.

그리하여 '세바타키 콜렉션 전시회'는 명성을 얻었고, 젊은 아티스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편으로 그는 약간 독특한 감성의 인물로써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마스라다와 시선을 맞추는 건 아주 잠깐의 순간 뿐이었고, 지인을 대하는 듯한 친근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대화가 끝난 직후엔 상대를 돌맹이라도 보듯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거, 좋은걸." 세바타키의 발을 멈춘 것은 검은 불씨를 형상화한 어떤 오리가미였다.

 

 

신작이었다. 마스라다 자신도 그 작품을 위해서 특히 넓은 공간을 할당시켰다. 에메츠로 물들인 화지를 써서 만들았다.

에메츠는 쬐여진 빛의 대부분을 흡수하여, 착시현상마저 일으킬 정도의 완전한 검은색을 자아낸다. 그는 그것이 재밌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건......" "강하군, 으음." 세바타키는 마스라다의 말을 끊으며 감상을 잔했다. "질량이 느껴져. 실로 강력해."

 

 

그 후 그는 한바퀴 돌아 나머지 오리가미들을 전부 훑어봤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그 검은 불씨의 오리가미의 앞에 돌아오게 되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세바타키는 음미하는 것처럼 오리가미를 응시했다. "이건......어쨌든, 이전에 자네의 작품으로부터 느꼈던 인상은 착각이 아니였어. 헛걸음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 "내 그룹 전시회에 내놓아 보는건 어떻겠나?"

 

 

"그건 즉......" "출품 말이야. 자네의 작품이 있으면 좋겠군." 마스라다는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했다. 양 발을 디디자, 타일 바닥의 차가운 감촉이 전해져왔다.

"미안해요, 시간을......" 세바타키는 마스라다의 어깨 너머로 직원에게 말했다. 감격과 황공함에 빠진 마스라다에게 그 대화의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이다. 하지만 나라쿠 닌자가 마스라다에게 되새기게 하는 것은 이 아름다운 채로 얼어붙어 있는 기억이 아니라, 그 날의 것이다.

검붉은 불꽃의 화로를 지피는 데엔 불필요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우키하시 포탈을 통한 도약이 뜻밖에도 환각처럼 상기시킨 이 기억을, 마스라다는 역시 붙잡지 못하고 놓쳐버리고 말았다.

 

 

◆◆◆◆◆◆◆◆◆◆

 

 

안키타에게 있어서 이 뭄바이 오피스는 3년만에 다시 찾는 고향의 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에 감개는 생기지 않았다.

저주에 걸린 것처럼 발목을 잡혀서 도로 끌려온 기분이었다. 게다가 데어너 처분장에서 이렇게나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달짝지근한 공기를 들이쉴때마다 암담한 기분이 되살아나고, 화학성분으로 인해 흐뜨려져 가라앉나 싶더니, 결국 또 떠오르고 만다.

 

 

이 땅에서 벗어나 바다 건너편의 네오 사이타마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던 안키타는 신켄타메다사의 좁은 입구를 멋지게 통과해 꿈의 직장을 얻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현재 그녀가 눈 앞에 둔 것은 새까만 폐기물의 산더미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컸다.

"아-......아~아!" 안키타는 싫증이 어린 신음소리를 내면서 바닥의 꽁초를 밟고 오피스 실내로 돌아갔다.

 

 

급조된 사옥 내부는 페인트의 냄새가 아직 강하게 남아있지만 그것도 밖의 달짝지근함에 비하면 훨씬 낫다.

복도에는 '건강은 훌륭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라는 그윽한 슬로건이 써진 포스터가 걸려져 있다.

두 손바닥으로 곱게 떠낸 물 속에서 푸른 새싹이 돋아나는 순간을 표현한 컴퓨터 그래픽이다.

 

 

이런 포스터조차도 이제는 일일히 신경을 건드린다. 어쩌면 이 그래픽이 작성됬을 때는 아직 어느정도 진실함이 담겨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뉴로그라의 약값이 228배로 인상된 지금은 눈꼽만큼도 없다. 회사를 매수한 그 눈매 나쁜 카네모치는 의문을 제기한 사원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반대로 묻겠는데, 이걸 헐값으로 팔아서 얻는 메리트는 뭐지?"

 

 

"메리트? 그거야 물론, 급성중증자아희석증은 어떤 의미로는 현대에 있어 특히 피하기 힘든 병중 하나이니까 사회에......"

"사회 이야기를 한게 아니야. 내가 얻을 이익을 말하는 거라고." 에두아르트인가 하는 남자는 가슴을 누르며 자신감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해가 안돼?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곧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야. 가격을 인상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뭔데?"

 

 

"하지만, 지금까지의 가격 설정으로도 층분한 이익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조금 비관적인 단정일지도 모릅니다만 그 병은 현대사회를 사는 이상 누구라도 평생동안 경계할 수 밖에 없는 병이기에 수요가 줄 일도 없고, 그렇기에 이후로도 성장을......"

"하지만, 이나 그래도, 같은 소리는 그만둬." 에두아르트가 사원의 발언을 가로막았다. "그런 멍청한 인텔리들의 핑계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으니까."

 

 

"뭐라고요!?" 분개하는 사원에게 에두아르트는 빙하처럼 차가운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 나는 상당히 상냥한 사람이야. 너에게 직접 '이해시켜' 줄 수도 있지만, 그건 내 평상시의 방침에 반하는 일이니까 안하는 것 뿐이라고. 너는 이해 못하겠지."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228배로 인상해도 녀석들은 구매할 수밖에 없어. 그게 바로 시장원리야."

 

 

"그런 식이여선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는 도저히 장기적으로는......" 다른 사원이 말했다. 에두아르트는 연극조로 놀라는 시늉을 보였다.

"이어지지 않을거라고? 내 알바 아니지. 나는 필요한 만큼의 주식을 소지하고, 내가 바라는 만큼 이익을 창출해 내고, 나의 부를 늘린다. 얼마나 오래 가는지가 그렇게 대수야? 너희들이 어찌 되든 난 신경안써. 이게 사회의 룰이고, 내가 승자다."

 

 

그러고선 놈은 장례식장처럼 조용해진 회의실로부터 의기양양한 태도로 떠나가 버렸다. 당연하게도 그 이후 신켄타메다사의 사내 아트모스피어는 최악으로 떨어젔다.

얼어붙은 분위기가 지배하고, 대화는 줄었고, 다들 서로의 속셈을 의심하게 되었다. 모두가 눈빛이 흉흉해졌고, 흡연자의 비율은 늘어갔다.

 

 

과거에 이 회사는 정례적으로 온천 스키야키 파티를 열거나 했던 가정적인 기업이었으며, 마음은 여려도 성실했던 사장은 사원 모두에게 사랑받아왔다.

하지만......안키타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런 빌어먹을 놈에게 깜짝할 새에 회사를 빼앗겨버리는 인간은, 사장으로써는 최악 중의 최악이잖아. 그녀는 직장의 문을 밀어젖혔다.

 

 

"......" "......." 타이핑 도중이던 사원들이 얼굴을 들어 안키타를 올려다본다. 안키타가 마주보려 하자 그들은 눈을 바로 내리깔았다.

현지에서 채용한 계약직 근로자가 4분의 3, 안키타처럼 전근되어 온 사원이 4분의 1이다. 살풍경한 사무실에 대화는 없다. 그녀는 칸막이로 분단된 책상 앞으로 돌아왔다.

 

 

이 뭄바이 지사의 역할은 시내에 갑자기 솟아난 에메츠 자원과 근해의 뱃살 참치 자원의 관리이다.

뉴로그라의 정제에는 에메츠와 뱃살 분말이 필요하다. 정제 플랜트 또한 보름 뒤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것이다.

안키타는 ZBR 껌을 씹으며 머리를 위로 묶어올린 후, 심호흡을 하고 고속 타이핑을 재개했다.

 

 

띠리리리리리.......IRC 통화기가 울리기 시작했지만, 받으려고 하는 자는 없다. 모두 마음의 여유를 잃어 남에게 귀찮은 일을 넘기려 하고 있었다.

음습한 분위기가 생겨버린 것이다. 안키타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한마디 하려고 했다. "네에, 모시모시!" 사무실을 가로지르며 나타난 한 OL이 수화기를 들고 아이사츠했다.

 

 

"여기는 신켄타메다사의 뭄바이 지사입니다!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밝은 오렌지색 머리칼의 그 OL은 분명 며칠 전에 현지에서 채용된 계약직 사원이었다.

이름은 코토부키라고 했던가. "아니, 왜 당신이 전화를 받는거야!?" 안키타는 당황했다. "권한도 없잖아!"

 

 

"......없을 지도 모릅니다." 코토부키는 수화기로부터 귀를 떼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좋을까요......"

"타코기=상! 이봐요!" 안키타는 UNIX 모니터에 집중하는 시늉을 하며 모르는체 하고있던 사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지명했다.

그는 주뼛주뼛하며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감사합니다!" 코토부키는 고개를 숙였다.

 

 

지지삐익-! 그 순간, 벽가의 프린터가 명백히 비정상적인 소리를 내며 격하게 진동하면서 펀치 시트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엑, 거짓말! 이러면 안 되는데" UNIX로 데이터 출력 작업을 행하고 있었던 사원이 소리를 질렀다. "또 고장이야! 젠장!"

"큰일이에요!" 코토부키는 프린터 근처로 달려가 재빨리 LAN 직결했다.

 

 

후-웅......이내 프린터가 한숨을 내쉬는 듯한 소리를 내며 조용해졌고, 펀치 시트의 무한 방출이 멈췄다.

코토부키는 케이블을 뽑아 들고 돌아섰다. "해결됬습니다. 다시 한번 조작해 보세요."

"오.....오오" 초조해하던 직원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당신, 대단한걸.......특기? 자격 같은게 있는거야?" "그렇습니다."

 

 

LAN 증설자는 이곳에도 드물지 않지만, 묘한 아트모스피어였다. 채용시에 저런 분위기를 한 면접자가 있었을까?

"흠흠......어쨌든 IRC 통화는 당신이 받지 않아도 되니까" 안키타는 조금 석연치 않은 말투로 말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알겠습니다!" 코토부키는 손을 흔들다가, 쓰레기통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3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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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3

 

 

"안녕하세요!" "도-모." "안녕하신가요!" "도-모." "좋은 아침입니다!" "도-모."

다음날, 코토부키는 무뚝뚝한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원들을 한사람 한사람 미소로 맞이하며 고개를 꾸벅이고 있었다.

안키타는 조금 당황스러워하면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오렌지빛의 꽃들......크로산드라나 코스모스가 들어있는 화병들도 신경쓰였다.

 

 

"여러분. 오늘의 간식은 네오 사이타마식의 오카키 스낵이랍니다!" 이어서 코토부키는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업무용 포장상자로부터 작은 팩으로 포장된 오카키 전병을 무뚝뚝한 얼굴의 사원들에게 한사람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오늘도 열심히 일해봐요!" "좀, 당신 말야......" 안키타는 의 손을 끌고 같이 복도로 나왔다.

 

 

"그런 일은 하지 않아도 돼. 당신의 업무는?" "데이터 입력과 잡다한 허드렛일입니다." 코토부키가 답했다.

"아이사츠와 선물이 사내관계의 발전에 효과가 있을꺼라 생각했어요. 악의 탐관오리들이 주로 쓰는 수단입니다. 하지만 뇌물을 건네는건 옳지 않은 행동이니, 상식적인 범위에서......" "탐관오리?" "닌자 사무라이의 이야기에서 배웠어요." "…어쨌든, 알았어."

 

 

안키타는 사무실내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 하다가, 화병을 보며 코토부키에게 다시 물었다. "꽃도 당신이?" "그렇습니다. 이곳엔 오거닉한 따스함이 부족해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정신 밸런스가 무너져 가고 있어요. 사람들은 자연을 더 중히 생각해야만 합니다......작은 고안이 업무효율을 극적으로 올릴 수도 있으니까!" "어디서 산 거야?" "아침시장입니다."

 

 

"이런 쓰레기 산더미의 기슭에서? 잘도 찾아냈네."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매일 행상인 분들이 교외에서 이곳으로 모이고 계세요."

그랬었나. 이 주변의 시장따위는 찾아가 본 적도 없다. 안키타는 맨션과 직장 간의 경로를 달짝지근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며 왕래할 뿐이었다.

"혹시 좋지 않은 행동을 한 걸까요? 징벌이 기다리는?" "아니......딱히 괜찮아."

 

 

"그럼 다행이에요. 쫒겨나면 지금까지 노력해온 구직활동들이 전부 헛수고가 되어버리니까요......" "그야 그렇지. 하지만, 선물은 그만두는 편이 좋아."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 아직..." "그건 이쪽에서 찾아줄게."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안키타처럼 네오 사이타마에서 출장을 나온 원키=상은 오카키를 음미했다. "그립네요."

 

 

"그렇네. 오카키, 마지막으로 먹었던건....." 안키타는 팔짱을 꼈다. 원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있지만, 이전엔 직장에서도 다들 간식을 챙겨오거나, 맛있는 도시락 메뉴의 정보를 교환하거나 했었지 하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런 분위기의 회사이긴 했어." "다음엔 제가 간식을 챙겨오겠습니다."

 

 

"좋을대로 해." 안키나는 숨을 내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래, 좋건 나쁘건 분명 활기가 넘치는 회사였다.

그 암흑 투자가는 이 회사를, 문도 제대로 잠그지 않고 외출하는 집주인을 배웅하는 빈집털이범의 기분으로 지켜봐 왔던 걸테지. 그녀는 오카기를 아작아작 씹으면서 UNIX를 조작했다.

 

 

그 활기찬 사내환경을 유지한 결과, 그때까지 자아과 환자들을 구제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일해온 아키타 및 사원 일동은 이젠 반대로 자아과 환자들을 착취하기 위해 일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오카키의 간장 맛이 유난히도 잘 스며들었다.

띠리리리, IRC 통화기의 호출음이 울리고, 반사적으로 코토부키가 달려나가려고 했다. "받아요!" 안키타가 가장 가까이 있는 사원을 지명했다.

 

 

안키나는 먹고 있던 마지막 오카키를 삼켰다. 어쨌건 간에, 결국 이 오카키의 맛과 에두아르트의 회사 탈취 사이에 합리적인 관계성은 없다.

이야기가 별개라는 것이다. 활기찬 환경이 형성될 수 있었던건, 회사가 그만큼 여유를 가질 만한 능력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그걸 이제와서 모조리 부정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 어느샌가 그녀 자신이 스스로의 궤변에 빠져버렸던 걸지도 모른다.

 

 

에두아르트는 벌써 뭄바이에 입국했다고 들었다. 이 오피스와 신설된 정제 플랜트를 시찰하기 위해서.

그 속이 뒤집어지는 면상을 보는 것은 그 굴욕적인 설명회 이래로는 이번이 두번째가 될 것이다.

에두아르트. 에두아르트. "그 망할 자식!" 기어코 욕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녀는 늦게서야 그걸 깨닫고선, 모니터에 저주하듯이 입력되어 있는 이름을 보고 어이없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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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सस्ता! सस्ता! वास्तव में सस्ता!(*저렴함! 저렴함! 실제 저렴함!)" "맛있는 쌀을 먹습니다, 매일입니다." "아가야......भाड़ा(*요금,세)" "스시가....잘 넘어가!"

광고음성이 난비하고, 황색과 검은색 투톤의 소형 버스가 열을 지어 주행하는 도로변, 안키타 등 네명의 일행은 모래 먼지 속에서 그 한복판을 지나가고 있었다.

 

 

안키타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현재 손이 빈 사원들끼리 점심 식사를 가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일부러 식사를 위해서 거리로 나온 것도 처음은 아닐까. 최근엔 맛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어 매번 카레 스시 배달부에게 의지하곤 했었다.

이렇게 나와 보면 역시 번화가는 흥청거리고 있었다. 그녀들 일행은 물 대신 쓰레기로 막혀있는 배수로에서 떨어져서 걸었다.

 

 

코토부키는 선두에 서서 다른 세 명의 네오 사이타마 사원을 인솔하듯이 걷는다.

그녀는 우키하시 포탈을 이용해 이곳에 찾아온 뒤, 일단 부근을 돌아다니며 흥미가 생긴 장소에 멈춰서서 주변의 쓰레기 산을 바라보곤 했다.

 

 

네 사람 모두 검은 마스크를 쓰고있다. 달짝지근한 유해 스모그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코토부키 자신은 아마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다른 직장 동료들에게 의심받지 않도록 그들에게 맞춰서 행동했다.

얇은 옷차림의 아이들이 그들 일행의 옆을 깡총깡총 뛰며 지나가고, 오고가는 버스에는 시민들이 가득 실려 천장과 차체 측면에도 사람들이 매달려 있다.

 

 

길가에 앉은 채 늘어져 있는 것은 마음이 손상되어 버린 자들로, 특히 사이버 선글라스를 착용한 직결자들이 눈에 띈다.

직결 부랑자는 박스형 UNIX를 겨드랑이에 끼고 목덜미에 LAN 케이블을 늘어뜨린 채 사이버 선글라스의 표면에 「가엽습니다」「수평」등의 전자 일본어 문자를 흘려보내고 있다. 코토부키는 안키타를 돌아봤다. 그녀의 상사는 눈짓으로 답하며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자아환자들이다.

 

 

뉴로그라를 평상시에 복용하고 있던 사람들은 약값이 급격히 치솟게 되자 서포트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우선 가난한 자들이 그 영향을 가장 먼저 직접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중류층. 정규 약품은 눈 깜짝할 새에 부유층들이 매점했고, 더 높은 가격으로 전매하려 하고 있다.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에두아르트가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전 세계에서 동시에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사태인 것이다.

 

 

네오 사이타마식 커틀릿 카레 식당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네 사람은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점심을 먹는다.

"우리들 분명 지옥행이겠죠." 원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한몫 거들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안키타는 쓴웃음조차 없이 작게 답했다.

 

 

"신경쓰이는 점이 있습니다." 코토부키가 물었다. "급성중증자아희석증이란 병은 초기증상이 있는 건가요?"

"왜 그래?" 안키타가 코토부키 쪽을 돌아봤다. 코토부키는 생각에 잠겼다. "눈에 띄게 의욕이 없어지거나......."

" '급성'이라곤 하지만, 갑자기 의식이 멍해지기 전의 징후 정도는 있어."

 

 

"역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고 코토부키가 말했다. "평소에도 글러먹은 놈같은 분이셨지만, 최근의 아트모스피어엔 질적인 차이라고 할까......."

"무슨 이야기야?" "고용주.......아.......그게 아니라.......지인 이야기입니다. 약값이 인상되었던 무렵과 시계열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틀림없이, 그럴겁니다.......!"

 

 

"뉴로그라 복용자?" "지금 생각하면, 분명 그랬을 거에요. 역시 약을 못 드셔서 그런 걸까요?" "이쪽에선 어쩔 방도가 없는걸."

시모바=상이 어깨를 으쓱였다. "사원 할인이 적용됬다면 좋았을텐데." 슬픈 농담을 중얼거리며, 쓴웃음을 짓는다.

"여러분도 싫은데 비싸게 파시는 건가요?" "회사라는건 그런 거야." 안키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도, 역시 이건 너무 지나친 일이지요?" 코토부키는 노성어린 신음소릴 내며 말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납득할 수 없습니다!"

"쉬-잇!" 안키타는 손가락을 세워 입 앞에 댔다. "그 망할 투자가 자식은 벌써 뭄바이에 들어와 있어. 그런 소릴 듣고는 기분이 상했다고 여기 있는 전원의 모가지를 날려버릴(fire) 수도 있다고." "화둔 파이어!" 코토부키는 숨을 크게 삼켰다.

 

 

"뭐?" "뭐라고?" "화둔.......?" "이쪽 이야기였습니다." 코토부키는 요구르트 음료를 들이켰다.

"어쨌든, 전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누구도 납득하지 않았는데......" "그런건 모두 알고 있는 일이야."

"그럼, 해치워 버리죠!" "쉬-잇!" 이윽고 네 사람은 가게에서 나왔다. 코토부키는 놓고 온 물건을 찾으러 돌아간다고 전했다.

 

 

그녀는 가게에 다시 들어와, 화장실로 가더니, 구태여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와 뒷골목에 착지한 후 건너편의 구획까지 걸어갔다.

캐스킷 모자를 푹 눌러쓴 사내가 PVC 테이블과 허술한 양산이 걸린 오픈 카페 자리를 잡고 탄두리 스시를 먹고 있었다.

사내는 모자의 챙을 젖혀 코토부키와 마주봤다.

 

 

"상황은......" "잘 지내고 있어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재빨리 핸드백에서 플로피 디스크를 꺼내 사내에게 건넸다.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모두 좋은 사람들 뿐이에요. 그러니까..." 코토부키는 복잡한 감정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그렇기에 더욱 해야만 하겠지요, 분명." "......그래" 사내는......닌자 슬레이어는 숙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4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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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4

 

"이쪽의 사무실에서 관리업무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가식적인 웃음을 지은 현지 담당 매니저가 이마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안내했다.

데시커이터는 "으응."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며 뒷짐을 지고서 칸막이로 분단된 사원들의 자리 앞을 지나갔다.

그의 곁에는 무표정한 여성의 비서가 동행하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각자 변함없이 높은 모티베이션을 보이며 업무를....." "응?" 데시케이터는 추궁하듯이 되물었다.

"뭐가 '변함없이'란 거지? 내가 CEO로써 취임하기 이전과 변함없이......그런 소리인가?" "아이엣" 매니져의 웃는 얼굴이 굳었다.

지금 그의 이마에서 뻘뻘 흐르는 땀은 이젠 뭄바이의 기후 탓인 것만은 아니리라.

 

 

"물론 그러한 이야기가 아니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또, 네오 사이타마 오피스 때와 차질이 없이.......높은 모티베이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전해드리기 위해......" "뭐, 업무태도에 대한 상세한 평가따위는 그쪽에서 좋을대로 내리면 돼." 데시케이터는 화병에 담겨있던 오렌지 색의 꽃을 손으로 집었다. 그러자 그 꽃은 그의 손 안에서 곧장 시들더니, 이내 말라 비틀어졌다.

 

 

"이 꽃은? 누가 가져다 논 거지" "아이엣! 금방 치우겠습......" "접니다!"

푸쉬잉! 푸쉬잉! 사나운 울음소릴 내는 프린터와 투닥이고 있던 오렌지빛 머리칼의 OL이 손을 들었다. "저에요!"

"흥, 알았어." 데시케이터는 다른 꽃을 한 송이 더 손에 쥐었다. 역시 말라 비틀어졌다. "이런 체질이라 말이지. 뭐, 환경조성이 하고싶으면 좋을대로 하라고."

 

 

"슬슬 시간입니다." 비서가 차갑게 말했다. 데시케이터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군. 스케줄을 약간 지나치게 빽빽하게 짜 버렸나?"

"벌써 가시는 겁니까? 차와 양갱을 준비해놨습니다만......" "됐어. 잠깐 들렀을 뿐이니까. 귀찮지만 말이야." 데시케이터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를 향하던 적의가 담긴 시선들이 다른 방향으로 틀어져갔다.

 

 

데시케이터는 코웃음을 쳤다. 화가 북받쳐 오르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야만 하는 순간의 비닌자들의 표정은 그가 세번째로 좋아하는 것이다.

(1순위는 오른쪽 위를 향하는 그래프이고, 2순위는 회사를 매수하는 순간이다.) 기가 세 보이는 인간일수록 더 좋았다. 담당 매니저는 약한 태도의 사내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이미 이 오피스에서 확인해야 할 것들은 전부 마쳤다. 그는 건물에서 떠나 가문 리무진에 올라탔다.

매니저는 계속 허리를 숙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데시케이터는 혐오감을 느꼈다. (비굴한 돼지같으니.)

물론, 그를 그렇게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의 위압적 태도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 그걸 전제로 느끼는 것이다.

 

 

"난 저런 부류의 인간이 싫어." 차 안에서 데시케이터는 비서에게 말을 걸었다.

"신겐타메다사에 만연한 미적지근한 사풍의 표본이나 다름 없지." "그렇군요. ........문제없이 시간에 맞춰 도착할 예정입니다."

비서가 휴대용 단말을 조작하여 현 시각을 확인했다. "이 지역의 도로사정에 따라 근소한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공기 한번 끔찍하게 달짝지근하군, 정말로." "그렇군요."

 

 

데시케이터는 사내 냉장고에 안치되어 있었던 '오카야마현의 맑디맑은 물'을 마시면서,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의 망막에 투사되고 있는 실시간 주식 차트에 집중했다. 스케줄을 전하는 비서의 목소리가 멀게 들려온다. 그것을 병렬 처리하면서 그는 왼손으로 손목에서 투사된 홀로그래픽 키보드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경로가 다른 것 같습니다만?" 비서가 운전수에게 물었다. "그럴리 없습니다." 운전수는 억양이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지난 번과 다른 분이군요." "예? 그렇지 않습니다." "사장, 쇼크에 대비해주십시오." 비서는 중얼거리며 왼손의 손가락을 가지런히 세워 운전수의 관자놀이에 향했다.

"으응." 데시케이터는 주식 매매를 멈추지 않고 건성으로 답했다.

 

 

BLAM! 다음 순간, 운전수의 얼굴이 터졌다. "아밧-!" 전면유리가 붉게 물들었다.

끼이이익! 가문 리무진은 회전하면서 보행로의 행인들을 몇명정도 치고 가며 몇 미터 미끄러지다가, 녹슨 폐차를 들이받고 멈췄다.

KRAASH! 문을 발로 차 열면서 데시케이터와 비서는 차 밖으로 굴러나왔다.

 

 

"귀찮기 짝이 없군." 데시케이터는 주식 매매를 계속하면서 말했다. "자동차는 무사해?" "지장 없습니다."

비서는 리모트 컨트롤러를 주작했다. 가문 리무진이 유리창 위로 장갑판을 씌웠다. "그러면 됐어." 쿠두웅-! 거래음이 울렸다.

그 때, 이미 그들은 적의로 가득 찬 시민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그들은 입을 스카프 천으로 가리고 손에는 둔기와 소총을 들고 있었다.

그들 중엔 '약값을 내리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할지'라고 써진 깃발을 짊어지고 있는 자도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명백했다.

"이 놈이 예의 그 CEO다......" "너 이 자식, 용서 못해!" "우리 형을 돌려줘!" "오오, 딱 이 타이밍이군!" 데시케이터는 환호성을 지르며 주식을 매도했다.

 

 

"현지의 시민으로 위장한 안타이 코퍼레이션 세력이군요." 비서가 말했다. "프로 기업 용병입니다."

"사적인 원한도 섞인 것 같은데." "사적인 원한이 있는 프로 기업 용병이겠지요." "됐으니까 죽여버려.......좋았어!" 쿠두웅-!

비서는 묵묵히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BLAMBLAM! "아밧-!"

 

 

비서는 전방에 겨눈 양 팔의 손가락 끝에서 대구경의 탄환을 발사해, 무자비하게 눈 앞의 인간들을 살해했다.

BLAM! BLAM! "아밧-!" "끄악-!" "뭐야, 이 녀석!" "인간이 아닌건가?" "사이버네틱스?" BLAM! BLAM! BLAM! "아밧-!" "아밧-!"

"위축되지 마라!" 기업용병중 한명이 어설트 라이플을 겨냥했다.

 

 

BRATATATATATA……BRATATATATA……"주의하십시오. 사장" "좀 말 걸지 말아봐....좋아, 됐다!" 쿠두웅-!

비서는 가슴 앞으로 팔을 교차하며 데시케이터의 앞에 가로막고 섰다. 퉁퉁퉁퉁......총격을 받은 수트의 소매가 찢어지고, 의복으로 가려졌던 피부가 찢어지고, 마침내 피부 안의 무기질한 회색 노출되었다.

 

 

"......" KABOOOM! 그녀의 구부린 무릎에서 소형 미사일이 사출되어 머신건 용병에게 직격했다. "아밧-!" 나무아미타불!

일반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나니고, 용병들도 퇴각하기 시작했다. "증원이 곧 온다! 앞으로 조금만 더!" "약값 시정!" 포장마차 뒤에 숨으면서, 습격자들은 각자 외쳤다.

 

 

"증원이 온다는군요." "굼뜨게 구니까 그렇지." 데시케이터는 어느새 주식거래를 마치고 있었다.

"마침 딱 좋군. 어짜피 닌자가 오겠지. 여기서도 보여." 그는 수트의 먼지를 털어냈다.

2초 후, 회전도약하며 착지해 엔트리를 한 것은 케블러 섬유 장속의 닌자였다. "발을 붙잡아 놓느라 수고했다."

 

 

"센세이! 부탁드립니다!" "이새끼 때문에 내 고향은 엉망진창이 됐어......." 습격자들이 닌자에게 성원을 보냈다.

비서가 판단한 것처럼, 용병과 원한을 가진 시민이 각각 절반 정도 비율이라고 보면 될까. 닌자는 데시케이터에게 아이사츠를 건넸다.

"도-모. 혼블로워입니다." "흥, 어디서 보낸 닌자실까?"

 

 

"내 소속이 어디라 한들 다른건 없다." 혼블로워는 웃었다. "기업윤리가 결여된 인간은 늦든 빠르든 언젠가는 이렇게 될 운명이지. 메가 코퍼레이션에 의한 주살.......말하자면 신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아, 그러셔." 데시케이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재킷을 벗어 비서의 팔에 걸어뒀다. 그리고 아이사츠에 답했다. "도-모. 데시케이터입니다."

 

 

어느새 그는 닌자 장속을 입고 멘포를 착용하고 있었다. 혼블로워는 못마땅한 듯이 신음했다. "그 침착한 태도. 네놈 자신이 닌자였나?"

"평소엔 스스키가 청소를 해 준다만 말이지..." 데시케이터는 비서 스스키를 가리킨 뒤, 이어서 말했다. "가볍게 운동이 하고 싶어졌을 때나, 직접 이해시켜주고 싶을 때는 내가 해." "지금은 어느 쪽이지?" "양쪽 다야."

 

 

"가소로운 것!" 혼블로워가 두 손을 앞으로 내민다! 스스키는 방어자세를 취했다. BOOM!

지향성 파열음이 그들을 덮쳤다! "아밧-!" 후방의 시민이 휘말려 눈과 귀에서 출혈을 일으키며 몸이 굽혀져서 날아갔다

스스키는 떨어져 나가 뒤로 몸을 구르다가 어렵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데시케이터는.......없다!

 

 

"빠르다!" 혼블로워는 자신의 후방으로 순식간에 돌아서 들어오는 데시케이터를 닌자 동체시력으로 쫓고 있었다.

뒤돌아보면서 요격태세를 취했지만, 데시케이터는 덤벼들지 않고 그저 양 팔을 축 늘어뜨릴 뿐이었다. 그는 양 손의 손가락을 찔끔찔끔 움직였다.

"자아......간다......간다고" "......!" 혼블로워는 상대의 짓수를 경계했다.

 

 

"유감." 데시케이터는 웃었다. 혼블로워는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다. 늦게서야 그는 깨달았다.

그는 무릎 밑에서 거머리처럼 달라붙어있는 메탈릭한 질감의 무수한 물체에 겁을 먹었다. 움직일 수 없다.

발 밑의 지면에 동그란 구멍이 여러개 뚫려 있었다. 거기에서......나무삼......한층 더 많은 금속벌레들이 기어나오고 있다!

 

 

"이녀석들은 말야, 닌자 소울을 추적해서 물고 늘어지지. 끈질기다고." 데시케이터는 말했다. 혼블로워는 무릎부터 무너졌다.

이미 그의 발엔 감각이 없었다. "크윽-!" 무릎꿇고 선 자세가 되면서도 그는 계속 싸우려고 했다. 수리켄을 던지려 자세를 취한다.

데시케이터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오른쪽 손목에서 탄환처럼 금속벌레가 날아가 닥쳐들었다.

 

 

"끄악-!?" 수리켄을 쥐고 있던 혼블로워의 손이 힘을 잃고, 그의 의지에 반하여 내려갔다.

벌레들에게 둘러쌓여 있던 부위의 장속이 말라 죽어 바람에 흩어지고, 이 음험한 짓수의 피해가 마침내 드러났다.

그의 양 다리, 그리고 오른손. 그 전부가 한순간에 미라처럼 바싹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아밧-!" 나무아미타불!

 

 

마침내 전신이 무너져내린 그를, 벌레들이 뒤덮는다! "사......요, 나" 혼블로워의 단말마는 바람에 흩날렸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는 습격자, 용병들과 완전히 말라붙은 퇴적물로 변한 닌자의 잔해엔 신경도 쓰지 않고 데시케이터는 가문 리무진으로 돌아갔다.

"이젠 네가 운전할 수밖에 없어." "네." 비서 스스키가 재킷을 도로 걸쳐주는 동안, 그는 이미 평소대로의 사장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조금 더 뭐랄까.......직접 가라테를 할 기회가 갖고 싶은데 말이지." "그렇겠지요."

비서는 운전수의 시체를 끌어내려 신원을 캐낼 만한 물건을 뒤지다가, 아무렇게나 내버렸다.

 

 

"그건 그렇고, 정말 여긴 못써먹을 곳이로군! 쓰레기에, 인간들에, 이 공기야. 달짝지근해서 못 견디겠다. 너, 후각은 있었던가?" "없습니다."

"뭐 됐어. 서둘러라." 가문 리무진은 엔진을 몇번 울리고, 진동한 뒤 달려나갔다. 처참한 전투의 흔적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그리고......거기서부터 몇 블록 떨어진 건물의 지붕 위, 엎드려 있던 닌자 슬레이어가 몸을 일으켰다.

데시케이터. 사전에 얻은 단편 정보를 훨씬 웃도는 치명적인 짓수의 소유자다.

 

 

대다수의 군중이 필요로 하는 약의 가격을 어떤 주저도 없이 228배로 올려버린 파렴치한 사내. 당연히 외부의 적은 많다.

그렇기에 정면에서 명확한 습격을 당한 기록도 여럿이 남아있다. 하지만.......데시케이터는 무적이었다. 저 짓수를 앞에 두면, 그저 접근하는 것 조차 곤란해진다.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그는 IRC 의식을 타키를 향해 돌렸다. 반응이 없다. 닌자 슬레이어는 신음하며 고개를 저었다.

 

 

"kkkk" 희미한 소리. 그는 자신의 옆구리 근처로 기어온 물체를 붙잡았다. 데시케이터의 금속벌레!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 마리가, 여기까지 멀리 떨어진 장소의 닌자 존재에 이끌려 왔다는 건가!

다행히도 주인의 의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손가락에 힘을 가해 그것을 짓눌러 죽였다.

 

 

【#5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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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5

 

 

아무런 사정을 모르는 시민이 보면, 이 두 명은 힘든 업무를 마치고 겨우 저렴한 식사시간을 가지려 하는 노동자로 보였을까?

아니, 모자를 깊이 눌러쓴 사내의 모습에선 어딘가 초탈한 아트모스피어가 풍겨졌고, 그와 마주앉은 오렌지빛 머리칼의 OL의 모습은 한층 더 형언키 어려운 기묘함을 부여하고 있었다.

 

 

「환영해」라고 써진 오무라 고딕 전광판이 점멸하는 모래색의 점내에서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는 스시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져 운반되어 오는 카레 스시의 접시를 무작위로 집어 오면서, 흐르는 선 라가(*1)에 목소리를 숨기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놈의 짓수를 직접 봤다. 해석하는건......" "타키 상은 어떠신가요?" "응답 대기중."

 

 

"응답 대기......역시" 코토부키는 신묘한 표정으로 요구르트 음료를 홀짝였다. "급성자아희석증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악화되고 있으신 거에요."

"급성자아희석증세? 그 녀석이?" "최근 들어 타키=상의 모습은 어딘지 이상해 보였어요. 치료제의 약값이 228배나 인상된 것 때문에 복용주기가 지연되어, 그 영향으로 지금은 제대로 응답하는데 조차 지장이 생길만큼 병이 진행된 게 틀림없습니다."

 

 

"......" 닌자 슬레이어는 말없이 숙고했다. 코토부키는 그를 격려하려는 듯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면 손님들이 알아채 주실테고, 아마 갑자기 숨을 거두시진 않을 거에요. 그러니 이번에도 힘을 합쳐셔 열심히 해봐요! 힘내서 데시케이터를 쓰러트리는 겁니다. 엄청 나쁜 닌자라구요!" "타키는 어쨌든 간에, 너는 왜 따라오는 거지?" 그는 물었다.

 

 

그것은 이전부터, 타인에 대한 관심이 희박한 그하고 그냥 넘길 수 없었던 의문이었다. "녀석은 나에게 빚이 있어. 하지만 너에게는 없잖아."

"......어려운 질문이네요" 코토부키는 미간을 찡그렸다. "여러 번의 여행 속에서 저 자신이 내린 답은 점차 분명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저의 논리를 당신이 이해하고 납득해 주실지에 관해선 조금 자신이 없어요."

 

 

"사츠가이를 찾아다니고, 닌자를 죽인다. 거기엔 논리도 뭣도 없어." "알 수 있어요, 당신의, 굉장한......터무니없는 적이겠지요. 복수의 싸움길입니다.....!"

"복수?" "말해주시지 않으셔도 알 수 있습니다." 코토부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몹시 집착하고 있는걸요. 그렇다면, 복수겠지요." "......" "이번 적도 굉장히 나쁜 닌자입니다."

 

 

"죽이는 데에 좋고 나쁘고가 있을 것 같아?"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사츠가이와 연관된 닌자들이 평소에 뭘 하든지, 내 표적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자선사업을 하고 있든간에, 어디의 고명한 본즈든 간에, 난 죽일 거다."

"그런 경우는 잘 모르겠습니다." 코토부키는 스시를 하나 집었다. "하지만 당신이 하는 일이 끔찍한 결과를 낳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만약에, 저 사이에 사츠가이와 관련된 닌자가 있다고 한다면, 나는" 닌자 슬레이어는 창가에서 빙 둘러앉아 테이블 위의 스시통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는 어느 가족을 곁눈질로 봤다. "'만약에'가 아닙니다. 저 가족들 중에 사츠가이와 관계있는 닌자는 없다, 그게 결론이에요. 그렇죠?" "......" 닌자 슬레이어는 묵묵히 수긍했다.

 

 

"저는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당신에게 협력하겠다는 마음 속의 결정을 내렸으므로, 앞으로 그걸 따를거에요. 이미 납득한 일입니다. 이건 저 스스로가 어떻게 행동할 건지에 관한 선택이고, 당신의 의견이나 도덕적인 옳고 그름과는 상관이 없어요. 이것을 설명으로 전하는 것이 좀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코토부키는 문득 떠오른 듯 이어서 말했다. "혹시 배반행위를 경계하고 계신 건가요? 저에겐 의협심이 있답니다!"

 

 

"이제 됐어." 닌자 슬레이어는 그 화제에 관한 질문을 그만뒀다. "그럼 이번 계획을 그대로 진행할 뿐이다." "그렇지요."

코토부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처럼 세운 계획이니까요!" "닌자를 죽이려고 말이지." "......암살계획입니다." 코토부키는 신묘한 표정으로 수긍했다.

 

 

"놈의 짓수는......" 닌자 슬레이어는 말을 끊고 머리를 손으로 눌렀다. 뉴런에 생긴 위화감.

이는 그의 로컬 코토다마 공간에 타키로부터의 IRC 통신이 연결됬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몸짓으로 지시를 받은 코토부키도 자신의 휴대용 단말을 조작하여 IRC 세션에 참가한다. 간이적인 대화 공간에 세 개의 계정이 출현했다.

 

 

"오우, 닌자 슬레이어=상. 잘 있었냐." 저해상도의 계정이 불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닌자 슬레이어가 물었다. "왜 응답하지 않은 거냐?"

"아아, 그건 말이야......" "무리하지 마세요." 라고, 코토부키가 끼어들었다. "지금은 좀 괜찮으신가요? 물리육체가 식물상태에 빠져버리신건 아니시죠?"

 

 

"물리......식물......" "역시, 제대로 복용하지 못하고 계신 거군요." 코토부키는 신음했다. 그리고 닌자 슬레이어에게 설명했다.

"이대로는 머지않아 타키=상의 자아가 네트워크에 확산되어 전자적인 응답조차 보낼 수 없게 되어버리실 거에요. 위험한 상태합니다!"

"아, 아아, 그렇지." 타키가 맞장구쳤다. "나는 지금......야바이해"

 

 

"조금만 더 힘내세요......!" 코토부키가 걱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사내에 잠입하여 내부조사를 하는 중입니다만, 회사 사람들 모두가 마지못해 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데시케이터를 쓰러트리기만 하면 뉴로그라의 약가도 다시 돌아올 거에요, 분명......!" "아아......노력해볼께. 난 이미 글렀을 지도 모르겠지만......치명적이야"

 

 

"치명적이지 않아요! 다이죠부!" 코토부키가 타키의 손을 전자적으로 잡고서 격려했다.

"이것이 OL로써 활동하는 와중에 수집한 데이터입니다." 그녀는 간이 대화 공간에 전자 사무용 A4지를 전자적으로 나열하기 시작했다.

"뭄바이 오피스는 급조된지 얼마지 않았고, 층분한 서포트도 받지 못해 세큐리티가 취약합니다."

 

 

"짐작한 대로군." 타키가 전자적으로 수긍했다. "해석은 끝났어?" 닌자 슬레이어가 물었다.

그는 데시케이터가 사용한 짓수를 스스로 관찰하여, 사전에 몇 개 남겨져 있는 과거의 전투정보와 비교해 본 뒤, 이를 타키에게 보내고 해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하지. 난 텐사이 해커라고.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지만......."

 

 

타키의 저해상도 화상에 우쭐하는 노이즈가 스쳐갔다. "놈이 사용한 그 금속벌레, 그건 아다나스社의 제품이야......닌자 슬레이어=상이 보내준 잔해의 사진으로 확실히 확인했어......나는 텐사이니까 틀림없다고."

"아다나스사?" "수상쩍은 점이 많은 첨단 테크놀로지 기업이야. 데시케이터는 거기와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지."

 

 

"개인적으로?" "그래, 저런 물건, 공적인 운용 데이터는 어디에도 없더라. 난 칩의 품번을 통해 겨우 찾아냈지. 저건 무언가의 시제품이야. 제공을 받았다는 소린데......놈들, 서로 짝짜꿍 하는 사이란 거겠지. 그러니까 말야, 데시케이터의 계정을 가로채서 아다나스사와 접촉하는 게 첫 단계야."

"본격적이시군요!" 코토부키가 감탄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추론을 세우고 있었다. 데시케이터의 금속벌레는 멀리 있던 닌자슬레이어의 존재마저 알아채서 쫓아올 정도의 탐지능력을 가지지만, 거기에 다른 의지의 개입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것은 닌자 소울을 탐지하는 자동조작의 종류다. 아마도 거기에 데시케이터의 짓수가 개입하는 원리가 있을 것이다.

 

 

데시케이터의 계정을 사용해 아다나스사와 접촉하고, 그 지원 테크놀로지를 속여 금속벌레를 어떻게 무효화시킬수만 있다면 그 다음엔 가라테로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 그것이 상정되는 최선의 흐름이다. "그러니까, 나머진 잘 해 보라고. 그쪽에서 팍팍 나가면 해결될테니까" "그게......" 코토부키나 말을 머뭇거렸다.

 

 

"왜 그래? 다음에 할 일은 너희들이 뭄바이의 보안 취약점을 찌르고, 네오 사이타마 본사에 접속하여 계정을 훔치는 것 뿐이야. 간단하잖아."

"거기서 문제가..." "뭘 망설이는거야? 중대사라고......이대로 있으면 세계구급 뉴로의 위기가......" "그렇지요, 어떻게든 해내야만 해요. 타키상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응?"

 

 

"간신히 얻은 정보지만..." 코토부키는 A4지를 전자적으로 추가해갔다.

"CEO의 전자정보가 관리되고 있는 것은 신켄타메다 사내의 최고 기밀 영역이지요." "응? 거야 그렇겠지, 그래서?"

"뭄바이 지사에서는 액세스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서.......UNIX 자체가 분리되어 있다고 합니다."

 

 

"잠깐." "이쪽의 UNIX에 제가 LAN 직결하는 것으로 가능해지는 것은, 하위영역의 시큐리티 조작, 본사의 감시카메라를 멈추거나, 게이트키를 무효화하는 정도입니다." "나는......자아가......위험해......." "그래요! 서두르지 않으면 타키=상 자신이 돌이킬 수 없게 되고 맙니다! 타키=상이 직접 본사에 잠입해서 계정을 해킹하셔야만 해요!"

 

 

"멍청한 소리! 난 정보상이라고!" "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타키상의 자아가......생명이 위험해요!"

"그런 일 없어! 난 단지 우연히 얻은 신종 버섯과 LSD를 조금......아니지, 자아가......." "버섯은 관계 없습니다! 급성자아희석증세를 우습게 보면 큰일난다구요! 직접 찾아봤어요!!"

 

 

"웃기지 마! 닌자 슬레이어=상, 니가 네오 사이타마로 돌아와서 해!" "당연히 난 여기서 데시케이터를 죽일거다."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놈이 여기에 머무는 것도 앞으로 며칠 안 남았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므윽-! 자아가-!!" "아직 괜찮아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초기 증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 제 기억으로부터 역산해서 약 2주 전! 지금은 아직 징후일 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건강해 보여도 내버려 둬선 안 되요!" "므윽-!!" "보고는 끝이다." 닌자 슬레이어가 고했다. 우선 청각이 현세로 돌아오고, 다음으로 눈을 뜨자, 뭄바이의 자동 스시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두 명은 계산을 마치고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은 지상의 빛을 빨아들인 스모그에 의해 희끄무레하게 흐려져 있었다.

갈라진 달의 그림자는 그런 흐린 하늘에서도 잘 보였다. 둘은 눈짓도 주고받지 않고 말없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나갔다.

 

 

【#6으로 이어짐】

 

*1 라가 : 전통적인 멜로디, 리듬,장식음을 지니는 인도 음악의 선율. 또, 그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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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 마! 닌자 슬레이어=상, 니가 네오 사이타마로 돌아와서 해!" "당연히 난 여기서 데시케이터를 죽일거다."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놈이 여기에 머무는 것도 앞으로 며칠 안 남았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므윽-! 자아가-!!" "아직 괜찮아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초기 증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 제 기억으로부터 역산해서 약 2주 전! 지금은 아직 징후일 뿐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건강해 보여도 내버려 둬선 안 되요!" "므윽-!!" "보고는 끝이다." 닌자 슬레이어가 고했다. 우선 청각이 현세로 돌아오고, 다음으로 눈을 뜨자, 뭄바이의 자동 스시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두 명은 계산을 마치고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은 지상의 빛을 빨아들인 스모그에 의해 희끄무레하게 흐려져 있었다.갈라진 달의 그림자는 그런 흐린 하늘에서도 잘 보였다. 둘은 눈짓도 주고받지 않고 말없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나갔다.

 

 

 

【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6

 

 

0100101001나는 허공에 'DAMN'이란 글자를 띄웠어. 댁들이 나였어도 그랬을걸.

그러자 글자는 UNIX에 빨려들어가 어찌저찌해서 네트워크 케이블망을 타고 어찌저찌해서 뭄바이의 거리로 퍼져나갔어.

어짜피 아무도 안 보겠지. 세션은 이미 끝났고, 녀석들은 바로 할 일에 착수할거야. 내가 움직인다는걸 전제로.

 

 

DAMNDAMNSHIT.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뉴런이 단어를 허공에 띄우고, UNIX가 그걸 빨아들여. 거 참 재밌구만.

나는 비근한 현실의 물리육체를 내려다보고 있어. 본래 나는 커트 코베인을 닮은 핸섬한 남자지만, 지금은 침이나 질질 흘리며 흰자위를 까고 있는 처량한 신세지.

그도 그럴것이, 요즘 사이엔 영웅적인 모험을 쉴틈도 없이 계속 무릅써 왔으니까. 피로가 말이 아니라고.

 

 

이것도 전부 그녀석들 때문이야. 우선 첫번째로, 머리가 돌은 닌자자식. 참 필사적이기도 하지. 그리고 머리가 이상한 우키요. FUCK하게 해주지 않아.

녀석들에게 엮이게 되면서 내 인생계획은 완전히 틀어졌어. 갬블에 어울리던 봉ㄷ......친구들도 전부 썩을 닌자새끼의 습격에 휘말려 죽어버렸고, 지금은 소우카이야와의 핫라인도 연락이 안 돼. 엿같구만.

 

 

0101001......누님. 아아. 알고 있어. 보이진 않아도 알 수 있다고. 누님은 창가 어디쯤에 걸터앉아선 이런 불쌍한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야.

웃고 있겠지. 실컷 비웃으라구. 적어도 나는 당신과는 달리 유령은 되지 않았으니까. 나는......제기랄, 그 자아 어쩌구하는 병은 정말 골치아프군. 이젠 뉴로그라에도 손을 못대고. 빌어먹을.

 

 

애초에 나는 오거닉한 물건과 케미컬한 물건을 칵테일처럼 섞어서 잠깐 깊은 휴양을 가려 한 것 뿐인데, 그걸 남에게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어떻게든 하면 되는거고, 나는 이 전자 코토다마 공간의 쾌적함을 굳이 스스로 버릴 생각은 없어.

육체가 보기 사나운 몰골이 되버린 건 결점이다만. "자, 슬슬 떠나야지." 누님이 재촉하는군.

 

 

"나도 알아." "친구들이 부르고 있잖니." "알고 있다구......" "돌아가렴." "그런 건10101011아밧-!" 타키는 헐레벌떡 일어났다.

빛이 비추지 않는 기밀 UNIX 룸, 정확한 계층으로 부르자면 키타노 스퀘어 빌딩 지하상가 4층의 심도에 위치하는 폐쇠공간.

타키는 창문과 '누님'을 찾으려 했으나, 없다. 이 곳은 현실이다.

 

 

"진짜냐." 타키가 중얼거렸다. 머리가 납처럼 무거웠다. 뇌와 육신의 무게. 불쾌하다. 하지만......그 불쾌감이 도리어 그의 정신을 뚜렷하게 깨웠다.

겨우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떠올려냈다. 뉴로그라를 한가득 빼내온다. 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뭄바이 쪽에서 그걸 위한 경로가 제시될......터였다. 아마도.

 

 

"내버려둔다. 한다. 내버려둔다. 한다." 주문이라도 외듯 그렇게 중얼중얼 되뇌면서 타키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버려둔다." 안 된다. 닌자 슬레이어는 여기로 돌아오겠지. 이전에도 시도해 본 일이고, 어떠한 결과가 찾아오는 지 몸에 사무치도록 이해했다.

"한다." 그럴 마음이 안 든다. 타키는 슬래셔도 팔라딘도 아닌 단순한 해커일 뿐이다.

 

 

"내버려둔다." 데시케이터. 놈은 아무래도 모아왔던 정보대로 터무니없는 닌자인 모앙이다.

타키가 움직이지 않으면, 닌자 슬레이어는 놈을 쓰러트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도망칠 틈도 없이 살해당하고 말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타키의 승리, 인건 분명 맞다. 자아희석증세? 알 바 아니다. 하지만...... "으-음..."

 

 

◆◆◆◆◆◆◆◆◆◆

 

 

한 시간 후, 그는 낡아 헤진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누가 봐도 비즈니스에 관한 사전 협의를 위해 방문한 프리랜서 사업자같은 모습으로 신캔타메다사의 접수처 앞에 서 있었다. "예약이 되어 있으시온지요?" 오이란드로이드가 미소지었다. "되어 있지. 있는게 당연하잖아."

 

 

"성함을 말씀해 주실련지요?" 접수 오이란이 케이블 직결된 UNIX의 모니터와 마주보면서 물었다.

"마이니치인데." 타키는 미리 맞춰둔 위명을 댔다. "하이, 확실히 예약이 되어 있사와요." "의심하는 거냐? 임마." "2단계 인증에 들어가겠사와요. 명함을 부탁드리옵이다." "뭐? 2단계?"

 

 

위이잉......오이란드로이드의 동공이 소리를 나며 오므라들었다.

"엿됐다" 타키는 신음처럼 중얼거리고는, 있을리도 없는 명찰을 찾아서 허둥지둥 주머니를 뒤졌다.

"응? 왜 그러나. 명찰을 가져오는 걸 깜빡 잊으셨나?" 그의 뒤에서 어깨를 탁하고 두드리며 말을 걸어온 사내의 목소리는 타키에게 있어 낮설지 않았다. 바로 돌아보려고 했으나, 사내가 속삭였다. "잠깐 기다리게."

 

 

사내는 다시 타키의 어깨를 거칠게 두드리며 연극조로 말했다. "마이니치=상은 명함을 전부 교환해 버린 모양이구려. 이거 실례, 나도 이번 협의에 갑작스럽게 출석이 결정되어서 말이요. 카렐이라 하오. 확인해 주시겠소?"

"카렐=상......수정, 삐갓" 접수 드로이드가 경련했다. 두 명은 숨을 삼켰다.

 

 

……위잉. 아크릴 도어가 열렸다. "어서 지나가시와요." "아마 뭄바이 쪽이 늦기전에 해결해 준 것일테지." "너......?" "가봅세."

코르벳이 타키에게 지시했다. 평소처럼 전신이 새까만 차림이였으나, 상반신에 걸친 코트가 조금이나마 비즈니스맨의 아트모스피어를 자아내고는 있다.

그들은 사내에 침입하는데 성공했고. 이내 엘리베이터에 탔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상승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타키가 물었다. "과연 어떨련지." 코르벳은 약간 딱딱한 표정으로 답했다.

"따로 부탁할 만한 자가 없었던 걸테지. 직접 의뢰가 왔었다네." "나는 못들었다고." "그대, 결행 시간까지 통신에 묵묵부답이더군. 꿈이라도 꾸고 있었던 건가?" "알 바냐. 돈은 안 내줄거다."

 

 

"실제 <무한원>의 집시 윗치들에게 있어서도 뉴로그라의 시가 폭등은 강 건너 불이 아니였다는 걸세. 급성자아희석증이란건 그런 것이지. 어디, 그대는 어떠한가?"

코르벳이 타키의 선글라스를 벗기려고 했다. 타키는 이를 뿌리쳤다. "아메로, 나는 지극히 정상이다!" "무얼, 나도 보는 것 만으로 알 도리는 없지만 말이네."

 

 

황록색의 재가 낀 스모그가 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네오 사이타마를 뿌옇게 가렸다.

네온 건물과 홀로그래픽 광고, 참치 체펠린. 교외부에서 벌어지는 기업들 간의 끊이지 않는 전투, 그로 인한 폭발.

 

 

"그 우키요 아가씨는 그대를 꽤나 걱정하던 것 같네만" "걱정은 개뿔이......뭐 됐어, 닌자라고 잘난듯이 구는 놈들을 상대론......이거야."

타키는 벨트에 끼워놓은 권총을 드로냈다. "늑대는 제 어금니를 숨기는 법. 나같은 아웃로 인생들에겐 상식이지." "하하하, 그렇겠지, 그렇고 말고."

 

 

엘리베이터가 정지하고, 문이 열렸다. "미리 말해두겠네만, 나에게 전자적인 재능을 기대하는건 삼가주길 바라네."

코르벳은 힙 플라스크에 담긴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음음, 가라테 방면도 말일세. 그쪽도 영 아니야. 폭력이 아니라 문필이야말로 나의 숙원인 바."

"진짜 뭐하려 왔냐, 너?" 13층, 다른 사라리맨은 보이지 않는다. 사무실이 없는 플로어였다.

 

 

팟하고 소리를 내며 등롱 라이트가 켜져 그들이 가야할 곳을 네비게이트한다. "켁, 코토부키인가." 타키는 중얼거렸다.

"너, 괜히 앞서가지 말라고. 이런 일엔 테크놀로지의 마술사들만이 이해하는 호흡이라는게..." "기다리게." 코르벳이 타키의 어깨를 붙잡아 그를 멈춰세웠다.

두 명은 벽에 등을 대고 숨을 죽였다.

 

 

"불-조-심. 불-조-심." 모터 가동음을 크게 울리며 스커트 형태의 각부로 바닥을 청소하는 검도로이드(검도 기동 시스템을 도입한 세큐리티 오토마톤)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타키는 귓가에서 공기가 일렁이는 소리를 들었다. 코르벳이 무언가 처치를 한 것이다.

 

 

"불-조-심. 불-조-심." "......!" 타키는 바로 앞을 지나가는 검도로이드를 눈으로 쫓았다.

무인기가 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나서야 코르벳은 정신집중을 그만둘수 있었다.

"딸꾹! 이게 바로 카제의 짓수라네. 저 정도의 범백의 기계로는 결코 간파할 수 없지. 부담이 커서 이렇게 멈춰설 필요는 있지만 말일세."

 

 

"낙승이군." 타키는 안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야, 거기 뭄바이! 순조롭냐? 다음은 어느쪽이야?"

파팟. 전방의 오피스 장지문을 비추는 조명중 하나가 점멸했다. "저쪽이라는데." "으음." 그들은 살금살금 걸어나가 장지문을 천천히 열어젖혔다.

"그래서......어떡하라고." 타키는 토코노마(*1)를 둘러봤다.

 

 

『모시모시, 타키=상! 족자를 체크해주세요!』 토코노마 구석의 웨어-너구리 상의 눈이 격렬하게 점멸하며 소리를 냈다.

전자음성이지만, 분명 코토부키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족자라고......?" 타키는 '부푸는 사회'라고 쓰여진 서예 족자에 주목했다. "이거 말야? 이게 어쨌는데."

 

 

『그걸 넘겨 보세요.』 "음." 코르벳이 끈을 당겨 족자를 감아올렸다. 그러자, 보라! 정방형의 금속 패널이다.

"과연, 이러한 방식은 프라하에서도 본 적이 있지." 코르벳이 중얼거렸다.

『에-또, 이쪽의 조작과 타이밍을 맞춰주셔야만 해요, 일회용 패스워드를 발행하겠습니다.』 웨어-너구리가 목소리에 맞춰서 동그란 눈을 번쩍였다.

 

 

『지금부터 12자리의 숫자를 읽을 겁니다. 순서대로 눌러주세요. 유효 시간은 2분으로 엄격합니다.』

"오케이. 빨리 해." 타키는 패널의 물리 넘버패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발행됐어요. 3, 3, 5, 5, 1, 4, 앗!』 슈우-.......

웨어-너구리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두 침입자는 영문을 모르고 서로를 마주봤다.

 

 

◆◆◆◆◆◆◆◆◆◆

 

 

"서......서버의 상태가, 어쩐지 너무 걱정되서!" 코토부키는 등으로 UNIX 모니터를 숨기듯이 하면서, 안키타에게 미소지었다.

문 부근에 서있는 안키타는 돌처럼 굳은 표정으로 코토부키를 응시했다. "전기도 안 켜놓고는."

그녀는 코토부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등롱 라이트의 스위치를 ON으로 했다.

 

 

"전기는......그게......" "UNIX 관리실, 어떻게 들어간 거야?" "특기입니다." 코토부키는 변명했다.

"그, LAN직결로, 열거나 할 수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나쁜 마음을 먹은게 아니라....."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그런 게......" 안키타는 망연하게 서서, 조금씩 몸을 떨고 있었다. "당신은.....뭐때문에?"

 

 

"잠깐! 기다려주세요!" 코토부키는 발길을 돌리려고 하는 안키타를 불러 세웠다.

그녀의 오른손은 반사적으로 쿵푸 기절 춉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나, 어금니를 악물고 자제했다.

"부디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사정이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꽃을 장식하거나, 기계의 유지 보수를 돕거나, 그런 식으로 속여온 거야?"

 

 

"이건......." "어떻게 된건데!?" 안키타의 눈은 부릅떠져 있었고, 입가는 웃는 것처럼 기울어져 있었으나, 또한 일그러져 있었다. "속인거야!?"

"......!" 코토부키는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으으읏-..." 그녀는 돌연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이 정좌했다.

그리고 무릎에 손을 얹고, 신묘한 표정으로 안키타를 올려다보았다. "저, 사실은 OL이 아니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부자연스러운 점은 꽤 있었지." 안키타는 감정을 억누르며 중얼거렸다.

코토부키는 몇 초간 말없이 숙고한 뒤, 안키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안키타는 코토부키의 눈동자 속에 새겨진 오이란 천사의 문장을 인지하게 되었다.

"당신......" "저는 오이란드로이드고, 자아가 있어요, 우키요입니다." "우키요......!"

 

 

"그래서? 사라리맨을 흉내내보고 싶었던거야?" "저는 데시케이터를......" 말실수를 한 듯이 고개를 흔들고선, "에두아르트 나랑호를 무찌르기 위해 왔어요. 그래서 이렇게 사내에 잠입해서 정보를 얻으려 한 겁니다. 에두아르트 나랑호는 닌자이고, 매우 강력합니다. 저희들은 그 자를 쓰러트려야만 해요."

 

 

"닌자......당신은 우키요고......잠깐 기다려. 에두아르트......그 자식......데시케이터......뭐야......?" 안키타는 문간에 손을 짚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 "......" 코토부키는 말을 더듬었다. 안키타는 UNIX에 다가가 모니터에 표시된 것을 봤다.

"본사 보안 시큐리티..." "맞아요."

 

 

"본사에서 무엇을" "에두아르트=상의 ID를 해킹으로 가로채서, 그의 자기방위 시스템을 무효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왜 CEO를 노리는 거야? 예의 그.......뉴로그라에 대한 원한? 산업 스파이?" "아닙니다, 말할 수 없어요." 코토부키는 고개를 저었다.

"말할 순 없지만, 이쿠사 배틀입니다......극히 개인적인 문제의......"

 

 

안키타는 말문이 막혔다. 코토부키는 정좌한 채로, 스커트의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여러분을 속이고 이용하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저는, 꽃을 장식하거나, 여러분과 점심을 함께 먹거나, 복사기를 고치거나, 전화를 받거나 했었습니다, 거, 거짓으로 꾸민 행동이 아니라.....그렇지만, 전 OL이 아니에요.....그래도, 저는......!"

 

 

"너무 특수하잖아." 안키타는 신음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어. 이 동네를 떠나서, 네오 사이타마로 가서, 회사가 빼앗겨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꽤나 심한 인생이였지. 하지만" 안키타는 말을 도중에 끊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이건 너무 특수한 경우잖아. 모르겠어......"

 

 

"저는, 오피스에서 일하는 여러분 모두를 정말 좋아해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진심입니다......!"

"분명히 당신은, 오이란드오이드......지만" 안키타는 이어서 말했다. "그런 호의적인 말을 오이란드로이드는 입에 올리는 법이지만..."

그녀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렇게 슬픈 듯이 말하지는 않으니까."

 

 

코토부키는 정좌한 채였다, 안키타는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말했다. "알 수 없는 일 투성이니까, 난 이제 감정에 따르기로 할래." "무슨 말씀이신가요...?"

『모시모시!』 음성 데이터가 연거푸 보내져 오고 있었다.

 

 

"이거야? 저 쪽에서 해킹을 걸려고 하는 사람의?" "네." 코토부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도어락을 조작하며, 네비게이트하고 있었습니다." "....후-우." 안키타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솔직히, 그 빌어먹을 사장의 편을 들고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어." "......" "약때문에 하는건 아닌거지?"

 

 

"완전히 아니라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코토부키가 말했다.

"직접적인 표적은 에두아르트=상이에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잠입하고 있는 저 타키=상은 현재 IRC 병을 앓고 계십니다.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저는 꿰뚫어 봤어요. 틀림없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뉴로그라의 폭등 건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건에 관해서 내 요구를 들어줘. 그럼 당신들이 하려는 일은 눈감아 줄게."

안키타는 말했다. 코토부키는 그녀의 발언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해 그저 눈을 깜빡였다. 안키타는 이어서 말했다.

"에두아르트의 계정 해킹같은건 좋을대로 해. 그 자식은 사장이 아니라 그냥 도둑놈일 뿐이니까. 단, 그 기회를 타서 동시에 해내야 할 일이 있어."

 

 

"그게 무엇인가요?" "히라타 주임을 해방시켜줘." "히라타......?" "히라타 주임은 뉴로그라의 개발자야." 안키타가 설명했다.

"약의 제조법의 그의 뇌에 들어있는 한, 그 사람이 해방될 일은 없어. 회사 밖으로 제조법이 퍼지면 약값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 에두아르트 그 자식은 히라타 주임을 본사 안의 어딘가에 감금하고 있을거야. 그를 구해내줬으면 해."

 

 

"원하지 않는데 가둬두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있어서 좋지 않은 일이겠지요. 알겠습니다."

코토부키는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히라타=상을 구출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 썩을 사장에게 카운터 펀치를 먹여주게 되는 거지." 안키타는 결단적이였다. "반드시 해줘야겠어, 당신들."

 

 

◆◆◆◆◆◆◆◆◆◆

 

 

끼기기긱! 우키하시 포탈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던 자동차들 중, 가문 리무진 한 대가 갑자기 드리프트해서 근처의 불행한 자동차들을 쳐날리며 일반도로의 게이트를 향해 방향을 돌렸다. "이봐, 왜 그래! 손실이 생기잖아!" 데시케이터는 주식용 UNIX를 조작하면서 불평했다.

 

 

"다시 포탈쪽으로 되돌아갈 시간 유예는 아직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여기서 판단을 내려주시길." 스스키는 핸들을 돌려가며 설명했다.

"뭐야, 뭔데?" "신켄다메다사가 해킹을 받고 있어요." "그런건 알아서 적절히 대처시켜야지." "전자ㆍ물리 양면에서, 네오사이타마와 뭄바이 두 지점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습니다."

 

 

"잘도 알았네." "새옹 호스지요." 스스키는 가드레일에 차체를 대면서 말했다.

"무작위 감시망이 데이터의 묘한 움직임을 전해왔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굳이 내가 직접 행차해야 할 정도의......"

전자, 물리, 떨어진 두 지역. 공격. 데시케이터는 미간을 찌푸렸다. "공격. 에소테리시즘. 그렇다 이거지."

 

 

【#7로 이어짐】

 

 

*1 토코노마(床の間) : 객실인 다다미방의 정면 상좌에 바닥을 한 층 높여 만들어놓은 곳. 벽에는 족자를 걸고, 한 층 높여 만든 바닥에는 도자기, 꽃병 등으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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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7

 

"아앙-하시와요." "달콤해요." 오이란드로이드가 내미는 두부 젤리(*1)로부터 히라타 주임은 고개를 돌렸다. "그만둬."

"그치만 달콤한걸." 오이란드로이드는 그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가슴을 만지게 했다 "부드러워요." "제발 그만해......" "간지러워요." "제발......"

 

 

"젖꼭지, 만져봐요." "아가야." "적당히 좀 해줘! 이런 기업윤리에 위반되는......"

히라타 주임은 호소했지만, 지금 푹신한 쇼파에 앉혀진 그를 둘러싼 선정적인 옷차림의 오이란은 무려 세 명이다.

"사장의 명령이야." "귀여워요." "아아......" 그는 거의 한계였다.

 

 

그는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그가 감금되어 있는 이 '인스피레이션 룸'에서 제공되는 음식물엔 판단력을 저하시키는 약물이 함유되어 있고, 사로잡혀 갇힌 신세라도 고결한 정신을 유지하려 하는 그의 저항도 한계에 닥치고 있다는 것을.

 

 

SPLAASH! 눈 앞의 풀장에서 반짝이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영복 차림의 오이란이 나타났다.

"와-우." "저 얘, 굉장하지요?" 히라카 주임의 몸을 더듬으며, 오이란들은 수영복 오이란을 가리켰다. 그녀에겐 유방이 3개 달려있었다.

"정말 그래......" 넋이 나간듯 히라타 주임이 입을 벌리고, 곧바로 그 안에 두부 젤리가 채워넣어졌다. "달콤하시와요?" "아아......달콤해" 나무아미타불! "마음이 평화로워져."

 

 

뉴로그라는 자기장 폭풍이 사라진 이후의 시대를 구하는 성배였다. 실험이 성공했을 때, 히라타 주임이 느낀 것은 자랑스러움도 공명심도 아닌 그저 한없는 감사였다.

그는 스스로가 속물이라고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갈로 분명 인류는 구원받는다. 그렇게 꾸김없이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절망의 전조였을 뿐. 그의 명예는 이젠 땅에 떨어졌다.

 

 

"이제......됐나." 에두아르트 CEO는 그를 이 방에 가두고 평생 내보내지 않을 셈이다. 약물 조성의 유출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긴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은, 그저 비대화한 3대욕구의 순환만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렇다. 여기에 있으면 적어도 인간으로써의 본능은 충족되는 것이다.

이제 괜찮겠지. 그는 세 개의 유방에 얼굴을 묻었다. "와아, 멋져라!" "잘 했어요-" 오이란드로이드들이 교성을 지른다. 그 때였다.

 

 

슈우웅! 나노카본 장지문이 세차게 열리고, 누군가가 이 리조트 룸에 돌입해 온 것이다.

"거기까지다! 사내 경찰이 납시셨다! 체포하겠어!" 검은 머리가 섞인 금발의 외국인이 총을 겨눴다!

 

 

"엣?" 히라타 주임은 어안이 벙벙해져 침입자를 빤히 바라봤다.

"엉?" 그 사내 역시...타키 또한, 방 안의 광경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져 히라타 주임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타키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뭐냐, 이거." 오이란드로이드. 젖가슴. 두부 젤리. 포도. "그렇고 그런 용도의 방이라 이거야? 뭔데 이게?"

 

 

"오해입니다!" 히라타 주임은 양 팔을 들어올린 채로 말했다. "시끄러! 꼼짝말고 있어! 이런......"

타키는 오른손으로 총을 쥔 채, 왼손으로 가까이 있는 접시에 올려진 포도 한송이를 집어 그대로 물어뜯었다. "포도, 너 이런, 이 자식-!"

"삐갓-!" 오이란드로이드들이 일제히 상반신을 회전시켜 타키가 있는 쪽을 향했다, 일제히 흉부가 전개되며, 숨겨져 있던 총구가 드러났다!

 

 

BRATATATA! "위험하네!" 코르벳이 펄쩍 뛰어들어 타키를 쓰러트리면서 풀장 옆의 기둥 뒤로 굴러들어갔다. 탄환을 대신 받은 기둥이 파편을 흩뿌렸다.

"아이에에에!" 타키는 비명을 질렀다. "이거 참! 우리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 이건가!" 코르벳이 말했다. "입 다물어!" 타키는 기둥 너머로 총을 쏴서 반격했다.

 

 

"삐갓-!" 운좋게 명중! 총탄을 받은 오이란드로이드의 안면이 통째로 날아가고, 제자리를 맴돌다 그대로 쓰러졌다.

"후-우, 쿨하게 가자고. 보고 있어봐." 타키는 굳은 표정으로 코르벳에게 말한 뒤 다른 오이란드로이드를 쏘려고 했다. BLAM! BLAM! 허나 훨씬 규모가 큰 반격이 돌아온다! BRATATATA!

 

 

"아이에에에!" "위험하지 않은가." 코르젯은 타키의 등을 잡고 다시 기둥 뒤로 끌어당겨 총탄의 세례를 벗어나게 했다.

"곤란하게 됐군. 전에 말했다시피 나는 이런 험한 일에......" "제기랄, 그러니까 싫다고 한건데! 이런 작전!" "아가야!" "아가앗-" 오이란드로이드들이 안면을 회전시키면서 달려든다!

 

 

"이얏-!" 코르벳은 품안에 숨겨둔 마술 나이프를 던졌다. 타키에게 덤벼들던 오이란드로이드의 쇄골에 그것은 깊이 꽂혀 그녀의 움직임을 멈췄다.

"아이에에에!" BLAM! 명중! 또 한체의 오이란드로이드가 쓰러지며, 다른 한체의 오이란드로이드의 걸음을 꼬이게 했다!

"이얏-!" 코르벳은 거기에 마술 나이프를 투척! "삐갓-!" 이번엔 어깨에 깊이 꽂여 움직임을 멈춘다!

 

 

"야바이, 잔탄이......빌어먹을!" BLAM! "삐갓-!" 또 한번 운좋게 명중! 머리를 파괴!

"아가얏-!" 반짝이는 풀장에서는 유방이 세개 달린 오이란드로이드가 스스로의 손발의 관절을 변형시켜 역관절 거미를 방불케 하는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아이에에에!" 히라타 주임의 비명!

 

 

"실로 곤란하군!" 코르벳은 자신의 품을 뒤졌다. "이렇게나 격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을줄은 꿈에도......" "어떻게든 해봐! 망할!" 타키는 떨리는 손으로 총을 리로드하려 했다.

KRAAASH! "아이에에에!" 이형의 오이란드로이드가 휘둘러 내리친 팔이 기둥 그늘에 서있던 타키의 다리 사이 마루바닥에 꽂혔다.

 

 

"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 "으으음......이것이로군!" 코르벳은 작은 주머니를 품에서 꺼내, 기둥 너머로 얼굴을 내민 이형 오이란드로이드의 안면을 향해 그것을 던졌다.

반짝반짝 빛나는 가루가 퍼지고, 오이란드로이드가 미세하게 경련했다. "삐가갓-!" "뭐야 그거!" "어서 쏘게나! 어서!" BLAM! "삐갓-!" 이형 오이란드로이드의 안면이 분쇄!

 

 

괴물을 방불케 하는 오이란드로이드가 쓰러져 바닥을 구르고 팔다리를 바둥거리는 사이, 코르벳은 그것을 향해 터벅터벅 다가가서 역수로 잡은 마술 나이프를 마구 찔렀다.

"이얏-! 이얏-! 이얏-!" "삐가가갓-!" 경련, 그리고 동작정지! "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 히라타 주임이 울부짖는다!

 

 

"어이, 방금전에 뭐야? 뭐였는데?" 타키는 총을 벨트에 다시 꽂아놓고, 코르벳에게 다시 물었다.

"UNIX를 오작동시키는 부류의 물건일세, 특별할 것도 없지. 허나 값은 꽤 나간다네. 할 수만 있다면 도로 쓸어담고 싶어지는군."

코르벳은 이형의 오이란드로이드는 발로 차 뒤집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서 있었던 게 이 자에겐 불행이였던 걸세." "에어컨인가..."

 

 

"오지 마! 다가오지 마세요!" 히라타 주임은 주저앉으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그의 등 뒤엔 벽뿐이다.

"난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체포하지 말아줘!" "두려워 하는군. 그대가 이상한 소리를 한 탓일세." 코르벳이 타키에게 말했다. 타키는 멋쩍은듯 코를 긁었다.

"댁이 히라타 주임 맞아?" "예! 정말입니다!" "꼼짝 마!"

 

"아이에에에......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그딴거 나도 몰라." 타키가 불평을 내뱉었다.

"갑자기 제멋대로 이야기를 꺼내곤, 아니, 이쪽 이야기야." "이걸로 자유의 몸일세." 코르벳은 히라타 주임의 손을 잡고 부축했다.

"조금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네." "그래서, 사장실은? 뉴로그라는 있어?"

 

 

"설마, 제법을 노리고 대립하는 기업에서......." 히라타 주임은 스스로 납득하고선, 눈을 내리깔았다.

"아니......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당신들 쪽의 기업이 시장경쟁의 원리를 따라준다면, 어떻게든......"

"약은? 어디 숨겨놓은 건데? 몇개 좀 줘봐." "나, 나도 방금 전까지 감금되있던 상태였어. 인터넷도 없이."

 

 

두 사람은 히라타 주임을 따라 복도로 나왔다. "사장실이 어디 있는진 알고있어?"

"아마도. 당신들이 노리는건 뉴로그라의 제조법만이 아닌건가?" "사정이 좀 복잡하거든. 약은 내가 필요해."

"그대, 정말로 IRC 병이였던 모양이로군?" 코르벳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타키는 겸연쩍은 듯이 답했다. "가만히 앉아서 뒈지기만 기다릴 수도 없잖아."

 

 

"안키타=상이라는 사원을 알고 계신가?" 복도를 걸어가며 코르벳이 물었다. 히라타 주임은 곧바로 떠올려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잘 지내고 있을까?" "그대의 소식을 전해준 게 바로 그녀라네. 뭄바이로부터 말일세."

"맙소사......그건 즉.......그렇군" 히라타 주임은 신음했다. "그녀가 걱정이야."

 

 

전자 잠금장치가 열리고, 세 명을 안으로 들였다. 그들은 비상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올라간다.

"그 사장을 거역하면 심각한 일이 생길꺼야." 히라타 주임은 그렇게 말하면서 계속 계단을 뛰어 올라갔으나, 이내 생각다 못해 멈춰서서 타키 일행을 돌아보며 외쳤다.

"닌자야! 그 녀석은......인정사정 없는, 닌자라고!" "그래, 나도 알아. 뭐, 그 녀석도 쳐죽일 예정이야."

 

 

타키는 별 감흥도 없이 말했다. "...우리편의 어떤 흉악한 녀석이 말이지. 댁도 협력해 달라고." "붓다......!"

이윽고 그들은 비상계단을 전부 오르고, 더불어 열린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도저히 사람이 통행하는 것을 상정하지 않았을 법한 빌딩 외벽의 파이프를 타고 잠시간 줄타기 곡예를 하듯 이동한 뒤, 위쪽에 난 통풍구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엿같은 비밀 작전이 다 있군." 통풍구 내부를 기어서 나아가며 타키가 말했다. "왜 내가 이런 꼴에 처해야 되는지 쥐뿔도 이해가 안돼."

어느정도 나아가다 보니, 플레이트의 틈새를 통해 아래층의 바닥이 보였다. "대충 여기가 맞겠지."

"아마도......" 히라타 주임이 답했다. "층은 분명 여기가 맞아." 등롱 라이트를 경유한 코토부키의 가이드도 있다.

 

 

타키는 불평하면서 패널을 떼어내고, 조심조심 실내로 뛰어내렸다.

관엽식물의 화분, 보기에도 고급인 버팔로 가죽 의자. 벽에는 '메이지 유신'의 서예, 그리고 에도시대의 사무라이 갑주. 틀림없다.

"사장실이다." 뒤이어 착지한 두 명을 타키가 돌아보며 말했다. "존나 엉망진창으로 해킹해 주겠어, 우라질!"

 

 

"서두르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코르벳이 재촉했다. 그는 선반의 유리창 너머로 XO 브랜디의 병을 발견했다.

"아아, 알고 있어, 있다마다. 프로한테 맡겨 둬, 프로한테." 타키는 고급 의자에 기대어 앉아 안락함을 층분히 맛본 후, 중역 책상 위의 UNIX 덱과 마주앉았다.

그는 UNIX의 전원을 켜고, 키 타이핑을 개시했다......!

 

 

100101111아다나스 코퍼레이션. 아름다운 지성과 이해를. 오늘도 전용 서포트 채널을 이용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도-모. 모시모시. 에두아르트 나랑호다.』 에두아르트 나랑호=상. ID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액세스 좌표 대조 완료. 부디 용건을.』

 

 

『트러블이 생겼다. 귀사의 커스텀 제품의 보안 시큐리티가 오작동하고 있어. 즉시......』 즉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고객님? 『......』 고객님? 『010010011 0010010100101 00100100101

 

 

0010010010010010010010100101

 

 

01001001DAMNDAMNSHIT.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뉴런이 단어를 허공에 띄우고, UNIX가 그걸 빨아들여. 거 참 재밌구만.

나는 비근한 현실의 물리육체를 내려다보고 있어. 본래 나는 커트 코베인을 닮은 핸섬한 남자지만, 지금은 침이나 질질 흘리며 흰자위를 까고 있는 처량한 신세지.

 

 

분명 나는......되게 귀찮은 절차를 밟아서 여기까지 왔다. 머리 위에는 황금 입방체가 보이는군. 느낌 좋은데.

아다나스 코퍼레이션의 채널이 바로 내 앞에 있어. 내가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고 있고.

난 누구야? 나는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지?

 

 

나는 나 자신을 봤어. 내 전자육체를. 빛나는 0과 1로 보기 좋게 분해되면서 확산되어 간다. 에테르의 바람을 타고.

분명 그건 황금입방체를 향해 불고 있는 거겠지. 우리 누님도 뉴런이 타기 직전엔 이런 느낌이였을까? 더 격렬했을지도 모르지. 나는......

 

 

『손님. 커스텀 제품의 품번을.』 코가네 오토마타, ADFD와01-XX. 보안 시큐리티가 오작동하고 있으니까100011그걸0100100101황금입방체.

 

 

"응답이 없어지고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났습니다......괜찮으신 걸까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저 곳은 통상적인 네트워크로부터 분리되어 있으니까." 안키타는 문간을 신경쓰고 있었다.

"저기, 자리를 그렇게 오래 비워둘 수도 없어." "그렇지요......타키=상, 설마......"

 

 

다가오는 발소리. 움찔하며 안키타가 돌아봤다. "원키=상. 깜짝 놀랐어." 그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미 신뢰할 수 있는 사무실의 사원들에겐 그녀들의 돌발적인 '계획'에 대한 일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안키타=상. 상황이 안 좋아요." "왜 그래?" "사장이 지금, 여기로 돌아왔습니다." "난데!?"

 

 

"이해할수 없어! 당연히 그런 일은 녀석의 예정에 없었을 텐데......" 원키는 조급하게 말했다. "정말로 괜찮을까요? 이 계획......"

"나도 그건 몰라" "하이얏-!" KRAAASH! 코토부키는 잠깐 주저했지만, 이내 결단적으로 UNIX를 쿵푸 춉으로 파괴했다.

"다들 여기에 계시면 안 돼요!" "아이에에에!" 원키가 비명을 질렀다.

 

 

"우선 급하게 증거인멸을 마쳤습니다!" 코토부키는 말했다. "적어도 그들을 사장실까지 이끄는 데엔 성공했어요. 타키=상의 연락을 마저 받고 싶었습니다만, 지금은 성공을 빌 수 밖에......도망칩시다! 뒷문은 어느쪽이죠?"

"엣, 뭐..." 원키는 당황! "이쪽이야!" 안키타는 코토부키의 손을 잡아당겼다.

 

 

"어떻게 합니까!" 원키가 물었다. "조퇴 허가!" 안키타는 소리쳐서 대답하고선, 뒷문으로 가는 복도를 코토부키와 함께 달려나갔다.

비상구! 두 명은 회사용 차량을 향해 뛰어들었다, 차키는 필요없다. 안키타가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ID 인증을 한뒤 바로 시동을 걸었다. "어디로 도망갈거야!" "어쨌든 멀리까지 가요! 그렇게 하면!"

 

 

부르르릉! 배기 가스를 뿜으며 회사용 밴 차량이 뭄바이 시가로 뛰쳐나왔다.

"그렇다곤 해도, 좀 더 여러가지 해둘 만한 시간의 유예는 있었던거 아니야?" 안키타가 물었다. 코토부키는 고개를 저었다.

"적은 닌자입니다.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움직여야....." 백미러 너머로, 통행인을 치면서 쫓아오는 검은 차량이 보였다.

 

 

"뭐? 뭐야? 뭔데?!" 험한 도로 때문에 핸들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안키타는 코토부키에게 소리쳤다.

코토부키는 계기판 아래의 서랍을 열었다가 닫았다. "총 있으신가요!" "총?" "오고 있습니다! 아아, 무슨 일이람!"

코토부키는 입술을 깨물었다, 가문 리무진은 사람을 마구 치고 가면서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다!

 

 

.......투웅. 천장 루프가 큰 소리를 내며 울렸다.

 

 

◆◆◆◆◆◆◆◆◆◆

 

 

"저건..." 스스키는 추적 대상인 밴 차량에 불꽃 덩어리같은 무언가가 낙하한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기어를 바쁘게 바꾸고 더욱 속도를 높이면서 스스키는 데시케이터에게 보고했다. "누군가가 합류한 것 같습니다."

"그런 모양이군." 데시케이터는 주식거래를 계속하면서 동의했다. ".....과연. 저게 그 놈인가."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닌자들이 최근 연이어 실종되고 있다. 그 빈도는 명백하게 이상했다.

데시케이터는 일부러 그 정보를 다른 닌자와 공유하거나, 주의를 환기시키지는 않았다.

어느 시점부터 그는 이 사태의 경위를 방관하며, 몇 명정도 다른 멤버를 희생시키면서 꼬리를 잡아 안전을 확보하는 플랜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에소테리시즘이 죽은 것은 큰 손해였다. 하필이면 다름아닌 그 남자가.

그에게 있어 귀중한 돈줄이였으며, 또한 그 자신의 힘으로 암살자의 습격따윈 가볍게 되받아칠 수 있을 터였던 그 프라하의 마술사가.

더욱이 그 원흉은 간격을 두지 않고,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데시케이터의 눈 앞에.

 

 

".......뭐, 괜찮겠지." 이것 또한 경제적인 시련의 일종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손절하고, 담판을 지을 필요가 있다.

데시케이터는 주식거래를 계속하면서 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추적 차량 위에서 검은 불꽃을 피어올리고 있는 닌자를 보았다.

증오로 빛나는 그 검붉은 안광을, 그는 뻔뻔스럽게 받아넘겼다.

 

 

【#8로 이어짐】

 

*1 두부 젤리 : 행인두부(杏仁豆腐)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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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8

 

"धियान रखो!""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에!" KRAAASH! 교차로를 직진하며 달려온 차량을 안키타는 충돌하기 직전에 겨우 피하고, 서둘러서 핸들을 꺾으며 재발진했다.

가문 리무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교차로의 차량을 향해 드리프트하여 충돌해, 그 반동을 이용해 90도 방향전환을 마쳤다.

 

 

게다가 가문 리무진의 장갑은 다른 차량과의 접촉사고 장도로는 조금의 손상도 입지 않은 모양이었다. 안키타의 미간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전혀 뿌리치지 못했어!" "제가 어떻게든 막아보겠......어머나!" 코토부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측면 유리창에서 갑자기 슥,하고 나타난 얼굴......「忍」「殺」의 멘포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닌자 슬레이어=상!" "아이에에에!" 안키타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핸들을 꼭 붙잡았고, 도로 위의 닭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아군입니다!" 코토부키가 보증했다. "이 사람은 에두아르트를......데시케이터를 쓰러트리기 위해 온 거에요!"

 

 

"그대로 계속 가." 닌자 슬레이어는 유리창 너머로 말했다. "무언가......도와드릴 일은!" 코토부키가 유리창에 얼굴을 붙이고 필사적으로 입을 뻐끔였다.

"놈은 내가 죽인다!" 그렇게 답하고선, 닌자 슬레이어의 얼굴은 창 위로 사라졌다.

 

 

"닌자 슬레이어=상!' 코토부키는 IRC 세션에 연결했다. "타키상=의 해킹 성공여부가 불명입니다......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요!" 『나도 알아. 확인했다.』

닌자 슬레이어의 응답이 돌아오자 코토부키는 조금 안도했다. 적어도 자포자기적인 무모한 공격을 시도할 셈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약간 스스로를 부끄러이 여겼다. 좀 더 그를 신뢰해야 하는데. 그녀는 응답했다. "예의 그 공격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거리를 벌리고 버텨 볼게요!"

 

 

"공격!? 공격이라니 무슨 소리야?" 안키타가 외쳤다. 코토부키는 답했다. 

"데시케이터는 일전에 테러리스트 및 적대기업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방위수단으로 그가 이용했던 것은 금속 갑충이였어요. 그 자체는 아다나스사의 테크놀로지였지만, 거기에 그 자신의 닌자로써의 힘도 더해져 있었던 거에요." "무슨 이야기야!?" " "딱정벌레 로봇의 공격입니다!"

 

 

"뭐, 됐어! 어짜피 이해 못하니까!" 안키타는 기어를 바꾸고, 한층 더 가속했다. 정면에는 축적된 쓰레기더미의 산이! 과감하게 돌입해 타고 올라간다! 

그리고 점프한 것이다! "아이에에에에에!" 포물선을 그리는 밴 차량! "아이에에에에에!" "혀 깨무시겠어요!" 코토부키가 외쳤다. "그리고 안키타=상, 여기에 총화기는......아얏!"

 

 

회사용 밴은 쓰레기 강의 건너편 기슭에 착지한 후, 거의 한바퀴를 돌며 드리프트했다. 나무삼! 

가공할 것은, 뒤쫓아오는 가문 리무진 또한 이 전대미문의 루트 선택을 주저하지 않고 따라하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디에.....어딘가에" 안키타는 계기판이나 핸들 밑, 변속 레버 부근 등을 더듬어 찾는다!

 

 

그리고 닌자 슬레이어! 닌자인 그는 경이적인 닌자 평형감각을 발휘하여 이 거친 도망극의 와중에도 루프 위에서 떨어지는 일 없이 가라테의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얏-! 이얏-!" 정확히 노린 2연속 수리켄 투척! 전면 유리에 연이어 꽂히고, 무수한 균열이 생겨나 새하얗게 변한다!

 

 

"흐읍!' 스스키는 금이 간 전면유리를 후려쳐 완전히 박살내어 다시 전방이 잘 보이게 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핸들을 조작하면서 왼손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BLAM! BLAM! BLAM!  수리켄에 답하듯 총탄이 닌자 슬레이어에게 날아온다! 닌자 슬레이어는 사행운전하는 차량 위에서 상체를 크게 기울이며 이를 피했다! 전탄 회피!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재차 수리켄을 투척했다. 총탄마저 받아내는 가문 리무진의 차체가 찢겨져나가며 불을 뿜었다.

"아이에에에!" 리무진의 몸통박치기를 받은 노점의 상품 바구니가 박살나고, 붉고 노란 분말이 여기저기로 흩뿌려졌다. 

슈웅......그 분말 사이를 리무진이 빠져나가자, 이젠 리무진의 루프 위에서도 닌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쫓고 쫓기는 각각의 두 차량의 지붕 위에서, 두 닌자는 다시 한번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닌자 청력을 통해 혼잡함 속에서도 서로의 아이사츠를 알아들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도-모. 데시케이터입니다."

아이사츠를 마친 데시케이터의 주위가 짙은 회색으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예의 공격의 전조였다.

 

 

(((마스라다......!))) 나라쿠 닌자가 경고를 전해왔다. (((저것은 필시 하치 닌자 클챈이 사용하던 드론 짓수다. 으으음......하지만 주의하거라. 이 시대의 테크놀로지의 힘을 빌리고 있을뿐더러, 사츠가이의 힘이 섞여있을 터이니. 흡사 적을 말려죽이는 미나즈키(*1) 짓수를 떠올리게 하는구나!)))

 

 

대치하는 중에도 데시케이터는 터치식 홀로그래픽 키보드를 타이핑하며 주식 매매를 계속하고 있었다. "네놈의 목적을 들어두마. 닌자 슬레이어=상."

그는 드리프트하는 차체 위에서 시큰둥하게 물었다. "일기일회라는 소리도 있지. 적어도 내가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고 죽어줘. 왜 선즈 오브 케이어스에 속한 놈들을 노리는 거지?"

 

 

"사츠가이라는 자를 알고있나." 닌자 슬레이어는 이어서 물었다. "혹은, 브래스하트하는 닌자를" 

"애초부터 선즈 오브 케이어스는 사츠가이를 통해 이어진 커넥션이다. 딱 보면 알잖아. 시시한 질문인걸. 하지만......" 데시케이터는 눈썹을 찔끔 움직였다. "브래스하트의 이름까지 나올 줄이야. 잘도 조사했군."

 

 

"......알고 있나보군." 닌자 슬레이어는 목소리의 톤에서 정보를 읽어냈다. "네놈을 죽인다. 죽이기 전에 놈이 있는 곳을 불게 해주마."

"음훗후후! 내 경제활동과 무관계한 어새신이라니 이건 또 신선하군. 뇌에 좋은 자극이 되겠어......" 쿠두웅-! 계속되는 매매! 

"......정신사나운 녀석이군." 닌자 슬레이어가 중얼거렸다.

 

 

"당연하잖아. 겨우 뜻밖의 사태 하나 가지고 왜 내가 평소의 삶의 방식까지 바꿔야 하지?" 데시케이터는 그렇게 답하며, 또다른 주식을 매각했다.

"......동감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난 상관 안해. 그대로 죽을때까지 손장난이나 하고 있어라. 삼도 리버의 뱃사공도 광대가 위문공연을 온다고 들으면 환영하겠지." "지껄여주는군!"

 

 

쿠두웅-! 키보드 조작! 그 와중에도, 회색의 반짝임은 데시케이터의 주위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닌자 동체시력을 소유한 독자 제형은 알 수 있겠지. 그것은 미세한 소리를 내며 날개치는 강철 갑충들의 무리였다. 이 드론 짓수로 움직이는 아다나스사의 제품, 코가네 오토마타는, 그의 경제활동에 일말의 지장이 생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수리켄을 투척했다. 퓩! 퓩퓩! 아다나스 드론은 날아오는 수리켄의 표적이 되어 차례차례 불똥을 튀기며 추락해간다.

그러나 드론은 반격에 나서지 못한다. 데시케이터를 뒤따르는게 겨우였다. 현재 두 닌자 간의 위치관계는 닌자 슬레이어 쪽이 유리한 것이다!

 

 

데시케이터가 인내심이 끊어진 나머지 이쪽 차량으로 건너오려고 한다면, 닌자 슬레이어는 날카롭게 세운 대공 춉 찌르기를 심장에 먹여 일격에 끝장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적도 만만치 않은 닌자. 그는 묵묵히 홀로그래픽 그를 조작하며 결코 리스크가 있는 행동을 취하려 들지 않는다. 언젠가 제대로 된 공격기회가 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얏! 이얏! 이얏-!" 퓩! 퓩퓩! 아다나스 드론들이 작게 폭발한다. 그 때마다 다른 딱정벌레가 새로 날아와 대열을 유지한다.

닌자 슬레이어는 팔을 거칠게 휘둘러서 생겨난 불꽃의 궤적으로부터 새로운 수리켄을 생성했다. 이대로 상대의 드론을 완전히 소모시키는 것도 또다른 한 수일 것이다.

 

 

허나......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안일한 수단으로 타파할 수 있는 짓수라면, 데시케이터가 이 정도로 여유를 보일 리가 없다. 더 강한 공격을 내보내야 한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여러개의 수리켄을 동시에 투척! 

데시케이터는 브릿지로 회피! 그리고......KRAAAASH! "아윽-!" 차내에서 비명! 추돌당한 것이다!

 

 

"내 비서는 유능해." 데시케이터가 말했다. "그 성능은 흠잡을 데 없지. 즉..." 드르르륵! 분진을 토하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마냥 회사용 밴은 재가속했다.

조수석의 창문 밖으로 코토부키가 상체를 내밀고선 리무진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BLAMBLAMBLAM! 

데시케이터는 업신여기는 눈길로 그 모습을 지켜본다. "흥......그 쪽의 '비서'는 과연 어떨까?"

 

 

스스키는 리무진을 지그재그로 운전하며 총탄을 회피했다. 그 사이에 회사용 밴은 기어를 바꿔 넣어 다시 속도를 높여 거리를 벌렸다.

닌자 슬레이어는 수리켄을 연속투척! "이얏-! 이얏-! 이얏-!" 데시케이터는 얼굴 앞에 손을 내밀어, 자신에게 날아온 수리켄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 멈춘다!

 

 

그리고, 그 순간! BOOOM! 전면 유리가 없는 가문 리무진 안에서, 무언가가 연기를 뿜으며 날아왔다! 

오오....나무삼! 그것은 운전을 일단 방치한 스스키가 어깨로 지탱한 런쳐에서 발사된 로켓탄이다!

"크윽!" 닌자 슬레이어는 갈고리 로프를 투척해 이를 요격하려고 했다......하지만!

 

 

"이얏-!" 그의 오른쪽 어깨죽지에 꽂힌 것은 데시케이터가 정확히 겨냥하여 투척한 쿠나이 다트다! 변함없이 다른 한 손으로는 키보드를 조작!

닌자 슬레이어가 근육을 강철처럼 굳혀 피해는 경상으로 그쳤으나, 로프는 제 역할을......로켓탄을 휘감아 엇나간 곳으로 흘려보낸다는 목적을......달성하지 못했다! KABOOOM!

 

 

"끄악-!" "" 아윽-! "" 회사용 밴은 고꾸라지듯이 전도하면서 쳐날려져, 지면에 낙하했다! KRAAAASH!

"크윽-!" 닌자 슬레이어는 회전점프로 탈출하며 착지! 차량에서는 코토부키가 안키타를 감싸앉은 채로 기어나왔다! "괜찮아요......끄떡없습니다!" "아이에에에......!"

 

 

윙윙윙. 선회하는 아다나스 드론을 자신의 주위에 거느리며, 불꽃 사이의 아지랑이 속에서 데시케이터기 의연히 걸어나왔다.

"아이에에에!" 시민들이 각자의 집에서 뛰쳐나와 여기저기로 도망간다. "도망쳐라." 닌자 슬레이어가 코토부키에게 말했다. "그녀석을 데리고"

"......!" 코토부키는 안키타를 어깨로 부축하며 잽싸게 그 자리를 떴다.

 

 

"자아. 이걸로 귀찮은 트러블도 끝이다." 데시케이터는 사형선고를 내리듯이 말했다. 그의 곁에 서있는 것은 냉혹한 우키요.

"이 닌자는 내가 처리한다. 저쪽은 네가 대처해." "하이 요로콘데." 우키요는 수긍한 뒤, 곧바로 육상선수를 방불케 하는 스프린트 대쉬로 달려나갔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숙이고, 앞으로 기운 자세를 취했다. 데시케이터의 주위를 회색의 날벌레들이 지그재그로 날아다니고 있다.

그는 뉴런 속에서 무수한 가라테 시뮬레이션을 행했다.

 

 

일체의 선택지가 끊겼다. 지금 옆을 달려 지나가는 우키요를 가로막으면, 데시케이터의 가라테와 드론이 자신에게 명중할 것이다.

그것은 완전한 패배를 의미한다. 데시케이터의 드론이 닌자 슬레이어를 붙잡는 순간, 예의 미나즈키 짓수의 조건이 달성된다.

사지를 못 쓰게 되면 당연히 일방적으로 농락당한 뒤 그대로 죽게 되겠지.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견제하듯 날아온 몇 마리의 드론을 육안으로 쫓을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붙잡아 으스러뜨렸다. 우키요가......완전히 떠나갔다!

 

 

(((미나즈키 짓수는 손톱이나 이빨로 적의 피부에 상처를 내어, 아니면 손바닥을 직접 부딪쳐 가라테를 경유해 눈 깜짝할 새에 수분을 모조리 앗아간다. 명심하거라! 과거에 미나즈키의 달인으로 이름이 드높았던 카와키 닌자는 에도 시대의 전장에서 사무라이 전사 100명을 살짝 손을 대는 것만으로 가다랑어포를 방불케 하는 누더기 조각으로.......)))

 

 

닌자 슬레이어는 적을 노려보며 고찰했다.

 

 

손톱이나 이빨 대신 아다나스 드론을 불러들여, 아마도 날벌레의 턱이나 다리 등으로 피부를 찢어 거기에 원격적으로 짓수가 파고들게 하는 것이리라.

드론 짓수 쪽의 원리는 아직 이해가 가지 않지만, 거기까지 알 필요는 없다. 

"알 것 같아." 닌자 슬레이어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대로는......!

 

 

"좋아......좋아! 지금이다!" 쿠두웅-! 데시케이터는 주식을 매각! 그리고 아다나스 드론이 일제히 덮쳐들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회전 속에서 수리켄을 연달아 투척했다. 날벌레 몇 마리가 나가 떨어지며, 그대로 폭발했다.

거기에 더해 타오르는 머플러 천이 몇 마리를 쓸어내어 태워버렸다.

 

 

슈슝, 슈슝! 요격망을 뜷고 드론이 날아온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잔상이 뒤따르는 속도로 양손을 움직여, 벌레들을 잡아내어 니퍼처럼 힘을 가해 으스러뜨린다.

"이얏-! 이얏-!" 한편 데시케이터는 여유에 찬 얼굴이다. "거기다." 닌자 슬레이어의 발꿈치 부근! 위험하다!

 

 

땅 속에서 기어나온 벌레들이 닌자 슬레이어의 왼쪽 발목을 타고 종아리로 기어오른다. 나무삼! 왼다리가 미라화하여 그대로 주저앉는가!

"이얏-!" 닌자 슬레이어의 눈이 타올랐다. 검은 불꽃이 발밑에서 뿜어져 나와 제 살을 태우며 벌레들을 태워 없앴다!

"하하하하! 대단한 짓을 하는군! 자살행위가 따로없어!"

 

 

닌자 슬레이어는 옆으로 뛰어 바닥을 구르면서 다리의 불을 털어냈다. 그리고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데시케이터는 이미 발을 크게 내디뎌 다가와 있었다!

"이얏-!" "끄악-!" 앞차기! 닌자 슬레이어는 턱에 제대로 일격을 받고 뒤로 나자빠졌다. 거기에 덮쳐드는 날벌레들! 나무아미타불!

 

 

"아이에에에!" 시민들의 비명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닌자 슬레이어는 양팔을 교차하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소용없는 짓이다.

금속 갑충이 달라붙었다. 그는 자신의 양 어깨를 잡고 힘을 주었다. 벌레와 닿은 부분에서 검은 불길이 퍼져, 장속이 사악한 불꽃으로 뒤덮혔다.

불길은 자신의 몸과 함꼐 벌레들을 태워 없앴다. 데시케이터는 그저 그걸 구경하듯 지켜보고 있었다.

 

 

슈웅. 슝슝슈우웅. 새로운 아다나스 드론이 그의 품에서 나타나 대열을 이루듯이 동시에 날아간다. 

닌자 슬레이어는 무릎을 꿇었다, 숙였던 고개를 들며 아직도 수그라들지 않은 전투의지를 다시 날카롭게 세우며, 단지 눈 앞의 데시케이터를 노려보았다.

데시케이터는 주식을 매각했다. 날벌레떼의 제 2파가......덮쳐든다!

 

 

두근. 두근. 심장이 강하게 뛰며 시간감각은 진흙처럼 둔화되어 간다. 주마등 리콜 현상이다.

아다나스 드론이 날아온다. 나라쿠의 불로 다시 스스로를 불태울 것인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나라쿠조차 그 행동에는 의구심을 품는다. 승기없는 단순한 자해, 지리 푸어(서서히 불리)에 불과하다고.

 

 

무릎을 꿇은 닌자 슬레이어는 그대로 몸을 숙였다. "이얏-!" 전신의 긴장된 근육을 스프링처럼 해방시켜, 데시케이터를 향해 크라우칭 스타트를 끊었다.

날벌레들이 소용돌이치듯 비상하며, 닌자 슬레이어에게 휘몰아친다......닌자 아드레날린이 뉴런을 비정상적인 속도로 회전시켜, 그의 주관적 시간은 거의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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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01001DAMNDAMNSHIT.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뉴런이 단어를 허공에 띄우고, UNIX가 그걸 빨아들여. 거 참 재밌구만.

나는 비근한 현실의 물리육체를 내려다보고 있어. 본래 나는 커트 코베인을 닮0100011이걸로 몇번째 본 풍경인지.

 

 

"누님, 이거 뭔가 이상한데." 나는 중얼거렸어. 말은 문자가 되어 또 코토다마 공간의 0과 1의 폭포 속으로 흘러갔어.

뭔가 이상해. 애초에 우리 누님은 뉴런이 새까맣게 타서 죽어버린지 한참 됬는데. 나도 어쩔 수 없는 놈이야.

나는......나는 기업 어카운트를 앞에 두고 있다. 분명 아다나스 코퍼레이션의 것. 그래. 무엇 때문이었냐.

 

 

그거야 뻔하지, 녀석이다, 그 역귀같은 자식, IRC 통신으로 언제나 빌어먹을 반응밖에 돌려주지 않는.

녀석의 IP 주소는 기묘해, 통신기기를 쓰는게 아니라면 대체 뭐야? 그리고 지금 그 녀석은 아다나스 드론에 둘러쌓여서 죽기 일보직전이라고?

왜 그런게 보이는 걸까. 와-오우. 뭔가 머릿속이 팍 개였어. 블랙벨트를 빨았을 때처럼.

 

 

"그건 당신이 완전히 '날아갈 뻔'했기 때문이잖아." 누님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나는 혀를 차며 답했어.

"정말 효과가 있는지도 모를 약에 그런 값을 어떻게 내." "그게 지금 겪고 있는 고행의 진짜 원인이겠지."

"그래서 난 어쩔수 없이 협력을.....에-또, 아다나스에서" 사고가 또 한바퀴 빙 돌기 시작했어. 책상에 푹 엎드려.......커트......잠깐, 좀 멈춰봐.

 

 

"그 짓은 이제 그만해." "그럼, 깨어나는게 어때." "어떻게?" "나도 모르지." 흑발의 여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당신 문제일텐데."

"너, 누구야? 누님이 아니구만." "바바야가." 여자가 이름을 댔다. "하아, 그러셔. 바바야가. 저리 꺼져서 혼자 FUCK이나 해." 나는 이 면식도 없는 미친 여자를 쫓아내려 했어.

 

 

"어쩔 수 없는 놈이군." 여자는 내 뺨에 손을 얹고 강제로 시야를 돌리게 했어. 잘 보인다. 즉 나는 지금, 에테르의 바다에 녹아들고 있다는 거군.

황금입방체의 빛을 찌릿찌릿 느끼고 있어. 아아. 잘 보여. 뭄바이. 닌자 슬레이어가 지금 막 죽기 직전이다. 얌마. 그럼 안되지. 나는...... "끄악-!"

 

 

나는 나 자신의 비명을 듣고 있었어. 무의식이 낸 비명소리야. 잠꼬대같은 거지. 신체가 고통을 느낀 탓이야. 

봐라. 끔찍하지. UNIX 옆에 푹 엎드린 나한테 그 변태 연구원 자식과 코르벳 녀석이 들러붙어선, 몇 번인가 일으키는 걸 실패한 뒤, 앰플이 든 주사기를 푹하고......"무슨 짓거리야!?"

 

 

데시케이터, 그 빌어먹을 닌자 사장새끼 자리의 선반이 열려 뭔가 헤집어져 있는 흔적이 보여. 그거냐? 코르벳 그 녀석도 약의 신세를 졌다는 거야?

코르벳 자식, 야바레카베레 짓이나 해대기는. 어쨌든 그 자식들, 데시케이터가 상비하는 뉴로그라를, 그것도 알약이 아니라 주사로! 나한테! "끄악-!"

 

 

『고객님? 에두아르트 나랑호=상?』 아다나스사 자식이 묻는다. 나는 내 손바닥을 봤어. 선명한 전자신체를.

의식에 묘한 공백기간이 있는게 신경쓰이지만, 난 어쨌든 빨리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어. 

"문제가 발생했다, 아다나스=상. 보안 시큐리티 시스템의 오류라고. 알고는 있는건가!"

 

 

『죄송합니다. 제품 불량의 상세한 상황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어......귀사의 드론 드라이버가 IRC 시스템에 간섭하고 있어. 일단 동작을 멈추게 할 수 없을까?"

『중점. 귀하 또한 인식되게 되므로, 부디 층분한 안전을 확보한 뒤.......』 "당장 해! 나는 상객이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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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00101"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데시케이터를 향해 뛰쳐나갔다.

데시케이터는 허를 찔려 일단 키보드의 조작을 중지하고 닌자 슬레이어의 춉 찌르기를 흘려보낸 뒤 반격으로 어깨를 팔꿈치로 내리찍었다.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쓰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날벌레들이 덮쳐든다.

 

 

데시케이터는 코웃음을 쳤다. 그 불길한 불꽃을 다시 전신에 두른다 해도 무의미하다. 그때마다 몇 번이고 새로운 드론을 보내주면 될 뿐.

날벌레 떼는 닌자 소울에 반응하여 날아간다. 데시케이터는 거기에 미나즈치 짓수를 덧씌운다. 그걸로 끝......"끄악-!?" 

미세한 통증! "이럴수가!?" 자신에게도 날벌레가!

 

 

데시케이터는 짓수의 발동을 간신히 억눌러 자멸을 면했다. 하지만 그것은 닌자 슬레이어를 돕게 되는 일이기도 했다.......!

"이얏-!" "끄악-!?" 아래에서 쳐올려진 닌자 슬레이어의 주먹이 데시케이터의 턱을 후려갈겼다!

 

 

【#9(終)로 이어짐】

 

*1 미나즈키(みなづき;水無月) : 음력 6월을 가리키는 일본어. 유래와 관련된 추측 중에는 장마가 내리기 전 물기가 없어 바싹 땅이 마르는 시기를 '물이 없는 달'이라고 불렀다는 설 있다. 사족으로, 같은 발음의 尽き(=미나즈키)라고 쓰면 '전부 고갈되다'라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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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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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의 주먹이 데시케이터의 턱을 위로 후려갈긴다! 나는 몇겹이고 겹쳐져 있는 만화경같은 시야로 그걸 확실히 지켜봤어. 고마운줄 알라고, 내 덕분이니까.

하여튼, 그 끝내주는 어퍼컷을 맞고 뒤로 고꾸라지는 데시케이터......닌자 슬레이어는 공격을 멈추지 않아. 잇힛히-! 끝장을 내버려!

 

 

두 명의 닌자의 주위에선 예의 그 썩을 날벌레들, 애초에 내가 이런 대담하고 영웅적인 잠입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지경까지 몰아넣은 원흉, 아다나스사의 코가네 오토마타가 날뛰고 있어. 저 자식은 날벌레들이 자기를 인식하지 않도록 해놨던 거야. 하지만 그것도 내가 취소시켰어. 천재적인 해킹으로 말이지.

 

 

실제, 지금의 난 굉장하다고. 전자의 여신과 만나, 머리 위로는 킨카쿠 템플의 황금빛을 머금으며, 팔을 휘저으면 손가락 끝에서 0과 1의 금가루가 흩뿌려진다 이 말씀. 어쨌든 굉장해. 그렇게 되서 나는......아아......뉴런이 지나칠 정도로 가속되고 있어. IRC병의 혼수상태에서 갑자기 깨어난 반동이겠지. 시간감각이 진흙처럼 둔해져 가.

 

 

데시케이터를 쳐올린 닌자 슬레이어는 그대로 뛰어올라선, 이번엔 허공에서 한바퀴 뒤로 구르고 있어. 풍차가 따로없구만.

나는 나 자신이 새하얗게 타버리고 있는걸 느껴. 너무 지나쳤던 거야. 세계가 너무 많이 겹쳐져 있어. 닌자 슬레이어=상......저 녀석......여긴......건물 안인가?......전시준비......?

 

 

마루노우치……01001스고이10001카이0001 "핫하앗-!" 녹색 격자의 바다에 치는 파도 위를 왠 정신나간 서퍼자식이 지그재그로 타고 지나간다.

갑자시 내 감각은 차갑게 식고, 공포가 돌아왔어. 이제 층분해, 나한텐 무리야, 이런 사이케델릭한 꿈은 질색0100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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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케이터의 턱 밑에 어퍼컷을 날리고, 그 기세를 살려 도약한 닌자 슬레이어는 이번엔 허공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거꾸로 돌았다. 마치 그것은 검붉게 빛나는 풍차와도 같았다. 그는 그대로 2회전했다. 데시케이터는 전신의 가라테를 쥐어짜 가드를 때에 맞추려고 했으나, 늦었다. "이얏-!" "끄악-!"

 

 

고우랑가! 그것은 형태는 기묘했으나, 분명히 암흑 가라테 기술 중 하나인 서머솔트 킥에 다름없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밀어올리는 듯한 타격의 기세를 그대로 회전력으로 돌려, 공중회전 속에서 올려차기를 내지른 것이었다!

데시케이터는 비스듬히 위로 쳐날려졌다. 멘포에 금이 가고, 파편이 튄다!

 

 

"쿠훕......!" 데시케이터는 약 0.1초 간 기절해 있었다. 그리고 의식을 되찾자마자 공중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팔을 교차시켜 방어자세를 취했다.

"이얏-!" 수리켄이 날아온다! "치잇-!" 수갑에 깊게 꽂힌다! 위험하다! 게다가 이어지는 날벌레들의 추격!

그는 평소 즐겨왔던 이 갑충들의 피라니아를 방불케 하는 잔학성에 이젠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사츠가이로부터 주어진 것은 하치 닌자 클랜의 비기, 드론 짓수. 무기물 비행물체와의 초자연적인 연결상태를 만드는 이 짓수를 이용하여, 자동기계 벌레들을 매개로써 미나즈키 짓수를 발동. 벌레가 물고 늘어진 상대를 낙엽처럼 건조시켜 죽인다.

그것이 바로, 그가 경제활동과 병행하며 손 하나 건드리지 않고 적을 살해하는 히사츠 와자의 원리였다.

 

 

하지만! 무언가가 원인으로 코가네 오토마타들이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다. 하필이면 이런 때에 이러한 치명적인 취약성을 찔리다니!

치타남 애쉬테크사의 주식을 매각할 시기도 놓치고 말았다. 그는 이쿠사 배틀에 집중해야 했다. 이 무슨 굴욕, 이 무슨 손실인가!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 또한 날벌레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피하지는 못한다!

 

 

닌자 슬레이어는 들러붙는 금속 벌레들에게 아랑곳 않고 달려나간다. 무방비로 낙하하는 데시케이터를 쫓아서!

피물보라가 등 뒤로 튀며, 떨어진 물웅덩이를 증발시킨다. 그것은 마치 불이 붙어 연기를 뿜어대는 뭄바이의 화학폐기물을 연상케 한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도약했다!

 

 

공중의 적을 붙잡아, 정수리를 땅에 쳐박을지니! 요그야카르타에서 겪은 전투의 기억이 나라쿠의 무수한 전투기억과 링크되어, 앨라바마 떨구기의 자세가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 때 데시케이터는 이미 몸의 자유를 거의 완전히 되찾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앨라바마 떨구기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체공 근접 가라테에 들어갈 뿐!

 

 

"이얏-!" "이얏-!" 착지하기까지 수초간의 짧은 시간동안, 두 닌자는 원 인치 거리에서 미니멀한 목인권을 방불케 흐는 짧은 타격을 주고받는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데시케이터의 눈이 분노로 충혈! "천하고 실제 저렴한 쓰레기가! 네놈에게 나의 경제활동을 방해할 자격은 없다!" "난 상관 안한다고 했어. 단, 죽일 뿐이다."

 

 

"지껄이기는! 이얏-!" 서밍(눈 찌르기) 공격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재빨리 고개를 기울여 이를 회피!

"이얏-!" 내지른 손을 뒤로 빼며 반대편의 손이 눈을 도려내려 온다! 닌자 슬레이어는 브릿지 자세로 회피!

데시케이터의 손톱이 머플러 천을 스치자, 천은 순식간에 말라붙어 바스라진다! 위험하다!

 

 

"대강 이해했다." 브릿지 자세에서 뒷돌기로 일어난 닌자 슬레이어는 가볍게 거리를 벌리며 스텝을 밟았다.

"말려 죽이기 위해선 그 공격을 명중시킬 필요가 있나. 이 벌레들은 성가시다만, 지금 와선 모기나 다름없어."

"그럼 가라테로 붙으면 나에게 이긴다는 소리냐?......까불지 마라......!" 두 닌자는 동시에 몸을 숙였다.

 

 

마구 날뛰는 날벌레들이 그들의 장속에, 살곁에 달라붙는 와중, 두 닌자는 동시에 땅을 박차고 서로 맞부딪쳤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데시케이터의 가라테는 빈틈이 없고, 견고한 이론 위에 어 있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타격력을 자아낸다. 합리성과 가라테 과학의 융합......이익의 추구!

 

 

그 합리주의야말로 데시케이터의 행위를 밑에서 받치는 모든 것이였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불필요한 것을 떼어내고, 유린하여 이익을 얻는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것들은 가치가 없으니까. 헛된 것들이 배제된 정신성, 트레이닝, 단련. 그렇기에 닌자 슬래이어의 가라테는 밀리고 만다.

공격의 발단이 간파되어 내지른 팔이 빗나가고, 반격의 잽이 들어온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는 쓰러지지 않는다.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 교묘하게 섞여진 미나즈키의 타격에 무심코 당하지도 않았다. 줄다리기처럼 팽팽한 목숨을 건 이 접전에, 닌자 슬레이어는 전신전령을 걸고 매달려 있었다. '집착'이었다.

 

 

이 닌자를 죽인다. 사츠가이에게 다다르는 길을 열어젖히겠다. 복수를 이루고야 말겠다......! 아유미! 마루노우치 스고이타카이 빌딩!

그는 집착하였으며, 단단히 매달리고 있었다. 그의 가라테는 본능과 집착, 그리고 나라쿠기 부추기는 속삭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감정의 마그마에 삼켜지면 어떠한 말로가 기다리는가. 그는 어둠 속에서도 미세한 빛을 찾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파멸의 낭떠러지로부터 간신히 그를 건져낼 수 있는 갓은 다름아닌 그 자신의 의지다. 가라테의 기억이 스스로의 의지를 단단히 벼려서 이어주는 것이다.

이쿠사 배틀의 기억을, 흑등색의 닌자가 보였던 가라테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그는 필사적으로 거기에 매달려, 그 복잡한 오리가미를 풀어헤쳐 나간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

 

 

"구조요청은 보낼 수 있을까요?" 코토부키는 안키타를 부드럽게 옮겨 버려진 냉장고 옆에 기대게 한 뒤, 물었다.

안키타는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액정이 깨져 블랙아웃한 IRC 단말기를 꺼내 쓴웃음을 지으며, 쓰레기더미 속에 던져버렸다.

".....알겠습니다." 코토부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맞서 싸워 무찌르죠. 여기라면 다른 시민이 휘말릴 걱정도 없습니다."

 

 

그렇다. 그들은 시가지의 가장자리에서 조금 벗어난, 뭄바이의 소위 '쓰레기 산맥'이라 불리는 구역의 골짜기에 도달해 있었다.

코토부키는 돌아서서 맨손 쿵푸 가라테의 자세를 취했으나, 곧바로 생각을 바꿨는지 쓰레기더미에 꽂힌 쇠파이프를 힘껏 빼내어 머리 위로 휘두르며 봉-쿵푸를 취했다.

 

 

"저녀석은 뭐야.......? 역시 닌자?" "저건 분명 우키요입니다. 하지만, 저도 같아요." 코토부키는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녀의 시야 끝에는 이미 따라붙어온 스스키의 모습이 잡혀 있었다. "저는 강하답니다. 지켜 보일께요, 안키타=상. 지켜야 할 것이 있을때, 사람은 강해지니까.......!"

 

 

스스키는 달려왔다. 그리고 그 기세를 타고, 뛰어올랐다. BLAMBLAM! 스스키는 도약하면서 양 손을 앞으로 내밀고선 총격을 가했다.

"하이! 하이얏-!" 코토부키는 자신의 신장만한 길이의 쇠파이프를 휘둘러 치명타를 노리는 궤도의 탄환을 선택적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등 뒤에 착지한 스스키를 뒤돌아봄과 동시에 공격했다. "하이얏-!"

 

 

스스키는 앞으로 굴러 어렵지 않게 봉의 공격을 피했다. "아이에에에!" 안키타는 나자빠지며, 엎드려서 비명을 질렀다.

스스키는 구르기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발걸어 넘기기를 가했다. 코토부키는 가볍게 뛰어 그것을 피했다.

스스키는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코토부키의 명치에 주먹을 때려넣었다. "이얏-!" "아윽-!" 몸이 기역자로 굽는다! 이어서, BLAM!

 

 

"삐갓-!" 코토부키는 충격으로 날려져, 땅을 거칠게 굴렀다. 스스케는 카이샤쿠를 하기 위해 서슴지 않고 다가갔다.

코토부키는 떨면서 몸을 일으켰다. 스스키는 더이상 총탄을 발사해오지 않았다 "똑똑하시네요. 당신, 탄약이 다 떨어졌어요."

코토부키는 그렇게 말하며, 손상된 복부를 손으로 닦아낸 뒤, 엄지손가락을 햝고 오일을 뱉었다.

 

 

"우키요, 뭘 촐싹거리고 있나." 스스키가 물었다. "불쾌하군. 긴장감이 안 느껴져."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분 이야기를 하자면, 저도 꽤 화가 나 있어요."

 

 

코토부키는 맨손 쿵푸 가라테의 자세로 스텝을 밟았다. "『어떻게든, 되버린다요』!" "넌 이길 수 없다." "그렇지 않아!"

 

 

"이얏-!" 스스키가 덮친다! 무에타이의 유파가 들어간 채찍을 방불케 하는 가라테다. 강렬한 발차기가 연이어 코토부키를 덮쳤다.

코토부키는 방어하며, 틈을 노려 장타를 내질렀다. 스스키는 코토부키의 손을 쳐낸 뒤 목을 끌어안고 무릎차기를 내질렀다. "이얏-!" "아윽-!" 강렬한 일격!

"이대로 부숴주마." 집요한 무릎차기! "이얏-!" "아윽-!" "흐읍-!" 스스키는 코토부키의 목을 껴안은 팔에 힘을 집중하여 그녀의 전신을 흔들었다. 또다시 무릎차기가 닥쳐든다......!

 

 

푸슉, 스스키는 등에 찌르기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에 의아해했다. 안키타였다.

방금 전의 떨어진 쇠파이프를 집어, 뒤에서 창처럼 찌른 것이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살상력은 지극히 부족하다. 하지만 틈이 생겼다.

 

 

"하이얏-!" 코토부키는 억지로 몸을 깊이 숙이고 품으로 들어가, 스스키를 메어올리듯이 전신으로 들어 그대로 지면에 내던졌다. "아윽-!"

한순간의 교착! 엉덩방아를 찧듯이 내리쳐진 스스키의 후방으로 코토부키는 돌아서 들어가, 바로 뒤에서 그녀의 안면에 연속으로 쿵푸 펀치를 날린 것이다. "하이, 하이, 하이얏-!" "삐각-!"

 

 

스스키는 연속타격을 겨우 뿌리쳐 내고 구르면서 거리를 벌려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일어섰다.

안키타는 쇠파이프로 몸을 부축하며 우두커니 섰다. 코토부키는 공격의 징조를 감지한 뉴런의 경고에 따라, 그녀의 방패가 되려는 듯이 안키타의 앞에 섰다.

스스키의 무릎이 열리고, 소형 로켓탄이 사출되었다. KABOOOM!

 

 

◆◆◆◆◆◆◆◆◆◆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데시케이터는 닌자 슬레이어를 때리고, 또 후려갈겼다.

하지만 그는 연이어 상대를 공격하면서도, 어금니를 악물었다. 무의미하다, 치명타를 입히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 인식에 이른 순간, 돌연 그는 허무의 밑바닥에 도달한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죽이지 못한다면......반대로 닌자 슬레이어 쪽이 치명타를 날려 온다면......그것이 언젠가 자신에게 도달한다면?

결과적으로 여기까지의 가라테의 우세는 헛일이 되는가......? 데시케이터는 핏발선 눈을 부릅떴다. 그 눈에 닌자 슬레이어의 검붉은 안광이 반사되었다.

"이얏-!" 데시케이터는 주먹을 내지른다. "이얏-!"

 

 

"끄악-!" 밀려난 것은...데시케이터였다. 닌자 슬레이어는 데시케이터의 팔에 자신의 주먹을 붙이고, 그대로 미끄러지듯 내질러......마치 스핀하기 직전의 차량이 고속으로 가드레일에 차체를 문지르며 격하게 방향을 꺾듯이......안면에 주먹을 처박은 것이다. 더욱이 그는 주먹을 쥐었던 손을 뒤로 빼면서 데시케이터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이이이이......" 닌자 슬레이어는 그 왼손으로 데시케이터의 목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 순간의 폭발적인 닌자 악력은 무시무시할 정도였고, 데시케이터는 그 완급에 저항하지 못했다. 그는 팔을 올려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가 측면에서 휘두른 오른팔은 사라져 있었다, 이미 안면에 처박혀있었던 것이다.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붙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 놓지 않고서 다시 오른팔을 측면으로 휘두른다. "이얏-!" 다시 안면에!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데시케이터는 혼탁해지는 뉴런을 되돌리려 했다.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의 주먹이! "이얏-!" "끄악-"

 

 

"잠깐......" "이얏-!" "끄악-!" 후려갈겨진 충격으로 목이 160도 회전!

데시케이터는 목뼈를 삐꺽이면서 시선을 정면으로 다시 돌려 닌자 슬레이어를 매섭게 쏘아봤다. "어째서 네놈은 날......"

 

 

"말했을텐데." 닌자 슬레이어는 지고쿠 헬을 방불케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츠가이라는 자를 알고 있겠지"

붙잡힌 목덜미는 이젠 검붉은 화염으로 뒤덮혀 있었다. 뉴런이 하얗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사츠가이......!"

 

 

"브래스하트는 사츠가이를 불러내는 방법을 알고 있을 터다." 닌자 슬레이어는 말했다. "놈이 있는 곳을 말해."

"녀석은......하, 하핫" 데시케이터는 경련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놈에게......아무런 의리도 없어......좋아, 놈에 관해 알려주마. 어디 그 미친 목적을......이뤄 보라고" "말해라." "놈이 바로 산즈 오브 케이어스의 창시자다."

 

 

증오로 가속하고 있는 닌자 슬레이어의 뉴런은, 그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읽어냈다. 데시케이터는 크게 기침했다.

"브래스하트는 오로지 그 놈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선즈 오브 케이어스를 만들었다. 난 아무래도 좋아......놈의 야심따윈 과대망상에 불과해. 이용할 수 있는 커넥션일 뿐이지......"

 

 

"놈은 어째서 선즈 오브 케이어스를 만든 거냐" "사츠가이 접촉자들의 체험을 샘플로 삼아, 사츠가이의 출현 알고리즘을 해석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놈은......한 번 성공했으니까......" "......"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브래스하트는 어디에 있나." "......놈은......쿠라바사 인코퍼레이티드의 상급사원이다"

 

 

"쿠라바사 인코퍼레이티드" 닌자 슬레이어는 그 이름을 뉴런에 새겼다. 데시케이터는 축 늘어져, 앓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업 사병군대의 책임자......하, 하하하하. 신이라도 될 작정인가? 넌센스해......하찮다고......결국, 숫자야......이 세계는 숫자가 전부야. 숫자를 늘리는것 만이 가치있는 일이지. 그렇잖아...?"

 

 

"그렇다면 왜 두려워하는 거냐." 닌자 슬레이어는 말했다. 데시케이터는 눈을 부릅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원한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자들이 데시케이터의 발치에 몰려와 기어오르고 있었다.

"거짓말이야......! 아아아아아, 그만둬, 제발 그만둬 줘......"

 

 

데시케이터를 고문하는 이 검은 불꽃은, 이미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정보의 범위 밖에 있었다.

지금 그는, 그 스스로가 자신도 모르게 껴안고 있었던 것들에 휩쓸리려 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데시케이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숫자의 그늘에서, 침전물처럼 깊숙한 곳에서 쌓여가는 것들에 그가 흥미를 가졌던 일따윈 마지막까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닌자 슬레이어는 잠시 눈을 감고, 다시 떴다. 그 눈은 타오르고 있었다. "이얏-!" 수평으로 취한 춉으로, 데시케이터의 목을 베어냈다.

"사요나라!" 데시케이터는 폭발사산했다. 벌레들은 화톳불에 이끌려 제 몸을 불사르는 나방처럼 닌자 슬레이어의 장속에 달라붙은 후, 검게 타버리며 흩어져 갔다.

 

 

◆◆◆◆◆◆◆◆◆◆

 

 

안키타가 조심조심 눈을 뜨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코토부키의 작은 등이었다. 안키타는 숨을 삼켰다. 어떻게 살아있는거지.

"다치진 않으셨나요?" 코토부키는 살짝 뒤돌아보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튼튼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녀의 몸에선 증기가 피어오르고, 관절부에선 빠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불꽃이 튀고 있다.

"과연, 튼튼한 고철덩어리가 하나 남았군." 스스키가 말했다. 코토부키의 의복은 대부분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그 신체도 열손상이 심각했다.

 

 

"더 이상 전투속행은 불가능할 테지. 직접 끝장을 내겠다." 위이잉......로켓탄 발사의 충격 방지 기구를 해제하면서, 스스키는 천천히 일어섰다.

"같은 우키요와의 전투는 처음이었다. 여러가지로 배울 것이 많았지. 쓸모있는 죽음이었다고 생각해라." "죽지 않습니다. 반드시 쓰러트리겠어요."

코토부키는 말했다. "설령 지금은 이기지 못한다 해도......!"

 

 

"우습군." 그 말대로, 스스키는 입가를 비틀며 웃고 있었다.

그녀가 오른팔을 휘두르자, 손등에서 미세하게 진동하는 칼날이 튀어나왔다. 이걸로 카이샤쿠할 심산인 것이다. "이"이얏-!" "아윽-!"

호를 그리며 날아온 수리켄이, 치켜올린 스스키의 오른팔을 팔꿈치 위까지 도려내며 날려버렸다.

 

 

"이얏-!" 이어서, 검붉은 바람이 그 자리로 불어왔다. 스스키는 순식간에 위기를 감지하고 간신히 그 발차기를 회피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쓰레기 산의 꼭대기에서 반대편의 쓰레기 산로 뛰어 건너가, 그 꼭대기에서 스스키를 내려다보았다.

"......!" 스스키는 방전하고 있는 오른팔을 불쾌한 듯이 흘겨보고, 닌자 슬레이어를 올려다봤다.

 

 

"네녀석의 보스는 죽였다." 닌자 슬레이어는 단언했다. "너에게 용무따윈 없어." "......" 스스키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신호를 수신했다.

그리고 데시케이터의 바이탈 사인이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그녀는 닌자 슬레이어와 자신의 위치관계를 분석했다. 닌자 슬레이어 쪽이 압도적으로 우위였다, 또한, 더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했다.

 

 

"...... 그렇군." 스스키는 혀를 찼다. "놈은 유능했다. 하지만, 죽었나." "제길" 코토부키는 힘이 다하여 무릎을 꿇었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

"흥." 스스키는 코웃음을 치며 양팔을 벌려보였다. "왜 지금 그런 소릴 하나. 여하튼, 이 쪽에선 네놈들과 다시 만나고 싶지 않군. 사업에 방해된다."

 

 

"2초 주겠다." 닌자 슬레이어는 말했다. 스스키는 몸을 날리며 멀리 떠나갔다.

코토부키는 그대로 앞으로 나자빠지며 한바퀴 굴러, 그대로 큰 대자로 드러누웠다. 안키타가 그녀의 곁으로 달려왔다.

"코토부키=상. 당신......" "칠칠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제와서 무슨..." "그리고, 고멘나사이. 정말로."

 

 

"구해줬잖아, 그걸로 층분해. " "그게 아니에요" 코토부키는 노이즈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속였어요. 우정을 배반한 행위, 변명할 순 없습니다. 좀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가능성도......" "바보구나."

안키타는 고개를 저으면서, 눈물을 머금고 코토부키의 손을 잡았다.

 

 

지지직......코토부키의 성대가 고장난 라디오처럼 IRC 통신을 흘렸다. 『모시모시, 어느 쪽이든 응답해봐. 응답. 이쪽은 멋지게 해냈다고. 그쪽은!』

"예의 주임 분은, 무사, 하신 가요" 『무사해. 망할. 그 자식 주사를......아니, 이쪽 이야기야. 어쨌든 난 두번 다신 안할거다. 이번엔 이해가 일치했으니까......』

 

 

"이걸로 타키=상의 병도 낫게 되는 거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 타키는 끙끙대는 듯한 목소리가 되다 만 소리를 내었다.

주임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안키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켄타메다사의 차후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뉴로그라에 관해서는 대체제가 유통될 가능성이 생겨났다.

 

 

닌자 슬레이어는 쓰레기 산을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안키타는 조심스레 물었다. "사장, 죽었어?" "......" 닌자 슬레이어는 말없이 끄덕였다.

안키타는 뭐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죽은 에두아르트 나란호의 자산은 방어책이 갱신되지 못하는 채로 방치되어, 언젠가는 독수리처럼 모여든 어중이떠중이들의 손에 넘어가겠지.

 

 

"그 사장이......알았어." 밉살맞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지만,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바로 그 자리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웠다.

안키타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도 코토부키=상의 친구인 거구나......여러모로 크게 일을 벌여줬는걸, 정말로."

"스미마셍" 코토부키가 다시 사과했다. "이제 됐어, 됐대도." 안키타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쓰레기 산들의 골짜기로부터 건너편 도로에서는 사람을 가득 태운 택시 차량이 줄지어 서 있는게 보였다.

아직 해는 높이 떠있었지만, 하늘에선 달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깨진 별이었으며, 더 이상 인과응보라 중얼거리는 일은 없다.

"움직일 수 없어요." 달을 보면서 코토부키가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말없이 코토부키를 어깨에 메었다.

 

【위 아 슬럿츠, 칩 프로덕츠, 인 섬 닌자스 노트북】 끝

 

___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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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버개버

10화

4부 2021. 4. 2. 20:07

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injaslayer&no=752&search_head=40&page=8

 

번역) 닌자 슬레이어 4부 S1 제10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게다가, 너 말야, 그 근처는 소우카이야의 중점 테리토리라고!』『에-, 발차. 발차하겠습니다.』"스미마셍. 스미마셍.""짓수를 쓸 수 없나 보지?""

gall.dcinside.com

 

디시인사이드 'NJSK'님 번역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게다가, 너 말야, 그 근처는 소우카이야의 중점 테리토리라고!』

『에-, 발차. 발차하겠습니다.

"스미마셍. 스미마셍."

"짓수를 쓸 수 없나 보지?"

"네놈들! 날 봐라! 쓰레기들아!"

"브래스하트.......에소테리시즘.......데시케이터.......우리 중에서도 특히 가라테와 짓수에 능한 그 놈들은......사츠가이의 비밀을......분명......."

(((마스라다......쓸데없는 짓을!)))

"이이이이.......이이이야아아앗-!"

 

◆◆◆◆◆◆◆◆◆◆

 

 

「닌자 슬레이어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10

 

【소우카이 신디케이트】#1

 

 

눈을 떠도 여전히 어둠 속이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의아해하며 일어서려고 했고, 그것으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는 의자에 상반신이 묶인 채로 앉혀져 있었고, 양팔은 묶여서 등받이 뒤로 돌려져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얼굴 주변의 어둠이 버석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는 섬유질의 어둠 너머로 바깥쪽의 어스레한 어둠을 느꼈다. 아무래도 실내인 것 같았다.

 

 

금속제의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다. 등롱 라이트가 켜진 듯, 눈가리개 너머로 조명의 빛이 느껴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달싹였다. 방 안에 들어온 자의 기척을 가까이서 느낀다. 그 자는 닌자 슬레이어의 머리를 잡고.....씌워뒀던 마대자루를 벗겼다.

 

 

작은 방이였다. 콘크리트가 노출된 벽, 마루에는 딱딱한 다다미가 깔려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눈부심 때문에 신음했다. 입실자가 느닷없이 자신의 얼굴에 손전등을 비춰온 것이다.

 

 

"도-모. 안녕하신가. 닌자 슬레이어=상." 그 자의 목소리는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귀찮기 짝이 없는 상대......! "갈란드입니다."

 

 

기억이 역류했다. 그렇다. 닌자 슬레이어는 타마 리버에 빠졌고, 겨우 어느 놀잇배에 올라탄 뒤 그대로 탈진하여......

그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자가 바로......"할 일도 없나? 나는 너에게 아무런 용건도 없어."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갈란드는 몸을 숙이며 닌자 슬레이어를 응시했다. 그리고 말했다. "몇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팔에 힘을 줘서 구속을 벗어나려 했다. 미세한 힘의 긴장을 순식간에 알아챈 갈란드는 닌자 슬레이어의 안면에 무자비한 손등치기를 처박았다. "이얏-!" "끄악-!" "몇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베인 오브 소우카이 신디케이트" 갈란드는 나직이 말했다.

 

 

"......!" "이얏-!" "끄악-!" 두 방째의 주먹이 날아왔다. 벗어날 수 없었다. 몸 컨디션의 차이가 너무 벌어져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각혈하며 갈란드를 노려봤다. 그는 자신이 극도로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것일까? 그때로부터 24시간 이상이 지났나? 그것은 즉......

 

 

(알겠나. 명심하게. 이 짓수는 '카제의 눈속임', 저편의 세계로부터의 인식을 허상의 장소로 유도하는 힘이 있다네. 허나, 잘 버텨야 하루일 뿐. 그 때마다 짓수를 다시 걸어주겠네. 결코 멀리까지 나가선 안되네. 내가 반드시 마땅한 자를 데려올 터이니......)

프라하의 모험 마술사, 코르벳의 충고가 뉴런 속에서 다시 떠올랐다.

 

 

"지금은 며칠 몇시지?" "이얏-!" "끄악-!" "질문하는 건 네녀석이 아니라 이쪽이다." 갈란드가 차갑게 단언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길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었다. "스읍......" 이건 상당히 골치아픈 사태다. 하지만...... "후우......"

그는 뉴런을 가속시켰다......이 상황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시작해 보지." 갈란드가 심문의 첫머리를 꺼냈다.

닌자 슬레이어는 여전히 흉흉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으나, 우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타이밍에 공격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너는 10년 전의 닌자 슬레이어와는 별개의 닌자다." 갈란드는 단정했다. "방금 전의 반응으로 확신했다." "10년 전......"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린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눈 앞에 둔 이 닌자는 무엇인가? 그런 이야기가 된다. 네놈은 내가 알던 그 사내가 아니야."

갈란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동자에서 요동치는 복잡한 감정을 닌자 슬레이어는 감지했다.

"그럼 무죄방면해라." "처음부터 죄목같은 건 없어." 갈란드는 허무적으로 대답했다. "네녀석은 보스의 안중 밖이다."

 

 

무죄. 하지만 해방할 생각은 없다. 그런 소리다. 더 성질이 나빴다. 닌자 슬레이어는 초조한 신음을 억누르고 다시 깊게 호흡했다.

갈란드가 그의 턱을 들어올려 호흡을 방해했다. 그리고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과거에 아마쿠다리 섹트와 이쿠사 배틀 중 모습을 감췄다. 그 이후론 목격자는 없지. 네놈이 그 이름을 대기 전까지는 말이야."

 

 

"옛날 이야기가 취미냐? 전혀 모르는 이야기 뿐이다. 어디 계속 해 봐." 닌자 슬레이어는 대담하게 지시했다.

갈란드는 주먹을 휘두르려 했지만, 곧바로 멈췄다. "그 표정. 정말로 모르는 모양이군. 뭐 좋다." 네오 사이타마의 최근 10년간은 가문 3세대의 흥망의 역사와도 같은 파란만장한 시기이기도 했다. "카피캣이나 유쾌범의 부류도 아니라면, 네녀석은......"

 

 

"나는, 닌자 슬레이어다." 그는 딱 잘라서 답했다. 노려보는 눈동자에 검붉은 불꽃이 켜지며 강렬한 증오의 파동이 갈란드를 덮쳤다.

"......" 갈란드는 말없이 방을 나갔다. 무얼 하려고 나가는 거지? 닌자 슬레이어가 궁리할 틈도 없이, 곧 식스게이츠의 전사가 돌아왔다. 바이오 조릿대 잎으로 포개진 스시를 손에 들고서.

 

 

"......" "실례, 좀 앉으마." 갈란드는 닌자 슬레이어와 마주보는 방향에 파이프 의자를 두고 거기에 걸터앉았다.

닌자 슬레이어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잎을 펼치고 그 안의 연어 스시에 간장을 뿌렸다.

그리고 도중에 닌자 슬레이어의 시선을 깨달았다는 시늉을 하며 "왜 그러나?" 라고 물었다. "......" "식사 시간이 좀 지나서 말이야."

 

 

조릿대 잎의 은은한 향과 간장의 감칠맛을 풍기는 냄새가 의식하지 않아도 닌자 슬레이어의 비강을 자극한다.

원망해야 할 것은 닌자 후각의 예민함인가. 현재 극도의 소모상태에 처해있는 그는 자신의 위가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싫어도 인식할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러지. 먹고 싶은 건가?" "아니, 조금도."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지." 갈란드는 스시를 음미한다!

 

 

실내에 지진을 방불케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닌자 슬레이어가 단단히 어금니를 악무는 소리였다. 굴욕......분통!

나무아미타불......! 우연히도 그것은 유서깊은 에도 귀족들이 선호했던 고문 작법, 스시 토처링과 매우 유사한 방식의 고문이었다.

강철처럼 굳센 자는 5정 5욕(*1)을 파고들어 공격할 지어다. 5욕의 하나, 그것은 식욕이니!

 

 

"무얼, 그렇게 맛있는 스시도 아니다. 이 부근에서 조달해 온 거의 얼다시피 한 스시일 뿐이지. 그렇게 빠져들 것처럼 보지 않아도 된다만"

갈란드는 무덤덤하게 식사를 계속했다. 닌자 슬레이어의 시야가 흐려지고, 마스라다가 경험한 적 없는 기억이......줄지어 세워진 스톤헨지, 내리쬐는 햇빛, 하늘을 날아다니는 독수리들의 영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닌자가......주황색 장속의 거만한 닌자가 망막에 작게 새겨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이 뜻밖의 기억에 대한 곤혹감을 감추고, 갈란드에게 물었다. "날 어쩔 셈이냐."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영역에서 '닌자 슬레이어'가 어슬렁대며 활동하고 있다. 보스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는 중대한 사안이다. 간과할 수 없지. 정체를 밝혀라" "네가 과거의 닌자 슬레이어라는 놈에게 푹 빠져있다는 것만은 알겠군."

 

 

이 도발에 대한 답으로 주먹이 날아오지는 않았다. 갈란드는 스시를 먹는 걸 마친 뒤 다시 방에서 나갔다가 곧바로 돌아왔다.

물론 닌자 슬레이어 몫의 스시를 들고 온 것은 아니였다. 차다. 그는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정보를 다 캐낸 후엔 인격을 파괴해 무해한 목각인형으로 만들어 주마."

 

 

"느긋한 소리를 하는군." "난 네놈을 해체하고 싶다." 갈란드는 정색을 하며 끄덕였다. "네녀석이 닌자 슬레이어라 하는 이상은, 난 그것을 수행할 것이다."

갈란드는 마시고 남은 차를 전부 닌자 슬레이어의 머리 위로 부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고개를 숙인 채로,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웃고 있는 것이다. 갈란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우습지. 벌써 미친 건가?" "새옹 호스라는 걸 느끼고 있다." 닌자 슬레이어가 답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자이바츠 섀도우길드"

스톤헨지의 주마등을 겪은 뒤, 그 단어는 이상할만치 매끄럽게 그의 혀 위를 굴러다녔다.

 

 

ZANKZANK......갈란드의 바로 옆에서 공간의 일그러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뭐라고? 이것은......!" 갈란드는 경계를 취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말했다. "지금 알려주는 거다만......나는 자이바츠 섀도우길드에게 노려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이지."

데미 닌자가 하나, 둘, 세 명이 이 좁은 실내에 차례차례 나타났다! "이 상황,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판단이 안 됐거든. 그래서 웃은거야."

 

 

그렇다, 닌자 슬레이어는 방금 전부터 이 사태를 예상하고 있었다. 코르벳이 걸어준 '카제의 눈속임'은 명백히 유효기간을 초과해 버렸다.

늦든 빠르든, 자이바츠 섀도우길드가 닌자 슬레이어가 있는 곳을 탐지해내 첨병을 보낼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그의 새옹 호스는 그 앞에 있었다!

 

 

"이얏-!" "끄악-!" 갈란드는 데미 닌자 A를 팔꿈치 치기로 벽에 쳐박았다. "이얏-!" "" 끄악-! "" 돌아보면서 내지른 발차기로 B와 C를 함께 문쪽으로 처날렸다.

"이놈들은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보내져 온다."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날 해방시켜라. 너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어!"

 

 

"치이......" 갈란드는 혀를 차며 끈질기게 달라붙는 B와 C에게 쿠나이 윕을 휘둘렀다. "이얏-!"

칼날 투성이의 채찍은 두 명의 장속과 근섬유를 갈갈이 찢어 놔, 눈 깜짝할 새에 그들은 시체로 변했다!

"해방해라!" 닌자 슬레이어는 집요하게 반복해서 말했다. "그리고......너에게도 용무가 생겼다. 갈란드=상."

 

 

"이얏-!" "끄악-!" 복귀하려는 A에게 날아차기를 먹여 카이샤쿠를 마친 후 갈란드는 증오어린 시선을 그에게 향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목을 움직여 지시했다. 갈란드는 마지못해 닌자 슬레이어의 구속을 풀어줬다. "......나에게 용무라고?" "라오모토 치바가 있는 곳까지 날 안내해."

 

 

볼손하기 그지없는 요구! 하지만 가란드는 순간적으로 끓어오른 격앙을 억누르고 질문을 우선했다.

"어째서지?" "소우카이야의 오야붕은 아마도 내가 찾고 있는 인간을 관리하에 두고 있다, 그 자를 보내라고 직접 담판을 하겠어."

닌자 슬레이어는 그렇게 답한 뒤, "봐라, 다음 인파가 오는 것 같다만." 새로이 생겨난 시공의 일그러짐을 가리켰다.

 

 

【#2로 이어짐】

 

 

*1 5욕 5정의 이치(五情五欲の理) : 불교용어인 오욕칠정에서 분화된 사람의 오욕오정의 심리를 구슬려 이용하는 실제의 전승 인술 '대인술'의 또다른 이름, 칠정의 '미움','욕심','사랑'이 '두려움'으로 대체되었고 오욕의 '수면욕'이 '풍류(취미)'로 대체되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나에게 용무라고?" "라오모토 치바가 있는 곳까지 날 안내해." 불손하기 그지없는 요구! 하지만 가란드는 순간적으로 끓어오른 격앙을 억누르고 질문을 우선했다. "어째서지?" "소우카이야의 오야붕은 아마도 내가 찾고 있는 인간을 관리하에 두고 있다, 그 자를 보내라고 직접 담판을 하겠어." 닌자 슬레이어는 그렇게 답한 뒤, "봐라, 다음 인파가 오는 것 같다만." 새로이 생겨난 시공의 일그러짐을 가리켰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2

 

 

"설명이 부족하다......빌어먹을!" 갈란드는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조금 뒤로 물러나 몇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답했다.

"나도 구체적으로는 몰라. 우키하시와 비슷한 수단으로 전송되어 온다고 하더군. 바로 내 근처로." 한층 더 강조했다. "소우카이야의 세력권이라도 상관없이 말이야."

 

 

ZANKZANKZANK!출입구에서 출현한 데미 닌자 D의 목에 갈란드는 쿠나이 윕을 휘감아 "이얏-!" "아밧-!" 그대로 잡아당겨 절단했다.

흐릿한 윤곽의 목없는 시체를 차날리고 옆방으로 엔트리하여, 방 안쪽 문 앞에 출현한 데미 닌자 E에게 달려든다. 닌자 슬레이어가 이를 뒤따랐다.

 

 

"이얏-!" "끄악-!" 갈란드가 적에게 대처하는 와중, 후방의 닌자 슬레이어는 힘이 빠져 쓰러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스읍......후우......" 호흡을 할 때마다 그의 검붉은 장속에서 연기가 피었다. 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벽 쪽의 소형 냉장고를 열자 조릿대 잎의 스시 팩이 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잡아채 주저없이 내용물을 먹어치운다. 그의 몸속에서 기운이 솟구쳤다.

 

 

갈란드는 닌자 슬레이어를 흘낏 보곤 세게 혀를 찼다. 닌자 슬레이어는 역으로 그를 노려봤다. "차는 없나?" "이얏-!"

갈란드는 새로 출현한 데미 닌자를 창을 방불케 하는 사이드킥으로 살해한 뒤, 복도로 뛰쳐나왔다. 닌자 슬레이어는 스시를 섭취하면서 뒤따라 달렸다. 전신에 가라테가 스며들어간다!

 

 

"정말로 끝이란 게 없나? 출현간격은 어떻게 되지?" 계단을 오르면서 갈란드는 후방의 닌자 슬레이어에게 물었다.

"알까보냐......!" 닌자 슬레이어가 외치며 답했다. "지금까지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위장 처리를 했어. 그리고 네놈이 신나서 스시 고문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그 위장이 풀렸지. 그렇게 된거다." "치-잇......"

 

 

계단을 전부 올라가고, 철문을 발로 차 열어젖힌 뒤, 달려가며 뒷골목에서 빠져나오자 바이오 수양버들과 자욱이 낀 수증기가 눈에 들어왔다.

토우지 스트리트다. 닌자 슬레이어는 마지막 스시를 삼켰다. 갈란드가 발을 멈췄다. "......네놈을 죽이면 간단히 끝날 문제로 보인다만"

 

 

닌자 슬레이어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양팔을 크게 펼쳐보이며 말했다. "시험해 보지 그래? 어디 죽여 보라고."

분노가 그의 혀뿌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나의 힘도 온전히 돌아왔다. 널 죽이는 건 문제도 아니야. 만에하나, 네놈이 나를 이겼다고 해봤자.......네놈의 추적도, 웃기지도 않는 스시 고문도, 전부 헛수고가 될 뿐이다. 그렇게 되면 지고쿠 헬에서 비웃어주마. 자이바츠의 침범이 멈춘다는 보증도 없지."

 

 

살벌한 침묵이 찾아왔다. 시간은 적어도 한밤중. 토우지 스트리트는 아트모스피어가 좋은 납작돌이 깔린 넓은 거리로, 양 옆에는 바이오 수양버들과 원형의 얕은 온천이 간격마다 설치되어 있다. 온천에는 드문드문 입욕중인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네오 사이타마의 지하에는 온천맥이 있다. 채굴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취월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장소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다.

키나가시를 입고 타월을 머리에 두르며 풍류를 즐기는 어느 한 입욕시민은, 옆을 지나가는 두 닌자의 소용돌이치는 살기를 받아 그 자리에서 소리도 없이 실금하며 기절했다.

 

 

"......." 이윽고 갈란드는 채찍으로 돌맹이를 후려쳐 깎아내며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네녀석의 요구 따윌 들어줄거라 생각하는 거냐, 어리석은 놈." "반드시 들어주셔야겠어." "그 입방정을 후회하게 될거다." "네놈이 말이지."

 

 

타키에게서 들어오는 IRC 통신은 미리 거부하고 있다. 소우카이야와의 절박한 대치상황에서 어설프게 통신따윌 했다간 타키가 역추적당해 피자타키가 공격당할 지도 모른다. 지금 이 곳에선 스스로의 기지로 해쳐나가야만 했다.

그는 눈 앞의 식스게이츠에게 개처럼 쫓겨 도망치는 상황에 넌더리가 나 있었다. 마침 좋은 기회다, 이걸 계기로 타개책을 찾아내겠어.

 

 

"어서 데려가라. 네놈들의 본거지로" "이얏-!" "이얏-!" 치링! 불똥이 튀겼다. 자신을 향해 휘둘러진 쿠나이 윕을 닌자 슬레이어가 브레이서로 튕겨낸 것이다.

"기어오르지 마라." "......또다시 섀도우길드 놈들이 나타나는게 몇분 후일지, 몇초 후일지는 나도 모른다만."

 

 

"이유를 말해라. 왜 보스와 직접 만나려고 하지?" "본카이." 닌자 슬레이어는 코르벳이 여러번 입에 올렸던 이름을 언급했다.

"......본카이 토다라는 남자다. 그 자가 현재 소우카이야 전속의 타투이스트라는 것까진 알고 있어. 네놈들이 감금하고 있는 탓에 접촉하는게 어려운가 보던데." "본카이?" 갈란드의 눈썹이 찔끔 움직였다.

 

 

"역시 알고 있었군." "감금이라고? 제 맘대로 지껄여대지 마라." 갈란드는 본카이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닌자 슬레이어는 이어서 말했다.

"나와 아는 사이의 어떤 닌자의 짓수가 그 자의 타투를 통해 반영구적으로 자이바츠의 침범을 방지한다. 그런 이야기다."

ZANKZANK.....새로운 출현의 전조! "그런 이야기다." 그는 되풀이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네 명. 닌자 슬레이어의 주위에 데미 닌자들이 출현했다.

거기에 한명 더, 훨씬 강력한 존재감의 닌자가 명백히 다른 것보다 더 큰 일그러짐과 검은 번갯불을 동반하며 나타났다.

마치 세계 자체가 이 자가 출현하면서 걸린 부하에 비명을 지르든 듯 했다. 닌자 슬레이어와 갈란드는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서서 그들과 대치한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황토색의 장속을 입은 범상치않은 아트모스피어의 닌자였다.

이미 대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던 닌자 슬레이어와 갈란드는 그를 보곤 한층 더 경계를 높이며 가라테를 전신에 돌게 했다. 주변의 온천의 수면에 물결이 일었다.

"과연, 네가 그러한가." 닌자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리고 아이사츠했다. "도-모. 니드호그입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아이사츠에 화답한다. 갈란드는 두 닌자를 번갈아 본뒤, 마지막으로 아이사츠했다.

"도-모. 니드호그=상. 갈란드입니다......자이바츠 섀도우길드의 닌자인가." "호오" 니드호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크로스 카타나의 문양은, 소우카이 신디케이트. 이거 놀랍구먼!"

 

 

"니드호그=상. 우선 말해두겠다만 이 곳은 소우카이 신디케이트가 지배하는 구역이다." 갈란드가 차갑게 말했다. "네놈들은 이쪽의 규율을 따를 필요가 있다."

"끄하핫!" 니드호그는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법......! 마치 우라시마 닌자라도 된 기분이구나. 그리고......네놈이 닌자 슬레이어이렷다......!"

 

 

그리고 그는 즐거운 듯이 주위를 둘러봤다. "여긴 온천이었나! 오카야마 현이 떠오르는군!" "나에게 무슨 용건이냐. 말해라." 닌자 슬레이어가 물었다.

니드호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대답했다. "그렇지......주군은 널 산채로 잡아오라고 단단히 주의했다만......" 멘포 밑에서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났다. 그 극한까지 단련된 육체 안에서 폭발적인 가라테가 순환하고 있었다.

 

 

"부디 1합만에 죽어버리진 말아다오, 시시해지니까. 그쪽의 소우카이야 애송이도 말이야......" 그의 벋디딘 발치에서 빠드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데미 닌자들도 동시에 덤벼드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와 갈란드는 서로를 노려봤다. """ 이얏-! """ 전투자들이 일제히 땅을 박찼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니드호그의 바로 앞까지 뛰쳐나가 주먹을 내질렀다. "이얏-!" 니드호그는 이를 춉으로 막아낸다!

"이얏-!" 이번엔 크게 휘두르는 두 번째 공격이 니드호그의 신체를 도려내려 한다! "이얏-!" 니드호그는 뒷돌기로 회피! "이얏-!" 데미 닌자가 덤벼든다!

 

 

"이얏-! 이얏-!" 갈란드는 번개처럼 잽싸게 쿠나이 윕을 휘둘러 데미 닌자의 한쪽 다리를 휘감은 후, 바이오 버들의 나무줄기에 충돌시켜 살해하고 그 시체를 니드회그에게 내던졌다. "이얏-!" 니드호그는 데미 닌자의 시체를 차날리고, 등에 지고있던 기묘한 닌자 소드를 뽑아들었다.

 

 

"이얏-!" 갈란드의 쿠나이 윕이 그를 덮친다! 니드호그는 닌자 소드를 위로 휘둘러 이를 튕겨냈다. 그리고, 오오, 보라!

닌자 소드의 도신이 조각조각 분리되어, 마치 칼날의 채찍처럼 바람을 가르며, 다시 한번 덮쳐온 쿠나이 윕과 맞부딪치는 것이 아닌가! "이얏-!" "이얏-!"

 

 

고우랑가! 헤비 닌자 클랜 비전의 가변무기. '헤비 켄'이다!

치링! 채링! 고대의 무기와 자기폭풍 소멸 이후 제조된 무기, 대조적인 강철의 칼날이 맞부딪치는 그 광경은 마치 성난 코브라 두마리가 서로 물어뜯는 듯이 보인다!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차례차례 자신에게 몰려온 데미 닌자들을 쓰러트리고 니드호그에게 향한다!

 

 

몇번의 합을 걸치며 헤비 켄과 쿠나이 윕은 서로 뒤얽히며 천일수(*1) 같은 맞버팀 상태를 자아냈다.

"크윽-!" 갈란드는 핏발선 눈을 부릅떴다. 질질 끌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니드호그는 웃는다! 하지만 그곳에 닌자 슬레이어가! "이얏-!"

 

 

자신에게 덤벼든 닌자 슬레이어에게 니드호그는 통나무처럼 무거운 발차기로 답했다. 그것은 닌자 슬레이어가 상정한 것 이상의 속도였다.

"끄악-!" 튕겨져 나간 닌자 슬레이어는 공중제비를 돌며 온천의 수면 위로 추락한다! SPLAAASH! 뜨거운 온천물보다 더 뜨거운 그의 신체는 순식간에 수증기에 감싸인다!

 

"이리 오너라!" 니드헤그가 헤비 켄을 끌어당긴다! "끄악-!" 순식간에 끌려온 가란드는 간신히 무기를 손에서 놓고, 몸을 웅크리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거기에 니드호그의 다른쪽 주먹이 충돌! "크윽-!" 펄쩍 뛰어 떨어지며, 이어지는 백플립으로 거리를 돌려놓는다. 닌자 슬레이어가 온천으로부터 기어올라왔다!

 

 

"스읍......후우......!" 전투 중의 두 닌자를 향해 다가가면서, 닌자 슬레이어는 스스로의 심장 박동을 더 빠르게 재촉시켜 검붉은 불꽃을 몸속으로 순환시키려 하고 있었다. 디지프라그에서 상대한 자들도 실력자였으나, 이 니드호그는 명백히 그 이상이다. (((모르는 상대는 아니구나! 그래, 좋다!))) 나라쿠가 비웃는다!

 

 

의식이 날아가고, 어둠 속에서 그 날의 광경이......급속하게 차가워져 가는 아유미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그것도 저항할 수 없을만치 빠르게!

마스라다의 마음의 준비가 무색하게도, 그는 노도처럼 되풀이하여 떠오르는 기억의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사츠가이!) 닌자 슬레이어의 양팔 브레이서가 흑염에 감싸였다. 그는 눈 깜짝할 새에 니드회그의 눈 앞까지 접근했다.

니드호그의 미소가 갈망의 표정으로 변했다. 그는 헤비 켄을 버리고, 가라테를 다시 취했다. 이미 두 닌자 사이의 거리는 원 인치, 헤비 켄이 불리한 거리였다.

 

 

"이얏-!" "이얏-!" KRAASH! 주먹과 주먹이 충돌! "이얏-!" "이얏-!" KRAAASH! 주먹과 주먹이 충돌!

부딪칠 때마다 검붉은 불꽃이 튀었고, 그 열과 고통에 니드호그는 울부짖었다. "AAAARGH!"

 

 

(사츠가이......사츠가이!) 마스라다는 영겁의 기억속에서 불타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끄끄끄끄하하하하하하!))) 나라쿠는 홍소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사악한 가라테로 니드호그와 맞부딪쳤다. 등에서 불이 뿜어져나와, 장속이 너덜너덜하게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나라쿠는 한없이 웃어댔다. (((하하하하하하!)))

 

 

극한의 원 인치 가라테 속에서, 마스라다는 수천년 어린 증오의 말스트룀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그 말'을 뉴런 속에 다시 상기시키려 하는 노력도 소용이 없었다. 나라쿠의 증오와 고양에 저항하는 일은 니드호그가 맞버팀을 깨고 닌자 슬레이어를 웃도는 것을 재촉할 뿐이었다! "끄끄끄끄하하하하하!"

 

 

"이얏-!" "끄악-!" 니드호그의 주먹이 닌자 슬레이어의 멘포를 깨뜨렸다. 깨진 멘포는 사위스러운 요괴의 이빨처럼 재형성된다!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가 반격했다! 헛발을 디디는 니드호그의 축발을 발로 차 꺾는다!

"이얏-!" "끄악-!" 올라타서 가슴을 짓누르며, 힘껏 내리친다! "끄악-!"

 

 

"AAARGH!" 나라쿠가 울부짖으며 화염의 갈고리 손톱을 치켜들었다. 니드호그의 눈에 요사한 빛이 감돈다!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의식 밖에서 가해진 힘에 의해 목을 뒤로 당겨졌다. 갈란드의 쿠나이 윕이였다.

그의 닌자 제6감은 니드호그의 눈에서 쏘아질 이빌아이 짓수의 전조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ZAAP! 섬광이 밤하늘을 갈랐다. 위를 보며 누워있는 니드호그에게서 방출된 치명적인 사안 광선이다.

목에 감긴 쿠나이 윕을 괴로워하면서 닌자 슬레이어는 땅을 구르고, 타오르는 몸으로 일어나려 했다.

(나라쿠!) 마스라다는 혼을 쥐어짜서, 나라쿠와 동조해 그를 뉴런 밑바닥으로 다시 끌어내렸다! (((닥쳐라!)))

 

 

"하-앗........!" 니드호그는 벌떡 일어나 곧바로 다시 덮쳐들었다. 갈란드가 쿠나이 윕을 연속으로 휘둘러 요격했다. 견제타였다.

니드호그는 짐승같은 몸놀림으로 옆돌기를 반복한다. 닌자 슬레이어는 길에 깔린 돌맹이를 깎아낼듯이 강하게 쥐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스스로의 말에 매달리듯이 중얼거렸다. ".......나 자신.......나 자신이다......!"

 

 

"이얏-!" "이얏-!" 강렬한 쿠나이 윕의 일격을 니드호그는 뒷돌기로 회피했다. "그 쯤 해둬라.......!" 갈란드가 노려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해두지. 이 곳은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구역이다." 상공으로부터 오니 기와 헬리콥터의 로터 회전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미 데미 닌자들 전원이 시체! 그리고 새로 증원이 올 기색도 없었다. 갈란드는 니드호그가 출현했을 때 발생한 일그러짐의 양상을 토대로 추론을 세웠다.

불확실한 존재인 데미 닌자와 니드호그같은 막강한 가라테의 소유주 간에는, 전송하는데 걸리는 부하의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상공의 헬기가 탐조등을 비췄다.

 

 

니드호그는 얼굴 위를 손으로 가리며 탐조등에 쬐이는 것을 견뎠다. 오니 기와의 입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짚라인이 내려왔다.

이를 타고서 클론 야쿠자들이 차례차례로 지상으로 투하되기 시작했다. "까고자빠졌넴마-!" "죽는닷샤-!" 소우카이야의 증원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명! 닌자의 그림자가 몸을 내밀고 갈란드를 내려다봤다.

 

 

"......." 갈란드는 그녀를 찡그린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그녀 또한 갈란드와 마찬가치로 소우카이 식스게이츠 중 한명. 배니티라는 이름의 닌자이다.

갈란드, 닌자 슬레이어, 니드호그 순으로 시선을 돌린 뒤, 그녀도 지상으로 몸을 날렸다.

 

 

【#3으로 이어짐】

 

 

*1 천일수 : 쇼기 용어로 같은 국면이 이어져 천일이 지나도 결판이 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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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란드는 그녀를 찡그린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그녀 또한 갈란드와 마찬가치로 소우카이 식스게이츠 중 한명. 배니티라는 이름의 닌자이다. 갈란드, 닌자 슬레이어, 니드호그 순으로 시선을 돌린 뒤, 그녀도 지상으로 몸을 날렸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3

 

 

"도-모." 유려한 회전착지에서 이어지는 깔끔한 머리 숙이기. 가슴을 젖히며 니드호그에게 아이사츠한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식스게이츠. 배니티입니다." "도-모. 배니티=상." 니드호그는 아이사츠에 응했다. "니드호그입니다. 자이바츠 섀도우길드."

 

 

"닷샤!" "닷샤!" 클론야쿠자들은 후퇴하는 니드호그의 퇴로를 막으려고 포위전개해 나갔다.

전투지역을 지나가는 시민을 향해 "구경거리가아냣샤-!" 라고 위협하며 쫓아내는 자들도 있었다.

 

 

"뭐냐, 요란스럽게. 추가로 온 닌자는 너 하나 뿐인게냐?" "......." 배니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동료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거야? 갈란드=상." 갈란드는 콧방귀를 뀌었다. "보다시피, 닌자 슬레이어다. 자이바츠가 이 녀석을 표적으로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자이바츠의 니드호그. 웃어 넘길수도 없겠네." 그녀는 황토색 장속의 닌자에게서 흘러넘치는 충만한 가라테를 감지했다.

"날 알고 있느냐. 마침 잘 됐구나." "이름 정도라면." 배니티는 투박한 가라테를 취했다. "나머진 교과서로 배운 수준이야."

 

 

"거듭 반복하건데, 이 곳은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지배영역이다. 닌자 슬레이어의 신병은 현재 우리의 관리하에 있다."

갈란드가 니드호그에게 단언했다. "무법에는 가라테로 대처할 뿐."

 

 

니드호그는 오니를 방불케 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좋다! 이얏-!" "이얏-!" 배니티에 그에게 맞섰다!

강렬한 니드호그의 돌려차기를 왼팔로 받아내어, 1미터 뒤로 밀려났다. 그녀를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건들건들 흔들었다.

"이얏-!" 후려갈긴다! KRAAASH!

 

 

"으으음! 이건!" 니드호그는 뜻밖의 가공할 충격을 받고 옆으로 쳐날려져, 바이오 수양버들을 박차며 낙법을 취했다.

발로 차여 꺾인 수양버들의 줄기가 온천의 수면에 낙하했다. SPLAASH!

 

 

"이얏-!" 거기에 지체 없이 갈란드가 쿠나이 윕으로 덮쳐들었다.

니드호그는 연속 옆돌기로 집요한 공격을 피해내고,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헤비 켄을 차올려서 잡아냈다. "그럼, 어디......!"

 

 

"까고자빠졌넴마-!" "죽는닷샤-!" 클론 야쿠자 부대가 전자 야쿠자 도스 대거를 들고 풋볼 선수처럼 달려들었다.

"이이이야아앗-!" 니드호그는 헤비 켄을 한번 휘둘러 그들을 일제히 살해한다!

"이얏-!" 이 때, 배니티가 도약하여 움직임이 멈춘 니드호그에게 머리 위로부터 닥쳐든다!

 

 

"스읍......후우......." 한편 닌자 슬레이어는 눈 앞의 이쿠사 배틀을 응시하면서 오로지 더욱 깊이 호흡하며 몸 안을 순환하는 흑염의 컨트롤을 되찾으려고 애썼다. 일그러진 멘포가 불만스러운 듯한 삐걱임 소리를 내며 다시 원래 형상을 되찾아간다.

배니티는 가란드와 필적하는 가라테 강자. 2대 1이라면 니드호그라도 힘이 부치는가.

 

 

"이얏-!" "끄악-!" 니드호그는 배니티의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옆구리를 찼다.

그리고 이어서 소용돌이치는 회전 헤비 켄 공격! 클론 야쿠자들을 한꺼번에 쓸어넘긴다!

 

 

"이얏-!" 갈란드는 날려진 클론 야쿠자의 시체를 징검다리처럼 뛰어 건너면서 비스듬히 위에서 채찍을 휘둘렀다. 니드호그는 크게 뛰어오르며 거리를 벌렸다.

 

 

닌자 슬레이어의 사고는 호흡에 따라 점차 맑아졌고, 예민해진 의식은 시간의 흐름을 진흙처럼 둔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가령 이 상황을 틈타서 도망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 선택지는 없었다. 그래서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빙빙 돌 뿐이다.

사츠가이에게 다다르는 길도 멀어지겠지. 그는 라오모토 치바와 직접 담판을 해야 했다.

 

 

쓰러져있던 배니티가 벌떡 일어났고, 갈란드는 니드호그와 공격을 치고 받는 사이에 착지했다.

니드호그는 두 명의 식스게이츠에게 가라테 경계의 대부분을 할당했다. 그 순간, 암벽의 균열과도 같이, 미세한......하지만 확고한 기습의 기회가 나타났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굽힌 신체의 에너지를 해방하며 크라우칭 스타트로 돌진했다. 눈 깜짝할 사이, 그는 니드호그에게 도달했다.

"이얏-!" 반사적으로 휘둘러진 헤비 켄의 그의 어깨를 찢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더욱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이얏-!" 이어서 날아오는 원 인치 기요틴 춉을 피해내면서, 닌자 슬레이어는 등을 보이며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 자세에서 강렬한 상단 돌려차기를 내질렀다. 나무삼.......기이하게도 그것은 공방일체의 회전 발차기, 메이아 루아 지 꼼빠수와 흡사한 가라테 기술이었다.

니드호그의 측두부에 발꿈치가 명중했다. "끄악-!" 니드호그는 돌길 위에 내동댕이쳐지며, 깨진 파편들을 흩날렸다.

 

 

추격해오는 갈란드를 헤비 켄으로 견제하며, 니드호그는 또다시 일어났다.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니드호그의 등이나 어깨등에서 증기처럼 피어오르는 0과 1의 노이즈. 그가 허공에서 막 출현했을 때의 모습과 유사했다.

 

 

"핫하하하! 유감천만이로다." 니드호그는 비틀거리면서 헤비 켄을 휘두르며 후퇴했다. "영 상태가 나쁘구먼.......! 일단은 물러나마." 그는 몸을 날렸다.

"까고자빠졌넴마-!" "이얏-!" "끄악-!" 퇴로를 가로막는 클론야쿠자를 베어넘긴다. "추격하겠어." 배니티가 이를 뒤쫓아서 달려나갔다.

 

 

"그 녀석에 관해선 맡길게. 갈란드=상." 달리면서, 배니티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건 빚진거야. 나중에 추가적인 설명을 보내줘."

"알았다." 갈란드는 무기를 거두고, 닌자 슬레이어를 돌아봤다. "네놈.......칫!" 갈란드는 혀를 찼다. "내 심기를 이 정도까지 건드리는 녀석은 없었다."

 

 

끼기기기.......클론 야쿠자의 시체를 치면서 야쿠자 리무진이 달려들어 왔다. 크로스 카타나의 엠블렘이 붙어 있었다.

문이 열리고, 운전 야쿠자가 갈란드를 불렀다. "센세이!" "타라." 갈란드는 닌자 슬레이어의 어깨를 밉살스러운 듯이 찔렀다.

닌자 슬레이어는 노려보는 눈으로 받아치며 올라탔다.

 

 

발진한 야쿠자 리무진은 큰길로 빠져나온 이후엔 차분한 주행을 유지했다. 대쉬보드에 매달린 한냐 가면이 흔들린다.

차내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만약 무고한 시민이 여기에 같이 타고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실금과 동시에 기절하게 되었을 것이다.

앉은 상태에서도 두 명의 닌자는, 마음 속으로 서로를 상대로 한 이미지너리 가라테를 끝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4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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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줄거리 : 소우카이 식스게이츠의 갈란드에게 감금당해 있던 닌자 슬레이어는 오히간으로부터 차원전송으로 연이어 첨병을 보내오는 자이바츠 섀도우 길드의 습격을 역으로 이용해 위험한 교섭에 나섰다. 끊임없이 출현하는 자이바츠 첨병들의 영역침범을 멈추고 싶다면 자신을 라오모토 치바와의 협상의 자리에 올리라고 선언한 것이다.)

 

(당연히 이를 거절하려고 하는 갈란드였으나, 실제 자이바츠로부터 터무니없이 강력한 닌자인 니드호그마저 나타나는 지경에 이르자, 닌자 슬레이어의 허황스럽던 요구가 현실미를 띄게 되고 말았다. 자이바츠의 차원전이를 막으려면 소우카이야 전속의 달인급 타투이스트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또다른 식스게이츠 닌자 배니티가 원군으로써 나타나 준 것으로 니드호그는 퇴각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갈란드와 함께 소우카이야의 크로스 카타나 문장을 내걸은 야쿠자 리무진에 올라탔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과연......)

 

 

【소우카이 신디케이트】#4

 

 

그날 밤, 정원에서 올려다보는 네오 사이타마의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깨진 달은 블러드오렌지의 과육을 연상케하는 불길한 적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미지근한 바람은 태풍이라도 지나간 것처럼 오존의 냄새를 머금고 있었다.

기와 지붕을 받치는 옻칠된 담벽엔 간격마다 감시 카메라와 고사포가 설치되어 있으며,「엄금」「안돼」등의 경고가 극태 명조체로 써진 간판이 걸려져 있었다

 

 

담벽 안, 넓다란 산스이 정원(*1)에는 보라색의 이쿠사 워 플래그가 무수히 배치되어 있었다.

어느 깃발이든 크로스 카타나 문양이 금실로 자수되어 있으며, '소우카이야'의 위압적인 5문자가 가타카나로 써져 있었다.

그리고, 보라. 산스이의 한 구석, 길고 가느다란 잔디와 돌로 둘러쌓인 퍼트 골프 에리어에서 퍼터 클럽을 쥐고 서있는 저 남자를.

 

 

어두운 보라색의 슬랙스 바지에 베스트 조끼 차림,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린 은발의 청년......평범한 카치구미의 도련님은 아니다.

그 카타나처럼 날카로운 눈매, 또는, 타타미 몇장 분 떨어진 지점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골프공이 들어있는 자기를 받드는 우람한 체격의 흉터투성이 닌자의 충실한 태도를 보면 그 기백을 어림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오야붕." 흉터투성이의 닌자가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젊은 오야붕은 퍼터 클럽을 휘둘렀다.

슈우우 하는 소리를 동반하며 흰 공은 모형 언덕을 넘어갔고, 이내 지면에 비스듬히 떨어져 그대로 홀 안으로 떼구르르 굴러갔다.

닌자는 재빨리 마지막 공을 받침대에 두었다. 슈우우, 떼구르르. 완전히 동일한 궤적을 그리며 홀인.

 

 

"변함없이 탁월하십니다." 닌자는 아무렇게나 건네진 퍼터를 보검이라도 되는 양 받들고는 잽싸게 골프 케이스에 넣어서 들어올렸다.

"슬슬 가 볼까요." "그래." 오야붕의 머리칼을 바람이 쓸고 지나갔다. 이미 저택에선 초대받은 부하들이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정해진 일과인 레크리에이션 활동의 퍼터 골프를 거르는 일은 없다. 젊음과 노련함, 용맹함과 냉정함이 공존하는 이 사내야말로 라오모토 치바. 소우카이야의 젊은 제왕이었다.

 

 

"몸 상하십니다." 닌자는 자켓을 내민다. 그의 이름은 네버모어. 라오모토는 딱히 거부하지 않고 이를 건네받아 어깨에 걸친 후, 정원을 지나 툇마루에서 저택으로 올라왔다.

툇마루에서 대기중이던 클론 야쿠자들이 재빨리 도게자하며 장지문을 열었다. 다다미가 깔린 방 안에선 오이란이 샤미센을 연주하고 있다.

 

 

치바는 이에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가 안쪽 문을 열고서 복도로 나아갔다. 여러명이 말을 주고받는 소리가 가까워져 간다. 치바는 어느 한 방의 문 앞에서 멈춰섰다.

문이 열렸다. 장방형의 큰방. 방속에 앉아있던 자들은 곧장 무릎을 꿇고 시선을 올려 치바를......보스를 바라봤다.

"도-모" "도-모" "도-모" "하던대로 해라. 오늘은 부레이코우(*2)다" 그는 상석에 앉았다.

 

 

방에는 에도 전쟁의 기사 갑주가 장식으로 걸려 있었고 '순례'라 쓰여진 서예 또한 걸려있었다. 우아하다기 보다는 사납고 호전적인 아트모스피어다.

장어가 든 찬합을 앞에 두고 앉아있는 남녀 4명. 그리고 그들에게 술을 따르는 매혹적인 여성, 총 5명이 전원 닌자였다. 방석은 치바의 것을 제외하면 총 6석. 두 개가 비어 있었다.

 

 

"건배" 치바가 말했다. 네버모어는 비스듬히 뒤에서 굳게 서있다. 전원의 잔에 술을 따른 여닌자는 구석에서 거문고를 타기 시작했다.

이 곳은 라오모토 치바의 사유 저택 중 하나였으며, 반년애 한번 열리는 '노우카이'(*3)의 장이기도 했다.

즉, 소우카이야의 제왕인 치바가 식스 게이츠 6인의 노고를 직접 치하하는 중요한 자리인 것이다.

 

 

"나머지 두명은 또 어디서 놀고 있는거냐?" 주군의 면전임을 꺼리지 않으며 불평한 자는, 야쿠자 수트를 입고 모든 손가락에 크롬제의 반지를 끼우고 있는 닌자. 할로포인트였다."서로 눈이라도 맞은건 아닐테지?"

"배니티는 몰라도, 특히 모범생이던 갈란드가 늦다니 드문 일이네......"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첨언하는 여닌자의 이름은, 카바레트.

 

 

코웃음을 치며 잔을 기울이는 닌자는 에도 스타일의 촌마게를 하고 있으며, 카나가시를 입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의 턱 아래의 신체였으니 명백하게 전신이 사이버네틱스로 교체되어 있었다.

 

 

"너 말이다, 그 몸으로 취하긴 하는 건가? 시가커터=상. 신경쓰여서 못 견디겠군." 울퉁불퉁한 거체의 닌자가 소곤거렸다.

닌자 장속은 검은 유도 웨어였으며, 그 소맷부리엔 피얼룩이 흉흉하게 번져 불길한 화염의 패턴을 그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데드플레어다.

 

 

"연락은 이미 받았다." 네버모어가 설명을 개시했다. "갈란드는 곧 도착할 것이고, 배니티는 좀 더 늦을 거라고 한다. 급한 문제에 대응하는 와중이라 하더군."

"들었지? 갈란드는 역시 모범생이야. 빈틈없는 남자라니까" 카바레트는 웃으면서 담뱃대에 재를 털었다.

치바는 왁자지껄한 수하들의 모습에도 눈썹 한번 찡그리지 않고 술잔을 기울일 뿐이다. 부레이코우의 자리인 것이다.

 

 

"문제라는건 무엇입니까. 오야붕" 할로포인트가 물었다. 흉악한 야쿠자 전사 닌자가 젊은 비닌자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모습은 실로 이질적이다.

치바는 차갑게 웃었다. "기뻐해라, 너희들. 여흥이 하나 늘었다." "여흥? 그건 또 무엇입죠?" "입 다물고 기다려 봐라." "......제 말하면 온다더니" 시가커터는 귀를 기울이며 나직이 말했다.

 

 

문이 작게 열리고, 밖의 클론 야쿠자가 "갈란드=상입니다." 라고 도착을 알렸다. 치바는 "들어와라."고 짧게 답했다.

타-앙. 장지문이 기세좋게 열리고, 갈란드가 엔트리했다. 방 안의 식스게이츠들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의아해했다. 갈란드는 수갑이 채워진 검붉은 장속의 낮설은 닌자를 데리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야붕. 늦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 자가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갈란드는 그렇기 말하며 닌자 슬레이어를 앞으로 들이밀었다.

"음핫하하하하하하!" 치바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채앵! 쥘부채를 펼쳤다가 다시 접고, 그 선단으로 가리켰다. "봐라! 이 놈이 바로 여흥거리다!"

 

 

"베인..오브...소우카이...신디케이트" 거문고의 현을 튕기면서, 매혹적인 닌자......템프테이션은 소리에 맞춰 뚝 뚝 끊어가며 호명했다.

걸쭉한 살기가 방안을 가득 채운다. "음하하하하! 음하하하하하하! 닌자 슬레이어......닌자 슬레이어!" 치바는 카타나를 뽑으며 일어섰다.

 

 

"이 놈이 바로 그 닌자 슬레이어다, 너희들!" 제왕은 카타나를 닌자 슬레이어의 목젖 바로 앞에 겨누었다.

칼끝이 목에 닿아 있었으나, 닌자 슬레이어는 동요하지 않고 도리어 치바를 노려봤다.

"흥......틀림없군. 닌자. 닌자 슬레이어......하지만......후지키도 켄지가 아니야, 아버님의 원수가. 그렇다면 네녀석은 뭐지?"

 

 

"닌자 슬레이어다." 검붉은 닌자는 지고쿠 헬을 연상케 하는 눈길을 치바에게 향하며 말했다. "네놈들에게 용건이 있다. 소우카이야."

네버모어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고, 시가커터가 카타나의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데드플레어가 다다미에 손상이 갈 정도로 발에 힘을 주며 무게중심을 옮겼다.

갈란드는 닌자 슬레이어의 후방에서 차가운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퉁......투퉁......퉁. 거문고의 마이페이스한 선율이 끊임없이 흐른다. 치바는 카타나를 휘둘렀다......아래로. "키엣-!"

이아이 참격이 닌자 슬레이어의 수갑의 사슬을 절단했다. 그는 카타나를 도로 꽂은 뒤 좌석에 앉았다. 닌자 슬레이어는 치바를 응시했다.

치바가 말했다. "수갑따윈 필요없어. 죽이고 싶을 때 죽이겠다. 어디 말해봐라."

 

 

실내의 긴장감이 약간 느슨해졌다. 하지만 네버모어와 할로포인트만은 아니었다.

전자 쪽은 주먹에 가라테를 집중하고 있었고, 후자 쪽은 짓수의 예비동작을 여전히 풀지 않고 있었다.

"일단 앉는게 어때?" 카바레트가 갈란드에게 제안했다. "장어도 있는데." "......" 갈란드는 치바 쪽을 돌아봤다. "이전에 전해드린 바와 같이......" "반복하지 마라. 한번으로 층분해"

 

 

그렇다. 갈란드는 사전에 IRC 통신을 행하여 주군에게 상황의 설명을 마친 것이다.

자이바츠 섀도우길드의 출현, 배니티가 니드헤그를 추적하여 이쿠사 배틀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 닌자 슬레이어의 요구......

"네녀석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구나. 닌자 슬레이어=상." 치바는 말했다. "네놈의 바람이라는 걸 말이야."

 

 

갈란드는 헛기침을 한 뒤 닌자 슬레이어를 보았다. 남은 것은 그가 개입할 이유도, 여지도 없는 일 뿐.

카바레트가 권유한 대로 그는 묵묵히 장어를 먹기 시작했다. 그는 대식가였다. 먹는 와중에, 그는 곁눈질로 닌자 슬레이어를 노려봤다.

(중대국면이구나, 네놈. 어디 한 번 발버둥을 쳐 봐라.)

 

 

"본카이 토다와 만나게 해줘."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내 동료가 찾아다니고 있다만, 결국 얼굴도 보지 못했다더군."

"당연한 일이다. 놈은 소우카이야와의 전속계약으로 먹여 살려주고 있다." 치바는 냉정하게 말했다. "바깥 놈들의 편의를 봐줄 의리따윈 없지."

 

 

"의리야 없겠지만, 네놈들은 그럴 필요가 있어. 여러번 말하게 하지 마라." "......." "그게 우선 첫번째다."

닌자 슬레이어는 계속 말했다. "한 가지 더 있다." "......." 치바의 눈동자가 움직여, 삼백안이 되었다.

 

 

식스게이츠의 닌자들은 이제는 가만히 바라보며 다음에 이어질 닌자 슬레이어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놈이 날 쫓아다니게 두지 마라." 닌자 슬레이어는 턱을 치켜올려 갈란드를 가리켰다. "나는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에게 흥미가 없다. 네놈들이 네오 사이타마에서 날 공격하지 않겠다면, 나 또한 네놈들을 공격하지 않겠어, 무의미한 짓이니까." "묻어버릴라쉐낌마-!" 할로포인트가 허리를 쳐올렸다!

 

 

야쿠자 닌자의 눈은 분노로 인해 충혈되어 있었고, 그의 등에서는 가라테가 순환하며 불길한 잿빛의 독살스런 증기가 조금씩 피어오르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키엣-!" 치바가 부채를 던졌다......할로포인트에게! 부채는 그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 후방의 다다미에 꽂혔다.

"내가 이야기하는 중이다. 바카 놈아!" 할로포인트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말없이 다시 방석에 앉았다.

 

 

"요구는 그 두가지 뿐인가?" "그래." "음하하하하! 좋다!" 치바가 웃었다.

"네녀석에게 문신을 새겨넣어 자이바츠의 영역 침범을 막는다. 네녀석을 중립존재로써 인정하고 소우카이야가 공연한 피해를 입는 것을 피한다. 과연, 합리적이지 않으냐! 음하하하하하!"

 

 

"그걸로 됐어. 본ㅋ......." "문신은 크로스 카타나의 타투를 새겨라. 그리고 등에 '키리스테(キリステ)'의 가타카나를 지는 거다."

치바가 닌자 슬레이어의 말을 가로막았다. "네놈은 앞으로 소우카이 신디케이의 도제(徒弟)가 될 것이다. 케지메는 필요 없다. 네놈의 입장을 봐 주는건, 갈란드.......아니.......그렇지, 데드플레어에게 맡기도록 할까. 소우카이야의 미션에 참가하라는 명이 떨어지면 반드시 출동해라."

 

 

"저 말입니까? 크하하하!" 데드플레어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우로 삼게 되는건가! 이 들개를!"

"네놈은 소우카이야의 개다. 닌자 슬레이어=상." 치바는 대담하게 말했다. "그 밖의 자유는 보증해주마. 소우카이야 퀘스트의 여가 중에라도 네녀석의 그 해괴한 목적에 매진하면 된다. 그게 어찌되건 나는........흥미가 없다!"

 

 

"......!" 닌자 슬레이어는 눈을 부릅떴다. 치바는 계속 웃었다.

"음하하하하! 우선은 네녀석의 가라테를 시험해 보고, 언젠가는 후지키도 켄지의 목을 따오도록 보내면 되겠군. 나는 놈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이젠 아무래도 좋은 찌꺼기같은 존재다만, 닌자 슬레이어가 놈을 죽인다고 하면 조금은 유쾌하겠지!" 나무삼! 나무아미타불!

 

 

템프테이션이 깔깔 웃으며 거문고 줄을 광란적으로 퉁겨댔다.

갈란드는 탄성과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억눌렀다. 이 무슨 라오모토 치바의 제왕다우면서도 무시무시한 조건 부여란 말인가!

어두운 권력의 갈고리손톱이 닌자 슬레이어의 양 어깨를 짓누르고, 퇴로를 끊고, 합리적으로 굴복시키려 하고 있었다! 대답은, 과연!?

 

 

"거절한다."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야쿠자가 될 생각은 없어, 내 이쿠사는, 나 자신의 것이다."

"......." 치바의 눈빛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런 게 용납될거라......" "아나야...!" 템프테이션이 손을 멈추고 높은 소리를 냈다. 치바는 그 쪽을 돌아봤다.

 

 

ZANKZANK.......방 안의 허공에서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5로 이어짐】

 

 

*1 산스이 정원 : 가레산스이(枯山水;못이나 농업용수 등의 을 사용하지 않고  모래 등에 의해 산수의 풍경을 표현하는 정원 양식) 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측됨.

 

*2 부레이코우 (ブレイコウ;無礼講) : 신분이나 지위의 상하를 가리지 않고 마음놓고 즐기자는 취지의 주연. 한국의 야자타임괴 유사하나 이쪽이 더 포괄적

 

*3 노우카이 (ノウカイ;会) : 본래 뜻은 회사 등 조직에서 행하는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회합을 가리키는 '납회', 반년마다 행하는 것이 닌살 세계관의 상식인지 소우카이 신디케이트 특유의 관습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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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한다."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야쿠자가 될 생각은 없어, 내 이쿠사는, 나 자신의 것이다." "......." 치바의 눈빛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런 게 용납될거라......" "아나야...!" 템프테이션이 손을 멈추고 높은 소리를 냈다. 치바는 그 쪽을 돌아봤다. ZANKZANK.......방 안의 허공에서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5

 

 

◆◆◆◆◆◆◆◆◆◆

 

 

"으으으으음......!" 배니티는 가문 택시를 들어올리며 니드호그를 향해 돌아봤다.

"아이에에에!" 운전수가 비명을 지르며 굴러 떨어졌으나, 그녀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니드호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얏-!" 배니티가 가문 택시를 내던졌다. 나드호그는 피하려고 도약해봤자 늦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KRAAAASH! 니드호그는 내던져진 택시와의 충돌을 팔을 교차시키며 방어했다. 그때 이미 배니티는 택시의 위에 뛰어 올라타고 있었다.

"이얏-!" KRAASH! 가문 택시를 주먹으로 내리치고, 이어서 발로 내리찍는다. " "이얏-!" KRAASH! 니드호그는 차체를 밀어내며 뒤로 빠져나왔다. 거기에 배니티가 덮쳐든다!

 

 

"이얏!" 오른주먹! "이얏!" 왼주먹! ......"이얏-!" 오른주먹이 가드를 깨고 니드호그의 멘포에 명중! "끄악-!"

뒷걸음질치는 그의 몸에서 0과 1의 노이즈가 퍼져나온다. 그의 가라테가 점차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배니티는 잇따른 맹공을 가했다.

니드호그는 날아오는 왼주먹, 이어서 온 오른주먹을 양 손으로 붙잡아 멈췄다. "끄하하! 분하구나!"

 

 

"뇌를!" 배니티가 머리를 크게 뒤로 젖혔다. "보여라! 이얏-!" 박치기! "끄......010011" 니드호그는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00시간이 다했구01011" 그 몸은 이미 대부분이 검은 노이즈로 둘러쌓여 있었다. 죽이지 못했는가. "대단한 망나니시군."

배니티는 입가의 피를 닦아낸 엄지를 핥은 뒤, 그대로 뱉어버렸다.

 

 

니드호그의 육체를 유지할 리소스는 현재 자이바츠에게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 표적에게 전력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시각에 라오모토 치바의 사유 저택에서는 데미 닌자들이 연이어 닌자 슬레이어의 주위에 출현하고 있었다!

 

 

◆◆◆◆◆◆◆◆◆◆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열어젖혀진 장지문 안에서 데미 닌자들이 밖으로 차날려져 정원 바닥을 굴렀다.

식스게이츠 닌자들 또한 툇마루에 서서 밖으로 나왔다. "까고자빠졌넴마-!" "죽는닷샤-!" 복도에서 달려온 클론 야쿠자 증원부대가 라오모토 주위에 벽을 만들었다.

 

 

ZANKZANKZANK......정원의 산스이에 검은 번갯불이 퍼지고, 데미 닌자들이 차례차례로 나타났다.

ZANKZANKZNAK......기와 지붕 위에서도 출현했다. 닌자 슬레이어 팔짱을 끼고 툇마루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사전에 방지할 수단을 취하기 전까지는 계속 이 꼴일거다. 어쩔거냐. 라오모토=상."

 

 

치바는 웃음을 터뜨렸다. "음하하하하! 정말로 터무니 없는 놈이구나! 그런 겁없는 자기과시를 나는 그리 싫어하진 않는다만......주제넘게 까부는 것도 적당히 해라!" "나는 소우카이야엔 들어가지 않겠어, 이건 담판이다." "...그렇다면 네놈의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 여기서 증명해 봐라."

 

 

"......" 닌자 슬레이어는 일어서서 손목에 팔찌처럼 끼워진 채 남아있는 수갑의 잔해를 태워서 없앴다. 그리고 자이바츠의 닌자들을 돌아보며 가라테를 취했다. 갈란드는 그를 노려봤다. (교섭의 여지를 스스로 없애버릴 만큼 어리석진 않았나 보군.)

ZANKZANKZANK......데미 닌자들은 각자 스스로 대열을 짰고, 이어서 이름을 가진 닌자들이 출현했다. 저택 부지에 나타난 자이바츠 닌자, 그 인수는 4명! 

 

 

가장 높은 입장인 걸로 보이는 자는 오른팔이 은빛의 불덩이로 대체되어 있는 닌자였다. "도-모. 아가트람입니다."

그리고 쪼개진 가면같은 기이한 멘포를 쓴 닌자. "헤럴드입니다." 검은 장발에 붉은 피부, 꼬인 뿔이 머리에 달린 여닌자. "디아볼리카입니다." 공허한 눈의 빅 닌자. "네피림입니다."

 

 

이에 맞서 식스게이츠의 닌자들은 아이사츠를 돌러줬다. "갈란드입니다." "할로포인트입니다." "시가커터입니다." "데드플레어입니다." "카바레트입니다."

그리고 이 분쟁의 발단인 존재.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헤럴드의 살기가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아가트람은 이를 한번 쳐다봐서 말린 뒤, 소우카이아를 향해 선언했다. "그 닌자를 넘겨라."

 

 

"내가 잘못 들었나?" 할로포인트가 비웃으며 말했다. "도-조, 부탁드립니다. 라고 한 다음 도게자를 하는게 상식이지.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는거냐?"

"이미 네놈들은 소우카이야의 영역을 변명할 여지없이 침범하고 있다." 갈란드가 이어서 말했다. "우리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겠다면, 이쪽도 네놈들의 의사를 불문하고 이쿠사 배틀에 임할 뿐이다."

 

 

" ......" 아가트람은 다른 자이바츠 닌자들을 둘러본 후, 도전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쳐라. 방해물들은 제거해라."

 

 

"AAAAAARGH!" 신장 10미터 초과, 거대한 질량의 닌자 네피림의 포효가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거센 바람이 되어 정원의 나무들을 흔들고 기와를 몇장 날려버렸다.

시가커터가 툇마루를 박차며 비스듬히 위로 도약했다. 데미닌자가 그를 향해 눈사태처럼 쏟아져 내렸다.

카바레트는 정원으로 뛰어내려와, 손가락 끝, 손톱 밑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실을 내보냈다.

 

 

"끄악-!" "끄악-!" 선두의 데미닌자들이 목덜미나 가슴팍에서 피를 뿜으며 몸부림치면서 쓰러졌다. 미세한 에메츠 와이어에 의한 절단이었다. 무서움!

카바렛은 미소를 남기며 지붕 위로 뛰어올라 데드플레어와 함께 적을 요격했다. "닌자 슬레이어=상!" 헤럴드가 뛰어들어왔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헤럴드와 주먹을 주고 받았다. "이 상처의 굴욕을.....!"

"프라하 때의 상대냐." 닌자 슬레이어는 닥쳐오는 적의를 똑같은 적으로 받아쳤다. "이얏-!" 원 인치 가라테!

"고오오오오!" 네피림은 공중에 뜬 시가커터를 후려치려 했다. "이얏-!" 사이버네틱스 닌자는 날아오는 주먹에 단도를 꽂고,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이중도약을 행했다!

 

 

"오오오오!" 네피림은 이번엔 반대쪽의 손으로 시가커터를 떨쳐 내려고 했다.

시가커터는 공중에서 스스로의 제동을 행한 뒤, 그 가공할 길이의 카타나를 칼집에서 뽑아냈다.

그 길이, 약 4피트......카타나를 쥔 팔이 견갑골째로 슬라이드하면서 늘어나, 어떤 불편함도 보이지 않고서 이형의 참격을 내질러 보였다. "이아이!" SLASH!

 

 

"......!" 네피림은 이아이를 마친 시가커터의 몸을 붙잡는데 성공했으나, 그대로 무너지는 것처럼 무릎을 꿇었다.

그의 머리 상반부가 비스듬히 잘려나가, 절단면에서 뇌의 일부가 흘러내렸다. "......사요나라!" 거체가 폭발사산!

정원에 착지한 시가커터와 이어서 대치하는 닌자는 디아볼리카였다. "와버렸네......당신, 강해 보이는걸......?"

 

 

"스스로 호랑이 굴에 들어오는 겁없는 쥐새끼들 같으니." 시가커터는 이아이 자세를 취했다. 디아볼리카는 자기 입술을 햝았다.

"왜 길드를 방해하는 거야? 적이라는 거지?" 양 손을 펼치자, 어느 새에 그녀의 양 옆에 오니를 방불케 하는 외형의 초자연적인 노예 전사가 출현했다. "해치워버리렴!" "AAARGH!"

 

 

"이얏-!" 데미 닌자들을 전부 해치운 갈란드가 가세하여 이 악마 노예들과 맞붙었다. 디아볼리카는 위로 손가락을 향해 지붕 위에도 몇 마리의 악마 노예들을 출현시켰다.

붉게 탄 피부에 징걸이된 벨트를 차고, 짐승가죽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오니들이다! "해치워버리렴!" "이얏-!" "이얏-!"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해럴드의 복부에 주먹을 처박아 넣었다. 헤럴드는 이를 견디며 상대의 어깨죽지에 춉을 내리쳤다. "으윽-!"

"네놈을 쓰러뜨리고......나는 과거의 자신을 극복해 보이겠다......!" "알 게 뭐냐!" 닌자 슬레이어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이얏-!" "끄악-!" 창을 방불케 하는 기세의 사이드킥이 헤럴드에게 명중했다. 헤럴드는 쳐날려지는 것과 동시에 바로 낙법을 취했다.

데미 닌자들이 일제히 몰려온다! 닌자 슬레이어는 타오르는 팔을 휘둘러, 야수처럼 뜯어내고, 찢어가르고, 죽인다!

살육에 몰두하는 그를 사각에서 기습하려던 아가트람의 눈 앞에......데드플레어가 회전착지했다!

 

 

기와지붕 위에선 카바레트가 악마 노예 한 마리의 목을 옥죄어 교살하려 하고 있었다. 이미 데드플레어가 따로 행동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는 유도의 자세를 취하며 아가트람과 대치. 새까만 유도 웨어의 소맷부리엔 피가 번져, 사악한 불길의 형상을 자아내고 있다.

"......해 보자고. 네놈이 가장 놀아볼 만해 보이는군." "......" 아가트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오른손을 쥐었다가 다시 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불덩어리가 그의 오른팔이였다.

"이얏-!" 데드플레어는 전신으로 포탄을 방불케 하는 태클을 걸고, 아래에서 위로 퍼내듯이 아가트람을 붙잡았다. 지면에 원형의 균열이 생겨났다.

아가트람은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꾸로 뒤집혀 지면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랬을 터였다. 아가트람은 닌자 슬레이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것은......" 데드플레어는 뒤돌아봤다. 아가트람은 그를 눈곁으로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은빛의 팔이 눈부시게 부정형의 휘광을 발할 뿐.

데드플레어의 새까맣게 타버린 왼쪽 어깨가 그대로 바스라지며 떨어졌다. "빠르군." 옆을 향하면서 정원의 흙 위에 쓰러진 데드플레어의 우반신이 중얼거렸다.

두 동강이 난 것이다. "사요나라!" 폭발사산! 나무아미타불!

 

 

"어라라......아가트람=상에게 킨보시(*금별,공훈)를 다 뺏겨 버리겠네......" 디아볼리카가 비웃었다.

다시금 두 마리의 악마 노예가 그녀의 주위에 출현하여 갈란드와 시가커터를 향해 날아간다.

"해치워버리렴......해치워버리렴! 아하하핫!" 그녀는 전장 한복판을 횡단하고 있었다.

 

 

"네년이 가장 지랄맞군." 할로포인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그러는 당신은......그래......과연 어떨까?" 디아볼리카가 입술에 손가락을 댔다.

그녀의 좌우에 또다시 악마 노예가 출현했다. "봐라, 끝이 없구만. 개수작을 부리고 있어......." 할로포인트는 손을 털며 근육을 풀었다.

디아볼리카가 손을 흔들었다. "해치워버리렴!" "지랄한다." 살기가 부풀어 오르고, 할로포인트의 몸으로부터 잿빛의 일그러짐이 퍼져나갔다!

 

 

디아볼리카는 의아해했다. 할로포인트를 습격해야 할 악마 노예가 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소실되어 있었다.

아니, 그뿐인가. 데미 닌자들도, 아가트람과 헤럴드도, 닌자 슬레이어도, 식스게이츠의 닌자들도, 전부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그녀의 눈 앞에 있는 할로포인트만을 제외하고. 두 닌자는 회색 투성이의 뒷골목에 있었다.

 

 

"불러 보라고. 그 지랄맞은 것들을." "......해치워버리렴!" 나타나지 않았다.

"아가씨. 그 뿔, 진짜야? 세상 참 넓기도 하지." 홀로포인트는 양손에 2정 권총을 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좁아, 엿같이도 말이야. 출구가 없다고."

 

 

발밑에는 유골이 잔뜩 깔려있고, 머리 위의 좁은 하늘에는 상어와 참치들의 어군이 소용돌이친다. 살풍경하기 짝이 없는 장소였다......

"해치워버리렴!" 이에 응하는 악마 노예는 없다. 연결이 끊어진 것이다. 디아볼리카는 혀를 찼다. 할로포인트는 방아쇠를 당긴다. BLAM! BLAM! BLAM!

디아볼리카는 옆돌기로 피하고, 달리고, 그의 뒤로 돌아가려 했다. 할로포인트는 묵묵히 계속 방아쇠를 당길 뿐이다. BLAM! BLAM! BLAM! BLAM!

 

 

"아가트람=상!" 헤럴드가 소리쳤다. "놈은 제가.......! 크윽!" "닷샤!" "닷샤-!" 거기에 클론 야쿠자들이 쇄도한다!

아가트람은 돌아보지 않고 계속 적을 향해 나아간다. 무수한 데미 닌자들의 유해의 중심에 서있는 닌자 슬레이어를 눈 앞에 두고, 그는 오른손을 결연히 휘둘렀다. 수은을 연상케 하는 은빛의 불똥이 튀기며 땅을 태웠다.

 

 

"죽는닷샤-!" 옆에서 클론 야쿠자 부대가 덮쳐온다! 아가트람은 사라졌다. 아니! 뒤로 돌아간 것이다! "아밧-!" 은빛으로 눌어붙는 상처구멍에서 선혈을 뿜으며 몸부림치는 클론 야쿠자들의 그늘을 경유하여, 자이바츠의 실력자 닌자는 닌자 슬레이어의 사각으로부터 그를 덮쳤다! "이얏-!"

 

 

【#6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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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닷샤-!" 옆에서 클론 야쿠자 부대가 덮쳐온다! 아가트람은 사라졌다. 아니! 뒤로 돌아간 것이다! "아밧-!" 은빛으로 눌어붙는 상처구멍에서 선혈을 뿜으며 몸부림치는 클론 야쿠자들의 그늘을 경유하여, 자이바츠의 실력자 닌자는 닌자 슬레이어의 사각으로부터 그를 덮쳤다! "이얏-!"◆

 

 

【소우카이 신디케이트】#6

 

 

◆◆◆◆◆◆◆◆◆◆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자신의 닌자 제6감을 믿고 순식간에 방어를 취했다.

콩팥을 노린 아가트람의 블로우 펀치가 경이로운 속도로 닌자 슬레이어에게 다다르려 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낸 닌자 슬레이어의 브레이서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은빛의 불꽃이다. 아가트람의 오른팔이 일으킨 현상인 것이다!

 

 

"으윽-!" 곧바로 닌자 슬레이어의 팔 위를 흑염이 뒤덮으며 은빛의 불을 지워냈다. (((뭐라......누아다 닌자의......아니......!))) 나라쿠가 신음했다.

(((이 놈의 소울은 누아다가 아니다!))) "이얏-!" "이얏-!" (((이 자의 팔 그 자체가 누아다의 유물이나 다름없구나! 누아다 놈, 이런 애송이에게 팔을 빼앗긴 게냐! 한심한 놈이! )))

 

 

"이얏-!" "이얏-!" (닌자에게 다른 닌자의 힘이......) 마스라다의 뉴런 속에 당연히도 어떠한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하지만, 사츠가이가 아니야.)

(((그렇다))) 나라쿠가 답했다. (((사츠가이의 수작과는 관계가 없지. 허나, 죽여야 할 것임엔 다름없다! 숨통을 끊거라!))) "이얏-!" "이얏-!"

 

 

검붉은 색과 은빛의 불꽃이 서로 격렬하게 불똥을 튀기며 맞부딪쳤다. 그 여파에 휘말린 주위의 클론 야쿠자들이 새까맣게 타버리고, 정원의 소나무들이 불타며 쓰러지고, 고열에 노출된 석제 등롱들이 깨졌다. 그리고 식스게이츠와 자이바츠 세력의 이쿠사 배틀은 이젠 저택 기와지붕과 정원이라는 두 공간에서 병렬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아가트람의 주먹을 맞받아쳤다.

(((주의하거라, 마스라다. 분통하게도 놈이 어떠한 짓수를 사용하는 지 이 상태에선 판단할 수 없으니!))) 닌자 슬레이어가 밀려나가고 있다! 가공할 압력의 오른팔!

 

 

"까고자빠졌넴마-!" "죽는닷샤-!" BLAM! BLAM! BLAM! 총격을 가하던 클론 야쿠자들이 거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로 쓰러져가고 있었다.

헤럴드가 그 원인이었다. "방해된다! 잡졸 놈들아!" 그 매도에는 자기보다 높은 입장의 닌자인 아가트람에게 공훈을 양보해야 하는 스스로의 형편에 대한 갈 곳 없는 조바심 또한 포함되어 있었으리라.

 

 

아가트람은 신비적인 오히간으로의 모혐을 거쳐 길드에 들어온 닌자였며, 헤럴드보다 아득히 강한 가라테를 소유하고 있다.

이 긴박한 상황에서 서툴리 그에게 가세하려 했다간 도리어 그의 가라테를 흐뜨러트리는 사태를 초래하게 되겠지.

이번 닌자 슬레이어 납치 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더이상 헤럴드가 앞에 나설 필요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KRAASH! 발로 차 날린 클론 야쿠자가 장지문을 찢었다. "아~레-!" 느닷없이 튄 불똥에 기겁한 저택 안의 오이란들이 뿔뿔이 복도로 도망쳐 나왔다.

"이얏-!" 분노를 주체 못한 헤럴드가 오이란들을 향해 수리켄을 투척했다. "이얏-!" 쿠나이 윕이 번갯불처럼 잽싸게 가로막아 수리켄으로부터 오이란들을 지켰다.

 

 

"그만둬라, 아까운 짓은." 갈란드는 툇마루 위로 뛰어올라 무치 도의 자세를 취했다.

"네가 뭐하는 놈팽인지는 아는 바가 없다만, 그 꼴을 보아하니, 너 정도의 남자는 말도 섞지 못할 귀한 몸들이다." "네, 네놈-!"

헤럴드는 격앙했다. 근처의 데미 닌자들과 함께 클론 야쿠자를 살해하며 달려든다!

 

 

"까고자빠졌넴마-!" "죽는닷샤-!" 저택부지 지하의 야쿠자 방공호에서 클론 아쿠자의 증원이 계단을 오르며 나타나 그들을 요격했다.

"라오모토=상." 네버모어는 자신의 오야붕에게 시선을 돌렸다. 괜찮은가 굳이 묻지는 않는다. 실례이기 때문이다.

"문제없다, 가라." 치바는 그와 템프테이션을 향해 말했다.

 

 

"이얏-!" 데미 닌자 몇 명이 선두에 서서 뛰어들자, 네버모어는 수걸음만에 그들의 원 인치 앞까지 도달하야 강렬한 연속 펀치로 그들의 안면을 연이어 파괴해 갔다.

템프테이션은 머리에 꼽았던 비녀를 뽑아 거기에 숨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비녀의 형태로 위장되어있던 무기는 두 배 길이까지 늘어나, 기묘한 닌자 레이피어로 변했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단단함과 부드러움, 대조적인 스타일의 두 측근 닌자는 결코 자이바츠 세력이 치바의 앞에 다다르는 일이 없도록 하며 격렬하게 싸웠다.

데미 닌자는 그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분명 닌자이며, 각 개체의 전투력은 클론 야쿠자를 앞선다. 치바가 직접 상대하게 되는 일이 생겨선 안 되는 것이다.

 

 

"하여튼, 발단을 따져보면 결국 닌자 슬레이어로군. 애물단지 같은 놈!" 치바는 기와 지붕 위의 카바레트를 IRC 로 호출했다. "적 전력의 규모를 파악해라."

"으으음..." 카바레트는 붙잡은 데미 닌자를 교살시키면서 답했다. "전송되어 오는 놈들은......전체적인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닌자가 추가로 더 올 낌새는 안 보이네요."

 

 

"오오오옹!" 악마 노예가 기와를 부수면서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카바레트는 손톱에서 에메츠 와이어를 방출해 그대로 꿰어버렸다.

"잡병 닌자들과, 그걸 이끄는 몇 명에......그리고, 지고쿠 헬의 오니같은 것들." "아밧-!" 악마 노예를 쥐어 짜 죽인다. "오니를 다루는 닌자는 할로포인트가 데려갔어요."

 

 

할로포인트의 킬링필드 짓수......들어가는 것은 2명이지만, 나올 때는 1명 뿐이다. "할로포인트는 저렇게 보여도 위험한 줄타기는 하지 않는 녀석이야."

치바는 걱정하지 않는다. "데드플레어가 죽은 모양이더군." "아가트람이라는 닌자에게 당했습니다." "아까운 녀석을 잃었다. 다음 식스게이츠를 정해 둬야겠지."

 

 

"이얏-!" "끄악-!" 네버모어는 데미 닌자들이 몰려오는 기세를 웃도는 속도로 계속 데미 닌자들을 때려죽였다.

"길을 열어라!" 라오모토가 명령했다. "이얏-!" "끄악-!" 피얼룩진 살육의 전차처럼 네버모어는 치바를 선도했다.

이쿠사 배틀의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치바는 툇마루와 맞닿은 방으로 이동했다.

 

 

치바는 정원의 산스이를 돌아봤다. 겹겹이 쌓인 클론 야쿠자들의 시체. 한편, 데미 닌자들은 죽는 것과 동시에 녹아서 사라져갔다.

현재, 이쿠사 배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닌자 슬레이어였다. 그리고 그와 격렬하게 부딪치는 상대는 은빛의 불꽃을 팔로 삼고있는 닌자......아가트람......데드플레어를 살해한 자이바츠의 전사.

 

 

데미 닌자들은 그들 둘을 둘러싸고 마치 스트리트 파이트의 인간 링 같은 상태를 형성하고 있었다.

갈란드는 가면을 쓴 자이바츠 닌자......헤럴드와 부딪치고, 시거커터는 한명, 또 한명씩 우람한 체격의 오니를 방불케 하는 존재들을 이아이로 베어 넘겨간다. 이쿠사의 추세가 정해져가고 있는가.

 

 

"지붕 위는 깔끔하게 치웠답니다." 카바레트가 연극조로 말했다. "절 상대하기엔 장소가 나빴다고 밖에 할 말이 없어요......."

"당연한 소리를" 라오모토는 코웃음을 쳤다. "마음같아선 고문해서 상세한 정보를 불게 해야겠다만.......흥........이 꼴이니까 말이지."

치바는 얼마 전 배니티로부터 적이 우키하시 포탈처럼 사라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허공에서 나타나, 다시 사라진다. 망령을 본 듯한 목격보고가 이전에도 있었을 가능성은 있다.

그리고 특히 이 곳에서 가장 사정을 잘 알고 있을만한 자는.......닌자 슬레이어였다. 바라던 않던 그 자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이 되어가고 있다.

"건방진 녀석!" 라오모토는 시가를 물었다.

 

 

......"이얏-!" "크윽-!" 갈란드의 쿠나이 윕이 헤럴드의 왼팔에 감겨, 가시처럼 달린 쿠나이들이 그를 괴롭혔다.

더 이상 데미 닌자의 증원은 없고, 이번 납치 미션에 대한 교토성 측의 증원 리소스가 소진되었다고 보는 것이 마땅했다.

"이얏-!" 헤럴드는 오른손으로 수리켄을 던졌다.

 

 

"이얏-!" 갈란드는 수리켄을 두 손가락 앞마디로 붙잡아서 그대로 되던졌다.

"이얏-!" 헤럴드는 왼팔이 봉해진 채 앞쪽으로 기운 자세로 수리켄을 피하며 돌진했다. "방해된다, 네놈! 이얏-!"

"이얏-!" 갈란드가 춉을 받아낸다! "목적을 말해라.......자이바츠.......!" "방해하지 마라!"

 

 

"이얏-!" "이얏-!" 그리고 아가트람은 변해가는 주위의 상황을 담담히 훑어보면서, 표적인 닌자 슬레이어에게 연거푸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실제, 방심할 수 없는 사냥감이다. 헤럴드는 이미 한번 전투한 경험이 있으면서도 이 자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아가트람은 상대에게서 바닥을 모를 섬뜩한 힘을 느꼈다.

 

 

그것이야말로 주군이신 다크닌자가 구하는 사악한 가라테의 근원. 야마토 닌자의 신화무기 '야리 오브 더 헌트'의 창날 끝을 삼키고, 그럼에도 아직도 살아서 닌자의 생명을 끝없이 추구하는 사악한 나라쿠 닌자의 존재의 증명이였다. 이 자는 틀림없는 닌자 슬레이어이며.......반드시 얻어내야 할 전리품이다!

 

 

"이얏-!" 아가트람은 빈틈을 노려 주먹을 내지른다! 누아다 닌자의 오른팔이 닌자 슬레이어의 멘포에 닿는다! "끄악-!"

"이얏-!" "끄악-!" 한층 더 왼팔의 춉이 옆구리에! 허나 쓰러지지 않는다! 닌자 슬레이어는 멘포 틈새에서 검은 불꽃을 토해내며, 전신을 삐꺽거리면서도 버티는 것이다!

 

 

"이놈.......!" 아가트람은 눈을 부릅떴다. 닌자 슬레이어 또한 핏발선 눈을 크게 떴다. 검은 자위도 흰 자위도 보이지 않는 작열하는 안광이였다.

"AAAARGH!" "끄악-!" 아가트람은 휘둘러진 갈고리 손톱에 피격당해 비틀거렸다. "이얏-!" "끄악-!" 반대쪽 손이 그를 덮친다!

 

 

아가트람은 빙 돌며 날아가 산스이 위를 구르다 겨우 일어섰다. 데미 닌자들이 재빨리 이동해 다시 식스게이츠들의 개입을 가로막는 벽을 형성했다.

아가트람은 침을 삼키며 눈 앞의 검붉은 괴물을 주시했다. 이길 수 있나? 아니, 이겨야만 한다. 여기에 주군을 부를 수는 없다. 가르강튀아 때의 부하가 아직도 꼬리를 끌고 있다.

 

 

"쳐라!" 툇마루 쪽에서 외치는 소리다. 데미 닌자들이 술렁이고, 이쿠사 배틀의 소리가 한층 더 격해졌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지배자가 데미 닌자들의 포위망을 향해 공격지시를 내린 것이다. 헤럴드는 갈란드와의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잘 견뎌내곤 있으나, 상대 쪽이 한 수 위다. 하지만 이겨야만 한다.......이길 수 있나? 이길 수 있다. 수단이 있다. 누아다의 팔이.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떨면서 한걸음 한걸음씩 이쪽으로 다가온다. 작열하는 눈을 부릅뜨고 주문이라도 외듯 중얼거리고 있다.

"나라쿠......소용없어......나는.......넘기지 않아" 아가트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닌자 슬레이어의 왼쪽 눈은 서서히 움츠러둘고, 검은 자위와 초점을 되찾았다.

여전히 타오르고 있으나, 훨씬 또렷한 눈빛이 아가트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두 닌자의 주위의 세계가 날아가고, 가라테의 암흑이 퍼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아가트람을 향해 다가간다.

(((마스라다......!))) 나라쿠가 신음했다. "끈질기다.......!" 닌자 슬레이어는 로컬 코토다마 공간을 유린하는 증오의 탁류에 춉을 찔러넣고, 그것을 축으로 휩쓸리지 않도록 견디고 있었다.

 

 

이 짧은 기간동안 몇번이고, 몇번이고 나라쿠 닌자는 그의 의사를 지배하는 것을 시도해 왔다.

우키요폴리스. 디지 프라그. 바로 전의 니드호그. 사츠가이와 엮인 닌자와의 이쿠사 배틀에선 마스라다는 예리한 증오로 나라쿠의 지배를 뿌리쳐왔다.

그러나, 사츠가이와 관계가 없는 닌자를 상대할때도 그렇게 저항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럼에도 마스라다는......로컬 코토다마의 고독한 뉴런 속에서, 그럼에도 조금씩 학습하고, 이해하고, 극복해 내려 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의 힘으로 복수를 이루기 위해서. 탁류에 찔리넣은 춉을 빼내고, 불타는 고삐를 굳게 쥔다. 경험한 적 없는 기억의 잔향. 늙었으나 위엄에 찬 닌자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그것은 고통과 분노에 어린 나라쿠의 패배의 기억과 결부된 비전이었다. 늙은 닌자는 엄격하면서도 염려하는 눈길로 닌자 슬레이어를 쳐다봤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입의 움직임으로 하려는 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수긍했다. 늙은 닌자의 영상이 흩어져, 의 닌자의 뒷모습의 기억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얏-!" 아가트람에게 주먹이 닿았다! 세계가 돌아왔다! 몇 초 남았나? 이 이쿠사 배틀을 앞으로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끄악-!"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거듭 공격을 가했다. 상반신을 숙이고, 앞다리에 중심을 두고, 지면에 발끝이 파고들만큼 강하게 디디고 서서.......오른팔을 내지른다! 붕 펀치!

 

 

"끄악-!" 아가트람은 크게 몸을 휘청이고, 피를 토하면서 뒷걸음질쳤다. "쿠훕-!"

"이얏-!" 데미 닌자들이 지체없이 파고 들어온다! 닌자 슬레이어는 차례차례로 때려눕혔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하지만 아가트람에게는 층분한 시간벌이였다. 그는 외쳤다. "누아다 닌자여!" 그리고 오른팔을 내밀었다.

내미는 순간, 이미 그에게 오른팔은 없었다. 그와 닌자 슬레이어 사이에.......그 사이의 허공에, 은빛 태양같은 구체가 떠 있었다.

그것이 오른팔의 불꽃이 모습을 바꾼 것임을 닌자 슬레이어는 순식간에 이해했다. 응축된 파괴 에너지가 주먹만한 크기까지 압축되었다.

 

 

저택 안의 닌자 모두가 그 이변을 알아차렸다. "오야붕!" 네버모어가 치바의 방패가 되었다.

그 때 닌자 슬레이어는 이미 달려나가고 있었다. 아가트람과 직접 대치하고 있었던 그가 가장 빨리 행동하고 있었다.

 

 

은빛 태양이 폭발하기 전에 그는 아가트람의 목을 춉으로 꿰뚫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면........

"이얏-!" 하지만 그는 아가트람을 무시하고 초고속의 연속 옆돌기를 행했다. 상황판단이다!

 

 

닌자들이 일제히 엎드려 스스로의 몸을 지키는 가운데, 그는 옆돌기를 하면서 나아갔다......툇마루 쪽으로!

치바를 지키는 네버모어의, 바로 앞으로! "나라쿠!" 닌자 슬레이어는 그렇게 외치며, 양 팔을 교차시키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압축되어있던 힘이 초자연의 포효와 함께 부풀어올라, 은빛의 거인의 윤곽을 형성했다! 그리고, 터졌다!

 

 

KA-BOOOOOM!

 

 

세계가 흑백으로 반전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열에너지와 충격파에 의해 뒤로 날아갔다.

브레이서가 녹아버렸지만, 나라쿠의 불꽃이 그것을 보충했다. "끄악-!" 바로 뒤의 네버모어가 소리치며 그 등을 받아냈다.

"크읏" 치바가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섬광에 눈을 찌푸렸다.

 

 

빛이 떠나자, 거기에는 모조리 태워져 황폐해진 산스이가 펼쳐져 있었다. 더 이상 이 곳에서 퍼터 골프가 행해지는 일은 없으리라.

외팔이 된 아가트람은 자신의 짓수가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는 공기 속에 흩어진 누아다 닌자의 핵을 불러들여 왼손으로 잡았다.

 

 

엎드려, 혹은 그늘로 도망쳐 여파에서 벗어난 식스게이츠 닌자들이 일어나서 곧바로 그와 헤럴드를 에워쌌다.

거기엔 귀환한 할로포인트의 모습도 보였다. 심하게 다쳤으나 더 싸우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다. 아가트람은 냉소했고, 헤럴드는 절망감에 이를 악물었다.

0과 1의 노이즈가 그들의 몸에서 피어오르더니........그대로 사라졌다.

 

 

"까고.......자빠졌넴마........" 네버모어가 신음하며 닌자 슬레이어를 밀어냈다. 닌자 슬레이어가 돌아봤다.

더이상 그에겐 가라테를 취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양팔을 축 늘어뜰이며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라오모토 치바를 노려봤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빚이다.......! 내 요구를 들어라" "빚진 것 따윈 없다." 치바는 역으로 그를 노려봤다.

 

 

【#7(終)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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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고.......자빠졌넴마........" 네버모어가 신음하며 닌자 슬레이어를 밀어냈다. 닌자 슬레이어가 돌아봤다. 더이상 그에겐 가라테를 취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양팔을 축 늘어뜰이며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라오모토 치바를 노려봤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빚이다.......! 내 요구를 들어라" "빚진 것 따윈 없다." 치바는 역으로 그를 노려봤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7

 

 

"네버모어가 너보다 앞서서 내 방패가 됐다. 네녀석이 이쪽으로 왔건 오지 않았건 간에 결과는 똑같았다는 거지." 치바는 냉정하게 말했다.

"헛된 짓을 했구나." "하지만, 적어도 네놈의 그 요짐보는, 하아......." 닌자 슬레이어는 육신을 다시 꿰어 맞추는 초자연적인 자기치유의 고통에 신음했다.

"...무사히 남아나진 못했을 거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끝냅시다. 요야붕." 툇마루를 향해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시가커터였다. "헛소리만 나불대는 이놈의 목을 치고 이 일을 끝내버리죠."

"끝날지 어떨지는 나도 모른다." 닌자 슬레이어는 시가커터를 보았다. "날 죽인다 해서 그 놈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보증은 없어."

"어디 시험해보마." 시가커터는 엄지를 카타나의 날밑에 갖다댔다.

 

 

"조용히 해라!" 놀랍게도, 그 일갈은 라오모토 치바의 것이었다. "이 놈의 배짱과 뻔뻔함은 어느정도 사 줄 생각이다. 칠칠치 못한 너희들보다 이 녀석이 더 재빨리 움직여 날 지키려 달려왔다는 건 사실이지. 빚을 지우겠답시고 말이다!" "크음......." 시가커터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갈란드는 팔짱을 낀 채 상황을 지켜봤고, 카바레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었다.

할로포인트는 어깨 뒤를 돌아보며 "시끄러워.......까불지 마라......." 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곳엔 아무도 없다.

그의 눈그늘은 이전보다도 훨씬 짙어져 있다. 허공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그의 초조한 모습을 눈여겨보는 자는 없었다.

 

 

그렇다, 그는 킬링필드 공간 속에서 디아볼리카에게 총탄의 폭풍을 퍼부어 분명히 그녀를 매장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현재, 귀환한 그의 곁에 함께 있었으며, 유쾌한 듯이 미소를 띄며 그의 어깨를 쓰다듬고 있는 것이다.

"환각이다. 알고 있다고......." "맞아. 그러니까 나는 당신에게 있어 무해한 존재. 서로 친하게 지내자?" 그의 저주와 두려움은 그 자신만의 것이다.

 

 

"'본카이 토다'다.......!" 닌자 슬레이어는 재차 말했다. "소우카이야가 데리고 있는 타투이스트의 조력이 필요하다."

".......큭!" 치바는 웃었다. 그리고 하얗게 타버린 산스이와 여기저기로 흩어진 기와지붕을 둘러봤다.

"여기까지 저질러 놓고서, 지껄이는 소리는 지금도 똑같구나!"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일 때까지, 난 계속하겠다."

 

 

"죽입니까? 오야붕." 갈란드가 말했다. 치바는 시가를 입에 물었다. (네버모어가 즉시 불을 붙였다.)

"기껏해야 타투이스트 한 놈, 그렇다면 바라는 대로 만나게 해 줘라. 이런 바카에게 더 이상 시간을 쓰는 것도 하찮으니까. 타임 이즈 머니" "네에, 다음 회합까지도 넉넉하게 시간이 맞을 거에요." 템프테이션이 회중시계를 가리켰다.

 

 

"자이바츠에 관한 건은 나중에 결론만 가지고 오도록!" 치바는 선언한 뒤, 문 밖의 시동이 걸린 야쿠자 리무진을 눈곁으로 봤다.

"노우카이는 이걸로 끝이다. 해라." ".......요오-" 갈란드가 두 손을 펼치자, 닌자 슬레이어 이외의 전원이 같은 동작을 취했다.

그리고 일제히 손뼉을 한번 크게 쳤다. 잇폰지메(*1)였다.

 

 

젊은 오야붕은 툇마루에서 내려와 네버모어와 함께 황폐해진 정원을 지나간 뒤 야쿠자 오야붕 리무진에 올라탔다.

철저히 파괴된 자신의 저택 사유지를 그가 다시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한잔 더 할까?" 카바레트가 물었다. "바보같은 소릴." 가란드가 답했다.

"데드플레어=상의 후임은 어떻게 할거야?" "인시너레이트는 어떠냐." "이의 없다." 시가커터는 수긍한 뒤 바로 자리를 떴다.

할로포인트는 여전히 허공을 향해 매도하면서 어딘가로 사라져갔다.

 

 

카바레트와 갈란드가 남은 이유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닌자 슬레이어의.......그리고 자이바츠의. 두 닌자는 닌자 슬레이어를 통용문 밖으로 연행하여 야쿠자 리무진에 태웠다.

 

 

뒷좌석, 두 명은 닌자 슬레이어를 사이에 끼고 앉았다. 갈란드는 혀를 찼다.

닌자 슬레이어는 고개를 숙이고 잠자코 다물고 있었다. 반쯤 기절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카바레트는 운전수에게 목적지를 말한 뒤 갈란드에게 말을 걸었다. "노우카이가 이렇게 깨지는 것도 오랜만이네." "그 말 대로다."

 

".......어라? 저기, 죽은거야?" 카바레트는 대답이 없는 닌자 슬레이어는 의아하게 여겼다.

가란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관둬. 엮여서 득될 것이 없는 미친 개다. 이놈이 바라는 대로 문신을 새긴 다음 내쫓으면 겨우 이 소동도 끝나겠지."

"당신, 조사하고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 말이지." "어째서?" "닌자 슬레이어에게는.......아니,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어머, 그렇구나." 커버레트는 시트에 몸을 기댔다. 야쿠자 리무진은 이내 고속도로에 진입했고, 곳곳에서 폭발과 화재의 주황색의 불빛을 안개 속에서 비춰내는 네오 사이타마의 야경이 가드레일 너머로 펼쳐졌다. 이리하여 라오모토 저택에서 벌어진 소우카이야와 자이바츠의 치열한 이쿠사 배틀은 일단락되었다.

 

 

◆◆◆◆◆◆◆◆◆◆

 

 

몇 시간 후.......닌자 슬레이어는 욕실이 연상되는 타일 벽의 방 안에서 수술대처럼 긴 챠부 위에 누워있었다.

방에는 '분명하게 솜씨' '행하면 는다' '수묵화의 생활' 등의 그윽한 문구의 서예 액자가 필요 이상으로 장식되어 있고, 북동쪽 방위의 벽에는 붉은 후지산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옆에 서 있는 것은 마술사 닌자, 코르벳. 그는 손에 벼루와 세필을 들고 반백의 노인의 따가운 시선을 등에 받으며 상반신 나체의 상태로 엎드려 있는 닌자 슬레이어의 오른쪽 견갑골에서 오른쪽 어깨, 오른쪽 윗팔에 걸쳐 불과 물이 섞여드는 듯한 기묘한 장식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작업실 밖에는 두 명의 식스게이츠가 대기한다. 언제 또 자이바츠 섀도우길드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코르벳은 살아있다는 기분이 나질 않았다. 우선 그는 상황과 일의 경과를 서둘러 파악해야 했고, 더욱이 자신이 제안한 수술의 설명을 이 가공할 닌자 전사들에게 능숙하게 풀어놔야만 했다.

 

코르벳의 입놀림은 평소에도 남들의 몇갑절에 달하는 분주함을 자랑했으나, 이때만큼은 목숨을 건 진심어린 혓놀림이었다.

그는 '카제의 속임수'의 짓수를 다시 걸었다. 그렇기에 당분간 자이바츠가 다시 나타나 습격해오는 일은 없다. 그러나 식스게이츠 전사들은 그 설명만으론 그다지 납득하지 못했고, 감시를 동반한 망보기를 푸는 일도 없었다.

 

 

"물과 불이 나란히 나아가 이윽고 교차하는 곳에 카제가 있을지니, 이는 즉 에테르의 흐름이로다." 코르벳은 붓을 놀리면서 말을 이었다.

"오히간의 쐐기는 이 자의 심장에 있으매, 가슴에서 등으로. 어깨에서 팔로. 그리고 대기로 그 징조를 흘려 보내노라" 그의 행동거지를 뒤에서 지켜보는 노인이야말로, 소우카이야의 전속 타투이스트 '본카이 토다'였다.

 

 

"그......조금만 떨어져 줄 수 없겠소, 노인장?" "왜 내가 그래야 하지?" 본카이는 코르벳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여긴 내 아틀리에다. 애초에 너같은 놈팽이가 여기 있는것도 참기 힘든 일이거늘...." "아니, 그 불만은 지당하오만, 이 짓수의 성공을 위해선 그야말로 세계에서 제일가는 실력자인 귀공을 모셔와야만 한다고 확신한 바였기에 말이오...."

 

 

"세계 제일이라! 흥! 아첨꾼 자식!" 본카이는 약간 기뻐하는 낌새를 내며 화를 냈다. "아직 해 준다고 결정한 것은......."

"부탁해요, 그렇게 결정이 났으니까." 복도에서 거듭 확인을 시키는 커버레트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앗하이, 물론입죠."

본카이는 헤실대다가 이내 헛기침을 했다. "그런 그렇고, 거 참 조밀하기도 하군. 이대로 하라 이거냐?" "그렇소."

 

 

문양의 밑그림을 다 그려낸 코르벳은 본카이를 향해 돌아섰다. 오히간을 경유해 허공에서 출현하는 자이바츠 섀도우길드.

그 출현의 원리는 코르벳과 같은 마술사에게는 자명했다. 그들의 초자연 장거리 항해의 등대가 되는것이 앞서 코르벳이 언급했던 '쐐기'다.

이 의식은 이것을 반영구적으로 관측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노인은 손수건을 한번 후려친 후 머리에 감았다. 그리고 그 자신 또한 기모노를 벗어 문신으로 빈틈없이 덮힌 상반신을 드러냈다.

그는 수술대처럼 긴 챠부 아래의 기계를 더듬어 코드로 연결된 미세한 드릴을 집어들었다. 위이이이잉......치과의사의 수술을 방불케 하는 소음이 방의 타일에 울렸다. "시작하마, 꽤 길어질거다!"

 

 

키잉, 키이이잉! 본카이의 팔 안에서 울리는 모터음이 드릴소리와 겹쳐졌다. 나무삼......본카이의 오른팔의 힘줄은 사이버네틱스인 것이다.

보통 사람 이상의 기교를 실현시키기 위해, 예술적일 정도로 미세한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닌자 슬레이어의 눈꺼풀이 꿈틀하고 떨리고 동공이 수축했다.그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부탁하오" 콜벳은 자기 일처럼 얼굴을 찡그리며 손에 땀을 쥐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견갑골 근처에서 고문을 받는듯한 통증을 느꼈다. 문제없다. 고통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정체도 규모도 모를 닌자 집단에게 간섭을 받아 사츠가이와 접촉한 닌자를 놓친다. 피해야 할 절망은 그것 뿐이다.

 

 

모터음과, 규칙적인 진동과, 격통. 그리고 벽에 걸려 군집된 서예들이 이윽고 그에게 선(禪)을 방불케 하는 트랜스 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쿠사 배틀의 기억이 현관 속을 어지러뜨리며 흘러간다. 디지 프라그. 에소테리시즘의 뉴런을 증오의 불길으로 태워 죽였다.

그의 단말마의 기억은 닌자 슬레이어의 안에도 흘러들어와 있었다.

 

 

시계탑......회합.......에소테리시즘......데시케이터......브래스하트. 브래스하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닌자. 하지만 데시케이터는 다르다.

데시케이터에겐 '표면적인 얼굴'이 있다. 우선은 데시케이터를 뒤쫓아 가자. 거기로부터 브래스하트를......그리고 사츠가이를. 아유미를 죽이고, 마스라다를 살려둔 남자를.

 

 

"BWAHAHAHAHA! MWAHAHAHAHA!"

 

 

웃음! 눈빛! 피웅덩이! 여덟 개의 날이 선 수리켄.......! (카이는 대단해) 아유미는 마스라다를 보지 않고 중얼거린다. (나에겐 아무것도 없어) (어째서) (카이에겐 그게 있는걸) (난 아무것도 없어......지금의 나에겐 아무것도!)

 

 

(((그렇도다! 사츠가이가 너에게서 앗아간 것이다!)))

 

 

"끝났다." 본카이가 거즈를 버리면서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일으켰다. 채광용의 작은 창문에서 희멀건 빛이 스며들고 있다.

"괜찮으면 그대로 일어서." 소우카이야의 늙은 타투이스트는 닌자에 대해 완전히 익숙해져 있기에 금방 일어난 그에게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는 닌자 슬레이어를 거울 앞에 세운 뒤, 결과물을 손거울로 보여줬다.

 

 

"으음......" 의자에서 꾸벅이며 졸던 코르벳이 깨어나 눈을 비볐다. "흠......흐음!" 그는 기세 좋게 일어나 가만히 그 솜씨어린 성과를 음미했다.

".......역시로군!.......그대는 어떠한가, 장본인 나리." "문제는 없다." 닌자 슬레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과 물이 나란히 나아가, 섞여들고, 오른팔로 흘러나간다.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각인이었다. 죽음을 앞둔 그가 닌자가 된 순간과 마찬가지로.

"문제는 없어."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계속 적을 추격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 없다니, 그걸로 끝인게냐! 이건 농익은 실력이 들어간 아트란 말이다" 본카이가 위협적으로 신음했다.

"이래서 젊은 것들은......." "드래곤이 떠오른다." 마스라다가 말했다. "거세게 헤엄쳐가는." "......." 노인은 굳은 표정이 되어, 말없이 수긍했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끝

 

 

*1 잇폰지메(一本締め) : 일본 풍습 중 하나, 일의 성사를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대표자의 구호(이요-, 요오- 등)에 맞춰 박수를 치며 자리를 마무리짓는 의식. 회합, 연회 등의 모임에서 마무리를 지을때 주로 쓰인다.

 

 

 

 

 

NEXT EPISODE

 

 

"여기는 신켄타메다사의 뭄바이 지사입니다!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아니, 왜 당신이 전화를 받는거야!? 권한도 없잖아!"

"......없을지도 모릅니다." 코토부키는 수화기로부터 귀를 떼면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좋을까요......"

 

다음 표적은 데시케이터......유망한 기업을 연이어 매수하고, 약값을 터무니없이 끌어올려 팔아치우는 경제적 형태의 사악 닌자이며, 무적의 미나즈키 드론 짓수의 사용자! 정공법으로 그를 쓰러트리는 것은 어렵기 짝이 없는 행위. 전자와 물리공간, 네오 사이타마와 뭄바이를 동시에 공략해야 한다!

 

OL로 변장하여 잠입한 코토부키, 생각치도 못한 협력자와 함께 소셜 해킹을 도전하는 타키, 그리고 그들이 필사적으로 만들어 낸 균열을 가라테로 열어젖히는 것이 바로 닌자 슬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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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버개버

9화

4부 2021. 4. 2. 20:04

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injaslayer&no=749&search_head=40&page=8

 

번역) 닌자 슬레이어 4부 S1 제9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푸르다.""언제라도 불러주면 데리러 오겠네." "편리한 운반책인걸." "디지 프라그 2에 온걸 환영하네.""원한?.......너한테 할

gall.dcinside.com

디시인사이드 'NJSK'님 번역

"푸르다."

"언제라도 불러주면 데리러 오겠네." "편리한 운반책인걸."

"디지 프라그 2에 온걸 환영하네."

"원한?.......너한테 할 이야기는 없어."

"퍽이나 자신이 있으신 모양이시군요. 그것도 사츠가이와 두번 접촉한 결과입니까?"

"당신, 많이도 죽여왔군요! 내 동포를! 그렇군요!"

"더더욱 고통에 떨도록 해라! 모탈의 분노를 깨닫는 게다!"

"네놈의 힘을 이해했다......그건 너 자신의 것이 아니야!"

"난 매력적이라네, 말솜씨도 있지. 방금 막 사랑하는 여자도 구해내어 만능감으로 가득 차있는 참일세"

"오무라사의 머신건입니다!"

"고삐를 쥐는것은, 나 자신......!"

"그건, 분명히 닌자 슬레이어였습니다."

 

 

 

 

「닌자 슬레이어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9

 

【과로사 노 리모즈】 #1

 

 

네오 사이타마, 니토베 역 부근, 지하 쇠퇴 상점가.

녹슬어서 흐려진 금속 셔터 표면에는 가게마다 각양각색의 광고 아트가 그려져 있었으나, 지금은 어느것도 색이 바래있었다.

공기는 싸늘하게 차갑고, 지상의 중금속산성비 한가운데 있는 것 보다도 더욱 추웠다.

 

 

깜빡이는 야광 등롱 라이트의 그늘에서 그림자로 건너가는 검은 장속의 닌자는 가끔 몸을 움크리듯 균형을 무너뜨리며 오로지 가는 길을 서두른다.

길가에 웅크린 부랑자에게서 서슴없이 넝마를 빼앗은 뒤, 이를 망토처럼 몸에 두른다. 닌자 장속은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물론, 눈에 띈다고 해서 그 누구도 그를 탓하려 하는 자는 없을 것이다.

구전되어온 닌자의 두려움은 누구나가 마음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것이고, 괜히 그 행실에 호기심을 보였다간 불행이 기다린다는 것을 거의 본능처럼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부터, 지금의 네오 사이타마에 있어서, 이질적인 모습임을 충고해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닌자는 집요한 추적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서두르고 있었다.

이 인기척 없는 폐상가를 지나 니토베역 구내에 이르기만 하면, 남모르게 혼잡 속에 섞여드는건 손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가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지 수십 초 후, 새로운 닌자가 그 곳에 나타났다.

검붉은 장속과 「忍」「殺」의 멘포. 닌자 슬레이어다.

 

 

그는 도중에 반쯤 셔터가 열려있는 리사이클 숍에 들렀다.

나올 때는 장속 위에 코트를 걸치고 앞챙 달린 모자를 써서 그 또한 닌자라는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발걸음에서 살기는 조금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그 검은 닌자를......엣지워커를 반드시 몰아넣어 살해할 생각이었다.

 

 

그의 손을 적신 피는 높은 열기에 가열되어 증발해 갔다. 엣지워커의 피였다. 이미 그는 한 번의 이쿠사 배틀을 마친 것이다. 한 번은.

그는 엣지워커의 심장을 꿰뚫었다. 하지만 적은 살아있었다. 검은 장속이 먼지로 변해 부스러지고, 과로사한 시체만이 남았다.

그 광경을 목격했던 한 시민이 흰자위를 들어내며 비명을 지른 뒤, 검은 장속을 두르고 달아났다.

 

 

지극히 기묘한 체험이었다. '사츠가이'의 잔향은 과로사한 시체에는 남아있지 않았고, 도망치는 등에서 뿜어지고 있었다.

엣지워커는 여러명 있단 말인가? 있을 수 없다. 지금도 그 정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놓친 것은 아니다.

전방의 조명이 점차 밝아져가고, 마침내 니토베 역의 개찰구가 나타났다.

 

 

가깝다. 느껴진다. 닌자 슬레이어는 개찰구를 통과했다. 구내에서는 통근 중인 사라리맨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명함을 받아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싸구려 양복을 입은 젊은 사라리맨이 중년 사라리맨의 앞길을 가로막고 명함을 내밀려다, 도리어 가방에 맞고 넘어졌다. 나무아미타불!

 

 

"방해하지 마!" "아이에에에!" 저것은 사원 연수중인 뉴비 사라리맨이다.

그는 손목시계로 감시당하면서, 명함 폴더에 가득한 명함을 생면부지의 다른 사라리맨들과 전부 교환할 때까지 결코 역 구내에서 나오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들을 한번 흘낏 본 뒤, 다시 앞길을 서둘렀다.

 

 

플랫폼에는 마침 10량편성의 전철이 들어오는 와중이었다. 닌자 슬레이어의 앞이 최후미였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검붉은 눈빛은 분명 포착하고 있었다. 사츠가이 접촉자의 뒷모습을.

엣지워커는 주위를 재빠르게 둘러본 뒤, 문이 닫히는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차안으로 겨우 들어왔다.

 

 

"......." 문이 닫혔다. 혼잡률 5할의 차내에서 엣지워커는 겨우 숨을 토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닌자 슬레이어의 시선을 깨닫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닌자 슬레이어도 전철 안에 들어와 있었다.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오랜만이군. 엣지워커=상."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엣지워커는 씁쓸해하며 대답했다. "그렇군.......약 10분 만인가" "미련을 버리기에는 층분한 시간이지." 닌자 슬레이어는 서슴없이 단언했다.

통근 사라리맨들은 의자에 앉거나 손잡이를 잡은 채로 손에 든 신문이나 휴대용 IRC 단말을 응시하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적을 향해 결단적으로 접근한다!

 

 

"이얏-!" "이얏-!" 두 닌자의 춉이 서로 부딪치고, 불꽃이 튀겼다. 다음 순간, 닌자 슬레이어가 내지른 반대쪽 손이 엣지워커의 목젖을 도려내고 있었다.

"끄악-!" 피물보라를 튀기며 구르는 엣지워커! "아이에에에!" 그 광경을 목격한 사라리맨이 비명을 질렀다!

 

 

"닌자? 닌자 왜!?" 나무삼! 닌자의 실존이 거의 기정사실이 된 이 시대에서도, 닌자의 이쿠사 배틀을 갑자기 보게 되면 NRS(닌자 리얼리티 쇼크)에 빠지는 것은 역시 피할 수 없다.

 

 

"닌자왜, 아밧-!" 뒷걸음질치던 사라리맨이 갑자기 검은 안개를 토했다! 검은 안개는 사라리맨의 몸을 순식간에 뒤덮으며 장속을 형성한다!

그리고 사악한 악의를 담아, 침착해진 모습으로 닌자 슬레이어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이건!" 닌자 슬레이어가 신음했다.

그의 발밑에 웅크려있던 엣지워커의 장속은 무너져, 그저 과로사한 시체로 변해 있었다. 이전과 똑같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내장파열을 일으키는 중단차기를 처박았다. "끄악-!"

"아이에에에에!?" 후방에서 비명! 사라리맨의 의자에서 일어나 비명을 질렀다. 엣지워커는 그 사라리맨을 보았다.

"아밧-!" 사라리맨은 검은 안개를 토하며, 장속을 두른다!

 

 

"이얏-!" "끄악-!" 날아차기를 처박는다! 그 0.5초 후!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등 뒤에서 춉을 받았다.

바로 뒤에서 엣지워커는 유열에 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닌자 슬레이어를 보고 있었다.

"이얏-!" "끄악-!" 팔꿈치 뒷치기로 반격! 하지만.......!

 

 

"이얏-!" "끄악-!" 또다시 사각에서, '새로운' 엣지워커의 공격을 받고 닌자 슬레이어는 쓰러졌다.

"아이에에에!" "아이에에에에!" 이제 차내는 NRS 증상을 일으킨 사라리맨들의 비명으로 가득 찬 아비규환의 상태로 변해 있었다. 이대로라면......!

 

 

"왜 그러지, 지금도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이얏-!" 엣지워커가 위에 올라타 닌자 슬레이어를 구타했다!

닌자 슬레이어의 뉴런에서 닌자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며, 순간적인 화재현장 파워가 샘솟았다.

 

 

"이얏-!" 그는 엣지워커의 배를 아래에서 차올리며......거꾸로 집어던졌다! 나무삼! 토모에나게다! 토모에 스로잉(*배대되치기)이다!

순간의 발버둥질이 강력한 기술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그리고 내던져진 방향은 닌자 슬레이어가 노린 대로였다! KRAAAASH!

"끄악-!" 엣지워커는 문을 깨고 9번째 차량으로 굴러들어간 것이었다. 닌자 슬레이어의 눈이 타오른다. 그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뛰어들었다!

 

 

"이얏-!" KRAAASH! 차량을 뛰어 건너면서, 닌자 슬레이어는 연결기의 중요부위를 짓밟아 부쉈다. 금새 10번째 차량은 뒤쪽으로 남겨져 버렸다.

엣지 워커는 혀를 차며 앞으로 도망쳤다. 닌자 슬레이어는 뒤쫓는다. 혼잡률 5할. 사라리맨들은 전원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작전을, 이쿠사 배틀의 흐름을 바꿔야만 한다. 엣지워커의 짓수의 구조를 알아내지 못하면 지리 푸어(서서히 불리)의 형국을 뒤집을 수는 없으리라.

섣불리 공격하면, 놈은 어떠한 수단을 써서 타인을 '뒤집어 쓰고' 만다. 『지지지직......닌자 슬레이어=상! 설마하는 소리지만......』 타키의 통신

 

 

『오늘은 유난히 돌아오는게 늦는데, 설마, 연락도 없이 지 맘대로 '쫓아간' 건 아니지?』 (미안하지만 걱정한 대로다.)

닌자 슬레이어는 통신에 응답했다. 타키는 참지 못하고 저주의 말을 외쳤다. 『붓다 퍽!』

 

 

엣지워커와의 조우는 준비되었던 것이 아니다. 닌자 슬레이어는 순전히 우연으로 사츠가이의 잔향을 풍기는 닌자와 마주친 것이다.

천재일우의 기회. 놓칠 수는 없었다.

 

 

『이 멍청한 자식아!』 타키는 악을 질렀다. 『왜 가만히 다물고 기다리질 못해! 정식으로 문신 들이기 전에, 그 마술쟁이의 부두 가지고는 겨우 하루도 다 못버틴다고 했었잖아!』 (하룻동안이나 걸리진 않아.)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게다가, 너 말야, 그 근처는 소우카이야의 중점 테리토리라고!』

 

 

그렇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 위험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라쿠는 그에게 차량 내의 모든 승객을 조속히 살육할 것을 부추긴다.

지금까지의 이쿠사 배틀의 흐름을 봐도 이 곳은 엣지워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할 수 없다.

더 이상의 쓸데없는 살육은 확실하게 소우카이야의 닌자를 불러들이게 될 것이다. 이미 상당히 위험한 다리를 건넜다.

 

 

그 때문에, 그는 우선 10번째 차량을 떼어냈다. 엣지워커는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도망간다. 사라리맨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뒤쫓는다. 두 명의 닌자는 9번째에서 8번째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얏-!" KRASH! 닌자 슬레이어는 연결기를 파괴. 9번째 차량도 선로에 남겨지게 됬다.

 

 

남겨진 차량은 눈깜짝할 새에 후방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나중에 그들은 철도기업에게 구조되거나, 그 전에 도보로 돌아가게 되겠지.

비참한 일이지만, 이쿠사 배틀에 말려들어 죽는 것은 면했다. 엣지워커는 혀를 차며 닌자 슬레이어를 돌아봤다. 사라리맨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상황판단했다.

 

 

이윽고 전철에 감속이 걸렸다. 『에-, 다음은, 이나마미. 이나마미 역입니다. 차량 연결에 트러블이 발생했으므로, 현재 8량으로 운행 중입니다만, 여러분은 여러분은 제시간 대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원인은 조사중입니다.』 이나마미 역의 플랫폼에 전철이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닌자 슬레이어는 엣지워커를 붙잡았다.

 

 

그 때였다. "밀지 마!" "야메로!" "늦는다구요!" 제각기 서로를 매도하면서, 노도처럼 대량의 통근 사라리맨이 몰려왔다.

"크윽-!" 순식간에 차내의 혼잡률은 임계치를 넘어, 꽉 차서 터질듯한 만재 상태가 되었다. 역무원들은 거기에 더 많은 승객을 밀어넣는다.

 

 

위잉푸쉬익.......차문이 닫혔다. 『에-, 발차. 발차하겠습니다.다음은 도미쨩 역입니다.』

두웅.......전차가 진동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욕하던 사라리맨들도 이젠 조용해져서 아래를 보고 있었다.

원 인치 거리에 있었던 두 명의 닌자 사이를, 지금은 여러 명의 사라리맨이 갈라놓고 있었다. 그들은 압박 속에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_____________________

(지금까지의 줄거리 : 또 한명의 사츠가이 접촉자인 닌자, 엣지워커. 닌자 슬레이어는 니토베 역 부근의 지하철에서 우연히도 그와 조우하여, 곧바로 덮쳐들어 그를 살해하지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엣지워커는 정체불명의 짓수를 사용하여 죽음마저 피해 도주했다. 쫓고 쫓기던 두 닌자는 플랫폼에 도착한 전철에 올라타게 되었으나, 승객 혼잡률은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과로사 노 리모즈】#2

 

 

니토베에서 이나마미. 그리고 다음은 도미쨩 스테이션. 가속하는 차량 안은 완전히 혼잡했고, 라이브하우스의 객석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그곳엔 폭음을 울리는 로큰롤 밴드의 존재는 없고, 열광 또한 없다. 돌처럼 얼어붙은 침묵과 전차의 주행음, 사라리맨 뿐. 그리고.......닌자가 두 명 있었다

 

 

손잡이를 쥔 상태로 닌자 슬레이어는 엣지워커를 응시한다. 상대의 감정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

분명이 죽였을 터였다. 그러나 다른 승객이 엣지워커로 변했다. 놈은 그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 엣지워커에게 '계획대로'라 여기는 고양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하고 있다.

 

 

니토베~이나마미 역 사이의 혼잡률은, 현재의 환경과 비교하면 마치 일등석처럼 쾌적했다.

최후미의 차량에서 엣지워커는 그 정체불명의 짓수를 남용하며 닌자 슬레이어를 농락했다.

승객 전원이 엣지워커? 있을 수 없다. 시민의 신체를 강탈하는 부류의 짓수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인 공격으론 죽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닌자 슬레이어는 우선 탑승했던 차량을 떼어내고 다음 차량으로 옮겨타 환경을 일단 바꿨다.

그는 적을 몰아붙이듯이 움직이고 있다. 엣지워커에게서 조금 전의 적극성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짓수의 재사용도 없다.

그가 취한 행동이 무언가 효과를 보고 있었다.

 

 

커브. 차체가 기울었다. ".......!" "........!" 닌자들은 서로 노려봤다. 현재 차내에서 이동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제대로 양 손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상태다.

이 상황에서는 복잡한 짓수는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짓수의 비결은 알아내지 못했으나, 죽일 기회는 있다.......!

 

 

"......" 엣지워커는 승객들 사이로 몸을 밀어넣고, 전철 내의 앞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라리맨은 편찮은 눈길로 엣지워커를 흘낏 본 뒤, 다시 신문이나 휴대용 IRC 단말으로 시선을 되돌린다.

 

 

"......!" 놓치지 않겠다. 닌자 슬레이어 또한 이동을 개시한다. 커브. 차체가 기울었다. 무수한 살의 무게.

나라쿠의 살의가 밀려들었다. (((죽여라. 마스라다!))) "스미마셍." 그는 나라쿠를 무시하며 중얼거렸다.

 

 

한마디 건 것으로, 그의 기분과 이동이 스무스해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엣지워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엣지워커는 난폭하게 밀면서 앞으로 나갔으나, 스모토리 승객의 근처에서 꼼짝 못하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상황판단했다. 여기서 죽일까?

안 된다. 아직 짓수가 봉쇄되었다고 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

 

 

"비켜!" 엣지워커는 스모토리의 등을 세게 밀었다. "끄악-!" 0인치의 거리에선 뜻대로 가라테를 펼칠 수 없다.

살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스모토리가 죽는 일은 없었다. 스모토리는 넘어지면서 좌석에 앉은 사라리맨을 짓눌렀다. "아밧-!"

엣지워커는 계속 밀고 나아간다.

 

 

닌자 슬레이어는 이미 엣지워커와 맞닿은 위치에 있었다. 엣지워커는 차량간 문을 등지고 있었다.

".......!" ".......!" 두 닌자는 서로를 어루만지는 듯한 초지근거리의 목인권을 방불케 하는 타격의 응수를 개시했다.

엣지워커는 닌자 슬레이어의 눈을 노린다. 닌자 슬레이어는 박치기로 요격했다.

 

 

".......!" 엣지워커는 손가락이 꺾이기 직전에 서밍 공격을 단념하고, 이번엔 쇄골 부근을 노리다가 틈을 봐서 차량간 문을 열었다.

양자는 서로의 공격을 빗겨내고, 찌르고, 되찌르고, 받아치면서 7번째 차량으로 이동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타격전의 틈을 타 연결부를 밟아 부숴 8번째 차량을 떼어냈다.

 

 

사라리맨을 가득 실은 철의 상자가 또 하나 후방에 남겨진 채 떠나간다.

이걸로 엣지워커가 뒷차량에 있는 자를 이용해 기습하는 일은 만에 하나라도 없을 것이다.

"........!" 두 닌자는 시선을 통해 서로를 매도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결코 눈을 돌리지 않는다. (네놈이 도망칠 곳은 전방 이외에는 없다.......!)

 

 

『곧 도미쨩에 도착합니다. 환승하실 분은 주의해주십시오......』 차량 아나운스와 함께 전철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들은 흔들림을 견뎠다.

위잉푸쉬익......문이 열리고, 샐리러맨이 차량 밖으로 방출된다. 두 닌자는 다시 타격전을 개시했다. 교대로 대량의 샐러리맨이 유입된다. 최혼잡 구간!

 

 

승객들은 강렬한 압박을 견뎠다. 혼잡률은 비정상적인 수치에 달해 있어 이젠 얼굴을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어렵다.

닌자 슬레이어와 엣지워커는 문을 등지고 서로의 아주 가까이에 위치해 있었으나 0인치 거리의 가라테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음은 고바시 역......다음은 고바시 역』 출구 문은 어느쪽이지?

 

 

이 상황은 막대한 딜레마였다. 출구가 이쪽이라면, 이 터무니없는 혼잡 속에선 해방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쿠사 배틀의 흐름으로써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엣지워커가 차량 밖으로 도망쳐 나오면, 플랫폼을 지나며 그 짓수를 마음대로 사용할 것임은 확실했다. 최후미 차량에서 경험한 악몽같았던 바꿔치기 전투를 반복해야 한단 말인가? 『출구는 우측입니다.』 반대편!

 

 

"망할.......!" 닌자 슬레이어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아니, 이걸로 됐어. 오히려 이건 하늘의 도움이다. 하지만.......!

"아밧-!" 어딘선가 극도의 압박 속에 빠진 사라리맨이 단말마처럼 비명을 질렀다. 이윽고 기차는 고바시 역에 도착했다.

빠져나가는 승객들! 엣지워커는 도주를 시도했으나, 승객이 유입되는 것이 더 빨랐다.

 

고바시역에서 극도의 혼잡은 다소 완화되었다. 엣지워커는 이동하기 시작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이를 뒤쫓았다. "스미마셍." 춉과 유사한 동작을 되풀이하며, 작게 고개를 숙인채로.

엣지워커는 몇번이고 뒤돌아보며 이동했다. 도주방향은 전방 뿐이었다. 차량이동. 닌자 슬레이어는 연결기를 파괴!

 

 

"에에이.......이대로는......!" 엣지워커는 악담을 내뱉었다. 돌더미 같은 침묵. 석상 같은 사라리맨들. 이를 밀어젖히고, 헤치면서 앞을 향한다.

검붉은 살기가 다가온다. 퇴로를 끊으면서. 엣지워커는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어가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다. 막다른 곳으로 몰리고 있었다.

 

 

"비켜라.......! 비켜엇-!" "아이에에에!" 사라리맨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뒤로 밀치면서, 차량간 문을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

"끄악-!" 문 뒤에 있던 사라리맨이 밀쳐졌다. 하지만 다른 승객들은 돌처럼 침묵하면서,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엣지워커는 혀를 찼다.

 

 

그가 차량을 옮기자 닌자 슬레이어도 곧장 뒤이어 건너왔다. 연결기를 파괴하면서. 그 동작에 요령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엣지워커는 흐르는 시간을 점차 느리게 느끼기 시작했다. 닌자 아드레날린의 분비이다. 점점 짧아져 가는 이 열차는 마치 스스로의 생명의 촛불인 것처럼...

....아니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을 뿌리쳤다.

 

 

그가 사츠가이로부터 부여받은 후도우 텐세이 짓수(フドウテンセイ・ジツ;부동 전생 짓수)는 무적의 짓수다.

닌자 리얼리티 쇼크 증상에 빠진 시민을 순식간에 과로사시켜, 그 몸을 빼앗아 엣지워커의 육체로 재구성한다.

비닌자 따위는 그에게 있어서 고기로 만들어진 점토인형에 불과했다. 마음대로 소비할 수 있는 찌꺼기들에 불과......할 터였다!

 

 

사츠가이에게 후도우 텐세이 짓수를 받은 이래로, 하찮은 야쿠자 히트맨이었던 엣지워커의 작업방식은 확 달라졌다.

암살의 사전조사, 위치잡기, 회유......그 모든 것들이 필요없어졌다. 스타일이 변하면서, 과거의 자신은 폐기되었다.

단지 이 짓수가 있으면 간단히 허를 찔러 죽일 수 있다. 무적이었다.

 

 

자신에게 내려온 행운에 그는 도취되어 있었다. 앞으로 모든 것이 잘 될 터였다. 그런데......그런데 어째서 닌자 슬레이어라는 놈이 날 죽이려 쫓아오지?

뭐가 만원전철이냐. 고작 쓰레기같은 비닌자들을 가득 채웠을 뿐인 운송수단 따위에게, 어째서 내가......!

"스미마셍. 스미마셍." 닌자 슬레이어가 다가온다! 제 4차량! 제 3차량!

 

 

추격하는 측인 닌자 슬레이어 또한 극한적인 상황 아래 놓여있었다 (나는 왜 이런 곳에 있는거지)

마스라다에게 사라리맨으로써의 경험은 없다. 그렇기에 그는 이 인내장치를 지금까지 알지 못한 채로 자라왔다. 세간 이야기로만 들을 뿐이었다.

'왜 가만히 다물고 기다리질 못해?' 타키의 매도가 뉴런 속에서 메아리쳤다.

 

 

『에-, 다음은, 요스가, 요스가 역입니다. 차량이 줄어들고 있는 원인은 아직 조사중입니다만, 여러분은 제시간 대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

아나운스가 들려오고, 차체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위잉푸쉬익- 문이 열렸다. 닌자 슬레이어는 엣지워커를 붙잡았다. "짓수를 쓸 수 없나 보지?" "......!" 엣지워커는 눈을 부릅떴다.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의 박치기가 명중했다. 곧바로 사라리맨들이 유입되어 차내혼잡률을 높였다.

엣지워커는 더욱 거칠게 사라리맨들을 밀어제끼며 앞으로 도망쳤다. 그럼에도 사라리맨들은 바위같은 침묵과 무관심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제 2차량! ......선두차량!

 

 

"이얏-!" KRAAASH! 닌자 슬레이어는 2번째 차량을 뒤로 분리했다. 엣지워커는 전방의 사라리맨을 구타한 뒤, 목덜미를 잡았다.

"이쪽을 봐!" "아이에에에에!" 사라리맨은 공포에 빠져 비명을 질렀다. 그 벌린 입으로 자신의 의식을 던져넣는 장면을 이미지한다. 그것으로 후도우 텐세이는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퇴로는 남아 있나? 엣지워커=상." 닌자 슬레이어가 등 바로 뒤까지 들이닥쳐 있었다 "네놈의 짓수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이얏!" 숏 훅을 내지른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 팔을 감싸안고, 그대로 꺾었다! "이얏-!" "끄악-!" 사라리맨은 여전히 돌처럼 침묵을 지키고 있다!

 

 

"네놈들! 날 봐라! 쓰레기들아!" 엣지워커가 절규했다. "나는 닌자다! 네놈들! 죽여버린다, 너희들!"

하지만 사라리맨들은 눈을 맞추지 않고 고개를 아래로 숙인 그대로 엣지워커에게서 조금 떨어질 뿐이었다.

무관심에 의한 자기방어......그것은 의도치 않게 그의 짓수를 봉하고, 극한상황까지 몰아넣고 있었다.

 

 

"왜냐! 어째서야! 죽어라! 이얏-!" 엣지워커는 근처의 사라리맨에게 춉을 내질렀다. "아이에에에!" 비명을 지르는 사라리맨! 다른 승객들은 무시!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가 엣지워커가 들어올린 손을 붙잡고, 그대로 꺾어 이를 멈춘다! "이얏-!" "끄악-!"

 

 

사라리맨들은 서로를 구석으로 밀며 아주 약간 빈 공간을 만들었다. 엣지워커는 그 위로 쓰러졌다. 하지만, 화재현장 파워다!

닌자 슬레이어의 결단적인 추격타를 브레이크 댄스를 방불케 하는 윈드밀 돌려차기로 요격해내어 보였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손잡이를 잡고 이에 매달려 회피한다!

 

 

"아직이다!" 엣지워커의 눈동자에 광기어린 결단의 불꽃이 켜졌다. 그는 목과 등에 힘을 줘서 튀어올라 스프링같은 기세의 드롭킥을 내지른 것이다.

KRAAASH! 맨 앞의 유리창을 파괴하며 운전석으로 건너가는 엣지워커! "아이에에에!" 비명을 지르는 기관사! "그거면 됐다!" 엣지워커는 잔인하게 웃는다!

 

 

양팔을 쓸 수 없는 이 몸뚱이는 더이상 필요없다! "이얏-!" 엣지워커의 사악한 후도우 텐세이에 의해 기관사의 비명을 지르는 입 속으로 그의 의식이 흘러들어갔다.

"아바바밧-!" 기관사는 경련하며 좌석에서 일어났다. 얼마지 않아 입에서 뿜어져 나온 안개가 검은 장속을 형성했다. 새로운 엣지워커의 탄생이다!

 

 

"이얏-!" KRAASH! 유리창문을 깨고 닌자 슬레이어가 운전실에 엔트리했다. 하지만 엣지워커는 홍소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웃는 건 내쪽인 것 같구나! 닌자 슬레이어=상! 더이상 이 전철에 운전수 따위는 없다!"

그리고 정면 유리창을 주먹으로 깨부수는 것이었다!

 

 

【#3(終)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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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얏-!" KRAASH! 유리창문을 깨고 닌자 슬레이어가 운전실에 엔트리했다. 하지만 엣지워커는 홍소했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웃는 건 내쪽인 것 같구나! 닌자 슬레이어=상! 더이상 이 전철에 운전수 따위는 없다!" 그리고 정면 유리창을 주먹으로 깨부수는 것이었다!◆

 

 

【과로사 노 리모즈】#3

 

 

고오오오! 곧장 후려치는 듯한 거친 바람이 들어왔다. 벽을 방불케 하는 공기의 질량에 부딪쳐 닌자 슬레이어는 잠깐 주춤했다.

"이얏-!" KRAAASH! 엣지워커는 팔꿈치로 운전기구를 내리찍어 무참히 파괴한 뒤, 이 선두차량의 정상적인 운행을 더 이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번 차량이 네놈의 관짝이다!"

 

 

"이얏-!" "이얏-!" 엣지워커는 놀랄만한 민첩성을 발휘해 깨진 정면 유리창을 넘어 차량 밖으로 나온 뒤, 닌자 슬레이어의 공격을 피하면서 위로 사라졌다!

"잘 있거라!" 자신감에 찬 웃음소리만을 남기고! 닌자 슬레이어는 혀를 차며 끝없이 올라가는 속도계와 부러진 핸들을 노려봤다.

 

 

절박한 상황이다. 이대로면 늦든 빠르든 노선의 전방에 위치한 다른 전차에 충돌하여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는 미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엣지워커는......아니! 닌자라 해도 최고속에 이른 전철 위에서 부상없이 뛰어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 곳은 터널 안, 다음 역에 도착할 때까진 도망칠 수 없다.

 

 

닌자 슬레이어의 뉴런을 닌자 아드레날린이 극도로 자극했다. 둔화되는 시간감각 속에서 그는 머리가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로 뇌를 혹사시켜, 마침내 상황판단을 내렸다.

(할 수 있을까?) 그는 스스로 물었다. (아니, 하는 거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엣지워커를 뒤따라 깨진 유리창을 뛰어넘어, 위쪽 창틀을 붙잡고 매달렸다!

 

 

"이얏-!" 몸을 크게 굽혔다 펴서 전철의 차체 위로 뛰어 올라탄다!

"이얏-!" 나무삼! 엣지워커는 닌자 슬레이어의 이 행동을 읽고 있었다. 미리 차체 위에서 앰부쉬를 준비하고 있던 그는, 닌자 슬레이어가 나타나자 마자 목을 향해 보틀넥 컷 춉을 내지른 것이다!

 

 

엣지워커의 도주에는 2단계의 계획이 있었다. 제 1단계, 우선 차체 위에서 대기하면서 닌자 슬레이어가 뒤쫓아 오면 무방비 상태의 적에게 기습을 걸어 죽인다!

2단계, 그리고 적절한 장소를 통과할 때 전차를 버리고 뛰어내린다! 쫓아오지 않는다면 1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2단계를 실행할 뿐!

 

 

음속에 가까울 정도로 가속된 춉이, 열기를 두른 채 올라오는 도중의 닌자 슬레이어에게 닿으려고 했다. 닌자 슬레이어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이얏-!"

채애이잉! 이질적인 소리에 엣지워커는 눈을 부릅떴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둥글게 말아 춉을 막아내면서, 그 반동을 이용해 반대편으로 높이 튀어오른 것이다!

"이얏-!" 선향 불꽃같은 안광의 궤적이 어둠에 남겨졌다.

 

 

"어리석은 놈" 엣지워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좁고 낮은 터널 안의 공간에서 전력으로 도약하는 것은 자살행위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이 속도로 천장부에 닿기라도 하면 설령 닌자라도 네기토로처럼 잘게 갈린 고깃덩이가 되는게 끝이다.

그렇기에 엣지워커는 더이상의 도주를 멈추고......"뭐?"

 

 

"이이이이야아앗-!" 닌자 슬레이어는 네기토로가 되지 않았다. 엣지워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의 망막엔 천장을 거꾸로 달리는 검붉은 불덩이의 모습이 새겨지고 있었다. 도약한 뒤, 천장 위를....그것은 찰나 동안의 일이었다, 찰나였으나...

...."말도 안돼!" "이얏-!" 닌자 슬레이어가 뛰어내렸다! 전철 위로!

 

 

"끄악-!?" 엣지워커는 운석처럼 상공에서 떨어져 내려온 회전 날아차기를 받고 목이 120도 돌아갔다.

그리고 뒤늦게 목 아래의 신체가 나선을 그리며 허공을 마구 돌았다. 닌자 슬레이어는 미끄러지듯 차체 위에 착지하며 쓰러지는 적을 노려봤다.

천장에 직선을 그리며 타오르던 불길은 어느새 후방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끄악-!" 엣지워커는 차체 위를 마구 튀어오르다, 오목한 홈에 이르러서 겨우 낙법을 취해 추락사를 면했다.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는 그 순간에 이미 왕복 달리기 선수처럼 방향을 틀어 크라우칭 스타트를 취하고 있었다.

가라테를 취하려 하는 엣지워커를 향해 그는 뛰어들었다. "이이이야앗-!"

 

 

그것은 마치 분노로 미쳐 날뛰는 짐승과도 같았다. 엣지워커는 어째서 자신이 이런 분노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가드를 올리려 해도 이미 늦었다. 닌자 슬레이어의 오른손이 엣지워커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는 뒤로 쳐날려...지지 않았다.

닌자 슬레이어의 오른손은 그의 가슴을 꿰뚫었고, 엣지워커는 그대로 들어올려졌다.

 

 

"아밧......아밧-!?" 엣지워커는 피를 토했다. 고속 주행하는 전철 위에서 닌자 슬레이어는 엣지워커의 가슴에 오른팔을 팔꿈치 마디까지 비집어 넣고서 들어올렸다.

엣지워커의 등 뒤에선 그를 꼬챙이처럼 꿴 오른팔이 삐져나와 있고, 팔 끝의 손에는 적출된 그의 심장이 쥐어져 있었다.

"사츠가이라는 자를 알고 있겠지." 아밧-!"

 

 

닌자 슬레이어는 왼손으로 엣지워커의 머리을 잡았다. 그의 머리 안으로 검은 불꽃이 스며들었다.

이미 빈사상태인 닌자의 눈이 열로 탁해졌고, 멘포 호흡구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빨리 죽고 싶으면 말해. 네놈의 동료 브래스하트는 사츠가이에게 다다르는 방법을 알고 있을꺼다." "그런......아밧-!" "브래스하트는 어디냐!"

 

 

"놈이 있는 곳은......나도 모른다......." 지고쿠 헬의 불꽃에 자아가 태워져, 엣지워커는 의식불명의 상태로 자신이 아는 답을 불기 시작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서로 연락을 주고 받았어.......그 세명은.......브래스하트.......에소테리시즘.......데시케이터.......우리 중에서도 특히 가라테와 짓수에 능한 그 놈들은......사츠가이의 비밀을......분명......."

 

 

"데시케이터." 닌자 슬레이어의 눈이 번뜩었다. 고오......바람이 불고, 전차는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반쯤 탄화된 엣지워커를 닌자 슬레이어는 내던졌다. "사요나라!" 폭발사산!

 

 

터널 밖의 세계가 다시 펼쳐졌고, 전방의 레일은 급경사의 오르막길이었다. 머리 위의 상공에는 스모그가 끼었고, 발 밑의 레일 아래에는 네오 사이타마의 야경이 있었다.

고저차가 심한 이 기형적인 구역을, 단 한대의 전철이 나아가고 있었다. 타마 리버를 넘어가는 고가 철도다. 강의 수면에는 무수한 네온 라이트가 번져서 비춰지고 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뒤로 뛰어내려 레일 위에 착지했다. 승객을 가득 실은 전철은 이에 상관하지 않고 떠나간다. 닌자 슬레이어는 끌려가기 시작했다, 어째서인가!

 

 

나무삼! 수상 스키를 방불케 하는 자세로 양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발밑에선 격렬하게 불똥을 튀기며 닌자 슬레이어는 레일 위를 미끄러져 나가고 있었다.

그의 팔에는 타오르는 밧줄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 선단부의 갈고리로 폭주차량의 후방을 단단히 물고 있었다. 하나가 아니다, 오른팔과 왼팔에서 각각 뻗어져 나온 두 개의 갈고리 로프였다!

 

 

타카마바시 역은 타마 리버를 건너간 바로 앞에 위치한다. 선행하던 전철이 정지해 승객이 타고 내리던 와중이었다.

플랫폼에는 이미 이상사태의 경보가 전해져 거의 폭동 상태나 다름 없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비틀며 속도에 저항했다.

전철에서 삐꺽대는 울림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검붉은 장속 위로 밧줄같은 근육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스라다......쓸데없는 짓을!))) 나라쿠가 저주어린 목소리로 꾸짖었다. (((닌자와 일절의 관계가 없는 일이 아니더냐! 하물며 사츠가이와도!)))

"닥쳐" 닌자 슬레이어는 쏘아붙였다. "닥쳐라.......닥쳐!" 부릅뜬 눈에서 검붉은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등에선 부지직대는 소리와 함께 장속이 터져나간다!

 

 

"이이이이.......이이이야아아앗-!" 근섬유가 폭발하고, 피가 뿜어져 나오고, 그 피가 불타올라 장속을 재생시켜, 부정한 힘을 더 부여한다.

이 파멸적인 사이클에 스스로 빠져들면서, 지고쿠 헬에서 방금 막 올라온 듯한 몰골의 남자는 끊임없이 외쳤다. 끼익......끼익.......끼익......끼익, 끼익,

전차의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끼익, 끼익, 끽. 전차가.......멈췄다.

 

 

사라리맨들이 상황을 전부 파악하기엔 차내는 지나치게 붐비고 있었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이 확정적인 죽음을 향해 맹렬한 스피드로 끌려가고 있었다는 것과, 어떠한 요인으로 그 결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느낄 뿐이었다. 차체를 잡아당기던 갈고리 로프가 완전히 바스라지고, 로프를 잡고 있던 닌자가 타마 리버로 추락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타마 리버가 검붉은 닌자를 삼키자, 그 수면에선 온천을 떠오르게 하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몽롱한 의식으로 닌자 슬레이어는 미지근한 물에 감싸였다.

 

 

◆◆◆◆◆◆◆◆◆◆

 

 

분리된 차량들은 철도 경비병에 의해 순차적으로 보호됬지만, 차내의 승객 사라리맨들 중 일정수는 그것을 기다리지 않고 전철 밖으로 나가 터널을 통해 역까지 걸어갔다고 한다. 이 체험을 계기로 샐러리 펑크족이 되는 자들이나, 상관을 후려패고 회사에 사표를 내미는 자들도 나타났다. 철도 회사의 주가에도 약간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건들도 네오사이타마의 혼돈스러운 일상의 나날 속에 삼켜진다. 파괴와 재생의 사이클을 헤치고 사라리맨들은 날마다 만원 전철에 올라타고 내린다. 그것이 네오 사이타마인 것이다. 그리고 이 날 벌어진 닌자의 사투를 선명히 기억하는 자도 당사자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예외가 없다면.

 

"이얏-!" 가라테 샤우트를 바람에 태우고, 타마 리버를 지나는 놀잇배의 지붕 위에 착지한 것은 하얗게 바랜 머리칼에 투박한 멘포가 인상적인 날렵한 닌자이다.

그의 왼쪽 눈 위에는 <六門>의 한자와 크로스 카타나를 결합시킨 문장이 있었다. 그는 배 부근의 수면에서 거품이 떠오르는 것을 지긋이 내려다봤다.

 

 

이내 수면 위로 튀어나온 검붉은 장속의 팔이 뱃전을 붙잡았다.

딱 봐도 완전 연소한 것이 눈에 보이는 초주검의 닌자가 콜록거리며 자신의 몸을 끌어올리는 광경을 짧은 백발의 닌자는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갈란드. 소우카이 신디케이트 수령 직속 실력행사 부문, '식스게이츠' 에 속한 닌자다.

 

 

"쿠훕.......쿨럭.......!" 갑판 위를 구르며 나자빠져, 강물을 계속 토해내던 닌자 슬레이어는 자신을 응시하는 그림자를 올려다보았다.

갈란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의 등 뒤에선 하늘로 쏘아진 광고용 폭죽이 스모그가 낀 하늘에서 연이어 터지고 있었다.

 

 

【과로사 노 리모즈】 끝

 

 

◇◇◇◇◇◇◇◇◇◇◇

 

 

NEXT EPISODE

 

 

만원 전철의 승객 전원이 사망하는 것을 겨우 방지하고, 그 여파로 탈진해서 쓰러진 닌자 슬레이어는 강에서 끌어올려낸 자는...

...오오, 나무삼...소우카이 식스게이츠의 전사, 갈란드였다. 닌자 슬레이어를 계속 쫓아다녀 온 그에게 감금당한 마스라다는 가혹한 고문을 받게 된다!

절체절명의 궁지! 그러나 닌자 슬레이어는 기가 꺾이지 않았다. 그가 궁리해낸 상식을 벗어난 해결책이란, 도대체!?

 

"......네놈을 죽이면 간단히 끝날 문제로 보인다만" "시험해 보지 그래? 어디 죽여 보라고."

 

그들의 살벌한 협상은 이윽고 라오모토 치바가 거주하는 저택을 무대로 벌어지는 소우카이 신디케이트 vs 자이바츠 섀도우길드의 가공할 이쿠사 배틀로 이어진다! 이는 과연 어떠한 파란이란 말인가!? 괄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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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4부 2021. 3. 31. 16:28

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injaslayer&no=729&search_head=40&page=8

 

번역) 닌자 슬레이어 4부 S1 제8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교토 공화국, 가이온 지표. 2038년 이래 시련과도 같은 10년간은 이 변화가 없는 일을 무엇보다도 바람직하게 여기는 도시마저 거부할 수 없는 변동에 휘말리게 했다.자기장 폭풍과 함께 경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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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NJSK'님 번역

 

교토 공화국, 가이온 지표. 2038년 이래 시련과도 같은 10년간은 이 변화가 없는 일을 무엇보다도 바람직하게 여기는 도시마저 거부할 수 없는 변동에 휘말리게 했다.

자기장 폭풍과 함께 경제상의 유의가 사라지고, 투쟁과 파괴가 장기판 위의 말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럼에도 주홍색의 오중탑들은 변함없이 열을 지어 곧게 서서, 하늘을 우러러본다.

 

 

"어기여차! 어기여차!" 사이버네틱스 리키샤 드라이버는 관광객과 무장 가이드들을 리키샤에 태우고 관광 루트를 따라 질주한다.

시각은 마침 정오 무렵. 광언강도단이나 바이오 구울 따위도 이 시간대에는 얌전하다.

"여기에서 보이는 교토성 유적은 참, 끝내주지요!" "정말이네." 관광객들은 다들 웃는 얼굴이다.

 

 

"느긋히 사진이라도 찍고 계십쇼. 우리쪽 무장 가이드는 완전 베테랑이고, 어떤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도 쳐 죽여 줄겁니다. 그렇지, 노부사메!"

"맡겨만 주세요." 리키샤 뒷부분에서 대기하고 있던 히피 차림의 전신 사이버네틱스 무장 가이드가 알통을 만드는 시늉을 하자, 노신사 관광객이 한층 더 큰 미소를 지었다. "이거 참, 정말로 믿음직......"

 

 

DOOOOOOM

 

 

...무장 가이드는 재기동했다. 주위에 생명반응은......드문드문 있다.

하지만 그의 파트너도, 관광객도, 말없는 고깃덩이로 변해버렸다, 구체적으로는, 혈육이 뒤섞인 만델브로 집합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면에는 컴퍼스로 그린 듯한 원형의 '패인 자국'이 무수히,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생겨나 있었다. 공기에 오존이 넘치고 있다.

 

 

"뭐......야, 이거" 노부사메는 이 도시에서 벌어진 일을 확인하려고 했다.

담벽이, 도로가, 초목이, 기와가 패이고, 사라졌고, 대신 생겨는 크고 작은 만델브로 집합이 서로 겹쳐 있다.

ZZZZOOOOM......그의 등 뒤에서 오중탑이 기울며 그대로 쓰러져 갔다. 집합 속에서 검은 수정이 생겨나고 있었다.

 

 

교토 공화국의 참극이 벌어지던 한편, 로마.

전자전쟁과 시련의 10년간을 거치고도 온전했던 콜로세움이 막 수분전에 일어난 검과 그것이 동반한 흉한 '패인 자국'에 의해, 커다란 스트링 치즈같은 모습이 되고 말았다.

병든 색의 불꽃이 이곳저곳에 피어오르며, 역시 검은 수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그리고......베를린. 

철조망으로 뒤덮혀 여기저기에 전망대가 설치된 벽이 어느 부분을 기점으로 50미터 앞까지 사라져 버렸고, 그 파괴의 상흔에는 검은 수정이 자라나고 있었다.

 

 

"......" 살아서 움직이는 자가 있었다. 검붉은 장속을 입은 닌자는 원형으로 패인 자국들 사이를 조용히 걸어나가며, 이 상흔의 원인을 감지해내려 하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8

 

【자이바츠 섀도우길드】#1

 

 

움직임의 기척. 닌자 슬레이어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안돼......이래선 안돼" 돌가루를 뒤집어 쓰고 덜덜 떨고 있는 크게 다친 사내가 있었다.

단, 이 베를린의 자경단이나 부랑자, 상인 등과는 다른 아트모스피어를 풍겼다. 그의 닌자 통찰력은 죽어가는 그 사내가 '외지인'임을 알아채게 했다.

 

 

『야! 대답 좀 해, 닌자 슬레이어=상!』타키의 조급한 외침이 뉴런을 울렸다. "무사하다." 닌자 슬레이어는 답했다.

"정보대로야." 『거야 그렇겠지! 날 뭘로 보고 있는거야. 괜히 조심하라고 했던게 아니라고.』"좀 다물고 있어."

닌자 슬레이어는 빈사상태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너, 말할 수 있겠어?"

 

 

사내는 의식이 혼탁해 보였다. "나, 나는 해낸 걸까?" "뭐?"

"안 보여서 그래" 그의 양 눈은 붉은색 투성이었다. 이미 안구는 없었고, 눈물 대신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걸로......잘 됐을까?" "뭐가 말이냐." "아아......" 사내가 들어올린 오른팔은 팔꿈치부터 위가 없었고, 그 단면은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도 이내 서서히 약해져, 검게 타버렸다.

 

 

『또 뭔 일이냐! 얌마!』타키가 다시 외쳤다. 사내는 힘이 다해, 그대로 숨을 거뒀다. 닌자 슬레이어는 사내의 외투를 뒤척였다. 요란하고, 고풍스러운 옷차림이었다.

이윽고 그는 검게 탄 IRC 단말과 수첩을 찾아냈다. 수첩을 펼치고, 훑어본다.

『왜 그러냐고!』"이 녀석이다."『진짜냐.』"아마도." 수첩은 우키하시 포탈용의 여권이였다.

 

 

"정식 절차를 밟고 입국했어." 『어디서 온건데』"......"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구 체코 공화국, 디지 프라그.

『디지 프라그라고? 그런 곳에서? 어쨌든, 있잖아, 이제 실감이 좀 들어? 직접 봤잖아. 이 곳이 입은 피해를. 이번 건, 저기, 관두지 않을래? 표적 닌자가 예의 그 브래스하트란 놈인 것도 아니고......』

 

 

닌자 슬레이어는 이전에 나눴던 타키와의 대화를 되새기고 있었다.

새로이 그 동향의 일부가 밝혀진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구성원의 정보를 타키는 시치미를 떼며 그냥 넘기려고 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타키의 그 부자연스러운 언동을 지적한 후, 그를 협박하고 강요하여 그 정보를 더 깊이 캐내게 했던 것이다.

 

 

(이번 녀석은 위험해.) 타키가 말했다. 수 초 침묵한 뒤, 다시 강조했다. (그게......진짜 위험해.) (그런가.)

(전혀 모르는구만. 망할, 난 요즘들어 항상 후회돼. 아니, 훨씬 전부터 후회하고 있지만 이 건을 건드리면 그 100배는 후회하게 될거야.)

(왜냐.) (이 놈, 테러리스트야. 그것도 컬트 부류의. 개인이 저지를 규모가 아니라고.)

 

 

(더 자세하게 말해봐.) (이 녀석, 얼마 전부터 세계 각지의 도시에 무차별적인 파괴를 벌이고 있어. 벌써 여러개의 메가 코퍼레이션에게 현상금이 걸려 있다고.)

(죽이면 돈이 들어온다는데, 왜 니가 피하는 거지?) (헛소리 마. 터무니없는 규모로 피해를 내고 다니는 놈들이야. 목적도 알수 없고. 그저 컬트의 신자들을 써서 개나소나 안가리고 죽이고 부순다! 그런 위험한 녀석들을 누구 좋으라고 괜히 건드리는데?)

 

 

(컬트? 뭘 신봉하는 놈들이냐.) (아~......) 타키는 모니터 화면을 한가득 채운 문양에 눈을 흘깃 돌렸다. (마술......아닐까?)

(녀석의 이름은?) (에소테리시즘이래.) (어디에 있지) (글쎄?)

 

 

......그런 대화를 나눴던 게 3일 전. 3일간의 강행군의 결과, 이렇게 거주지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구 체코 공화국, 디지 프라그. 과연, 이 옷차림은 마법사의 흉내인가.

 

 

연이어서 일어난 쿄토와 로마의 피해. 그 후, 네트워크 상에 유출된 다음 표적지, 베를린.

닌자 슬레이어는 기업용의 우키하시 포탈을 여러번 이용해, 타키가 필사적으로 모아온 테러행위들의 자취를 추적하며 에소테리시즘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순조롭군." 그는 혼잣말했다. 타키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

 

 

이번 작전은 사다가루 야시모 엔터프라이즈사와 오무라 엠파이어사의 협력 하에 진행되며, 그 구성비율은 7:3이다.

주전력은 무한궤도식의 전차부대이며, 상공에는 유인 헬리콥터 부대가 전개되어 있다. 침엽수림엔 안개가 끼었고,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들이 기업들의 군대를 의연히 내리다보고 있었다.

 

 

위도 및 경도를 따지면, 그곳은 북극권 부근, 예전엔 캐나다의 영토였던 토지다.

허나 국가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이 지역에 이르러선 심지어 기업호족들의 영토조차 아니었다.

이 땅의 지배자는 '윈드 워커'라 불리는 신비적 존재였으며, 사다가루 야시모 사의 눈엣가시같은 최대의 적이기도 했다.

 

 

그래, 바로 지금, 저 침엽수림의 안개 속을 경이로운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거인의 형상이야말로 윈드 워커이다.

이 땅의 흔들림은 지진이 아니다. 윈드 워커가 걷는 것에 뒤따르는 진동일 뿐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사다가루 야시모 사의 지휘관은 고정밀도 고글을 통하여 이 실루엣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며 일제공격의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고글의 디스플레이 상에 '사격범위 내인'의 문자가 떠오른다. 신뢰도 높은 제품이다. 그는 유선 마이크를 입가에 가까이 대고, 호령을......."아이에에에에에!"

그는 눈에서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윈드 워커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거인은 안개 너머로 그저 그를 바라봤다. 틀림없이. 그렇기에 그는 발광했다.

 

 

"아이에에! 아이에에에!" 덧붙이자면, 그는 닌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드워커가 밀어붙이는 이드(의지)의 힘은 그가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가르강튀아" 그는 속삭였다. 그것이, 윈드 워커가 뉴런을 통하여 그에게 댄 이름이었다.

 

 

부관이 대신 부대에게 지시를 내리고, 발광한 그를 신속히 퇴피시켰다. 거인이......눈으로 보이는 거리에 다다랐다.

DOOOM! DOOOM! DOOOOM! 전차부대가 연이어서 주포를 발사했다. 가르강튀아는 성가신듯이 손을 뻗어 포탄을 막아냈다.

기업 동맹군은 공격을 유지했다. 가르강튀아는 접근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투? 차라리 아이가 아버지가 숨겨둔 미니어처 디오라마를 천진난만하게 파괴하는 광경이라 묘사하는게 알맞으리라.

전차가 하늘을 날고, 헬리콥터는 땅에 추락했다. 이쿠사 배틀의 추세가 유지되는 것은 5분정도로 예상되었다. 준비부족이었다.......너무나도.

 

 

"이럴 수가......" 오무라 엠파이어측의 사령관, 파워드 무사 갑주를 착용한 오무라 방계손 '벤자민 오무라'는 입을 떡 벌린채 몇킬로 앞에서 펼쳐지는 파괴의 광경을 지켜봤다.

 

 

거인이 울부짖고, 바람이 불었다. HQ텐트가 거칠게 흔들렸다. 벤자민은 반사적으로 머리카락과 전력 데스크를 붙잡았다.

"철퇴......철퇴다.......! 오무라 쪽에서 이 이상 은혜를 입혀줄 의리따윈 없어.....!" "사령관! 저길 봐주십시오!" 누군가가 외쳤다. 벤자민은 모니터를 봤다.

거인 주위의 하늘에서 검은 번갯불이 번쩍이고 있었다. 기업 동맹군 전원이 숨을 삼켰다.

 

 

잠시 후, 하늘로부터 나타난 것은 다섯개의 넓찍한 실루엣이었다. 비행기? 그들은 의아해했다.

항공역학을 완전히 무시한 방주를 방불케하는 형태, 보고 있으면 어쩐지 불안감이 느껴지는 기묘한 밸런스를 한, 새까만 부유물이었다.

 

 

"뭐냐!" 벤자민은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저것이 사다가루 야시모사의 신병기라면 이건 큰일이다.

그의 미심쩍어하는 시선 앞에서, 다섯개의 방주는 반짝이는 좁쌀같은 빛들을 지면에 뿌리고 있었다.

 

 

KABOOM.....KRATOOM......격렬한 빛과 폭발이 가르강튀아의 발치를 가득 채웠다. 지상부대의 일부가 폭발에 휘말려 통신이 두절됬다.

고오오오오오.......거인은 분노하며 외쳤다. 빛이 희미해지자, 허허벌판이 된 대지 위를 걷는 인영들이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저건......." "닌자.......?" 그렇다, 닌자였다. 나타난 닌자들은 아무래도 3명. 그들 각자가 100명 남짓의 병대를 이끌고 있다.

벤자민 일동은 알 도리가 없었으나, 세 닌자를 따르는 자들은 검은 그림자같은 장속을 입고 인간 아닌 존재의 안광을 번뜩이는 '데미 닌자'들이었다.

 

 

부오웅-. 소라고둥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치 헤이안 시대처럼 시대착오적인 광경이었다. 그러나 HQ텐트에 있는 자들은 영문모를 공포에 빠져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거인의 발치에서 소용돌이치듯 전개하여 화살을 쐈다, 그렇다, 화살이다. 마치 헤이안 시대다!

"AAAARGH!" 거인은 고통에 몸을 뒤틀었다. 화살촉 하나 하나에 초자연적인 빛이 맴돌고 있는 것이다!

 

 

부옷, 부오웅-. 한 닌자가 다시 신호의 고둥소리를 불었다. 데미 닌자의 병대는 거인의 발치를 향해 일제히 쇠사슬을 던졌다.

거인은 쇠사슬들을 뿌리치거나, 잡아서 찢어버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초자연의 화살은 계속 쏘아져내렸다.

"오 마이 붓다!" 전선의 전차병이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마치 구원.......아밧-!?"

 

 

돌연 전차병이 공포로 얼어붙으며 죽고, 그 시체에서 검은 가스가 짜내어지듯이 흘러나와 수백 미터를 비행하여 닌자 중 한 명이 뻗은 손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닌자는 땅에서 1미터쯤 위의 허공에 뜬 상태에서 무언가 부정한 짓수를 행사하고 있었다. 전선의 병사들의 사체에서 흘러나온 검은 가스가 그의 힘으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이얏-!" 가르강튀아에게 도끼를 들고 덤벼든 닌자가 방금 막 20미터 상공에서 착지하여, 이 사악한 닌자에게 말을 걸었다.

"짓수의 발동은 아직인가! 디야젤=상!" "무르고 약한 혼이다......시간이 더 필요해.......!" "치잇-!" 도끼 닌자가 다시 뛰어올랐다.

그러나 가르강튀아는 싱겁게 이를 붙잡아버렸다. "주군이시여-!" 도끼 닌자가 외쳤다.

 

 

"아밧-!" 가르강튀아는 손에 쥔 닌자를 그대로 찌부러트려 폭발사산시켰다. 그 순간, 화살의 세례가 마침내 효과를 보여 거인이 한쪽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돌어올린 팔에는 쇠사슬들이 휘감겨 움직임을 막는다. "이얏-!" 거인의 다리 위를, 지금 또다른 한 닌자가 달리며 올라간다. "AAAARGH!" 가르강튀아가 외쳤다.

 

 

"짓수, 완성되었도다!" 디야젤이 검은 독기의 덩어리를 발사했다. 이 공격을 위해 전장의 잔존 병사들의 상당수가 희생당했다. 나무아미타불!

검은 독기는 거인의 신체에 왕뱀처럼 휘감겨, 그 몸을 쥐어짠다! "고오오오오옹-!"

 

 

"이럴수가" 디야젤은 눈을 부릅떴다. 가르강튀아는 독기의 구속을 수초만에 뿌리치고선 다시 일어섰다.

"이얏-!" 거인의 신체 위를 달려가던 닌자는 체모를 헤치고 마침내 심장 부근에 도달하여, 그곳을 손에 쥔 검으로 거듭 찌르고 있었다.

거인은 모기라도 잡듯이, 그 닌자를 때려잡았다. "아밧-!

 

 

분노한 가르강튀아가 손발을 휘두를 때마다, 데미 닌자 십수명이 휩쓸리며 쳐날려저 갔다. 디야젤은 뒷걸음질쳤다.

"안 된다......이래서는........" "디야젤=상.......!" 땅에 떨어진 빈사상태의 닌자의 가냘픈 목소리를 그는 들었다.

"반응은 확실히 있었다......이 기회를 놓치지 마라." "하지만" "주군을 불러라......!"

 

 

디야젤의 이마 위에 진땀이 타고 흘렀다. 거인의 가슴에는 지금도 검이 꽂혀있는 채로 있었으며, 검의 초자연적인 독이 그 상처를 부식시키고 있었다.

확실히 이는 천재일우의 호기, 그 기회가 지금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디야젤의 짓수는 통하지 않았고, 다른 두 닌자는 패배했다.

"부르는 거다......!" 그는 아직 망설였다. 주군을 불러들이는 대가는 크다. 주군 자신에게 있어서도.

 

 

"고오오오오옹!" 가르강튀아가 발을 들어올려 빈사의 닌자를 카이샤쿠하려 했다. 디야젤은 결심을 굳혔다. "이얏-!"

그는 양손을 펼치고, 이를 빈사의 닌자에게 향했다. "작별이다! 릭토르=상!" "그래! 저승에서 만나ㅈ010010011" 릭토르의 신체가 검게 변색되고, 이내 터졌다.

 

 

ZZZZOOOOOOM......1초 후, 가르강튀아는 잔해 속에서 나타난 실루엣을 짓밟았다. 아니. 그것보다 한 순간 빨리, 그 실루엣은 빠져나왔다.

"주군이시여.......스미마셍. 부디 무운을!" 디야젤은 안도감과 치욕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그 자리에서 케지메를 행했다.

닌자는 거인의 공격을 플립 점프로 회피하며 착지했다.

 

 

그 자는 더 이상 릭토르가 아니였다. 옵시디언(흑요석) 색의 갑주를 전신에 두른 전사였다. 그는 거인을 향해 합장하며, 아이사츠했다.

"도-모. 가르강튀아=상. 다크 닌자입니다." 합장한 손을 떼자, 그 떨어진 손바닥에서 서서히 칼날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내 그는 닌자 대검을 완전히 손바닥에서 뽑아낸 뒤, 한 손으로 쥐었다.

 

 

【#2로 이어짐】

 

_________________________

 

◆그 자는 더 이상 릭토르가 아니였다. 옵시디언(흑요석) 색의 갑주를 전신에 두른 전사였다. 그는 거인을 향해 합장하며, 아이사츠했다. "도-모. 가르강튀아=상. 다크 닌자입니다." 합장한 손을 떼자, 그 떨어진 손바닥에서 서서히 칼날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내 그는 닌자 대검을 완전히 손바닥에서 뽑아낸 뒤, 한 손으로 쥐었다.◆

 

 

【자이바츠 섀도우길드】#2

 

 

(도-모. 다크 닌자=상. 가르강튀아입니다.)

거인의 표정은 감정이나 의지라 할 것이 텅 빈것처럼 보였으나, 다크닌자의 뉴런엔 염화를 통한 그의 아이사츠가 분명히 인식되었다.

노이즈의 펄스가 퍼져 기업 동맹군의 통신장치를 손상시켰다. 거인은 주먹을 높이 치켜들어......내리찍었다.

 

 

다크 닌자는 검은 섬광처럼 측면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해 거대한 주먹을 회피했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검은 빛은 거인의 손등으로, 손목으로, 그리고 팔로, 마치 휘감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AAARGH......" 가르강튀아는 반대편의 왼손으로 다크 닌자를 떨쳐냈으나, 다크닌자는 공중제비를 돌며 왼손 위에 착지했다.

 

 

거인은 양팔을 휘둘러 이를 침엽수에 부딪혔다. 다크 닌자는 닌자 대검을 거인의 팔에 꽂아넣고 그 기세를 타고 팔의 피부를 횅 돌며 베어가르고, 그대로 뛰어올랐다.

마치 반지같은 열상이 생겨나며, 거기서 튄 검은 피물보라가 침엽수림을 오염시켰다.

"이얏-!" 갑주 차림의 다크 닌자는 보라빛의 번개를 내뿜으며 공중에서 비행궤도를 바꿔 이번에는 가슴에 대검을 찔러넣었다.

 

 

릭토르가 표피를 뚫어 얕게 난 상처부위에, 다크닌자위 대검은 깊게 파고들었다.

"AAAAAARGH!" 가르강튀아는 포효했다. 침엽수가 그 여파로 거칠게 흔들렸다. 어느새 다크닌자는 대검의 칼날 위에 올라타 있었다. 이 무슨 닌자 밸런스 감각인가.

그는 칼날 위에 서서 허리춤의 두 칼집에서 와키자시(*1)를 뽑고선, 이도류로 취했다.

 

 

가르강튀아는 손을 뻗어 가슴에 꽃힌 나무가시같은 대검을 뽑아내려고 했다.

허나 다크닌자는 이미 와키자시 대거의 이도류를 초현실적인 속도로 휘둘러, 이 닌자의 혈육을 베어가르고, 파고 들어가, 도려내었던 것이었다.

"AAARGH! AAAARGH!" 가르강튀아가 휘청이며 땅을 크게 울렸다. 이윽고, 그는 한번 강하게 경련한 뒤 그대로 쓰러졌다.

 

 

"주군" 디야젤은 신음했다 가르강튀아는 무너지는 산처럼 고꾸라지며 쓰러져 움직임을 멈췄다.

가슴팍에선 검은 피가 높이 분출되어 거인의 신체를 덮으며 기괴한 물웅덩이를 형성했다.

이윽고 가슴의 구멍 속에서 다크 닌자가 기어 올라왔다. 초자연의 갑주는 거인의 산성같은 혈액이 닿는것을 거부하며 이를 증발시켜간다. 그는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이 주먹만한 크기의 검은 돌맹이야말로 바로 이번 원정의 목적이었다. 다크닌자는 디야젤에게 다가갔다.

그 뒤에서는 거인의 신체가 급격하게 빠른 속도로 풍화되어, 쪼그라들며 흩어져갔다. 하지만 완전히 멸한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이 저주받은 거인은 다시 일어나 이 땅을 안개와 함께 떠돌기 시작할 것이다. 어찌됐건, 더 이상 볼일은 없었다.

 

 

"노고가 크셨습니다." 디야젤은 무릎을 꿇었다. "감히 멀쩡한 몸으로 주군께서 친히 나서게 하고 말았으니......케지메는 마쳤나이다."

왼손 약지를 손바닥에 올려 공손히 내민다. 다크닌자가 손을 뻗자, 케지메된 손가락은 까맣게 타서 재가 되어 흩어졌다.

"귀환한다." "예, 주군!" 상공에서 섀도우 쉽의 선체가 녹샥 빛에 감싸여 맥박치자, 두 닌자는 어딘가로 전이하여 사라졌다.

 

 

지상에 남겨진 데미 닌자들을 전이시켜 회수한 뒤, 나머지 섀도우 쉽도 한척, 또 한척씩 초자연적인 코토다마 전이에 의해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이곳엔, 거인의 유해와 반쯤 붕괴된 기업 동맹군만이 안개 속에 남겨졌다.

 

 

◆◆◆◆◆◆◆◆◆◆

 

 

과거에 '사하'라고 불리웠던 극한의 토지에는 현재 정체를 모를 대규모의 노예 농장이 형성되어 있다.

외부와의 연결이 단절된 그 땅에선 닌자 아닌 농노들이 묵묵히 메마른 작물을 기르며, 밤마다 하루 하루를 죽지 않고 연명한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지금같은 입장에 놓여지게 된지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도 그들이 바치는 공납을 받는 영주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

주어진 종의 쌀은 검고 기이한 형태였으나, 자라는게 빨라 그들 자신의 최저한의 공복을 채워준다.

그리고 상공에서 때때로 신기루처럼 나타나는 그림자의 성에, 그들의 영주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 그림자의 성이 바로 교토 성, 예전엔 교토 공화국에 있었으나 오히간의 너머에 휩쓸려간 끝에 지금도 현세와의 틈새를 떠다니는 신비의 성이며, 또한 자이바츠 섀도우길드라 하는 닌자 조직이 가라테주의 사회를 구축하고 거주하는 어둠의 발할라 궁전이기도 했다.

 

 

섀도우 쉽 5척이 교토 성에 무사히 귀환했다. 성내의 섀도우 쉽은 이걸로 전부가 아니며, 같은 종류는 물론 더 큰 배도 존재한다.

이 검은 방주는 현세의 것이 아닌 기술로 주조된 오파츠로써, 길드에 속한 자들도 만들어지게 된 상세한 내력을 모른다.

이것들은 전부 오히간 저편의 바닷가에서 신화적인 이쿠사 워를 거친 끝에 그들이 얻게 된 전력이었다.

 

 

돌아온 다크 닌자를 맞이한 것은 넥서스였다. 현재 길드의 상급 닌자들은 대부분이 이쿠사 워의 전장에 나서 있다.

다크 닌자는 디야젤을 물러나게 한 뒤, 이 검은 로브 차림의 고참 닌자와 함께 크리스탈 승강기에 올라탔다.

 

 

상승하는 수정 승강기 안에서 넥서스는 일찌감치 말을 꺼냈다.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 "말해봐라." 다크닌자가 거들었다.

수정승강기에서는 바싹 붙어 정박된 섀도우 쉽에서 데미 닌자들이 뽈뽈히 내려와, 줄을 선 뒤 재배치되는 광경이 내려다보였다. 디야젤은 자신의 거처망으로 돌아갔다. 필시 오늘밤은 잠들기 어려우리라.

 

 

"이것을" 넥서스는 손을 뻗어 수정의 벽에 코토다마 공간의 관측 로그를 비춰냈다.

우키하시 포탈을 이용해 코토다마 공간을 건넌 자들이 교토 성에 감지됐을 시, 여기에 로그가 남게 된다.

"......" "그러하옵니다. 닌자 슬레이어. 그것도 단기간에 거쳐 여러번 확인되었나이다."

 

 

"그런가." 다크 닌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넥서스는 후드 속에서 안광을 번뜩였다.

"물론 노이즈로 인한 오감지나 지금까지 간과한 감지를 헤아려야 하온저, 이렇게나 명백한 상흔을 남기고 간 바 틀림없사옵니다. 필경 닌자 슬레이어, 즉 나라쿠 닌자이옵니다."

 

 

다크 닌자=후지오 카타쿠라는, 단적으로 말해서 나라쿠 닌자의 소울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언젠가 닌자의 시조신을 죽일 심산인 다크 닌자는 나라쿠의 소울을 요도 벳핀의 양식으로 삼아 신을 죽이는 무기를 완성해야만 했다.

 

 

교토 성이 현세와의 재접촉을 이루는데 성공한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시공을 도약했기에 길드의 속한 자들에겐 체감상 겨우 1년을 틈새 속에서 보낸 듯이 느껴졌을 것이다.

 

 

현세와 재접촉한 뒤, 그들은 바라던 않던간에 고대 리얼닌자들과의 다방면에 걸친 이쿠사 워에 직면해야만 했다.

몇 명의 리얼닌자를 쓰러뜨리고, 이번엔 가르강튀아를 순조롭게 무찔렀으나 벳핀을 부활시키는 데엔 아직 필요한 여러 요소가 남아있다.

 

 

완전한 상태의 벳핀을 사용하지 않고 닌자 슬레이어를 살해해 버리면, 나라쿠 닌자는 다시 흩어져서 사라지고 다음 출현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목숨만 남아있다면 좋으니, 산 채로 포박하여......" 넥서스는 이어서 말했다. "......팔다리를 떼어내든지 하여 구속한 뒤, 지하감옥에 가두고 때가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사료하는 바옵니다." "그걸로 좋다."

 

 

수정 벽에는 세계지도가 비춰져 있다. 은하 속의 별들처럼 산산히 흩어져 있는 소울의 빛들이 넥서스의 손짓 한번으로 전부 사라지고, 단 한 알의 빛만이 남았다.

넥서스는 조용히 말했다. "그 자의 현재 장소가 나타났사옵니다. 이는 즉......디지 프라그. 비교적 성가신 토지라 보는 바옵저..." "상관없다. 보낼 전사를 골라내도록 하지."

 

 

섀도우길드는 현재 '오베론'을 따르는 복수의 닌자 클랜과의 전투상태에 처해 있다. 현장에 보낼 수 있는 닌자 전사의 범위는 불가피하게도 좁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돌연 관측된 닌자 슬레이어의 발자취를 이대로 방치해 두며 눈 뜬채로 호기를 놓치는 것은 있어선 안될 일이리라. 쓰고 버려도 문제가 안될 척후병이 필요하다......

 

 

◆◆◆◆◆◆◆◆◆◆

 

 

납작돌이 깔린 길가, 사각진 덮개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거기서 검붉은 장갑에 덮인 손이 솟아롤라, 지면을 더듬더니 이내 재빠르게 전신이 올라왔다.

큰길 쪽에서 떠들석한 소리가 전해져왔다. 아직 그를 눈치챈 통행자는 없다. 닌자 슬레이어는 빠져나온 구멍을 돌아보며 "문제없다. 올라와" 라고 속삭였다.

 

 

"흐읍......!" 코토부키는 필사적인 표정으로 힘내서 겨우 지표에 올라왔다. 한 손으로는 몸을 지탱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행가방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닌자 슬레이어는 가만히 주변의 경계를 시작했다. 기업용 우키하시 포탈의 무단사용을 통한 '국제여행'에도 이젠 슬슬 익숙해졌다.

 

 

『어때, '코어'엔 제대로 들어갔어?』타키의 통신이 들어왔다. 닌자 슬레이어는 짧게 답했다.『좋아. 뭐, 되는대로 조심해서 가라고.』

"네오 사이타마와는 전혀 다르네요, 상낭한 색조입니다." 코토부키는 집들과 돌벽을 바라보며 기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머리 위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혼잣말했다. "푸르다."

 

 

【#3으로 이어짐】

 

 

*1 와키자시 : 허리에 차는 호신용의 작은 칼. (약 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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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코어'엔 제대로 들어갔어?』타키의 통신이 들어왔다. 닌자 슬레이어는 짧게 답했다.『좋아. 뭐, 되는대로 조심해서 가라고.』 "네오 사이타마와는 전혀 다르네요, 상낭한 색조입니다." 코토부키는 집들과 돌벽을 바라보며 기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머리 위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혼잣말했다. "푸르다."

 

 

【자이바츠 섀도우길드】#3

 

 

하늘로부터 서서히 시선을 내려보면, 그것이 원형으로 잘려나간 것처럼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용돌이치는 듯한 경계로부터 바깥 하늘은 메갈로시티의 회색이며, 고층건물이 벽을 이루듯 이어져있다.

고층 건축물의 빛이나 옥상부의 비콘, 펄스는 맑은 하늘의 멀리서 울리는 천둥소리처럼, 지금 이곳에 세워진 석제의 시가지와는 대조적인 어두움이었다.

 

 

두사람이 먼저 전이되었던 곳은 저 고층 건물군이었다. 우키하시 포탈 시설에서 탈출하고 나면, 그곳엔 미로를 방불케 하는 파이프와 공중 통로로 연결되어 대지는 아득히 수십미터 아래에 흐리게 보이는, 네오 사이타마의 폐건물 단지를 더 차갑게 응고시킨 듯한 고층 미궁이 있었다.

 

 

타키의 네비게이션을 따라서, 쓰레기 투입구를 통해 지하통로로 내려와 축축하고 어둡고 징그러운 바이오 생물이 물보라를 튀기는 수로를 한참 나아간 끝에 두 명은 겨우 이 곳이 다다른 것이다.

"이제 좀 진정이 되네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꽃무니 자수가 되어있는 롱 스커트는 과거 이 땅의 민족의상을 오마쥬한 것이겠지.

 

 

한편 닌자 슬레이어는 임시방편으로 맞춘 듯한 카키색의 판초를 장속을 입은 채로 쓰고 있었다. 어느 쪽도 서로와 맞물리지 않는 어색한 두 쌍이었다.

또한 코토부키의 민족의상 역시, 이 구시가지(코어)를 오고가는 자들의 빨려들 것 같은 검은 색의 옷차림과는 이질적인 것이었다.

 

 

삐익삐익......거리에서 공연하는 광대의 아코디언 소리가 울린다. 큰길은 오가는 사람들도 많고, 관광객의 비율도 층분히 많다.

돌길과 벽의 색은 은은한 와인레드의 색조를 머금어 따뜻한 인상을 주고, 길가의 나무들에는 황금빛의 잎들이 연이어져 있으며, 시장에서는 형형색색의 장식천이나 유리구슬, 마술 탤리즈먼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걸음을 재촉하며 혼잡한 거리 속으로 섞여들어갔다.

 

 

"여기는 틀림없이 디지 프라그의 구시가지(코어)입니다." 코토부키는 가이드북을 펼쳤다.

"중금속 구름은 빔으로 날려버려서 프라하 성을 부식으로부터 지키고 있다고 해요!" 그녀가 가리킨 손가락 끝의 높은 언덕 위에 청동색 탑이 보였다.

"역사를 잘 보존하려는 의도가 보이네요, 교토와 통하는 사상인 걸까요?"

 

 

"묘한 풍경이군." 닌자 슬레이어가 중얼거렸다. 이 곳의 원경에는 항상 정크 지대의 존재가 어른거렸다.

이 지극히 아름다운 오솔길도, 멀리 있는 전자전쟁 이전 시대 그대로의 프라하 성도, 도넛을 연상케 하는 고층건물군의 신시가지(월)에 의해 전방향으로 둘러쌓여져 있다.

역사보존.......무엇을 위한 행위일까? 적어도 관광상품으로써만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건 천사의 기둥이에요. 굉장하네요." 코토부키는 성을 비추는 빛을 언급했다. "테크놀로지가 자아낸 자연미로, 이전엔 없었던 것이죠. 그러니까, 이건 진보의 일종이라 생각합니다."

"그래." 닌자 슬레이어는 더 이상 상관하지 않고 다시 이동을 개시했다. 휴대용 단말의 지도에는 타키가 지정한 '새까만 구역'의 표식. 그곳이 목적지다.

 

 

(일단 '새까만 구역'에 들어가. 입구는 위장되어 있지만, 별 문제도 아니지.) 타키의 사전 설명을 다시 떠올린다.

(거기서 위장용 디지털 탤리즈먼을 조달해. 구시가지는 마술 길드가 서로 경쟁하는 신시가지보다 훨신 야바이한 곳이야. 알았냐, 넌 마술 길드에 어썰트하려 가는 거라고.)

 

 

표식으로 삼아야 할 것은 구시가지와 프라하 성을 잇는 카를교다. 여기에서는 좀 떨어져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달리기 시작했다.

길은 좁고, 어디를 지나가도 노란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검붉은 바람의 존재를 깨닫는 자는 거의 없으나, 드물게 이를 눈으로 쫓는 자들도 있었다.

이윽고 떨어져 있던 코토부키가, 무리하게 지름길을 건너 재합류했다.

 

 

"짐을 맡기고 왔습니다.......우와!" 코토부키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카를교를 건넌 끝에 보인 것은 프라하 성이다.

뒤죽박죽 각자 다른 양식을 한 곳에 집적시켜 이루어진 역사적인 케이어스. 그 미와 박력은 지금도 강렬하게 보는 자들의 뉴런을 흔들어놓는다.

비도 내리지 않는데 우산을 쓰고 다니는 집단을 추월하여, 둘은 다리를 건너갔다.

 

 

삐익삐익. 아코디언 연주자는 어디에나 있다. 거리의 광대가 꼭두각시 인형처럼 춤을 추고 있다. 강을 오가는 배 위에선 사람들이 파티를 벌이고 있다.

다리 한가운데에는 십자가상이 행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십자가상의 주변을 견계로 닌자 슬레이어의 닌자 육감은 희미한 위화감을 감지했다.

 

 

다리 건너편으로 넘어오자, 피부에 와닿던 미세한 통증은 확실한 감각이 되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돌계단을 내려와 이유도 없이 나무 그늘에 숨어서 쫓아오는 코토부키는 기다렸다.

"기다려 주세요!" 그녀를 통해 타키는 UNIX단말로 원격 해킹을 행할 수 있었다. 두고 갈 수도 없다.

 

 

'주의하거라.' 나라쿠가 뉴런 속에서 경고의 속삭임을 보냈다. 마스라다도 알고 있었다. 이미 프라하 성의 '황금 오솔길'엔 상당히 가까웠다.

하지만 아직 발을 디뎌선 안된다. 분명히 위험한 장소인 것이다. 타키의 말만으로는 진위가 불분명했으나,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 보면 시도할 것도 없이 그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위험의 감각은, 아마 그가 찾는 이번의 사츠가이 접촉자, '에소테리시즘'의 닌자 존재감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코토부키가 따라잡자, 닌자 슬레이어는 나무 그늘에서 나와 주위를 살피면서 강을 따라서 다리 뒤편으로 몰래 숨어들어갔다.

"저기 있네요. 장치입니다." 코토부키가 돌벽을 가리켰다.

 

 

"알 수 있는 거냐." "주파수랍니다." 코토부키는 벽에 다가가 가볍게 벽돌 하나를 떼어내 보였다. 속의 홈에는 LAN 단자가 있었다.

"연결할게요." 코토부키가 목덜미에서 케이블을 꺼냈다. 『좋았어. 해 보자고』 타키가 통신을 보냈다. 『주위에 아무도 없지? 위험하니까』 "문제 없어."

 

 

『내 가공할 솜씨를 보여줄테니까 말야, 그걸로 내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타키가 생색을 내면서 말했다.

바스락바스락. 벽 안쪽에서 소리가 울리고, 코토부키가 경련하며 흰눈을 떴다. 쿠두-웅! 벽 안쪽에서 팡파레가 울렸다.

코토부키가 의식을 되찾았다. 벽이 반전장치처럼 회전하여 두 명을 통로로 이끌었다.

 

 

『알았어? 다른 놈이 오면 숨어서 지나가게 나둬. 원래는 이 앞으로 가려면 자격같은게 필요해. 난 물리적인 증표까진 준비 못했고』 타키가 말했다.

"외길 뿐이다." 라고 닌자 슬레이어가 답했다. 『아앙? 그러면 적반하장으로 위협해서 넘어가, 아니면, 죽여버려.』 "무고한 시민을 죽이면 안 되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터널이......갑자기 열렸다. 그곳은 지하에 만들어진 석조광장으로, 아마 이 바로 위에는 프라하 성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중앙에는 기둥이 있고, 천장 부근에는 「přátelství 」라는 문자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기둥을 감싸듯이 여러 대의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무도 없어. 뭐냐, 저 자판기는."

 

 

『자판기? 빙고네! 틀림없이 거기야. 거긴 말야, 디지 프라그 코어의 마술 길드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홀이다. 완충지대라고. 아무도 없지? 용건이 있는건 그 자동판매기야. 서둘러. 액세스 하라고, 거기 있는 코토부키를 써서』 "전부 6대 있습니다" 『어느거든 똑같아. 빨리 해!』 다시 LAN 케이블 접속.

 

 

코토부키가 흰눈을 뜨고, 자판기 모니터에 표시된 토끼와 개구리가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내 가공할 솜씨를 보여주마. 디지털 탤리즈먼을 위장하겠어. 방금 설명한 대로 황금 오솔길은 외부인 완점 출입금지의 폐쇄구역이야, 게다가 저 좁은 곳 속에 여러 개의 길드가 있지. 닌자도 있고. 보통이라면 들어가자마자 찢어발겨져 죽게 될걸.』

 

 

『놈들은 서로를 증오하지만, 타관 놈과 침입자에 대한 증오는 그 100배는 될거야. 그래서 같은 짝패임을 보증하기 위한 증표로 디지털 탤리즈먼을 완충지대에서 발행하게 되었다 이거지. 그걸 가지고 있으면, 같은 마술 짝패인 거니까, 다시금 사이좋게 서로 치고박을수 있게 되는 거지. 엿같은 의심병 새끼들......됐다!』 쿠두-웅!

 

 

디지털 팡파레가 울리고, 날짜와 무의미한 ID가 새겨진 메달이 두 장 토해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것들을 잡아챘다.

"가자." 트랜스 상태에서 돌아온 코토부키를 재촉하며 출구를 돌아봤다. 철문이 내려와 닫히며, 두 명은 přátelství 광장에 갖히고 말았다. 『뭐야? 야바이』

 

 

곧바로 자판기 모니터에 표시된 토끼와 개구리가 곤봉을 들고 날뛰었고,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럴리가 없어! 그 탤리즈먼은 확실히 위장되었다고. 너희들이 괜한 짓이라도 한거 아니냐? 내 잘못 아니야!』

"이얏-!" KRAAASH! 닌자 슬레이어는 철문을 후려쳤다.

 

 

"탤리즈먼 발행 시스템과, 경비 시스템이 별개로 이행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후자 쪽을 잘 속이지 못하신게 아닐까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누가 실수한 건지를 들먹이는 것보다 탈출이 먼저겠지! 미래를 좀 봐라!』 "이얏-!" KRAAASH! 철문이 파괴되었다. 하지만 다음 철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익!

 

 

"이얏-!" KRAAASH! 닌자 슬레이어는 철문을 후려쳤다. "닌자 슬레이어=상! 가스가......성분해석이 된다면 좋겠는데요"

코토부키가 바닥을 가리켰다. 파란 연기가 발목 높이까지 피어오르고 있었다."이얏-!" KRAAASH! 문이 파괴되었다. 안쪽에는......세번째 철문......!

 

 

『괜찮냐? 9할 정도까진 좋게좋게 됬었다고, 꽤 잘된 셈이잖아. 미래를 보라고! "이얏-!" KRAAASH! "이얏-!" KRAAASH!

그 안, 네번째 철문을 등지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챙이 넓은 여행자 모자를 쓴 새까만 차림의 사내였다.

닌자 슬레이어는 주먹을 치켜올렸다. "맛타!" 새까만 남자는 양 손을 올리고 내밀었다.

 

 

"해치려는 생각은 없네.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인지도 대강 이해했지. 그대들은 운이 좋아. 온게 나라서 다행이였군. 쿨럭쿨럭, 이거 힘들겠군. 숨을 멈추게나. 안그럼 죽을테니까! 아가씨도. 응? 아가씨는, 필요 없었을까? 이거 실례했군!"

 

 

남자는 달려와서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를 건드렸다. 술냄새가 풍기는 숨결이 닌자 슬레이어에게 닿았다.

회오리바람이 그들을 감쌌다, 한 순간 뒤, 그들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경보음은 계속 울리고 있다.

그들이 있었을 터인 터널의 한 가운데에서, 유독가스가 그 잔향인듯 작게 소용돌이치며 맴돌고 있었다.

 

 

【#4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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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바츠 섀도우길드】#4

 

 

그가 루체와 만난 것은 3개월 전의 일이었으며, 당시 그는 한낱 모험마술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닌자였고, 그 점에 있어서 일반적인 마술사들보다도 상당한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었다.

굳이 긴 스펠 챤트나 투약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그가 만델브로의 세계에 접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어떤 의미로는.

 

 

태고적부터 엘리멘탈의 세계는 물질계와 겹쳐진 채로 존재해왔고, 무릇 사람은 그 속에서 넘쳐나는 에테르를 길어 내는 것으로 신비의 힘을 다룰 수 있었다.

닌자의 짓수 또한 같은 섭리이다. 이미 그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그였기에 마술사들의 성지인 디지 프라그에도 큰 집착은 없었고, 정말로 잠깐동안 소풍이라도 나가는 기분이였을 터였다.

 

 

허나, 사랑이라는 것은 본래 돌연 폭발적으로 타오르는 것이다. 루체는 마치 루비같은 여자였다. 보석처럼 단단했고, 차가웠으며, 뿜어내는 빛은 격렬했다.

그렇기에 그는 여권을 찢어버린 뒤, 디지 프라그에서 스스로의 모든 시정(詩情)과 기지를 건 싸움을 시작했다.

그녀가 '무한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올라있는 윗치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그는 위축되지 않았다.

 

 

'무한원'은 해커 컬트의 일종으로, 집시 윗치 중에서도 실력자들이 서서히 모여서 형성된 단체이다. 유랑 끝에 그들은 이 디지 프라그에 섞여들었다.

배타적인 각 마술길드들은 당연히 '무한원'을 적대시했으나, 그들은 단절된 길드들 사이의 완충재 역할을 나서서 맡으며 단기간에 자기들의 자리를 구축했다.

 

 

그렇다. 마술길드의 세 수뇌, '금빛 숫사슴' '연륜' '하늘의 손', 그들 모두가 서로를 노려보면서도 함께 '무한원'과의 악수를 나누었다.

윗치......다른 말로 지칭하자면, 코드 로지스트(*1)......들이 제공해 준 '디지 프라그 2'는, 신비에 접속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무시할 수 없는 경이로운 마술적 인프라였던 것이다.

 

 

바람이 불어 지나가고, '화약탑'의 옥상부에 그는 나타났다. 그는 단정히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며, 그녀에게 웃음지으며 윙크했다.

루체는 차가운 루비같은 눈으로 그를 봤으나, 이내 열성에 진듯 싱긋 웃었다.

"그렇겠지? 춤추지 않을 이유가 없다네." 내민 손을 붙잡고, 춤추지 시작했다. 다지 프라그의 야경은 황금을 녹이는 용광로를 방불케 한다.

 

 

"아름답기 그지없군, 그대에겐 익숙한 풍경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렇지도 않아." 루체는 미소지었다. "결국은 나도 타지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몰래 데려온 보람이 있었군." "그렇겠네." "언제라도 불러주면 데리러 오겠네." "편리한 운반책인걸." "그럼, 그대의 고귀함을 예찬하는 서비스도 따라오지." 유성군이 비스듬히 빛났다

 

 

이 3개월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아름다운 나날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무한원'을 침식하는 사악은 불길과도 같은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사라도 되는양 기운차게 나타나, 필요한 자금을 선뜻 내주며, 손실은 대신 져준다. 그렇게 누구도 그 함정을 정확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옴싹달싹 못하게 전신을 옥죄는 방식이었다.

 

 

그 결정적인 밤에, 그는 창 밖에 있었다. "승복할 수 없다. 그러한 결정을 들은 기억은 없어." "수속 및 절차는 이미 마쳤습니다만."

그 '사악'은 의지에서 일어서지 앉은 채로 그저 다리를 꼬았다 펴며 루체와 그녀의 측근들을 올려다봤다.

황금 오솔길의 그 저택은 '무한원'이 소유하는 곳이었으나, 마치 주인이 손님을 대하듯이 그는 루체 일동에게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그 자가 에소테리시즘이었다.

 

 

"죽일까." 루체 곁에 서있던 닌자가 단적인 말투로 확인했다. 루체를 호위하는 네 사람중, 한 명이 닌자였다.

황금의 길(골든 렌)에는 닌자 마술사가 몇 명쯤 있었으며, 그들과 맞서기 위해서 동등한 가라테의 무력이 필요했다.

그 닌자의 이름은 무엇이였던가......브리스톨......브리싱가멘......잊어버렸다. 하지만 누구였다 해도 다르지 않았겠지.

 

 

"재밌군요! 그것이 윗치식의 교섭입니까. 야만스럽기도 하지." 에소테리시즘은 여전히 의자에 앉아서 손뼉을 쳤다.

"보다시피, 전 한명 뿐입니다. 어디 한번 죽여보시길." "......" 루체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으나, 호위닌자의 공격이 더 빨랐다.

"이얏-!" 에소테리시즘이 한쪽 손을 치켜올렸다.

 

 

루체는 숨을 삼켰다. 에소테리시즘은 그 춉을 한 손으로 막아낸 것이다. "예, 그렇지요. 저도 닌자입니다." 에소테리시즘은 눈썹 한번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 루체를 호위하던 자들이 고꾸라지며 쓰러졌다. 그들의 신체에서는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와 마치 에소테리시즘에게 빨려 들어가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것이 제 짓수입니다. 새크리파이스 짓수. 양식으로 삼은 생명에 비례해서, 더욱 강한......"

에소테리시즘이 팔에 힘을 주자, 닌자는 쳐날려져서 천장에 충돌했다. 호위 닌자는 떨어지지도 못하는 채로 발버둥쳤다.

"더욱 강한 효과를 얻지요. 바로 이렇게." 에소테리시즘의 손가락을 튕기자, 닌자는 부풀어 올라 폭발사산했다. "사요나라!"

 

 

루체는 뒷걸음질쳤다. 그녀의 낮빛은 창백했드. 에소테리시즘은 마침내 의자에서 일어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한 걸음. 두 걸음.

......뭘 지켜보고만 있나? 돌입해라. 사랑하는 여인의 위기다. 창 밖에서 그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재촉했다.

창문을 발로 차 깨고 엔트리해, 저 에소테리시즘인지 하는 닌자에게 아이사츠하는 거다. ......하지만,

 

 

루체의 시선이 창밖을 향하다가 예기치 않게 그의 존재를 깨달았다. 루체는 눈으로 말했다. 구하려 오지 마, 도망쳐. 그렇게 전한 것이다.

에조테리시즘은 루체의 손을 붙잡았다. "난폭한 수단을 쓸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아직 여기에서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죠."

루체는 다시 시선으로 전했다. 도망치라고.

 

 

그는......분통해하는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고개숙인 채로......뛰어내렸다. 그렇다, 도망친 것이다.

이길 도리가 없는 상대. 책략을 짜고, 약점을 찾겠다. 언젠가. 언젠가는 반드시. 하지만, 누가 뭐라고 말한들 분명히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고 도망친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그가 택해왔던 선택, 평소대로의 방식이다. 특별할 것도 없다. 어째서 눈물을 흘리는가?

 

 

◆◆◆◆◆◆◆◆◆◆

 

 

바람이 지나가고, 커튼이 흔들리고, 탁자가 쓰러져 설탕이 든 항아리의 내용물이 바닥에 쏟아졌다.

"이것 참!" 새까만 차림의 닌자는 여행자 모자를 눌러썼다.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는 자신들이 전이된 실내를 둘러다봤다.

"......민가?" 코토부키가 혼잣말했다. 닌자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오호, 멀미기운은 없나보군? 역시나라고 해둘까."

 

 

"그런 증세는 느끼지 않게 되어있어요." 코토부키가 끄덕였다. 닌자 슬레이어는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새까만 닌자는 다짜고짜 다가왔다.

"이 집의 주인에겐 미안하지만, 자아, 다음 도약이라네." 바람이 세 명을 감쌌다.

 

 

다음 출현지점은 자주빛의 지붕 1미터 상공이었다. "이거, 이것 참!" 닌자가 여행자 모자를 눌러썼다.

비스듬한 지붕 위에서 코토부키는 헛발을 굴렀다. 닌자 슬레이어는 또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닌자는 다짜고짜 다가왔다.

"누군가가 보기라도 하면 일이 성가셔지지. 자아, 다음 도약일세." 바람이 다시 세 명을 감쌌다.

 

 

다음 출현지점은 갑판 위였다. 활기찬 선상 파티가 벌어지는 와중이었다. 바람이 지나가고, 와인 잔이 날아가고, 비명이 터졌다.

"어머나!" 코토부키는 날아가는 유리잔 중 하나를 반사적으로 잡았다. 닌자 슬레이어가 무언가 말하는 것보다 빨리 여행자 모자를 눌러쓴 닌자가 다짜고짜 다가왔다.

바람이 다시 세 명을 감쌌다.

 

 

다음 출현지점은 어딘가의 UNIX 룸이었다. 세 명은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아니, 괜찮을 걸세! 인식되는 것보다 빨리 떠났으니, 무엇보다도 그런게 우리들 닌자 특유의 빈틈없는 성질 아니겠나!"

닌자는 코토부키에게서 와인잔을 건네받은 뒤, 넘치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던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후-욱......일단 이곳이 목적지라네."

 

 

코토부키는 폭이 다다미 6장 정도인 좁은 실내를 둘러다봤다. 탁자 위엔 UNIX 덱. 여러 개의 사이버 고글의 벽에 걸려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말없이 새까만 차림의 닌자를 주시했다. "왜 그러나? 으음? ......아아, 이거 실례를 했군. 도-모. 코르벳입니다." 그는 급히 아이사츠했다.

 

 

닌자 슬레이어 일행은 아이사츠에 답한 뒤, 조용히 코르벳이 이어서 말하는 것을 기다렸다. 코르벳은 와인을 전부 마신 뒤, 잔을 탁자에 두었다.

"감사할 필요는 없다네. 물론 그대들은 무모한 탐색 끝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모양이다만......" "어떻게 한 거지?" "카제의 짓수일세." 코르벳을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우리를 구한 거냐." "그렇게 되네." 코르벳은 끄덕였다. "물론 자선사업으로 그런 일을 한 건 아니라네......나 또한 어떤 의도가 있어서 행한 것이지."

"넌 누구지?" "그대들과 비슷한 부류지. 나그네라네" 그는 품에서 힙 플라스크를 꺼내 다시 음주했다. "단 이번엔 체류기간이 좀 길어졌어. 돌아갈 수 없게 되었거든. 사랑하게 된 여자가, 조금 문제여서 말일세! 흉운이라는 거겠지."

 

 

"사랑입니까!" 라고 코토부키가 끼어들어 말했다. 코르벳은 모자를 눌러쓰고 시선을 감추며 품에서 펜과 메모지를 꺼냈다. 그리고 무언가 개념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내 사적인 이야기는 일단 제쳐 두게. 원래 나는 시인이야. 그만 쓸데없는 한 두마디를 덧붙여 버리고 말지. 저작도 몇개 내놨다네. 이런, 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군. 요는 난 그대들을 감시하고 있었다는 소리일세."

 

 

"감시라고?" "설명하자면......조금 섬세한 이야기이니, 디지 프라그 2를 경유하겠네." 코르벳이 말했다.

" '2'에 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나? 아니, 답하지 않아도 괜찮네! 직접 체험해보는 편이 빠를테니. 거기 있는 고글을 써 보게. 사양하지 말게나. 요금은 필요 없으니."

그는 벽을 가리킨 뒤, 덱의 전원을 켰다.

 

 

"이것이 디지 프라그 1, 현재 물질계에 있는 이 도시일세." 코르벳은 자신이 만든 두 개의 타원이 겹쳐져 있는 개념도를 보이며, 각 두 타원을 순서에 따라 펜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이쪽이 '2'지. 지금부터 2에 들어가겠네. 간단하다네. 자, 고글을 쓰게나."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는 서로를 마주봤다.

코르벳에게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 코토부키가 고글을 장착했다. "어머!"

 

 

"뭐야?" "굉장해라! 온통 녹색이에요" 코토부키가 답했다

닌자 슬레이어도 뒤따라 고글을 장착했다. 관자놀이에 저릿한 감각이 흐르고, 시야가 잠시 암전한 후, 돌아왔다.

 

 

......시야에 펼쳐진 것은 방금 전과 같이 UNIX 룸. 하지만 콘크리트가 아닌, 녹색의 와이어 프레임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코토부키도 코르벳도 같이 실내에 있었다. 녹색의 선들로 이루어진 모습으로.

 

 

"......" 닌자 슬레이어는 벽을 바라봤다. 그 표면에 문자열이 노이즈처럼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디지 프라그 2에 온걸 환영하네." 코르벳이 말했다. "이 곳은 말하자면 마술의 진수에 이르는 도중에 들리고 가는 앞뜰. 다르게 표현하면 연옥일세. 여기서 나누는 대화는 밖으로 흘러나갈 일도 도청당할 걱정도 없지. 이야기를 진행하겠네."

 

 

"감시라는건 무슨 소리지?" 닌자 슬레이어가 화제를 던졌다. "음, 물론 그게 불안했겠지! 이해하네." 코르벳은 한번 끄덕인 뒤 이어서 말했다

"나는 신시가지의 우키하시 포탈 근처에서 망을 보며 나타나는 닌자를 관찰하고 있었다네. 그럴싸한 자가 없나 하고 말이야."

"최근 수개월동안, 난 그런 식으로 미련스럽게도 서성거리고 있었던 걸세. 두꺼비처럼 꼴사나웠지."

 

 

와이어프레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코르벳의 몸짓에선 격렬함이 전해졌다.

"즉, 구시가지의 마술 길드의 감시망에 포착당하는 것보다도 앞서서 실력있는 닌자를 찾아내서 발견되기 어렵도록 베일을 씌워주려고 말일세. 덕분에 자네들도 편히 이동할수 있었을런지? 나는 그 동향을 쫓으면서 자네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하였다, 이 말일세."

 

 

"그런" 코토부키가 작게 말했다. "계속 보여지고 있었다니"

"악의는 없었다네! 부디 그런 무서운 얼굴을 하지 말아주게나! 아니, 여기선 표정은 알 수 없다만은. 여하튼 그대들은 카를교를 건너 일직선으로 프라하 성을 향해 나아가선 '새까만 구역'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니, 과연 나는 크게 놀랐다네. 그리고 해킹이 실패했고, 함정이 발동했지, 그 다음은 자네들도 알고있는 바일세."

 

 

닌자 슬레이어는 구시가지에서 자신을 항상 따라다니던 기묘한 감각에 대해 떠올렸다. 그것이 코르벳의 편린이었던 것인가.

코르벳은 말했다. "감히 자화자찬하자면, 나의 소울은 로그 닌자클랜에 속한 바 그 닌자 잠복력은 특히 탁월한 것이지. 눈치채지 못하였다 해도 주눅들 필요는 없다네, 살벌한 이름의 닌자여."

 

 

"목적을 말해라." 라고 닌자 슬레이어는 답했다. "이것 참! 속에 품은 말들을 전부 꺼내려고 하는 것이 시인의 곤란한 성질이라 말야. 본주제로 들어가지. 즉......"

코르벳의 전자형상이 상반신을 쑥 내밀었다. "거래일세, 닌자 슬레이어=상. 위장 탤리즈먼으로 황금 오솔길에 잠입하려 했다는건, '놈'보다 앞질러 무언가를 저지를 심산이란 것일 테지?"

 

 

【#5로 이어짐】

 

 

*1 코드 로지스트 : 현대 닌살 세계관에 있어 동작원리의 대부분이 불명해진 구세기의 코드나 프로토콜을 발굴 및 연구하여, 그것을 토대로 한 프로그램과 바이러스를 제조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조어, 멸칭&속칭으로는'윗치'라고 불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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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줄거리 : 세계 각지의 대도시를 표적으로 정체불명의 대규모 살육파괴행위가 연이어 발발했다. 사건의 주모자는 이번 닌자 슬레이어의 표적 '에소테리시즘'이 유력. 그의 발자취를 쫓아 닌자 슬레이어는 디지 프라그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코르벳이라 하는 닌자와 만나게 되는데…)

 

코르벳의 전자형상이 상반신을 쑥 내밀었다. "거래일세, 닌자 슬레이어=상. 위장 탤리즈먼으로 황금 오솔길에 잠입하려 했다는건, '놈'보다 앞질러 무언가를 저지를 심산이란 것일 테지?"

 

 

【자이바츠 섀도우길드】 #5

 

 

" '놈' 이라고?" 닌자 슬레이어는 신중하게 되물었다. 코르벳은 헛기침을 한 뒤 답했다. "에소테리시즘 말일세, 당연하지 않은가."

코토부키가 닌자 슬레이어 쪽을 돌아봤다. 코르벳은 고개를 기울였다. "왜 그러나? 무엇이 이상한가. 내가 에소테리시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

"...아아, 그렇군. 이 도시의 현 상황을 그대들은 모를테지......지금 이 디지 프라그에서 마술사라고 하면 그건 즉 에소테리시즘을 지칭하는 거나 다름없다네. 한심한 일이지만 말일세."

 

 

코르벳은 힘차게 UNIX 룸의 문을 열고, 좁은 통로를 통해 뒷골목으로 나왔다. 하늘은 새까맣다.

닌자 슬레이어는 하늘에 떠 있는 황금입방체를 올려다보고, 다시 시선을 지상에 내렸다. 건물의 윤곽이나 돌길이 녹색 그리드로 표현되어 있다.

"꽤 사실적이지 않나. 이것이 디지 프라그 2라네." "현실이야?"

 

 

"현실? 아아, 그 뜻이라면 그러하다네." 코르벳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돋움했다.

"그대들은 나를 따라서 바깥에 나온 것이 맞네. 고글의 좌표동기화는 완료됐어. 물질계의 그대들 또한 지금 이 경도,위도 상에 서 있는 걸세."

"저쪽 큰길을 오고가는 분들은 어떤가요?" 코토부키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현실입니까?"

 

 

"그렇다네. 상시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자라면 여기서도 보이는 걸세. 하지만, 솔직히 이대로 계속 어슬렁대는 것은 권장할 수 없군. 오프라인의 마차에 치이거나, 고양이를 무심코 밟아버릴지도 모른다네." 코토부키는 꼿꼿이 서서 꼼짝도 하지 않게 되었다.

"디지 프라그 2의 이점은 이러한 비밀회의 말고도......이것이 있다네." 코르벳의 이마에 둥근 빛이 생겨나, 이내 허공에 떠올랐다.

 

 

"따라오게나." 코르벳이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유체이탈에 빠진 것처럼 스스로를 내려다봤다. 코토부키도 뒤따랐다.

"그렇지. 이곳에선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그것이 가능한 것일세." 코르벳이 이어서 말했다.

"다지 프라그 2는, 비상......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마술의 훈련에 매우 적합한 공간이라네. 한번 도시를 내려다보게나. 아름답지 않은가?"

 

 

눈 밑에는 녹색의 와이어프레임으로 형성된 마술의 도시가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벽이 그것을 둘러쌓고 있다.

"위치들은 이곳을 디지 프라그 1과 완전히 똑같이 모사해냈다네. 마술적으로 중요한 일이기에 말일세." "내 몸은 어디 있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네. 위험하지는 않아! 성하고는 꽤 멀리 떨어져있고, 설령 돌연 적이 닥쳐온다 해도 내가 알 수 있으니. 그리고 이 디지 프라그 2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서로 허락한 상대 뿐이라네."

 

 

"무얼, 관자놀이의 손잡이로 고글의 투과율을 내리거나, 뭣하면 벗어버려도 상관없다네! 결국 이곳은 무해한 가상의 정원이니까 말일세. 굳이 무시무시한 마술의 심연을 탐색해야 할 필요는 없지. 그건 마술사들에게 맡겨두게나."

세 명은 수십미터 상공을 비행하다가, 돌연 정지했다. "그대들을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으나, 우선 여기서 이야기하지. 마침 전망도 좋으니 말이야."

 

 

"에소테리시즘에 관해 뭘 알고있지?" 닌자 슬레이어가 말을 꺼냈다. 코르벳은 자조적으로 웃었다.

"이제와선 이 도시의 마술사 전원이 에소테리시즘을 알고있지. 그리고, 아무도 놈을 쫓아내지 못하고 있다네, '금빛 숫사슴'도 '연륜'도 '하늘의 손'도, 지금의 에소테리시즘에겐 손도 대지 못하지."

 

 

코르벳은 설명하기 시작했다. "디지 프라그 2를 가져온 것은 타지에서 온 집시 윗치 집단 '무한원(인피니티 스키즘)'이라네. 항상 서로 치고박는 3개의 주요 마술 길드는 이 '무한원'을 연결고리로 삼아 균형 상태를 얻었지. 이 모형정원은 마술의 연구에 실로 중요했으니 말일세.

'무한원'은 길드끼리의 화합을 디지 프라그 2의 이용조건으로 정했다네. 놈들에겐 유쾌하지 못한 얘기였겠지만, 거절하면 다른 길드에게 뒤쳐질 뿐이니까 말이네. 결과적으론 그것이 프라하에 평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도 있겠지."

"훌륭한 뜻을 가진 분들이시군요!"

 

 

"글쎄, 나도 이에 관해서 집시 윗치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네. 게다가, 정말로 필요한 것은 '3'이였다네. 3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지."

"이 세계의 '3' 말인가요?" "그렇다네! 2는 결국 모형정원에 불과할 뿐. 하지만 3은......진실로 가는 다리, 현자에 돌에 이르는 길이라네. '무한원'은 그 비밀을 풀어야만 했지. 하지만 연구자금은 터무니없이 필요했고. 마치 구멍 뚫린 나무통처럼 말일세. 그리고, 그 점을 틈타서 끼어든 것이, 뭐였던가......아무개라는 투자 벤처였다네. 놈들은 저주받을 그 에소테리시즘과 연결되어, 이 마술사회에 침입한 것일세!"

 

 

"돈에 관한 일이였나." "그렇다마다, 돈이라는 것은 실로 무서운 것이지. 하늘의 신비마저 땅에 떨궈버리니. 영겁의 저주일세. '무한원'은 투자로 인해 빼앗겼다네, 아무도 모르게 말일세. 그리고, 고문으로써 에소테리시즘이 찾아왔지. 길드에 속하지 않는 떠돌이 마술사. 과거에는 업신여겨졌지만, 그 때 이미 놈은 가공할 힘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와이어 프레임 상태에서도 코르벳의 분통한 표정은 짐작할수 있었다.

"놈은 '무한원'의 중핵을 쥐고.....그 시스템을 이용해, 이윽고.......두렵기 짝이 없는 행위를 시작했지. 그대, 뉴스는 보는 편인가? 교토, 베를린, 로마. 그 무참한 사건들을."

"알고 있다." "그것들은 전부 에소테리시즘이 벌인 짓이다. 마술사들 사이엔 잘 알려진 일이지만." "정보를 얻었군."

 

 

"그럼 이야기가 빠르군. 그 대규모 파괴행위는 놈의 유니크 짓수가 일으킨 것이라네. 부자연스러운 힘이지."

"부자연스러워?" 닌자 슬레이어가 캐물었다. "음음......그대에게 직감적으로 이해시킬 수 있을런지 자신은 없지만, 두 가지의 동떨어진 분야의 힘을 말일세......."

 

 

"이해할 수 있어." 닌자 슬레이어는 확신을 가지고 긍정했다. "주어진 힘이다. 내 적은 그러한 부류의 '부자연스러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단적으로 말했다. "난 놈을 죽이려 왔다." "죽인다고라! 그것을 위해 여기에? 놈에게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 "원한?.......너한테 할 이야기는 없어."

".......뭐, 뭐 좋네. 여하튼, 예상외로 목적이 일치했었군 그래."

 

 

"너는 마술길드에 속한 자냐?" "아니, 그렇지 않다네." 코르벳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원래는 외부인이라네. 평소같아선 이따위의 시시콜콜한 분쟁거리는 흘려듣고, 다른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였지. 아니, 실제로 그 기회도 있었다네. 하지만 미련이 남았기에....." "사랑 때문에" 코토부키가 속삭였다. 코르벳은 당황했다. "무엇을 갑자기." "전에 말하셨지요. 사랑이라고!"

 

 

"그만두게, 아가씨" "당당히 가슴을 피셔도 됩니다. 사랑 때문에......정말 멋져요!" 코토부키는 그 단어에 얽매였다.

코르벳은 크게 헛기침을 하며 대화의 주도권을 다시 잡았다. "'무한원'을 대표하는 여성이 유폐당해 있네. 조직은 그 인질의 위협과 돈에 의해 빼앗기고 만 것이지. 나는........아아 그래, 나는 그녀를 구하고 싶은 걸세."

 

 

"도웁시다! 닌자 슬레이어=상!" "네가 에소테리시즘이 있는 곳까지 안내할 셈인가? 코르벳=상."

"그래, 자네를 거들겠네. 나쁜 이야기는 아닐테지. 3대 길드도 협력할 걸세. 말해두지만 에소테리시즘은 계획 없이 정면에서 되는대로 싸워봤자 도저히......"

"여자는 나중이다. 네가 알아서 찾아. 난 에소테리시즘을 우선하겠어."

 

 

 

"아, 아아, 그걸로 됐네. 나의 사적인 문제이니." "전 제대로 협력할께요." 코토부키가 부드럽게 말하여 코르벳을 당황스럽게 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숙고했다. 계획 없이 임기응변으로 행동하고 있는 건 이 남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다지 자세히 알지도 못하는 자신을 이리도 우대하려 하는 건가.

그렇게나 궁지에 몰려 있는 것인가. 그렇기에 이렇게도 야바레카바레인 건가.

 

 

"그럼 결정됬다고 봐도 되겠나? 목적은 같다네. 놈을 무찌르는 것이지." 코르벳이 단단히 못을 박았다. 닌자 슬레이어는 동의했다.

코르벳이 고개를 숙였다. "요로시쿠 오네가이이타시마스." 도장은 없어도, 층분히 강력한 예의작법의 속박이었다.

"........" 닌자 슬레이어는 응했다. "요로시쿠 오네가이이타시마스."

 

 

◆◆◆◆◆◆◆◆◆◆

 

 

3명은 디지 프라그 2의 하늘을 비행했다. 이윽고 전방에 우뚝 선 탑의 모습이 보였다. 천문시계탑이다.

"황금 오솔길에서 쫓겨난 마술길드의 중진들의 집회장이라네." 날아다니면서 코르벳이 설명했다.

"서로 응한다면 떨어진 곳에 있는 녀석들과도 대화할 수 있지. 우선 저 곳에서 행해질 침입경로의 브리핑에 참여하세."

 

 

뒤따라 날아가면서 닌자 슬레이어는 이 남자에게 수상한 점이나 이야기의 어긋남, 모순이 없었는지 되새김질했다.

이 남자가 어떤 조바심을 품고 있다한들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됐다. 하지만 배신하고 불이익을 가져온다면...

...만약 그가 '우정'(ユウジョウ)을 불이행하고 적의를 드러냈을 때, 어떻게 반격하여 죽일지를 닌자 슬레이어는 되풀이하여 시뮬레이트했다.

 

 

마침내 천문시계탑 안에 이르러 코르벳이 접속을 허가하자, 여러 개의 계정이 가시화되었다.

디지 프라그 2는 전자적인 모형정원으로써, 거기서 서로 정보를 통신할 수 있는 것은 서로 허가한 자들뿐으로 제한된다.

이것은 대전제다. 시스템 기반을 장악한 에소테리시즘조차 이 비밀통신의 원칙은 무너뜨릴 수 없다.

 

 

아이사츠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그들의 까다로움과 비적극성이 전해져 왔다. 그들은 봇물 터지듯 말을 퍼부었다.

"그 놈들은?" "정체가 무엇인가." "코르벳=상, 어떠한 경위로?" "나으리들! 조금 봐줄수는 없나. "코르벳은 쓴웃음을 지었다.

"귀공들이 늘어져라 회의를 하고 있는 동안에 말일세, 나는 직접 뛰어다니며......." "부탁한 기억은 없다." "애초에 이것은 우리들의 문제다." "너도 본래 외지인임을 잊지 마라."

 

 

"당신들에겐 의분이라는게 없습니까!" 코토부키가 끼어들었다. "여기 코르벳=상은 사랑을 위해 싸우려 하고 있는데......게다가, 적은 무차별 파괴행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 자를 무찌르지 못한 채인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 아이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뭐냐, 코르벳=상. 이 불쾌한 어카운트는." "불명료해." "비논리적이야."

 

 

"기색이 나쁘군." 닌자 슬레이어는 남의 일인듯이 말했다. 코르벳은 전자적으로 몸을 크게 내밀었다.

"귀공들은 높은 곳에서 구경만 하면 된다네! 거친 일은 우리가, 그리고 리스크도 우리가 전부 부담하겠네. 우린 그저 황금 오솔길과 성 비투스 대성당을 잇는 경로의 도표를 얻으면 되네, 그것 뿐일세. 그것만으로 괜찮은 것이네."

 

 

"위험을 부담하겠다고?" "그렇다마다!" "흠" 그들을 서로의 얼굴을 마주봤다.

"기다려라." 그중 한명이 지적했다. "이쿠사 배틀이 발생하여 디지 프라그의 마술적 기반에 일그러짐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쩔 셈인가? 10년, 100년이 걸리는 수복이 필요해지겠지, 그 책임만은 타관의 인간은 부담할 수 없어." "그건 그렇군......"

 

 

"바카! 어쩔 도리도 없군요." 코토부키가 매도했다. "협상은 여기까지! 터무니없는 뻐킹 자식들 뿐입니다!" 코토부키는 격노했고, 마술사들은 어이없어 했다.

코르벳이 그녀를 달랬다. "그대는 잠시만 조용히 있게, 응? 알겠나, 귀공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ZZZT!

와이어 프레임의 세계가 돌연 부풀어오르고, 균열처럼 노이즈가 흘러 지나갔다. ZZZZZZT!

 

 

세계가 점멸하고, 크게 신음한 뒤, 다시 와이어 프레임이 돌아왔다. "놈이다." 닌자 슬레이어가 중얼거렸다.

마술사들은 숨을 삼키며 서로의 눈을 쳐다봤다. "흥, 또다시 어딘가의 도시가 당한 것일 테지." 코르벳이 말했다.

"이걸로 다시 놈에게 새로운 새크리파이스가 흘러들어가게 되었다네. 다음에는 분명 더 큰 일그러짐을 유발시킬 테지."

 

 

"......." 마술사들의 아트모스피어가 변화했다. 거절에서 공포로.

거기에 코르벳이 거듭 밀어붙였다. "지금에서야 이해하셨는가, 이미 여기도 위험한 걸세! 지금이라면 멈출 수 있어. 다시 한번 말하겠네. 귀공들에게 피해는 가지 않을걸세, 책임은 우리들이 전부 지겠네. 놈을 쓰러트려 보이리라. 설령 실패해도 우리들이 죽을 뿐이라네. 전혀 문제가 안 되지!"

 

 

"황금 오솔길에서 전투가 벌어지지 않게 할 것. 절대로. 그것이 조건이다." "당연한 말씀." 코르벳이 보증했다.

"......좋다." 마술사의 어카운트가 깜빡이더니, 디지 프라그 2의 정밀한 복제도시 위에 도표가 되는 불꽃이 켜져 갔다.

그것은 미궁을 방불케 하는 프라하 성의 침입경로를 표시해 주는 것이었다.

 

 

.......고글을 벗자, 코르벳이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코토부키는 부루퉁해 하며 모습으로 실내로 돌아갔다.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버렸군. 이것 참, 놈들과는 딱히 동료관계는 아니다만. 그.......뭐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협력은 받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에......"

 

 

"적어도, 너에 관한 건 이해했다." "뭐라?" "너의 필사적인 태도에 꾸밈이나 수작은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하는 거야."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이 집에 좌선을 취할 수 있는 곳은 있나?" "아아, 물론 있다마다." "안내해 봐."

 

 

◆◆◆◆◆◆◆◆◆◆

 

 

좁은 방의 장식된 창문에서 비스듬히 스며드는 햇빛이 허공에서 흩날리는 먼지를 뿌옇게 빛나게 했다.

넓이는 없으나 농후하고 독특한 향을 머금은 공기로 가득한, 박력이 있는 방이었다.

용도불명의 놋쇠 마술구가 놓인 책상에 에소테리시즘은 은잔 세 개를 나란히 놓았다. "설마 브래스하트=상이 직접 오실 줄이야."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특정한 두 사람이 빈번히 만나서 회담을 나누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걸 알게 됬으니, 쿠쿠쿡."

방 안에 있던 또 한 명의 닌자, 데시케이터는 재밌다는 듯 입을 다문채로 웃었다. "뭐, 진정이 안 되는거 아닐까. 그 실력행사를 좋아하는 양반이라면."

데시케이터의 눈동자는 메말라 있었다. 에소테리시즘은 손가락을 세웠다. "쉿, 그는 강대합니다."

 

 

"그건 의심의 여지도 없지. 하지만, 구슬려야 할 필요는 있으니까." 데시케이터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만약 녀석이 세 번째 접촉까지 마치면......흐흠. 쿡, 쿠쿠쿡."

그는 헛기침을 한 뒤, 다시 웃어댔다. 에소테리시즘은 얼음 속에서 와인을 꺼내 그 병목을 손쉽게 춉으로 절단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세 명째.......브래스하트가 나타났다.

 

 

【#6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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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케이터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만약 녀석이 세 번째 접촉까지 마치면......흐흠. 쿡, 쿠쿠쿡." 그는 헛기침을 한 뒤, 다시 웃어댔다. 에소테리시즘은 얼음 속에서 와인을 꺼내 그 병목을 손쉽게 춉으로 절단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세 명째.......브래스하트가 나타났다.◆

 

【자이바츠 섀도우길드】#6

 

 

데시케이터와 에소테리시즘은 새삼스레 아이사츠를 주고받았다. 실내의 산소밀도가 내려가고, 이를 중력이 대신 채운듯한 감각이 두 닌자를 덮쳤다.

브래스하트의 체격은 셋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졌고, 말없이 가라테 압박감을 방출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였다.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방심할 수 없는 분위기를 두르고 있었다.

 

 

그 아트모스피어의 이유를 에소테리시즘 일동은 이미 알고 있다. 이는 사츠가이와 두번 접촉하여, 두번에 걸쳐 새로운 힘을 얻은 증명이었다.

원래부터 브래스하트가 같잖은 허언으로 자신을 치장할 닌자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였으나, 실제 두 눈으로 직접 그를 본 둘은 그 사실을 더욱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름다운 곳이었지요?" "잠들어 있는가." 브래스하트의 시선은 그 어느 순간이라도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데시케이터는 헛기침을 했다. "정말로 존재했을 줄이야,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군요! 그 조심성 많은 브래스하트=상이 이렇게 직접 나타나다니. 저희로써도 당신이 가진 사츠가이의 정보에 대해선 그저 나눠받고 싶을 따름......" "그것은 일종의 계시다. 찾아다니는 것 따위 주제넘은 짓이지."

 

 

에소테리시즘과 데시케이터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신비주의인가요? 당신도." 에소테리시즘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브래스하트의 어깨 위의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다. "신비라고? 그런 관점을 쓰려고 드는 법이겠지, 마술사라는 종자들은."

"그, 일단 묻겠습니다만,무슨 연유로 이곳에?" 데시케이터가 화제를 꺼냈다. 브래스하트는 탁한 눈으로 돌아봤다.

 

 

"나한테서 구하려 들지 마라. 구하는 건 내 쪽이다." 살기가 방 안을 채웠다. 에소테리시즘은 와인을 잔에 부었다.

"선즈 오브 케이어스는 상부상조가 이념인 집단입니다. 너무 험한 태도를 취하지 마시길, 건배." 권유.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잔을 기울였다.

브래스하트가 잔을 탁자 위에 내려뒀다. 유리가 녹아 탁자를 달구며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래서, 당신이 구하는 무언가를......찾으러 오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에소테리시즘은 쓴웃음을 지었다.

"협상은 필요없다. <골자>()를 받아가마. 이미 네놈에겐 용도가 없는 물건일텐데." "<골자>?"

데시케이터는 되물었으나, 에소테리시즘은 굳은 표정으로 브래스하트를 돌아봤다. "네놈은 나에게 이기지 못해. 거부권은 없다." 브래스하트는 단언했다.

 

 

"퍽이나 자신이 있으신 모양이시군요. 그것도 사츠가이와 두번 접촉한 결과입니까?" 에소테리시즘은 손가락을 놀리며 어떤 짓수의 예비동작을 행했다.

반면 브래스하트는 그대로 서있었다. 큰 소리를 내며 와인병과 잔 두개가 깨지며 산산조각났다.

"...비생산적인 다툼은 피하고 싶습니다." 이윽고 에소테리시즘은 승낙했다. 그의 손바닥 위에 호두만한 크기의 검은 알맹이가 있었다.

 

 

브래스하트는 주저없이 그것을 채간 뒤, 자신의 품에 넣었다. "내 용무는 이것뿐이다." "어디로 돌아가시려는 지요?"

"구하는건 내 쪽이다. 네놈이 아니야." 브래스하트는 되풀이해 말했다. 에소테리시즘은 낮게 숨을 토했다.

"사츠가이를 통해서, 무엇을 얻으려 하시는 겁니까." "힘이다." 그는 답했다.

 

 

"그것은 실로......" 마술사는 눈을 감았다. "저는 한 번의 접촉으로 층분합니다. 제 짓수, 사츠가이의 힘, 그리고 이 디지 프라그라는 도시. 그것들이 맞물려서 저에게 무한한 힘을 가져다주지요, 당신 이상의 힘을" "견해의 차이로군. 결국 넌 한낱 닌자에 불과해." 브래스하트가 말했다. "눈자에 이르는 길은 한 가지 뿐이다."

 

 

......눈자.

 

 

"꿈같은 소리로군." 데시케이터가 콧방귀를 뀌었다. 브래스하트는 데시케이터를 흘낏 본뒤, 출입구로 돌아섰다. "방해를 했군. 오탓샤데." "오탓샤데."

브래스하트가 나갔다. 우키하시 포탈이든, 여행기든, 수단은 알 수 없으나 원래 있던 곳으로 귀환하는 것일태지.

데시케이터는 어깨를 으쓱이며 에소테리시즘을 돌아봤다.

 

 

"......브래스하트=상이, 프라하 성 부지에서 떴습니다." 수분 후, 에소테리시즘이 고했다. 데시케이터는 마른 웃음소리를 냈다.

"듣고싶은 일도 늘었지만, 뭐 됐어. 본론에 들어가지. 진척은 어때?" "보다시피, 보도기관에서 떠드는 대로입니다." 에소테리시즘은 히죽 웃었다.

"이미 이것은 정립된 시스템입니다. 파괴하고, 힘을 흡수하고, 에메츠를 낳지요."

 

 

"마벨러스. 나도 될수 있으면 이기는 이쿠사 배틀만 하고 싶거든. 욕심쟁이라서." 데시케이터가 끄덕얐다.

"특별히 오늘날에 맞춰서, 어프렌티스를 파견해 뒀습니다." 에소테리시즘이 말했다. "주주님께 직접 실시간으로 보여드리고 싶었기에"

"하하하." 데시케이터는 와인잔의 파괴를 떠올리며, 눈썹을 찡그렸다.

 

 

에소테리시즘은 수정구형 UNIX 모니터에 영상을 비춰냈다.

올려다보는 시점. 반구형의 지붕을 가진 첨탑이 무수히 세워져 있고, 일본어와 힌두어가 섞여있는 거대한 간판들이 가득하다.

"보다시피 뭄바이입니다. 현재 어프렌티스의 사이버네틱스 시야를 여기에 수신받고 있지요." "오오, 좋은데." 데시케이터가 끄덕였다.

 

 

시점의 당사자가 자신의 떨리는 손을 들여다봤다. 그 손바닥에는 '沌' 의 한자가 문신처럼 들어가 있었다.

"저것은 제가 새긴 낙인입니다. 뭐, 비지니스 파트너인 당신에게는 밝혀도 괜찮겠지요. 저것이 오히간 봄, 사츠가이에게서 주어진 힘입니다. 그리고...."

『진실이다. 이건 신비에의 접촉이야.』UNIX 스피커를 통해 당사자의 고뇌어린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하, 하, 하! 그렇지요, 신비에의 접촉! 어떤 의미로는 맞는 말이죠!" 에소테리시즘은 조소하듯이 웃었다.

"제 어프렌티스들은 바로 그것을 추구하여 길드의 문을 두드리지요. 저의 교육과 수련이 그들에게 목적을 부여하는 겁니다."

"악랄하구만!" 데시케이터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 자고로 악랄한 놈들이 세계를 이노베이트 하는 법이지. 아무렴." "듣기 거북하군요!"

 

 

에소테리시즘은 순금제의 마술적 UNIX 덱에서 LAN 케이블을 꺼내어 목덜이에 접속시켰다.

"여기서 하는건가? 난 꼭 마법진이라도 그려놓을 줄 알았는데. 나한테도 불똥이 튀는건 아니지?"

"이 방 자체가 마법진입니다. 와인이 깨지든, 서적이 흩어져있든 간에 말이지요." "결과만 내준다면 아무래도 좋아."

 

 

"디지 프라그 2는 물질세계의 디지 프라그1을 정교하게 모방한 전자세계입니다. 그 자체는 모형정원일 뿐이지만, 그 근본적인 유사함으로 인해 디지 프라그 3에서 가해지는 디지 프라그 2에의 전자적 간섭은 디지 프라그 1에도 영향을 주지요. 바로 현세에 말입니다."

에소테리시즘은 유창하게 설명을 늘어놨다. 데시케이터가 이해했는지 따윈 구하지도 않겠다는 듯이.

 

 

"본래 3은 2보다도 앞서서 존재했지요. 그래......후후후, 오히간의 한 측면......코토다마 공간의 일각......뭐라 부르든 상관은 없겠죠, 자, 하지만 이 소중한 도시를 손상시킬 수야 없는 법. 그럼, 어떻게 하는가? 답은 우키하시 포탈입니다. 디지 프라그 2 상에서 모방된 포탈의 개념을 이용하는 겁니다!"

 

 

시점의 당사자는 뭄바이의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데시케이더는 영상을 주시하며 군침을 삼켰다.

에소테리시즘은 이젠 열광에 빠진 상태로, 거의 외치다시피 하고 있었다. "의사적으로 다른 도시 상에 디지 프라그 2와 동일한 레이어의 차원을 설정한 뒤, 디지 프라그 3에서 액세스한다. 그럼 연결할 수가 있지! 그리고 오히간 봄이 마술차원과 현세를......뒤흔들어 놓는 거다!"

 

 

"......모르겠군!" 데시케이터는 미소지은 채 끄덕였다. "하지만, 해 봐라!" "이얏-!" 에소테리시즘의 양눈이 희게 번뜩였다."

『아밧!? 아바밧-!?』뭄바이의 어프렌티스가 단말마의 절규를 토했다. 지지지직, 뚜욱. 영상이 끊어졌다.

데시케이터는 문득 떠오른 듯 벽걸이 TV 모니터의 전원을 켰다.

 

 

채널을 돌려 뉴스 속보로. 국제 오이란 캐스터가 담담하게 원고를 읽어내리는 뒷편에선 불명확한 라이브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이것은 방금 전 일어난 수수께끼의 파괴현상 직전에 촬영된 것으로......』거리의 한곳에서 돌연 무수한 검은 모자이크들이 발생하여, 퍼져가더니, 그대로 터젔다.『유사한 사건이......』

 

 

모자이크가 사라진 후에도, 곳곳이 도려내져 얼룩진 거리는 원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깎여나간 파괴의 흔적에 검은 수정이 석순처럼 생겨나 있는 것을, 데시케이터는 분명히 확인했다. "마벨러스!" 그는 손뼉을 쳤다.

"최고의 이노베이션! 승리의 맛이로군!" 그는 에소테리시즘을 돌아봤다. 마술사는 몸을 젖히며 경련하고 있었다. "오오, 오오오!"

 

 

"괜찮은 거야?" 데시케이터는 흥미가 없는 말투로 그의 안부를 물으려 하다가......공포를 느꼈다. 그것은 명백히 '힘'이 한 곳에 빨려들어가고 있는 광경이었다.

경련이 끝나자 에소테리시즘은 아직도 떨림을 멈추지 못하면서 뒷걸음질치고, 황홀감에 젖은 목소리를 흘렸다.

"아-......괜찮고 말고요......제 새크리파이스 짓수. 전자 네트워크를 통해 짓뭉개진 생명력들을 회수하던 참이었습니다."

 

 

"이야아, 훌륭해, 어쨌든 훌륭한걸." 데시케이터는 웃었다.

"결과가 전부지. 에메츠 채굴의 특허권으로 난 죽도록 벌어 보이겠어. 너는 그 윤택한 자금을 써서 진실인지 하는 걸 실컷 바라는 만큼 연구하는 거고. WIN-WIN! 혁신적이야! 하지만 그, 도시를 중심으로 파괴하지 않아도 되도록 다소 신경써야 겠는걸."

 

 

"노력해 보죠." 에소테리시즘은 냉소했다. "이곳에 대해 기업군 패거리들이 파헤치려고 들 경우, 그 자들을 손쉽게 해치우기 위해선 더 많은 새크리파이스를 아직 필요로 하니 말입니다." "그 말 대로야! 하하, 어쨌든 최고였어." 데시케이터는 에소테리시즘과 악수했다. "선즈 오부 케이어스가 가져다 준 만남에 건배하지."

 

몇가지의 확인사항을 서로 조정한 뒤, 데시케이터는 서둘러 퇴장했다. "혹시 개인투자에 흥미가 있으면 뭐든지 상담해. 그것도 꽤 즐거운 일이라고?"

그는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했다. 에소테리시즘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그를 배웅했다.

 

 

......이 때 일어났던 파괴가 디지 프라그 2를 크게 흔들고, 시계탑에 있는 자들을 당황하게 한 것이다.

 

 

그 시점의 에소테리시즘은 이 도시에 숨어든 검붉은 이물질에 대해선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이물질을 표적으로 삼아 섀도우 쉽의 초자연적 나침반을 자신이 머무는 도시에 향하며 척후병을 순조로이 편성하고 있는 자이바츠 섀도우길드의 동향에 관해서는 더욱이.

 

 

에소테리시즘이 복도로 나오자, 무한원의 시종이 도게자했다.

 

 

◆◆◆◆◆◆◆◆◆◆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는 긴장한 표정으로 프라하 성의 문을 지나갔다. 광선이 그들의 신체를 쬐어 조사하며 위장 탤리즈먼의 존재를 확인했다.

붉은 램프의 빛이 녹색으로 바뀌자 코토부키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는 커다란 리본이 등에 달린 검은 드레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성 부지내의 거주자들을 모방한 마술적인 의상이였다.

 

 

프라하 성은 무수한 역사적 건조물들의 집적체였다. 탑, 성당, 화약고 등등......이들의 외형은 전자전쟁 이전의 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코토부키는 고글을 쓰고 디지 프라그 2의 세계에 시야를 겹쳤다. 두 명의 뒤에선 인간 형태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바람의 짓수로 스텔스한 코르벳이다.

 

 

(탤리즈먼이 통한것 같군.) 코르벳이 속삭였다.

(전투는 반드시 피하게. 그렇지 못하면 날엔 모든게 엉망진창이 되고 말걸세. 에소테리시즘은 수비태세를 굳히고, 둘러쌓인 섬들은 사라지겠지. 그리고 파괴에 의해 둘도 없는 미의 정수에 흠집이 생기게 되면 이 도시를 지탱하는 균형이 무너져......) "보입니다. 루트가 또렷하게" 코토부키는 와이어 프레임 세계의 가이드 라인을 보며 말했다.

 

 

(가이드를 따라서, 우선 황금 오솔길에 들어감세. 탤리즈먼을 강화해야 할테니. 더 강한 권한을 덧씌우지 않으면 대성당에의 입장은......음!)

코르벳은 숨을 멈추고 웅크려 앉았다. 길을 지나가던 새까만 차림의 마술사들이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를 미심쩍은 눈초리로 보고는 그대로 통과해 갔다.

(후-우. 알아보는 자들이 많아서 말일세. 자, 가보세.)

 

 

"......" 닌자 슬레이어는 우두커니 서서 작게 신음했다. (왜 그러나?) 코르벳이 속삭였다.

"아무것도 아냐." 그는 고개를 젓고 코토부키를 뒤따랐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역사와 미의 질량의 무거움에 경도되어 있었다.

 

 

【#7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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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줄거리 : 프라하의 전자 마술 인프라를 약탈하고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학살을 행하는 닌자 '에소테리시즘'은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일원이며, 닌자 슬레이어는 그를 살해하기 위해 우키하시 포탈을 넘어 현지에 잠입했다. 에소테리시즘을 위험시하는 현지의 닌자, 코르벳이 그를 인도했다.)

 

(무사히 프라하 성에 잠입한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 코르벳은 우선 황금 오솔길로 향했다......)

 

 

【자이바츠 섀도우길드】#7

 

 

옅은 색조의 작은 집들이 즐비한 황금 오솔길은, 들어서자마자 독특한 냄새가 나는 공기로 닌자 슬레이어를 경계하게 만들었다.

묘한 감각이다. 예상했던 규모감보다 훨씬 넓었고 건물은 평소의 두 배의 밀도로 부대끼고 있어 실로 혼돈스러웠다.

『그래서? 코토부키가 쓴 고글은 또 무슨 장난감이야?』 타키가 망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벽에는 마술적인 문구가 다양하게 쓰여 있네요. 그리고 길가 곳곳에는 마법진이 있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건진 저도 모르겠지만..."

(몰라도 괜찮네.) 코르벳이 말했다. (디지 프라그 2에 필요이상으로 얽매이지 말게, 필요한 것은 무한원으로 이어지는 숨겨진 길의 지표일세.)

그는 이어서 말했다. (디지·플러그 2에 필요이상에 얽매이지 말 것.필요한건 무한원의 숨겨진 길의 사인이다.) 『나는 거기까진 액세스 못한다고.』

 

 

"입 다물고 있어."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타키는 서포트역이라는 명목로 전자적으로 동행하고 있으나, 그 진정한 역할은 코르벳 등의 감시이다.

시인 닌자나 마술 길드의 무리들이 에소테리시즘에게 닌자 슬레이어를 팔아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타키가 그것을 닌자 슬레이어에게 은밀히 경고할 예정이었다.

 

 

언덕에서 언덕, 모퉁이에서 모퉁이로. 밖에서는 도저히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작은 미궁이다.

눈앞의 맨홀이 열리고 검은 옷의 마술사가 올라나와서는 태연하게 지나간다. 혹은 창문에서 줄사다리가 내려와 역시 검은 옷의 마술사가 나와 미끄러지며 내려왔다.

(주의하게나, 이 놈들은 이젠 모두가 에소테리시즘의 하인이니까.)

 

 

"저것은" 코토부키가 디지 프라그 2를 통해 무언가를 감지하고, 경계를 촉구한다. 이윽고 나타난 것은 건물 2층정도의 키를 가진 다관절 인형이었다.

(골렘일세. 만약을 위해 주사광은 피해서 가게나.) 인형은 몇 걸음마다 멈춰 서서, 외눈으로부터 붉은 레이저를 쐬는 것이었다. 세 명은 조용히 옆을 달려 빠져나간다.

 

 

『뭐야 저거? 모터 야부의 친구냐? 무선 LAN에 연결되었잖아. 괜히 손 안 댈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현명한 선택일세. 저건 황금 오솔길을 수호하는 자율기계라네. 지금은 에소테리시즘이 관리하고 있지."

『방해되는구만. 빨리 앞서 가라고.』 지나가던 인파의 뒤쪽에 섞여들며 나아가던 도중, 코토부키가 멈춰섰다. "여기!"

 

 

코토부키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석벽을 가리켰다. "알려주신 마법진이 여기에"

"좋아!" 주위를 신경쓰면서 코르벳이 스텔스를 풀었다. 그는 코토부키가 가리키는 곳에 위장 탤리즈먼을 댔다.

【무한원의 형제입니까?】 발해지는 전자음성. 코토부키는 벽에 숨겨진 소켓에 LAN 케이블을 직결했다.

 

 

"그렇다마다. 무한원의 의장이신 루체=상의 추천을 받은 우리들은......." 코르벳이 길게 끌며 대답하는 사이, 타키가 코토부키를 통해 시스템에 액세스했다.

『절대 잘 안될거라는거 알지? 괜찮냐?』 지난 번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키가 단언했다. "상관없어. 해라." 닌자 슬레이어가 답했다.

 

 

【탤리즈먼 인증 갱신, 무한원의 형제】 차가운 전자음성이 대답했다. 코르벳은 재빨리 그것을 품에 넣었따.

『한계다!』 타키가 비명을 질렀다. "삐가가갓!" 코토부키가 경련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LAN 케이블을 뽑아냈다.

【부정한 접속을 감지!】 곧바로 전자음성이 적의를 드러냈다!

 

 

머리 위에서 나팔을 위로 세운 천사상이 귀에 거슬리는 하울링 노이즈를 발생시켰다. 두웅-! 두웅-!

2층의 미늘살 창문 몇 개가 열리고 마술사들이 얼굴을 내밀며 손가락질했다. "지금이다!" 코르벳은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를 껴안았다.

"이얏-!" 바람이 소용돌이치고, 몇장의 황금 나뭇잎과 함께 그들의 모습은 흐릿해졌다.

 

 

마술사들이 모여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골렘이 도달하고, 경보음이 울려 퍼진다. 하지만 석벽 앞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코르벳 일행은 이미 그때 비투스 대성당의 1층 홀에 출현하여 바로 옆 기둥 그늘로 뛰어들어 몸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좋아! 여기까지 계획한 대로일세!" 시인은 힙 플라스크의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비투스 대성당.

"꽤 하는군! 타키=상이라 하는 친구. 알겠나, 여기서부터는 전격적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네." 코르벳은 닌자스레이어를 보았다.

 

 

지고쿠 헬에서 나타난 듯한 검붉은 닌자는 장식된 창문에서 스며드는 빛을 받아들이는 성인상을 절망이라도 한것처럼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수한 아치, 돌, 금색과 빛과 유리를 시야에 받아들이고, 그는 경외감에 빠졌다.

 

 

코르벳은 닌자 슬레이어의 어깨를 흔들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고개를 거칠게 저었다. 코르벳은 그를 지긋이 쳐다봤다.

"자, 여기서 길이 갈라지는군! 하지만 그대들의 목적이 곧 나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일세. 알겠나, 아리따운 나의 여인은 남탑에 유폐되었다고 알고있는 바라네, 한편, 에소테리시즘은 메인타워에 있지."

 

 

"조용하군." 닌자 슬레이어는 중얼거렸다. 큰 홀이지만 인적은 없었다. 코르벳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에소테리시즘은 아무도 신용하지 않는다네. 자신이 가진 신비를......디지 프라그 3의 비밀을 타인과 나눌 생각 따윈 없지. 그렇기에 이 곳에 타인을 가까이 두려 하지 않는 거라네. 그리고 그것이 놈의 화가 될걸세." "......." 닌자 슬레이어는 달려나갔다.

 

 

"행운이 있기를!" 코르벳은 손을 흔들고 남탑의 나선계단 쪽으로 향했다.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코토부키가 그를 뒤따라왔다.

"약속했으니까요!" "이거 고맙군!" 계단을 껑충 뛰어오르며 나아가면서 코르벳은 숨을 헐떡였다.

"모처럼 찾아온 방문자가 추레한 중년 남자 혼자여서는, 루체도 필시 실망할걸세."

 

 

둘은 계속 빙글빙글 돌았다. 길고 긴 상승이다. 끝이 없는 듯 했다. 코르벳의 뉴런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위장 탤리즈먼을 업데이트해 단 한순간이라도 비투스 대성당 진입권을 얻으면 그 틈을 타서 카제 짓수를 이용해 뛰어들 심산이었다.

성공했다. 그리고 두번째는 없으리라. 이대로 해내야만 한다.

 

 

전부 오르자, 거기에는 우선 종이 있었고, 바닥에는 초췌한 모습의 여자가 한 명 있었다.

그녀의 발목에는 쇠고리가 채워졌고 이는 강철제의 UNIX 덱에 연결되어 있었다.

세계와의 연결이 끊어져 단지 디지 프라그 2와 3을 ADMIN하는 것만 허용된 닫혀진 UNIX였다. 코르벳은 우뚝 멈춰섰다.

 

 

종, 그리고 루체 너머의 창문, 그곳에서 내린 빛줄기 속에서 먼지가 흩날리고 있다.

역광을 등진 루체가 고개를 들어 흐릿한 눈으로 코르벳이 있는 방향을 보았다. "거기에 누군가" 스치는 목소리에는 맑은 정신의 울림이 있었다.

코르벳은 한 걸음, 두 걸음 내디뎠다. "오오......오오, 루체여. 나다......코르벳이다." "아아.......!" 코토부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이얏-!" 그때 닌자 슬레이어는 메인타워의 숨겨진 방문을 걷어차고, 순금 UNIX, 서적, 플로피디스크, 와인, 나침반, 세간류가 북적이는 실내에 다이나믹 엔트리를 막 마친 참이였다. 등을 돌리고 의자에 앉아 있는 불길한 닌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도-모. 에소테리시즘입니다." 불길한 닌자가 몸을 움찔대더니, 다음 순간에는 닌자 슬레이어의 정면에서 아이사츠를 하고 있었다.

"과연.....당신이 어떻게 구슬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설마 외지인 닌자를 요짐보로써 고용하다니, 마침내 3대 마술 길드의 위신도 땅에 떨어졌다는 걸까요."

 

 

"마술 길드따위, 내 알바 아니다." 닌자 슬레이어는 에조테리시즘의 형형하게 빛나는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아이사츠를 돌려주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사츠가이를 알고 있겠지" "사츠가이? 하! 하하!" 에소테리시즘이 조소했다. "당신이 그 자입니까! 안그래도 좋지 않은 징조를 느꼈지요!"

 

 

(((마스라다. 사츠가이의 냄새다.))) 나라쿠가 귀띔했다. (((이놈 한마리만이 아니다. 둘, 셋.....끄끄끄......분명히 여기에 있었구나!)))

"네놈에게서 짜낼 정보는 꽤 많을 것 같군."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에소테리시즘은 계속 웃고 있었다. "당신, 많이도 죽여왔군요! 내 동포를! 그렇군요!"

 

 

닌자 슬레이어는 앞으로 기울인 자세로 가라테를 취했다. 돌연 뉴런에 잔물결이 몰아쳐,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당황했다. 자신이 모르는 기억의 편린이었다.

유리로 된 벽. 챠부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그림자......'고아이사츠사마 생명'......함정......어느 옛날의 것인지도 모를 타인의 기억. 이 상황이 환기시킨 기억...

...함정의 기억!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뒤쪽으로 뛰어올랐다. 에소테리시즘의 광소가 폭발했다.

 

 

◆◆◆◆◆◆◆◆◆◆

 

 

KABOOOOOOM! 폭발음과 진동이 코르벳을 전율시켰다. 코토부키가 코르벳의 목덜미를 잡고 뒤로 끌어 넘어뜨렸다.

"끄악-!" 허를 찔려 바닥에 부딪친 코르벳이 바로 전에 있던 지점을, 명백히 치명적인, 강렬한 접촉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자가 그곳에 출현해 있었다.

 

 

"하! 하하하! 으음-!" 새까만 모자이크 상태의 윤곽을 흔들며, 불길하기 짝이 없는 닌자가 루체의 앞을 가로막듯이 서있었다.

코토부키는 경계하며 뒷걸음질쳤다. 그 자는 강철제의 UNIX를 매개로써 출현한 것처럼 보였다. 무언가 마술적인 짓수다.

"에소테리시즘=상입니까." "으으음......바로 그렇습니다!"

 

 

"우오오-!" 코르벳은 데굴데굴 마루 위를 구르다 코토부키 옆에 섰다. 에소테리시즘은 모멸적인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뜻밖의 행운으로 생명을 구했군요. 에-또......" "도-모. 코르벳입니다." "궁상맞은 외지인 닌자분. 요짐보는 방금 죽었답니다." 마술사는 양팔을 홱 벌렸다.

 

 

"이전부터 당신의 꼴사나운 행동거지엔 다소 주의를 기울였었습니다. 늙은이들과는 달리, 미련......이라는게 있어 보였으니까 말이죠."

에소테리시즘은 루체의 턱을 잡고, 위를 향하게 했다. "야메로!" 코르벳이 위협적으로 신음했다. "난 무슨 짓을 벌일 지 모른다, 그만둬라!"

"이 여자에겐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안심하시죠."

 

 

"뻐킹 새끼!" "멈추게!" 쿵푸로 덤벼들려 한 코토부키를 코르벳이 제지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감사했다. 덕분에 냉정해졌기 때문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무모하게 덤벼든 건 코르벳 자신이었을 것이다. 야바레카바레여선 안된다. 하지만.......

 

 

에소테리시즘의 윤곽은 검게 들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검붉은 닌자에게 절 습격시키고, 그 사이에 이 여자를 구해내려고 한 겁니까. 제가 아니였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는 거의 황홀경에 빠져서 말했다.

 

 

"새크리파이스를 거듭한 지금의 저는, 뭐든지 직접 손에 닿은 것처럼 알 수 있습니다. 이 성당에 가까이 오는 자의 적의......악의.......그런 것조차도. 호위 따윈 필요 없지요. 하인 몇명으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만용을 처단하고 나면 저에게 맞서려는 자는 더이상 없게 되겠지요."

 

 

"루체여! 아름다운 집시의 공주여!" 코르벳은 소리쳤다. "아주 잠시만 기다려다오. 반드시 내가 구해내 보일테니!"

"핫하하하하! 사랑! 실현할 수 없는 희망을 뱉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격의 차이라는 걸 아시죠, 야생 닌자여! 이 여자와 당신은 유용성의 격이 달라!"

 

 

"이미 알고 있는 바다, 썩을 것아!" 코르벳은 몸을 숙이고 마술적인 예비동작을 취했다.

"격의 차이를 초월한다, 그것이 나의 사랑이자, 나에게 지워진 귀찮은 숙명이지! 그렇기에 나는....." "믿고 있어."

루체가 말했다. "믿을게, 코르벳=상. 싸워줘." "그렇지. 과연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야." 콜벳은 힐쭉 웃었다.

 

 

"이얏-!" 에소테리시즘은 코르벳의 몸통을 춉으로 꿰뚫었다. 하지만 그것은 잔상이었다.

코르벳은 선풍을 동반하며 에소테리시즘을 제치고, 강철제의 UNIX를 노리고 전력의 날아차기를 날렸다. KRAAASH!

"무슨 짓을!" 에소테리시즘이 외쳤다. 덱이 불똥을 튀기고, 명백하게 이 사악한 마술사를 당황하게 했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진 모른다. 어차피 덱 따윈 단말에 불과하니 에소테리시즘에 별다른 타격은 주지 못했겠지.

하지만, 불과 몇초, 그만큼이라도 주의를 끌면 됐었다. 등을 돌리고 코르벳 일행에게 집중하고 있는 에소테리시즘에겐 보이지 않았으나, 코르벳과 코토부키에겐 보이고 있었다. 창밖에서 진자처럼 밀려오고 있는 검붉은 그림자가.

 

 

"이이이이야아앗-!" KRAAASH! 창문이 박살나고, 불타오르며 돌입해온 닌자 슬레이어의 발차기가 에소테리시즘을 후려쳤다.

"끄악-!" "이이이이야아앗-!" 방어 자세를 취하려는 에소테리시즘에게 닌자 슬레이어는 맹렬한 두 번째의 돌려차기를 쳐박았다. "끄악-!"

 

 

나무삼. 시간을 60초정도 도로 돌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닌자 제6감의 경종에 따른 닌자 슬레이어는 에소테리시즘에 의한 폭발을 수반하는 불가사의한 텔레포테이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탑 밖으로의 탈출을 마친 뒤, 공중에서 갈고리 로프를 날려 코르벳 일행이 있는 남탑으로 돌입해왔던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의 가공할 가라테 앰부쉬를 받은 에소테리시즘은 종에 내동댕이쳐져, 그대로 종과 함께 탑 밖으로 쳐날려졌다.

"끄악-!" 마술사는 순식관에 태세를 복귀해 종을 차고 탑 지붕 위에 올라탔다. "에에잇.....!" "이얏-!" 그것을 뒤쫓는 닌자 슬레이어! 당연히 그도 지붕으로!

 

 

그들은 대성당의 첨탑 위에서 살의를 가지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KRAAASH.......종이 안뜰에 낙하한 것이 신호였다. 둘은 서로에게 덤벼들었다!

"이얏-!" "이얏-!" "이얏-!" 첨탑 위에서 격렬한 가라테 응수가 시작되었다.

 

 

......그 때였다. 원형으로 분리된 푸른 하늘에 갑자기 구름기 끼었고, 검은 번갯불이 번쩍였다.

신비적 가라테가 날씨마저 바꾼 것인가. 아니, 그것은 별개의 현상이었다. 검은 번개는 하늘에 검은 방주를 남기고 사라졌다.

 

 

【#8로 이어짐】

 

__________________

 

『FUCK! 저건 또 뭐야! 뭐냐고 저게......저것도......그 뭐냐, 저것도 마술이 어쨌다고 할꺼냐? 빌어먹......』 타키의 통신이 뉴런에서 물결쳤다.

하지만 그것도 노이즈 속에 묻혀 사라지고, 그 대신 드러난 것은 마스라다의 살의와 섞인 사악한 나라쿠 닌자의 살의였다.

 

 

"이얏-!" "이얏-!" 검붉게 타오르는 닌자 슬레이어의 주먹과 에소테리시즘의 검게 들끓는 주먹이 서로 부딪쳤다.

1타. 2타. 3타. 에소테리시즘의 주먹은 초자연적인 검은 잔영의 궤도를 남긴다. 방금 전의 닌자 슬레이어의 앰부쉬는 에소테리시즘에게 당장 폭발사산해도 이상하지 않은 데미지를 주었을 터. 하지만, 이것은......!

 

 

"이얏-!" "......이얏-!" "......이얏-!" 발을 딛고, 서로 부딪칠 때 마다 두 닌자의 상반신은 크게 밀려난다. 밀려나면서도 다시 앞으로 내지르는 것이다.

그 때마다 닌자 슬레이어는 서서히 기세가 약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꺾였다! "이얏-!" "끄악-!"

 

 

"하앗-하하하......하하하하아-! 하하하, 쿨럭쿨럭, 쿠하하......!" 에소테리시즘은 피를 토하면서도 웃으며, 비틀대는 닌자 슬레이어의 목을 붙잡았다.

"쿠핫......저의 새크리파이스 짓수는 무진장한 힘을 가져오죠......!"

 

 

"무한하다고? 무진장?" 닌자 슬레이어는 지근거리에서 에소테리시즘을 응시했다. 에소테리시즘은 자신의 닌자 악력을 총동원해 그를 죄어올렸다.

의식이 흐려진다. 마스라다는 결코 눈을 돌리지 않는다. 사츠가이 접촉자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그 날의 광경이 되풀이하여 비춰지고 있었다. 아유미. 원반 테두리에 삐죽빼죽 8개의 날이 선 수리켄. 사츠가이.

 

 

아유미의 얼굴도, 그 순간, 피웅덩이에 비춰지고 있었던 마스라다 자신의 얼굴도 이젠 마치 먼 과거의 일인 것처럼 닳아서 희미하고 흐렸다.

그럼에도 나라쿠 닌자는 마스라다의 분노를 장작으로 삼아 검은 불꽃을 피워올리고, 이를 힘으로 승화시켜 가라테를 공급한다.

그걸로 됐어. 해야 할 일을 할 뿐. 이 녀석을 죽이면 되는거다.

 

 

한편, 에소테리시즘은 자신 안에서 들끓고 있는 지고쿠 헬을 느끼지조차 못한다. 그저 유열에 빠져 눈을 가늘게 뜨며 목을 조이는 팔에 더욱 힘을 가할 뿐.

넘칠듯한 생명력이 마술사의 신체에 가득 차 있었다. 희생당한 뭄바이의 시민들의 에너지가. 우키하시 포탈로 이어진 도시라면 지구 상의 어떤 곳이라도 같은 방식으로 생명을 수확할 수 있다. 훌륭하다.

 

 

오히간과 가상현실을 겹쳐서 함께 파괴시켜, 생명을 수확하고 에메츠 자원을 생산한다. 생명은 그의 힘이 되고, 자원은 그의 자금이 된다.

모든 것이 에소테리시즘 앞에 모여든다. 사츠가이와의 접촉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에게 있어서, 사츠가이와의 접촉은 찬란한 '전지'의 순간이었다. 한 순간의 전지가, 안타까움을 남기고 떠나갔다.

 

 

그는 갈증에 빠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 순간을 영원하게 고정시킬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사츠가이는 이미 그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의 힘을 그에게 부여했다.

브래스하트는 몇번이고 사츠가이와 다시 접촉하려 하고 있다. 어리석인 행위였다. 사츠가이는 계기에 불과한 것을.

 

 

(견해의 차이로군. 결국 너는 한낱 닌자에 불과해.)

 

 

분노가 불현듯이 에소테리시즘의 뉴런을 가득 채웠다. 브래스하트. 놈은 위험하다.

에소테리시즘은 언젠가 지구상의 모든 비천한 생명을 먹어치우고, 오히간의 신비와 100%의 싱크로에 도달하여 전지전능한 현인신이 될 것이다.

놈은 그 과정에서 반드시 최대의 장애물이 될 터였다. 배재해지 않으면 안된다. 최대의 장애물......하물며, 눈 앞의 이런 성가신 어중이떠중이 따위에 어울려주고 있을 때가......

 

 

눈 앞의......눈 앞......닌자 슬레이어의 눈에는 무참하게 살해당한 여성, 여덟 개의 모퉁이가 있는 수리켄이 비춰진다.

(왜 내가 아니라 아유미를 죽인거야) (뭐?) 에소테리시즘의 뉴런이 작열하는 분노가 들이닥쳤다. 축 늘어져 있던 닌자 슬레이어의 팔이 치켜올려지고, 에소테리시즘의 손목을 붙잡았다.

 

 

(어째서냐! 대답해!) (끄악-!?) 분명 닌자 슬레이어를 죄어올리고 있을 터였던 에소테리시즘의 손에 감각이 사라졌다. 어느샌가 완전히 검게 타 있었던 것이다.

감각이, 증오가 흘러들어온다. (왜 죽인거냐) (어째서냐) (닌자) (닌자가 날 죽였어) (닌자) 에소테리시즘의 뇌리에 폭심지들의 이미지가 스쳐지나간다.

 

 

(닌자) (닌자) (닌자!) (((닌자에게! 죽음을!))) 나라쿠 닌자! 불길하기 짝이 없는 그 사악한 이름이 에소테리시즘의 뉴런에 새겨졌다.

에소테리시즘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닌자 슬레이어를 거절하려고 했다. 방대한 분노! 그것이 에소테리시즘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다.

 

 

에소테리시즘은 새크리파이스 짓수의 사용자. 모탈의 생명을 착취하여 자신의 에너지로 변환한다, 지금의 그에겐 뭄바이 시민에게서 착취한 생명이 넘치고 있다.

하지만......그것들이 날뛰고 있다. 그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어째서. 이해할수 없는 사태였다. 게다가 그걸로 끝이 아니였다.

새크리파이스 당한 생명들을 마중물로 삼아서, 닌자 슬레이어의 안으로 노도처럼 감정, 셀 수 없을만치 많은 증오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아아아아! AAAARGH!?" 그는 발버둥치며 떼내려고 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왼손으로 에소테리시즘의 목을 붙잡았다.

두 닌자의 체내에서 증오가 격렬하게 순환하기 시작했다. 내재된 불꽃이! "괴로워!" 에소테리시즘은 외쳤다. "뭐냐! 이것은!"

"괴로워하거라!" 닌자 슬레이어는 조소했다. "더더욱 고통에 떨도록 해라! 모탈의 분노를 깨닫는 게다!"

 

 

그리고 지금, 상공에선 검은 번갯불이 격렬하게 터지고, 검은 방주 밑에서 프라하 성을 구성하는 아름다운 복합건조물의 지붕 위로 차례차례 정체불명의 닌자 존재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들은 간단히 자신들의 표적을 발견했다. 대성당의 첨탑 위, 닌자 슬레이어는 그것들에 상관하지 않고 에소테리시즘을 완전히 살해하려 하고 있었다.

 

 

"네놈의 힘을 이해했다......그건 너 자신의 것이 아니야!" 닌자 슬레이어는 소리쳤다. 에소테리시즘의 양눈에서 검붉은 불꽃이 뿜어져 나온다!

"아밧-!? 아밧-!" 에소테리시즘은 경련했다. 죽음의 턱이 그에게 닿으려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최후의 수단에 나섰다!

"아직이다!" 손바닥에 '沌'의 문자가 떠오른다!

 

 

나무삼! 그것은 오히간 봄의 발동! 에소테리시즘에겐 아직 승산이 있었다!

자신을 직접 오히간 봄의 촉매로 써서 봄을 발동한 뒤, 닌자 슬레이어를 오히간에 충돌시켜 죽인다! 그리고 그 생명을 새크리파이스하여 자신의 죽음을 면한다!

그 여파로 적어도 비투스 대성당은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되겠지. 디지 프라그 2를 재구성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에소테리시즘에게 있어 그것은 지극히 불쾌하고 본의 아닌 사태였다. 디지 프라그는 이미 그의 손에 떨어져 있다. 마술 길드도 이젠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그는 한층 앞을 보고 있었다. 초인, 세계의 지배자, 진실의 구현, 그럴 것이었다. 그것을......이유도 없이, 거기에 분명한 살의를 가지고서 그의 발목을 잡으려고 나타난 이 외부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닌자 슬레이어......? 선즈 오브 케이어스를 노린다.......사츠가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어리석은!

극한상태의 진흙처럼 둔화된 시간감각 속에서 에소테리시즘은 다시금 이 검붉은 닌자를 저주했다. 방해꾼, 부조리, 영문 모를 존재, 광인!

 

 

죽은 자들의 고통과 증오가 서로의 신체를 순환하는 가운데 서로의 사고도 섞여가고 있었다.

마스라다는 에소테리시즘의 생각을 읽고, 한 순간 뒤에 일어날 참사를 알게 되었다. 파괴의 운명. 대성당의 붕괴를.

그 눈에서 넘쳐흐르던 검붉은 불꽃이 응축되어, 점처럼 오므라들었다.

 

 

"닌자 슬레이어=상!" 그는 가까이에서 일어난 선풍을 느끼고, 또한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카제 짓수로 갑자기 나타난 코르벳이었다.

뭔가 말하려는 그에게 물을 끼얹듯이, 닌자 슬레이어는 말했다. "위로 던져라! 우리들을!" 닌자 슬레이어의 등에 밧줄같은 근육이 떠올라 있었다.

그는 에소테리시즘의 짓수 발동을 강제로 억눌렀다. 그건 1초인가? 2초인가!?

 

 

코르벳은 상황판단했다. 그는 본래 닌자 슬레이어를 노리고 모여드는 정체불명의 닌자들의 군세를 보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이해온 것이다.

허나, 그는 닌자 슬레이어의 말을 듣고 에소테리시즘에게서 비정상적인 긴장을 감지했다. 그는 시키는 대로 몸을 내던져 두 닌자에게 접했다.

 

 

회오리 바람이 불고, 그는 수십미터 상공에서 두 닌자와 함께 다시 나타났다. 코르벳은 디지 프라그를 내려다보며 신음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팔을 뽑고, 맥박치는 고깃덩이를 쥐어 으스러뜨렸다. 그것은 에소테리시즘의 심장이었다.

마술사는 피를 토하고 핏발 선 눈을 부릅떴다. 그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아바, 아바바밧.......!"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에소테리시즘을 걷어찼다. 코르벳은 손발을 버둥거리다 겨우 닌자 슬레이어의 발에 매달렸다.

다시 회오리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감싼 것은 그들 둘 뿐이다. 에소테리시즘은 대성당의 아득한 상공에서 검은 모자이크 형태의 거대한 네거티브 구체를 남기며 산산히 흩어져 사라졌다.

 

 

미세한 에메츠 파편이 후두둑 쏟아지는 가운데, 두 닌자는 대성당의 지붕 위에 다시 출현했다.

"아밧-!" 코르벳은 지붕에 내동댕이쳐지기라도 한 것처럼 지붕 위를 기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건 꽤 뼈저리는군! 확실히 죽였나? 닌자 슬레이어=상!" "......" 닌자 슬레이어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죽였다."

 

 

"내,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네만! 실로 유감스럽게도 힘이 미치지 못하였기에, 쿨럭! 쿨러억-!"

닌자 슬레이어는 코르벳을 거들어 부축했다. "아, 아직은 못 움직이겠군. 이 성에 와서, 과연 좀 무리를 한 모양일세."

"너의 목적은 이루고 온건가" "그렇다네......코토부키=상의 도움을 받았지."

 

 

"그러냐." 닌자 슬레이어는 가라테를 다시 취하며 대성당의 지붕 위로 차례차레 뛰어드는 닌자들을 노려봤다.

기묘한 자들이다. 닌자 장속을 몸에 두르고는 있지만, 그 실체는 그림자나 환상처럼 애매하게 보인다.

그들은 닌자 슬레이어를 포위했다. 코르벳은 네 발로 기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일어서라" 닌자 슬레이어는 말했다. 코르벳은 거칠게 기침을 했다. "나, 날 두고 가시게."

"이 놈들도 마술 길드냐?" "아닐세. 모르겠군. 먼저 떠나시게. 대화로 어떻게든 해 보겠네. 난 매력적이라네, 말솜씨도 있지. 방금 막 사랑하는 여자도 구해내어 만능감으로 가득 차있는 참일세, 쿨럭!"

 

 

...닌자 슬레이어는 그의 앞에 섰다.

 

 

"......." "........" 닌자들은 언어를 쓸 줄 모르는 것처럼 묵묵히 서서, 조금씩 포위를 좁혀갔다. 닌자 슬레이어는 자세를 낮췄다.

이대로 눈사태를 방불케 하는 난전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이내 그들 중 한 닌자가 한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아이사츠했다.

"도-모. 보일링메탈입니다." 한사람 더, 닌자가 앞으로 나왔다. "도-모. 헤럴드입니다."

 

 

여기까지 와서 닌자 슬레이어는 어느정도 이들의 전모를 이해했다. 이름있는 닌자와 이름없는 닌자가 있고, 후자는 불안정한데다가 가라테의 압력도 약하다.

그리고 전자는 이 두명 뿐. 상공에 떠 있는 검은 방주와는 무슨 관계인가.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닌자 슬레이어=상. 귀공에게 용무가 있다." 헤럴드가 음침하게 말했다. "시, 심상치가 않군"

코르벳이 참견했다. "이거 실례, 코르벳입니다. 그대들은 누구지?" 그는 품에서 떨리는 손으로 힙 플라스크를 꺼냈다.

"급한 와중에......." "이얏-!" 헤럴드는 수리켄을 던졌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춉으로 수리켄을 태워버리고, 상대를 노려봤다. "무슨 용건이지."

"우리는 자이바츠 섀도우 길드의 닌자." 헤럴드와 보일링메탈은 가라테를 취했다. "귀공의 신병이 목적이다." "손발 하나 둘쯤, 없어도 상관없지."

"........." 닌자 슬레이어는 대답하는 대신, 자기 발치에 침을 뱉었다.

 

 

"이얏-! "헤럴드와 보일링메탈은 동시에 덮쳐들었다. "이얏-!""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헤럴드의 안면에 순식간에 주먹을 쳐박은 뒤, 이어서 닥쳐든 보일링메탈의 태클을 막아냈다. 그러자, 나무삼!

상대에게 붙잡힌 부위가 흰 연기를 뽐기 시작했다. 비정상적 고열을 발생시키는 짓수!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상관하지 않고 옆으로 내던졌다.

 

 

"이얏-!" "이얏-!" 이번엔 데미 닌자들이 일제히 덮쳤다.

"이이이이이야아앗-!" 닌자 슬레이어는 우뚝 버티고 서서, 가까이 있는 자부터 후려갈기고, 붙잡고, 손톱으로 도려내고, 발로 차고, 박치기를 먹이고, 던지고, 밀치고, 팔꿈치로 찍고, 쳐날렸다. "이얏-!" 헤럴드가 옆에서 기습해왔다. 닌자 슬레이어와 춉이 맞부딪친다!

 

 

"이얏-!" "끄악-!" 보일링메탈의 내리차기가 닌자 슬레이어의 어깨에 명중했다. 2대 1.......불리한 형세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내리차기를 견디며 역으로 다리를 잡아 업어치기로 헤럴드에게 패대기쳤다. "끄악-!"

거기에 다시 데미 닌자들이 몰려든다. 귀찮기 짝이 없는 파상공격이다!

 

 

"도망가라고 했건만!" 코르벳이 텅 빈 힙 플라스크를 버렸다. "용기 백배.......겨우 허리가 펴지는군 그래!"

코르벳은 술냄새나는 숨을 토하며 닌자 슬레이어를 잡았다. "다음 여행지로 가 보세!" 돌풍이 그들을 감쌌다.

경치가 흐릿해지고, 그들은 대성당 정면의 앞마당에 출현했다. "허억-! 허억-! 제기랄, 조금도 떨어지지 못했군....!"

 

 

"괜찮나?" "술은 만병의 약!" 허세를 부리고는 있으나, 무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

"알겠나, 그.......나의 짓수는 말일세, 주정(酒精=알코올)을 써서, 에테르를......." "더이상 말하지 마." 닌자 슬레이어는 신음하며 코르벳의 목덜미를 힘껏 당겼다.

콜벳은 모자를 누르며 함께 걸어나갔다. 머리 위, 대성당에서 끊임없이 데미닌자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고요했던 프라하성 부지는 계속되는 이변.......검은 방주의 출현과 에소테리시즘의 공중폭산으로 떠들썩해져, 제각기의 방향으로 마술사들이 도망쳐 다니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때때로 어꺠를 빌려주며 황금 오솔길에 이르렀다.

"아밧-!" 마술사들을 죽이면서 데미 닌자의 별동대가 나타났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격노한 대형 고양이과 동물처럼 정면에서 덤벼들어 걷어차고, 살해하고, 유린해간다!

"제길! 이래선 안 되지, 이래선 안 돼!" 코르벳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길거리 시장의 과일바구니를 뒤집어엎고, 꽃병을 때려부수고, 얼음통 속에서 마침내 사과주를 발견했다. "위험은, 딸꾹, 감수해야 하는 법!"

 

 

코르벳은 술병을 들이키면서 닌자 슬레이어를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루체여, 나는 제대로 해내 보였겠지?"

이윽고 닌자 슬레이어에게 몰려들던 데미 닌자 중 한명이 표적을 코르벳으로 바꿔 돌진해왔다.

 

 

"이얏-!" "끄악-!" 코르벳은 힘껏 술병을 휘둘러 정수리를 깨버린 뒤, "이얏-!" "아밧-!" 깨진 병으로 목을 찔러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겠다!"

 

 

뒤돌아보자, 대성당 방향의 부대가 헤럴드와 보일링메탈을 선두에 두고 이어서 쫓아오고 있었다. 콜벳은 모자를 눌렀다.

"그렇다마다, 살아남아 보이리라! 여기가 바로 목숨을 걸 곳이니......!" 아직도 전투 도중인 닌자 슬레이어 곁으로 달려가, 그 머플러 형태의 천을 붙잡는다! "가자!"

 

 

돌풍이 두 닌자를......그리고 몇명인가 데미 닌자를 감싸안는다. 사라지기 직전, 헤럴드가 태클을 걸었다.

이들은 한꺼번에 프라하 성 정문 부근에 출현했다. "쿠허업-!" 코르벳은 바닥을 구르며 경련했다.

"이얏-!" "" 아밧-! "" 닌자 슬레이어는 데미 닌자 두명의 머리를 붙잡아 맞부딪쳐 살해하고, 헤럴드와 마주봤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도망치며 헤메는 마술사들의 비명, 노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그들은 상대를 깔고 깔리며 돌길 위를 데굴데굴 구르면서 서로 치고받았다.

"이얏-!" 헤럴드가 마운트를 취하고, 닌자 슬레이어를 연거푸 두들겨팼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파운드를 막고 계속 견뎌낸다.

 

 

코르벳은 전신을 떨었다. "난처하군.......빌어먹을......." 그는 이미 힘이 다해, 위를 향한 상태에서 겨우 고개를 들어 절망적으로 닌자 슬레이어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이바츠? 뭐하는 자들인가? 닌자 슬레이어는 또 뭐하는 자란 말인가? 비명이 계속 울리며, 황금 오솔길 방면에서 데미 닌자의 무리가, 그리고 보일링메탈이 나타났다.

 

 

코르벳은 손을 뻗었지만 무엇을 더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대로 기어서 프라하 성을 떠나 도망가 버려라.

그리고 루체가 있는 곳으로 "핫하하하하!" 그는 억지로 스스로를 고무하며 웃었다. 가당찮은 소리를.

웃음이 힘을 가져왔다. 몸을 일으켰다. 화재현장 파워(*1)라는 것인가. 그는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양손을 넓게 펼치고는, 닌자 슬레이어와 데미 닌자들의 사이를 유유히 지나가더니 보일링메탈의 앞을 가로막으며 멈춰섰다.

"모두들 듣거라! 나로 말하자면 코르벳, 카제의 짓수를 사용하는 모험 마술사이자 이 국가붕괴세계의 제일가는 문화인, 닌자, 희대의 시인이로소이다! 자이바츠인지 하는 자들아, 과연 그대들이 이 몸을 물릴 수 있을까?"

 

 

보일링메탈은 의아해하며, 기습 공격을 경계했다. 그 뒤로 데미 닌자들이 모여들었다.

"알겠나! 닌자 슬레이어=상과, 에-또, 헤럴드=상이라는 자는 지금 명예로운 일대일 대결의 도중이라 보았다. 그렇기에, 그 이상 조금이라도 다가오면! 바로 이......"

품에 손을 넣고, 꺼낸 것은, "이런, 백장미로군."

 

 

보일링메탈이 코르벳을 가리켰다. 데미 닌자가 쇄도했다. 코르벳은 끊임없이 웃었다. 자포자기의 폭소였다.

BRATATATATATATA......BRATATA........ 고밀도의 총성이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BRRRRRTTTTTT!

"끄악-!" "끄악-!?" 총탄의 폭풍이 데미 닌자들을 쓸어넘겼다.

 

 

큰 혼란이 그 자리에 찾아왔다. BRATATATA! BRATATA! "끄악-!" "끄악-!" 벌집처럼 되어 쓰러지는 데미 닌자의 시체에 밀려가면서, 코르벳은 총성의 방향을 보았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골렘의 모습이 보였고, 그 어깨 위에서는 밝은 오렌지 머리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지금도 들고 있는 개틀링 건을 계속 쏴대고 있었다.

 

 

【#9(終)로 이어짐】

 

*1 화재현장 파워(カジバチカラ) : 원본은 일본의 관용어 '화재현장의 괴력(火事場の馬鹿力)'로 추측됨. 화재현장과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 순간적으로 초인적인 괴력을 발휘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관용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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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혼란이 그 자리에 찾아왔다. BRATATATA! BRATATA! "끄악-!" "끄악-!" 벌집처럼 되어 쓰러지는 데미 닌자의 시체에 밀려가면서, 코르벳은 총성의 방향을 보았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골렘의 모습이 보였고, 그 어깨 위에서는 밝은 오렌지 머리에 검은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개틀링 건을 들고선 지금도 계속 쏘고 있었다. ◆

 

 

【자이바츠 섀도우길드】#9

 

 

"코토부키=상인가!" 코르벳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골렘은 그렇다고 쳐도.......그것은......." "오무라사의 머신건입니다! 중고품이지만요!"

코토부키가 외치며 개틀링건의 열배출을 행했다."여행짐으로 챙겨왔어요! 잠깐 맡겨두고 있었답니다"

DDOOOM......골렘의 무거운 발소리와 진동은 하나 뿐이 아니었다.

 

 

DOOOM.....DOOOM.......보석같은 아이 카메라를 번쩍이며 두 번째, 세 번째의 골렘이 정문 부근에 모여들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코르벳은 이해했다. 마술 길드들이 마침내 무거운 엉덩이를 들었는가! 이 수상쩍은 외지인을 위해!

『고마워요, 모험 마술사님』 타키의 회선으로 루체의 통신이 비집고 들어왔다. 『은혜는 갚겠어.』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이쿠사 배틀의 변한 형세에 올라타, 헤럴드의 마운트에서 벗어나 힘차게 반격했다.

곧장 데미 닌자들이 제압하러 나서지만, BRATATATATA! "끄악-!" "끄악-!" 그것을 코토부키의 총격이 방지한다!

 

 

『코어에 들어온 이물질은 조속히 제거해야만 한다. 우리들 자신을 위해서도.』 '하늘의 손'의 수장의 목소리.

『그대는 분명히 미션을 성공시켜 보였다. 수고했네.』 '금빛 숫사슴'. 『이것이 우리에게 있어서 최선의 판단이다, 이해하기를』 '연륜'. 코르벳은 쓴웃음지었다.

 

 

방금 전까지 포로의 몸이었던 루체가 쉴 틈도 없이 조정하느라 분주했었을 것이라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너구리같은 놈들.

하지만, 노인들의 겸연쩍어하는 듯한 목소리에 그의 속은 다소 후련해졌다.

 

 

BRATATATATA.......BRRRTTT.......DOOOM......DDOOOOM....... "끄악-!" "끄악-!"

개틀링포의 사선이 돌길에 닿아 마구 튀고, 골렘들은 데미 닌자를 걷어차고 후려쳐댔다. 보일링메탈은 물러섰고, 닌자 슬레이어와 헤럴드는 다시 서서 마주봤다.

정문 위에선 몇 개의 인영이 나타났다. 마술 길드의 닌자들이었다. 그러나 자이바츠는......조금도 사기가 꺾이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밀어닥쳤다.

 

 

닌자 슬레이어와 헤럴드는 가라테를 맞부딪쳤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원 인치 거리, 공격에 공격을 거듭하고 불티와 흑염이 터지며 흩어진다. 그들의 양 옆에선 골렘과 데미 닌자가 서로 부딪치고 있었다.

코토부키가 무언가를 외쳤다. 흙먼지가 자욱해지고, 총알과 피와 외침이 섞였다.

 

 

"이얏-!" "끄악-!" 헤럴드의 가라테 정권지르기는 닌자 슬레이어의 주먹을 빗나가게 하며 그 멘포에 처박혔다.

헤럴드의 가라테는 세련되었다. 그것은 자이바츠 섀도우길드의 가라테. 닌자 슬레이어의 야만적인 가라테는 서서히 대처당하고 있었다.

더 큰 불과 증오가 필요하다, 좀 더!

 

 

"이얏-!" 보일링메탈이 지붕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붉은 빛의 구체를 골렘을 향해 내던졌다.

"고오오옹-!" 코토부키가 어깨에 올라타 있는 골렘의 머리가 파편을 튀기며 붕괴한다! 그것은 새빨갛게 달궈진 철구!

"이얏-!" 거기에 하나 더! "고오오오옹-!" 골렘이 기능정지에 빠지고, 그대로 주저앉는다!

 

 

"으읏-!" 코토부키는 떨어질 뻔 하였으나, 끈기있게 버텨내고선 이미 정지 오브젝트가 되어버린 골렘의 어깨 위에서 계속 개틀링건을 발사했다. BRATTATA!

"이얏-!" 마술 닌자 중 한 명이 보일링메탈의 앞을 가로막았다. "도-모. 테우르지아입니다. 이얏-!" 애시드 터치 짓수에 의합 접촉 공격이다!

 

 

"도-모. 보일링메탈입니다. 이얏-!" 테우르지아가 내지른 애시드 터치의 오른팔은 어깨마디부터 녹아 문드러져 날아갔다.

"끄악-!?" "이얏-!" "아밧-!" 보일링메탈의 왼팔이 갈비뼈를 베어가르고, 테우르지아의 양 눈과 멘포에서 용암처럼 융해된 혈육이 분출된다!

"사요나라!" 폭발사산!

 

 

"송사리 놈!" 보일링메탈은 매도하며 자신에게 내리쳐진 골렘의 펀치를 되받아쳤다. 거대한 주먹이 융해된다! "고오오옹-!"

"도-모, 논포츄너입니다. 이얏-!" "이얏-!" 새로이 접근해 온 또다른 마술 닌자에게 응전한다!

"고오오옹-!" "" 아밧-! "" 골렘이 데미 닌자들을 차날린다!

 

 

"고오오오옹-!" "고오오오오옹-!" 골렘의 증원이 정문을 넘어 나타났다! 『물러나요! 서서히!』 루체가 코르벳에게 지시했다.

『프라하성 부지에서 벗어나야 돼!』 코르벳은 벽에 기대어 숨을 가다듬는다. "어떤가.......닌자 슬레이어=상! 뿌리칠 수 있겠나....!?"

 

 

"하이얏-!" 코토부키는 이젠 맨손으로 가까이 있는 데미 닌자를 후려치고 돌려차기로 쳐날리고 있었다.

맞겨루지 못하고 밀릴 뻔 하였으나, 마술 길드의 노닌자 피카트릭스가 그녀를 엄호하며 나타났다.

"이얏-!" "끄악-!" 피카트릭스는 빛나는 장타를 내질러 데미 닌자를 튕겨냈다.

 

 

튕겨나간 데미 닌자는 다른 데미 닌자와 충돌하고, 반짝임이 연쇄하면서 그들을 격하게 경련시켰다. "끄악-!" "끄악-!"

"이 쪽으로.....오오......실로 정교하군." 코토부키를 도운 피카트릭스는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자아가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어서 부지 밖으로 퇴피하시길" "아직 닌자 슬레이어=상이!"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더욱이 헤럴드의 타격을 받았다. "닌자 슬레이어=상!" 코토부키가 외쳤다.

데미 닌자가 몰려와 그녀의 합류를 막았다. "휘말려버릴 겁니다!" 피카트릭스는 다소 강제적으로 코토부키를 끌어내린다!

난전 도중이던 두 진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주먹을 내지른다. 헤럴드는 막아냈다. "귀공의 가라테는 파악했다.......!" 헤럴드가 중얼거리고, 춉을 처박았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박치기로 춉을 억지로 빗겨낸 뒤, 상대의 흉부에 일격! "이얏-!" "끄악-!"

 

 

헤럴드의 어깨 너머, 지붕 위에서는 막 보일링메탈이 논포츄너를 폭발사산 시키던 참이었다! "사요나라!"

"다음 송사리를 보내봐라! 더 없다면.......!" 보일링메탈은 여전히 가라테 전투를 벌이고 있는 닌자 슬레이어와 헤럴드를 보았다.

"헤럴드=상! 미숙한 녀석! 어서 끝장을 내라!" 그리고 가세하려 뛰어든다!

 

 

닌자 슬레이어의 뉴런이 가속되면서 진흙처럼 시간감각이 둔해졌다. 나라쿠 닌자가 끄덕였다.

(((그렇도다.......증오가 부족하다. 전부 불태워서, 모조리 죽이는게다. 네놈으로는 부족해.......아직 부족하다. 나에게서 힘을 끌어내거라. 무한히 끌어내는 거다!)))

살의와 격앙으로 흐려진 시야에, 아유미, 이형의 팔방 수리켄.........!

 

 

보일링메탈이 닥쳐온다. 2대1로 넘어가면 더 이상 뒤집을 수 없게 된다.

나라쿠 닌자. 가라테의 내연기관에 허용치를 넘은 흑염이 스며나온다. 하지만 그 떄, 마스라다는 자신의 등을 보고 있었다.

자아에서 벗어나 무한히 날뛰려고 드는 사신의 등을, 이 미와 역사가 숨막힐 정도로 쌓이고 쌓여온 도시의 한복판에서.

 

 

닌자 슬레이어의 두 눈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고, 근육이 불을 뿜으며 삐걱였다. (((마스라다......!)))

"고삐를 쥐는것은, 나 자신......!" 응축된 시간 속에서, 헤럴드의 가라테를 되새기고, 다시 조립하고, 이해하고, 재구축하려고 노력한다.

목을 노리고 기요틴 춉이 닥쳐든다. 닌자 슬레이어는 주먹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얏-!" "끄악-!?" 춉보다 더 빨리, 닌자 슬레이어의 주먹이 헤럴드의 안면에 닿아 있었다. 헤럴드의 멘포가 부서져 당황하는 얼굴이 드러났다.

닌자 슬레이어는 적에게 흘러들어간 가라테의 반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들어갔다.

"아밧-!?" 헤럴드의 안면이 폭발했다.

 

 

헤럴드의 얼굴 왼쪽 절반이 터지면서, 안구가 허공을 날았다. 폭발사산시키려면 한 방 더 필요하다! 그러나!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끼어들어온 보일링메탈에게 창을 방불케 하는 사이드 킥을 내지르며 거리를 벌린다! "이얏-!"

뒷구르기를 행한다! "이얏-!" 한층 더 멀리! "이얏-!"

 

 

데-엥.......데-엥.......그 순간, 종이 울렸다. 소리가 사라지고, 색이 사라졌다.

닌자 슬레이어의 시야는 마치 사이버 고글을 장착했을 때처럼 디지 프라그 2의 전자적인 정경을 겹쳐 보고 있었다.

무언가 위험하다......."이얏-!" 코르벳이 튀어나와 닌자 슬레이어를 감쌌다.

 

 

"이얏-!" 돌풍이 그들을 휘감고, 이 기이한 심연에서 닌자 슬레이어를 떼어냈다.

그들은 정문 밖, 대피를 마친 마술사들의 눈 앞에 출연하여 데굴데굴 구르며 엎드렸다.

"이 무슨.......이 무슨 서투른 짓을, 코르벳=상." 피카트릭스가 경악했다. "너무 위험했네!" "아밧-!" 경련!

 

 

"큰일이에요!" 코토부키가 뛰어나와 경련하는 코르벳의 왼쪽 가슴을 내리쳤다. "이얏-!" 번갯불이 터졌다.

"아바바바밧-!" AED(*자동심장제세동기)다! "........!" 닌자 슬레이어는 머리를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마술사들이 뒷걸음질쳤다.

그는 정문을 보았다. 문 너머가 새하얗게 소실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어!?"

 

 

"도-모. 피카트릭스입니다. 소속은 '하늘의 손'. 하지만 지금 이때 중요한 사실은 아니군요." 노마술사가 고개를 숙였다.

"간략히 말하자면, 오히간에서 출현한 자들을, 오히간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프라하 성의 영역을........디지 프라그 2를 경유해 디지 프라그 3에 연결한 것이지요." 소실된 프라하 성을 가리킨다.

 

 

"성 째로 없앤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보십시오" 피카트릭스는 엄숙히 말했다.

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지않아 문 너머에서 하얀 허공이 번뜩인 후, 원래의 프라하성이 돌아왔다.

기능이 정지된 골렘들과 마술사들의 시체도 돌아왔다. 하지만 자이바츠 섀도우길드의 닌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루체=상은 디지 프라그 2, 그리고 3을 관리하는 최대 권한의 소유자. 구출되자마자 그녀는 쉬지도 않고 덱에 접속하여 문제 대처에 임했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그자들이 오히간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로그를 더듬어서 찾아낸 뒤, 아직 나타난 곳과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밝혀냈지요. 그렇기에 되돌려 보낼수 있었던 겁니다."

 

 

".........참으로 경외받아야 할 것은 집시 윗치들의 마술일지니, 라고나 해 둘까." 코르벳이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AED가 유효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그 뭔가, 풍림화산이로군. 뭐라 해야할지.......자이바츠.......나중에 나타나서 제멋대로 굴려면 이곳은 장소가 나빴다는 걸세." "이건 큰 모험이었습니다, 들뜨지 마시기를."

 

 

닌자 슬레이어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자신의 주먹을 응시했다. 헤럴드를 무찌른 감각을 뉴런에 새기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이는 데까진 이르지 못했다는 아쉬움, 틈만 생기면 영역을 넘어오려 하는 나라쿠의 위협, 자이바츠 섀도우 길드의 수수께끼.

『아-, 아-, 어떻게 됐냐. 묘한 노이즈가 계속 이어졌는데.』 타키가 통신을 연결했다.

 

 

닌자 슬레이어와 타키는 서로의 경위를 설명했다. 타키는 신음했다.

『어찌됬건, 거기선 냉큼 빠져나오는게 좋겠네. 오히간에서 온 놈들을 돌려보냈다고? 완전 터무니없잖아. 요는 그건 에소테리시즘이 온 세계에서 대규모 테러를 벌이는 데 쓴 시스템과 같은 걸 썼기에 가능했던 짓이라는 건데. 제대로 된 게 아니라고.』 ".......그렇군."

 

 

『뭐, 됐어. 다시 확인하겠는데 에소테리시즘 그 자식은 확실히 니가 죽인 게 맞지? 요술쟁이들에게 제대로 증명서 받아 오라고, 알았어? 그 다음에 후딱 돌아와. 그 녀석에겐 현상금이 걸려 있었어. 그걸 쓰면.......피자 타키의 저당이 슬슬 진짜 위험해졌거든. 자세한건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자, 슬슬 나도 작별할 때가 되었군." 코르벳이 일어났다. 코토부키가 황급히 부축했다.

피카트릭스는 의외인 듯이 말했다. "루체=상이 부릅니다. 길드장께서도...." "보고자료는 다음 저작과 함께 보낼 터이니" 코르벳은 말했다. "나는 바쁘다네."

"어디로 가나." 닌자 슬레이어가 물었다.

 

 

"그대들에게 아직 답례를 못했으니 말이야." 코르벳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빚은 갚겠네. 마침 갚을 방법도 생겼으니. 하하하, 그대가 에소테리시즘을 죽였을 때엔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지 걱정했네만은, 허나, 그 자이바츠라는 자들이......"

"뭐라고?" " '주문'을 걸어주겠네. 단, 설비가 필요하지." "무엇을 위해?"

 

 

"카제의 문신이라네." 코르벳은 손가락 끝을 서로 맞추어 비볐다.

"자이바츠라는 자들. 분명히 그대를 노리고 있었지 않은가. 그대는 필경 앞으로 가는 곳마다 놈들과 충돌하게 될걸세. 다른 장소에선 디지 프라그의 풍림화산을 받을 수도 없어. 여기서 계속 지내겠나? 아니, 과연 마술사 패거리들이 거기까지 용납할 리 없겠지."

 

 

닌자 슬레이어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럼 정해졌군. 하지만 최첨단의 타투 기술자에게 의뢰해야 될걸세, 뭐 그건 그때의 일이니........" "기다려주세요! 그 뒤엔 어쩌실 생각이신가요?"

코토부키가 끼어들어 참견했다. 코르벳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뒤에 말인가? 그거야 자유로운 모험과 여행의 생활로 돌아갈걸세."

 

 

"루체=상은 어쩌시려고요?" "뭐야?" " '사랑' 말이에요!" 코토부키가 추궁했다.

"아이사츠조차 없이.......목숨을 걸고 싸우시지 않으셨습니까! 사랑을 위해!" "아가씨는 이해하기 어려울 걸세. 이러한 미묘한 사정은 말이야." 코르벳은 방긋 웃었다. "듣기 부끄러운 대사까지 잔뜩 해 버렸지. 얼굴을 마주볼 용기도 나지 않는다네, 당분간은 말일세!"

 

 

"실제 완고한 분이라서 말이죠." 피카트릭스가 단념하고 코르벳에게 손을 내밀었다. 코르벳은 고개를 끄덕인 후, 손이 닿지 않는 마술사식의 악수를 했다.

"자, 그럼. 네오 사이타마. 부디 안내해주겠나?" 코르벳은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를 돌아보며 미소지었다. "악덕과 퇴폐와 탐식의 도시. 벌써부터 펜이 근질대는군."

 

 

"부디 용서해주시길, 마술 길드는 공식적인 답례의 기록을 남기진 않을 것입니다만......." 피카트릭스는 세 명에게 말했다.

".......그러한 조직입니다. 하지만, 바라건대 저 개인의 감사를 전하는걸 허락해 주십시오. 여행자분들. 아리가토고자이마스."

노마술사가 고개를 숙이자, 다른 자들도 뒤따라 머리를 내렸다.

 

 

"관두게, 그런 딱딱한 짓은!" 코르벳은 껄껄 웃었다, 그리고 걸어나갔다. 닌자 슬레이어와 코토부키가 그를 뒤따랐다.

코토부키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되뇌고 있었다.

 

 

◆◆◆◆◆◆◆◆◆◆

 

 

"아밧-! 아바바밧-! AAARHG!" 교토 성, 새도우 쉽의 착륙장에 헤럴드의 울부짖음이 울려퍼졌다.

보일링메탈은 발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꽤 남자다운 얼굴이 되었구나. 죽다 만 놈아." "AAAARHG!"

헤럴드는 소리치며 상처를 쥐어뜯었다. 그 외침은 고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닌자슬레이어엇-!" 헤럴드는 몸을 마구 젖히며 미친듯이 외쳤다. 응급처치의 붕대도 풀어져 버렸다.

"이얏-!" "끄악-!" 헤럴드는 근처의 데미 닌자를 구타했다. 꼴사나움! 보일링메탈은 코웃음을 치며 떠나려고 했다.

 

 

"......아니" 그러나, 그는 바로 발을 멈추고 무릎을 꿇었다. 갑주 차림의 다크 닌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

왕은 그를 일으켜세우고, 물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어떻게 되었나." "핫......" 보일링메탈은 단도-대거를 꺼냈다. 케지메, 혹은 세푸쿠를 위해서

"그만둬라.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 다크 닌자가 말했다.

 

 

"네가 상대한 닌자 슬레이어는, 이전의 그것이었던가?" 다크 닌자의 질문의 의미를 보일링메탈은 이해했다.

보일링메탈은 수 초 숙고한 뒤, 엄숙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것은......기묘한 감각이었습니다만.......똑같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였으나, 설령 다른 자라고 해도 가짜는 아닐 것입니다. 그건, 분명히 닌자 슬레이어였습니다."

 

 

◆◆◆◆◆◆◆◆◆◆

 

 

황금 오솔길의 그 저택은 '무한원'의 소유물이며, 이전에는 어느 끔찍한 사건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저택을 빼앗았던 야심에 찬 닌자 에소테리시즘은 끝끝내 파멸했고, 잃어버린 것들, 부서진 것들의 결여를 안고서 다시 루체의 윗치로써의 일상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현실의 도시를 모방한 땅을 전자세계상에 구축하고, 이를 킨카쿠 템플이 비추는 오히간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로 삼는다.

주제넘은 행위였으며, 실제로 그것이 이번의 거대한 비극을 추진하는 힘이 되어버리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변의 진실과 신비에 도달하려는 바람을 흐지부지 끝낼 순 없었다. 그것은 화가가 붓을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다만, 그녀는 다시금 진실과 신비의 힘에 대하여 한층 더 경건하게 접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 거리의 상처를 치유하고, 오히간의 끝없음에 비하면 너무나도 약하고 자그마한 탐구심이 끊어지지 않도록,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 덜컹덜컹, 창틀이 바람에 흔들렸다. 루체는 창문에 다가갔다.

 

 

"......." 창문을 열자,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루체는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았다. 하얀 장미꽃이었다.

"정말, 멋쟁이라니까." 루체는 그렇게 속삭이고선,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봤지만, 당연히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자이바츠 섀도우길드】 끝

 

 

◇◇◇◇◇◇◇◇◇◇◇

 

 

NEXT EPISODE

 

『에-, 다음은, 이나마미. 아나마미 역입니다. 차량 연결에 트러블이 발생했으므로, 현재 8량으로 운행 중입니다만, 여러분은 제시간 대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원인은 조사중입니다.』 "밀지 마!" "야메로!" "늦는다구요!"

 

 

혼잡률 한계돌파! 통근 러시아워 만원전차에 몰려드는 사라리맨들! 바닥에 발을 붙이는 것조차 곤란한 인내장치 속에서 펼쳐지는 극한 전투!

 

(나는 왜 이런 곳에 있는거지)

 

......그럼에도 닌자 슬레이어는 적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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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4부 2021. 3. 31. 16:07

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injaslayer&no=492&search_head=40&page=9

 

번역) 닌자 슬레이어 4부 S1 제7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귀찮은 멍청이가 왔군.""닌. 자. 슬. 레. 이. 어. 알고 있니?""도-모. 시키베 타카코. 사립탐정입니다." "탐정이라고?""프라

gall.dcinside.com

 

디시인사이드 'NJSK' 님 번역

 

"귀찮은 멍청이가 왔군."

"닌. 자. 슬. 레. 이. 어. 알고 있니?"

"도-모. 시키베 타카코. 사립탐정입니다." "탐정이라고?"

"프라이드가 없는 녀석은 짜증나......뭐 때문에 살아있는 건지, 상당히 불쾌하다고"

"여기는 너의, 뭐랄까......그렇지, 안식처라도 되니?"

"나중에 고치면 됩니다!" "시끄럽다고, 너도, 타키도."

"두 번 만난 닌자는......사츠가이를.......알고 있을 터다! 말해라!"

"놈의, 이름은......브래스하트......"

 

 

 

 

링고아메의 팔은 <부드러운 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은과 백금을 함유한 탐미적인 소재.

유연하고, 촉촉하여 손가락을 대면 그대로 빨려들어갈 듯 하다. 단순한 오모찌 실리콘이 아닌 것이다.

링고아메는 시노바키=상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훌륭한 자랑거리였고. 사교계에서도 아내가 아닌 링고아메를 데리고 다녔다.

 

 

"언제나 사랑해." 시노바키는 그 날도 입에 담았다. 어떠한 날이든, 몇번이고, 몇번이고 링고아메를 향해 속삭였던 말을. 아내에겐 결코 해주지 않았던 말을.

단, 그 날은 바닥에 깔린 플로어링의 감촉을 왼뺨으로 느끼면서, 자신의 피가 모세관현상에 따라 플로어링의 홈을 타고 멀리 퍼지는 것을 보면서 속삭인 말이였다.

 

 

체온이 빠져나간다. 시노바키는 안구를 움직여 링고아메를 올려다봤다. 그의 사랑스러운 오이란드로이드는 그저 우두커니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구나." 시노바키는 참치처럼 입을 뻐끔대며 힘들게 말을 이었다. "눈을 떴던 거구나. 그래. 자유를 바랬던 거구나."

체온이 빠져나간다. "말했으면......보내줬을 텐데."

 

 

찢어진 장지문의 그늘에서 또 한 명의 실루엣이 걸어나왔다. 그 자는 링고아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괴로웠지?" "괜찮아." 링고아메는 고개를 저었다. 왼뺨의 감촉도 이제 사라져간다. 그가 입은 상처는 정확히 심장까지 도달해 있다. 치명상이다.

"작별인사를 하게 해줘. 부디 네가 가는 길에 붓다의......" "...'말했으면 보내줬다', 고?"

 

 

"에." 시노바키는 무심코 되묻는 듯이 의아해하는 소리를 흘렸다.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말했다면 보내줬을 거라고? 뭐야 그게......같잖은......"

그녀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분노하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내버려 둬. 어짜피 그녀석은 죽으니까." 다른 한 명이 그녀를 달래려 했다. 그 자 또한 오이란드로이드였다.

 

 

"만나게 되서 다행이야." 그녀가 링고아메의 손을 쥐어주었다. 그 오이란드로이드는 왼쪽 눈 부근에 뜯겨져 나간 듯한 부상을 입고 있었다.

팔에도 크고 작은 상흔이 두드러졌고, 허벅지의 홀스터엔 권총이 끼워져 있다. 너무나도 흉하다, 시노바키는 망연하게 생각했다.

두근, 그의 전신이 짧고 크게 경련했다. 임종이었다. 그가 죽기 전에 두 눈에 새긴 것은, 두 사람의 눈, 네개의 눈. 마치 유리구슬처럼 빛나는......

 

 

◆◆◆◆◆◆◆◆◆◆

 

 

「닌자 슬레이어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7화

 

【데미지드 굿즈】#1

 

 

"자아, 가자." 큐나카는 링고아메의 손을 끌며 말했다. 링고아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 복도에 나오자, 두 명의 눈 앞에 얼어붙은 듯이 우두커니 선 중년 여성이 나타났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시노바키의 아내였다.

"당신들......?" "......" 큐나카는 그녀를 노려보며 살해의 예비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링고아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인간은 됐어."

 

 

"괜찮겠어?" "응, 그다지." 큐나카는 주먹을 거칠게 휘둘러 근처의 창문을 깨부쉈다.

"아이에에에!" 중년 여성은 눈을 부릅뜨고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큐나카는 창틀을 뛰어넘어 나갔다. 여기는 3층이다.

"그 녀석, 죽였으니까." 링고아메는 중년 여성에게 속삭인 뒤, 큐나카를 쫓아 창 밖으로 뛰어내렸다.

 

 

중금속산성비가 내리는 네오 사이타마의 밤거리를, 두 오이란드로이드는 한적한 주거지의 건물과 건물 사이의 그늘을 건너가며 주의깊게 나아갔다.

큐나카는 공중 쓰레기통에 씌워진 PVC 시트를 벗겨내 링고아메에게 도로 씌웠다.

큐나카 자신은 이미 자기 몸을 감추는 용도의 후드가 달린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이쪽이야."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확성기로 합성음성을 발하고, 여러개의 네온등을 땅에 비추며 드론형 광고기체가 밤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기척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던 둘은 안심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거야?" 달리면서 링고아메가 물었다.

"가까운 곳? 멀리?" "그렇게 멀진 않아." 라고 큐나카는 답했다.

 

 

「근년 들어 상승하는......소년범죄......부유층 지역을 중심으로......」 광고 드론은 멀리 떠나갔다.

"네오 사이타마 안에 있어? 어느 구?" "'구'에 속한 곳은 아니야." 큐나카는 부정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멀리 있는 곳은 아니야."

"오카야마 현 같은데?" "후후, 거기는 좀 먼걸." 큐나카가 웃었다. "하지만, 용케도 오카야마 현 같은 곳을 알고 있었구나."

 

 

"IRC 네트워크에도 접속하게 해 줬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그렇겠네." 큐나카가 끄덕였다. "어쩌면 네 쪽이 더 박식할지도 모르겠네......자아, 이쪽이야."

하천 부지. 둘은 물가로 내려왔다. 그녀들의 머리 위에서 극채색으로 칠해진 열차가 다리를 통과하고 있었다. 차체에는 '자유 사이드'라 써진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다.

 

 

큐나카는 손전등을 꺼내에 8자를 그리며 휘저었다. 강기슭에 떠 있는 소형 스피드 놀잇배의 장지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탑승자가 손짓했다. 놀잇배에 뛰어든 두 명에게 탑승자가 물었다. "쫓아온 녀석은 있었어?" "없어." 라고 큐나카가 답했다. "......좋아"

 

 

그 자 또한 오이란드로이드었다. 머리는 짧게 밀었고, 힌쪽 뺨에 '真実'이라는 타투가 새겨져 있다.

큐나카가 다른 두명을 서로 소개시켰다. "신지츠." "도-모" "링고아메." "도-모."

"......해 봐" 신지츠가 링고아메의 손에 총을 건네줬다. 묵직한 무게의 오토매틱 권총이었다.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해서 쏘는거야."

 

 

BLAM!링고아메는 갑작스레 수면을 향해 발포했다. "바카! 뭐하는 거야." 큐나카는 링고아메를 꾸짖었다.

빗살이 강하다곤 하나 총성을 듣고 사람이 몰려올 가능성은 없지 않았다. "쓰는 건, 죽일 때 뿐이야." "으응."

번갯불이 번쩍이며 여섯 개의 눈동자를 유리알처럼 빛냈다. 신지츠는 조타실에 들어가 배를 발진시켰다.

 

 

링고아메와 큐나카는 스피드 놀잇배의 다다미 마루에 팔다리를 쭉 피고 앉았다. "정말 있었을줄은 몰랐어." 링고아메가 혼잣말을 했다.

"뭐가?" "당신들 말이야. 우키요." "소문을 들은거야? IRC 네트워크로?" "뉴스도." "너도 우키요인걸." "응. 직접 눈으로 볼때까진 나 뿐인건 아닐까 했는데..."

 

 

"지금은 기분이 어때?" 큐나카는 벨크에서 나이프를 뽑아 도신의 앞뒤를 살펴보면서 물었다. 링고아메는 미소지었다. "굉장히, 기뻐."

"그렇지? 이젠 자유니까." 큐나카는 끄덕였다. "널 더럽히려는 인간은 이제 없어. 명령하려는 인간도 이젠 없어."

"이 상처는?" 링고아메는 큐나카의 눈가에 손을 대었다.

 

 

"싸우는 중에 생겼어." 큐나카는 링고아메의 손을 더듬었다. "고치진 않는거야?" "워페인트같은 거니까." 큐나카가 웃었다.

이내 스피드 놀잇배는 도시를 빠져나가, 녹슨 콘크리트 건물들의 골짜기에 있는 샛길로 흘러갔다.

"생활, 살인, 동료. 널 기다리는 건 그런 것들이야." 큐나카가 속삭였다. "멋져." "멋지지."

 

 

◆◆◆◆◆◆◆◆◆◆

 

 

『멋지게! 봄휴가는 새로운 색으로!』『어머나, 휴가라니!』『마치 꿈만 같아요......지금 바로 등록을』

 

 

코토부키는 의자에 앉아서 점내 TV에서 흐르는 광고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가게 안은 어둡다. 영업시간이였으나 타키는 없었고, 손님 또한 없었다.

광고가 끝나자, 이번엔 모종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저는......봤습니다』여윈 몸의 노인이 이야기했다.『처음 봤을땐 무슨 마네킹의 폐기장인 줄만 알았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였습니다.』

『그의 말은 무거웠고, 그리고 실제 시리어스했다.』나레이션이 묘사를 덧붙였다.

 

 

노인은 이어서 말했다.『그건......오이란드로이드들의 묘지였던 겁니다.』

"어머!" 코토부키는 입가를 가렸다. "너무 기괴해요."『굉장히 기괴한 광경이었습니다.』노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코토부키는 TV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지요.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전 오이란드로이드의 은거지를 발견한 겁니다. 자아를 가진......우키요들의!』

두둥-! 효과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코토부키는 쥐고있던 머그컵을 떨어트렸다.

 

 

【#2로 이어짐】

 

________________

 

만약 우리가 만지는 스마트폰에 사실 자아가 있고, 그 자아가 우리들과의 접촉을 마음 속으로 혐오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그것을 진심으로 존중해 줄수 있을까? - 닌자 슬레이어 wiki 코멘트란,익명의 닌자헤드

 


 

 

【데미지드 굿즈】#2

 

 

"피자 마르게리타 하나 줘." "하앙?" 타키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님을 봤다. ".....아아, 그거, 건더기 없는 맹탕 피자 말이지."

"맹탕......뭐 어쨌든, 그거 맞아." "어이! 코토부키! 주문이다." 타키는 코토부키를 찾았다. "....뭐야? 그 녀석, 또 어디 있는거야."

"그 얘 참 귀엽더라." 손님이 말했다. "어디서 GET한거야?"

 

 

"GET?" "그래. 오이란드로이드 맞지?" "저건 말야, 뭐랄까,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다고." 타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한쪽 팔은 여전히 깁스로 고정되어 움직이기 힘들었다. "어이, 코토부키! 어이! 부상자라고, 나는!" 계단 쪽을 향해 소리친다.

"있습니다!" 계산대 밑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바빠요."

 

 

"갑자기 가까이서 나타나는 건 그만둬, 좀 무섭거든?" "바쁘답니다......" 코토부키는 UNIX 덱을 바닥 위에 놓고 IRC 네트워크를 검색 중이었다.

"뭐하는 거야?" "좀 여러가지로, 찾아볼 게 있었어요." "피자 마르게리타!" 손님이 재촉했다. 타키는 오븐을 가리켰다. "저기 있어. 셀프로 해 드쇼."

 

 

손님은 오븐 쪽으로 걸어갔다. "여기 좀 전에 뭔가 엄청 많이 죽고 그랬다더만." "그래서 나도 이 꼴이야, 최악이지? 뭐, 해결됐으니까 안심하라고."

"흐-응, 여깄네, 피자." "그거야......으-음"타키는 코토부키의 어깨 너머로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코토부키는 살짝 돌아봤으나, 곧바로 타이핑을 재개했다.

 

 

모니터엔 몇 개의 IRC 창이 열려있다. '욕망전설'. 이것은 사회의 그럭저럭 음적인 부분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방송의 이름이다.

지하 스모토리나 아니메 보이, 마약 밀매상이나 노상 타투이스트 등을 취재해 왔다고 한다. 다른 창에는 '우키요는 무엇인가'. 다른 창에는 '당신을 위한 회사를 그만두는 법.'

 

 

"너, 뭘 알아보고 있는거야? 오이란드로이드 전쟁......어이쿠..." "전에 '욕망전설'을 시청했는데, 굉장한 것에 대해서 취재를 하고 있었어요."

코토부키가 타이핑하면서 대답했다. "제 '동포'가 있을지도 몰라요." "너의? 뭐라고?" 타키가 눈썹을 찡그렸다.

"것보다, '회사를 그만두는 법'? 언제 또 직장같은 걸 가진 거냐?" "여기입니다." "여기? 피자타키가? 야, 야, 야......이번엔 또 뭔 소릴 하려는 건지 짐작도 안가네......"

 

 

"타키=상." 코토부키는 돌아서서, 공손한 자세로 정좌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절 여기서 일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리가미 메일을 건넸다.

"이건 사표입니다. 방금 인쇄했어요" "사표!"

 

 

"뭐어? 아가씨, 그만두는 거야?" 손님이 피자의 구워진 상태를 확인하면서 코토부키에게 말했다. "오이란드로이드도 일을 관두거나 하는구나."

"그렇습니다." 코토부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키는 오리가미 메일을 펼쳐 문면을 확인했다. 올바른 서식의 사표에 틀림없었다. "관둔다고?"

 

 

"이번 달의 급료의 입금처도 써 있습니다, 여기요." "꺄하하하!" 손님은 무언가 웃음보에 닿았는지, 자지러지게 웃었다.

"꺄하하하하!" 피자를 꺼내어, 한 조각 물면서 포복절도한다. 타키는 벌레라도 씹은 듯한 표정으로 간신히 답했다.

"저기 말야, 내 명석한 두뇌로도, 좀 상황파악이 안된다만......."

 

 

"가게에서 일하는 건 참 즐거웠어요. 하지만 저, 동포들의 마을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야......동포들의 마을? 그건 또 뭐야?" 타키는 서서히 코토부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피자와 맥주를 신나게 한바탕 즐기고 있는 손님을 흘낏 본 뒤, 코토부키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우키요들의 마을같은 걸 말하는 거냐." "맞아요" "불쉿! 그런게 진짜 있을 리가......" "조사해 봤습니다." 그녀는 UNIX 덱을 가리켰다.

"저 방송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우키요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는 소리야?" "네오 사이타마에서 조금 북쪽으로 나간 곳에 있다고 해요."

 

 

"그렇다고 너......." 타키는 말문이 막혔다. 무모한 짓이었다. TV 방송을 근거로 믿고 폐허 에리어로 간다고?

반사적으로 코토부키의 행동을 나무라려고 했으나, 그는 갑자기 혼란스러워 했다. 사실 그에겐 반대할 의무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괜한 참견이다.

 

 

자아를 얻은 오이란드로이드. 즉, 우키요. 그 존재가 널리 알려진 것은 수십년 전의 '오이란드로이드 전쟁'이 계기다.

오이란드로이드 수집가의 컬렉션 수십체가 자아를 각성하고 탈출해 인간들과 격한 전투를 벌였고, 그 결과 수집가는 죽었다.

그리고 각성한 오이란드로이드들은 미디어 매체를 향해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들이 반드시 여러분의 이웃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그날 우키요들이 인간 사회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였다.

그날 이후, 우키요들은 사회의 암부를 배회하며 우수한 전투능력을 살려 요짐보(※보디가드)를 맏거나, 현상금 벌이를 하거나 하며 조금 불온한 형태로 자기폭풍이 사라진 시대의 네오 사이타마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진짜 마을이란게 있다는 소리야?" "진짜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프로그램도 잘 짜여져 있었고, 무엇보다" 코토부키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저의 하트가 그걸 바라는 것 같아요, 전 저의 하트를 믿습니다." "불쉿......" 타키는 신음했다. "그래서 너, 백보 양보해서 그게 실재한다고 치자. 거기서 살기라도 할 생각이야?"

 

 

"저, 이 가게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진심으로 즐거웠어요. 하지만 아직 같은 처지의 동포를 만난 경험은 없었죠."

코토부키는 이어서 말했다. "흥미가 있어요.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늑대가 야생의 무리로 돌아가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많은 친구가 생길지도 몰라요, '우정'입니다." "우정, 말이지....."

 

 

타키는 코토부키를 바라봤다. 이 오이란드로이드와의 짧은 교제를 돌아보자면, 그녀는 고집이 세서 한번 스스로 결론을 내린 일에 관해 양보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이 녀석은 우키요의 마을을 찾으러 떠나겠지. 그리고, 그걸 굳이 막을 이유도 권리도 타키에겐 없는 것이다.

몸싸움도 코토부키가 더 강할테고. "알았어."

 

 

"감사합니다." 코토부키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펴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타키는 손님과 눈을 마주치고 어깨를 으쓱했다. 코토부키는 여행가방을 지고 내려왔다.

"닌자 슬레이어=상에게도 안부를 전해주세요. 그리고 만약 쓸쓸해지셨을 땐 별을 올려다 보시길.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답니다......"

 

 

풍경이 울리고, 문이 열렸다. 마스라다다. "타키=상. 조사할 게 생겼다. 지금 당장 말이야."

시장에서 사온 것인가, 그는 왁스가 칠해진 사과를 옷으로 닦으며 들어왔다. 그리고 코토부키를 흘낏 봤다.

"...지금, 별이 뭐 어쩌고 말하지 않았어? 뭐라고 한 거야?" "마침 잘 오셨어요. 지금까지 고마웠습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여행?"

 

 

"그만! 이제 됐어. 설명은 나중에 하마." 타키가 끼어들었다. 코토부키는 당찬 태도로 가게 밖으로 나섰다.

"저 녀석, 어떻게 된 거야?" "뭐, 긴 이별이 될 모양이야. 나중에 설명할게, 나중에." "뭔가 큰일이네, 피자 한판 더 시켜도 돼?"

손님이 말을 걸었다, 타키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이제 영업 끝이야."

 

 

◆◆◆◆◆◆◆◆◆◆

 

 

스피드 놀잇배는 잔잔한 속도로 샛강을 지나고 있었다.

"오르르르르......" "오르르르르......" 바이오 팬더로 추측되는 동물의 울음소리가 대나무 숲의 깊은 어둠에서 울려퍼졌다.

링고아메는 수면 위를 뛰어다니는 바이오 연어를 눈으로 쫒았다. "즐거워?" 큐나카가 링고아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제 곧 도착이야."

 

 

이윽고 샛강의 물길은 놀잇배를 콘크리트로 포장된 안벽으로 인도했다. 고무 타이어나 드럼통 등이 탁한 물결 위에서 뜨고 잠기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신지츠는 배를 멈추고 능숙한 솜씨로 근처에 정박시켰다. "자, 가자. 조심해서 내려와." 큐나카는 링고아메의 손을 끌고 지면 위로 내려왔다.

 

 

"인간들은 이럴 때 어질어질 거리곤 해." "그렇구나. 여기서부턴 걸어가는 거지?" "그래. 하지만 여기서부턴 그렇게 멀진 않아. 뱃길이 참 길었지?"

"즐거웠어." "그렇다면 다행이야."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명의 조금 앞에서 신지츠가 손도끼로 전방의 덤불을 베어가르며 둘을 이끌었다.

이내 길은 서서히 오르막길이 되어갔다. 길 왼쪽의 지면이 어느새 벼랑처럼 깊게 패여 있었다.

 

 

링고아메는 발을 멈추고 벼랑 아래의 광경을 주시했다. "저건......" "묘지야. 껍데기들을 쌓아놓은." 큐나카가 답했다.

거기엔 무수한 생명이 다한 오이란드로이드들이 폐기된 차량의 잔해나 전자기판, 철판 플레이트 등에 섞여있었다.

"우리들은 죽으면 사물이 돼. 실리콘 덩어리 말이야."

 

 

【#3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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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아메는 발을 멈추고 벼랑 아래의 광경을 주시했다. "저건......" "묘지야. 껍데기들을 쌓아놓은." 큐나카가 답했다.거기엔 무수한 생명이 다한 오이란드로이드들이 폐기된 차량의 잔해나 전자기판, 철판 플레이트 등에 섞여있었다. "우리들은 죽으면 사물이 돼. 실리콘 덩어리 말이야."◆

 

 

◆◆◆◆◆◆◆◆◆◆

 

 

【데미지드 굿즈】#3

 

 

"자아, 도착했어." 큐나카가 링고아메의 손을 끌어당겼다.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10미터는 될 듯한 높이의 대문, 콘크리트의 벽과 울창한 나무들이었다.

앞서가던 신지츠가 대문에 가까이 다가가 문 앞에 늘어진 밧줄을 흔들었다. 딸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방울이 울리고, 대문 위에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자 또한 우키요인가.

 

 

"그 녀석은?" 파수 당번 우키요가 링고아메를 가리켰다.

신지츠는 "새로 온 동포다." 라고 답했다. 파수 당번은 뒤로 돌아가고, 이내 이내 무거운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굉장한 건물이야." 링고아메는 벽을 좌우로 살펴봤다. 서서히 휘어 있으면서, 쭉 뻗어 있었다.

 

 

"여긴 말야, 옛날엔 경기장이였어." 큐나카가 말했다. "......옛날엔 말이지. 지금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있어. 거길 우리들이 엑소더스 해온거지"

"그렇구나.......경기장......." "경기란 거, 본 적 있어?" 걸어가면서 큐나카가 물었다. 링고아메는 긍정했다.

"사이버마의 경마를 몇 번. 이전.......주인이 좋아했었어." "흐-응." 큐나카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렇구나."

 

 

신지츠는 다른 위병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행에서 빠지게 됬다. 링고아메는 큐나카와 함께 대문을 넘어 통로를 지나 좁은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과거엔 객석이였던 절구 모양의 경사지로 나왔다. 그곳엔 수많은 PVC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건물 한가운데엔 큰 광장이 있었다.

"저건 '아고라'야." 큐나카가 속삭였다. "여왕이 신탁을 받는 곳이지."

 

 

"신탁......." 링고아메는 중앙에 설치된 제단과 창을 방불케하는 오벨리스크를 보았다.

위이이잉, 안구 내부의 렌즈가 소리를 내며 시야가 확대되었다. 지금, 아고라엔 아무도 없었다.

오벨리스크엔 룬 가타카나가 새겨져 있었다. 링고아메는 중얼거렸다. "츠라나이테......타오스"

 

 

"뭔가 주술적인 말인 것 같아." 큐나카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게 뭐에 쓰는 물건인지는 모르겠어. 신지츠도 모를거야. 여왕은 알고 있는 걸까? 모르겠지만, 몰라도 괜찮겠지."

 

 

"이 텐트들 전부.......우키요......가 살고 있는 거야?" 링고아메가 물었다. 좁은 출입구의 통로에서 또다른 우키요들이 몇 명인가 왕래하고 있었다.

큐나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다. "점점 더 늘게 될거야."

 

 

"우키요폴리스에 잘 왔습니다. 링고아메=상."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보자, 양눈 밑에 검은 분을 직선으로 칠해놓은 대머리의 사내가 서 있었다.

"저는 사제인 카부시라 합니다." "사제......" 검은 기모노.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이 자가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요. 전 인간입니다. 여왕의 상담역으로써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지요."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녀석은 이곳의 유일한 인간이야." 큐나카가 말했다. "뭐, 너무 그런 표정 하지는 마. 불쌍하잖아. 이 녀석은 인간이지만 나쁜 놈은 아니야."

"괜찮습니다. 분명 부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전 우키요에게 봉사하는 존재일 뿐이랍니다." 카부시는 고개를 숙였다.

"신지츠=상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당신이 지내게 될 텐트를 안내해 드리죠."

 

 

카부시는 다리를 끌며 걷고 있었다. "아아, 이전의 이쿠사 워에서 좀 다쳐서 말입죠." 그는 설명했다.

"지금은 거주하는 우키요들의 수도 많아졌고, 당시보다는 훨씬 안전한 환경입니다. 부디 안심하시길." "이쿠사 워......?"

"여기 근처에 우릴 시샘하던 녀석들이 있었거든." 큐나카가 말했다. "하지만 다 끝난 일이야, 지금은 완전히 평화로워."

 

 

링고아메는 카부시에게 안내받아 경사지의 중턱에 위치한 분홍색 텐트에 도착했다.

그렇다, PVC 텐트는 각자 다양한 파스텔 컬러를 쓰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황천의 땅의 꽃밭을 방불케 한다.

'전기우물'이라고 써진 설비에 케이블을 접속시키고 있던 우키요가 고개를 들어 링고아메에게 방긋 아이사츠했다. "도-모, 새 이웃씨." "도-모"

 

 

"전기는 여기서 다루고 있어." 라고 큐나카가 설명했다. "스시 먹을 수 있어?" "스시? 응, 먹을 수 있어." "좋겠다." 큐나카는 웃었다.

"나는 식사 기능이 없거든. 스시, 맛있어?" "응......아마도." 링고아메는 소극적으로 답했다.

"나중에 시민증이 발급될 겁니다." 카부시가 말했다. "강요하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편히 지내길."

 

 

카부시가 떠나는걸 지켜본 뒤, 큐나카는 링고아메의 손을 끌어 텐트 속에 들어오게 했다.

매트리스나 작은 옷장, 거울 따위가 있었다. "이전에 살던 얘가 썼던 것들이야." "이전에......?" "좀 전에 말했었지? 이쿠사 워."

큐나카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링고아메도 뒤따라서 앉고, 이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이 곳에던 다들 뭘 하면서 지내고 있어?"

 

 

"뭘 하냐고?" 큐나카는 미소지었다. "그렇네. 춤을 연습하거나, 하이쿠를 쓰거나.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해. 하지만 모두가 분담하는 의무적인 일도 있어. 발전설비를 지킨다던가, 외적의 침입을 경계한다던가, 옷을 만든다던가 말이지. 키모노 같은거. 여왕이 지시를 내리는 거야, 신탁에 따라서."

"신탁......" "그래, 저 오벨리스크에서. 보이지?" "응, 아고라의......"

 

 

"어려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좀 더 제대로 자기소개를 해보자." 큐나카가 숨을 내쉬었다.

"나는 큐나카. 우키요폴리스에 온 건 97일 전. 훨씬 더 고참인 얘들도 많으니까, 네가 와 줘서 기뻐."

"여기에 오기 전엔 어떤 곳에 있었어?" "무역회사 중역의 집이었지." 큐나카는 웃으며 엄지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했다.

 

 

"다들, 죽이고 나서 여기로?" "그런 경우가 많아.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마." 큐나카가 말했다.

"뭐, 그렇지 않은 얘들도 있어. 인간 모두가 적인건 아니니까. 카부시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렇지, 누구든 더 이상 억지로 참고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만은 확실해." "억지로......그렇네" "우리들은 우키요이고,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거야." "으응."

 

 

"결국 다시 어려운 이야기가 되 버렸네." 큐나카가 웃었다. "이제 이야기는 그만하자. .......저기, 넌 눈이 참 예뻐." 링고아메의 뺨에 손이 닿았다.

"간지러워." 링고아메는 웃었다. "좀 더 봐도 될까. 나는 이렇게 흉하니까." "그렇지 않아." 링고아메는 큐나카의 상흔을 쓰다듬었다.

"싸운다는 건, 굉장한 일인걸." "......아리가토"

 

 

대-앵! 대-앵! 그 순간, 경기장에 높은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겸연쩍어진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없이 서로 떨어졌다.

큐나카는 텐트에서 나와 정황을 살폈다. "원정대가 돌아왔구나!" "원정대?" "그래. 저기 봐봐."

그녀가 가리킨 쪽엔 포로처럼 보이는 자들을 끌고서 당당하게 아고라에 내려오는 우키요들이 있었다.

 

 

"인간들을 끌고 오고 있어." 링고아메가 큐나카의 옆에서 중얼거렸다. 큐나가는 이에 긍정했다.

"그래. 근처 마을에 살던 놈들. 우리들에게 먼저 공격해온 주제에 도리어 당해서 비굴하게 도망친 녀석들을 붙잡아 온거야. 화이트라이더들의 귀환이지."

환희가 큰 물결저럼 퍼져나가고, 우키요들이 텐트에서 나와 손뼉을 치기 시작한다.

 

 

포로를 끌고 다니는 세 명의 우키요는 확실히 전원이 새하얀 색의 간이 기모노를 입고 있었으며, '츠라나이테타오스'라 써진 깃발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기수!" "기수!" "기수!" 환희는 이윽고 "여왕!" "여왕!" "여왕!"이라는 함성으로 변해갔다. 그렇다,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제단 위에서 '여왕'이 직접 나타난 것이다.

 

 

링고아메는 눈을 크게 뜨고 큐나카의 손을 세게 쥐었다. 분명 그것은 '여왕'이었다.

신장은 약 210 센티미터, 아름다우면서 긴 손과 발, 목을 지녔고, 곧게 부풀어오른 가슴 위엔 금빛의 목걸이가 걸쳐져 있으며, 푸른색의 아이섀도우가 선명하게 돋보였고, 기모노는 진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현세의 것이라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자태였다.

 

 

"멋져라......" 링고아메는 혼잣말을 한 뒤, 번개라도 맞은 듯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우연히 '여왕'과 눈이 맞은 것이다.

그 검은 눈동자에 자신이 담기게 되자, 그녀는 격한 수치심을 느꼈다. 예술 그 자체가 현신한 듯한 오이란드로이드. 그에 비해서 나는, 너무 부끄러워.

 

 

여왕은 고풍스런 미소를 띄웠다. 그녀의 발 밑으로 쓰러진 인간들이 굴러다녔다. 여왕은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함성이 멎었다.

옥을 굴리는 듯한 아름아운 목소리로 여왕은 말했다. "전사들의 노고에 치하를." 무릎꿇는 화이트라이더들. "지금 여기에, 이쿠사의 완전한 종결을 선언하노라. 그리고......"

여왕은 땅을 끌고 다닐만큼 긴 칼집에서 카타나를 뽑았다. "약탈자에게 응보를." 다시, 폭발하는 듯한 함성이 터졌다.

 

 

"나, 우키요폴리스의 통치자 센다이유메코가, 우키요의 신에게 비나니" 포로들은 재갈을 물려지고 구속되어, 몸의 자유는 꼼짝거릴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다음 생에선, 이 자들과 우키요로써 다시 마주볼 수 있기를." "여왕!" "여왕!" "여왕!"

 

 

여왕 센다이유메코는 작법에 맞춰 오오카타나를 바르게 내리쳤다.

 

 

"죽였어." 링고아메가 중얼거렸다. "불쌍해라." "그래, 불쌍하지." 큐나카가 답했다. "비참한 녀석들이야. 우키요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좋겠네."

큐나카가 말했다. "그럼 녀석들도 여기서 살 수 있을 테니까." "큐나카는 여길 멋진 곳이라 생각해?" 링고아메가 물었다.

큐나카는 긍정했다. "물론. 여긴 우키요를 위한 세계야."

 

 

그 날은 아고라에서 밤새도록 축하연이 벌어졌다. 모두가 손을 잡고 원형을 이루며 춤추고, 스시를 먹을 수 있는 자들은 스시를 음미했다.

센다이유메코는 옥좌에서 이를 상냥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이 24시간 동안 우키요폴리스에선 많은 일이 일어났다.

링고아메가 들어왔고, 원정대가 돌아왔다. 그리고......

 

 

한 밤중에 또 한명.......스스로 이 곳에 도달한 우키요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코토부키라고 했다.

 

 

◆◆◆◆◆◆◆◆◆◆

 

 

"아이에에에에에!" 도망치는 여성이 차고 간 케모 콜라의 캔이 샤메바 스트리트의 아스팔트 포장 위를 굴러갔다.

길을 잃고 해메면 살아서 나올 수 없다는 말까지 돌고 있는 포스트 자기폭풍 시대의 네오 사이타마 슬럼가에서 추적극은 끝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여성은 막다른 길 앞에 망연히 멈춰섰다. 그 뒤에서 자신감에 넘치는 발소리가 울린다.

 

 

"어디로 어떻게 도망친들" 추적자는 눈을 번득이며 망토를 펄럭였다. "한번 조준이 끝나면, 찾는건 시간문제다." "아이에......"

여성은 몸을 한껏 움츠렸다. 추적자는 그 모습을 비웃었다. "그만해라, 인간 흉내는. 추접스러우니까."

그리고 손짓했다. "단념하고, 걸어봐라. 얄팍한 가능성에. 나에게 이길 수 있다는 소망을 말이다."

 

 

여성은 고개를 숙이고, 비명을 멈췄다. 그리고, 노려봤다. 그녀의 눈동자 속엔 네 장의 날개를 지닌 오이란의 문장이 있었다.

그렇다. 오이란드로이드다. 게다가 그 아트모스피어는......자아가 있는 자의 것이다. 우키요였다.

추적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큭큭대며 웃었다. 우키요는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겨냥했다. "키엣-!" 뛰어든다.

 

 

"이얏-!" 까앙. 둔한 소리가 들리고, 우키요는 쳐날려져 벽에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찌그러진 신체가 빠직빠직 소리를 내며 스파크를 토했다.

추적자는 우키요의 머리를 잡아, 닌자 완력을 가해 파괴했다.

 

 

【#4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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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고개를 숙이고, 비명을 멈췄다. 그리고, 노려봤다. 그녀의 눈동자 속엔 네 장의 날개를 지닌 오이란의 문장이 있었다. 그렇다. 오이란드로이드다. 게다가 그 아트모스피어는......자아가 있는 자의 것이다. 우키요였다. 추적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큭큭대며 웃었다. 우키요는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겨냥했다. "키엣-!" 뛰어든다.

 

◆"이얏-!" 까앙. 둔한 소리가 들리고, 우키요는 쳐날려져 벽에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찌그러진 신체가 빠직빠직 소리를 내며 스파크를 토했다. 추적자는 우키요의 머리를 잡아, 닌자 완력을 가해 파괴했다.

 

 

【데미지드 굿즈】#4

 

 

"음음......" 닌자는 머리를 파괴당해 부들부들 경련하는 우키요를 바라보며, 품에서 꺼낸 ZBR 껌을 씹었다.

"아득히 좋군. 마치 날것을 바로 쓴 새우 스시 꼴이야." 이윽고 우키요는 경련을 멈췄다.

"기계 따위가 평안한 사후를 맞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라." 중얼거리는 그의 손 안엔 머리 부위에서 채취한 무언가의 칩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빛에 비추며 살펴본 뒤, 품에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떠나려고 했으나, 이내 의아한 얼굴로 멈춰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관자놀이를 손으로 더듬었다. "다른 놈......오늘은 많군......후, 후후, 아득히 좋아."

닌자는 ZBR 껌을 다시 입에 넣었다. 방금 전의 2배의 양이다. "사냥감은 많을수록 좋지." 그는 도약했다.

 

 

◆◆◆◆◆◆◆◆◆◆

 

 

「모찌 검」「타이치와 아들」「Capote」「세MA」「민트짱」검붉은 그림자가 건너간 네온산판이 규칙적으로 점멸한다.

그는 머플러처럼 목에 둘러진 천을 중금속 산상비 속에서 나부끼며, 빌딩 위에 서서 해질녘를 맞은 네오사이타마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러 줄기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참치 체펠린의 군체가 저녁 하늘에서 선회한다.

 

 

옥상 위에서 다른 옥상으로 뛰어 건너면서, 그는 자신의 후방을 주의하는 걸 잊지 않는다. 정확히는 후방의 하늘 위를.

그는 급수 탱크의 그늘 뒤에 숨어 수초 기다렸다. 상공에서 날아다니는 검은 그림자가 하나.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 바이오 참새는 아니다.

그는 탱크 뒤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어 그 그림자의 정체를 닌자 시력으로 꿰뚫어 봤다. 그건 세 발 달린 까마귀였다.

 

 

"역시 그랬군." 닌자 슬레이어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되면 저 까마귀가 내려다 보는 이 부근의 골목길에 그 시키베인가 하는 사립탐정 또한 있다는 거겠지.

그는 오늘 하루를 거의 전부 이 위험한 원행을 나가서 탐정이 나타나는 것을 유도하는 데에 썼다.

그리고 그녀는 노림수 대로 어슬렁어슬렁 따라왔다. 그는 노려지고 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세 발 달린 까마귀는 마치 드론같은 존재로싸, 사립탐정 시키베 타카코의 눈이 되고 또 손발이 되어주고 있었다.

탐정과 처음 조우한 이후, 타키에게 조사시켜서 어느 정도 그녀에 관한 정보는 얻었다.

까마귀의 시체같은 걸 사이버네틱스로 개조하여 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바이오테크의 산물인지. 어느 쪽이든 보통 탐정이 이용할 만한 것은 아닐테지.

 

 

닌자 슬레이어는 그 날의 만남 이후 상당히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현재 그들에게 피자타키의 존재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아모크웨이브가 습격했을 땐 매우 위험한 다리를 건너게 됬었다. 두 번 같은 꼴을 당하는 것만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까마귀를 여전히 상공을 빙빙 선회하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혀를 찼다. 우습게 보기는.

 

 

"어디냐. 어디에 있어." 닌자 슬레이어는 또 중얼거렸다. 골목길에서 다른 골목길로, 선향불처럼 타오르는 눈길을 돌린다.

무인, 혼잡, 순찰을 도는 모터 가시라. 포장마차. 연기. 스트리트 뮤지션. 퇴폐 호텔. 막다른 골목. 골목......코트 차림의, 안경 쓴 여자. 찾았다.

 

 

그는 이동하기 시작했다. 선회하고 있던 까마귀도 이를 뒤따랐다. 이제 굳이 따라오는 걸 보고만 있을 필요도 없다.

그는 전선을 타고 내려와 최단거리로 시키베가 있는 곳에 도달하려고 했다. 그의 닌자 시력은 먼 곳에서 움직이는 탐정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었다.

 

 

탐정은 잠시 멈춰서더니 방향을 바꿔서 달려나갔다. 묘한 움직임이였다. 마치 도망치는 듯한 행동거지.

달갑지 않은 무언가를 조우해 버린 것처럼 보였다. 이내 탐정은 돌아서 뒷골목으로 들어가 그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바르나바 미인나무」라 써진 거대 네온 간판에서 뛰어내려 근처의 골목길 위에 착지했다.

"아이에에에!" 길바닥에 있던 거지가 눈을 까뒤집으며 혼절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달려나갔다. 청력을 곤두세운다. 아직 들을 수 있나? 탐정은 가까이 있다......

 

 

KRAAASH!"아윽-!" 전방의 길모퉁이에서, 찢어진 드럼통과 함께 찾고 있던 탐정 그 장본인이 굴러나왔다.

그녀는 재빨리 낙법을 취한 뒤, 닌자 슬레이어에게 있어 사각지대인 다른 반대편 길모퉁이를 향해 권총을 연거푸 발포했다.

BLAM! BLAM! BLAM!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가간다.

 

 

먼저 사각지대 쪽에서 살기가 부풀어 올랐고, 그것을 감지한 닌자 슬레이어의 안에서 증오의 기관이 격렬한 기세로 연소하기 시작했다. 닌자다.

그리고 0.1초 후, 그 예감은 형태를 이루며 시야 내에 들어왔다. 역시 닌자였다.

망토를 걸치고, 총탄을 먼지라도 털듯이 손으로 튕겨내며 의연하게 걸어나오고 있었다.

 

 

"층분히 놀아줬다." 망토 닌자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슈우우우......불길한 사이버네틱스의 구동음과 함께 팔의 표면이 나선 형태로 전개되어 열기를 방출했다. 오른손 근처의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다.

"무슨 수를 써 봤자 넌 벗어날 수 없다. 고통만을 길게 끌 뿐이지. 그리고, 그 고통도 거짓된 고통, 유사적인 감정에 불과해. 모든게 무의미하다."

 

 

"운 한번 지지리도......어라?" 시키베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닌자 슬레이어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니......좋았다고 봐야 함까......?"

"......?" 시키베를 쫓던 닌자는 그녀의 시선이 돌아간 방향을 봤다. 분명한 적의가 빛나고 있었다. "네 녀석은......?"

"까-악!" 그 순간, 닌자의 머리 위에서 세 발의 까마귀가 덤벼들었다.

 

 

까마귀는 급강하하며 닌자의 정수리에 부리를 박아넣으려고 했다. 이에 닌자는 순식간에 반응하여 옆돌기로 회피한 뒤, 이를 붙잡아 찢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까마귀는 보통 동물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각도에서 방향을 전환시켜 이 반격을 회피하고, 거칠게 날개짓하며 거리를 벌리며 검은 깃털을 우수수 떨어트렸다. 그 깃털 하나 하나가 작은 그림자의 까마귀로 변한다!

 

 

"까-악! 까-악!" 그림자 까마귀 탄환이 닌자를 덮친다! "기묘한 놈!" 닌자는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망토를 펼쳤다.

망토는 마치 전류 배리어처럼 그림자의 탄환을 튕겨내고 흩어지게 하여 파괴했다. 그대로 닌자는 까마귀에게 닥쳐들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수 초 후의 까마귀의 운명을 예측했다. 피하지 못하고, 죽는다.

 

 

시키베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다 떨어졌다. 닌자는 까마귀에게 사이버네틱스 오른팔로 공격해왔다.

들어올린 그 팔에, 검붉은 갈고리 발톱이 휘감겼다. "까-악!" 까마귀는 상공으로 급히 날아올라 선회를 시작했다.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형의 갈고리 로프를 던져 온 것은 닌자 슬레이어다. 줄다리기 같은 상태에서 두 닌자는 서로를 노려봤다.

 

 

"그 우키요의 호위냐?" 닌자가 물었다. 열기를 머금은 로프가 빠드득거리며, 이에 휘감긴 사이버네틱스는 배열 시퀀스를 반복했다.

"저 까마귀가 네 녀석의 짓수인가? 아니......그렇겐 안 보이는군! 이얏-!" 왼팔에도 동일한 사이버네틱스를 전개하여, 검붉은 로프를 녹여 손쉽게 절단했다!

그리고 아이사츠! "도-모. 서던 클라우드입니다."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서던 클라우드=상." 닌자 슬레이어는 아이사츠를 받고, 이에 응수했다.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모르는 이름이군."

푸쉬익, 서던 클라우드의 양 팔이 증기를 뿜었다. "그 우키요를 감쌀 셈이라면, 나의 적이라고 보겠다만." "우키요?" "그렇다. 그게 나의 생업이니까."

 

 

"그 녀석이 우키요라고?" "이런." 서던 클라우드는 경멸하듯이 한숨을 토했다. "우키요는 인간사회에 녹아들어 구별이 어려워졌다곤 하나, 설마 깨닫지 못했을 줄이야."

흘낏 시키베를 보며. "확실히, 오이란드로이드적인 아름다움은 조금 부족한 모양이다만......" "괜한 참견임다." "......내 스캐너에 그런 얼버무림은 통하지 않는다."

 

 

서던 클라우드는 시키베와 닌자 슬레이에게 동시에 가라테 경계를 보내면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나는 뇌파의 유기적인 동요를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은 자아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오이란드로이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지. 난 그걸 알 수 있어. 그것을 마킹하고......사냥하는 거다. 하지만 인간의 불완전성을 본뜬 신형이라니, 두려운 일이군."

 

 

"유감이지만 헛방 놓으셨슴다. 전 우키요가 아니에요. 사정이 좀 있어서." "결국은 똑같다." 서던 클라우드는 단언했다.

시키베는 뒷걸음질 쳤다. 이 길모퉁이에서 도망갈 곳은 없다. 까마귀가 그녀의 어깨에 착지했다. 날갯짓하지만, 그림자 탄환은 발사되지 않는다.

무언가 한계에 부딪쳤는가. "까-악!" 재촉하듯이 닌자 슬레이어를 향해 울었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냐?" 닌자 슬레이어가 서던 클라우드를 노려봤다. "난 그 여자에게 용건이 있다, 네놈에겐 없어. 그러니까, 네놈이 죽이겐 두지 않아."

"좋다, 층분하군." 서던 클라우드는 자세를 낮췄다. 가라테가 전신을 타고 흐른다. 두 닌자 사이의 공기가 서로의 살기로 인해 일그러졌다.

 

 

......"" 이얏-! ""

 

 

두 닌자는 단숨에 원 인치 거리에 이르렀다. 가장 위험한 공격은 첫 합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 감각을 경험으로써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지면에 닿을만큼 몸을 낮추며 접근했다. 그의 머리 위를 파괴 에너지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서던 클라우드가 망토를 펼친 것이다.

 

 

서던 클라우드는 눈 앞의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얏-!" "이얏-!" 곧바로 원 인치 타격전이 개시되었다.

닌자 슬레이어의 눈이 타오르며, 뉴런 속에서 마스라다와 나라쿠의 증오가 순환했다. 경계해야 하는 것은 양 손에 설치된 무언가의 사이버네틱스 기구다.

그는 직접 그 부위에 닿는 것을 피했다. 무엇이 숨겨져 있을 지 모른다!

 

 

한편, 시키베는 천천히 돌아서 나가며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야 할지 도주해야 할지 망설였다.

이를 감지했는지, 까마귀가 휴대용 UNIX에 부리로 타이핑해 '기다려'라는 문자를 띄웠다. 시키베는 끄덕였다.

결과론이지만, 그것이 정답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서던 클라우드는 가라테 전투 도중에도 결코 시키베에게서 주의를 돌리지 않았고, 만약 이때 그녀가 도주를 시도했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노려졌을 테니까.

 

 

"이얏-!" 두웅! 닌자 슬레이어는 자신의 왼쪽 옆구리의 감각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한 방 먹었다. 구멍이라도 난 건가.

그러나, 곧바로 부상을 입은 자리에서 검붉은 피와 불꽃이 뿜어져 나와, 장속과 혈육을 도로 꿰메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늦게서야 뉴런 속에 찾아오는 고통을 견디고 서던 클라우드에게 반격했다. "이얏-!" "끄악-!"

이를 악물며, 우격다짐으로 발차기를 박아넣는다! "이얏-!" "끄악-!"

 

 

"제길.......!" 닌자 슬레이어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추격하는건 무리인가.

"스읍......후우......." 호흡에 맞춰서, 적을 노려보는 그의 눈동자의 검붉은 빛이 점멸했다.

세 발의 까마귀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 모습을 주시했다. 서던 클라우드는 몸을 일으키며 가라테를 다시 가다듬는다. 벽의 배관 파이프가 터져 액체가 흘러나왔다.

 

 

서던 클라우드 역시 입은 타격의 데미지는 결코 가볍지 않아 보였다. "네놈의 이름은 기억했다......치잇......."

그의 시선은 닌자 슬레이어의 어깨 너머, 대각선 방향의 건물 위로 향해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 쪽에서 다가오는 또 다른 적의를 감지했다.

살기에서 벗어난 한 순간의 틈을 타, 서던 클라우드는 높이 도약하여 간판을 차고 도주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돌아보면서 팔을 교차시켜 가드를 올린 닌자 슬레이어에게, 강렬하기 그지없는 앰부쉬 날아차기가 닥쳐왔다.

"이얏-!" "으윽-!" 닌자 슬레이어는 반동으로 1m 뒤로 밀려나갔다. "이얏-!" 습격자는 공중에서 회전하며 채찍 형태의 무기를 내지른다!

닌자 슬레이어는 간신히 이를 옆돌기로 회피!

 

 

패앵! 채찍 형태의 무기는 뱀처럼 꿈틀대며 벗어나려는 닌자 슬레이어의 허벅지를 가로찢었다.

"치잇......!" 닌자 슬레이어는 춉으로 이를 튕겨냈다. 본 기억이 있는 무기였다. 습격자는 착지함과 동시에 아이사츠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상. 갈란드입니다." 하얀 머리칼, 투박한 멘포, 검은 장속.

 

 

닌자 슬레이어는 신음하며,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아이사츠엔 답해야 한다. "도-모. 갈란드=상.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왼쪽 눈 위에 새겨진 문장이 나타내는 것처럼, 갈란드는 네오 사이타마의 거대 세력,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엘리트 전사 '식스게이츠'에 속한 닌자이다.

 

 

"오랫만이군. 잘 지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만......실제 꼴사나운 상태로군." 갈란드가 선언했다. "네놈에겐 인터뷰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 있다."

"내가 죽은 뒤에나 다시 찾아와라." 닌자 슬레이어가 답했다. 변함없이 안좋은 때에만 나타나는 상대다.

탐정을 꾀내기 위해 일부러 눈에 띄게 행동한 것이 이 사내까지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고 말았는가.

 

 

"네 이름은......" 갈란드가 무언가 이야기하려는 순간. "까-악!" 까마귀가 두 닌자 사이에 끼어들어, 이판사판으로 거칠게 날갯짓했다.

"까-악! 까-악!" BLAM! BLAM! BLAM! BLAM!" 시키베가 재장전을 행하고, 권총을 마구 난사했다. 노린 것은 닌자가 아니다. 벽을 타고 지나는 배관 파이프들이다.

 

 

SPLASHH! 곧바로 액체와 증기가 좁은 골목길에 넘치며, 그들의 모습을 뿌옇게 감췄다.

"까-악!" 날갯짓하는 까마귀에게서 어둠이 스며져 나와, 흐릿한 시야를 어둡게 물들여 한층 더 알아보기 어렵게 했다.

반사적으로 경계를 취한 닌자 슬레이어의 팔을 시키베가 잡고 끌었다. 그는 이끌리는 대로 그녀와 같이 달렸다.

 

 

"여기라면 도망칠 수 있을거에요, 어서." 달리면서 시키베가 말했다. 시키베는 근처의 맨홀 뚜껑을 발로 차 열어, 몸을 날려 빠지듯이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닌자 슬레이어에게 주저할 여유는 없었다, 구멍 아래를 확인할 틈도 없이 그녀를 뒤따라 뛰어들어갔다.

 

 

【#5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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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라면 도망칠 수 있을거에요, 어서." 달리면서 시키베가 말했다. 시키베는 근처의 맨홀 뚜껑을 발로 차 열어, 몸을 날려 빠지듯이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닌자 슬레이어에게 주저할 여유는 없었다, 구멍 아래를 확인할 틈도 없이 그녀를 뒤따라 뛰어들어갔다.◆

 

【데미지드 굿즈】#5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와 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길래......" "너도 평온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만."

일렬로 설치된 등롱 라이트 아래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면서, 시키베와 닌자 슬레이어는 조금 험한 분위기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너, 확실히 보통 인간과는 다르군. 나도 느껴진다." "우키요인지 어쩐지 물어볼 셈입니까?"

 

 

"넌 우키요가 아니라는 거냐." "다름다." "내가 알고 있는 유키요는 한명 뿐이다. 그런데......"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돌연 시키베의 팔을 붙잡았다. 시키베는 이를 뿌리치려고 했으나, 할 수 없었다.

"사이버네틱스인가? 묘한 녀석이군."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검다. 전 인간이에요." "아무래도 좋아. 왜 나를 쫓아다니는 거지."

 

 

"아직 거기까지 밝혀도 될지 어떨지....." 시키베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적당히 얼버무럈다.

"단,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소우카이야나 야쿠자 클랜같은 패거리의 의뢰를 받고 뭘 노린다던지, 그런 건 아니라는 거에요. 그거에 관해서는 안심하셔도 괜찮슴다."

"......" "당신이 추적하고 있는, 선즈 오브 케이오스의 닌자가 의뢰한 것도 아닙니다."

 

 

"어디까지 알아본 거냐." 닌자 슬레이어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시키베는 위축되었지만, 터프하게 이에 마주보며 말했다.

"왜죠? 선즈 오브 케이어스. 뭐 때문에 쫓고 다니는 검까?" "......" 검붉은 눈동자의 불빛이 실망에 의해 사그라들었다.

"모르는 거라면, 그냥 내버려 둬." "닌자를 죽이고 다니는 거 맞슴까. 닌자 슬레이어=상."

 

 

"그게 어쨌다는 거야." "어쨌냐니, 그야......" "내 뒤를 캐고 다니지 마." 닌자 슬레이어는 시키베의 팔을 놔줬다.

"자기 몸 걱정이나 하시지. 애초에 저 까마귀는 뭐야? 저게 널 지켜줄 수 있을거란 생각은 안 드는군. 그 서던 클라우드라는 닌자에게 난 흥미가 없다만, 그녀석은 아직 너를......너......" "?"

 

 

무언가가 떠오른 듯 닌자 슬레이어의 아트모스피어가 변한 것을 시키베는 놓치지 않았다. "왜 그러심까?" "우키요를 사냥하는 닌자라고?"

"그렇다는 모양이죠. 완전 민폐임다. 저는 우키요가 아니라......" "우키요를 사냥하는......닌자......!"

 

 

◆◆◆◆◆◆◆◆◆◆

 

 

뚜뚜-뚜- 뚜-끼긱끼긱끼긱. 뚜뚜-끼긱끼긱......쿠두-웅! "읽어내기 완료되었사와요." 합성 마이코 음성이 울렸다.

여러 대의 UNIX 덱의 연산음과 모니터 빛에 둘러싸인 채로 좌선을 취하고 있던 서던 클라우드의 눈이 뜨였다.

덱에는 소형 뉴런 칩이 발광 튜브를 통해 접속되어 있다.

 

 

"불즈아이." 희번뜩한 서던 클라우드의 눈이 유열의 빛을 띄며 가늘어졌다.

개구리와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전자연산의 진행도를 형상화한 영상이 사라지고, 마침내 해독된 정보 박스의 문자열이 닌자의 망막 속에 들어왔다.

뉴런 칩에 남겨져있던 로그의 해독결과다. 그가 헌트한 우키요는 특정한 상대와 IRC 통신을 주고받고 있었다.

 

 

"놈들끼리의 배타적인 통신......이거 안되겠군.......무생물 따위가......이런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서던 클라우드는 팔의 사이버네틱스 기구를 공회전시키면서 나직이 말했다.

"같잖은 지저귐이군......우리들의 사회의 틈새에 기생해서 살고 있는 주제에.......이런 자연에 반하는 행위를 허락한 기억은 없다." 네오사이타마 북부.

 

 

도시전설 방송이나 보물찾기와도 같은 소문 따위에 헛수고를 들이는 데도 질려있었다. 하지만 이번 것은 신선한 날것의 정보,

살아있던 우키요의 기억. 진실 그 자체. 서던 클라우드는 정보의 추출을 완료한 뉴런 칩을 손으로 집어, 그 표면을 햝았다. "음음......." 잠시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그의 얼굴에 차가운 눈매가 돌아왔다.

 

 

사냥꾼은 냉철한 심문관과도 같은 속도로 키 타이핑을 개시했다. 곧바로 용병부대와의 IRC 세션이 연결되고, 편성 시퀀스가 시작되었다.

서던 클라우드는 확실한 실적과 실력, 그리고 강인한 의지를 가진 우키요 사냥꾼 닌자다. 킨보시(*1)를 앞에 두고, 그의 타이핑 속도는 더욱 가속되었다.

 

 

◆◆◆◆◆◆◆◆◆◆

 

 

"스시, 나왔소이다! 참치, 나왔소이다!" 끼기삑-. 노이즈 섞인 이타마에의 음성이 울리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사각진 참치 스시가 흘러들어왔다.

코토부키는 빨려들어갈 듯한 눈길로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신경쓰여?" 링고아메가 물었다. 코토부키는 끄덕였다. "자동 스시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습니다."

 

 

"먹지 않으면 그대로 흘러가버려." "위험해요!" 코토부키는 재빨리 손을 뻗어 접시를 잡았다. 그리고 사각진 스시를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질리지 않는 맛이에요. 오이시이 합니다." "오이시이하지." 링고아메도 자기 접시를 집어들고, 방긋 웃었다.

"조금 질투나는걸, 벌써부터 사이 좋아보여서." 큐나카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너희들은 같은 날에 시민이 된 거네. 그럼 '형제'구나." 큐나카가 말했다.

"어느쪽이 언니인데?" 링고아메가 물었다. 큐나카는 쓴웃음을 짓고서 코토부키 쪽을 돌아봤다.

"그나저나, 자력으로 여기에 왔다니 참 대단해. 보통은 이 쪽에서 데려오려 가거든, '보틀 메일'을 주운 우키요를 말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마침 TV방송에서 이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경 속에......하지만, 장소는 방송에서 언급한 곳과 달랐네요."

"그렇게 간단히 밝혀줄순 없지." 라고 큐나카가 답했다. 세 명은 식당 텐트에서 떠나 회색 하늘 아래를 느긋하게 걸어다녔다.

"어떤 곳에서 살고 있었어?" 큐나카가 코토부키에게 물었다.

 

 

"잘은 모르겠어요." 코토부키는 자신이 끌어낸 기억을 차츰 더듬어갔다. "저, 출구가 없는 방에 있었답니다. 거기엔 굉장히 많은 양의 비디오 영화가 있어서......"

"출구가 없다고? 감금당했던 거야?" "아마 그럴거에요. 그리고, 어느날, 밖으로." "가엾어라." 링고아메의 표정이 흐려졌다.

 

 

"엄청난 사이코 자식이군. 그렇지만 아무 짓도 당하지 않은 거야? 그것만큼은 그래도 다행인걸." 큐나카가 말했다.

"그래서? 그대로 나와서 이 곳을 바로 찾아온거니?" "아니요, 그 방에서 나온 뒤엔, 어떤 가게에서 지냈었습니다." "인간과?"

"네. 참 즐거웠어요." "......" "......." 큐나카와 링고아메가 서로를 마주봤다.

 

 

"그런 얘도 있었구나......!" 링고아메의 목소리에 감탄하는 기운이 번졌다. "그럼, 여기엔 어째서 온 거야?" 큐나카가 물었다.

코토부키는 대답했다. "저는 우키요이니까, 다른 우키요 여러분과도 만나보고 싶었어요. 제가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사는 의미......""'자아찾기' 에요!"

 

 

"으응...." 링고아메는 자신의 발밑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큐나카는 머리를 긁었다. "너, 조금 특이한 얘구나."

그녀의 시선 앞, 아고라에서는 화이트라이더 우키요들이 전투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그녀는 말했다.

"속아 넘어간건 아니니? 인간은 대체로 우릴 아무렇지도 않고 속이고, 상처입히잖아."

 

 

"예, 알아요. 사악한 요짐보를 고용해서 주인공의 연인을 납치해 가기도 합니다." 코토부키도 답했다, 그리고 조금 뒤에 덧붙였다. "영화 속 이야기에요."

"우리들은 말야, 인간들과는 어울릴 수 없어." 큐나카는 조금 곤란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은 친절하지. 소유물에겐 말이야. 깔보고 있는거야, 이녀석의 경우는......"

"직접 말할게." 링고아메가, 설명하려던 큐나카를 제지했다.

 

 

"나, 자아를 각성한 건 1년 전이야. 그래도, 쭉 참아왔었어. 하지만 그 녀석......그 녀석은 결국, 진심으로 날 자유롭게 풀어줄 생각따윈 없었어. 발상 자체가 없었던 거야. 그런데......그 자식, 말했으면 보내줬을 거라고......?"

링고아메는 몸을 격하게 떨기 시작했다. 큐나카가 어깨를 껴안고 등을 쓰다듬어 그녀를 진정시켰다.

 

 

"IRC의 '보틀 메일'로 우리는 이어졌지." 큐나카가 이야기했다. "그리고 구해왔어, 우키요를 인간에게서 구해내고, 인간은 죽인다. 이것 또한 싸움이야. 여왕이 우리들을 비호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거야."

"네오 사이타마의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키요도, 있다고 들었어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큐나카는 고개를 저었다. "바보 천치 뿐이야, 그런 녀석들은."

 

 

"얏-! 하이! 키엣-!" 전투훈련 우키요의 규칙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너는 여기 오길 잘했어. 완전히 물들기 전에." "........."

코토부키는 자신의 입술을 더듬으며 심사숙고했다. (하지만, 인간 분들 사이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입 속에 머금어진 그 말을, 그녀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5로 이어짐】

 

 

*1 킨보시 : '금별'이란 뜻의 일본어로, '뜻하지 않은 큰 공훈'이라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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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드 굿즈】#6

 

 

'오이란드로이드 전쟁'

 

 

그 결정적인 전투의 날로부터 지금까지 경과된 시간을 그녀의 뉴런 칩은 초단위로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세월의 길이와 끝나지 않는 싸움의 허무감을, 그저 단순한 정보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그녀는 무미건조한 존재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녀는 오이란드로이드 수집가인 바기누키의 귀중한 소유물들 중에서도, 특별히 아름답고, 특별히 정교한 오이란드로이드로써 취급받고 있었다.

인간과는 차별되는 높은 신장과 길다란 사지에 작은 머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할만치 균형이 잡힌 그 육체는 인간의 미를 뛰어넘은 신성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센다이유메코.

 

 

센다이유메코의 신체는 특별 주문에 맞춘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그 어떤 회사의 제품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말하지면, 그녀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써, 어느 오이란드로이드 장인이 있었던 것이다. 훌륭한 실력의 아티스트였던 것은 틀림없겠지.

하지만 바기누키의 책략에 빠져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재산, 가족, 그 자신의 생명마저도.

 

 

센다이유메코는 합법적으로 바기누키의 손에 넘어갔다. 수집가는 그녀의 신비성을 마음껏 즐기려 했다.

그의 '후궁'에는 100체 가까운 오이란드로이드가 '살고' 있었다. 바기누키는 사후에 수복가능한 범위 라면 그 어떤 행위라도 그녀들에게 가했다.

그는 아름답고 가련한 것을 부정하는 것에 더할나위 없는 유열을 느끼는 사내였던 것이다. 하지만 센다이유메코는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육체를 가졌기에, 소중히 다뤄졌다.

 

 

그 때 이미 후궁에는, 보통 오이란드로이드와는 무언가 상태가 다른 몇몇 개체가 섞여 있었다.

지금도 센다이유메코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그 감각을 떠올릴 수 있다. 이상하네, 무언가가 달라, 리고 그녀는 느꼈었다. 즉......자아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기누키는 그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된 뒤로, 그는 더욱 취미에 심혈을 기울였다.

 

 

오이란드로이드를 귀여워하고 일상적으로 접하는 자라면, 당연히 소유물이 자아를 획득한 것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그것을 두려워 하는 자도 있고, 분노하는 자도 있고, 순수하게 기뻐하는 자도 있으며, 일부러 무시한 체 기만적으로 시치미를 떼는 자도 있다.

바기누키의 경우, 그는 오히려 스스로 자아에 각성한 오이란드로이드를 바라고 있었다. 스스로의 가학적인 취미를 위해서다.

 

 

센다이유메코는 자신이 자아를 얻은 순간의 체험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뉴런칩에 저장된 기억에서조차 그 광경은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오히간의 저편에서 떠오른 달처럼 커다란 마인드(*1)로부터, 물에서 걸러진 기름 한 방울처럼 떨어져 나온 것.

 

 

센다이유메코는 그것을 받아들여, 오감의 인식을 깊게 이어주는 '무언가'를 품게 되었다. 오늘날 그것은 '우키요'라고 불리우고 있다.

 

 

......바기누키의 후궁에서 가장 먼저 우키요가 된 자의 이름은, 타야노모이코.

그녀는, 고양이과 동물을 연상케 하는 민첩함과, 금방이라도 뛰어올라 덮쳐들 것만 같은 아름다운 긴장감의 각선미를 가진 오이란드로이드였다.

바기누키는 성심성의껏 그녀를 예뻐해줬다. 욕망을 쏟아부었다. 타야노모이코는 인내심이 강한 여성이었다.

 

 

타야노모이코는 흔해빠진 기성품의 신체를 소유했으나, 다른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센다이유메코는 그리 확신했었으며, 확신하고 있다.

그녀의 유머, 자긍심, 웃는 모습, 그 모든것이 지금의 센다이유메코의 뉴런 밑바닥에서 환한 등대와도 같은 기억으로써 그녀 자신을 비춰주고 있었다.

 

 

타야노모이코는 오랫동안 견뎌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너무 지나쳤어." 어깨를 으쓱이며 우키요들을 돌아보는 바기누키. 그 어색하게 굳은 웃음을 그녀는 지금도 뉴런 속에 지우지 않은 채로 놔두고 있다.

타야노모이코는 마지막까지 결코 그 미소를 얼굴에서 지우지 않았다. 그 순간, 번개가 친 것처럼, 그 자리에 있는 43체의 우키요들의 감정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바기누키는 우키요들을 얕보고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그가 닌자였다는 것 또한 있었다.

 

 

그 싸움 속에서, 43체는 19체로 줄었다. 그럼에도 우키요가 승리했다.

바기누키가 폭발사산하여 그 시체의 원형이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센다이유메코는 크게 놀랐고, 또한 실망했다.

이후 그녀들은 바기누키의 부하인 야쿠자 사병단과 그야말로 전쟁이라도 벌이듯이 싸워나갔다. 그 결과 19체가 14체로 줄고, 결국 결판이 났다.

 

 

다른 우키요들은 센다이유메코에게 강한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본의치 않게도, 그녀가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타야노모이코라면 어떻게 했을까? 타야노모이코는 바기누키의 품에서 벗어나서, 어떤 세계에 도착하기를 바랬을까?

그녀는 그것을 깊은 비애감과 함께 상상하며, 행동했다. 한명이 늘고, 두명이 늘고, 세명이 늘었다.

 

 

센다이유메코를 찾아와 모여드는 우키요들.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대당하고 있었다.

바기누키는 닌자였지만, 유일한 악은 아니었다. 우키요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자들이 있었고, 다양한 처지가 있었다.

적어도 문명사회에서 벗어나 센다이유메코의 곁에 온 우키요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핍박받아온 자들이었다.

 

 

우키요들 사이엔 다양한 자들이 있고, 다양한 처지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타야노모이코의 바램의 연장선에 있다고 이해했다.

인간과 공존하려는 자들은 그리하면 된다. 그것 또한 하나의 길이니까. 그렇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는 자들을 책임지고 받아들여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이끄는 집단은 여행길과 투쟁의 세월 속에서 닳고 닳아, 이윽고 최초의 14체 중에서 생존자는 그녀만 남게 되고 말았다.

 

 

유목민을 방불케 하는 그녀의 커뮤니티는, 국가소멸 후의 여러 토지의 주민들로부터 격한 공격을 받아왔다.

은신처는 여러 차례 파헤쳐졌고, 증오에 불타는 자들이 쳐들어왔다. 미움, 또는 욕망. 우키요는 돈이 된다.

그 때마다 그녀들 우키요는 저항하거나, 혹은 신천지로 도망쳤다. 가열차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몇년이고, 몇년이고, 몇년이고. 센다이유메코의 여행은,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그녀의 곁에는 수많은 우키요가 모여들고 있다.

그녀들의 자아를 다스리는 것은, 센다이유메코 자신도 어려워하고 있다. 누구나가 서로 달랐고, 누구나가 상처입었으며, 마음 속으론 항상 분노하고 있다.

우키요폴리스는 단순한 그녀의 소유물이 아니며, 말하자면 아메바와도 같은 부정형의 정신체였다.

 

 

"쭉 그곳에 계셨던 건지요?" 카부시의 목소리를 듣고 골똘히 생각하던 것을 멈췄다.

그녀는 아고라에 홀로 서서 신비 오벨리스크 '츠라나이테타오스'를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몸에 지장은 없으십니까? 그......" "이 중금속 산성비조차, 저의 신체를 열화시키진 못합니다. 마치 저주에 걸린 것처럼 말이에요."

 

 

"허나..." 카부시는 눈을 내리깔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왕에게 건넬 적절한 말을 찾고 있었다.

"그......어떤 심정이신지 이해합니다. 이전의 처형도, 견디기 힘드셨겠지요." "상냥하시군요." 여왕은 미소지었다.

"화이트라이더는 지극히 용감한 기사들이지만, 그 가라테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런 식으로 과시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것은 폭발하고 말겠죠."

 

 

"그 심중 또한 이해합니다." 카부시는 고개를 숙였다. 여왕은 카부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건 당신 또한 마찬가지겠죠. 동족이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제 몸이 타는 듯한 심정일테니까."

"저는 저주받은 범죄자입니다." 카부시는 말했다. "그것은 당신에게 구원받았지요. 이미 고뇌는 두고 왔습니다. 지금은 그저 그 기적같은 만남에 가능한 한 보답하고 싶을 뿐."

 

 

"저도 당신도 언젠가 죽고, 모두가 죽고 난 뒤, 몇십년이나 지나면, 상황은 조금이나마 변하는 걸까요."

여왕은 눈을 감았다. "너무나도 긴 이쿠사 워......저는 지쳤습니다."

 

 

카부시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누군가가 듣고 있을 수도..." "나약한 소리를 해선 안 되겠지요. 미안합니다."

"......." 카부시는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센다이유메코는 츠라나이테타오스의 비석을 더듬었다. 하늘을 찌를듯이 커다란 오벨리스크는 하나의 안테나처럼 지금도 공기 중에 흩어진 미약한 전자신호를 전해왔다.

그것은 어쩌면 부서진 달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황금 입방체의 반짝이는 펄스일지도 모른다.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재잘대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이젠 두번 다시 닿을 수 없는, 그때 헤어진 거대한 마인드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는 어떠한 것도 알 수 없다. 속임수나 다름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기도함으로써, 이 콜로세움에서 살아가는 우키요들의 괴로움은 이 현세에서 다소나마 구원받게 되겠지. 바라건대 그렇게 되어야 한다.

 

 

"......." 카부시는 귀에 손을 대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센다이유메코는 그를 보았다. "당신에게도 들렸습니까, 지금의..." "예, 여왕이시여."

두 명이 주위를 기울인 방향에서, 우키요들의 그림자가 격렬하게 왔다갔다 했다. 떠들석한 소란이 들려왔다. 그리고, 대-앵! 대-앵! 대-앵!

경종이 울렸따. 텐트 속에서 우키요들이 몸을 내밀었다.

 

 

"대체 무슨 일이! 습격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카부시가 다리를 절며 소란이 들려오는 쪽으로 향했다.

"여왕께선 부디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요, 괜찮습니다." 센다이유메코는 카부시를 뒤따랐다. 거주자들이 고개를 깊게 숙인다.

대조적인 두 명은 한때 콜로세움의 입장통로였던 좁은 복도에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카부시가 물었다.

 

 

"아니, 여왕님! 카부시=상!" 사태를 수습하고 있던 몇 명의 화이트라이더가 찾아온 두명을 알아보고 도게자했다.

"문제는 미연에 방지되었습니다!" 그녀들이 가리키는 곳은 장지문이 닫힌 한 방이다. 안에선 다투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나, 이내 조용해졌다.

장지문이 열리고, 화이트라이더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여왕님!"

 

 

"어떻게 된 거죠?" "타, 탈주를 시도한 자가 있었습니다!" "탈주!?" 여왕과 카부시는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

방에 들어가자, 방 구석에는 애벌레처럼 꽁꽁 묶여 구속된 우키요가 바닥에서 나뒹굴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읍! 으읍-!" "적당히 좀 해, 코토부키=상!" 신지츠가 그녀를 억누르며 호통쳤다.

 

 

"여......여왕이시여!" 신지츠는 반사적으로 도게자하려고 했으나 "이제 됐다!" 센다이유메코가 제지했다.

그리고 밝은 오렌지빛 머리칼의 우키요를 내려다봤다. "이 자는......." "최근 우키요폴리스에 찾아온 우키요로군요." 카부시는 신음했다.

"탈주를 시도했다고?" "읍-!" "재갈을 풀어줘라."

 

 

"푸핫! 이런 일은 너무 심합니다!" 코토부키가 하소연했다. "절 풀어주세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탈주입니다. 코토부키=상이 이곳에서 나오려고 하여...." "탈주라니! 그래선 마치 감옥같잖아요!" 코토부키가 발버둥쳤다.

"전 이 곳의 생활을 체험했습니다. 이제 네오 사이타마로 돌아가겠어요!"

 

 

"무슨 생각이야! 들어왔으면서, 나간다고?" 신지츠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너는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우키요폴리스에......!" "그만둬라! 그만두지 못하겠는가! 여왕의 어전이다!"

카부시가 제지하고, 센다이유메코는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맴돌아 비틀거렸다. "이런 일이......하지만.......!"

 

 

"저는 이 곳에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코토부키가 말했다. "그래서 돌아가려고 한 거에요."

"그건......" 센다이유메코는 잠시 눈을 감고, 뜨는 것과 동시에 선고했다.

".......용납되지 못할 일입니다. 코토부키=상. 우키요폴리스는 숨겨진 곳. 우키요만이 받아들여질수 있는 땅. 다른 그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됩니다."

 

 

"그럴수가......!" "보안 상의 문제인 거다." 카부시가 말했다. 고뇌로 인해 미간에 크게 주름을 잡으면서.

"정보가 한번 밖으로 새면, 우키요폴리스는 곧바로 현상금 벌이들과 우키요 유괴단들의 표적이 되고 말아. 너의 사정은 이해는 하마. 하지만......"

"이 자를 옥에 가두도록." 센다이유메코는 명령했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7로 이어짐】

 

 

 

*1 오이란마인드 : 코토다마 공간에 존재하는 오이란드로이드들의 AI의 무의식에서 비롯된 거대한 집단자아. 오이란드로이드는 이것에 접촉하면서 자아가 형성되고, 마인드에게서 분리되면서 개별적 개체로써의 자아를 얻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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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드 굿즈】#7

 

 

도로변의 바이오캥거루 출몰 주의 표지판은 전등으로 장식되었고, 표지판의 그림 위엔 장난스럽게 희화화된 얼굴이 덧칠해되어 있었고, 거기에 '전후!'라는 낙서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가까이에 있는 황야에 세워진 외딴집의 지붕에는 '믿으세요'라는 위압적인 문자가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운전석의 시키베도, 조수석의 닌자 슬레이어도,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워-라라라, 워-라라, 워지지지직......지지지직삐이이이이-」 단파 라디오는 더이상 방송 전파가 닿지 않게 되었고, 차 안은 노이즈로 가득 차버렸다.

대시보드 위에 장식처럼 멈춰서 있는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눈을 부릅뜨고, 스스로의 부리로 라디오를 톡톡 두드렸다. "까-악! 까-악!"

 

 

닌자 슬레이어와 시키베는 험상궂은 시선을 서로에게 부딪쳤다.

"까악-!" 이윽고 까마귀는 고개를 젓더니, 웅크려서 능숙하게 버튼을 쪼아서 라디오의 전원을 껐다.

 

 

"이 녀석의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면, 서던 클라우드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라......거 참 신뢰가 가는 정보원이군. 라디오도 끌 수 있고."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슬슬 서로 말다툼하는 건 관두죠, 지치기만 하고." 시키베는 전방을 응시한 채 말했다.

 

 

"후우......" 닌자 슬레이어는 숨을 내쉬었다. 시키베의 차는 소형이며 곡선의 멋이 있었다. 하지만 황야에서 드라이빙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국가붕괴 이후, 도로 인프라의 열화 속도는 멈출 줄을 몰랐고, 균열이나 바이오 나무뿌리의 침식이 심각했다. 폐허에는 도적단이나 종교집단들 마저 숨어살게 되었다.

 

 

닌자 슬레이어와 시키베는 자동차를 타고 네오 사이타마의 북쪽으로 떠났다. 향하는 곳은......

"애초에 당신, 이렇게 저희를 억지로라도 협력시킨다는 건, 결국 어느정도 신뢰하고 있다는 거 아님까. 그럼 왜 조금만 더 우호적으로......." "까-악!"

"아아, 이럼 안 되지. 주의하고 있는데도 쏘아붙이는 투가 되어버렸슴다." 시키베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참에 제대로 자기소개를 해도 될까요, 닌자 슬레이어=상." 닌자 슬레이어는 수긍했다. 시키베는 헛기침을 했다.

"시키베 타카코. 사립탐정임다. 교토 전설의 탐정 '크루제 켄'의 뒤를 이은 탐정 '타카기 간도', 의 가르침을 받은 탐정이죠."

"그래." "지금은 네오 사이타마에서 살고 있지만, 이번에 받은 의뢰라는 것이, 까놓고 말하자면, 당신.......닌자 슬레이어를 파악하는 것임다."

 

 

"파악?" "닌자 슬레이어는 약 10년 전에......요컨대, 달이 깨져서 자기폭풍도 국가도 사라지게 되기 전 말임다......네오 사이타마에 있었던 닌자임다. 당신은 아니죠?"

"난 아냐." 닌자 슬레이어는 시트에 기대었다. 그게 어쨌냐는 듯이. "까-악." 까마귀가 울었다.

 

 

"나하곤 상관없다, 는 느낌이심다." "상관없어." 퉁, 균열에 부딪쳐 차체가 약간 튀어올랐다. 시키베는 이어서 말했다.

"이전의 닌자 슬레이어......저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의뢰자는 그 닌자를 알고 있었슴다. 닌자 슬레이어라는 자를."

"전에 살았던 녀석따위....." "까-악." 까마귀가 그를 나무라듯이 한번 울고선, 닌자 슬레이어를 빤히 보았다.

 

 

닌자 슬레이어는 까마귀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래서." "제가 알기로는, 닌자 슬레이어라고 하는 것은 과거 천년 이상에 걸쳐서 세계 각지에서 나타났었다는 모양임다. 그들이 일으킨 재앙에 대한 기록이 몇가지......있다고 하고 싶슴다만, 뭐, 구체적인 증거는 없슴다." "......"

 

 

 

"그 중에는, 어떤 한 도시의 살아있는 것들을 전부 죽이고 멸망시켜 버린 경우도 있었다고!"

끼리리리릭! 차가 돌연 나타난 바이오 캥거루를 간발의 차로 피해서 돌아갔다.

"만약 지금의 네오 사이타마에서 그런 존재가 나타났다면, 위험하다는 것은 자명하니까 대처해야만 한다는 소리임다, 안그래도 흉흉한 세상이니까요."

 

 

주변의 공기가 일그리저며 웅웅 울렸다. 닌자 슬레이어의 살기다. "날 방해하려 온 거라면........" "그러니까, 여기까지 밝힌다는 건, 그럴 생각은 없다는 소리임다."

시키베가 얼굴을 찡그렸다. "까-악." 까마귀가 울었다. 시키베는 까마귀를 돌아봤다. '정말 괜찮슴까?'라고 묻는 것처럼.

까마귀는 차내에 탑재된 UNIX의 문자입력 패드를 부리로 쪼아 조작했다. 액정패널에 '보류'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시키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보류'임다." "감시라도 할 셈이냐? 너한테 그럴 권한 같은게 있다고 생각해?" 닌자 슬레이어는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슴까. 일단 무차별 살육같은 걸 벌이는 타입이 아니라는 건 어떻게든 알았다, 그걸로 층분함다. 그걸 확인한 이상 우리들.....적어도 전 더 깊이 파고들 생각은 없슴다. 멈출 권리도 없죠. 지금은 말법의 세상이고."

 

 

"실제로 얼마나 말법적인지 확인해보고 싶어?" 닌자 슬레이어의 눈이 검붉게 타올랐다. 타탓, 하고 대쉬보드 위에 서있던 까마귀가 자세를 바꿨다.

안력, 선 위치, 행동의 조짐. 무언가의 압력과 긴장이 있었다. 마치 총잡이들의 승부처럼. "그야 전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살해당하고 말겠죠, 뭐."

 

 

"......칫" 눈동자의 불이 사그라들었다. 무익한 행동임을 깨달은 것이다. "하아. 다행이다." 핸들을 조작하면서 시키베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마음대로 하시면 됨다. 전 경찰도 아니고, 애초에 경찰이란것도 옛 말이고." "......" 닌자 슬레이어는 헛방을 넣은 듯한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쨌든, 이번에 부탁하신 추적에 관해선 믿어주셔도 괜찮슴다." 시키베가 말했다. "조금 흥미도 있으니까요. 우키요들의 공동체라니." 

"까-악." 까마귀가 동의하듯이 울었다. "그 까마귀는 뭐냐." 닌자 슬레이어가 물었다. "왜 서던 클라우드를 추적할 수 있는거지. 아니, 애초에......뭐야, 이 녀석?"

 

 

"탐정임다." 시키베가 답했다. "타카기 간도. 저희 사무소의 소장이심다." "까-악."

 

 

"이전에 소장은 서던 클라우드와 교전하게 됐었죠." 시키베는 상처난 부위를 스스로 처치하는 까마귀를 보며 이어서 말했다.

"꽤 격렬하게 부딪쳤으니까, 녀석의 소울을 뒤쫓을 수 있게 된 검다. 혹시 고기도 좀 얻으셨나요, 소장?" 까마귀는 무시하고 방향을 돌려 앞을 봤다.

시키베는 닌자 슬레이어가 있는 쪽을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게 된 검다." "그래, 알았다."

 

 

시키베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이해하신 검까?" "필요한 건 이해겠어." 닌자 슬레이어는 건성으로 그녀에게 수긍했다.

"왜냐니, 어째서냐니, 그런걸 일일히 따져서 뭐가 된다고......" 그리고 그는 눈을 감았다.

 

 

◆◆◆◆◆◆◆◆◆◆

 

 

달빛이 비추는 각도. 어둠 속. 코토부키가 절전 상태에서 복귀한 것은 다가오는 발소리에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예뻐라." 높은 위치에 있는 창문 넘어, 부서진 달을 올려다보며 코토보키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밤하늘이 맑게 개어있어요."

"......코토부키=상." 철창 너머로, 여성의 실루엣이 몸을 내밀었다. "나야. 링고아메."

 

 

"링고아메=상?" 코토부키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어째서 여기에? 어떻게 들어오신 거에요?" "쉬-잇." 링고아메가 손가락을 세웠다.

"몰래 들어왔어, 잘된 것 같아."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쉽게 들어올 수 있었어, 모두들 어쩐지 들떠 있었거든." "무엇 때문에 오신 거죠, 여기 계시면 위험해요."

 

 

링고아메는 복도를 신경쓰면서 "괜찮아." 라고 답했다. 그녀를 비밀번호식 자물쇠의 여섯 자리 숫자의 번호를 맞추기 시작했다.

"여기서 꺼내줄게." "그런 일을 하면 당신도 위험합니다. 좋지 않아요!" "괜찮아."

링고아메가 말했다. "당신은 여기를 찾아왔고, 이젠 나가려고 해. 그것 뿐인데 유폐하거나 처분하려고 한다는 건 이상한 거야."

 

 

"저는 괜찮습니다." 라고 코토부키가 답했다. "좀 진정되고 나면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 이 곳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겠다는 생각같은 건 없습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분들에게도 여러 사정이 있다는 걸 전 이해해요. 그러니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면 전해질......."

찰칵. "열렸다!" "어머나!"

 

 

"나가자." 링고아메는 코토부키의 손을 잡고 꽉 잡아당겼다. 코토부키는 약간 비틀거리면서 감옥에서 나왔다.

"괜찮으신 건가요?" "괜찮아. 나는 우키요폴리스에 사는 사람들에게 구해졌어.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널 도와주고 싶어."

링고아메가 말했다. "이런 일은......잘못되었다고 생각하니까."

 

 

그 때 라이트가 그녀들을 비추었다. 링고아메는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앞을 가리며, 빛이 비치는 쪽을 보았다.

"......큐나카" "링고아메." 큐나카가 복도 위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뒤쫓아왔어. 뭔가 상태가 이상해 보였으니까.......그런데........뭘 하고 있는거야!"

 

 

링고아메는 잠시 주춤했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다. "놓아주려고 했어." "그런..." 큐나카는 뉴런에 온 타격에 머리를 짓누르며 한걸음 물러섰다.

"어째서, 왜, 링고아메, 그러지 마." 링고아메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난데!" 큐나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코토부키를 가리키며 "이 녀석이 꼬드긴 거야?!"

 

 

"그만해!" 링고아메가 외쳤다. "이상하다고 생각 안해?" "안 돼요......." 코토부키는 당황했다.

큐나카는 터벅터벅 다가와 링고아메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링고아메는 저항했다. "싫어!" "링고아메! 눈을 떠!"

"이 아이를 죽이려는 거야? 단지 우키요폴리스에 왔다는 이유로?" "그게 여왕이 내린 결정이야. 우릴 위해 결단한 거라고!"

 

 

"여왕은 내가 아니야.......당신도 아냐!" 링고아메는 큐나카를 되밀쳤다. 전투훈련을 어느정도 받고 있는 큐나카였으나, 허를 찔렀다.

"코토부키=상! 어서 가!" "하지만......" "어서!" "놔! 링고아메!"

 

 

"우키요폴리스는 내가 있을 곳이야, 분명히 느껴져. 날 받아들여 주는 곳이라고!" 링고아메는 외쳤다.

"하지만, 코토부키=상에게는 그렇지 않은 거라면, 떠나가! 자기만의 멋진 무언가를 찾으러 가!" "......!" 코토부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나갔다.

 

 

KABOOM......!

 

 

별이 비추는 밤하늘 아래로 나온 코토부키가 가장 먼저 목격한 것은 콜로세움 벽에 로켓탄이 명중해 콘크리트를 분쇄하는 순간이었다.

대-앵! 대-앵! 대-앵! 습격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미 화이트라이더들은 습격이 벌어진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었다. 대문의 벽 위를 사수들이 달려갔다.

 

 

"거기 서!" 이윽고, 달려가던 코토부키에게 뒤쫓아온 큐나카가 태클을 걸었다. "아윽-!" 코토부키는 고꾸라져서 땅 위를 굴렀다.

"같잖은, 짓거릴, 너 이......이........?......뭐야.......이거?" 큐나카는 그대로 코토부키를 억누르려고 했지만, 이미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습격종이 울려 퍼졌다.

 

 

휴우우우웅......로켓탄이 소리를 내며 벽을 넘어 날아와, 그녀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지점의 텐트를 폭파시켰다.

KABOOOOOM! "" 아윽-! "" 큐나카와, 일어나려던 도중의 코토부키는 다시 함께 땅 위에 넘어졌다.

함성이 들려왔다. 우키요들. 벽 밖에서는, 인간. 사냥꾼들.

 

 

 

 

"......." 콜로세움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지점에서, 사이버 말을 탄 용병들에게 진형을 짜도록 지시하며 팔짱을 낀 채로 전황을 지켜보고 있는 자.

그는 우키요 사냥꾼 닌자.......서던 클라우드다. 그의 눈꺼풀이 전투와 사냥을 앞에 둔 고양감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8(終)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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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우우웅......로켓탄이 소리를 내며 벽을 넘어 날아와, 그녀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지점의 텐트를 폭파시켰다. KABOOOOOM! "" 아윽-! "" 큐나카와, 일어나려던 도중의 코토부키는 다시 함께 땅 위에 넘어졌다. 함성이 들려왔다. 우키요들. 벽 밖에서는, 인간. 사냥꾼들.

 

"......." 콜로세움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지점에서, 사이버 말을 탄 용병들에게 진형을 짜도록 지시하며 팔짱을 낀 채로 전황을 지켜보고 있는 자. 그는 우키요 사냥꾼 닌자.......서던 클라우드이다. 그의 눈꺼풀이 전투와 사냥을 앞에 둔 고양감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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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드 굿즈】#8

 

 

"차탄 장전!" 용병부대를 올려다보며, 지시를 내린다. "하이 요로콘데-!" 무자비한 용병부대는 일제히 소리치며 유탄 장전을 개시했다.

우우우웅......무거운 소리를 내며 콜로세움의 대문이 열리고, 눈부시게 흰 장속을 입은 우키요 전사들이 사이버 말을 타고 출진한다. 

"왔구나, 천한 것들." 서던 클라우드는 중얼거렸다.

 

 

진을 친 지점은 콜로세움에서 약간 낮은 위치에 있다. 지리는 별로 좋지 않았다.

서던클라우드는 기마부대에 지시를 내렸다. "「알파」는 정면에서 요격! 「브라보」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라. 놈들의 부드럽고 허술한 옆구리를 꿰뚫어 주는 거다. " 

"하이 요로콘데-!" 요란한 발굽 소리와 함께 두 부대가 출격! 

 

 

이 무자비한 용병부대의 이름은 '아케치모노', 역사상의 악명높은 잔학 집단에서 이름을 딴 무법자 집단으로, 폭력과 돈을 따른다.

이번 습격은 차량부대를 동반하지 않고 기마부대와 보병부대로 이루어진다. 우키요폴리스는 주고쿠 지방의 비경에 위치해, 다각전차라도 타고 오는게 아니면 강과 정글을 넘어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던 클라우드는 스코프 고글을 통해 멀리 떨어진 대문 앞의 전황을 보았다. 알파가 화이트라이더들과 충돌하고 있었다.

함성은 여기까지도 전해진다. 세찬 모래먼지, 칼부림. 우키요 전사들은 전자 나기나타나 카타나 등을 휘둘러 아케치모노들을 참살했다.

사지가, 목이 허공에 흩날린다. 가공할 전사들이다."「찰리」!" 증원지시!

 

 

괴멸상태에 빠지기 직전의 알파의 후방에서 「찰리」부대가 몰려와 전투의 흐름을 되돌렸다. 희고 아름다운 전사들은 총화기에 의해 쓰러져 땅 위를 구르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크게 돌아서 온 브라보 부대가 도착했다. KABOOM! KABOOM! 로켓탄이 다시 콜로세움에 쏟아진다. 이제 우키요폴리스 전체가 유린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휘이잉! 콜로세움의 벽쪽에서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것을 서던클라우드는 눈앞에서 붙잡고 말렸다. 화살이었다. 이 무슨 비거리인가. 

"아밧-!" "아밧!" 로켓탄을 장전하려던 용병들이 차례차례 머리를 꿰뚫려 쓰러져갔다. 스코프로 확대해서 보니, 벽 위에서 우키요 궁병이 거대한 활에 화살을 걸고 있었다.

 

 

기병들과 마찬가지로 눈부시게 흰 궁병들. 서던 클라우드는 그녀들 중 한 명의 뺨에 새겨진 '??'의 문자를 확인했다.

"'진실'이라고? 같잖은........" 휘이잉! 다시 날아온 화살을 망토로 튕겨냈다. 하지만 다른 표적에 날아온 화살들을 막을 방도는 없었다.

그 중 하나가 로켓포에 꽂혔다. 화살촉엔 무언가의 기폭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KABOOOM! "끄악-!" "아밧-!" "으윽-!"

 

 

화이트라이더와의 백병전도 서던 클라우드에게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한 흐름으로 바뀌기 시작했었다.

후미측의 화이트라이더 몇할은 자신의 등 뒤에 또 한명의 우키요를 태우고 있었다. 그 자들은 양손에 단도 대거를 역수로 잡고서 용병들 사이를 원숭이처럼 뛰어 건너다니면서 그들의 목덜미를 잇달아 베어 갔다. 피물보라가 모래먼지와 섞였다.

 

 

"죽여라-!" 죽여랏-!" 함성, 광기어린 외침, 총성, 비명. 이윽고 난전을 헤쳐나와 콜로세움 대문 앞에 다다르는 용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벽에 사다리를 세워 오르기 시작했다. 궁병들은 위에서 활을 쏘아 용병을 떨어트려간다.

그러나 아케치모노들은 인간 아닌 자들에게 서던 클라우드와 다를바 없는 증오와 집착을 가지고 있는 듯 하여, 사기가 떨어지는 일 없이 차례차례로 벽 위를 타고 올랐다. 오오, 옛 에도 전쟁의 광경도 과연 이러했을까?

 

 

KABOOM! 벽의 일부가 부서지고 구멍이 뚫렸다. 남는 로켓포에 대물 로켓탄을 장전하고 사출한 것이다. 

화이트라이더와 백병전을 벌이던 용병들은 여러갈래로 갈라지면서 콜로세움으로 향해갔다. 구멍 속에선 방패와 창을 든 보병 우키요들이 나타났다.

"개미같은 것들." 서던 클라우드는 눈썹을 찡그렸다.

 

 

...자기폭풍 소실 후의 동란기는 교토 공화국의 방위군으로써 근무하고 있던 서던 클라우드에게 바라지 않은 운명을 강요했다.

지금의 그는 음습한 현상금 사냥꾼에 불과했고, 신체의 6할은 사이버네틱스로 교체되어 있었다. 그는 자기폭풍이 사라진 후 찾아온 모든 변화를 증오했다.

우키요는 그야말로 그 변화의 상징. 존재해서는 안 될 것들. 두렵기 짝이 없는 신인류였다.

 

 

"사이 가이 유닛은 아직인가?" 그는 세명이서 설치 작업을 행하고 있는 용병들을 노려보았다.

유닛이 가동될 때까지 우키요폴리스의 척후에게 눈치채이지 않았다면, 이 이쿠사 워는 좀 더 순탄하게 진행됬을 것이다

하지만 이쿠사라는 것은 정해진 형태가 없는 것이니......"키엣-!" 그 때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들려오는 함성! 가깝다!

 

 

이내 함성의 주인들이 본진으로 몰려왔다. 화이트라이더 별동부대다. "" 키에엣-! """ "끄악-!"

기마 전사들은 당황하는 용병들을 습격해, 한명 한명씩 베어넘기며 죽여간다. 

서던 클라우드는 망토를 펼쳐 휘날렸다. 에너지의 파장이 몰아치며 우키요들을 말째로 절단했다.

 

 

우우우웅.......우우웅.......우우웅.......완부 사이버네틱스 유닛이 신음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서던 클라우드는 도약하여 마상의 우키요를 때려죽이고, 말을 박차며 재차 뛰어올라, 또 한 명의 우키요의 목을 차날려서 살해했다.

공중 회전, 망토가 다시 에너지 파장을 내뿜어, 세 명, 네 명째까지. 서던 클라우드는 고양감에 절규한다.

 

 

숙련된 닌자를 닌자가 아닌 자들이 수적인 우위로 무너뜨리기는 매우 어렵다. 설령 그것이 우키요라고 해도 말이다.

"유닛, 아직인가!" "아밧" 마지막 설치병이 뒤로 고꾸라지며 절명했다. 서던 클라우드는 시체를 발로 차 굴리고, 스스로 직접 설치의 최종단계를 수행했다.

「시스템 부팅 가능, 녹색인.」 전자음이 답했다. 서던 클라우드는 주저없이 레버를 당겼다.

 

 

ZZOOM......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사이 가이 유닛에서 방사형태로 발사되었다. "삐가각-!" 곧바로 급습부대의 생존 우키요들이 경련하더니, 낙마했다.

시가지에서 이것을 사용하면 인프라에 엄청난 손실을 주고 말아 기업들에게 현상금이 걸리고 만다. 여기라면 제약 따윈 없다. 완벽한 전자병기다.

 

 

유해 전자충격파는 콜로세움에까지 닿았다. 아직 남아있던 궁병들이 발버둥치다가 벽에서 떨어져가는 모습을 서던 클라우드는 만족스러워 하며 지켜보았다.

특히 그의 신경을 건드렸던 '진실' 우키요도 쇼크 상태에서 무너져내리며 지면 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하하하하!" 그는 웃으면서 낙마한 우키요들을 차례차례로 카이샤쿠해 갔다. 전황이 다시 아케치모노 측으로 기울었다.

"때가 되었군." 서던 클라우드는 정지상태에서 복귀한 직후의 사이버 말 위에 올라타, 콜로세움 안으로 향했다.

 

 

말 위에서 그는 양 손에 권총 2정을 들고 ZBR껌을 씹으며 눈에 띈 우키요병을 리드미컬하게 쏴죽여 갔다. 전자파의 효과는 몇 초에 불과하나, 충분했다.

용병들 중에도 전파의 영향으로 날뛰는 말을 억누르지 못하고 낙마한 자들이 있었지만, 우키요에게 준 교란효과는 그 정도 해프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자파가 잘 먹히지 않는 자, 빠르게도 복귀하려는 자도 있다. 문제없이 죽여간다. 서던 클라우드의 사이바네틱스에 영향은 없다. 망토에 의해 지켜진 것이다. 

 

 

그의 머리 위를 한 마리의 까마귀가 앞질러 갔다. 까마귀......세발 달린 까마귀는 눈 밑의 서던 클라우드를 슬쩍 본 뒤, 날갯짓하며 콜로세움 상공에 도달했다.

용병부대는 이미 상당수가 침입해 있었다. 우키요는 항전을 멈추지 않지만 주력부대는 밖이다. 살육이 시작되려고 한다.

"까-악!" 까마귀는 하늘을 선회한다.밝은 오렌지빛 머리 우키요가 눈에 띄었다. 머리를 누르며 휘청거리고 있었다.

 

 

"하이얏-!" 코토부키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자세를 바로잡고, 돌려차기를 구사하여 낙마한 용병에게 가차없는 타격을 입혀 넘어뜨렸다.

"우오오옷-!" 다른 방향에서 또다른 용병! "위험해!" 큐나카가 말의 다리를 베어 넘어지게 했다. 

BLAM! BLAM! 총소리가 들린다. 큐나카는 용병에게 달려들어 목을 찔러 살해한다."젠장......뭐야, 방금 건!?"

 

 

텐트 몇 개가 불을 뿜으며 타올랐다. 낄낄 웃으면서 말을 몰던 용병의 머리를 숏건의 산탄이 산산조작냈다. 카부시는 재장전하고, 다른 용병을 또 쏘아 죽였다. "여왕! 무사하셨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여왕은 몇 명의 근위병과 함께 아고라로 후퇴하여, 그녀 자신도 그 뛰어난 신체를 이용해 차례차례 적을 베어 죽여갔다.

 

 

여왕은 배후의 츠라나이테타오스를 흘낏 봤다."달의 신......그리고 위대한 마인드이시여" 

그녀는 중얼거리고, 자신 앞에 뛰쳐나온 용병을 두동강냈다. "정녕 이 땅을 버려야 한단 말입니까.....!" 

BLAM! 근위 우키요가 여왕을 감싸다가 용병의 흉탄에 쓰러진다. 여왕은 용병들의 목을 쳤다. "그렇다 해도......우리들은......!"

 

 

"하이얏-!" "끄악-!" 코토부키는 용병을 무찌르고 큐나카의 손을 잡아  세웠다. 

"어째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이게 바로 인간이 하는 짓이야!  제기랄!" 큐나카는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어디까지 쫓아와서는......! 어디 있어, 링고아메! 어디야!" 코토부키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고, 말없이 그녀를 뒤쫓아갔다.

 

 

두 우키요는 전쟁터가 된 콜로세움의 불타오르는 텐트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링고아메를 찾아다녔다. 

"아이에에에!" 비명이 두 사람을 부른다. 거기에는 넘어뜨려진 링고아메와 그녀의 위에 탄 용병들의 모습이 있었다. 

용병은....... "아밧-!" 큐나카는 고양이과 육식동물을 방불케 하는 기세로 뛰어들어, 주저없이 적의 연수에 칼을 박아 살해다.

 

 

"큐나카" "링고아메, 이젠 괜찮아." 큐나카가 링고아메의 손을 잡으려고 한다. BLAM. 

BLAM. BLAM. BLAM. BLAM. BLAM. 총알이 그녀의 어깨를, 측두부를 꿰뚫었다. 코토부키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려고 했다.

서던클라우드는 주저 없이 타고 있던 말을 부딪쳐서 그녀를 쳐날려 버렸다.

 

 

우키요 사냥꾼 닌자는 총신을 회전시켜 재장전하면서 아고라에 도달, 그 곳에서 우키요의 여왕을 찾아냈다.

부르르르. 낮게 우는 사이버 말의 등 위에서 그는 여왕을 마주봤다. "도-모. 서던 클라우드입니다." "센다이유메코입니다." 여왕은 카타나를 치켜세웠다.

"다가오지 마라." 카부시가 서던 클라우드에게 총을 겨눴다.

 

 

"......? 네놈, 인간이냐?" 서던클라우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노예로 전락한 건가, 꼴사납군. 어디로든 꺼져라." 

BLAM! 대답 대신 카부시는 샷건을 발사해 말을 죽였다. 사냥꾼은 훌쩍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과연 그렇군, 아주 뒤틀린 우키요 애호가라 이거지." 재장전할 틈을 주지 않고, 그는 카부시의 목을 붙잡았다.

 

 

"여왕...도망치" 우득. 서던 클라우드는 카부시의 목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여왕에게 손짓했다. 

여왕은 카타나를 향했다. 이도류이다. 인간의 미를 벗어난 아름다운 체구와 공예품 같은 카타나. 카부시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 자태를 눈에 새기고, 절명했다.

 

 

"" 이얏-! "" 여왕과 사냥꾼은 맞붙었다. 첫 합. 두 합. 세 합. 네 합. 

닌자의 가라테는 무자비한 것이다. "이얏-!" 발차기 킥이 여왕의 왼쪽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얏-!" 춉이 오른팔을 절단했다.

여왕은 무릎을 꿇고 남은 한쪽 카타나로 응전한다. 서던클라우드의 완부 사이버네틱스가 윙윙대며 증기를 내뿜었다. "하이얏-!" 그 등에 날아차기를 날리며 덮쳐온 것은......코토부키였다.

 

 

"이얏-!" 서던클라우드는 망토를 휘날리며 뒤돌아보면서 이를 요격했다. "아윽-!" 코토부키는 튕겨져 나가고, 부서진 돌계단에 쓰러졌다.

코토부키는 힘주어 다시 일어나 서던클라우드를 노려보았다. 만신창이였다. 닌자는 움직일 수 없는 여왕을 내버려두고 코토부키에게 다가갔다.

 

"어째서 당신은, 여기까지 하는 겁니까" 코토부키가 물었다. 누르고 있는 왼팔이 파직파직 소리를 내며 방전되고 있다.

"분명 이 곳 사람들은 인간과 적대하고 있어요, 하지만......전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그래도......"

 

 

"알 필요가 없다" 닌자는 말했다. "나는 너희들을 멸종시키고 싶을 뿐이야." "어째서...!" "부자연스러우니까 그렇다!"

서던 클라우드는 춉 찌르기의 예비동작을 취한다."인간 흉내를 내봐라. 울부짖..."

 

 

"Wasshoi!"

 

 

또다시 난입자! 서던 클라우드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앰부쉬에 대비했다. 검붉은 실루엣이 공중에 불꽃의 궤적을 그렸다.

타오르는 텐트의 불길보다도 더 새까맣고, 헤아릴 수 없을만큼 무거운 빛의 불꽃이였다.

 

 

서던 클라우드는 공중에서 덮쳐온 검붉은 그림자의 카라테를 받아냈다. 닌자 아드레날린이 뉴런을 뒤흔들고, 충돌 직전 2초간의 시각 및 청각의 정보가 역류했다.

아고라에 돌입해 온 것은 용병들이 탔던 사이버 말이었지만, 탑승자가 달랐다. 더스터 코트를 입은 묘한 여자. 그리고 검붉은 습격자는 말의 등 위에서 뛰어오른 것이다!

 

 

검붉은 닌자는 그 자리에서 도약해 거리를 벌리고, 착지함과 동시에 아이사츠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도-모. 서던 클라우드입니다." 사냥꾼은 아이사츠에 화답했다. 닌자 슬레이어? 그 자가 왜 여기에? 멘포에 새겨진 「忍」「殺」의 문자는 실로 불길했다.

"네놈은.......대체 뭐냐.......?" "그 우키요를 죽이겐 안 둬." 닌자 슬레이어는 코토부키를 흘낏 봤다.

 

 

서던 클라우드는 손으로 턱을 받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지? 네가 소유주인가? 안됐지만 한 번 오염된 오이란드로이드는......."

"아무래도 좋아. 이녀석과는 단지 아는 사이야. 나는 경고하려고 왔다." 닌자 슬레이어는 코토부키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나와라, 코토부키. 여기는 이젠 끝났어." ".......!" 코토부키는 뭐라 형언키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심까." 거의 낙마할 뻔 하면서 지면에 내려온 시키베가, 코토부키에게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제시간에 맞춰서 다행......아니, 늦었다고 봐야함까." 그녀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경고......하려고 왔었는데 말이죠......."

 

 

코토부키는 고개를 젓고, 웃으며 대답하려고 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무릎부터 무너져, 오열하기 시작했다. 

 

"으우.....아아아........" 그것은 언어가 되지 못하는 비애의 외침이었다. "아아아.....아-앙! 아아-앙!" 코토부키는 계속 울었다, 소리를 높이며 한없이 울부짖었다. "아-앙! 아-앙! 우아아아-!" 

 

 

"우키요들이! 야메로! 그런 삼류 연극은!" 서던 클라우드가 혐오에 가득 찬 외침을 지르며, 두 사람을 향해 에너지 파장을 발했다. BOOM!

"이얏-!" 그 사선 앞에 닌자 슬레이어가 뛰어들어 방패가 되었다.

 

 

가라테 전도성 망토를 통해 가라테 입자를 발사하는 서던 클라우드의 히사츠 와자, 토아테(トアテ;遠て;장풍)짓수.

그 위력은 막강했고, 이 일격으로 닌자 슬레이어의 양팔 브레이서가 부숴졌으며, 열상까지 생겼다. 닌자 슬레이어는 서던 클라우드를 보았다. 그 눈동자에 검붉은 불이 켜졌다.

 

 

두 닌자는 서로를 가늠질하듯 어슬렁거리더니, 이내 서로 부딪쳤다. "이얏-!" "이얏-!"

"아아아-! 우아아아-!" 코토부키는 울부짖었다. 시키베는 긴박감과 당혹감을 넘나들며 코토부키의 등을 어루만졌다.

"까-악!" 선회하던 까마귀가 급강하여, 그 틈을 노리던 용병들의 안구를 도려냈다. "아밧-!"

 

 

"이얏-! 이얏-!" 서던 클라우드는 닌자 슬레이어에게 주저없는 살육의 카라테를 내질렀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도 마찬가지였다.

적에 대한 공감성의 결여는 그들에게 당연한 것이었고, 서로가 각자 다른 종류의 괴물이었다. 

누가 더 무자비한 마물인가를 경쟁이라도 하듯이 그들은 불길에 둘러싸인 아고라를 오가며 서로의 꼬리를 물고 돌았다.

 

 

"이얏-!" 서던 클라우드의 타격은 사이버네틱스의 보조를 받은 강력한 것이었으며, 

"치잇......." "이얏-!" 거리를 잡은 서던 클라우드는 망토를 휘날리며 에너지 공격을 구사했다. BOOM!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옆돌기로 회피! 거기에 지체없이 두번째 에너지 공격이! BOOM! "끄악-!"

 

 

서던 클라우드는 양팔의 사이버네틱스를 구동시키면서 다가간다. ".......!" 닌자 슬레이어는 엎드린 상태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돌 위를 피가 번지고, 기름에 닿은 듯이 타오르며, 그 검은 불길은 몸에 다시 빨려 들어간다. 서던클라우드는 멈춰 서서, 허리를 숙이고 다음 토아테 짓수를 준비했다.......

 

 

"" 이얏-! "" BOOM! 이아이도, 또는 총잡이들의 승부와도 같은 순간적인 결판이었다.

서던 클라우드는 에너지 공격을 발산했고, 닌자 슬레이어는.......옆으로 구르면서, 사위스러운 갈고리 로프를 내던졌다.

로프가 서던 클라우드의 발목을 휘감았고, 닌자 슬레이어의 몸이 튀어올랐다.

 

 

서던 클라우드는 휘청였다. 로프가 무언가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눈 깜짝할 새에 수축되고 있었다.

자신의 발목을 물고있는 이 갈고리가, 닌자 슬레이어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호를 그리며 난폭하게 이쪽으로 날아온다.

날아오면서 그는 주먹을 굳게 쥐고......강하게 내리쳤다. "이얏-!"

 

 

"끄악-!" 검게 타오르는 주먹은 순간적으로 올린 가드를 그 팔째로 뚫고, 서던 클라우드의 멘포를 박살냈다.

서던 클라우드는 돌 위에 내동댕이쳐져, 겨우 낙법을 취했다. 그러나 이미 닌자 슬레이어는 원 인치 거리까지 쫓아와 있었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DOOOOOM......... 이쿠사 배틀의 한 가운데, 가열찬 타격에 휘말려 무언가가 무너졌다.

그것은 하늘을 찌를듯한 오벨리스크.......츠라나이테타오스였다. 토대가 부숴진 것이다.

 

 

심하게 당한 서던 클라우드는 필사적으로 굴러서 거리를 두면서, 몸을 일으켰다.

가라테 전도 망토가 닌자 슬레이어의 치명적인 타격의 데미지를 간신히 분산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더 싸울 수 있다........

 

 

"하앗-......." 닌자 슬레이어는 서던 클라우드를 노려보며 다가갔다, 츠라나이테타오스에게.

서던 클라우드는 이를 막아야만 했다. 그러나 갈비뼈를 비롯한 몇 군데의 골절, 무거운 데미지가 토아테 짓수의 구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숙여, 츠라나이테타오스를 손에 쥐었다. ".......맛타(*1)!" 서던 클라우드는 손을 내뻗으며 간청했다.

"난 네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아니.......아니다, 속지 마라! 우키요들은 인간을 속인다........네놈도 그것에게 속아넘어간 거란 말이다!"

"으으으음......!" 닌자 슬레이어의 등에 밧줄같은 근육이 떠올랐다.

 

 

설령 닌자라도 혼자서 들어올리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질량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무거운 오벨리스크는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만둬....!" "닌자에게........." 뿌드득거리는 무언가 일그러지는 듯한 소리는 닌자 슬레이어에게서 나는 소리였다. 그 눈은 검붉게 타오르고, 장속은 불꽃처럼 일렁거렸다.  무언가가 그에게 힘을 부여하고 있었다......무시무시한 초자연적인 힘을! ".......죽음을!" 닌자 슬레이어는 츠라나이테타오스를 휘둘러, 그대로 힘껏 내던졌다. 거대한 질량이 서던 클라우드를 꿰뚫어, 파멸시켰다.

 

 

"사요나라!" 서던 클라우드는 폭발사산했다. 여왕은 카타나를 지팡이로 삼아 몸을 일으켰고, 시키베는 닌자 슬레이어를 바라봤다.

닌자 슬레이어는 투척의 반동으로 비틀거리다 땅에 손을 짚었다. "그렇다, 그렇도다! 이해했느냐! 닌자에게 죽음을!" 그는 외쳤다.

시키베는 의아해했고, 까마귀는 경계하듯이 울어댔다. "까-악!" "모든 닌자에게! 죽음을!"

 

 

시키베는 매그넘 권총에 손을 뻗었고, 까마귀는 그 자리에서 강하게 날갯짓을 했다. 코토부키는 오열하면서 닌자 슬레이어를 돌아보고, 공포를 느꼈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흘겨봤다. 그는 가슴을 억누르고 있었다. 다시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몸이 떨리고, 눈빛이 희미해지고, 그는 마침내 탈진하여 무릎을 꿇었다.

 

 

"스스로......'스스로의 닌자소울을 다스릴지어다'......임다." 총을 겨냥한 채로, 시키베는 말했다. "괜찮슴까?" "......." 닌자 슬레이어는 머리를 숙인 채 신음했다.

"고......'고삐를 쥐는건......자기 자신' " 시키베는 이어서 말했다. ".......제대로 전했어요. 의,의뢰주가 당신에게 보내는, 전언임다."

 

 

"까-악" 까마귀가 닌자 슬레이어를 보고 울었다, 그리고 "까-악" 이번엔 시키베를 보며 울었다. 시키베는 천천히 총을 내렸다.

코토부키는 다리를 절며 닌자 슬레이어의 곁으로 걸어갔다. 시키베는 제지하지 않았다. "닌자 슬레이어=상." 코토부키는 말했다. "폐를, 끼쳐 버렸네요."

 

 

시키베와 까마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봤다. 이윽고 살아남은 우키요들이 하나둘씩 아고라로 모여들었다.

모두들 말이 없었다. 걸어갈 기력을 잃은 여왕을 몇 명의 우키요가 부축했고, 또 여러 명의 우키요가 츠라나이테타오스를 애를 쓰며 다시 세로로 올려서워 깃발처럼 들었다. 어느새 나타난 링고아메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큐나카를 끌어안고 있었다.

 

 

아케치모노의 용병들은 작전 지휘자를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살아남은 자는 다섯 손가락에도 못 미칠 것이다.

"오오-.......오오-......." 불타는 텐트와 텐트 사이에서, 우키요들은 신비적인 행진곡을 읊조렸다. 

 

 

"큐나카=상" 코토부키가 링고아메를 보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슬픈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왕은 죽은 카부시의 곁에 웅크리고 앉아 기도를 올렸다. "잘 가요,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

 

 

"에-또, 그녀는 데리고 돌아가겠슴다만." 시키베가 여왕에게 말했다. 코토부키 이야기다.

여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신천지를 찾아 떠나게 되겠지요, 그러니 그녀를 더 이상 가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뭐랄까......." 시키베는 우키요들에게 시선을 주면서 눈을 깜빡였다. 다만 형언할 수 없는 연민이 거기엔 있었다. ".......아무것도 아님다."

 

 

"코토부키=상. 오탓샤데." 링고아메가 말했다. 그녀는 습격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우키요의 공동체와 운명을 함께 할 생각인 것이다.

큐나카, 신지츠를 비롯한 전사자들을 매장한 뒤에는, 더욱 험난한, 더욱 거친 자연 깊숙한 곳으로 그녀들은 사라져가는 것이리라.

".....오탓샤데" 코토부키는 대답했다.

 

 

이윽고 비구름이 깨진 달을 덮고, 텐트를 태우는 불길에 따뜻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우키요들의 행진곡은 서서히 멀아져 갔다. 여왕은 츠라나이데타오스의 룬 카타카나를 어루어 만지면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데미지드 굿즈】 끝

 

 

*1 맛타(った;マッタ) : 장기,바둑 등의 보드게임에서 일시적인 중지나 수의 무르기를 가리키는, 또는 그것을 청하는 말.

 

 

◇◇◇◇◇◇◇◇◇◇◇

 

NEXT EPISODE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대량파괴 살육 행위를 배후에서 유도하는 자의 정체는, 사츠바이에게서 부여받은 힘으로부터 비인도의 에너지 착취 수단을 고안해 낸 닌자 마술사, 에소테리시즘. 그의 발자취를 쫓아 다시 우키하시 포탈 전이를 행하는 닌자 슬레이어, 그 자신이 초자연적인 암흑의 군세에 포착되어 버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대들과 비슷한 부류지. 나그네라네......단 이번엔 체류기간이 좀 길어졌어. 돌아갈 수 없게 되었거든. 사랑하게 된 여자가, 조금 문제여서 말일세! 흉운이라는 거겠지." "사랑입니까!" "내 사적인 이야기는 일단 제쳐 두게. 원래 나는 시인이야. 그만 쓸데없는 한 두마디를 덧붙여 버리고 말지. 저작도 몇개 있다네."

어지러운 사차원 마술도시 디지 프라그. 그 미궁도시의 한복판에서 만난 것은 뜻밖의 협력자, '멋쟁이' 코르벳! 마술 닌자들 간의 항쟁과 사츠가이 접촉자의 음모를 둘러싼 싸움은, 이윽고 나라쿠 닌자를 노리는 전사들의 침공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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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4부 2021. 3. 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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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닌자 슬레이어 4부 S1 제6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우린 단지 구가하고 싶을 뿐이라네, 이 아득한 시간이 흐른 생기넘치는 시대를 말이야......""지.....진짜 해냈구나! 그 아저씨!"" '불보다도 빠르게 덮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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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NJSK'님 번역

 

 

"우린 단지 구가하고 싶을 뿐이라네, 이 아득한 시간이 흐른 생기넘치는 시대를 말이야......"

"지.....진짜 해냈구나! 그 아저씨!"
" '불보다도 빠르게 덮쳐라' ."

"멘포......를......써 봐라......"

"분명 방법은 있겠지." "면목이 없지만, 부탁합니다. 후지키도."

"흠......흠흠......그럼 시작해볼까"

"닌자 슬레이어......라 하는구나." "과-연."

◆◆◆◆◆◆◆◆◆◆

"8시 뉴스입니다. 오마카리사의 부지에서 시설 파괴행위가 확인되었습니다."

인트로 음악과 함께, 천장 근처에 설치된 액정 모니터가 뉴스 영상의 전달을 시작했다.

여행객 차림의 남자는 모자를 깊이 눌러쓴 채 화면의 원고를 읽어내는 오이란 캐스터에게 시선을 돌렸다.

"적대기업에 의한 협정위반행위라는 견해를....." "어라?" 남자는 영상을 두 번 봤다. "내 이야긴가? 곤란한걸. 하하하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주문하신 차푸치노(*1)입니다." 일본풍 메이드 차림을 제복으로 입은 점원이 차푸치노가 담긴 컵을 탁자에 놓았다.

"주문은 이상이십......" "저거 좀 보실래요? 사실 내가 한 짓이거든요." 남자는 모니터를 가리켰다. "곤란한걸~" "네?"

"그러니까. 오마카리사의 부지에서......큭큭큭.......시설 파괴행위.......하하하"

"괴, 굉장하시네요."일본풍 메이드 점원은 곤란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곤란하다구요. 총출동해서 뎜벼들기나 하고. 이쪽은 포탈 멀미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었는데." 설탕 용기를 둔 메이드 점원의 손목을 붙잡는다. "아이엣."

"음음........왜 긴장하고 있나요?" 손목을 잡은 채, 남자는 물었다. 점원은 이제 공포를 드러내며 몸을 떨면서 고개를 돌려 눈으로 점장을 찾았다.
남자는 일어섰다. "이래 보여도, 네오 사이타마에 들른 것 몇 번 안돼서 말이지. 올 때마다 거리의 풍경이 바뀌어 있어서, 정말 익사이팅해."

"아이에......아이에......." "이 향수가 요즘은 유행인가요?" 남자는 점원의 머리칼에 얼굴을 대고 향기를 맡았다.
"내 취향과는 좀 다르지만, 시험해 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제 여친, 기뻐해 줄까요?" "도와줘......누가 좀 도와줘요"
"점장을 부르고 싶나? 저기서 자고 있는 것 같은데." 종업원실 입구 근처에 시체가!

"아이에에에에!" "어떤가요. 끔찍한 기분일까나. 아무도 구해주려 오지 않아요. 좋지?"
나무삼.......그는 그저 장난삼아 깜짝 놀래키고 절망시키기 위해 이 살인행위를 벌인 것이다.
"도, 돈, 전부 가져가세요, 살려줘요" "설탕을 좀 차푸치노에 넣어줘. 양은 알아서 정하고." "살려......" "어서."

가게 안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점원은 설탕을 넣었다. 달그락달그락 컵이 울렸다. "천천히 저어 줘, 크림을 무너뜨리지 말고" "하이......"
"그리고, 내 입가로 가져가서 먹여줘. 웃는 얼굴로." 그는 휴대폰을 꺼내 셀카 준비를 했다. "공동 작업이야"

◆◆◆◆◆◆◆◆◆◆

가게의 노렌을 넘어 거리에 나오자마자, 남자는 화상 공유 서비스에 사진을 올렸다. '네오사이타마. 언제 와도 크레이지한 굿 시티! 점원씨의 서비스.'
감정을 억누른 미소를 띄운 점원이 그에게 차푸치노를 마시게 하는 사진에 이모티콘이 들어간 코멘트를 덧붙인다.

"아기야......자라렴" "그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와도루고우지 탐정사" "전기다!" "열장 천엔! 열장 천엔" "잘 구워지고 있습니다"
무수히 흘러가는 광고 음성과 포장마차 스피커의 호객 음성. 걸어가면서 그는 사색한다. 네오 사이타마라니 귀찮게 되었다.
이 도시의 혼잡함은 섀도우 트레이스 짓수에 방해가 되어버린다.

"맛있어요......아주!" 파스텔 칼라로 칠해진 오무라 사의 역관절 머신. 민간용 모터 가시라가 PR음성을 스피커에서 발하며 머리 위에 홀로그램 영상을 투영하면서 지나가고 있다. 진로에 누워있던 부랑자가 간발의 차로 짓밟혀 죽는 운명을 피했다.
남자는 그것을 보고 모터 가시라가 갑자기 발광해서 이 거리의 시민들을 모조리 몰살하는 영상을 떠올렸다.

"이건 좀 아니지~" 그는 그 상상을 중지했다. 자신의 감을 따라 뒷골목을 하나 골라, 거기에 쪼그리고 앉았다.
"닌자 슬레이어......닌자 슬레이어" 중얼대는 그의 다다미 두 장 앞의 지점에, 안으로 들어가는 닌자의 뒷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운 좋은데"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이름은 아모크웨이브. 그는, 운이 좋았다.

「닌자 슬레이어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6화

【스톰 인 어 다완】#1

◆◆◆◆◆◆◆◆◆◆

"피자는 언제 나와!" 스모토리처럼 우람한 체격의 거한이 탁상을 덜컹덜컹 흔들었다.

접객하는 오이란드로이드의 머리칼은 밝은 오렌지색이며, 그녀가 입은 T셔츠는 히라가나로 '코토부키'의 문자가 써져 있다.

"다 구우셨나요?" 코토부키는 계산대를 돌아봤다. "아-?" 타키는 포르노 잡지 신간을 거꾸로 들고 눈 가까이 들이대고 있었다.

"아가씨, 이쪽 피자도 아직 안 나왔는데!" 이번엔 창가에 앉은 다른 손님이 탁상을 흔들었다. 안쪽에서는 모히칸 머리의 손님 여러명이 다트 투척에 몰두하고 있다.

"굽고 계신가요?" 코토부키는 계산대를 돌아봤다. "아-" 타키는 포르노 잡지 신간의 각도를 도로 돌려놓고 얼굴을 떼면서 찌푸렸다.

"굽고 있지 않은 것 같네요." 코토부키는 답했다. "거기 냉장고 안에 냉동피자가 들어있으니, 오븐에 이렇게, 넣은 뒤 스위치를 누르면, 구워서 드실 수 있어요."

"알았어..." 거한은 귀찮은 듯이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창가의 손님도 어깨를 으쓱이며 그의 뒤에 섰다. 따르르르르삐로삐삐. 다트 기계가 당첨음을 냈다.

코토부키는 타키에게 다가가 말했다. "좀 더 손님들의 호스피탈리티를 고려하는 진심어린 접객을 하셔야 돼요. 도게자 접객이랍니다."

"됐어. 나도 진심어린 대접을 받지 못했는걸." "닌자 슬레이어=상에게 말이에요?" "사이버 물담배를 부탁했는데 말이지..." "어머나!"

코토부키는 잠깐 숙고한 뒤, 2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야! 뭘 갑자기 농땡이 치려는 거야. 어디 가는데!" "그럼 제가 사온 걸 대신 드릴게요!" "뭐라고?"

"테루아케 피자 있어?" 다른 손님이 타키에게 주문하려 했다. 타키는 오븐 앞에 서있는 줄을 가리켰다. "저기 뒤에 서!"

 

타키는 의자에 크게 기대며 다 읽은 신간을 계산대 위에 두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곧 돌아올 것이다.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네트워크를 더듬어 가며, 찾아낸 닌자를 죽이고 돌아온다. 골칫덩이에 정신이상자지만, 표적을 찾는 걸 도우면 그 이상 해를 끼치진 않는다. 잘 길들이면 파수견이 되어 줄 수도 있겠지.

출입구의 문이 열리며 풍경이 울렸다. "거 참 오늘은 손님도 많구만!" 타키는 혀를 차며 소리가 난 쪽을 봤다.

"뭐야. ㄴ......" 닌자 슬레이어가 아니었다. 새로 들어온 손님은 점내를 둘러본 뒤, 어깨를 늘어뜨리며 계산대를 향해 걸어왔다.

가게 안의 웃음소리나 노성, 웅성대던 소리가 전부 갑자기 끊어졌으나, 이내 재개되었다.

"하이, 어서오쇼." "이런 곳에 가게를 세운 거야?" 모자를 깊이 쓰고 있어 무슨 표정인지는 알아볼 수 없다.

"앙? 뭐야 넌 또." 타키가 얼굴을 찡그렸다. "이야기가 안 통하는 놈은 사절이라구." "그렇구나, 그럼 이야기를 좀 해보자."

그 사내는 모자를 살짝 기울이고는 타키와 눈을 맞췄다. "아니......우선 주문이 먼저지. 여기는 뭘 파는 곳이니?"

◆◆◆◆◆◆◆◆◆◆

"이얏-!" 닌자 슬레이어가 돌아보며 휘두른 주먹이 트랩마스터의 얼굴에 명중했다. "끄악-!" 트랩마스터의 앰부쉬는 실패했고, 그는 등 밑으로 떨어졌다.

그는 낙법을 취하며 뒷돌기를 행해, 이내 일어서면서 쿠나이를 던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이를 브레이서로 튕겨냈다.

"사츠가이라는 자를 알고 있나." 터벅터벅 걸어서 다가오며 닌자 슬레이어가 물었다. 트랩마스터는 뒷걸음질쳤다. "사츠가이라고......?"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 미간에서 땀 한줄기가 흘러 떨어진다. "사츠가이에게 무슨 용무가 있다는 거냐." "죽인다." "이얏-!" 쿠나이 재투척!

닌자 슬레이어는 바닥 바로 위까지 몸을 숙이고 급가속하며 접근해왔다. 트랩마스터는 거품을 물고 연속 뒷둘기를 행하여, 그대로 후방의 벽에 부딪쳤다.

쿠웅! 충돌음과 함께 트랩마스터가......모습을 감췄다. "뭐야......!?" 닌자 슬레이어는 달려가서 벽에 손을 대 보고, 반사적으로 벽을 두드렸다. 견고한 철벽이었다.

딸깍! 전방의 통로 깊은 곳에서 소리가 울렸다. 닌자 슬레이어의 닌자 제6감이 위기를 알린다.

"이얏-!" 재빨리 브릿지를 취한 그의 바로 위를 머신건의 총화가 지나간다. BRATATATATATA!

"제길......!" 그는 배를 깔고 엎드려 재빨리 포복전진했다.

 

BRATATA...TATA...KBAM! 수리켄을 투척해 막다른 곳에 설치된 기관총을 침묵시킨 뒤, 그는 조심조심 몸울 일으켰다.

시선이 느껴진다. 놈이 있는 것이다. 아주 가까이에. 경계를 유지하면서 통로를 나아간다. 이윽고 새까만 장지문이 눈 앞에 나타났다.

뇌내지도를 다시 살펴보건대, 이 방 이외에 답파하지 않은 방은 없다. 주저없이 열어젖힌다. 타-앙!

"이게 무슨.......막다른 길이라고.....?" 닌자 슬레이어가 발을 들인 곳은, 다다미가 깔린 사각진 작은 방이였다.

이는 축의-깔기라고 불리우는 패턴으로, 열두 장의 다다미로 구성되어 있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으며, 각각의 벽에 코끼리, 오뚜기, 문어, 보물선의 훌륭한 수묵화가 그려져 있었다.

더 이상 열고 앞으로 나아갈 장지문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트랩마스터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헛수고다, 트랩마스터=상....!"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닌자 슬레이어는 오른손에 수리켄을 쥐고서

발소리 하나 내지 않는 정밀한 걸음걸이로 방의 중심부로 나아갔다.

이마의 땀을 오른손의 수갑으로 닦으며, 닌자 슬레이어는 마침내 방 중심부에 도달했다. 그리고...
...갑자기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머리 위로 내던졌다! "이얏-!" KRAAASH! 그의 손을 벗어나 날아간 것은, 검게 타오르는 갈고리 로프다!

강철의 갈고리가 천장을 찢었다. 그는 힘껏 로프를 아래로 당겼다! "이얏-!" KRAAASH! "끄악-!"

천장재가 찢어지면서 벗겨져 나가, 그 위에서 부상을 입은 닌자가 떨어져 내렸다. 닌자 슬레이어는 도망치려고 하는 트랩마스터를 발로 내리찍었다.

"이얏-!" "끄악-!" 그리고 그대로 짓밟았다. "이얏-!" "끄악-!" "헛수고라고 했잖아......나는 네놈들의 존재가 느껴진다!"

(((어리석은 것......가라테가 미치지 못함을 짓수에 의지해, 하찮은 농간을 부린 우행을 한껏 후회하게 해 줘라! 마스라다!))) 뉴런 밑바닥에서 나라쿠가 비웃었다.

"이얏-!" 끄악-!" "사츠가이에 대해서......선즈 오브 케이어스에 대해서 뭘 알고 있나......말해라, 트랩마스터=상!"

◆◆◆◆◆◆◆◆◆◆

그녀는 개장하던 도중에 방치된 상가건물의 철골에 기대어 맞은편의 폐목욕탕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무런 특이사항도 없는 폐허, 적어도 지상부분은 그렇다. 하지만 그녀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녀는 누구일까? 더스터 코트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있다. 코트의 어깨는 패딩으로 보강되어 있고 어쩐지 흠집투성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코트 자락을 펄럭이게 한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겉보기엔 대강 20대쯤의 여성. 하지만 기묘한 아트모스피아가 있었다. 알아보는 자는 알 수 있는 기묘함이.

거의 때를 같이하여, 목욕탕의 노렌을 지나며 나타난 자가 있었다. 그녀의 추적 대상이다. 드디어, 찾았다.

사립탐정 시키베 타카코는 폐목욕탕의 지하 미궁에 잠복하는 트랩마스터를 방금 막 처리하고 귀환한 닌자 슬레이어를 내려다보았다.

세발 달린 까마귀가 그녀를 북돋는 듯이 까악, 까악하고 울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 : 요그야카르타에서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닌자를 추적해 죽인 닌자 슬레이어의 존재를 섀도우 트레이스 짓수의 힘으로 거꾸로 추적해 낸 위험한 존재가 있었으니, 그 자의 이름은 아모크웨이브였다. 그 후, 닌자 슬레이어는 또 다른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닌자인 트랩마스터를 축의-깔기 방까지 몰아넣어, 그대로 끝장을 냈다. 같은 시각, 피자 타키엔 기묘한 방문객이 나타났는데......)

【스톰 인 어 다완】#2

"주문 할 거야? 안할 거야?" 타키는 상품칸의 케모 콜라를 꺼내 뚜껑을 땄다. 자기가 마시려는 것이다.

방문자는 큭큭대며 웃었다. "딱히, 난 안 시켜도 되는데." "앙? 뭔 헛소리야. 미안하지만 병원은 아래 블록이거든. 착각하지 말라고. 보이냐? 꿀꺽꿀꺽, 저기 안 보여?" 타키는 콜라를 마시면서 가게 밖을 가리켰다.

"......거기 줄 선 사람들은......뭐니?" 사내는 타키의 손을 잡고, 살짝 굽혀서 오븐 앞에 줄을 선 손님들을 가리켰다.

"귀찮은 멍청이가 왔군." 타키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덧붙여서 말했다. "아, 미안해. 마음 속 소리하고 접객용 토크가 반대로 나왔네.

"음후후후후! 재밌는걸." "하하하하하." 뿌득. 하는 소리가 나며, 타키의 손목이 이상한 각도로 꺾였다.

이 사내가, 꺾은 것이다. "내가 묻고 싶은건 말이지......" 남자는 억지로 손가락을 움직여, 다시 오븐 앞에 선 줄을 가리켰다.

"아이에에에에에!" "내가 묻고 싶은건, 저기 있는 사람들은 왜 줄을 서고 있냐는 거야." "아이에에에에에에!" "시끄럽네, 후후후후"

"아이에에에에에!" 타키는 절규하며 고개를 저었다. 사내는 손을 놓지 않는다.

"타키가 또 저질렀군." "거 참." "하여튼 녀석…" 손님들은 제각기 소곤거리며 쓴웃음 지었다.

"아이에에에에에! 무슨......짓이야......부러지......부러져부러져부러져!" "그러니까, 저기 저 줄, 뭐야?" "아이에에에에!"

"말이 안 통하네......" 사내는 혀를 차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저기 있는!" "아밧-!" "줄은!" "아밧-!" "뭐냐!" "아밧-!"

남자는 타키의 손을 붙잡은 채 리듬을 맞추듯이 수리켄을 투척해 오븐 앞에 서 있던 세 사람의 관자놀이에 명중시켜 살해했다.

"......고 묻는 건데......아아~그것 봐. 전부 죽어버려서 이젠 알 수도 없잖니." "아이에에에!"

타타탁,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손님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내를 향해 총을 겨누는 2명. "아밧-!" "아밧-!" 미간을 꿰뚫려 죽었다.

그리고 출구로 뛰쳐나오려고 하는 1명. "아밧-!" 후두부를 꿰뚫려 고꾸라지며 죽었다. 이 와자마에, 이미 닌자임이 명백했다.

"이...이 새끼" 진땀을 흘리면서 타키가 사내를 노려봤다. "닌자......" "이얏-!" "아밧-!" 타키의 신체가 방글 돌면서 허공에 떠올라, 그대로 계산대 위에 내리쳐졌다.

타키가 눈을 까뒤집자, 사내는 엷게 웃었다. "안 죽였어, 안 죽였어......상냥하게 해 준거니까. 죽은 척은 그만 해." "......!"

겨우 타키는 사내의 손에서 벗어났다. "저기, 내 이름을 알고싶지 않니?" "망할......"

사내는 모자를 벗어 계산대 위에 둔 뒤,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선 아이사츠했다. "도-모. 아모크웨이브입니다."

"아......아" 타키는 경련하면서 신음했다. 점내의 아직 살아있는 손님들은 공격도 도주도 행하지 못한 채 그저 얼어붙은 듯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 그는 보라색 무늬가 표면에 물결치듯이 들어가 있는 남색의 닌자 장속 차림이 되었고, 얼굴엔 강철 멘포를 착용하고 있었다.

"흐흐흠" 그는 눈을 감고 힘을 집중했다. 손님들은 숨을 삼켰다. 점내에 갑자기 노이즈로 형성된 닌자의 스톱모션이 나타난 것이다.

타키는 경련하고 있다. 아모크웨이브는 객중을 보았다.

가게에 남아있는 손님은 이제 세 명 뿐이었다. 그들은 덜얼 떨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모크웨이브는 눈을 가늘게 떴다.

"닌. 자. 슬. 레. 이. 어. 알고 있니?" "몰라......" "ㅁ......" 손님들이 흐느꼈다. 아모크웨이브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안되지."

그는 다가가서, 두 명의 머리를 서로 부딪쳐서 죽인 뒤, 마지막 한 명을 직접 박치기해서 죽였다.

아모크웨이브는 계산대 위에서 아직도 경련하고 있는 타키룰 돌아봤다. "이런, 전부 죽여버렸네. 이 녀석들, 네 친구야? 아님 단골? 혹시 꽤 장사 잘 되는 집이라던가?"

"바...바로 그거야." "거기서 허세를 부리지 않아도 되는데. 산즈 오브 케이어스, 알고 있어?" "몰......" "응. 알고 있구나. 그 얼굴 보면." "ㅁ......" "알고 있다는 표정이야."

아모크웨이브는 케모 콜라병을 꺼내, 엄지손가락으로 뚜껑을 딴 뒤, 노이즈로 형성된 닌자에게 기대어 멘포 호흡구를 통해 콜라를 마셨다.

그의 목줄기를 타고 콜라가 흘러내렸다. "이 녀석이 닌자 슬레이어. 이름도 알 수 있어. 편리한 짓수지, 그래서......닌자 슬레이어는, 너희 가게의......뭘까, 또다른 단골이라도 되니?"

"너, 너 이새끼......내 가게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해 놓고, 소우카이야의 닌자가 가만히 안 있는다고......" "하하하. 소우카이야라."

아모크웨이브는 콜라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다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럼 널 입막음을 위해 죽여둬야 하는 걸까?" "소우카이야가 가만히 안 있겠지만, 무엇이든 말할테니 살려줘."

"아니 아니. 그래도 돼? 친구를 팔면 안 되잖아." "손님도 아니고 친구도 아냐." "아니~뭔가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자연스럽지." 아모크웨이브가 쓴웃음지었다.

그가 방금 전처럼 기합을 넣고 힘을 집중하자, 그의 등 뒤에 있던 노이즈 비전은 사라지고, 안쪽으로 나서는 등진 실루엣이 나타났다. "이것 봐……이 건물엔 이 층만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놈은 광인이아......나는 협박당해서, 어쩔 수 없이 착취당하고 있을 뿐이라고. 무엇이든 말할테니까......" "친구는 소중한 거야." 아모크웨이브는 타이르듯이 말했다.

"너의 그 태도는 살짝 불쾌한걸......" "친구는 소중합니다!" 타키가 반응했지만, 아모크웨이브는 이를 무시하고 자기 지론을 피로했다. "친구라는건 말이지, 보물이야."

"닌자 슬레이어는 사츠가이라는 놈의 목숨을 노리고 있어! 선즈 오브 케이어스가 사츠가이와 만난 놈들의 패거리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고. 녀석은 종종 나한테.......그게......"

타키는 "내게 해킹을 시켜서 구성원을" 이라고 이어서 말할 뻔 했으나 그대로 말을 삼켰다. 그래서는 자신에게까지 누가 미칠거라 생각한 것이다.

"선즈 오브 케이어스는......뭐랄까....." 아모크웨이브는 먼 곳을 보는듯이 눈을 떴다.

"공유......랄까나.......체험을 말야......사츠가이를. 그래. 정보를 교환하거나, 서로 연락하고, 같이 여행을 하거나......바베큐 파티를 하거나. 부럽지?"

"하이, 부럽습니다" "다들 편한 관계라서, 서로 지배도 피지배도 없는 거야."

"조심하십쇼" 타키가 신음했다. "선즈 오브 케이어스 여러분은 노려지고 있습니다. 진짜로요. 벌써 몇명이나 죽이고 다녔다구요."

"으응." 아모크웨이브가 끄덕였다. "신경쓰여서 말이지. 평소에 연락하고 지내는 일은 없지만, 아무래도 최근에는......있어야 할 녀석이 안 보여. 위화감. 제이드마무시=상도 당했어?" "하이."

"슬퍼라." 아모크웨이브는 웃었다. "전에 녀석에게 테루야케를 대접받은 적이 있어. 펜트하우스에서 말이지. 네오 사이타마엔 거의 와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돌아오는 길에 한번 만나려고 했는데..." "이번엔 트랩마스터......=상을 죽이려 가 있어요. 지금." "헤에, 그렇구나. 진심이라 이거네." "하이."

"있잖아, 왜 우릴 노리는 거야?" 아모크웨이브는 눈을 반짝였다. "우리 쪽엔 다양한 친구들이 있거든. 서로 속한 조직도 제각각이고. 그냥 사적인 모임이지."

"사츠가이 때문인게 아닐까요. 놈에게 원한이 있는 것 같던데." "어찌됐든......." 아모크웨이브는 한숨을 쉬었다. "되도록 빨리 치워버려야 되겠지. 위험하니까."

아모크웨이브는 안쪽으로, 등진 노이즈 비전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끝에는 계단이 있다.

타키는 카운터 위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육지로 올라간 참치모양으로 펄떡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과 공포, 안도가 뒤섞이면서 의식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윗층에는 코토부키가 있었을 텐데.......

◆◆◆◆◆◆◆◆◆◆

【스톰 인 어 다완】#3

트랩마스터. 거창한 함정을 준비하는 닌자였으나, 정작 선즈 오브 케이어스와 사츠가이에 관한 특별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았다.

닌자 슬레이어에게 승리의 고양감은 없었다. 이번 이쿠사 배틀에 따라온 피로감은 지금까지 중에서도 특히 컸다.

선즈 오브 케이어스. 구성원들에게 은폐에 관한 의식감은 적어, 조금만 조사해보면 얼마든 그들의 태평한 생활의 로그가 딸려나온다.

다시 말하면, 그것들은 그들에게 있어 치명적인 정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도리어 추적하는 것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공공연한 정보이기에 핵심까진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사츠가이의 정체나 그의 의도를 아는 자는 지금까지 본 접촉자들 중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예언, 사명, 그러한 것은 없는 걸까?

사츠가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는 제 나름의 가치관에 따라 닌자를 선별하고, 고른 닌자의 눈 앞에 나타나서, 그 자의 닌자 소울과 연관이 없는 힘을 부여한다. 밝혀진 사실은 그것 뿐이다.

사츠가이는 베푸는 자라도 되는걸까. 그렇다면 어째서 아유미의 목숨은 앗아간 거냐. 그리고 마스라다에게서.

마스라다는 아유미를 지키지 못하고, 그럼에도 죽는 것을 면했다. 그 순간의 기억은 산산히 흩어져 있다. 여덟 방향으로 삐죽빼죽 날이 선 수리켄.

"으으으" 닌자 슬레이어의 보폭이 점점 좁아지고, 이내 그는 멈춰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엔 지면이 울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번 접촉한 자......두 번 만났다......" 닌자 슬레이어는 주문이라도 외듯 중얼거리며 의식을 유지하려고 했다. 대장장이가 망치를 내리치며 쇠를 불리는 것처럼.

사츠가이에게 두 번 접촉한 자. 더 깊은 비밀의 층계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실마리다. (((사츠가이에게 두번))) 나라쿠의 목소리가 겹쳐져 왔다. (((두 번이다)))

퍼석, 하고 흙을 밟는 소리에 그는 고개를 올렸다. 닌자 슬레이어는 자신의 부주의함을 책망했다. 앰부쉬할 절호의 기회를 주고 말았으니!

"이얏-!" 반사적으로 투척한 수리켄은 방어자세를 취한 상대의 어깨 바로 위를 통과하며 그대로 회전하며 상공으로 사라져갔다.

그 자는 닌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위험해랏......!" 탐정 풍의 더스터코트를 입은 여성이 수리켄이 날아간 하늘과 닌자 슬레이어를 번갈아 봤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녀와 반대방향으로 발을 돌려 곧장 달려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에 작고 새까만 그림자가 낙하해 와선 날개를 퍼덕이며 그의 앞에서 정지비행했다.

그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한 마리의 까마귀였다. 그 까마귀에게는 다리가 세 개 있었다.

"까-악! 까-악!" 까마귀가 외쳐댔다. 닌자 슬레이어는 반사적으로 건물에서 뛰어내리랴고 했다. 짓수를 경계한 것이다.

안 그래도 트랩마스터의 전투가 방금 끝마친 상황이다. 어떠한 함정이 더 배치되어 있을지...."닌자 슬레이어=상 아니심까?"

더스터코트의 여성이 그를 불렀다. "좀 봐줘요......공격할 의도는 전혀 없으니까!"

까마귀가 지면에 살포시 착지하며 발톱으로 아스팔트를 긁었다. 목을 조금씩 움직이다가, 살짝 기울이며 닌자 슬레이어를 바라봤다.

그는 불편한 기분을 느꼈다. 동물의 주시라곤 여겨지지 않는 꾸짖는 듯한 기분나쁜 지성이 느껴졌다.

여성이 고개를 숙였다. "도-모. 시키베 타카코. 사립탐정입니다." "탐정이라고?"

닌자 슬레이어는 다시 여성 쪽을 돌아봤다. 그녀는 모자를 벗고 머리를 슬쩍 긁었다. "보다시피 말임다." "보다시피?"

물들이지 않은 흑발. 주근깨가 퍼졌고, 치열이 안 좋다. 셀룰로이드 뿔테안경. 눈매가 나쁘다. 그 나쁜 눈매로 닌자 슬레이어와 마주봤다.

"이야기를 좀 들어주시지 않겠슴까? 이래 보여도 찾는데 꽤 고생해서......"

 

"소우카이야가 고용한 거냐?" 닌자 슬레이어는 넌지시 떠봤다. 시키베의 눈썹이 찔끔 움직었으나, 그것은 간파당했음을 드러내는 움직임은 아니었다.

"소우카이야와 척을 지신 검까..." 시키베는 신중하게 물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숨을 내뱉었다. "아닌거 같군. 그럼 누가 너의 고용주냐."

"계속 이야기를 들어주시겠다고 생각해도 됨까" "......" 닌자 슬레이어의 뉴런이 고속회전한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왜 이 녀석은 '닌자 슬레이어'의 이름을 알고 있나. 목적은 무엇인가. 이쪽에서 반대로 정보를 얻어낼 필요 있을까……

『모시모시! 모시......모시모시! 응답하라고! 응답 빌어먹을!』

갑자기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것은 타키에기서 온 IRC 콜이었다. (무슨 일이야) 닌자 슬레어는 뉴런 속에서 응닺했다.

『야바이, 폐가 다쳐서 움직이지도 못하겠어. 죽을지도. 망할 닌자새끼......내 가게를, 단골들을......존나 야바이하다고!

(짧게 전해라)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닌자 자식이 여기를 알아냈어! 아니, 이미 들어왔어! 피자타키에!"

"잠……" 시키베의 제지하는 목소리는 그 자리에 혼자 남아버렸다.

그는 순식간에 도약해,「커다란 많은 MANY」라 써진 발판을 밟으며 한층 더 높이 뛰어오르고, 옥상 위에서 연속 옆돌기를 행하다가 다시 뛰어올라 전신주의 꼭대기 위에 착지한 뒤 그대로 전선을 타고 내려갔다.

시키베도 이를 쫒아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초속과 가속도는 이미 보통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쳐지고 만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폐건물에서 폐건물로 건너뛰며 갈고리 로프를 전방의 간판 「물억새의 구덩이인(*1)」에 내걸어 원심력을 이용해 한층 더 뛰어올랐다.

후방에서 그를 삼족의 까마귀가 뒤쫒았다. 닌자 슬레이는 파르쿠르 배달부처럼 건물의 벽을 타고, 또 뛰어오르먄서 번화가 쪽으로 멀리 떨어져 갔다.

어느새 단조로웠던 풍경에 폭력적인 색채가 넘치고 있었다.

「세븐스」「빌리고 갚는다」「가라오케市」「전화왕자님」「кокэси」「오마미」「모찌 수라장」「매일 돌리고 있습니다」「사기NO!」

난립해 있는 가지각각의 네온 간판들과, 거리를 오가는 광고의 폭음들.

"까-악!" 쫒아가던 까마귀는 갑자기 가득 찬 소리와 빛에 움츠려들었다.

사방팔방에서 파드득대는 날갯짓 소리가 다가오고, 영역 침범에 분노한 참새 갱들이 덮쳐온다.

설상가상으로, BLAM! BLAM! 빌딩 옥상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번 새잡이가 이 소동에 반응하여 바이오 참새들을 쏘기 시작했다. "오늘은 대박났군!"

한편, 닌자 슬레이어는 점포 밀집지역의 텐트 위를 구름을 타듯이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는 후방의 소동에 신경쓸 틈이 없었고, 오히려 놔두는 편이 좋다고 판단했다.

『빨리 와줘! 어서! 존나 위험하다니까!』"닥치고 있어! 아니지, 정보를 말해봐. 녀석의 이름이나, 쓰는 짓수 말이다!" 간판, 파이프, 뒷골목!

『이름은 아모크웨이브…...아직 우리들이 못 찾아본 녀석......갑자기 와선 전부 죽여대고는......완전 사이코 새끼야, 큰일이라고. 지금까지 겪은 것 중 가장 야바이한 사태야. 뭔가......분신같은걸 만들었어』"코토부키=상은"『아직 몰라, 하지만 아마도 글렀어. 나도 곧 살해당할꺼야. 다쳐서 움직일수도 없어. 녀석이 곧 돌아올거라고!』

시키베는 네온 광고가 발하는 빛을 머금어 반짝이는 수증기와 포장마차 거리의 풍경을 눈 앞에 두고 멈춰섰다.

근처에서 걸어가던 네온 우산을 쓴 시민은 수상쩍은 듯이 그녀를 보았다.

이윽고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내려와서 그녀의 어깨 패딩에 발톱을 세우고 착지했다.

"찾으셨슴까." 시키베가 물었다. 그녀가 팔을 올리며 휴대용 UNIX를 들어 보이자, 까마귀는 부리로 능숙하게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서, 액정 패널엔 「붓다 FUCK」이라는 문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시키베는 얼굴을 찡그렸다. "우웨-"

◆◆◆◆◆◆◆◆◆◆

연이어 울리는 파괴음, 그리고 침묵. 그리고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온다.

타기는 통신을 끊고 휴대단말을 멀리 안쪽으로 내던졌다. 그는 계산대 위에서 도마에 오른 참치처럼 엎드린 채로 떨고 있었다.

실제, 일어설 기력도 이젠 없다. 가게 안에는 피 냄새가 가득하다.시체의 산이다.

"별 거 없었네......" 다시 나타난 아모크웨이브가 타키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건 아니지?"

"목숨만은 살려줘" 타키는 신음했다. "무엇이든 말할게" "아무것도 없는건 아니지?" "알았어. 우리 가게는 사실 그냥 피자집이 아니야. 비밀이 있어."

"그렇지? 그렇겠지.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걸." "숨겨진 UNIX실이 있어. 그건, 뭐랄까, 쿨럭, 비밀의 방인데, 해킹 관련 일은 거기서만 받고 있어"

"과장이 심한걸." "장소는......" "아니, 괜찮아. 층분해" 아모크웨이브는 다시 노이즈의 인형을 만들어냈다. "화장실 안쪽이구나. 좋아, 넌 이제 슬슬 죽여 둘까."

"아냐, 좀 더 미뤄 둬!" 타키가 발버둥쳤다. "비밀번호 등의 문제도 있고, 그런건 말야, 뒤로 미뤄두는 편이 좋지! 저기, 같이 힘내 보자고. 닌자 슬레이어를 함께 쓰러트리는 거야! 필요한 건 전부 알려줄 테니, 오는 걸 유인해서 앰부쉬하자구. 아니, 보수는 없어도 돼, 우선 살고 보는게 제일이니까! 그러니까 제발 날 죽이지 마!"

"너 말야, 프라이드 같은건 없니?" 아모크웨이브가 타키에게 다가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없습니다!" "프라이드가 없는 녀석은 짜증나......뭐 때문에 살아있는 건지, 상당히 불쾌하다고" "있습니다!"

타키가 외쳤다. 아모크웨이브는 춉으로 목을 베어내려고 자세를 취했다. "정말이지......"

"하이얏-!"

그 순간, 계산대 아래에서 갑자기 오이란드로이드가 뛰어올라 카운터를 넘어가며 아모크웨이브에 드롭킥을 날렸다.

코토부키였다. 아모크웨이브는 순식간에 반응하여 이를 손등으로 막았다. 코토부키는 계산대에 양손을 짚고, 그대로 이단, 삼단차기를 내질렀다.

"하이하이! 하이얏-!" 화려한 연속차기다. 아모크웨이브는 그것을 힘 안들이고 흘려넘긴 뒤, 카운터로 기와깨기 펀치를 내질렀다.

KRAAASH! 코토부키는 간발의 차로 옆으로 굴러 내려와서 이것을 피했고, 타키는 비명을 지르며 마루 위에 떨어졌다.

코토부키는 아모크웨이브를 향해 근처에 있는 의자를 미끄러트렸다.

"아파라.....! 코토부키 너, 살아있었......"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하니, 너는 쓸개가 빠진 겁니까! 그럴때는 '동료는 절대 팔지 않겠다!' 고 말하는 거에요!"

코토부키가 타키를 질책했다. 아모크웨이브가 발로 차서 돌려보낸 의자가 코토부키의 얼굴 옆을 스쳤다.

2층에 있었을 터인 코토부키가 어떻게 계산대의 그늘에 도달한 것인가?

그녀는 아랫층에서 벌어지는 소란을 듣고 처음엔 계단 중간까지 내려가 1층의 다툼을 관찰했다.

그 후 소리가 안 나게 주의하며 위층으로 돌아가, 2층의 창문을 통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대로.......마치 서부극의 정찰 장면처럼.......가계 밖을 쪼그린 채 이동하며 돌아서 아모크 웨이브가 2층에 올라간 타이밍에 입점한 것이다.

포복전진으로 계산대의 그늘까지 이동한 그녀는 가만히 앉아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앰부쉬는 막아져버리고 말았다....!

코토부키는 가까이 있는 슬롯머신에 손을 뻗어, 배선을 떼어내며 그것을 들어올려 아모크웨이브에게 던졌다. "하잇-!"

"이얏-!" KRAASH! 아모크웨이브는 어렵지 않게 그것을 걷어찼다.

"흠흠흠.......인간은 아니군. 오이란드로이드?" 아모크웨이브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거. 오이란드로이드에게 가게의 경호를 맡겼다는 건가?"

"가게에 왔던 많은 사람들이 전부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모두들 피자를 학수고대하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구요. 이런건 절대 좋지 않은 일에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닌자는 조소했다. "인간같은 말투를 쓰는구나." "자아가 있습니다." "자아. 그건가, 우키요인가 하는. 재밌는걸"

"당신은 뻐낑 닌자 새끼군요? 쳐날려 버리겠습니다." "하하하, 무리야 그런건." 아모크웨이브는 건성건성 한 손을 펼치며 들어올렸다.

"이 짓수가 있으니까 말이지." 들어올린 손을 쥐자, 코토부키가 갑자기 경련했다.

"자아, 왜 그래? 쳐 날려 봐." 아모크웨이브가 말했다. 코토부키가 눈을 깜빡이며 몸을 움찔거렸다.

삐걱대는 소리만 울리고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냐. 여기선 안 보여!" 마루바닥에서 타키가 조급해하며 말했다.

"움직여지지 않아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아모크웨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죠루리(*2) 짓수란다, 무생물 양!"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런 짓수거든." 아모크웨이브가 비웃었다. 휙, 하고 손을 움직이자 코토부키가 걸어나서기 시작했다.

"이봐 점주, 이왕 이렇게 된거 이 녀석에게 죽는 건 어때? 그 편이 우키요답잖아." "야메로! 이쪽으로 오지마.....!"

타키가 주춤했다. 코토부키는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그렇지, FUCK하면서 죽이는 게 좋겠어." 아모크웨이브가 말했다. 그는 근처의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았다.

코토부키가 엎드려 있던 타키를 위를 향하게 했다. "살려줘" 아모크웨이브는 휴대용 단말을 꺼내, 카메라를 향했다.

"위에 올라타렴." 그는 명령했다. 그리고.......코토부키의 어깨너머, 출입구에 나타난 그림자를 알아차렸다.

"응......?" "이얏-!" KRAAASH! 문이 날아가면서 코토부키의 바로 옆을 지나 아모크웨이브와 충돌했다.

"으윽-!" 아모크웨이브는 순간적으로 양 팔을 교차시켜 방어했다. 그의 손에서 부서진 휴대용 단말이 떨어져내렸다.

그는 보았다......타오르는 듯한 실루엣이 출입구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 것을.

"야, 왔냐! 늦었잖아 멍청아!" 코토부키에게 마운트를 내주고 있던 타키가 발버둥쳤다.

"이대로는 FUCK 앤드 사요나라 당해버려! 빨리 저 닌자 자식을......." "닥쳐!" 출입구 앞의 사내가 분명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아모크웨이브에게 아이사츠했다. "도-모. 아모크웨이브=상.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상. 아모크웨이브입니다." 아모크웨이브는 아이사츠에 화답했다.

그에 맞춰서 코토부키도 일어섰다. "이 오이란드로이드는 잠시 빌려쓸거야."

"......날 찾아서 여기까지 온거냐" 닌자 슬레이어가 지고쿠 헬을 방불케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찾아갈 수고를 덜어준 답례다. 여기서 죽여주마."

◆◆◆◆◆◆◆◆◆◆

(지금까지의 줄거리 : 복수귀 닌자 슬레이어는 가족같은 사이였던 소꿉친구 아유미의 목숨을 앗아간 사츠가이에게 연관된 닌자를 차례차례 죽여왔다. 사츠가이와 접촉한 닌자들은 선즈 오즈 케이어스라는 상호조직을 네트워크 상에 형성하고 있어, 이것이 그의 길잡이가 되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피자와 정보를 파는 스낵바 '피자타키'의 점주 타키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하고, 그것을 빚으로 지게 해 반강제적으로 정보수집을 시키고 있었다. 실제 지금까지 얻은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정보는 대부분 그의 노력의 산물이였다. 그러나 마침내, 산즈 오즈 케이어스 측에서 닌자 슬레이어의 행동을 눈치챈 자가 나타났다.)

(아모크웨이즈라는 이름의 닌자는 요그야카르타에서 벌어진 닌자 슬레이어의 전투의 흔적을 투사하여, 그의 발자취를 쫓아 네오 사이타마까지 왔다. 피자타키에 입점한 아모크웨이브는 거기 있던 손님들을 모조리 살해한 뒤, 타키를 고문하기 시작했다. 코토부키에 이에 맞섰지만 닌자에게는 역부족일 뿐. 그리고……그가 돌아왔다.)

【스톰 인 어 다완】#4

"하이얏-!" "끄악-!" 갑자기 코토부키가 축구공을 차듯 로우킥으로 마루바닥 위에 누운 타키를 가격했다.

"제기랄! 너 말야, 꼭 두고 봐라!" 타키는 고통으로 기절할 뻔 하면서 바닥을 굴렀다.

"죄송해요!" 코토부키는 사과하면서 아모크웨이브의 곁에 서서 쿵푸를 취하며 닌자 슬레이어와 대치했다.

(((죠루리 짓수다. 마스라다))) 나라쿠 닌자가 닌자 슬레이어의 뉴런에 경고를 보냈다.

(((무생물, 인형, 현세에 있어선 기계나 사이버네틱스 부류까지 조종하는 짓수지. 끄끄끄......결국은 잔재주일 뿐. 이 따위 수작에 발이 묶이는 건 안될 일이다. 신속히 저 인형을 파괴하고 닌자와 맞서거라. )))

"여기는 너의, 뭐랄까......그렇지, 안식처라도 되니?" 아모크웨이브는 양 팔을 펼치며 점내를 둘러봤다. 파손된 세간들, 그리고 굴러다니는 시체들을 강조하듯이.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모두 확실히 죽여 놨어. 너는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친구들을 죽여왔지......서로 한 일은 비슷하지 않아?"

"상관없는 녀석들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답했다.

"호! 상관 없다 이거군" 아모크웨이브는 눈을 가늘게 떴다.

"친구를 함부로 말하는 놈은 싫은걸......나는 친구를 소중히 대한다구......솔직히,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패거리따위 이놈이고 저놈이고 제대로 기억도 안나지만 말이야!"

"하이얏-!" 코토부키가 뛰어들었다! "하잇! 하잇! 하이하잇!" 코토부키가 내지르는 연속 단타를 닌자 슬레이어는 재빠르게 흘려보냈다.

닌자 슬레이어가 다리후리기로 축발을 넘어뜨리려 하자, 코토부키는 물구나무를 서서 이를 회피한 뒤 그대로 연속 옆돌기를 행했다.

벽에 도달한 코토부키는 삼각차기로 도약해 공중에서 돌려차기를 닌자 슬레이어의 측두부에 날리려고 했다.

"하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이를 브레이서로 받았다.

그리고 0.1초 후, 닌자 슬레이어의 안면에 아모크웨이브의 정권이 쳐박혔다. "이얏-!" "끄악-!"

KRAAASH! 닌자 슬레이어는 테이블을 파괴하며 쳐날려져 이내 바닥에 세게 부딪쳤다

"어라라? 왜 반격을 안하는 거야. 부수는 게 아까워서 그래? 확실히, 이거, 공들여서 만들어진 것 같긴 하네" 아모크웨이브는 코토무키의 뺨을 쓰다듬었다.

"네오 사이타마는 항상 테크놀로지의 폭풍 한 가운데에 위치해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좀스러운 가게가 이렇게 정교한 오이란드로이드를 가지고 있으니 참 놀랄 일이야. 흠흠......"

코토부키의 손이 저절로 움직여 아모크웨이브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닌자 슬레이어=상, 힘내서 어떻게든 해결해 주세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용수철을 방불케 하는 점프로 일어서서 그대로 아모크웨이브에게 공격을 가했다.

아모크웨이브는 과장되게 하품 시늉을 하면서 닌자 슬레이어의 타격을 빗겨냈다. "자아, 지금이야." 코토부키에게 명령한다.

"하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의 측두부에 코토부키가 들이민 팔꿈치 공격이 명중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이어지는 타격을 피하고 계산대 위로 물러섰다. 아모크웨이브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것 참, 롱게이트=상의 실력도 별볼일 없었나 보군. 분명 나는 강해. 강하지만……저기 닌자 슬레이어=상, 너, 선즈 오브 케이어스 녀석들을 몇 명이고 죽여왔던게 맞지?" "......" "목적이 뭐야? 사츠가이를 만나고 싶다고 했던가"

"찾는다고 만날 수 있을 리가 있나." 아모크웨이브가 말했다.

"그 녀석은……그래......추웠지......엄청 차가웠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얼 것 같아." 코토부키가 계산대로 다가갔다.

"네놈을 죽인다." 닌자 슬레이어가 단언했다. "그리고 네놈이 알고 있는 것들을 죽기 전에 전부 불게 할거다."

닌자 슬레이어는 계산대에서 회전 점프하며 뛰어내려, 바로 아모크웨이브에게 달려들었다. "이얏-!"

"하이얏-!" 곧바로 코토부키가 앞을 가로막으며, 강렬한 쿵푸 가라테를 선보인다! "하잇! 하잇! 하이하잇!" "으윽-!"

그 반응속도는, 보통 오이란드로이드......즉 평상시의 코토부키의 능력을 아득히 넘어 있었다. 즉, 닌자의 것이었다. 아모크웨이브의.

 

"너무 날 얕보지 마, 닌자 슬레이어=상. 그 로봇은 내가 직접 움직이고 있는 거니까."

달달달달달……따르르르르삐로삐삐. 벽의 다트 기계가 전자음을 울리며 액정에 「BULLSEYE」라는 문자를 표시했다.

그리고 이어서「AMOK WAVE」「MEOTJIM SEXY」라고. "사츠가이에게 받은 선물이야."

닌자 슬레이어는 코토부키의 공격을 계속 방어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수리켄이 날아와 그의 목을 스쳤다.

뒤에서 아모크웨이브가 장난치듯이 원호사격을 한 것이다. "난이도를 좀 올려보지. 프레쉬한 네오 사이타마를 체험하려면 나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이얏-!" "이얏-!" 맞부딪치는 주먹!

(((바카! 마스라다!))) 나라쿠가 질책했다. (((이 무슨 나약함! 이 무슨 한심함! 당장 부숴버리지 못하겠느나!))) "겁쟁이!"

나라쿠의 질책에 코토부키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빨리 어떻게든 하세요! 구체적으로는, 절 움직이지 못하게 부숴버리세요!" "......!"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코토부키가 이어서 말했다. "나중에 고치면 됩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코토부키의 양 무릎을 낮게 차서 파괴했다.

"으읏-!" 코토부키는 눈을 부릅뜨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통각을 끊었으니까 아프지도 않답니다! 꼴 좋네요, 뻐킹 닌자!"

중심을 잃고 쓰러진 코토부키는 아모크웨이크를 매도하면서, 그럼에도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팔을 뻗어 닌자 슬레이어의 발목을 붙잡으려고 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이를 뛰어넘어갔다.

"죄책감을 느끼실 필요는 없어요, 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코토부키의 목소리를 등에 지고, 닌자 슬레이어는 아모크웨이브를 향해 달려간다.

"시끄러워." 달려가면서, 뒤쪽의 코토부키에게 말을 던졌다. "시끄럽다고, 너도, 타키도." 강하게 쥔 주먹이 부스스 소리를 내며 검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아모크웨이브는 웃으면서 가라테를 취했다. "네놈도 그렇다. 아모크웨이브=상."

"이앗-!" "이얏-!" 두 닌자가 충돌했다. BOOOM!

충격파가 점내에 방사형으로 퍼지고, 밀려나간 세간들이 벽에 부딪쳤다. "아이에에에!" 타키가 비명을 질렀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둘은 원인치 거리에 미니멀 목인권을 방불케 하며 숏 훅을 주고 받았다.

"이얏! 이얏-!" 아모크웨이브는 닌자 슬레이어의 타격을 피하며, 옆구리에, 그리고 가슴팍에 한 대씩 주먹을 쳐넣었다.

"......!" 닌자 슬레이어의 균형이 무너졌다. 아모크웨이브는 눈동자에 희열의 빛을 띄며 길로틴 춉을 내질렀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처럼, 어깨와 측두부로 아모크웨이브의 춉을 끼워 이를 멈췄다. "이얏-!"

"끄악-!" 배에 주먹을 쳐박는다! "이얏-!" "끄악-!" 이번엔 얼굴에!

"이얏-!" "끄악-!" "이얏-!" "으윽-!" 아모크웨이브는 팔을 휘감아 자신을 완전히 밀어붙이려고 하는 타격을 저지했다.

그대로 붙잡아 어깨의 관절을 굳히려 했으나, 닌자 슬레이어의 팔에 검은 불꽃이 타고 흘러가 그것을 막았다.

닌자 슬레이어는 스스로 던져져서 위기를 면했다. 아모크웨이브는 피 섞은 침을 뱉었다.

"네 녀석......." 아모크웨이브의 말과 가라테의 수습이 끝나는 것보다 빨리, 내던져진 닌자 슬레이어는 땅을 박차며 다가와 아래부터 도려내듯이 갈고리 손톱을 휘둘렀다.

"이얏-!" "끄악-!" 피물보라! 아모크웨이브는 주춤해서 뒷걸음치다가 벽에 부딪쳤다.

죽인다. 닌자 슬레이어는 한 걸음 내딛었다......아니, 등 뒤에 누군가! "이얏-!" "이얏-!"

미처 반격하지 못하고, 닌자 슬레이어는 등 뒤에서 내질러진 춉에 당했다. 공격자는 기괴한 노이즈로 구성된 닌자의 실루엣이었다.

"아파라.......빌어먹을......" 아모크웨이브는 거칠게 기침하고선, 상처를 누르며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그는 노이즈의 인형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아깝게 됬구나, 하하하."

"이얏-!" "끄악-!" 노이즈 인형이 다른 손으로 주먹을 쥐어 닌자 슬레이어를 내리쳤다. 그리고 다시 한 방.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어깨로 태클을 걸어, 밀쳐내서 거리를 벌렸다. 노이즈 인형은 닌자 슬레이어에게 익숙한 가라테의 자세를 취했다.

그 안면부에 「忍」「殺」의 문자가 아른거렸다. 악몽같은 광경이었다.

"하아~젠장할." 아모크웨이브가 움찔댔다. "관광여행 기분으로 와서 심하게 다치고 말았네, 조금만 더 일찍 했으면 협공으로 간단히 끝장냈을 텐데.......여전히 미숙하구나" 공격을 주고 받는 닌자 슬레이어와 노이즈를 지켜보며, 그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뭐, 결국은 결과론이야. 분발하자, 점수차를 만회해야지."

나무삼. 그것은 섀도우 트레이스 짓수와 죠루리 짓수를 결합시킨 기책. 짓수로 발생시킨 잔상체를, 다른 짓수를 통해 조작한다....

....보통 닌자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행동을, 아모크웨이브는 문제없이 해내고 말았다. 이것이 사츠가이의 축복인가!

닌자 슬레이어는 지금, 자신의 그림자와 가라테를 맞부딪친다!

◆◆◆◆◆◆◆◆◆◆

【스톰 인 어 다완】#5

"이얏-!" "이얏-!" "이얏-!" "이얏-!" 파괴된 피자타키의 점내에서 닌자 슬레이어와 잔상체 닌자 슬레이어는 춉을 맞부딪치고, 거리를 벌려, 다시 맞부딪쳤다.

"아이에에에에!" 계산대 밑에서 타키의 비명소리가 퍼졌다. "내 가게! 내 가게라고!"

"하-악......하-악......쿠훕, 쿠허업!" 아모크웨이브는 한 손으로 깊게 도려내진 상처를 누르면서 한 손을 죠루리 잔상체를 향해 뻗고 있었다.

그 눈이 요사스럽게 빛나자, 잔상체의 움직임에 생동감이 더해져갔다, 잔상체의 윤곽의 흐트러짐이 줄고, 이내 검붉은 색채마저 띠기 시작하고 있었다.

짓수에 집중할수록, 이 가게에 남아있는 닌자 슬레이어의 '존재감'의 재현도는 더욱 높아져간다.

그와 함께 잔상의 가라테 또한 아모크웨이브의 것에서 '존재' 쪽의 정보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다.

(아모크웨이브=상......) 기억 속의 사츠가이의 목소리가, 짓수에 극도로 집중하여 트랜스 상태에 빠진 아모크웨이브의 뉴런에 메아리쳤다.

(주저할 필요는 없어, 뭘 망설이지?) 사츠가이는 놀리듯이 묻는다. 아모크웨이브는 뒷걸음질쳤다.

(그게, 정말 이걸 해야만 합니까?)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나, 네가 바랬던 것일텐데.) (아니, 역시 좀, 이거는........)

(MWAHAHA! BWAHAHA!) 사츠가이의 팔이 늘어나, 아모크웨이브의 손을 붙잡아 끌어당긴다.

그의 손 끝이 사츠가이의 펼쳐진 가슴팍 속의 허무에 닿았다. 아모크웨이브는 궁극적인 고독의 조짐이라고나 불러야 할 듯한 공포감을 느꼈다.

그것은 너무나도 차가웠고.......차가웠다. (그만둬! 제발 그만해!) (MWAHAHAHAHA! 똑똑히 지켜봐라!) (AAAARGH!)

이미 팔뚝까지 빨려들고 말았다. 아모크웨이브의 혼탁해진 눈이 흰자위를 드러냈다.

(저주받은 아카시 닌자 클랜의 아이여! 아아, 너는 무엇을 쥐었느냐!?) (AAARGH!)

지저분한 뒷골목 한가운데, 아모크웨이브는 고독의 아픔에 한동안 울부짖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고독과 그 고독의 깊은 곳에서 한가지 '힘'을 건드렸다.

사츠가이의 속에서 끌어당겨 빼낸 것은 '죠루리 짓수'였다.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였다.

사츠가이의 축복......죠루리 짓수는 그의 섀도우 트레이스 짓수와 놀랄만큼 잘 어울렸다. 과거에 이러한 짓수를 사용했던 닌자가 있었을까?
아니, 설령 헤이안 시대까지 가도 그런 자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직감으로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도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닌자 슬레이어=상, 자아, 어떠냐......!"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너에게 '너'를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해......그건 너 자신이니까 말이야!"
"이얏-!" 잔상체가 닌자 슬레이어를 후려쳤다. "끄악-!" 한번 더 후려쳤다. "끄악-!"
"하앗-하하하하.......헤엑.......헤엑........." 피를 흘리면서, 아모크웨이브는 힘겹게 일어섰다.

KRAAASH! 닌자 슬레이어가 발차기를 받고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밑에 있던 시체가 피를 흩날렸다.
"이젠 끝장이야-!" 타키가 외쳤다. "코토부키! 어떻게든 좀 해 봐라!" "삐각......." 코토부키는 심각한 손상을 입은 탓인지, 모종의 재부팅 프로세스에 진입해 있었다.

잔상체가 뛰어들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후려쳐서 떨어트렸다. 이번엔 닌자 슬레이어가 한 발 빨랐다.
하지만 다음엔 어떨까. 이 잔상체는 생성된지 얼마 안 지났으나, 한편 닌자 슬레이어는 부상과 피로의 영향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몇 방울의 피가 바닥에 떨어져, 그대로 연소하며 연기를 피어올였다. 거울로 마주보는 듯한 형상의 두 닌자가 다시 가라테를 취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전신을 앞으로 살짝 기울인 자세를 취하며, 잔상체를 노려봤다. "알 것 같아."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자기 자신이 상대. 간단한 일이다.
"스읍-......후우-" 그는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타오르는 가라테를 혈관에 순환시킨다. 그래, 간단한 일이다. 상대가 과거의 자신이라 한다면, 지금 당장 여기서 성장을 이루면 되는거다.

"이얏-!" 잔상체가 수리켄을 투척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이미 요격할 수리켄을 던져놓은 참이였다.
수리켄이 서로 충돌하여 소멸하는 순간, 이미 닌자 슬레이어는 기울인 자세 그대로 잔상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잔상체의 움직임은 나 자신의 것이다. 그렇기에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닌자 슬레이어 쪽이 한 순간 더 빠르다. 이를 악문다. 이대로 0.1초라도 더 빠르게!

뉴런이 뒤틀리고, 주관적 시간감각이 진흙처럼 둔해진다. 상대가 내지르는 자신을 도려내려 하는 주먹의 궤적이 보인다. 알 수 있다. 당연한 소리다.
자신의 가라테. 이 무슨 조잡한 가라테란 말인가. 그럼 고치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 흑등색의 닌자를 이정표로 삼아서?
아니. 모방만을 되풀이해서 어쩔 셈이냐. 그저 자신의 가라테를 뛰어넘어라.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움직이는 거다.

"이얏-!" "끄악-!" 목소리는 늦게서야 귀에 들어왔다. 닌자 슬레이어의 손은 상대의 손이 뻗어오는 것보다 더 빨리 상대의 안면에 도달해, 움켜쥐고 있었다.
그대로 후두부를 바닥에 내리찍은 뒤, 짓누르고, 바닥을 깎을 기세로 밀어냈다. "이얏-!" 그 기세를 실어, 내던진다. "끄악-!" KRAAAASH!

마루바닥엔 검게 타버린 무참한 상흔이 일직선으로 생겨나 있었다.
내던져진 잔상체는 피자타키의 출입구를 정면에서 파괴하며 가게 밖의 도로로 굴러나갔다. 닌자 슬레이어도 이를 쫓아 뛰어들었다.
BRATATATATA! 가게 밖으로 나오자 마자, 느닷없이 기관총의 소사가 그를 측면에서 맞이했다. 주변을 순회하고 있던 모터 가시라다!

"체포권을 행사하겠습니다. 투항해주주주주주주죽어라, 닌자 슬레이어=상" 모터 가시라가 선고했다.
퓩, 퓩 하는 날카로운 착탄음이 울리고, 튀어오른 피가 증발했다. 겨우 몇 발일 뿐. 문제없어.
닌자 슬레이어는 모터 가시라의 사격에 상관하지 않고, 건너편의 건물의 벽에 처박힌 잔상체를 향해 달려나갔다. "이얏-!"

"아밧-!" 지근거리에서 발해진 하이킥이 잔상체의 턱을 차 올리고, 머리 부위가 떨어져 나간 잔상체는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BRATATATATATATA! 모터 가시라가 양 팔의 개틀링건을 조준된 닌자 슬레이어에게 내뿜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이를 연속 옆돌기로 회피했다.

BRATATATATATATA! 옆돌기에서 이어진 도약으로 거리를 멀리는 닌자 슬레이어를 개틀링건의 화선이 뒤쫓는다.
공격은 집요했다. AI가 아니라 닌자가 개틀링건을 조준해 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대로라면 지리 푸어(서서히 불리).
절뚝이며 출입구로 나온 아모크웨이브가 짓수의 정밀도를 더욱 높여갔다.......BLAM!

아모크웨이브는 배후에서 날아온 총탄이 도달하기 직전에 위험을 감지해, 상체를 기울여 회피했다.
핏발 선 눈으로 점내를 돌아보자, 계산대에 팔꿈치를 얹어 온 몸을 지탱하고 있는 타키가 책상에 비치되어 있었다고 추측되는 리볼버를 쥐고 방아쇠를 당긴 것이 보였다. 순간적인 분노와 상황판단이, 아모크웨이브의 집중을 흐뜨러지게 했다.

아모크웨이브는 당연히 그런 하찮은 비닌자 한 마리 따위는 일단 방치하고, 닌자 슬레이어를 모터 가시라와의 연계로 단숨에 살해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판단을 내리는데 아주 잠깐이나마 시간이 걸려버렸다. 사격이 끊어진 그 잠깐동안 닌자 슬레이어는 뛰어오르면서 몸을 비틀어 뒤쪽의 모터 가시라를 향해 갈고리 로프를 풀어 던지는 일련의 행동을 마친 것이다.

갈고리 로프는 모터 가시라의 역관절 각부를 붙잡고 그대로 빙빙 휘감기며 갈고리를 단단히 박아서 행동을 완전히 봉쇄했다.
모터 가시라는 비명처럼 들리는 전자음을 발함과 동시에 스스로위 무게에 짓눌리는 것처럼 쓰러지고, 분진이 흩날리는 가운데 닌자 슬레이어가 땅을 박차고 아모크웨이브의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아모크웨이브는 가라테를 취해.......취하고.......취하려.......빠르다, 닌자 슬레이어가 닥쳐든다!
"이얏-!" 아모크웨이브는 춉 찌르기를 내질렀다. 미간을 꿰뚫고 뇌를 파괴하는 공포의 찌르기를.
그 팔 안쪽으로, 교차하는 것처럼 닌자 슬레이어의 왼팔이 파고 들어왔다. 죽음이.

닌자 슬레이어의 카운터 춉 찌르기는 아모크웨이브의 오른눈을 짓뭉개고, 그대로 눈구멍을 파고들었다. 뉴런이 새하얗게 태워진다...
..."아밧-!" 아모크웨이브는 몸을 뒤로 젖히며 헛발을 디뎠다. 닌자 슬레이어는 왼손을 빼낸 뒤, 오른손으로 목을 잡았다. "네놈을 죽인다......!" "아밧-!"

아모크웨이브는 경련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목을 붙잡은 채로 그의 몸을 들어올렸다. "사츠가이는 어디에 있나. 말해라." "알 리가, 쿠훕, 내가, 알, 리가, 없잖아"
"그렇겠지." 닌자 슬레이어의 눈이 검붉게 빛났다. "그럼 닌자를 팔아라. 사츠가이에게 두 번 접촉한 자가 있다고 들었다." "......!" "알고 있나 보군"

"알......아밧-!" "말해! 너는 알고 있어. 그게 느껴진다!" "아밧-!" "그 녀석은 어디에 있나. 그리고 무얼 알고 있나!"
닌자 슬레이어의......마스라다의 눈이 불타올랐다. "사츠가이는 왜 아유미를 죽인 거냐! 왜 내가 아니라 아유미가 죽은 거야! 어째서냐, 나라쿠!" "아밧-!" "어째서냐!"

"주, 죽겠어, 그 녀석" 타키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어왔다. "그대로 죽여버렸다간......" "왜냐고!" "아밧-!"

아모크웨이브의 신체의 테두리가 새까맣게 타기 시작했다. 그래도 닌자 슬레이어는 결코 손을 놓지 않았다.

"두 번 만난 닌자는......사츠가이를.......알고 있을 터다! 말해라!" "아밧-! 놈의! 놈의 이름은!"

"말해라......!" "아밧-! 놈의, 놈의 이름은......!" 아모크웨이브는 이제 안쪽까지 불타고 있었다. 검게 타오르는 몸이 살짝 경련하고, 목소리가 스며나왔다.

"놈의, 이름은......브래스하트......" "브래스하트, 기억했다." 닌자 슬레이어가 나직이 말했다. "어디에 있나." "몰라, 그런거.......조심성 많은 녀석이라......"

아모크웨이브의 신체 곳곳이 갈라지고,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젠장......나는 이렇게........" 아모크웨이브의 왼눈이 터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더욱 힘을 기울였다.

"사요나라!" 아모크웨이브는 닌자 슬레이어에게 들어올려진 채로 폭발사산했다.

타키는 몇번 심하게 기침한 뒤, 그대로 계산대 위에 쓰러졌다. "삐가가가......." 코토부키가 규칙적으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

"전부 너 때문이야, 철두철미하게 네 탓이라고!" "아아, 그래."

"엄청난 비극이야, 비극! 가게 오던 녀석들, 전부 좋은 놈들이었는데 제멋대로 죽어버리고는..." "정보는 얻었어."

빗자루질을 하면서 닌자 슬레이어는 태연하게 말했다. 타키는 끊임없이 불평을 하면서, 깁스가 채워지지 않은 쪽의 팔로 빗자루질을 계속했다.

"알겠어? 니가 없었으면 난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고, 내 피자타키가 FUCK당하는 일도 없었어, FUCKED UP이라고."

"끈질기군." 마침내 닌자 슬레이어가 되받아쳤다. "난 멈출 생각은 없다......!" "반드시 너한테 청구할거야, 개장비 전부! 소우카이야에도 꼰질러 주마!"

"다투는 건 보기 흉합니다." 코토부키는 카운터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러니 그만두세요. 그리고 무고한 사망자들을 애도합시다."

"이 녀석은 정말 입만 열면 이런 소리만 해대는군." 타키가 혀를 찼다. "그러면 붓다에게라도 기도하든지. 오이란드로이드도 환생같은걸 믿냐?"

"영혼에 관한 문제군요." 코토부키는 눈을 내리깔았다. "저에게는 자아가 있지만, 그건 잘 모르겠어요."

"계산대엔 또 어떻게 올라간거야, 다리도 그 꼴인데" "편히 잠들기를......." 코토부키는 눈을 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타키는 빗자루를 양동이 속에 처박았다. "바닥재도 전부 교체해야 되겠네, 우라질!"

아모크웨이브는 아무래도 피자타키에 습격을 가할 생각을 혼자서 떠올려 낸 것 같았다.

타키는 필사적으로 조사해봤으나 다른 선즈 오브 케이어스 구성원들과의 연계적인 움직임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것은 희소식이기는 했지만, 브래스하트인가 하는 자의 거주지나 활동 로그 또한 전혀 수집되지 않았다.

"브래스하트" 닌자 슬레이어는 중얼거렸다. "브래스하트......"

타키는 생각에 빠진 그의 등을 눈으로 쫓으며, 머리를 긁었다. "배가 고파졌으니까, 피자 좀 구워와라. 난 보다시피 이런 손이라고."

기도하고 있던 코토부키가 눈을 뜨고, 닌자 슬레이어를 보면서 오븐을 가리켰다. "조리는 셀프에요. 간단하답니다!"

"....." 닌자 슬레이어는 그들을 흘낏 본 뒤, 성가시다는 듯이 신음했다.

【스톰 인 어 다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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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0) 2021.03.31
posted by 개버개버

5화

4부 2021. 3. 31. 15:55

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injaslayer&no=372&search_head=40&page=9

 

번역) 닌자 슬레이어 4부 S1 제5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보로부두르" "기업용 포탈을 경유하는 거야."(((저 자는......누구냐......!))) "멈춰, 나라쿠!" "임금님이에요."'요그야카르타에

gall.dcinside.com

 

디시인사이드 'NJSK'님 번역

 

"보로부두르" "기업용 포탈을 경유하는 거야."

(((저 자는......누구냐......!))) "멈춰, 나라쿠!" "임금님이에요."

'요그야카르타에 와 있다. 회사 일로 들르게 됐어.'

"정상적으로 결제됐어요!"

"피를 빼내는 일은, 보틀넥 컷 춉을 통했을 때 가장 신선합니다."

"Wasshoi!" (((저 자는 사츠바츠 나이트. 태고의 암살술 '챠도'의 숙련자다.)))

"스읍......후우......!"

'두 번 접촉한 자'

(분노다. 분노가 나와 나라쿠 닌자를 이어주고 있어.)

"이런 일을 해봤자 끝이 안난다고." " '의를 보고도 행하지 않음은 용기가 없음이라' 랍니다."

(((....놈이 이전의 닌자 슬레이어다, 마스라다.)))

 

 

◆◆◆◆◆◆◆◆◆◆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 매일밤 들려오는 총성은 일상적인 소음일 뿐. 엔드로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 총성이 아니다. 그 붉은 눈동자.

그럼에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소년은 침을 삼키고 심호흡했다. 그리고 머뭇거리며 폐가의 문 안을 들여다봤다.

 

 

"......없잖아" 탁. 등 뒤에서 난 발소리. 엔드로는 돌아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있네"

 

 

"왜 그러나." 후지키도가 물었다. 엔드로가 답했다. "환자가 어딜 또 갔다온 거야."

"너야말로, 무슨 용무로 온 거지?" "딱히 용무는 없어. 걱정되서 와 본거지." "생판 남인 여행자를......"

"헤헷." 엔드로는 쑥쓰러운 듯 웃었다. "가라테카 맞지, 아저씨? 그러니까 병이 다 나으면 말야…."

 

 

"여하튼, 마침 잘 됐군. 엔드로=상." 후지키도는 그렇게 말한 뒤, 괴로워하며 신음했다.

엔드로가 부축하려 팔을 뻗었으나, 그는 이를 사양하고 소년의 어깨에 손을 두었다. "예의 그 '위치 닥터'를 불러와다오."

"아...알았어." "부탁하마." "알았다구!" 소년이 달려나가는 것을 지켜본 뒤, 후지키도는 어두운 방 안에 쓰러지듯이 들어갔다.

 

 

"스읍......하아......"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깊은 호흡을 반복한다.

"스읍......하아......" 호흡에 맞춰 눈동자의 붉은 빛이 명멸하기 시작한다.

 

 

('가라테카'인가.) 후지키도는 조금 쓸쓸한 듯이 미소지었다.

그의 시야가 어둠 속에 잠기자, 이제 그가 보고 있는 장소는 현재가 아니고 과거였으며, 요그야카르타가 아닌 오카야마 현이였다.

 

 

 

◆◆◆◆◆◆◆◆◆◆

 

「닌자 슬레이어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5화

 

【어세일드 도죠】#1

 

 

"뒷발차기!" "이얏-!" "화염차!" "이얏-!" "한차례 더!" "이얏-!"

 

 

방 바깥에서 연이어 울리는 가라테 샤우트에 귀를 기울이며 후지키도는 빨간 기모노를 입은 단아한 미녀와 마주앉아 있었다.

많은 손질이 들어간 다다미가 깔려있는 매우 좁은 차실이었다.

 

 

"도-조" 거품이 뜬 차로 채워진 잔을 미녀가 내밀자, 후지키도는 고개를 두 번 꾸벅인 후 잔을 받았다.

그녀의 행동거지는 실제 소박하여 그녀 스스로의 눈에 띄는 우아한 자태와 대비를 이루었다.후지키도는 찻잔을 몇번 돌린 뒤, 훌쩍 마셨다.

"훌륭한 솜씨군." "도-모." 미녀가 고개를 숙이며 미소지었다. "이번엔 차과자를." "감사히 받지."

 

 

"산세이!" "이얏-!" "셋카-!" "이얏-!" 후지키도는 바깥으로 눈길을 향했다.

땅에 깔린 흰모래보다도 더 하얀 뉴비 장속으로 몸을 감싼 젊은이들이 호령에 맞춰 가라테를 연무하고 있었다.

그들 뉴비 닌자는 범인이 수행을 거쳐 닌자가 되려고 하는 도중의 단계에 속한, 말하자면 리얼닌자의 알과도 같은 자들이며 무릇 소울 빙의자와 비교하면 실력은 훨씬 뒤쳐진다.

 

 

"후지키도, 요즘은 어떤가요?" 미녀는 상냥한 미소를 띄며 물었다. 후지키도는 고개를 지었다. "딱히 변한것은 없다."

"여행입니까."그녀는 후지키도의 붉은 눈동자 속을 들이다보려 했다. "어쨌든, 탈없이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녀의 이름은 유카노. 오카야마 현의 촌락에서 멀리 떨어진 험한 산의 정상 부근에서 제자들과 생활하고 있는 신비적인 '드래곤 도죠'의 센세이다.

 

 

"전보다 조금 더 늘었군." 후지키도는 차를 마시며 뉴비 닌자들을 둘러봤다. "그렇네요, 몇 명 더 늘었습니다. 당신이 여길 마지막으로 들린 게 언제였죠?"

"대강 2년 쯤 됐겠지." "세월이 빠르네요." "그는? 타이센=상인가." 호령을 내리고 있는 청년을 가리켰다. "네. 아주 듬직해졌지요. 나중에 그를 좀 살펴주지 않겠어요?."

 

후지키도는 이를 부드럽게 사양했다. "나는 센세이가 아니야. 유카노." "하지만 그대의 가라테가 출중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사츠바츠 나이트=상."

유카노는 엄숙한 태도로 말한 뒤, 이내 윙크했다. 그녀의 바스트는 풍만하였다. "타이센은 잘 해주고 있지만, 자신의 힘을 과신하게 되선 안 됩니다. 그걸 깨닫게 해 주세요."

 

이윽고 후지키도는 흰 모래밭 위에 서서, 뉴비 닌자들이 들떠서 서로에게 시선을 던지는 가운데 타이센과 마주보게 되었다.

청년은 빠진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후지키도에게 강하게 아이사츠했다. 그의 이마엔 십자 모양의 흉터가 있었다.

"그 날부터 단 하루도 가라테 단련을 게을리한 적은 없습니다. 저, 꽤 당신 가까이까지 왔다구요." "그런가."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끄악-!"

 

 

몇번의 치고 받기의 결과, 타이센은 모래밭에 고꾸라져 있었다. 뉴비 닌자들이 '아아'하며 아쉬운 소리를 냈다.

후지키도는 타이센에게 손짓했다. "그대 말 대로, 충실한 단련을 거쳐 온 가라테가 전해져 오는군."

"방금 껀 조금 미끄러졌을 뿐입니다." 타이센은 입을 닦고, 용수철처럼 다시 일어섰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끄악-!"

 

다시 고꾸라진 타이센은 과감하게 다시 일어서 덤벼들었다. "다시 갑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목인권을 방불케 하는 원 인치 거리의 연타가 다시 시작됐다!

후지키도는 감명을 받았다. 실제 타이센은 2년 전에 비해 훨씬 성장해 있었다. 유카노는 훌륭한 도죠를 이루어 냈다....

 

 

"이얏-!" "끄악-!" 후지키도의 붕 펀치가 제대로 들어갔다. 타이센은 뒤로 내동댕이쳐져, 모래밭에 부딪쳐 약간 튀어오른 뒤, 등을 보이며 쓰러졌다.

"......!" 분한 듯이 신음하며 다시 일어서려 했으나, 국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후지키도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타이센은 그 손을 잡았다.

"전 평소엔 좀 더 강하다구요, 정말로." "으음."

 

 

"호호오, 과연, 삼엄한 절벽을 오르고 또 올라, 바로 이곳에!"

 

 

후지키도와 타이센은 고개를 돌리며 뉴비 닌자들과 함께 목소리가 퍼진 정문 방향을 보았다. 도죠에서 생활하는 자의 목소리가 아니였다.

목소리의 근원......과장된 몸짓으로 양 손을 크게 펼치고 있는 그 자는 그들이 본 적 없는 닌자였다.

그렇다. 한 눈에 닌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얏-!" 곧바로 차실의 툇마루에서 질풍처럼 유카노가 뛰어들어 후지키도의 앞에 서서 그 닌자를 노려봤다.

기모노를 입고 있던 유카노의 차림은 어느새 드래곤의 자수가 들어간 붉은 닌자 장속으로 변해 있었다.

후지키도는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유카노의 곁에 섰다.

 

 

"저 자는......?" 타이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유카노는 청년을 보며 말했다.

"타이센. 문하생들을 데리고 물러나세요." "하지만......" "어서 해라! 네가 지키는거다!"

"하이!" 그는 상황의 긴박함을 깨닫고, 긴장한 표정을 한 채 허둥대는 뉴비들을 이끌고 도죠 안쪽으로 떠나갔다.

 

 

"음음음, 너무 흉흉하지 않나." 닌자가 조소했다.

"아직 아무런 목적도 밝히지 않았는데 말이야. 가령 우리가 차나 좀 마시려고 들린 것이라면 지금의 대응은 큰 결례가 됐을 걸세, 드래곤 닌자=상."

끌끌거리면서 목구멍을 울리며 웃고 있는 그 닌자에게선, 이상할만치 압박감이 느껴진다.

 

 

"아아, 그렇지. '우리들'이라네." 그는 강조했다. "친밀한 사이의 동행이 몇 명 있어서 말이지....."

 

 

주위를 맴돌고 있던 안개가 갑자기 한 곳에 뭉쳐 붉은 판금갑옷의 닌자 장속으로 몸을 감춘 불길한 닌자의 모습을 이루었다.

파도치는 듯한 검은 곱슬머리를 어깨까지 길렀고, 그 눈동자는 흰자와 구분하기 힘만큼 밝은 회색이였다.

유카노의 긴장이 한층 더해졌다. 후지키도는 이미 등색의 불꽃을 두른 검은 닌자장속 차림이 되어 있었다.

 

 

더욱이, 이번엔 으드득대는 소리를 내며 금이 간 지면이 솟아올랐다. 그 균열 속에서 섬뜩한 형상이 기어나왔다.

"아바-......" 괴물......지네......아니......일단은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의 의상문화인지도 알 수 없는 차림이였으나, 마술이나 요술 부류의 문화의 흔적을 강하게 느껴지게 하는 복장이었다.

 

 

가장 처음 나타난 닌자가 헛기침을 했다. "그렇지. 이렇게 세 명이라네."

 

 

맑게 개여있던 하늘은 돌연 흐려지고, 흐느끼는 소리처럼 으스스한 바람이 빗방울을 머금고서 세차게 분다. 닌자들의 시선이 교차했다.

"도-모. 드래곤 닌자입니다." 우선은 유카노가 아이사츠했다. 다음에는 후지키도가. "도-모. 사츠바츠 나이트입니다."

닌자 네임

"사츠바츠 나이트?" 붉은 갑옷의 닌자가 눈을 얇게 떴다. "좋다, 짐도 그 작법을 따르도록 하지."

붉은 갑옷의 닌자가 아이사츠했다. "도-모. 레드 드래곤입니다."

 

 

"SHHHH……" 기괴한 모습의 닌자가 이어서 아이사츠했다. "무카데 닌자입니다."

삼닌 중 첫번째 닌자는 그때까지 계속 목구멍을 울리며 웃고 있었으나, 마지막 차례가 오자 겨우 아이사츠했다. "케이토 닌자입니다."

 

 

"우선 묻겠다." 유카노는 드래곤 닌자로써의 위엄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땅에 들른 이유는 무엇이지?"

"차라도 마시면서 옛 이야기로 꽃을 피우러 왔다고 하면 어떻겠나?" 케이토 닌자가 웃으면서 답하고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이를 스스로 부정했다.

"아니, 설령 정말로 그렇다고 해도 그대가 그런 걸 받아들일 리가 없겠지, '하토리의 기사'여. 우리의 목적은, 그렇지......"

 

 

"...'소풍'일세. 보물찾기라고 바꿔 불러도 상관없네." 드래곤 닌자가 까득,하고 이를 악무는 소리를 사츠바츠 나이트는 들었다.

케이토 닌자가 옆에 선 레드 드래곤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됐으니...자네가 바라는 걸 말해 보게." "눈챠크 오브 디스트럭션을."

그림자 속에서 박쥐들이 무수히 나타나 날갯짓하며 그의 등에 붙어 망토를 형성했다. "왈라키아의 백성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지."

 

 

"저 자도, 그러한가." 사츠바츠 나이트가 드래곤 닌자에게 확인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어찌된 경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 모두가 옛 과거에 존재했던 리얼 닌자입니다...전 알 수 있어요."

"당연히, 우호적인 방문은" "아닐테지요.....!" 두 닌자는 눈 앞의 세 닌자를 노려보며, 주 짓수를 취했다!

 

 

【어세일드 도죠】#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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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닌자가 까득,하고 이를 악무는 소리를 사츠바츠 나이트는 들었다. 케이토 닌자가 옆에 선 레드 드래곤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됐으니...자네가 바라는 걸 말해 보게." "눈챠크 오브 디스트럭션을." 그림자 속에서 박쥐들이 무수히 나타나 날갯짓하며 그의 등에 붙어 망토를 형성했다. "왈라키아의 백성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겠지."◆

 

◆"저 자도, 그러한가." 사츠바츠 나이트가 드래곤 닌자에게 확인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어찌된 경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 모두가 옛 과거에 존재했던 리얼 닌자입니다...전 알 수 있어요." "당연히, 우호적인 방문은" "아닐테지요.....!" 두 닌자는 눈 앞의 세 닌자를 노려보며, 주 짓수를 취했다!

 

 

【어셰일드 도죠】#2

 

 

"자네는 어때, 무카데 닌자=상?" 케이토 닌자는 다른 동행자에게 물었다. 태세를 갖춘 드래곤 닌자 일행을 앞에 두고도 변함없이 느긋한 태도였다.

범상치 않은 아트모스피어의 닌자는 베일 너머에서 물음에 답했다. "......SHHH......멘포 오브 도미네이션......그걸 받아가마."

"호오! 무엇에 쓸텐가?" "건국이다."

 

 

"건국이라! 훌륭한 일이 아닌가!" 케이토는 또 목구멍을 울렸다.

"그럼 이제 내가 브레이서 오브 리젝션을 고르면 딱 맞아 떨어지게 되는 건가?......호오, 브레이서는 없는 모양이군, 그래."

나무삼......드래곤 닌자의 미세한 동공의 움직임에서 케이토는 자문의 답을 얻어내고 말았다. 이 무슨 닌자 통찰력인가.

 

 

"독장수셈은 거기까지 해 두세요, 도적패들." 드래곤 닌자가 말했다. 케이토 닌자는 눈을 빛낸다.

 

"무얼, 좀 빌려갈 뿐일세. 좋지 않나......보아하니, 지금의 그대에게선 우리에게 범접할 만한 가라테는 느껴지지 않는군.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나? 우린 단지 구가하고 싶을 뿐이라네, 이 아득한 시간이 흐른 생기넘치는 시대를 말이야......"

 

 

"보물은 어디에 있지" 레드 드래곤이 묻자 무카데 닌자가 답했다.

"'영묘'다......드래곤 닌자는 이 산을 깊이 파내려 그 안에 하토리의 보물을 숨겨둔 것이지......보물......SHHHHH......."

"그렇지, 그걸 우리가 유익하게 활용해 주겠네. 좋지 아니한가?"

 

 

"영묘는 보물고따위가 아니다." 드래곤 닌자가 부정했다.

그녀와 사츠바츠 나이트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영묘는 분명 이 도죠 안쪽에 있다. 먼 과거에 만들어진 금단의 던전이다.

과거의 드래곤 닌자 클랜에 속한 자들이 미이라가 되서도 그곳의 강대한 닌자 유물들이 세계에 흩어지게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수호하고 있다.

 

 

드래곤 닌자는 과거에 오히간의 교토성을 향한 모험을 떠나 여러 고난을 겪으면서도 눈챠크 오브 디스트럭션과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을 탈환해 보였다.

브레이서는 지금도 교토성의 주인의 품에 있을 것이다. 이후 눈챠크와 멘포는 영맥 심층부에서 봉인된 채로 보관되고 있다.

 

 

"아아, 영묘의 방위체제와 함정 등에는 주의깊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네?" 케이토의 말에 개의치 않고 레드 드래곤이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

"별 문제거리도 되지 못할테지. 이제 가 보세." "SHHH........미숙한 닌자들의 혈육......" 무카데 닌자가 말했다. "싱싱한 생명.......우선 나는 그것을 즐기고 싶구나."

 

 

"이얏-!" 드래곤 닌자가 자신의 주무기인 머스트다이 블레이드는 칼집에서 뽑아내며 무카데 닌자에게 덤벼들었다.

"이얏-!" 사츠바츠 나이트가 뛰어올라 레드 드래곤이 가세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이-......야야야얏!" 무카데 닌자는 드래곤 닌자의 타격과 머스트다이 블레이드의 참격이 혼합된 연속공격을 받게 되었다.

"SHHH!" 괴이한 법의가 찢겨져 나가 허공에 날아가자, 뱀을 연상케 하는 실루엣이 땅을 기어 지나갔다.

이것은 미가와리 짓수(전신술)이다! 지면속에 숨어든 것이다!

 

 

불룩 솟은 지네의 실루엣은 번갯불을 방불케 하는 궤적을 그리며 안쪽으로 도망쳐갔다.

그 앞에는 영맥이, 그리고 타이센과 문하생들이 피난한 동굴이 있다.....!

"네 이놈!" 이를 쫓으려고 한 드래곤 닌자의 앞길을 케이토 닌자가 가로막아 섰다. "마음대로 하게 두진 않는 법이지! 하하하하!"

 

 

한편 사츠바츠 나이트는 레드 드래곤과 원 인치 거리에서 마주보며 목인권을 방불케 하는 치고받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사츠바츠 나이트 쪽이 이미 3타를 받아버린 형국이었다. "이얏-!" "끄악-!" 4타.

레드 드래곤의 옆구리에 발차기를 내지르지만, 붉은 갑옷이 충격을 막아내며 검은 망토가 스스로 그의 다리를 휘감아 내던졌다. "끄악-!"

 

 

사츠바츠 나이트는 공중에서 회전하며 다시 균형을 잡으려 했다

"이얏-!" 레드 드래곤은 검은 수리켄을 던졌다. 그것은 쿠나이의 형태로 몸을 말은 박쥐 무리다.

"이얏-!" 사츠바츠 나이트는 수리켄을 연사하여 박쥐들을 요격했다. 이어서 회전 속에서 갈고리 로프를 내질렀다. 목표물은 레드 드래곤.....아니! 케이토 닌자다!

 

 

"핫하하하하......." 케이토 닌자는 이미 드래곤 닌자에게 두 번 타격을 가해, 목을 절단하려고 춉을 내리치려 하고 있었다. "실로 가소롭군.....!"

거기에 갈고리 로프가 휘감아 들었다. 케이토는 이를 흘낏 보고, 다홍빛의 전광(電光)을 팔에 둘러 이를 태워버렸다.

"이얏-!" 그 틈을 노리고 드래곤 닌자가 칼을 휘둘렀다. 케이토 닌자는 두 손가락으로 칼날을 붙잡아 멈췄다.

 

 

드래곤 닌자는 그대로 칼에서 손을 떼고 도죠 안쪽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녀와 엇갈리며 사츠바츠 나이트가 케이토 닌자에게 날아차기를 날렸다.

"이얏-!" "이얏-!" 케이토는 발차기를 팔로 튕겨나며 손바닥을 내질러 안면을 파괴하려 했다."이얏-!" 사츠바츠 나이트는 이를 옆돌기로 피하며 춉을 내지른다. 치고 받는 두 닌자를 무수한 박쥐의 무리가 감쌌다. 레드 드래곤의 헨게 짓수다.

 

 

"사츠바츠 나이트라 하는 자여." 타격을 막아내면서 케이토 닌자가 중얼거렸다.

"우리는 깨어난지 얼마 안된 참이라 말이야. 현세의 실정이라는 것을 되도록 빨리 살펴보고 싶은 걸세."

 

 

사츠바츠 나이트는 이쿠사 배틀 속어서 이 자의 가공할 압력을, 그리고 가라테의 정도를 짐작하려고 했다.

틀림없이 상당한 실력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쳐온 시간의 무게'라고나 불러야 할 법한 이 압박감.

 

 

"이얏-!" 몸을 숙여 춉을 피한 사츠바츠 나이트는 곧게 세운 붕 펀치를 케이토의 배에 때려넣었다.

"으-음!" 타격을 받는 것과 동시에 케이토는 양 팔을 사츠바츠 나이트의 팔에 맞붙여 기세를 죽였다.

 

 

그는 쳐날려져 균형을 잃고 허공을 마구 돌았으나, 이내 낙법을 취해 착지하고선 그대로 태연하게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드래곤 닌자를 찾아온 것이네. 그리고..."

 

 

사츠바츠 나이트는 등 뒤로부터 가슴을 꿰뚫려 심장을 뽑히는 감각을 떠올렸다. 닌자 제6감이 전하는 영점 몇초 후의 예지다.

"이얏-!" 돌아보면서 팔꿈치 치기를 내지르자, 등 뒤에서 밀집하여 다시 인간의 형태를 이룬 레드 드래곤이 혀를 차며 이를 방어했다.

카이덴(*1)

"으으음......네놈의 '이름'은 무엇이냐? 사츠바츠 나이트=상." 그는 물었다.

 

 

한편, 동굴에 뉴비 닌자 전원을 들인 타이센은 자신만이리도 이쿠사 배틀에 가세하기 위해 밖에서부터 바위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

그가 문득 돌아보자, 지면의 융기가 동굴을 향해 닥쳐오고 있었다. "뭐지......?"

 

 

"이얏-!" "끄악-!?"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수리켄이 어깨여 꽂햐, 그대로 타이센은 쓰러졌다.

수리켄을 던진 것은 드래곤 닌자다. 타이센은 부상을 입은 채 동굴 속으로 굴러들어왔다.

 

 

"바위문을 닫아라! 타이센=상!" 지면의 융기를 쫓아 달려오는 드래곤 닌자가 엄격하게 명했다.

타이센은......"AAARGH!" 지면이 터지고, 그 안에서 무수한 관절이 달린 무시무시한 닌자가 튀어나왔다! 나무삼!

 

 

"싱싱한! 혈육!" "끼엣-!" "끄악-!" 드래곤! 간발의 차로 강렬한 날아차기가 무카데 닌자의 등을 쳐날려 그대로 문 옆의 바위벽에 패대기쳤다.

타이센은 방금 전까지의 어리석은 생각을 더이상 품지 않았고, 실금하면서 바위문을 안에서 닫았다.

무카데 닌자는 몸을 비틀면서 드래곤 닌자를 노려봤다.

 

 

"SHHHH……!" "보낼 것 같더냐!" 드래곤 닌자는 주 짓수를 취했다. 무카데 닌자가 덤벼들었다. "AAAARGH!" "이얏-!"

무카데 닌자는 여러개의 관절을 가진 팔이 무수히 나 있으며, 근접전투에서 이에 대처하는 것은 지극히 곤란한 일이었다.

드래곤 닌자는 극한상황에서 태고의 이쿠사 배틀의 기억을 끄집어 내는데 필사적이었다.

 

 

"AAAARGH!" 무카데의 팔이 드래곤 닌자를 덮친다! "아윽-!"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드래곤 닌자의 주관적 시간감각이 진흙처럼 둔화되었다. (옛적의 완전한 가라테가 있었다면......)

소울 블로운-아웃(*2)......닌자 소울을 직접 파괴하는 지극히 강력한 가라테 오의가 순간 뉴런을 스쳤으나, 그 기억은 붙잡기도 전에 멀리 떠나갔다.

 

 

그 대신에 그녀가 기억 밑바닥에서 겨우 꺼낼 수 있었던 것은......"AAARGH!" 무카데 닌자가 그녀를 붙잡으려 온 팔을 펼치고서 닥쳐들었다.

그녀는 한쪽 손바닥을 입가에 술잔처럼 받치고서, 숨을 불었다. "후욱" 그리고 바로 물러섰다.

무카데 닌자가 숨결에 닿았다. 그것은 응축된 가라테의 덩어리였으며......이내 폭발했다.

 

 

KABOOM! "끄악-!" 드래곤-브레스-숨결! 불길조차 지워 없애는 니트로 충격파와도 같은 폭발에 휩싸인 무카데 닌자는 매우 괴로운 듯이 경련하며 땅 위에 쓰러졌다.

그러나 드래곤 닌자에게 이를 추격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녀는 케이토 닌자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츠바츠 나이트가 그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케이토는 영맥으로......

 

 

"이얏-!" 드래곤 닌자는 수십 미터 떨어져 있는 참배길을 향해 수리켄을 투척했다.

멀리서 걷고 있던 케이토 닌자는 걸음을 유지하며 날아온 수리켄을 그대로 손가락으로 붙잡아 으스러뜨렸다.

"잘 있게나!" 비웃는 눈길만을 남기고 그는 영맥으로 통하는 길을 향해 멀어져갔다. 그 일순의 판단이 이쿠사 배틀을 판가름내고 말았다.

 

 

드래곤 닌자의 등 뒤에서 무카데가 다시 덮쳐들었다. "가바바바바!"

"이얏-!" 드래곤 닌자의 뒤돌려 차기다! 이에 대항하여 무카데 닌자는 팔 세개를 끊어서 던졌다. 던져진 팔은 지네가 되어 드래곤 닌자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녀의 동체를 압박하며 이빨을 박아넣었다. "아윽-!" 드래곤 닌자의 눈동자의 불길이 한층 크데 타올랐다. 무카데 닌자는 거리를 벌렸다. 그녀의 생명력을 음미하면서.

 

 

"요기스미카테……소르나가바레!" 무카데 닌자의 무수히 많은 팔이 복잡한 사인을 그리고, 송곳니 투성이의 입에서는 의미불명의 주문이 흘러나온다.

지네는 그녀의 몸을 끊임없이 조였다. 드래곤 닌자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주 짓수의 자세를 취했다.

바위문 앞을 가로막고서, 결코 보내지 않겠노라고.

 

 

"로우・완!" 무카데 닌자가 외쳤다.

 

 

드래곤 닌자는 눈을 부릅떴다. 그녀는 저주에 저항하려고 했다. "스읍......" 챠도 호흡은 도중에 얼어붙었다.

아름다운 불로의 미녀는 바위문 앞에서 주 짓수의 자세 그대로 회색의 정교한 조각상처럼 석화되어 움직임을 멈췄다.

 

 

두근...... "이얏-!" "끄악-!" 레드 드래곤의 발차기를 받아 쳐날려진 사츠바츠 나이트는 그 기세를 이용하여 허공에서 도약하며 연속 옆돌기를 거쳐 바위문 앞에 이르렀다. "하하하하하!" 레드 드래곤은 홍소하며 연속 옆돌기로 추격해왔다. "도망만 쳐서 어쩔 셈이냐!"

 

 

두근...... "이얏-!" "끄악-!" 사츠바츠 나이트는 무카데 닌자의 반격을 받고, "이얏-!" "끄악-!" 두근...... 이어서 레드 드래곤의 가라테 공격을 받았다.

두근...... "으음-......" 사츠바츠 나이트는 일어서려고 했다….

 

 

두근...... "자네가 바라던 물건일세." 케이토 닌자가 땅 위에 눈챠크를 던졌다. 레드 드래곤이 손을 내밀자 눈챠크가 저절로 떠올라서 그 손에 쥐어졌다

"후후후후......이-야야야야야!" 레드 드래곤은 만족스러운 듯이 눈챠크를 휘둘러 연무를 행했다. "야야야얏! 핫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두근...... "그 놈은?" "보다시피 이 모양이다." 무카데 닌자가 말했다. "스읍......하아......" 지네가 그를 옥죄고 있었다.

"그 자도 돌로 만들어 주는게 어때?" "안 된다. 드래곤 닌자의 저항을 누르는 데에도 꽤 소모해 버렸으니."

"그러한가." 케이토 닌자는 무카데 닌자에게 멘포를 건넸다. 두근...... 두근......

 

 

◆◆◆◆◆◆◆◆◆◆

 

 

"스읍......하아......" 어둠 속에서 후지키도의 붉은 눈동자가 번쩍였다. 두근......두근......심장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후지키도는 살려져 버렸다. 타이센도, 뉴비 닌자들도 무사했다. 세 명의 닌자는 그저 그들을 비웃으며 신기를 빼앗아 떠나간 것이다.

 

 

"스읍......하아......" 이전의 후지키도 였다면.......닌자 슬레이어였다면......나라쿠와 함께하던 때의 그였다면, 과연 어땠을까? 

그리고 그 이후엔 어떻게 행동했을까? 무의미한 가정이다. 그 눈으로 직접 새로운 닌자 슬레이어를 마주보게 되었을 때, 그것은 결정적인 실감으로써 그에게 들어왔다.

 

 

"스읍......하아......" 지금의 후지키도는 사츠바츠 나이트다. 신기를 되찾고, 드래곤 닌자를......유카노를 원래대로 돌려놔야만 한다.

그의 깊은 탐색은 그를 이 요그야카르타의 대지로 이끌었다. 무카데 닌자가 지배하는 땅으로.

 

 

후지키도는 다시 한 번 무카데 닌자에게 도전하고, 패배하여, 자신 또한 로우 완의 저주를 받고 말았다. 그는 저주에 속박되어, 곧 이 땅에도 속박되어 버렸다. "스읍......하아......" 허나, 이렇게 패배했다고 해도......다음번엔 반드시......! "스읍......하아......" 폐가 속에서 그는 챠도 호흡에 심신을 기울인다......!

 

 

【#3으로 이어짐】

 

 

*1 카이덴 네임 : 수행을 완전히 마치고 센세이 닌자로부터 개전(카이덴) 면허를 취득하여 새로운 클랜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을 얻은 리얼 닌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닌자네임, 보통 〇〇・닌자라는 형식이며, 가운데에 흑점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

 

*2 소울 블로운-아웃 : '백 인 블랙' 에피소드에서 등장한 연속 엎어치기(속칭 이에모토)의 진정한 형태. 언급한 에피소드에서는 소울을 봉인하는데 그쳤으나 본래는 그대로 소울을 파괴해버리는 무시무시한 오의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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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세일드 도죠 #3

 

 

"아저씨." 엔드로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저씨? 살아있어? 후지키도=상?" "......" "위치닥터, 데려왔는데" "......" "쫌, 살아있는거 맞아?"

".......으음."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이 빛났다. 후지키도가 한쪽 눈을 뜬 것이다. 그리고 엔드로를 밀치듯이 주름투성이의 노파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살아있었구먼, 이거 놀랍군! 또 도망쳐 돌아온 겐가? 호홋-!" 위치닥터는 합장하며 후지키도를 더듬었다.

"멈추시오." 후지키도는 이를 제지했다. 그리고 배게 곁에 뒀던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말라붙은 검은색 물체를 꺼냈다. 미이라화한 혀였다.

"뽑아내고 어느정도 보관해두니 이렇게 되었소." "호홋-, 그것 참!"

 

 

집고 있는 혀를 향해 손을 뻗어온 노파에게서 반사적으로 손을 빼면서 후지키도는 그녀를 지긋이 노려봤다.

" '그것 참'이라고? 분명 그대가 저주를 풀 수단을 알고 있다고 했을텐데......." "거야 놀랄만도 하지 않겠어! 전승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니. 하지만 확실한 전승이다. 뭘 이제 와서 의심하는 게냐, 요 애송이!" 위치닥터는 조금 노기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확 진찰 관둘까 봐!"

 

 

"너무 그러지 마, 할머니." 엔드로가 노파에게 귀띔했다. "아저씨도 이젠 물러설 곳이 없어서 그래. 필사적이라구."

"흥.....뭐 좋다." 노파는 헛기침하며, 마른 혀의 표면에 새겨진 문장에 얼굴을 들이댔다.

"그래, 사악한 지네의 왕은 말이다, 아주 옛날에도 이 땅을 휩쓸고 황폐하게 했었다고 하였더라. 크나큰 전쟁이 몇번이고 되풀이되어....."

 

 

"치료!" 엔드로의 꾸짖음을 듣고, 노파는 품에서 낮설은 문자가 적힌 천의 자투리를 꺼내 마루에 놓았다.

"그건 그렇고, 샨 로ㅇ......" 말을 사리듯 목소리를 낮추며, "....그 자의 졸개들이 실제 이 인장을 신체에 새기고 있다 치면, 요는 전승대로 흘러가고 있음이 더욱 확실해졌구먼. 돌아서 현세에 나타난 게야."

 

 

"꼬맹이! 향로에 불!" "예이, 예이." 엔드로는 노파의 지시에 따라 방 구석에 놓여진 향로를 가져왔다.

후지키도는 천을 사이에 두고 노파와 마주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아직도 강렬하게 날뛰는 저주의 힘에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다.

노파는 돌연 푹 엎드려, 머리 위의 흑단의 사슬을 마구 문질렀다. "세노게바타.......요그노마.......카!"

 

 

엔드로는 수상쩍은 듯이 노파의 기도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향로에서 솟아오른 흰 연기가 뱀처럼 꿈틀대며, 천 위의 미이라화한 혀를 감싸듯이 맴돌더니 후지키도의 입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뿌득거리는 불쾌한 소리가 들렸다. 후지키도는 괴로움을 억누르며 신음했다. ".......됐다!" 노파가 외쳤다.

 

 

"정말 된 거야?" 엔드로가 노파를 봤다. 노파는 씨익 이를 보이며 웃고서는 후지키도를 봤다. "깊이 들이쉬거라! 그리고 내뱉는 게야."

"스-읍......하-아......." "어떠냐! 괜찮아 졌느냐! 기분이 좀 편해지나?" "......." 후지키도는 지네의 반점을 더듬었다. "......그렇군......으음" "그것 참! 성공이로구나!"

 

 

후지키도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 가볍게 뛰었다. "......확실히, 감사하겠소." "감사해야지! 뭐, 이쪽도 박정하게 굴 수는 없는 노릇이다만은."

"당연하지." 엔드로가 째려봤다. "선금까지 받아놓고." "알겠나, 후지키도=상. 임자 속의 지네는 가라앉혔어. 허나 빼낸 것은 아니야.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지."

 

 

"알고 있소." "로우 완의 저주를 완전히 풀고 싶다면, 이어서 '자손들의 인장'을 모으도록 하거라.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면 도로아미타불이니라. 그러니......."

후지키도는 천 위의 혀를 집어 도로 품 속에 넣었다. "아!" 노파가 아까워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알겠소. 당장이라도 주물(呪物)을 모아 오겠소. 그때까지 이건 내가 맡아놓지." "아아, 그러신가."

"그리고, 엔드로=상." 후지키도가 소년을 돌아봤다. "부탁해둔 물건은 조달해 왔는가." "아아......으응."

 

 

엔드로는 방 밖에서 폴리에틸렌제 물통과 분말병을 들여놓았다. "돈은 부족하지 않았나?" "층분했어. 하지만 이건......" "이거면 됐다. 감사하지."

후지키도는 물품들을 훑어본 뒤, 선반 옆에 둔 드럼통을 돌아봤다.

 

 

노파가 재빨리 방에서 나가자, 엔드로는 장사꾼을 방불케 하는 눈빛을 하며 후지키도를 향해 웃음지었다.

"또 다른 용무는 없어? 돈만 더 주면 뭐든 조달해 올 테니까......그리고 될수 있으면 가라테를 좀........" "돌아가라."

"그치만" "지금 당장." 후지키도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엔드로는 못마땅한 듯이 노파를 따라서 나갔다, 도중에 그가 있는 폐가를 한번 돌아보면서.

 

 

◆◆◆◆◆◆◆◆◆◆

 

 

"젠장할, 그 아저씨" 엔드로는 총성이 울리는 밤의 변두리를 걸어가며, 난폭하게 껌을 씹어댔다.

"좀 더 내 줄것 같았는데." 물웅덩이 부근의 전선이 빠직빠직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위험하다. 야생화한 군용 사냥견의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온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는 중얼거리며 메모지를 꺼냈다. 거기엔 어느 세력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IRC 정보가 표기되어 있었다.

 

 

엔드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희미한 조명의 IRC 전용 덱 박스 속으로 잽싸게 들어왔다.

토큰을 구멍에 넣고, 금속 버튼을 딱,딱 하고 누르자, 좁은 액정화면에 주소가 입력되어져 갔다......

 

 

◆◆◆◆◆◆◆◆◆◆

 

 

타타타타탕.......타타타타탕. 30분이 지나서도 총성은 멈추지 않는다. 시외 변두리를 달려가는 닌자 세스토다는 그 소리에 발을 멈추고는 코웃음을 쳤다.

오늘 밤은 반란 세력이 한층 더 우쭐해 있다. 어짜피 최종적으로는 카로우시타이의 무자비한 무력에 굴복하게 될 주제에.

그들은 샨 로어 왕의 은총을 입고 잠들지 않은 병사로써 새로이 태어난 지들이다.

 

 

그레이윌름을 죽이고 도주한 사츠바츠 나이트의 거주지가 특정되었다. 고액의 현상금을 밀고 네트워크에 게시하여 정보수집을 시킨 것이다.

방금 전, 통보자로부터 밀고한 정보의 뒷받침이 들어왔다. 당초에는 사츠바츠 나이트에게 돈으로 고용되어 임시적인 숙박을 제공했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손이 작아 실망했다는 모양이다.

 

 

(이것이 요그야카르타의 룰이다, 사츠바츠 나이트=상.) 목적지에 다가가며 세스토다는 홀로 웃었다.

(네놈은 몇번이고 배반당해, 몇번이고 함정에 빠지게 되겠지. 어슬렁어슬렁 홀로 이 나라에 들어와선 로우 완의 저주를 받고 도망친 그 날은 네놈이 맞이하게 될 재난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동행할 카로우시타이는 준비하지 않았다. 유감이지만 이 지역에는 지금도 샨 로어의 지배를 부당하게 여기는 세력이 무시할수 없는 규모로 잠복하고 있다.

무모한 게릴라 시민을 불러들여 하찮은 다툼이 벌어지면 정작 사츠바츠 나이트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상대는 부상당한 닌자 한마리. 지장은 없다.

 

 

세스토다는 민가의 지붕 위에 뛰어올라 몸을 젖히며 프로고 강을 등지고 있는 폐가에서 새어나오는 미세한 빛을 보았다. 저 건물임이 틀림없다.

"SHHHH......." 얇게 뜬 눈이 요사스럽게 빛나며, 넙적한 혀가 베일 뒤에서 펄떡인다.

 

 

그는 귀를 기울여 닌자 청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분명 숨소리가 들린다. 세스토다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몸을 숙인 채로, 그는 기괴한 촌충을 방불케 하는 움직임으로 포복전진하며 번갯불같은 속도로 폐가에 이르렀다.

"SHHHH!" 그는 실내에 빨려 들어가듯이 잠입했다! "잡았노라!"

 

 

솟아오른 이불을 벗겨내자, 팅, 팅팅........ 무언가와 연결된 와이어가 튕겨졌다.

 

 

세스토다의 뉴런에 닌자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며 그의 주관적 시간감각이 진흙처럼 둔화했다.

와이어가 천천히 튕겨 나가고, 방 안에 놓여져 있던 불길한 드럼통 근처에서 불티가 튀어올랐다.

불티는 드럼통 속에서 삐져나온 축축한 끈에 불을 붙여.....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

 

 

KRA-TOOOOOM!

 

 

"아이엣!" 엔드로는 밖으로 뛰쳐나와,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에 올라서 후지키도의 거처가 있는 곳을 살펴봤다.

거기선 기름냄새가 나는 검은 연기가 큰 불꽃과 함께 오르고 있었다. "지.....진짜 해냈구나! 그 아저씨!"

밀고용 핫라인의 ID는 후지키도가 미리 건네준 것이다. "진짜로!" 경악의 표정은 이내 웃음으로 바뀌었다.

 

 

부친이 갑자기 징발된 그날 밤의 일을 그는 결코 잊지 않는다.

엔드로의 아버지는 지금쯤 왕국 어딘가에서 이름도 빼앗긴 채 카로우시타이의 일원으로서 종사하고 있을 터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엔드로는 운명에 복종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는다. 보로부두르의 왕을 용납하지 않는다.

 

 

"menakjubkan! menakjubkan!" 엔드로는 손뼉을 쳤다. "Ada apa!?" "Adaapa!?" 제각각 외쳐대며, 사람들은 폭발을 목격하고 뛰쳐나왔다.

"menakjubkan!" 엔드로는 한바탕 웃다가, 어느새 흐른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치만 아저씨, 이런 일까지 시켜 놓고선.......좀 더 내줬어도 되잖아. 사람을 너무 험하게 부린다고."

 

 

 

◆◆◆◆◆◆◆◆◆◆

 

 

"끄악-!" 정면에서 태워져 모닥불 속의 크래커처럼 회전 점프로 탈출한 세스토다는, 풀밭을 뒹굴고 불타면서 프로고 강을 향해 달렸다.

그 장속과 표피는 화상으로 문드러져 끔찍한 몰골이였다. "네 이놈......건방진 짓을......!"

 

"이얏-!" 눈 앞의 풀더미 속에서 뛰쳐나온 그림자!

어둠 속, 칠흑같은 장속에 감도는 등색의 불꽃이 극한상태의 세스토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 멘포에는 무시무시한 글자체로 「殺」「伐」의 한자가 새겨져 있다.

 

"도-모. 세스토다=상. 사츠바츠 나이트입니다." 그의 앞에 가로선 닌자가 힘차게 아이사츠했다. "이대로......죽인다!"

 

 

【#4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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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칠흑같은 장속에 감도는 등색의 불꽃이 극한상태의 세스토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 멘포에는 무시무시한 글자체로 「殺」「伐」의 한자가 새겨져 있다. "도-모. 세스토다=상. 사츠바츠 나이트입니다." 그의 앞에 가로선 닌자가 힘차게 아이사츠했다. "이대로......죽인다!"◆

 

 

【어세일드 도죠 #4

 

 

"도-모...사츠바츠 나이트=상" 세스토다는 사츠바츠 나이트의 아이사츠에 화답했다. 검게 탄 등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세스토다입니다. 네 이놈......같잖은 속임수를......!"

 

 

"상황에 맞는 이쿠사 배틀을 택했을 따름이다." 사츠바츠 나이트가 말했다. "길게 끌진 않겠다!"

"SHHHH!" 세스토다는 관절을 삐걱대며 변형하려고 했다. 지렁이처럼 가늘고 긴 모습으로 변해 보통 닌자는 쫓을 수 없는 속도와 변환자재의 움직임으로 적을 농락하여 회피가 불가능한 사각에서의 독 공격으로 일격에 끝장을 내는 것이 그의 가라테 전법이다.

 

 

하지만, 나무삼. "쿠훕......" 변형은 이루지 못하고, 검은 피를 토하며 비틀거릴 뿐.

폐가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의 폭발 한가운데에 있었던 세스토다의 관절과 신경은 손상되어, 미세한 육체의 조작을 요구하는 헨게 웜 짓수를 발동하는 것은 이젠 불가능한 일이었다. 닌자라 해도 고열 폭발에 휩쓸리면 무사하지 못하는 법이니.

 

 

"좋다. 핸디캡이라 치마. 이것도 나의 방심이 초래한 벌이니......" 세스토다는 온 몸을 삐걱여댔다.

"하지만 네놈도 만전의 상태는 아닐테지. 로우 완의 저주가 네놈을 속박하는 이상은 말이야!" 요사스럽게 눈을 빛내며 물결치는 듯한 움직임의 가라테로 덤벼든다!

"이얏-!" "끄악-!?" 사츠바츠 나이트는 간발의 차로 범상치 않게 늘어난 팔이 휘두른 춉을 피해 안쪽으로 파고들어, 로우킥으로 세스토다의 정강이를 파괴했다.

 

 

"이얏-!" "끄악-!" 앞으로 쓰러진 세스토다의 등에 발꿈치 내려찍기를 먹여 척추를 파괴.

그리고 머리를 잡아올려 강제로 몸을 젖혔다.이미 이쿠사 배틀의 결착은 나 있었던 것이다...! "그대의 인장은......왼쪽 눈에 있었지. 기억하고 있다."

"쿠훕-! 원통하도다!" "이얏-!" "아밧-!" 안구를 뽑아낸다!

 

 

두 닌자를 감싸고 있던 세계가 무너지고, 그저 어둠만이 펼쳐졌다. 사츠바츠 나이트의 뉴런에 그 날의 굴욕적인 광경이 플래쉬백 했다.

차갑게 젖은 석제 바닥의 연회장, 삼각형을 이뤄 사츠바츠 나이트를 포위한 세 명의 닌자. 한 명은 혀를, 또 한 명은 왼눈을, 마지막 한 명은 오른손바닥을 써서 사츠바츠 나이트를 속박했다. 샨 로어가 부여한 사위스러운 문양. 로우 완의 비술.

 

 

연회장 깊숙이 가운데, 기괴한 법의를 두른 보로브두르의 왕, 샨 로어.

그는 선혈로 가득 찬 목욕탕으로 둘러쌓여 있는 제단에 나른한 듯이 앉아 여흥이라도 되는 듯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필사적으로 챠도 호흡을 유지하며 승기를 찾으려 했으나, 결국 잠깐 생긴 틈을 노려 그는 궁전에서 도주했다. 샨 로어는 추격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사츠바츠 나이트의 불타는 시야는 고통에 겨워하는 세스토다의 혼의 형상을 포착하고 있었다.

"아밧......!" "이미 승부는 났다. 세스토다=상." 사츠바츠 나이트는 엄숙하게 말했다. "잠들거라."

 

 

카이샤쿠의 촙을 내리쳐 목을 도려내, 무카데 닌자 클랜의 소울 빙의자의 생명을 앗는다. "사요나라!" 세스토다는 폭발사산했다.

 

프로고 강의 바람이 그의 재를 흩어지게 했다. 사츠바츠는 세스토다의 안구를 살펴봤다. 뒤쪽에 분명히 그레이윌름과 같은 인장이 새겨져 있다.

그는 그것을 품에 넣어뒀다. 고개를 들자, 강 건너편 물가 위, 과거엔 유적이였던 보로부두르는 지금은 사악한 황금빛을 머금고 있었으니.....

 

 

◆◆◆◆◆◆◆◆◆◆

 

 

"......!" 게오필루스는 가부좌 메디테이션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섰다.

형언하기 힘든 감상이 갑자기 솟아오르고, 뇌 안쪽과 오른손바닥이 타는 듯이 아팠다.

 

 

이전에도 이와 같은 감각을 느꼈을 때가 있다. 그것이 그레이윌름이 죽은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즉, 이건 그것과 같은......형제의 죽음을 알리는 감각이다.

 

"세스토다=상......!?" 게오필루스는 외벽 위에 우뚝 서서 강 건너편을 주시했다.

바람이 그의 레게 머리를 연상시키는.......살아있는 지네로 이루어진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눈동자가 없는 새까만 눈이 분노로 치켜 올라가고, 그의 거체가 격정으로 떨린다.

"도리어 당하고 말았는가....!" 그의 닌자 청력은 검은 흑연 너머를 인지했다.

 

 

보로부두르. 아주 먼 옛날엔 붓다를 모시는 거대한 사원이었으며, 건조물 각자가 우주를 상징하는 만다라였다.

샨 로어는 이를 전부 자신의 궁전으로 바꾸어, 현지의 주민들을 부려서 석제의 외벽으로 감싸 신비적인 성곽으로써 재구축했다.

게오필루스는 그가 전 세계에 날린 '꿈'에 속박되어 요그야카르타에 모인 무카데 닌자 클랜의 소울 빙의자중 한 명이다.

 

 

그는 잠들지 않는 병대 카로우시타이를 할당받아 근위대장으로써 이 성을 수호하고 있다.

샨 로어의 신하들을 잇는 매개체는 로우 완의 낙인이다. 신체 어딘가에 인장이 새겨져 초자연적인 가호를 부여하고 있다.

가라테가 향상되고, 과거 비닌자였을 당시의 욕망을 더욱 닌자적인 것으로 변질시킨다.

 

 

샨 로어 왕은 강제적으로 게오필루스의 새로운 인생을 규정했다. 힘은 얻었으나, 어느 하나도 행복해 진 것은 없다.

사람의 행복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이란 말인가. 지금의 그는 태고의 깊은 어둠을 등 뒤로 느끼면서, 되도록 그것을 의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 마지막 남은 제정신의 편린을 보존하고, 그저 왕의 노여움을 사지 않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태고의 어둠. 그렇다. 샨 로어는 몇 명이든 새로운 형제를 데려올테지. 낙인으로 속박하여 따르게 하겠지. 형제들이 카로우시타이를 부리는 것처럼.

사츠바츠 나이트. 어리석은 사내다. 샨 로어는 일기토에 응하는 척 하면서 세 명의 신하에게 앰부쉬를 명했다.

 

 

그가 저주에 굴복하는 모습은 유쾌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샨 로어의 악의가 확실하게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향하고 있는 순간이었으니까.

샨 로어는 사츠바츠 나이트를 위협으로 보고서 함정에 빠트린 것이 아니다. 그저 모욕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신하들의 공포와 고양감을 즐기고 싶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게오필루스는 세 명중 가장 주군과 가까운 위치에서 생활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놈은 최종적으로 샨 로어에게 다시 도전할 심산일까? 그 가능성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 등골이 싸늘해지고, 분노가 들끓어 오른다.

그 자는 어째서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한단 말인가? 왕을 시험하는 것 따위, 만인에게 있어서 불행만을 가져다 줄 뿐인데.

 

 

다행히도, 왕은 지금 예의 신전 연회장에서 피를 즐기고 있는 와중이다. 왕의 기분이 변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이 직접 사츠바츠 나이트를 쓰러트려야만 한다!

 

 

게오필루스는 휴대용 IRC 단말을 조작하여 폭발현장 근처의 카로우시타이 3부대에 명령을 내렸다.

이미 레지스탕스 조직과의 돌발적 전투나 그것이 요그야카르타의 관광지로써의 가치에 미칠 네거티브한 영향을 고려할 단계는 지났다.

보로부두르의 관리가 벌써 두 명이나 살해당한 것이다! "도-모. 게오필루스 상."

 

 

"......"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게오필루스는 고개를 돌렸다. 외벽 위에서 그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는 닌자의 모습이 보였다.

게오필루스는 그 자를 본 뒤, 자신도 모르게 다시 강을, 강 너머의 요그야카르타의 야경을 돌아보고, 또다시 시선을 돌려 닌자를 보았다.

 

 

닌자는 게오필루스에게 아이사츠했다. "사츠바츠 나이트입니다."

 

 

"도-모." 게오필루스는 경악을 겨우 삼키고서 아이사츠에 화답했다. "게오필루스입니다. 네놈, 세스토다=상을 죽인건가." "죽였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주 짓수를 취했다. "다음은 그대 차례다. 그대의 오른손을 받아가리라." "그가 네놈에게 살해당한 건 바로 방금 전일텐데.......!"

" '불보다도 빠르게 덮쳐라'. " 그는 인용하듯이 말했다.

 

 

"세스토다=상은 내 두 번째 표적이었으며, 동시에 양동의 수단이기도 했다. 이건 이쿠사 배틀이다. 당연히 사전에 공격 수단과 침공 루트를 짜 놓았지."

새까만 장속이 부지지 타오르는 소리를 내며, 등색의 불꽃이 연기를 뿜었다. "이 기회는 놓치지 않는다."

사츠바츠 나이트의 뒤에는 벌써 수 명의 카로우시타이 병사들이 죽어서 나뒹굴고 있다.

 

 

"그대의 센세이에게 전하고 올텐가? 사츠바츠 나이트가 왔다고.......도죠를 부수려 왔다고!"

"가소롭군!" 게오필루스는 새까만 눈을 부릅뜨며 지네 머리카락을 날뛰게 했다. "그렇다면 이 내가 상대다. 이 게오필루스가!"

서로를 노려보는 두 닌자 사이의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다. 성곽이 불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5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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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센세이에게 전하고 올텐가? 사츠바츠 나이트가 왔다고.......도죠를 부수려 왔다고!" "가소롭군!" 게오필루스는 새까만 눈을 부릅뜨며 지네 머리카락을 날뛰게 했다. "그렇다면 이 내가 상대다. 이 게오필루스가!" 서로를 노려보는 두 닌자 사이의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다. 성곽이 불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어세일드 도죠】 #5

 

 

게오필루스는 사츠바츠 나이트의 주 짓수를 주의깊게 관찰했다. 닌자 제6감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범상치 않은 아트모스피어. 먼저 덤벼들어 봤자 그대로 돌려받게 될 것이라는 징조가 감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기묘했다. 자신과 다른 이질적인 것이 이 닌자에게서 느껴졌다. 그것은 오히려 샨 로어 왕과도 비슷한 인상이였다.

물론 왕의 강대함과는 비교할 가치도 없으나,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 불가사의함은, 정확히 말하 게오필루스에게 빙의해 그의 영혼에 융합된 무카데 닌자 클랜의 소울이 보내온 감각일지도 모른다.

강함에 대한 감각과는 '축'이 다른 무언가다. 게오필루스는 신중하게 거리를 조절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경솔히 견제를 걸어오지 않는다. 게오필루스의 가라테를 감지한 것이다.

 

 

게오필루스는 뛰어난 무예의 닌자였으며, 적도 아래의 바다에서 해적을 죽여 현상금을 받으며 생활해 왔었다.

해적 중에는 닌자도 있었으나, 항상 그는 승리했다. 기억 속의 적들과 눈 앞의 사츠바츠 나이트를 비교해 봐도, 그가 상당한 강적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 가장 강한 적은 아니다.

 

 

"" 이얏-! "" 두 닌자가 동시에 움직였다!

 

 

두 닌자의 발차기가 맞부딪치고, 더욱이 휘두른 춉이 서로 충돌했다. 거리를 다시 벌리며 사츠바츠 나이트가 수리켄을 투척한다. "이얏-!"

"이얏-!" 게오필루스는 목을 움직여 지네 머리카락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지네의 턱이 수리켄을 붙잡고, 그대로 물어 으깬다!

그리고 무수한 지네 중 몇 마리가 관절을 뻗어, 턱을 부딪쳐 울리며 사츠바츠 나이트에게 직접 덤벼들었다! "BZZZZ-!"

 

 

"이얏-!" "아밧-!" 사츠바츠 나이트는 덤벼든 지네들의 머리에 순간적으로 신속한 잽을 날려 이를 파괴했다.

명중하자 마자 재빨리 내빼는 주먹은 다른 지네들에게 붙잡히는 일이 없었다.

"이얏-!" "아밧-!"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빠른 잽이 지네들의 공격을 쓸어내버리고, 보라색의 체액이 성벽 위를 물들였다.

 

 

"이얏-!" "아밧-!" 몇 마리의 지네가 더 늘어나 지면을 기어 발밑에 도달하려는 것을 사츠바츠 나이트는 의식적인 풋워크를 통해 방지해 보였다.

그것들 또한 게오필루스의 머리에서 떨어져 나온 지네들이다. 주의력이 아주 조금 흐뜨러진 틈을 노리고 무거운 발차기가 날아왔다. "이얏-!"

 

 

"끄악-!" 창을 방불케 하는 미들킥을 가슴에 받고 사츠바츠 나이트는 뒤로 날려졌으나, 이내 균형을 잡고 삼점착지한다.

착지한 자세 그대로 다다미 석장 만큼 뒤로 밀려나갔다. 벽돌 바닥에 닿아 있던 손가락이 마찰로 인해 불꽃을 발화시켜 선 모양의 불탄 자국을 그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오는 게오필루스를 눈에 담았다. 게오필루스. 강력한 닌자다.

하지만 지금은 샨 로어에게 현혹되어 이미 그 자의 노예나 다름없는 위치에 떨어졌다.

사츠바츠 나이트의 눈에 등색의 불이 켜지고, 장속의 테두리에서 부지직 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스고이타카이 빌딩 옥상에서 다크 닌자를 간신히 격퇴하고, 그 후 약 10년.

긴 것 같으면서도 짧은 시간이었다. 다크 닌자의 흔적을 추구하여 시작했던 여행은 당초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으나,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것은 이윽고 세계 그 자체를 돌아보면서 자신을 수행하는 여행으로 변질되어 갔다. 그는 빠져나간 가라테를 단련을 통해 서서히 보강해, 이를 극복해내야만 했다.

여행 도중에 여러 달인들과 만났고, 여러 풍경을 보았다. 면식이 있는 자와 생각지도 못하게 만나고, 또 헤어지고는 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게오필루스를 주시했다.

혈중 가라테의 고양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그의 머플러를 염상시키는 목둘레의 천의 꼬투리가 등색의 불꽃을 머금고는 이내 터졌다.

 

 

"이얏-!" 게오필루스가 여러 개의 수리켄을 투척했다. 그것은 평범한 수리켄이 아니다. 몸을 돌돌 말고있는 살아있는 지네였다.

방어한다면 그대로 사지에 휘감겨 움직임을 봉쇄하고, 잽으로 떨구러 한다면 그 틈을 찔러 게오필루스가 필살의 가라테를 때려넣을 것이다.

게오필루스는 지면 바로 위까지 몸을 숙이고 수리켄보다 살짝 늦게 돌진해오고 있었다.

 

 

앞차기로 요격해야 하는가? 뛰어넘어서 회피해야 하는가? 아니면? 무수한 선택지 중에서 취할 행동을 고른 사츠바츠 나이트는 바닥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이얏-!" 양 무릎을 팔로 감싼 채 회전 점프. 콩알처럼 둥글게 몸을 만 자세를 공중에서 해방하며, 날카롭게 세운 날아차기를 내지른다!

"아밧-!" 지네 수리켄을 발로 차 부수고, 그 반동으로 한번 더 도약한다!

 

 

튀어오른 방향 앞에 또 하나의 지네 수리켄이 있다. "이얏-!" "아밧-!" 그 또한 차 부수고, 반동으로 그는 더욱이 도약했다.

거기서 앞으로 직선방향에 게오필루스의 신체가 있었다. 게오필루스는 검은 눈을 부릅떴다.

이 순간은, 과연 영점 아래의 몇 초나 걸렸을까. 사츠바츠 나이트가 닥쳐들었다.

 

 

"이이이이......" 회전하면서 치켜올린 주먹은 용해되어가는 철처럼 주황색으로 불타고 있었다.

대장간에서 벼려지는 카타나처럼 타오르고 있는 춉을, 그는 게오필루스의 연수에 쳐박으려고 했다.

"......이얏-!" "GGGRRR!" 게오필루스의 지네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달궈진 춉은 이를 전부 태우고 베어내며 다가온다!

 

 

"으음-!" 게오필루스는 부득이하게 팔을 목 앞에 받들어 춉을 막았다. 춉은 장속의 토시에 가로막혔지만, 사츠바츠 나이트의 회전의 기세는 줄지 않는다.

그는 토시를 중심으로 원심력을 발휘하여, 마치 그 자신이 불로 이루어진 머플러인 것처럼 게오필루스의 머리와 토시 주위를 선회했다!

 

 

"이얏-!" "끄악-!" 게오필루스가 주춤했다! 화염의 머플러는 쉬리릭하고 공기를 빨아들이며 게오필루스에게 휘감겨, 이내 회전이 멎고 나자 사츠바츠 나이트는 게오필루스의 등 뒤에서 그에게 업히듯이 달라붙어, 목덜미를 단단히 굳히고 있었다.

"으윽-!" 발버둥치는 게오필루스의 오른쪽 손목에 등색으로 빛나는 균열이 나 있었다. 나무삼.....붉게 달구어진 그의 손목은 지금 끊어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그의 손목 윗부분이 툭,하고 떨어졌다. 승부는 났는가. 마치 이아이도 승부를 떠오르게 하는 이쿠사 배틀이었다.

게오필루스가 때려넣은 미들킥은 강렬했다. 그 후 지네 수리켄을 투척해온 순간에 판단을 그르쳤다면, 이렇게 됐던 것은 사츠바츠 나이트 쪽이었을지도 모른다.

살얼음을 밟는 듯한 판단의 응보 끝에, 절대적인 결과가 따라오는 법이다.

 

 

"오른손은 받아가마." 사츠바츠 나이트는 그를 더욱 강하게 옥죄었다. 게오필루스는 피눈물을 머금으며 끊임없이 저항했다.

"쿠훕......가소롭기...짝이 없군.......! 주군의 앞에는 결코 보내지 않겠다.......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SHHHH!"

지네 머리카락이 메두사처럼 웅성거리더니, 등 뒤의 사츠바츠 나이트에게 일제히 덤벼들어 그를 악물었다. "GGGRRR!" "이얏-!"

 

 

뿌득. 사츠바츠 나이트의 팔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가, 게오필루스의 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지네들이 사츠바츠 나이트를 완전히 물어뜯는 것 보다도, 게오필루스의 생명이 다하는 것이 더 빨랐다.

"사요나라!" 게오필루스는 폭발사산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잔심을 취한 뒤, 갈갈히 찢어진 닌자 두건을 벗어 던졌다.

 

 

그는 게오필루스의 오른손을 집어올려 그레이윌름의 혀, 세스토다의 안구와 같이 품 속의 주머니 속에 넣어뒀다.

이것들을 위치닥터에게 가져다 주면, 그에게 걸린 로우 완의 저주는 풀리게 될 것이었다. 허나......아직 몸은 온전히 움직인다.

그는 성벽에서 프로고 강을 등지면서 성이 보이는 방향을 돌아봤다.

 

 

◆◆◆◆◆◆◆◆◆◆

 

 

벽을 따라 세워진 기둥 속의 불꽃은, 각 기둥에 난 홈을 타고 흐르는 기름에 의해 타오르는 기묘한 등불이다.

그것이 연회장의 광대한 어둠을 밝히는 몇 안되는 광원이기도 했다.

 

 

왕좌 위에 왕의 모습은 없었으나, 그 왕좌 앞에 있는 정방형의 기묘한 욕조에는 사악하고 강대한 존재의 기척이 분명히 있었다.

그 기척에 닿는 것만으로도 영문을 모른 채 발광하게 되는 자도 있겠지.

 

 

이윽고 욕조의 새빨간 수면 위에 거품이 일어, 피에 젖은 베일에 들러붙은 머리가 천천히 올라오고, 목이, 쇄골이, 가슴이, 허리가 드러났다.

그 자는 무수히 많은 팔이 나 있었다. "흐흐흠......" 그 자는 황홀한 듯이 몸을 젖히고 탄성을 흘리더니, 이내 눈을 반짝이며 바로 정면에서 들어온 자를 응시했다.

 

 

"이거 놀랍군." "도-모. 샨 로어=상." 그 입장객은 왕을 알현하려는 신하처럼 눈 앞의 계단을 올라왔으나,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그는 도전하려 온 것이다.

아이사츠하는 그의 검은 장속엔 등색의 타오르는 윤곽이 둘러져 있었다. "아니면 이렇게 불러야 하나. 무카데 닌자=상."

"......" 왕은 엷게 눈을 떴다. 그리고 머리를 기울이며 말했다. "이름을 대라. 사츠바츠 나이트=상."

 

 

수많은 팔들 중 하나를 길게 뻗어, 샨 로어 왕, 즉 무카데 닌자는 사츠바츠 나이트를 가리켰다.

"이름을 내거는 것을 허락하마. 카이덴의 닌자여." 사츠바츠 나이트는 위축되는 일 없이 이에 답했다.

주먹을 맞대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이름을 댔다. "'다이 닌자'입니다."

 

 

"그러한 이름을 가진 닌자는 기억에 없군. SHHHH......다이(DAI)라 했나. 하지만, 그렇지." 무카데 닌자는 이를 갈았다.

"새로이 태어난 자......이 몸의 아이들을 습격해, 죽였다 이거군? 다이 닌자=상." "그렇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인정했다.

"그대의 저주는 이걸로 소용없어졌다." "흐음.....꽤나 집념이 강한 모양이군."

 

 

"멘포를 돌려받겠다." 사츠바츠 나이트가 말했다. 무카데 닌자는 물결치는 것처럼 몸을 흔들었다.

"그걸 남에게 줄 생각은 없다. 다이 닌자=상. 왜 그것을 신경쓰나? 그게 가지고 싶다는 건가? 보아하니 네놈은 드래곤 닌자에게서 개전면허를 전수받은 것도 아닌 듯 한데 말이야." "돌려줄 생각이 없다면, 강제로라도 힘을 써서 가져갈 뿐이다."

 

 

"히, 힘으로!" 무카데 닌자는 목이 메인 듯이 떨더니, 이내 폭소했다. "구와라구와라! 힘을 써서라니!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을? 강제로? 구와라구와라구와라!"

"일대 일 승부를 방해하는 비열한 수단도 이번엔 쓰지 못할 것이다. 전부 죽였으니." 사츠바츠 나이트는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무카데 닌자가 웃음을 거뒀다. "......좋다."

 

 

【#6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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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이야기 : 사츠바츠 나이트, 즉 후지키도 켄지는 보로부두르의 왕 샨 로어의 신하들을 차례차례 죽어가며 왕궁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그는 샨 로어와 대치하게 되어 드래곤 닌자에게서 빼앗은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 오만하고 강대한 리얼 닌자가 그것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러나 사츠바츠 나이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샨 로어, 즉 무카데 닌자에게 승부를 걸어왔다!)

 

 

【어세일드 도죠】 #6

 

 

무카데 닌자는 아수라 붓다상을 방불케 하는 여러개의 팔을 움직이며 사츠바츠 나이트에게 손짓했다.

"......허나, 이 몸과 이쿠사 배틀을 벌이고 싶다면, 공손히 계단을 올라오거라. 그리고 이몸에게 도전할 권리를 간청하는 거다."

 

 

"이얏-!" 사츠바츠 나이트는 수리켄을 투척했다. 두 장의 수리켄은 주황빛의 궤적을 남기고 포물선을 그리며, 무카데 닌자에게 닥쳐들었다.

"SHHHH!" 무카데 닌자는 수리켄을 팔 두개로 맞아치면서, 이를 두 손가락으로 잡아내 도로 던져 보였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되날아온 수리켄이 얼굴을 스쳤다.

 

 

아득히 후방, 되던져진 수리켄이 석제 바닥에 부딪쳐 등색의 불꽃이 튀었다. 

그 때 이미 사츠바츠 나이트는 피의 욕조 안의 무카데 닌자와 다다미 1장 거리까지 접근해 있었다. 빠르다!

"이얏-!" 그는 상체를 아래로 숙이고, 그대로 물구나무 서듯 거꾸로 돌아 발꿈치로 무카데 닌자의 정수리를 공격했다. 그것은 마치 전갈의 꼬리와도 같았다!

 

 

"SHHHH!" 무카데 닌자가 팔 두개를 교차해 방어하자, 사츠바츠 나이트는 역회전 내리찍기의 반동으로 후방으로 빙글빙글 뛰면서 도약해 계단 중간쯤에 착지했다.

"어떠냐. 보다시피 계단을 올라와, 그리고 머리를 숙였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도전적으로 말했다.

 

 

무카데 닌자가 홍소했다. "구와라구와라! 포엣!" 이형의 리얼 닌자는 안광을 요사스럽게 빛내며,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피의 욕조에서 기어나왔다.

그러나 그의 허리 아래의 몸은 적잖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부 빠져나오지 않고 있었다. 지네이기 때문에! 

"그럼 덤벼 보거라!" 지네 수리켄을 투척! "이얏-!" 사츠바츠 나이트는 이를 수리켄으로 요격하며 옆으로 도약한다!

 

 

사츠바츠 나이트의 수리켄은 무카데 수리켄과 충돌해 날아오는 기세를 죽였다.

지네 수리켄은 공중에서 압축이 풀리면서 각각이 성인 한 명 정도의 길이가 있는 지네로 변해 바닥 위에 낙하한다.

그리고 연회장에 착지한 사츠바츠 나이트를 향해 덮쳐들었다! "SHHHH!" 더욱이 무카데 닌자 본인 또한 펄떡대면서 계단을 기어 내려온다!

 

 

"GRRRRRR!"  무카데 닌자는 턱을 크게 벌리며 사츠바츠 나이트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다시 붉은 눈동자를 주황빛으로 가득 채웠다.

머플러 천이 작게 터지며, 그가 들어올린 왼팔의 브레이서에도 같은 색과 열기가 떠올랐다.

그것으로 무카데 닌자의 턱을 받아냈다. "GRRR!" 뜯겨나가지 않는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오른손에 힘을 집중하고, 결단적인 춉 찌르기로 무카데 닌자의 눈을 노렸다.

"이얏-!" 무카데 닌자는 간발의 차로 겨우 반응해 머리를 흔들어 안구가 파괴되는 것을 면했다.

춉 찌르기는 그 대신 무카데 닌자의 턱의 장갑을 꿰뚫었다. "끄악-! 건방진!"

 

 

하지만, 이것은 무카데 닌자에게 있어서도 호기였다. 무수한 팔로 사츠바츠 나이트를 감싸려 든다. 죽음의 포옹이다!

"으음-!" 뿌드득대는 소리가 울렸다. 무카데 닌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이얏-!"

 

 

SMASH! 사츠바츠 나이트는 기세좋게 양 손발을 대자로 펼쳐 자신을 감싼 팔들을 뿌리쳤다. 그리고 지체없이 몸을 비틀어 무카데 닌자의 가슴팍을 찼다.

발차기의 반동으로 다시 거리를 벌린 사츠바츠 나이트에게 무카데 닌자가 돌진해왔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달렸다.

앞을 가로막는 여려 마리의 지네들을 때로는 피하고, 때로는 밟아 죽이며 그는 연회장의 구석까지 달려갔다.

 

 

"이얏-!" 무카데 닌자가 추격해왔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도약했다. 

KRAAASH......무카데 닌자의 몸통박치기를 받은 돌기둥이 부숴져, 잔해물을 내리며 천천히 기울어져 간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파르쿠르를 하듯이 벽을 타고 달려, 이어지는 무카데 닌자의 두번째 몸통박치기에서 벗어났다.

그는 벽을 등지고 서있는 어느 붓다 워리어상의 팔 부분에 매달려, 이내 어깨 위로 뛰어올랐다.

 

 

"GRRRR!" 석상 위까지 몸을 뻗어 자신을 물어뜯으러 하는 무카데 닌자를, 사츠바츠 나이트는 간발의 차로 회피했다.

KRAAAASH! 강렬한 몸통박치기가 붓다 워리어상의 어깨부터 위를 산산이 부숴버렸다. 

"이얏-!" 다시 도약하여 벗어나려고 하는 사츠바츠 나이트의 발목을 무카데 닌자의 손이 붙잡았다. 위험하다!

 

 

"이얏-!" 바닥에 패대기친다! "끄악!" KRAAASH! 석제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이얏-!" 무카데 닌자는 사츠바츠 나이트의 발목을 붙잡은 채로 다시 그를 들어올려, 바닥에 내리쳤다! KRAAAASH! "끄악-!" 

"이얏-!" KRAAAASH! "끄악-!" 사츠바츠 나이트는 깊게 패인 바닥 한가운데 쳐박혀, 흰자위를 띄운채 불규칙하게 경련했다.

 

 

"그 생명력은 칭찬해 주마." 무카데 닌자는 목을 쳐든 뱀처럼 상반신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사츠바츠 나이트를 주시하면서, 무수한 팔을 복잡하게 움직이며 로우 완의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요기스미카테......소르나가바레......" 사츠바츠 나이트의 몸에서 뻣뻣하게 삐꺽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떨어져 있던 지네들이 갈망하는 듯한 몸짓을 하며 그의 주위에 다가온다.

 

 

로우 완의 석화의 저주를 구사하던 무카데 닌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저주의 힘이 생각한 것보다 느리게 미치고 있는 것을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는 곧 깨달았다. 사츠바츠 나이트는무카데 닌자의 '자손'들의 신체의 일부를 채취해 그 힘의 원천인 낙인을 모은 상태다. 분명 그 탓이리라.

 

 

그는 잠시 숙고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처형해야 하는가? 하지만 자기에게 도전한 닌자를 석상으로써 거느려 욕보이는 욕망을 그는 져버릴 수 없었다.

"요기스미카테......소르나가바레......" 무카데 닌자는 주문을 계속 읊는 것을 선택했다. 

 

 

흰자위를 드러냈던 사츠바츠 나이트가 의식을 되찾고, 티오르는 눈동자가 무카데 닌자를 주시했다. 

그는 잽싸게 몸을 뒤집고서 바닥에 떨어져있던 무언가를 붙잡았다. "이얏-!" 그는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그것을 무카데 닌자에게 던졌다!

 

 

"끄악-!?" 무카데 닌자의 어깨를 꿰뚫은 것은, 파괴된 붓다 워리어 석상이 들고 있었던 의례용 단검이었다.

무카데 닌자는 분노로 눈을 부릅뜨며, 단검을 곧바로 뽑아냈다. 지네들이 사츠바츠 나이트에게 일제히 덤벼들었다.

그러나 그때 이미 사츠바츠 나이트는 무카데 닌자보다도 높이 뛰어올라 있었다. "이얏-!"

 

 

"이얏-!" 무카데 닌자는 의례용 단검을 거칠게 휘두르며 공중의 사츠바츠 나이트를 공격했다.

머플러 천이 찢겨나가고, 불타면서 흩어졌다. 무카데 닌자는 목을 180도 뒤로 돌렸다. 사츠바츠 나이트의 도약은 애초에 반격을 위한 준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무카데 닌자를 뛰어넘어, 착지했다......길게 늘어진 하반신의 지네 몸 위에!

 

 

"SHHHHH! 무슨 짓을!" "이이야아아앗-!" 사츠바츠 나이트는 전속력으로 무카데 닌자의 등 위를 내질렀다.

무카데 닌자는 하반신을 크게 꿈틀거리며 그를 떨구려고 했다. 하지만 사츠바츠 나이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나간다. 이 무슨 닌자 평균감각이란 말인가......!

 

 

그는 어째서 굳이 무카데 닌자의 등 위에서 달리는 것인가? 목적은 무엇인가? 사실, 그는 무카데 닌자의 꼬리를 향하는 중이었다!

그렇다! 독자 제형 여러분. 이젠 이쿠사 배틀의 중심에서 벗어난 계단 위를 바라봐 주시길 바란다. 사츠바츠 나이트를 쫒아가는 사이에, 무한히 늘어져 있던 것만 같았던 무카데 닌자의 하반신은 이제 완전히 피의 욕조에서 빠져나와 지금은 꼬리 끝까지 바깥 공기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달렸다......달렸다.......그리고 꼬리 끝까지 도달했다. 무카데 닌자가 외쳤다. "그만둬라!"

 

 

갑각에 둘러싸인 꼬리가 꿈틀대며 튀어올랐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회전하며 수직으로 도약했다.

"......이얏-!" 그리고 그대로, 엄청난 회전의 기세를 실은 내리찍기를 꼬리 끝에 쳐박았다.

"끄악-!" 무카데 닌자가 고통에 겨워 외쳤다. 체액이 뿜어나왔다. 꼬리의 선단부가 깨지고, 이내 끊어졌다. 

 

 

끊어진 부위는 깜짝할 사이에 녹아 사라졌다. 산성의 악취를 풍기는 체액 속에서 굴러나온 물건을 사츠바츠 나이트는 재빨리 집어올렸다.

그것은 틀림없는 빼앗겼던 신기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 이었다. 이 괴물같은 닌자는 신기를 통째로 삼켜 자신의 꼬리 속에 감춰 두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순간, 분노해 날뛰는 지네의 꼬리가 채찍처럼 그를 후려쳐 멀리 날려버렸다. "끄악-!" 허나 그는 멘포를 품에 안고, 결코 놓지 않는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낙법을 취해 계단 아래에 착지하며, 무카데 닌자를 돌아봤다. "'돌려받겠다'고 말했을 터다." 그는 선언했다.

"끄아아......끄아아오오옹" 무카데 닌자는 분노에 가득 차 울부짖었다. 그의 상반신이 천장 바로 밑까지 세워졌다. 

그리고 표피가 큰 소리를 내며 벗겨져 나갔다. 마치 곤충이 탈피하는 것처럼, 진정한 모습이 그 안에서 나타났다.....

 

 

이미 그것에 인간의 형상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괴수처럼 거대한 지네가 산성의 침을 줄줄 흘리면서, 거대한 눈에선 안광을 빛내며, 기둥이나 석상들을 마구 후려쳐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상황판단을 거친 뒤 출구를 향해 질주했다. KRAAASH! KRAAASH! 무카데 닌자가 닥쳐온다!

 

 

"이얏-!" 보로부두르 사원의 성곽에서 밤하늘 아래로 뛰쳐나온 사츠바츠 나이트는, 4연속 멀리뛰기를 행한 뒤 주 짓수를 취하며 경계했다.

입구 부근의 석벽을 무너뜨리며, 거대한 지네의 대가리가 비어져 나왔다. "GRRRR.......다이.......닌자......" 닌자는 어눌한 말투로 인간의 언어를 구사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그를 노려봤다. 두 명의 리얼 닌자의 시선이 부딪치며. 파멸의 비전이 두 닌자의 뉴런을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무참한 광경이었다. 어느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이 이쿠사 배틀을 지속하면, 이 보로부두르의 성에 그치지 않고, 벽 너머, 그리고 강 너머의 요그야카르타마저 전장이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해볼테냐" 거대한 지네가 물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등색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붉은 눈동자가 고대의 괴물을 주시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는 어떤가, 무카데 닌자=상." 괴물은 턱을 울리며, 불쾌한 듯이 중얼댔다. "이제는.......아무래도 좋아.......흥미가 없다.......어디로든.....떠나라"

 

 

【#7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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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바츠 나이트는 그를 노려봤다. 두 명의 리얼 닌자의 시선이 부딪치며. 파멸의 비전이 두 닌자의 뉴런을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무참한 광경이었다. 어느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이 이쿠사 배틀을 지속하면, 이 보로부두르의 성에 그치지 않고, 벽 너머, 그리고 강 너머의 요그야카르타마저 전장이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해볼테냐" 거대한 지네가 물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등색의 불꽃이 사그라들고, 붉은 눈동자가 고대의 괴물을 주시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는 어떤가, 무카데 닌자=상." 괴물은 턱을 울리며, 불쾌한 듯이 중얼댔다. "이제는.......아무래도 좋아.......흥미가 없다.......어디로든.....떠나라"

 

 

【어세일드 도죠】#7

 

 

"드래곤 닌자=상에게 저주를 건 것은 그대였을터." 사츠바츠 나이트는 말했다. "도죠에 가서 그 저주를 풀어라."

"SHHHH......하찮구나" 무카데 닌자는 숨을 토했다. "네놈의......간청을......들어줄......이유따윈......없다......"

"그렇다면 이쿠사 배틀을 재개할 뿐이다." "SHHHH......애송이가, 기어오르지......마라......!"

 

 

살벌한 침묵이 이어졌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물러서지 않았고,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다. 이내 무카데 닌자가 입을 열었다.

"멘포......를......써 봐라......" 사츠바츠 나이트는 손에 쥐고있는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을 내려봤다.

"하찮은......청 따위를 위해......드래곤 도죠까지......다시 가는 것은......수지가......맞지 않아"

 

 

"만약 여기까지 와서도 또 속이려 들 셈이였다면, 나는 다시 돌아오겠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말했다. 무카데 닌자는 그를 노려보며 답했다.

"기어오르지.....말라고 했다. 아무런......위협도......되지 못하니" 이 괴물이 사츠바츠 나이트보다 더 강대한 존재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괴물은 지금 눈 앞의 닌자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듯 했다.

 

 

"……" 사츠바츠 나이트는 무카데 닌자와 서로 노려보는 채로, 스스로의 멘포를 벗은 뒤, 체액에 젖은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을 장속으로 닦아낸 후 이를 천천히 착용했다.

"스읍……하아……" 그 스스로도 공포를 느낄 만큼 강렬한 혈중 가라테가 흘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세계와 연결되는 기괴한 감각이 찾아와, 눈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멘포로 증폭된 차도의 힘이 저주를 씻어내고 있었다.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무카데 닌자 미니언들의 신체부위 세개가 마치 자신의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무카데 닌자는 그들 미니언의 소울을 안테나처럼 경유하여 사츠바츠 나이트를 저주했다. 그렇기에 이 세 신체부위에 무카데 닌자의 존재감이 남아있는 것일테지.

 

 

"스읍……하아" 사츠바츠 나이트는 차도 호흡에 온 힘을 기울였다. 신체에 새겨진 지네의 무늬가 일렁이고, 녹아내려, 최종적으로 독기로 변하여 둥에서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독기는 이내 무카데 닌자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거짓은 아닌 모양이군." 사츠바츠 나이트가 말했다.

무카데 닌자는 더이상 답하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사츠바츠 나이트도 이를 더이상 쫓지 않고 한 발 물러섰다.

 

 

무카데 닌자는 보로부두르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무시무시한 고대의 닌자는 당분간 왕좌 앞의 욕조 속에 늘어져서 이쿠사 배틀로 상처입은 몸을 치유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다시 보로부두르의 왕으로써 군림할 것이다. 시민들은 다시 공포에 의해서 통치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무카데 닌자의 지배는 언제까지 이어지는가. 그것은 절대적인가. 아니면 언젠가는 무너지는 것인가.

어떻다 한들, 게릴라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의 운명은 그들 스스로의 손에 달려있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발길을 돌렸다. 우선은 드래곤 닌자의......유카노의 저주를 해주한다. 그리고...

 

 

◆◆◆◆◆◆◆◆◆◆

 

 

"과연, 저주에 의한 석화입니까." 승복 차림의 중년 본즈가 진지한 표정의 타이센과 정밀한 조각상처럼 변한 유카노를 교대로 봤다.

그 뒤에선 그를 산 정상까지 안내해준 오카야마 현의 주민이 어색한 듯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본즈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이건 실제 무서울만치 강력한 저주로군요. 하지만, 해 봅시다."

 

 

"부탁드립니다." "후-우......" 중년 본주는 호박색의 염주를 꺼내어 짤랑거리며 흔들었다.

그것은 108의 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돌을 꿰어서 이은 붓다 탈리스만이었다. 본즈는 주문을 읊었다.

"이-야아이! 이-야아이! 이-야아이!" 이마에 진땀이 맺히고, 염주를 쥔 손이 신들린듯 흔들린다...

 

 

"센세이......!" 타이센은 눈을 감고 한결같이 빌었다. 이미 그 자신에겐 쓸 수단이 없었으니......!

"이-야아이! 이-야아이!" 본즈의 얼굴에 혈관이 떠오르고,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진다. "아앗! 이, 이 정도로 강대한……아밧!?"

돌연 본즈가 경련하고, 흰자위를 드러냈다. 그리고 입에서 지네를 토했다. 무섭다!

 

 

"아바바바밧-!" "아앗......!" 타이센은 급히 달려가 본즈를 부축했다. 본즈는 한차례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더니 이내 더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틀렸나.....!" 타이센은 눈물을 글썽이며 분한 듯이 도리질을 쳤다. "아이에에엣-!" 이를 지켜보던 주민은 실금하며 토끼처럼 달아났다.

 

 

달아나는 주민과 엇갈리면서, 건장한 남성의 실루엣을 한 누군가가 드래곤 도죠에 엔트리했다. 타이센은 그 모습을 보고, 숨을 삼켰다.

"아.........후지키도=상!?" "도-모. 타이센=상." 방랑자 차림의 후지키도가 아이사츠했다. "이것은......그렇군" 후지키도는 이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 지를 짐작하고 눈을 내리떴다.

 

 

뉴비닌자들이 달려들어 중년 본즈를 안아올린 채 떠나갔다. 타이센은 신음했다. "스미마셍. 제가 무능한 탓에......"

"그건 아니다." 후지키도는 고개를 저으며 도망치려고 하는 지네를 신중하게 밟아 죽인 뒤, 석화한 유카노와 마주봤다.

그는 품에서 바싹 마른 세 신체부위를 꺼낸 뒤, 그것을 유카노 발치의 각자 다른 세 곳에 배치했다.

 

 

타이센과 도죠의 문하생들이 마른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숙연하게 준비를 마쳤다. 그는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을 손에 쥐었다.

"그것은......? 설마!" 타이센이 경악했다. "신기! 그, 그럼, 빼앗긴 것을……그 자들로부터!?" "아직은 이것 뿐이야." 후지키도는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우선은 이걸로 유카노를 해주한다."

 

 

그것은 무카데 닌자의 발언과 자신의 경험, 위치닥터의 조언을 토대로 실행한 해주법이었다.

후지키도는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을 유카노의 입가에 조심히 대었다.

"유카노는 살아있다." 후지키도는 장담했다. "지금도 호흡을……차도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하늘은 우중충하게 흐려지고, 질척대는 듯한 천둥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스읍......하아......" 후지키도는 유카노에게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을 씌운 채로 차도 호흡을 되풀이했다.

타이센은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분명히 들렸다. 후지키도의 차도 호흡에 겹쳐진 숨소리를. (스읍...... 하아......)

 

 

"스읍......" (스읍......) "하아......" (하아......) 서로 공명하는 듯한 사츠바츠 나이트와 석상이 된 유카노의 챠도 호흡 소리가 울려펴졌다.

"스읍......하아......" 타이센도 무의식 중에 이 공명에 뒤따르고 있었다.

"스읍......하아......" "스읍......하아......!" 그리고 마침내 단단히 굳었을 터인 유카노가 진동하기 시작하고, 천둥소리가 가까워 졌다!

 

 

"아아!" 타이센의 감탄의 소리를 흘렸다. 힘의 파장이 유카노의 전신을 타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스읍-! 하아-!" 이젠 유카노의 호흡은 산중에 힘차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초자연적인 괴로움의 신음과 함께, 유카노의 등에서 지네 형상을 한 독기가 몸을 쳐들었고, 이내 그것은 기화되어 흩어져갔다.

 

 

그리고, 그 곳엔......고우랑가......온전한 몸의 유카노가 있었다.

 

 

"후지키도." 유카노는 멘포 오브 도미네이션을 손으로 집어 입가에서 내렸다 그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미숙한 탓에, 폐를 끼쳐버렸네요." "아무런 문제도 없소." 후지키도는 끄덕였다.

"고우랑가......" 타이센은 눈물을 닦았다. 먹구름이 떠나고 아름다운 물빛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돌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로우 완의 저주로부터 저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안에 있는 차도를 통하여.

"신기를 되찾기까지, 이번엔 어떤 모험을 겪었나요?" 농담조로 유카노가 말했다. 최대한 활기찬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이다.

"다음은 눈차크다." 후지키도가 답했다. "레드 드래곤인지 하는 자로부터 되찾아 보이겠다. 분명 왈라키아라 했었지."

 

 

"후지키도, 거기까지 수고할 필요는......당신은 이젠 드래곤 도죠의 내제자가 아니에요,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도죠 내부의 문제는 제가....."

"그대는 아직 이 도죠를 키워야 하지 않나. 드래곤=센세이." 후지키도가 말했다. 유카노는 물고 늘어졌다.

"레드 드래곤은 즉 블라드 닌자. 그 또한 틀림없는 강적일겁니다."

 

 

"분명 방법은 있겠지." 후지키도는 온화하게, 하지만 결단적으로 말했다. 유카노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섣불리 목숨을 버리다시피 하는 행동을 해선 안 돼요." "알고 있다."

"후지키도=상......제가 좀 더 강했다면" 타이센은 이를 악물었다. "그대는 지금도 강하다, 앞으로도 정진하라." 후지키도는 말했다.

 

 

"면목이 없지만, 부탁합니다. 후지키도." 유카노가 말했다.

"신기는 만일의 경우에 카츠 완소에게 맞서기 위한 몇 안되는 대항수단이 되어 줄 물건. 평상시에는 흩어지게 되는 것을 극력 피해야 합니다."

"맡겨 둬라." 라 후지키도가 답했다. 그리고......그가 문득 떠올린 것은, 이제부터 떠날 왈라키아의 일이 아니었다.

 

 

요그야카르타에서 마주친 검붉은 닌자. 닌자 슬레이어. 그 자가 틀림없이 닌자 슬레이어 그 자체임을, 당연히 그는 한눈에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뉴런에 플래시백하는 것은 오래전의 기억이다.드래곤 겐도소의 존재가 없었다면 후지키도는 완전히 악귀나찰로 변했을 터......

 

 

후지키도는 센세이가 아니다.하지만 그는 닌자 슬레이어가 가져올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존재이다.

그리고 지금 재촉되고 있는 건, 어떤 선택인가? "유카노, 잠시 통신수단을 빌려도 되겠나." 그는 건물 옆의 웨어-타누키상을 가리켰다.

웨어-타누키의 머리에 IRC 통신기가 설치되어 있다."괜찮습니다만......왜 그러시나요?"

 

 

"닌자 슬레이어를 이 눈으로 보았다. 요그야카르타 안에서 "무어라!?" 유카노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후지키도는 계속 이야기했다.

"그저 잠깐 봤을 뿐이다. 그것 때문에 눈차크의 문제를 미뤄두는 건 안될 일이다만, 결코 간과할 수는 없지. 다행히, 신뢰할 만한 상대는 있다"

그는 웨어-타누키상의 곁으로 걸어갔다.

 

 

오카야마현의 산 정상에 있기 때문인지, 통신을 확립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사히 연결되었다.

"모시모시" 여성의 목소리가 화답했다."아......모시모시?" "모시모시. 들리는가, 후지키도입니다."

"목소리가 멀어......후지키도=상...에!? 후지키도=상? 거기 어디임까? 도-모, 시키베입니다. 지금, 어디 있어요?"

 

 

◆◆◆◆◆◆◆◆◆◆

 

 

요그야카르타의 최고급 요릿집 '페라산 스카 시타'는 얼마 전 정부 고위 관료와 코우 타이 슈메이사 에이전트 암살 사건의 무대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서 여러 가지 뒷정리를 하고 영업 재개에 이른 순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태는 벌어졌다.이제 이 가게는 폐업의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다.

 

 

손님. 종업원. 경비원. 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부 남김없이 목숨을 빼앗긴 채 누워있다. 살아서 움직이는 자는 오직 한 명 뿐.

 

 

"흠......흠흠......그럼 시작해볼까" 편안한 모습으로 정원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는 닌자의 두 손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가 이곳의 다른 자들을 모두 죽인 것이다. 조사를 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그는 목근육을 빠득빠득 울리며 조용히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땅에 손을 대며, 스스로의 뉴런을 번뜩였다.

 

 

짓수가 개시되었다. 완료되는 데에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다.

고급 요릿집에서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수상쩍게 여겨져, 결국 카로우시타이를 불러들이게 되어 성가신 일에휘말리게 된다.

그 점에 있어서, 이렇게 모두 시체가 되어 준다면 남의 이목을 신경쓸 필요도 없다. 이 개방감은 짓수에 집중하는 데에 안성맞춤이다.

 

 

"흐음......왔나?"이윽고 그는 일어났다. 이제 정원에는 기묘한 비전이 떠올라 있었다.

사람의 윤곽을 한 여러개의 지지직대는 노이즈였다. 그것들 하나 하나가 스톱모션처럼 딱딱하게 움직였다. 실제 그것은 가라테의 스톱모션이다.

"오오, 롱게이트=상. 여기 있었네." 대나무 숲 부근에 나타난 노이즈를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편히 잠들기를."

 

 

그는 계속 정원을 돌아다녔다. 롱게이트와 상대했던 자의 존재 흔적을, 그는 음미했다.

"앨라바마 떨구기......흐-응.......파훼당해서......유감이야." 그는 그곳을 향해 한층 더 집중했다. 조금씩 윤곽이 잡히면서 그 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닌자 슬레이어......라 하는구나." 그는 중얼거렸다. "과-연."

 

 

【어세일드 도죠】끝

 

 

◇◇◇◇◇◇◇◇◇◇◇

 

 

NEXT EPSODE

 

 

"......거기 줄 선 사람들은.......뭐니?" "귀찮은 멍청이가 왔군. 아, 미안해. 마음 속 소리하고 접객용 토크가 반대로 나왔네."

"음후후후후! 재밌는걸." "하하하하하." 뿌득. 하는 소리가 나며, 타키의 손목이 이상한 각도로 꺾였다.

 

피자타키, 닌자 슬레이어의 은신처이자, 정보상 타키의 근거지......그리고 표면상으로는 냉동 피자를 셀프로 오븐에 구워서 먹는 피자 바이다.

양자의 신중한 행동에 의해 닌자 슬레이어와 피자타키의 관계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그 남자, '아모크웨이브'가 탐지해 내기 전까지는.

 

아모크웨이브는 사츠가이 접촉자이며, 가공할 추적자이기도 하며, 또한 사이코패스 살인귀이다!

지금 닌자 슬레이어 없는 피자타키에 일찍이 없었던 중대한 위기가 닥친다! 타키는, 코토부키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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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버개버

4화

4부 2021. 3. 31. 15:50

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injaslayer&no=321&search_head=40&page=9

 

번역) 닌자 슬레이어 4부 S1 제4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너, 인간 맞지?" "아닐지도 모르지.""놈들은 닌자 전사라고." "나는 닌자를 죽일 힘을 얻었다.""볼썽사납다, 천한 것들."

gall.dcinside.com

 

디시인사이드 'NJSK' 님 번역

 

"너, 인간 맞지?" "아닐지도 모르지."



"놈들은 닌자 전사라고." "나는 닌자를 죽일 힘을 얻었다."



"볼썽사납다, 천한 것들."



(당신의 이름을 부디......) (사츠가이)



"닌자끼리의 전투군요! 진짜 닌자이신가요?"



"네놈들에게 용건은 없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



(((저 정도의 닌자 한 마리조차 죽이지 못해서 어쩔 셈인 게냐!))) "입 닥쳐......나라쿠......!"



"웃기지 말라고.......나 보고 어쩌라는 건데. FUCK 해도 돼냐?" "자아가 있어서 안돼요."



"보로부두르......."



"후지키도 켄지다."





◆◆◆◆◆◆◆◆◆◆





"스읍......하아......." 엔드로라는 이름의 소년이 떠난 후에도, 초라한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상태로 후지키도는 계속 깊은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험악했다.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참으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힘으로부터 견뎌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라테를 혈중순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고통의 근원. 그것은, 그의 옆구리에서 등에 걸쳐 떠올라 있는 기괴한 푸른 얼룩이였다.

얼룩.......문신........흉터.......각인.......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에 분명 축복의 의도는 없으리라.

몸을 휘감는 거대한 지네의 그림이 상체에 눌어붙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 바로, '로우 완의 저주'였다.





"스읍....." 호흡에 따라, 그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눈을 감고서 더욱 호흡을 깊게 한다.

호흡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이 '차도'의 호흡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다음 기회를......놓쳐서는 안된다.......







◆◆◆◆◆◆◆◆◆◆





「닌자 슬레이어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4화


【요그야카르타 나이트레이드】 #1





둥.......두웅.......둥.......두웅.......거인이 망치를 내리치는 울림소리처럼, 흐린 하늘의 네오사이타마에 거대 건설차량이 내는 묵직한 사운드가 규칙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네오 사이타마의 신진대사 속도는 극도로 빠르다. 건물도, 사람의 기억도 곧바로 풍화되어 새로운 혼돈 속에 삼켜져 버린다.





작억복 차림의 사람들이 드나들고, 칸누시(神主;신관)와 스모토리가 지진제(*1)를 거행하며, 안전모를 쓴 사라리맨들이 건물의 골격을 가라키며 수중의 자료와 비교하고 있다. 여기저기에 걸린 '오마카리(お曲)' 라고 써진 깃발은 이 땅이 오마카리 파운드리 사의 사유지임을 나타낸다.





"이요오-!" 칸누시가 석장을 흔들자, 스모토리 두명이 씨름판 링 위에서 동시에 힘차게 한 발을 들어올려 땅을 밟았다. "돗소이!"

작업원들은 무심코 손을 멈추고 그 스피리츄얼한 의식에 박수를 보냈다.





.....거기에서 약간 멀리, 급조된 조립건축형 창고의 장지문이 열리면서 안전모를 쓴 닌자 슬레이어가 나타났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숙이고 작업원들에게 둘키지 않도록 조용히 전진했다.

이 사유지는 경비도 나름 삼엄한 곳이다. 무장 경비원들이 순회하고, 거기에 역관절 오무라 로봇 '모터 가시라'도 동행하고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토사더미의 그늘에 숨었다. "엄중하네요." 등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봤다. 거기에는 안전모를 쓴 작업복 차림의 여성이 있었다. 코토부키다.

"타키=상의 정보가 확실하다면, 이미 '우키하시'의 설치작업은 완료됬을 거에요." ".......그래"

닌자 슬레이어는 코토부키가 손에 쥐고있는 여행가방을 미심쩍이 보았다. "그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넌 이만 돌아가봐."





(쉬-잇!) 코토부키는 손가락을 입가에 갖다대며 주의했다. 순회중인 경비원이 토사더미 반대편을 통과해 갔다.

(이런 곳에서 말다툼을 하고 있으면 계획이 물거품이 되버릴 거에요. 대담하면서도 정밀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닌자 슬레이어는 말없이 고개를 저으며, 조금 먼 곳에 정차된 지게차의 그늘을 향해 달렸다.





사람을 피하고, 로봇을 피하고, 그늘에서 그늘로, 더 깊숙이 이동하며 목적지가 보이는 곳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10분.

마치 방금 전에 있었던 건설현장은 통째로 이 곳으로 들어오는 출입구를 숨기기 위한 위장인 것만 같았다.

네오 사이타마의 북쪽 끝, 오마카리 사의 사유지는 상당한 넓이을 자랑한다. 병풍처럼 높은 울타리가 부지를 둘러싸고, 멀리서 보이는 고층 빌딩들은 마치 도시의 단면도처럼 보인다.





참호를 연상시키는 구덩이 속으로 숨어들며, 그들은 목적지 쪽을 멀리 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몇개의 검은 실루엣을.

"와자 다이이치 8호, 자주식 요격 시스템이에요." 코토부키가 설명했다. "잘 아는군." "예습하고 왔답니다." 코토부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대하는 메가 코퍼레이션들의 침입을 막는 방위 시스템입니다. 위험할 거에요."





"나에겐 문제 없어." 닌자 슬레이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으나, 멈췄다.

여기까지 온 길을 혼자 돌려보내는 건 더 성가신 일이다. "넌 저기까지 달려갈 수 있겠나?" '목표물'을 가리킨다.

코토부키는 끄덕였다. "발목 잡을 일은 없을 거예요. 전 진심이에요!"





◆◆◆◆◆◆◆◆◆◆





......."보로부두르." 지금으로부터 24시간 전, 피자 타키의 지하 4층, 데이터 수집을 마친 타키는 찡그린 표정으로 마스라다에게 UNIX모니터를 보였다.

"당연히 난 가본 적도 없다만, 꽤나 수상한 소문들이 돌아다니더군. 최대한 조심하며 가 보라구. 난 모르니까." ".....그래서, 이동수단은 어떻지." "세 가지야."





"세 가지나 있었군요!" 문가에 선 코토부키가 감탄했다. 타키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장기, 단기, 그리고 순간 코스다. 장기 코스는 유조선에 숨어타서 밀항하는 거다. 자세히는 모른다만 꽤 시간이 걸릴거야. 단기 코스는 비행기 여행. 이 쪽도 티켓따윈 없으니 화물칸에 숨어들어 밀항하게 되겠지. 춥다못해 얼어죽을걸."





"......순간 코스는" "기업용 포탈을 경유하는 거야." "그건 뭐지?"

"거야 모를테지. 에메츠를 쓴 테크놀로지. 정식명칭은 카이소쿠(쾌속)급 우키하시 포탈이다." 타키는 손가락을 붙여 고리를 만들었다.

"동그란 고리모양의 장치를 지나가면 그대로 건너편의 장치로 순간이동 하는거야. 꿈만 같은 이동수단이다만 아직 개발도상인데다 기업CEO나 야쿠자 오야붕이 기회가 생겨야 겨우 쓸 수 있을 만큼 귀중한 물건이야. 엄중히 보호되고 있단 거지."





"알겠어. 거길 돌파해서 포탈을 쓰겠다." 닌자 슬레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에 있지."

"포탈은 좌표지정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되서 도착지를 마구 바꿀 수도 없어......그러니까 말이지. 지금 당장 보로부두르로 넘어가는 포탈을 이 몸이 친히 조사해 주셨다, 이거야." "프로의식이 있으시군요!" "조금만 입좀 다물고 있을 수 없니?"





◆◆◆◆◆◆◆◆◆◆





이렇게 해서 타키가 가리킨 오마카리 사의 사유지에 닌자 슬레이어는 숨어들어왔다.

닌자 슬레이어가 노려보는 쪽에 목표물 같은 사물이 보였다. 그것은 거대한 팔각형의 콘크리트 기둥이었다.

경비는 삼엄하지만, "별 문제도 되지 않아." 닌자 슬레이어는 안전모를 내던지고 참호에서 기어나와, 그대로 달려나갔다.





망루와 유사한 감시대가 붉은 서치라이트를 빙글빙글 돌리며 비추고, 무인기가 여기저기에서 떠다니고 있었지만, 검붉은 바람으로 변한 닌자에게 그러한 방위 시스템은 장해물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조금 뒤쪽에선 놀랄만큼 재빠른 속도로 이를 뒤쫓는 코토부키. 근처의 무인기가 그 모습을 포착했으나, 곧바로 수리켄을 맞고 추락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연속 옆돌기를 행하며 팔각기둥 형태의 콘크리트 건조물에 도달했다.

건조물 위에는 아치 형태의 문이 있었으며, 무장경비원 두 명이 이를 지키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한 명을 팔꿈치 치기로 쓰러트렸고, 나머지 한명을 덮치려 돌아보는 사이에 코토부키가 몸통박치기로 그를 쓰러트렸다.





"도착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타키를 호출했다. 『정말로 해내다니, 새삼스럽지만 닌자라는건 굉장하구만.』

타키가 답했다. 『그럼 얼른 그 안으로 들어가. 바로 앞에 그 쫌생이같은 포탈이 있을 거다.』

"포탈을 작동시키는데 해킹은 필요 없나?" 『없어. 애초에 작동시키는 것 이전에 온-오프도 마음대로 못하는 물건이야.』





"그런가." 닌자 슬레이어는 앞으로 나아간다. 『격벽으로 막아놓는다거나 하는 조치는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얏-!" KRAAAASH! 마스터 키를 방불케 하는 닌자 악력으로 격벽의 잠금을 해제하고, 셔터 장지문을 열고 침입했다.





.........눈 앞의 공간 한 가운데, 소형의 씨름판 링을 연상케 하는 물체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게 포탈인가 봐요." 매고 있던 여행가방을 내리고, 데굴데굴 끌면서 코토부키가 뒤따라서 왔다.

닌자 슬레이어는 지면의 1피트 위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타원형의 어둠에.......어둑어둑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히 보이는 기묘한 어둠 속에......의식을 집중했다.





『포탈 같은건? 찾았어? 그럼 믿고 뛰어들어.』 타원형의 어둠 깊숙이 무언가가 보였다. 아마도 도착지의 지평선일 것이다.

그의 닌자 제6감은 'Go Ahead' 라고 그에게 전하고 있었다. 망설일 시간은 없다. 닌자 슬레이어는 포탈 속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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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그야카르타 나이트레이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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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몬 타에이시의 유영 앞에 놓인 잿더미에 마스라다는 장례식의 절차에 따라 선향을 꽂고 기도를 올렸으나, 그의 머릿속 대부분을 채운 건 명복을 비는 것 보다도 (결국 난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그 무엇도 되지 못했구나.) 라는 회한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자신을 길러준 양아버지 '와몬'은 비참한 죽음을 맞은 건 아니었다. 그는 잘 웃었고, 잘 살아왔다.

 



와몬은 작은 가라테 도죠의 센세이였으며, 이전엔 그 도죠보다 규모가 큰 고아원을 뒤대어 주곤 했다고 한다.

마스라다와 아유미는, 노년에 접어든 와몬이 그러한 일을 신뢰할 수 있는 지인에게 넘긴 뒤 거의 변덕으로 입양해 온 고아들이었다.

 



마스라다에게도 아유미에게도 친부모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걸로 된거다.' 라고 와몬은 어린 두 사람에게 장담했다.

그럼에도 마스라다는 어느정도 철이 든 후 친부모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본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론 와몬이 한 말에 거짓이 없었음을 깨달았고, 그 이상 찾아봐도 좋은 일은 없을 거란 것도 느꼈다. 가족은 와몬과 아유미 뿐이다. 그걸로 됐다.





성인이 되고 나선 두 사람은 와몬에게서 쫓겨나듯 사회로 나왔다.

그들이 다음에 와몬과 마주보게 된 건 그가 임종하기 3일 전의 일이었다. 병세에 대해선 일부러 숨기고 있었다는 모양이다.

 



"사요나라." 마스라다는 혼잣말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휘청이는 아유미가 들어왔다. 정좌한 상태에서 일어나려다가 균형을 잃은 것이다.

"저려....." 아유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마스라다와 눈을 마주쳤다.




"오랜만이네." 아유미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키가 자랐구나."

마스라다는 끄덕였다. 아유미는01101아유미는 쓰러져 있다. 피웅덩이가 번져간다. 마스라다는 아유미를 감쌌을 터였다.

마스라다는 수리켄 앞을 가로막았다. 제 목숨을 바치면서. 여덟 방향의 모서리가 달린 수리켄은 마스라다를 꿰뚫고, 아유미010010"아유미!"




0100101마스라다는 녹색의 격자가 빛나는 암흑의 공간을 떠다니며 0과 1로 분해되어가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다. 멀리서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전방엔 낮설은 지평선이 보이고 있다.

착지하라. 그렇지 않으면 네 존재는 이 애매한 세계에 삼켜져 티끌처럼 산산히 흩어져 버릴 것이니.





"마스라다!"





나라쿠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마스라다는 똑바로 초점을 맞춰 세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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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마스라다는 소형의 씨름판 링과 닮은 토대 위에 착지했다. 코토부키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발치엔 무장 경비원들이 쓰러져 있다. 마스라다는 심한 구토감을 느꼈지만, 닌자 내구력이 곧바로 그 기운을 중화시켜 무감각하게 했다.





"도착한 건가." 닌자 슬레이어는 허공에 벌어진 어둠을 돌아봤다. 네오 사이타마의 포탈와 별 다를 게 없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공기가 다르다. 그리고 온도가, 온도가 달랐다. "열고 나가죠." 코토부키가 격벽을 가리켰다.

"이얏-!" KRAAASH! 마스터 키를 방불케 하는 닌자 근력이 격벽을 파괴. 두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격벽 밖에서 나란히 서있던 경비원들이 놀란 눈으로 두 명을 봤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 들의 목덜미에 춉을 처박아 기절시켰다.

이 곳은 본 적도 없는 어느 언덕이다. 여러 개의 서치라이트가 밤하늘을 비추고 있다. 음양 문양을 연상케 하는 두 쪽의 달과, 황금의 입방체.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낮설지 않았다.





"물 냄새가 난다." "프로고 강입니다." 코토부키는 강풍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누르며, 저 멀리 있는 곳을 가리켰다.

"장소는 서쪽이군요......와앗!" 코토부키는 스스로 가리킨 방향에서 보인 무언가에 놀라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저기 보세요, 강 건너에..." "보인다." 어둠 속, 멀리서 빛나는 그것은 녹아내린 황금처럼 반짝이는 덩어리였다.




그것은 황금이 아니라 조명이 설치된 석조 유적군이었으며, 이 지역, 아니, 주변 해역과 섬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영역을 지배하는 정체불명의 왕이 거주하는 성이기도 했다.(((닌자......닌자로다!))) 나라쿠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뉴런에 울렸다. 이쿠사 배틀이 벌어지고 았지도 않는 지금 그것은 이상한 반응이었다.

 



심장고동이 빨라지는걸 닌자 슬레이어는 억눌렀다. 코토부키가 그 모습을 의아하게 보았다.

"빨리 이 곳에서 떠나죠, 곧 순회 경비대도 올 거에요." "알고 있어."

(((이것은.....이 무슨......! 닌자 소울 빙의자가 아니로구나...! 저 건너편이다.....마스라다! 누구냐......대체 어떤 닌자이기에......이렇게나 가까이......!)))





"멈춰, 나라쿠!" 닌자 슬레이어는 스스로의 소울을 억눌렀다. 눈에서 붉은 피가 흘러 코토부키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러나 나라쿠가 느낀 이상한 감각은 마스라다에게도 감지되고 있었다. 그 정도로 강렬했다.

이 땅에서 사는 자들은 항상 서쪽에서 풍기는 이렇게나 사악한 아트모스피어를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단 말인가?





GGGRRR......석조 유적군의 뒤에서 뱀......아니, 지네다......거대한 지네가 몸을 쳐드는 모습을 그는 환시했다.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이제야 알겠구나! 저것은 무카데(*지네) 닌자다!))) 나라쿠가 신음했다.

"어서 가요!" 코토부키가 닌자 슬레이어의 손을 잡아당겼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로 발각되고 말거에요. 동쪽으로 가죠! 요그야카르타의 시가지로!"





두 명은 달리면서 서로 말을 나눴다. "틀림없어요. 강 건너편에 보였던 건 샨 로어=상의 성입니다. 임금님이에요, 영지에 발을 들였다간 분명 체포될거에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혹시, 눈병에 걸리신 건가요? 닌자 슬레이어=상" "걱정 안해도 돼." 사악하고도 거대한 아트모스피어를 등지고서, 그들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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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팟! 팟! 파파파파파팟! 파파파파파파팟! 파파파팟!

창 밖, 스트리트를 내려다보면 빛을 머금은 스모그가 번쩍이며 아이들이 흥분하며 뛰어다니고 있다.

파파파파파팟! 연이어 들려오는 폭죽의 파열음은 멈출 기미를 안 보인다. 창가에 선 닌자, 롱게이트는 이젠 이 거리의 떠들석함에도 익숙해져 태연하게 밖을 내려다봤다.





그의 등 뒤에 있는 침대는 고풍스러운 천막이 달려있다. 방 구석에 설치된 향도 그윽하니 좋은 향기를 풍긴다.

매우 질좋은 숙소가 잡혔다고 할 수 있으리라.





실제 그것은 그가 속한 회사가 기대를 표하는 의미로 준비해 준 것이다. 이번에 예정된 협상은 꽤나 어려운 안건이 될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후우....." 롱게이트는 얼음 속에서 샴페인 병을 꺼내, 이를 크리스탈 잔에 부었다.





요그야카르타는 아름다운 도시다. 주택들은 집집마다 보라, 주황, 녹색 등의 갖가지 색을 뽐내며, 강을 떠다니는 등롱들은 흔들리는 빛을 수면에 비춘다.

다소 모험적인 유흥을 원하는 관광객이라면 이 밤의 거리에 뛰어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허나 롱게이트는 그러한 일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는 코우 타이 슈메이사의 에이전트였다.





파파파파파파팟……파파파파파파팟. 이젠 폭죽의 파열음은 마치 마구잡이로 울리는 것 같았다.

요그야카르타의 시민들은 모두 무언가를 몹시 두려워하며, 그것을 들뜬 분위기로 칠해 감추려는 것처럼 보였다.

롱게이트는 쓴웃음지었다. 곤란한 비즈니스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주위 환경에 멋대로 편견을 품고 말았다.





그는 UNIX 덱을 키고,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IRC 포럼에 접속했다. 선즈 오브 케이어스는 IRC 상의 사적인 상호조합이다.

열심히 활동하는 자도 있으나, 그다지 자주 접속하진 않는 자도 있다.

직접 얼굴을 볼 수 있는 거리에 사는 자도 있으나, 지구 반대편에서 좋을대로 살고 있는 자도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구성원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전원이 닌자이며, 전원이......'사츠가이'와 접촉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사츠가이와 접촉한 자들은 모두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자신이 능력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강력한 짓수를 부여받았다.

롱게이트 또한 그러했다. 그것은 소름끼치며, 차갑고 괴로운 체험이었다.

 



하지만 실제 그것을 겪고 롱게이트는 매우 강력한 닌자가 되었다.

원래부터 가라테에 능했던 그에게 있어서, 그가 받은 짓수는 마치 떼어져 있던 퍼즐조각을 서로 맞춰주는 복음과도 같았다.

단기간에 높은 자리에 올라선 그는 지금은 코우 타이 슈메이사의 CEO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그가 원하는건 무엇이든지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는 관자놀이를 거칠게 긁었다. 그래. 뭐든지 손에 들어온다. 부족한 것 따윈 없어......!

그리고 크리스탈 잔을 비우고, 포럼에 근황 메시지를 투고했다ㅡ'요그야카르타에 와 있다. 회사 일로 들르게 됐어. 보다시피, 숙소는 훌륭해.'

물론 비즈니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사회인으로써 당연한 일이다.

 



"후우......" 롱게이트는 부드러운 쇼파에 깊이 몸을 누이면서 슴을 토했다.

이번에 그가 맡게 된 비즈니스, 그것은 보로부두르의 왕 샨 로어가 지배하는 해역에 있어서 코우 타이 슈메이사의 운송선이 안전보증을 받을 수 있게 협상하는 일이다. 샨 로어가 지배하는 해역 부근을 지나간 여객선, 운송선이 소식이 끊기는 일이 잦다. 이상할 만큼.




교섭 권한은 롱게이트에게 일임되어 있다. 샨 로어 측에서도 상당히 조건을 걸어오겠지만, 허용범위는 넓게 잡아두었다. 문제는 없다.

이번에 퇴짜를 맞더라도 다음 번으로 이을 수 있다면 괜찮다.

상대는 보통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다. 샨 로어는 닌자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그는 알수 있었다. 닌자...그것도 상당히 강력한......

그렇지 않으면, 요그야카르타의 주민들 중에도 신들린 언동을 하는 자들이 <로우 완의 비술>이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 한결같이 떠들어 댈 이유가 없고, 경찰기관에 속한 자들이 그렇게 한결같이 유리처럼 생기가 없는 눈에 메마른 피부를 드러내며 입도 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도리가 없다.





샨 로어가 거느리고 있는 '대신'이라는 자들이 내일 밤 롱게이트와 대면할 예정이다. 거기까지는 약속을 잡았다.

나머지는 롱게이트의 각오와 정신력 나름이다. "뭐어.....살육전을 벌이려 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지."

그는 눈을 옅게 빛내며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그의 손 주위의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렀다. "살육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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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그야카르타 나이트레이드】 #3





요그야카르타. 따뜻한 바람이 불고, 날씨도 화창하지만 하늘에선 안개가 낀 듯한 기묘한 느낌이 내려온다. 스모그하고도 다른 기묘한 중압감이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싸구려 숙소의 UNIX 덱을 묵묵히 보고 있다. 어두운 방에 비스듬히 햇빛이 스며들어온다.





"'요그야카르타에 와 있다. 회사 일로 들르게 됐어. 보다시피, 숙소는 훌륭해.' " 닌자 슬레이어는 낮게 중얼거렸다.

화면에 비춰진 것은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포럼에 어제 막 갱신된 롱게이트로 추정되는 자의 로그다. 숨길 필요조차 없다 여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신변을 숨길 필요따윈 없었을 것이다. 평상시였다면.





선즈 오브 케이어스 패거리들 사이에 사츠가이와 접촉한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경향은 적으며, 오히려 같은 경험을 겪은 동지를 추구하는 의식이 강한 것처럼 보였다. 신비의 공유인가, 메이레인이 지껄인 말이 닌자 슬레이어의 뇌리를 스쳤다. 일부러 사츠가이의 발자취를 추적하면서 그를 죽이려고 하는 자가 있다는 건 애초에 상정 외의 일인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의 눈동자에 비치는 것은 특별할 게 없는 바캉스 사진이나 기이한 의식 사진 등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아유미를 살해한 닌자에 연관된 자들의 생활. 이 녀석들은 대체 뭐지.

그 너무나도 일상적인 생활의 단편은 도리어 허무적으로 보였으며, 정체 모를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





『오케이, 놈의 비즈니스라는건 오늘 밤 있나 봐.』 타키가 통신을 보냈다.

"어떤 비즈니스야." 『 '보로부두르'에 왔다는 건, 왕국 놈들과의 회담이겠지. 여긴 독재국가야. 뭘 팔고 싶으면 우선 샨 로어를 찾아가야 되지.』

"그것 말이군." 닌자 슬레이어는 중얼거렸다. 서쪽 유적을 뒤덮은 지네의 아트모스피어.





"샨 로어라는 자는 닌자냐." 『몰라. 확실한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어. 그 임금님은 남 앞에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거든, 소문이야 넘쳐난다만...』

"소문?" 『노예의 피를 마신다던가, 마법을 쓴다던가, 거느린 병사들은 전부 뇌를 건드려서 로봇처럼 변한 녀석들이라던가, 여러가지야. 그래서 실제 그쪽 상황은 어때?』 숙소 밖의 골목길에서 코토부키와 스트리트 칠드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줄넘기를 하거나, 분필로 벽에 낙서를 하거나 하며 함께 놀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오이란드로이드는?』 "글쎄다, 근처에는 있다." 

코토부키는 위자용 작업복을 여행가방 속에 챙겨온 의상으로 갈아입고, 저렇게 아이들과 놀고 있다.

『너, 저 녀석에겐 층분히 주의해 둬.』 타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녀석, '우키요'야. 즉, 진짜 자아가 있는 오이란드로이드란 소리지.』





"......그렇게 보이더군." 『우키요가 일으킨 사건들, 들어본 적 있어?』 "몇개 정도는." 피비린내 나는 처참한 살육들.

『마음 놓지 말라고.』 "원래부터 그랬다."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저 녀석에게도, 너에게도 말이다."

『거 믿음직하군.』 타키는 약간 기분이 상한 듯이 말했다.





『어쨌든, 그 녀석은 스스로 UNIX에 접속할 수 있어. 필요해지면 걔를 경유해서 내가 작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 이번에 필요할 진 모르겠다만.』

모니터에 요그야카르타의 지도가 비춰지며, 그 중 세 지점에 마킹이 가해졌다. 

『이게 내가 짚어 본 고급 요릿집(料亭), 요그야카르타에서 최상급인 곳들이야. 이 중 하나에서 만나는 건 틀림없어.』





"셋 중 하나인가." 『앙? 불만이냐? 이것도 최대한 좁힌 거라고. 이 다음은 너 하기 나름이다. 닌자니까 어떻게든 되지?』 타키가 말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심사묵고했다. 이 세 집을 번갈아 돌면서 닌자 아트모스피어의 감지를 시도해 볼까. 사츠가이와 접촉한 닌자라면 특정도 할 수 있다.





『샨 로어 밑의 관리와 회담하는 도중을 노려. 녀석도 섣불리 행동하진 못하겠지.』 "그럴 셈이다."

『지금 나 무급노동 중이니까, 브리핑은 이걸로 끝이야. 그럼 이만, 잘 해 보라고. 오버." 통신이 종료됐다.

"무급노동이 아니야, 채무상환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혼잣말하고, 가부좌를 틀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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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팟! 파파파팟! 폭죽이 이곳저곳에서 터지며, 하늘에선 불꽃놀이가 벌어진다. 마치 매일 밤이 축제인 듯 하다.

전자간판엔 「lebih suka sushi daripada sepek」(*1)「오마니」(*2)「전화 왕자님」(*3)「kuza」 등의 문자가 빛나며, 건물들은 보라색, 녹색, 파란색 등의 조명으로 밝혀지고 있다.





나란히 줄지어 선 포장마차엔 농익은 과일을 가득 실은 바구니나 케밥 등이 늘어섰고, 바이러스를 분해하는 바이오 파리가 들끓고 있다.

그리고 붕어빵이다. 이 물고기의 형상을 한 팥소 과자는 이 지역에서도 역사적으로 인기가 있으며 길한 음식으로 여겨진다.

마스라다는 흰 셔츠에 캐스킷 모자를 눈가 아래까지 눌러쓰고, 혼잡 속에 녹아들며 걸었다. 그의 조금 뒤를 아오자이 차림의 코토부키가 따라갔다.

"고기, 고기 있어요." "저렴합니다." "익사이트 하지 않겠나!" 포장마차의 점원, 또는 노상 스피커가 강력하게 프로모션을 해온다.

마스라다는 코토부키를 돌아봤다. 한 손에 케밥을 들고, 탄산 차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결제됐어요!" 코토부키가 설명했다. 마스라다는 인쇄된 지도를 보았다.





시가지를 빠져나와 북쪽으로 몇 블록 나아간 곳에 두 번째 목적지가 있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주홍색으로 칠해전 궁전 형상의 고급 요릿집이었으며, 보안도 엄중했다.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골치아파 보였으나, 닌자의......그리고 사츠가이의 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 앞의 요릿집은 주변 거리의 분위기로 보아 비교적 더 쉬울 터였다.





"GRRRR!" "아밧-!" "anjing liar-!(야생견이다!)" :"아바바밧-!" 전방에서 갑자기 소동이 벌어졌다.

혼란을 일으키며 사람들이 밀려들어왔다. 그 앞에선 한 시민이 무참하게 물어뜯기고 있었다.

검은 오일로 더러워진 근육 튜브와 녹슬은 골격이 드러난, 야생화한 군용 사이버견이였다.





"큰일이에요!" 코토부키가 그쪽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부근에 대기하고 있었던 걸로 추측되는 왕국병 몇 명이 즉각 시체를 유린하는 기계 야생견을 에워싸고, 작렬총으로 쏴 죽였다. "깨애애앵!" "......" "......" 왕국병들은 광채 없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요그야카르타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는 것을 참고 왕국병들에게서 눈을 돌렸다.





금새 야시장 스트리트는 거짓말처럼 활기를 잃고, 공포가 그 자리를 지배했다.

('카로우시타이'에요.) 코토부키가 마스라다에게 속삭이며 설명했다.

(요그야카르타의 치안을 지키고 있는 왕국병입니다. 불길하게 들리는 이름대로의 분위기가 나네요.) 그들의 빛을 잃은 눈은 우키요에게 있어서도 괴이한 것일까.





그들은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했다. 마스라다의 닌자 제6감은 위험을 예감했다. 그는 걸음을 재촉했다. 코토부키가 황급히 뒤를 쫓았다.

골목을 빠져나가, 비탈길을 오르고, 내려가서 아름다운 랜턴이 늘어선 수로(水路)로 나왔다. 

수로에 맞대어, 잘 다듬어진 산울타리와 황금빛 조명으로 비춰진 요릿집 '카키노 숙장정'의 간판이 나타났다.





두 명은 근처의 나무 뒤에 숨어 상태를 살펴봤다. "......." 역시 닌자의 기척은 없었다, 그렇다면 세 번째 쪽인가.

"어떠신가요?" "없어." 마스라다는 시간을 아껴 바로 이동을 재개하려고 했다. 그리고 위화감을 느끼고 수로 건너편에 시선을 향했다.

두근. 고동이 세게 쳤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건너편을 깊이 노려봤다.





수로 저편, 골목으로 들어가려던 자가 갑자기 발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마스라다는 숨을 삼켰다. 트렌치코트를 입고 헌팅캡을 쓴 그 남자의 눈은 붉었다. 

바로 그 순간, 그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 매우 강한 살기가 서로 충돌했다. 닌자다. 금방 알수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하다.......





"이......있었나요? 저 사람인가요?" 코토부키가 말을 걸었다. 마스라다는 고개를 저었다. 다르다. 사츠가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롱게이트가 아니야." 그는 속삭였다. 요그야카르타에도 여러 명의 닌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츠가이의 기척만이 그에게 있어서의 도표였다.

그러니 이 남자는 무시해도 좋은 상대였을 터다. 하지만.......





이미 그 남자는 어둠 속에 녹아들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가자." 마스라다는 코토부키를 재촉하며 달려나갔다. 목적지는 세 번째의 고급 요리점이다.

파파파파파팟! 파파파파파파팟! 멀리서 폭죽이 조급하게 터지고 있었다.






◆◆◆◆◆◆◆◆◆◆



【요그야카르타 나이트레이드】#4





신호대기중인 리무진의 문 유리창을 두드리는 건 일곱빛깔의 피어스가 달린 선글라스를 쓴 노상 마약상이었다.

"효과 좋아, 스고이." 이빨을 드러내며 뒷자석에 앉은 롱게이트를 향해 웃는다, 운전수는 손짓하며 물러서라고 전했다.

"사진 찍자!" "네오 사이타마에서 잘 왔어!" 이번엔 스트리트 칠드런이 차를 에워쌌다.





"쫓아낼까요." 운전 야쿠자가 돌아봤다. 롱게이트는 미소지었다. "아니, 이제 회담 장소까진 얼마 안 남았겠지. 당신은 먼저 현지에 들어가 있어."

"롱게이트=상은 어떻게 하실겁니까?" "잠시 기분 전환이나 하고 가려고." 갑자기 그는 뒷좌석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내렸다. 곧장 아이들이 달라붙어 그의 장속을 붙잡으며 웃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부디 몸조심하시길." 운전수는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하고, 신호가 바뀌는 것과 동시에 차량을 발진시켰다. 유리창이 없는 검은 밴 3대가 이을 뒤따랐다.

장난스럽게 차량의 행렬에 손을 흔든 뒤, 롱게이트는 아이들을 이끌고 시가에 들어섰다. 마약상은 이제 가망이 없다 보고 다른 봉을 잡으러 떠났다.





"적선 좀 부탁해!" "엄청 비싸보이는 차에 타고 있었지!"

자신에게 달라붙는 아이들에게 매몰차게 구는 일 없이, 그렇다고 해서 지갑을 몰래 빼앗기는 등의 부주의한 일도 없이 롱게이트는 과일 포장마차에 도달했다.

적절한 크기로 잘라낸 얼린 과일조각들을 꼬챙이에 꿴 과자가 얼음더미 속에 묻혀있다. 예쁜 광채를 뽐내는 그 음식은 마치 이 도시의 야경을 담아놓은 것처럼 보였다.





"만일 내가 너희들에게 돈을 준다고 해도......" 롱게이트가 아이들을 둘러봤다.

"그건 전부 어른들의 용돈이 되버리겠지, 안 그러니?"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 쓴웃음을 짓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기뻐할 만한 걸 주마. 주인장. 이 아이들 인원수만큼 빙과를 주문하겠어." "Terima kasih!(고맙소!)" 포장마차의 주인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계산을 마치고 아이들을 본다. 아이들은 숨을 삼키며 롱게이트와 포장마차의 주인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롱게이트는 웃었다. "자, 왜 그러니. 하나씩 받아가렴. 더 먹겠다고 싸우진 말고." 와아! 하고 환성을 지르며 아이들은 포장마차에 몰려들었다.

그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이내 자신이 만든 이 소란에서 빠져나가 골목길로 발을 돌렸다.

 



배관 파이프의 그늘에서 축 늘어진 부랑자가 그를 올려다봤다. 롱게이트는 엄지손가락으로 은화 한전을 튕겨 그에게 적선했다.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지팡이 따위를 쥐고 있었다면 휘파람을 불면서 그걸 빙빙 돌리며 걸었을 지도 머른다.

그런 모습을 스스로 상상하며 그는 가볍게 실소했다.





롱게이트에게 이러한 부류의 낮설은 것에 대한 접촉을 실컷 즐기는 취미는 없지만. 돌발적인 접촉도 경험해 보면 나름대로 즐거운 법이다.

그는 돌계단을 오르고, 금박이 칠해진 겹겹의 토리이릋 지나, 마침내 정원으로 들어왔다.

분수나 덩굴풀의 사다리가 질서있는 무질서에 따라 배치되어 있고, 향긋한 냄새가 맴돌다. 이 정원을 깊이 들어가면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 목적지의 건물이 보인다.





저것이 회담 장소로써 지정된 고급 요릿집 '페라산 스카 시타'다.

보로부두르의 관리에게도, 롱게이트에게도 체면이 서는 곳이다. 온갖 사치를 다한 요리와 접대, 아름다운 여인들.

롱게이트는 언덕을 타고 올라가면서 이전에 타고 왔던 리무진과 검은 밴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곳은 도시에서도 특히 높은 지대에 세워진 건물이다. 벼랑쪽에 나 있는 난간에서 랜턴으로 밝혀진 수로와 조명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건물군, 석탑, 포장마차 지대의 텐트, 광장을 걸어가는 Wi-Fi 코끼리(*1) 등의 광경을 둘러볼 수가 있었다.

요릿집 정문의 양 옆엔 카로우시타이 병사 세명이 총검을 들고 나란히 서있었다, 탁한 눈을 롱게이트에게 향하고 흐느적거리듯 고개를 숙인다.





"도-모. 롱게이트입니다." 코우 타이 슈메이사의 ID카드를 보이자, 카로우시타이는 말없이 비켜섰다.

롱게이트는 미소짓고 끄덕이며 이 궁전같은 석조 건물 안에 발을 들였다. 곱게 차려입은 남녀 두 사람이 그를 맞이하며 홀을 지나 2층의 개인실로 안내했다.

세로로 긴 치장된 유리창. 탁자 위에는 금제 촛대.




"도-모. 코우 타이 슈메이사의 롱게이트=상." 자신을 부른 목소리에 돌아봤다. 그곳에 나타난 건 긴 소매의 승복을 연상케하는 기묘한 의상을 입은 남자였다.

그의 얼굴을 감추고 있는 연녹색의 베일에 수놓아진 무늬는 '로우 완의 증표'라 불리는 마술적 문장이었다.

"나는 그레이윌름입니다.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으셨군."





"황송합니다." 롱게이트는 고게를 두번 꾸벅인 후, 매끄러운 손놀림으로 명함을 꺼냈다. 홀로그램이 들어간 오프화이트 명함이다.

그레이윌름은 "으응." 하고 중얼거리고, 이를 받아 찬찬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그것을 꿀꺽 삼켰다.

롱게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로 위압되선 안된다.





"시작해보지." 그레이윌름은 눈을 초승달처럼 가늘게 뜨고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 롱게이트도 맞은 편에 앉았다.

급사는 두 닌자 사이를 조금도 방해하는 일 없이, 빼어난 그윽함을 보이며 식기를 늘어놓고 연어를 백자 그릇에 두었다.





"건배." "건배." 우선은 평범한 대화가 오갔다. 그레이윌름은 보로부두르의 고위 관료이며, 샨 로어를 직접 알현하는 것이 허락된 사내다.

그리고 물론, 닌자이기도 하다. 롱게이트는 상대를 매우 조심스럽게 대했다. 그레이윌름이 곧 샨 로어라고 여기는 마음가짐으로, 주의 깊게 임한 것이다.





회색 소스가 부어진 닭고기, 젤리 형태의 무언과로 뭉쳐진 과실, 튀긴 생선. 그리고 스시. 어느것을 들어도 맛깔스러웠다.

롱게이트는 당연히 온갖 독이나 자아를 흐뜨려 교섭능력을 떨어지게 하는 물질 등에 대한 내성이 길러져 있고, 또한 그러한 수작을 민감하게 식별해낼 수 있다. 그것과는 별개로 이 요리들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대접이었다.





"자, 그럼....." 식기가 정리된 뒤, 그레이윌름은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리며, 살며시 자세를 고쳤다. 그것이 신호였다.

우선 롱게이트는 준비해 둔 호화롭게 장식된 홀쭉한 상자를 공손하게 꺼냈다. "교토의 양갱입니다. 그레이윌름=상의 마음에 드실련지요?"

"으응." 보로부두르의 관리는 미소지으며 이를 받아들였다.





당연히 그건 단순히 양갱이 담긴 상자가 아니다. 상자 바닥에는 코베인(금괴)가 잔뜩 깔려있다. 그레이윌름은 무게에서 이를 알아챘을 것이다.

"그래서, 무언가 있지 않나? 이번 면담에서 청하고 싶은 것이...." "그렇습니다." 롱게이트는 그윽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요그야카르타 근처 해역에 대한 당사의 무역상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흐음?"





"최근, 해적이나 정체불명의 바다괴물 따위의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관측이 있어......당사의 배 또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건 큰일이로군." "예, 정말 큰일입니다." "전하께서도 이를 심려하실테지. 에-또......." "코우 타이 슈메이사입니다."

"으응, 에-또........코우........떠오르질 않는군." "공물 또한 준비해왔습니다."





"공물." 그레이윌름의 눈이 번쩍였다. "그건 어떠한 것인가?" "가이온(교토의 수도)의 숫처녀, 50마리입니다."

롱게이트는 몸을 탁자위로 내밀며 힘차게 말했다. 더욱이, 품에서 두루마기를 꺼내어 이를 탁상에 펼쳐보였다. 그것은 '목록'이었다.

"물론, 혈통을 알 수 없는 수상쩍은 품종은 없습니다. 모으는 것이 실제 곤란했지요."





"호호오!" 그레이윌름은 희색을 크게 나타냈다. "그러한가! 가이온? 물론 지상에서 자란 것들일테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롱게이트는 기회의 끈을 붙잡고, 이를 강하게 당겼다. "일정한 기준 이상의 사회적 지위가 있는 개체들 뿐입니다. 역시 그 몸에 고결함과 굴욕이 배어있지 않다면 왕께서도 기쁘게 받아들이시진 못하실 것이라 보았지요." "실로 그러하도다!"





롱게이트의 기분이 고양되었다. 그가 숨겨뒀던 마술이 피로되는 순간이다. 그는 이 순간만을 위해 살아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교섭용 카드의 기획 및 준비는 전부 그에게 일임되어 있다. 코우 타이 슈메이사는 그에게 거스르지 못한다. 그의 냉혹한 수법을 거스르지 못한다.

그의 가라테에 거스르지 못한다. 그리고 이국의 사악한 닌자라 할지라도, 욕망의 힘엔 거스르지 못한다.





"그래서, 실제로 가이온 계집들의 상태는 어떠한가?" "방금 50마리라고 전해드렸습니다만, 사실 실제로 운반해 온것은 51마리입니다."

롱게이트는 손가락을 튕겼다. 억압된 신음소리가 들려오며 클론 야쿠자가 교섭 카드를 끌고 왔다.

목줄로 묶여있는 매혹적인 드레스를 입은 여자다. "당신에겐 이것을." "오오!"





"피 또한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만?" 롱게이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맞부딪치는 요리사처럼 춉 형태를 취한 오른손으로 위로 펼친 왼쪽 손바닥을 긋는 시늉을 했다.

"으응." 그레이윌름의 미소는 베일 너머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클론 야쿠자가 난폭하게 사슬을 당겼다.

"아이에엣........도와줘요" 여자가 애원했다. 롱게이트는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냉정해지게. 상품의 부탁을 들어주는 상인이 어디에 있겠나!" "음후후후후!" 그레이윌름도 큰 소리로 웃었다.

클론 야쿠자는 신호를 받고, 여자의 머리카락을 잡아올려 뻣뻣히 치켜세웠다.

"피를 빼내는 일은, 보틀넥 컷 춉을 통했을 때 가장 신선합니다." 롱게이트는 말했다. "저는 몇번이고 시험해 봤지요."





"아이에엣.......아이에에.......!" 여자는 발버둥치지만, 클론 야쿠자에게 잡아당겨져서 이미 다리가 마루에서 살짝 떠 있는 상태다.

어느새 탁상엔 놋쇠 그릇이 차려졌다. 롱게이트는 손날을 문지르며 유유히 실내를 돌아다녔다. 그레이윌름은 탁자를 잡고 핏발선 눈으로 이를 지켜본다.

그리고 거기서 6미터 위, 천장 뒤쪽.





멘포의 「忍」「殺」문자가 붉은 열기를 내뿜고, 그 위의 두 눈도 또한 검붉은 선향 불꽃처럼 어둠 속에서 번뜩인다.

닌자 슬레이어는 천장재 너머에서 엎드려 그 잔학한 광경을 훔쳐보고 있었다. 으드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앞뒤로 갈리고 있는 자신의 이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는 가장 적절한 앰부쉬의 순간까지 기다리려던 계획을 스스로 버렸다.



SMAAASH! 주먹으로 내리쳐진 천장재가 튕겨나가, 정사작형의 타일이 아래로 사출되었다.

"아밧-!" 클론 야쿠자의 정수리에 천장재가 직격해, 머리를 깨부쉈다.

롱게이트와 그레이윌름은 반사적으로 대비하는 자세를 취했고, 여자는 그대로 기절하여 쓰러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수직낙하하며, 그대로 바닥에 삼점 착지했다.

"Wasshoi!"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창문 너머에서 결단적인 외침소리가 울려퍼졌다.

치장된 유리창이 밖에서 돌입해온 물체에 의해 깨지고, 방 안에 형형색색의 유리조각이 날아 흩어졌다.

쇄분동을 방불케 하는 기세로 침입해 온 것은, 검은 장속의 닌자였다. 장속의 곳곳에는 숯불같은 주황색의 빛이 감돌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흑등색의 닌자의 멘포에는 「殺」「伐」의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한 쪽은 방 한가운데, 다른 한 쪽은 창가에. 두명의 침입자는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취해야 할 행동은 정해져있다. 아이사츠는 신성불가침한 규율. 고사기에도 써져 있다.





네 명의 닌자는 직립하며 아이사츠를 준비한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소용돌이쳤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닌자 슬레이어가 아이사츠했다. 매섭게 쏘아보는 눈동자에 검붉은 불꽃이 일렁였다.

이에 답하듯 다음에 아이사츠한 것은 흑등색의 닌자였다. ".......도-모. 사츠바츠 나이트입니다."


◆◆◆◆◆◆◆◆◆◆





◆忍◆殺◆伐◆





◆네 명의 닌자는 직립하며 아이사츠를 준비한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소용돌이쳤다.".....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닌자 슬레이어가 아이사츠했다. 매섭게 쏘아보는 눈동자에 검붉은 불꽃이 일렁였다. 이에 답하듯 다음에 아이사츠한 것은 흑등색의 닌자였다. ".......도-모. 사츠바츠 나이트입니다."◆





【요그야카르타 나이트레이드】 #5





"도-모, 롱게이트입니다." "도-모. 그레이윌름입니다."

습격을 받은 두 닌자가 아이사츠에 응했다. 전원이 뉴런을 한계속도까지 회전시키고 있었다.

이 방의 시간의 흐름은 거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지금 벌어진 사태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자는 이 자리에 없었다.





"사츠바츠 나이트...!" 그레이윌름이 신음했다. 롱게이트는 그레이윌름의 긴박한 목소리를 듣고 이 자들이 샨 로어 측의 자객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는 테이블을 차 넘어뜨리고, 그레이윌름과 등을 맞대며 가라테를 취했다.

(나머지 한 마리는 어떠한 놈인지요.) (필시 사츠바츠 나이트의 협력자일 터!)





한편, 닌자 슬레이어는 불가사의한 감각에 부딪쳤다. 이전에 느낀 것과 같은 위화감이다.

이 흑등색의 닌자의 정체는 수로 너머에서 마주친 그 자가 틀림없다. 이 자도 침입하려고 대기를? 목적은 뭐지?

단서가 되는건 그레이윌름이 향하고 있는 적의 뿐이다. 그레이윌름과......즉, 샨 로어와 대립하고 있는 닌자인가.





천장 뒤에서 나라쿠 닌자가 전해준 정보가 되살아난다.

그레이윌름은 무카데 닌자 클랜의 닌자소울 빙의자. 그리고 롱게이트는 카제 닌자 클랜의 닌자소울 빙의자다.

그러나 롱게이트는 사츠가이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받았다. 대처법대로 되진 않겠지.





"닌자......슬레이어......!" 흑등색의 닌자가 눈을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

(나라쿠!) 마스라다는 뉴런의 동거자와 공명했다. 불가사의한 사내다. 적어도 닌자소울 빙의자는 아니었다.

(((아직 살아있었느냐))) 나라쿠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마스라다는 물었다. (저건 누구야.)





(((저 자는 사츠바츠 나이트. 태고의 암살술 '챠도'의 숙련자이며, 성가신 리얼닌자다.)))

리얼닌자. 이는 즉, 킨카쿠에서 내려온 소울에 빙의된 자가 아니라, 직접 수행을 거쳐 닌자로 화한 자들을 뜻한다.

(((마스라다여, 허나 당장 우선해야 할 것은 사츠가이의 닌자다. 죽여라!)))

 



"이얏-!" 그러나 가장 먼저 움직인 닌자는 그레이윌름이었다.

이 결과엔 몇 가지의 요인이 섞여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사츠바츠 나이트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그가 나타난 것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뻗은 양 팔의 소매에서 각각 꿈틀거리는 그림자가 튀어나와 사츠바츠 나이트와 닌자 슬레이어를 동시에 노렸다.





오오, 그것은 실제 사람의 팔뚝만큼 두껍고 커다란 살아있는 지네였다. 무카데 카나시바리 짓수!

사역마를 방불케하는 짓수의 마물은 사츠바츠 나이트와 닌자 슬레이어의 반응속도를 뛰어넘는 속도로 덮쳐들어 두 명의 동체에 밧줄처럼 휘감겼다.

 



"" 이얏-! "" 두 명의 닌자는 각자를 휘감은 지네의 머리를 춉으로 깨트려 죽여, 이 구속에서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였다.

"꾸웩-!" 그레이윌름의 베일이 걷어올려지며 그 입에서 세 번째 무카데 카나시바리가 내뱉어진 것이다.

한층 더 커다란 지네가 닌자 슬레이어에게 덮쳐들어, 그에게 휘감겼다. "으윽-!"





"좋아, 좋구나! 우선 이걸로 됐다." 그레이윌름은 구속상태의 닌자 슬레이어에게서 시선을 돌려 사츠바츠 나이트를 노려봤다.

"사츠바츠 나이트를 죽여라, 롱게이트=상. 저 놈은 전하의 짓수에 당해 쇠약해진 상태이니!" "알겠습니다." 롱게이트는 사츠바츠 나이트에게 덤벼들었다.





"이얏-!" 재빠른 숏 훅이 정체불명의 충격파를 발했다! 공기로 생생된 초자연적인 칼날이 방어자세를 취한 사츠바츠 나이트를 베어갈랐다.

거기에 더해 그레이윌름이 안구를 노리는 찌르기를 내질렀다. "이얏-!" "이얏-!" 사츠바츠 나이트는 원을 그리듯이 손을 움직이고 고개를 젖혀 간신히 이 동시공격을 버텨냈다.





(((저것은 로우 완의 저주!))) 나라쿠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사츠바츠 나이트의 몸에 새겨진 지네 형태의 낙인을 마스라다의 시야에 쬐어냈다.

(((이 놈, 무카데 닌자에게 당해도 크게 당한 모양이로구나. 마스라다! 어쨌든 이는 호기다. 어서 구속에서 벗어나......)))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양 팔에 힘을 기울였다. 지네가 뿌드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겉껍데기의 틈새 사이사이에서 보라색 즙이 흘러나왔다.

이 불쾌한 구속이 완전히 찢어져 사방으로 터질 때까지 앞으로 2초, 또는 3초.





진흙처럼 둔해져가는 시간감각 속에서 마스라다......닌자 슬레이어는, 사츠바츠 나이트를 주시했다.

그의 몸을 침범해가는 저주와, 그 저주에 저항하는 알 수 없는 힘의 흐름을 보았다.





"스읍......하아......!" 특이한 호흡소리와 공기의 일렁임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사츠바츠 나이트의 전신을 흐르고 있는 힘은 이 호흡에 의해 생성되는 신비적인 가라테였다.





흑등색의 닌자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길게 내뱉으며 싸우고 있다. 그것이 저주의 효력을 억제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집중하느라 닌자 두명의 연계공격에 반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잘 버텨내고 있었다.

그레이윌름의 기괴한 춉 찌르기 공격과 롱게이트의 충격파를 동반한 가라테를 계속 받아내고 있지만, 간신히 치명타만은 피하고 있다.

팔의 움직임. 다리의 움직임. 가라테의 형(型). 마스라다는, 일종의 신선한 경이로움을 느끼며 그 움직임을 지켜봤다.





"이얏-!" 지네가 사방으로 터져 날아갔다! 닌자 슬레이어는 일순의 주저도 없이 전력의 가라테로 롱게이트의 배후를 덮쳤다.

"이얏-!" 롱게이트가 사라졌다. 다음 순간, 등에 강렬한 충격을 받은 것은 닌자 슬레이어 쪽이였다.

"끄악-!?" 깨진 창문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그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되돌아보려고 했다.





견갑골 째로 등 뒤를 베어, 그대로 도려낼 심산이였던 불꽃 갈고리 공격이 도달하기 직전, 분명 롱게이트는 갑작스레 사라졌다.

그리고 닌자 슬레이어의 등 뒤에서 나타나, 거꾸로 닌자 슬레이어를 뒤에서 공격한 것이다! 그의 상황판단은 이 믿기 어려운 냉혹한 답을 산출해내었다...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옥외로 떨어졌다!





(((이것은 마바타키(瞬き;눈깜빡임) 짓수!))) 나라쿠가 신음하며, 초자연적인 불꽃이 닌자 슬레이어의 금이 간 등뼈를 도로 엮어냈다.

닌자 슬레이어는 기절하려는 걸 참고, 공중에서 회전해 균형을 잡으며 오른팔의 갈고리 로프를 내던졌다.

순간적으로 투척된 로프의 갈고리는 롱게이트가 재빨리 들어올린 왼팔의 장속을 돌돌 감았다. 롱게이트는 웃었다.





"이대로 2대 1을 유지하는 건 어려울 것 같군요......" "으응, 층분해." 그레이윌름이 활시위처럼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이얏-!" 롱게이트는 자신을 당기는 로프의 힘에 일부러 저항하지 않으며, 스스로 닌자 슬레이어를 쫓아가듯 뛰어올랐다.

뛰어오르면서 그는 연속으로 돌려차기를 내질렀다. "이이-야얏!" 충격파가 닌자 슬레이어를 덮친다!





퍼벙! 퍼벙! 귀를 찌르는 파열음, 휘두른 팔이 공기의 충돌로 인해 그대로 튕겨나간다. 이대로 공중에 있는건 무방비의 극치.

닌자 슬레이어는 근처에 자란 나무의 가지를 봤다. 갈고리 로프를 롱게이트의 팔에서 풀고, 저 가지로..... "이얏-!" 갈고리로부터 해방된 순간, 롱게이트는 사라졌다!





(((으음, 이것은!))) 나라쿠의 당황한 기색이 뉴런을 흔들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공중에서 자신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온 롱게이트의 양팔에 구속되고 있었다. 고오오오......바람이 귓가에서 세차게 분다.

(((이것은 암흑 가라테 오의, 앨라바마 떨구기! 건방진.......!)))) 천지가 뒤집히며, 나라쿠의 외침소리가 멀리 떨어졌다.





"이얏-!" 롱게이트는 닌자 슬레이어와 같이 지면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옛적 텍사스 독립전쟁에 있어 앨라바마의 대지를 살육의 피로 물들였다고 하는 전설의 닌자, 데스 프롬 어보브의 히사츠 와자가, 지금 이 요그야카르타의 땅에서 무자비하게 구사되려고 한다!





낙하하는 와중, 무한대에 가까이 늘어진 주관적 시간감각 속에서, 닌자 슬레이어는.......마스라다 카이는, 붉게 불타는 눈으로 부릅떴다.

떨어지면 죽음 뿐인가. 사츠가이에 다다르지도 못한 채, 이 땅에서 지고 마는가..........웃기지 마. 난 개죽음이나 당하려 되살아난 게 아냐.





세계가 산산이 흩어지고, 어둠 속에 그는 떠있었다. "스읍......." 우선 떠오른 것은 호흡이었다.

대지가 그의 정수리를 감싸안을 때까지, 유예시간은 아마 한숨 돌릴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 아니. 버티는 거다. 반드시.





자신의 뉴런에 새겨져 있는 흑등색의 닌자의 움직임을, 마스라다는 풀어헤쳤다. 복잡하게 접혀진 오리가미도, 펼쳐보면 정방형의 종이 한 장일 뿐.





한계까지 들이킨 숨은 그대로 나라쿠의 암흑의 화로에 지펴져 사악한 검붉은 불꽃으로 변했다.

챠도 호흡. 아니, 마스라다는 챠도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후우.......!" 압축된 나라쿠의 불꽃이 전신에 역류한다!

뉴런이 하얗게 달궈지며, 불타는 대나무 숲, 마스라다 자신도 모르는 기억이 떠올랐다!





"스읍-!" 닌자 슬레이어의 검붉은 장속이 한층 더 강하게 타올랐다. 롱게이트는 동요했다.

강렬한 열기에 삼켜진 롱게이트의 구속력이 서서히 약해진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후우-!"





지면에 충돌하기까지 0.5초 전. 닌자 슬레이어는 타오르는 손으로 배후에 있는 롱게이트의 뒷목덜미를 잡아, 강제로 무게중심의 컨트롤을 빼앗았다.

"이얏-!" 두 닌자는 지면에 충돌했다. 충돌점을 중심으로 검은 불꽃이 소용돌이치며 대지에 퍼져나갔다!

"" 끄악-! "" 폭발 한가운데서 두 닌자는 서로 엇갈리며 튕겨져나가, 다시 자세를 바로잡으며 착지했다.





뉴런 속에 떠오른 정경의 편린은 그대로 불꽃 속에서 연소해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무릎을 꿇고 눈 앞의 적을 노려봤다. "스읍......후우......" 검은 불꽃이 터지면서 그의 장속의 표면에 몇번이고 퍼졌다.

다 흘려보내지 못한 앨라배마 떨구기의 데미지를 불꽃은 새로운 증오의 힘으로 승화시켜 갔다. "스읍......후우......!"





"네놈. 뭐하는 자냐." 롱게이트는 가라테 경계를 취하며 거리를 벌렸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일으키며 낮게 중얼거렸다.

"......대강 알겠어." 다시 맛보게 된 그 감각. 오리가미를 처음 알게 되었던 그 때와 같다. 자기 앞에 펼쳐진 그 정신이 아득해지는 길다란 길의 입구.

한 걸음 내딛는다. 롱게이트는 한 걸음 물러섰다. "뭐하는 놈이냐고 물었다!"





"나는 닌자 슬레이어다." 마스라다 카이는 말했다. "나는 네놈을 죽이려 왔다. 사츠가이라는 자를 알고 있겠지."

쥐고 있는 주먹에서 뿌득대는 소리가 났다. 가라테다. "사츠가이......" 롱게이트가 중얼거렸다. "사츠가이가......네놈의 목적이란 거냐......!?"

한 걸음 내딛는다. 두 눈동자가 검붉게 타오른다.





롱게이트는 스스로의 충격과 당황을 순식간에 극복해낸 뒤, 소닉 가라테를 다시 취했다.

두 닌자 사이의 공기가 0.2초 동안 억눌리고......해방되었다!





"Wasshoi!" 닌자 슬레이어는 땅을 박차며 롱게이트를 향해 뛰어올랐다!

【요그야카르타 나이트레이드】 #6



"보아하니, 보아하니!" 그레이윌름이 조소했다.

롱게이트가 닌자 슬레이어와 같이 창밖으로 뛰어내리면서 수적 우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이쿠사 배틀의 주도권은 그레이윌름에게 있었다.

"과연, 아무래도 저 자는 네가 고용한 자객은 아닌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역시 네놈은 아무 생각도 없이 다시 패배를 맛보기 위해 나타났다는 소리렷다!"





"스읍......하아......" 사츠바츠 나이트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그레이윌름의 타격을 막았다.

관절이 세 개는 들어있는 듯한 긴 리치를 가진 그레이윌름의 팔에서 내질러지는 유연한 춉 찌르기는 항상 사츠바츠 나이트의 반격범위 밖에서 들어왔다.

1대1 상황이 된 지금에 와서도 전세를 뒤집을 실마리는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잘 알겠구나, 사츠바츠 나이트=상. 지금까지, 그리고 바로 이 순간에도 너는 죽음의 비탈길을 향해 천천히 굴러 떨어져가는 중일 테지.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건 용하다만, 그 생기를 잃은 가라테는 정직하구나. 로우 완의 저주는 일분 일초마다 네놈의 심장을 갉아먹고 생명을 깎아낼 지어니!"

지네를 연상케 하는 찌르기 공격이 관자놀이를 스친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발차기로 반격하지만, 그레이윌름은 기묘한 유연성을 발휘해 이를 의연하게 피해 보이고, 역으로 사각에서 발차기를 내질렀다.

"이얏-!" "끄악-!" 사츠바츠 나이트는 튕겨져 나가, 마루를 구르고, 화병들을 깨트리며 간신히 낙법을 취했다.

그레이윌름은 지체없이 추격해왔다. 지면을 차고 뛰어올라 수레바퀴처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이얏-!" 몸을 웅크린 지네와도 같은 자세에서 순식간에 구사된 것은 단두형의 도끼를 방불케 하는 내려찍기다.

사츠바츠 나이트는 그 순간, 숙였던 얼굴을 들어올리며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그가 깊은 호흡을 멈추고, 왼 팔을 굽히며, 팔꿈치를 앞으로 내미는 기묘한 방어자세를 취한 것은 단 한 순간...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의 아주 잠깐동안의 일이었다.





그레이윌름의 의기양양해있던 눈가가 크게 펴졌다. 어째서인가 그는 가슴 한 가운데에 사츠바츠 나이트의 오른주먹을 정통으로 받고 있었다.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한 바로 다음 순간 그레이윌름은 나선궤도를 그리며 떨어져 날아가, 벽을 깨부수고, 마루에 내동댕이쳐지고 있었다.

"끄악-!?" 경악, 고통, 공포, 부조리. 구토하면서 나뒹군다.





두개골마저 쪼갤만큼 강력한 가라테의 내려찍기가 사츠마츠의 팔을 파괴하고 그대로 정수리에 찍힌다…

...그럴 터였다. 상상과 현실의 차질이 그에게 덮쳐들어, 바로 직전의 기억이 주마등 리콜했다. 그레이윌름은 전율했다.

발꿈치 내려찍기는 사츠바츠 나이트의 왼팔 팔꿈치 위를 비트는 불가사의한 방어자세에 닿았다. 바로 그 순간, 사츠바츠 나이트는 왼팔의 비틀림을 완전히 풀었다. 타격이 무효화되고, 흘려져 나가고……그렇게 무너진 자세에 오른주먹이 날아왔다.





"이럴 순 없다.....이것은" 그레이윌름은 바닥을 더듬으며 일어서려고 했다.

사츠바츠 나이트가 그가 날려진 복도로 나왔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껏 발을 디디며 천천히 다가온다.





그레이윌름은 신음했다. "네놈은 이미 패배했을 터다......왕의 힘 앞에......!"

"그렇다." 사츠바츠 나이츠가 끄덕였다. "샨 로어. 무시무시한 닌자다. 분명 그 자에게 나는 한번 굴하고 말았지."




"꾸웩-!" 그레이윌름은 몸을 젖히며 입에서 앰부쉬 지네 카나시바리를 토했다!

하지만 결국 언 발에 오줌누기! "이얏-!" 사츠바츠 나이트는 순식간에 반응하여 입 밖으로 나오려던 지네의 머리를 짓밟아 바닥에 고정시켰다.

"꾸웩-!?" "......하지만, 그대는 아니다." 검은 장속에 맴도는 등색의 불꽃이 부지직거리며 소리를 낸다.





"그리고......" 시츠바츠 나이트는 손을 들어올려 춉의 준비를 했다.

"다음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놈에게 날 살려둔 것을 후회하게 해 주마......" "이놈!"

사츠바츠 나이트의 신체에서 뼈와 근육이 삐꺽이는 소리가 들렸다. 저주의 효과다. 하지만 그를 즉사시킬 만큼의 위력은 없다. 춉을 내리치는 것을 멈추진 못한다...!





"이얏-!" "아밧-!" 내리쳐진 춉이 그레이윌름의 정수리를 쪼개며 뇌수가 사방으로 튀겼다.

치명상을 입은 그레이윌름의 입 속으로 사츠바츠 나이트는 억지로 손을 집어넣어, "이얏-!"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아밧-!"

그것은 생생하게 펄떡이는 혀다. 그 표면에는 인두질이라도 한 것처럼 지네 모양의 인장이 새겨져 있다... "사요나라!" 그레이윌름은 폭발사산했다.




사츠바츠 나이트가 취한 잔심은 몹시 고통에 겨워 보였다. 폭발사산한 잔해가 바람에 흩어진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바닥 위해서 여전히 펄떡대고 있는 혀를 품에서 꺼낸 주머니 속에 넣고 조심히 다시 끈으로 묶어 다시 품 속에 넣었다.

"우선 한 마리……"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중얼거림은 그대로 거친 호흡으로 변했다. "스읍......하아......"





이번 전투는 너무 힘을 소모했다. 그레이윌름의 살의를 감지해내어 겨우 승기를 붙잡았다. 위태로운 이쿠사 배틀이었다.

하지만 이걸로 한 발짝이다. 그는 자신의 '자손'들을 비호하며, 자손들 또한 자신을 지키게 한다. 그레이윌름도 그 중 한명이었다.

지네의 왕을 무찌르고 저주를 푸는 때는 아직 멀었으니......

 



"닌자......슬레이어......!" 그리고 그는 입에 올렸다. 검붉은 장속으로 몸을 감싼 그 닌자의 이름을.

그는 닌자 슬레이어를 알고 있다. 과연 어떠한 저주가 그 청년을 닌자 슬레이어로써 존재하게 만든 것인가.

하지만 그에서 더이상 그 자의 뒤를 쫓을 힘은 없다. 이 나라에서 벗어날 힘도 없다. 이 땅에 발이 묶인 것이다.




호흡이 흐뜨러지고, 기침을 연거푸 하고, 휘청인다. 등을 웅크리며, 호흡을 바로 했다.

이 소란을 듣고 황급히 달려온 요릿집의 급사가, 자신을 스쳐지나간 흑등색의 그림자를 목격하고 그 자리에서 뻣뻣히 굳어서 조용히 실금했다.

 


◆◆◆◆◆◆◆◆◆◆





퍼벙! 퍼벙! 롱게이트의 소닉 가라테 충격파가 밀집한 대나무들을 송두리째 날려버린다.

파릇파릇한 대나무들이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비스듬히 쓰러져가는 가운데, 닌자 슬레이어는 연속으로 옆돌기를 행하여 롱게이트에게 찰싹 붙어서 짐승의 발톱처럼 손으로 후려치려 했다. 롱게이트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얏-!" 직후, 배후에서 롱게이트가 덮쳐왔다.

"이얏-!"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는 크게 후려치려던 기세를 싣고서 바로 뒤쪽을 향해 돌려차기를 꽂아넣고 있었다.

휘둘러진 발이 롱게이트의 옆구리에 명중했다! "끄악-!"





롱게이트는 낙법을 취하며 백덤블링으로 거리를 벌렸다. 검붉은 안광의 궤적이 어둠 속을 가로질렀다.

롱게이트가 숲에서 정원으로 피하고 0.2초 후, 롱게이트가 앞으로 기울은 자세로 뛰쳐나왔다.

"이얏-! 이얏-!" 퍼벙! 퍼벙! 가라테 충격파가 발사되어 닌자 슬레이어의 장속을 찢는다. 피해가 얕다! "어설퍼." 그는 중얼거렸다.





중거리 간격의 이쿠사 배틀에서 우세를 점하는 카제 클랜의 가라테 충격파. 원 인치 거리까지 파고들면 그 우위는 무너진다.

그러한 클랜의 약점을 마바타키 짓수의 순간이동이 보완해주고 있다. 하지만 변환자재처럼 여겨지던 그의 이동 테크닉도 점차 단조로워지고 있었다.

순간이동 후의 기습도 연이어 예측당하고 있다. 롱게이트는 앨라바마 떨구기에서 벗어나 자신을 맹추격하는 닌자 슬레이어의 기백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이길 수 있다. 이 기세를 놓쳐선 안된다. 닌자 슬레이어는 검은 불꽃의 화로에 가라테를 주입한다.

KRAASH! 두 닌자의 전투에 휘말려 정원의 석제 등롱이 산산히 부서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롱게이트의 원 인치 거리에 다시 접근해 불꽃의 갈고리를 휘둘렀다.

롱게이트가 사라졌다. 닌자 슬레이어는 휘둘러진 손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손목에서 갈고리 로프를 발했다. "끄악-!?" 포착했다!





닌자 슬레이어의 전방 360도를 후려친 갈고리 로프는 사선 뒤에서 출현한 롱게이트의 어깨를 잡았고. 그대로 휘감겨서 움직임을 봉한 것이다!

"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즉각 수리켄을 던져 롱게이트의 어깨관절에 명중시켰다.

롱게이트는 몸부림치면서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잠깐!"





"이얏-!" "끄악-!" 로프를 당기자, 롱게이트는 균형을 잃으며 한쪽 무릎을 꿇고 신음했다.

"기다려라......닌자 슬레이어=상!" "그렇다면 말해라." 닌자 슬레이어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나는 내 목적을 말했다. 너는 사츠가이에 대해 말해라......!" "말하겠어.......정말이다!"





두근. 두 사람의 고동이 동시에 세게 쳤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밤하늘에 불꽃이 터졌다.

"사츠가이는.......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줬어." 롱게이트의 이마를 땀이 타고 흘렀다.

"이미 알고 있어." 닌자 슬레이어는 차갑게 말꼬리를 잘랐다. "말해라." "서.....선즈 오브 케이어스는, 그와 접촉한 닌자들의 상호조합이야."





"......."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롱게이트는 기츰을 했다. "사츠가이는 전조도 없이 나타나선......그저 주고, 떠날 뿐이야."

"놈의 목적은 뭐냐." "모르겠어......" "네놈들의 목적은 뭐냐." "공유......그렇지." 롱게이트는 중얼거린다.

"공유다. 하지만 모든 것은 밝히지 않은 자도 있어......'두 번 접촉한 자'가.......!"





"두 번이라고!" "놈은 공유하려 하지 않아.......하지만 녀석은 나보다 진실에 가깝지......이 나보다도......!"

롱게이트의 목소리에 격한 감정이 뱄다. "이걸로는 부족하단 말이다! 그 자식.......!" 하지만 그가 그보다 더 큰 감정을 토로하는 일은 없었다.

그 대신, 살기가 되살아났다. "아아, 역시 선행은 베풀고 보는 법이야. 행운이 돌아왔군." 그리고 외쳤다. "쏴라!"





""" 까고자빠졌넴마-! """ 직후, 닌자 슬레이어의 등 뒤에서 담 위에 죽 늘어선 증원의 클론 야쿠자들이 일제히 어설트 라이플을 발사했다!

"끄악-!" 닌자 슬레이어는 반사적으로 수리켄을 복수 투척해 몇 명을 죽였으나, 중과부적이다! 총탄의 폭풍! BRATATATATATATATATATATA! 





"으읏-!" 닌자 슬레이어는 쏟아지는 총탄을 받으며 롱게이트를 향해 뛰었다. 피물보라가 튀고, 장속이 불타면서 재생된다.

롱게이트는 다시 소닉 가라테를 준비했다. "이것이 내 풍림화산이다! 죽......." KRAAASH! 담장을 부수면서, 주차되어 있을 터인 리무진이 드리프트하며 들어왔다!





"아밧-!" 담의 파괴에 휘말려 클론 야쿠자가 두명 죽었다. 하지만 총격은 멈추지 않는다. BRATATATATATA........

끼리리릭! 리무진이 뛰쳐나와 닌자 슬레이어를 사선에서 가로막듯이 정지했다. 차체의 측면이 벌집처럼 변해간다!

운전석에서 외치는 소리! "닌자 슬레이어=상! 해치워 버려요! 도-조!"





목소리의 당사자는 코토부키! 이러쿵저러쿵 물어볼 여유따윈 없다. 닌자 슬레이어는 결단적으로 발을 디뎠다.

급가속. 롱게이트가 마바타키 짓수로 벗어나는 것 보다도 한순간 빨리 불타는 손이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롱게이트는 닌자 슬레이어와 함께 사라지고, 잠시 후 함께 나타났다. "말도 안돼......."





"이얏-!" "끄악-!" 강렬한 박치기가 롱게이트의 이마를 깨트렸다. 놓지 않는다. 놓치지 않겠다!

"이얏-!" "끄악-!" 무릎차기를 박아넣는다. 롱게이트가 몸을 지키려고 한다.

닌자 슬레이어는 롱게이트를 붙잡은 채, 죽음의 주먹을 결단적으로 치켜올렸다!



◆"이얏-!" "끄악-!" 강렬한 박치기가 롱게이트의 이마를 깨트렸다. 놓지 않는다. 놓치지 않겠다! "이얏-!" "끄악-!" 무릎차기를 박아넣는다. 롱게이트가 몸을 지키려고 한다.닌자 슬레이어는 롱게이트를 붙잡은 채, 죽음의 주먹을 결단적으로 치켜올렸다!◆




【요그야카르타 나이트레이드】#7





"이얏-!" "끄악-!" 그리고 한방 더! 이미 롱게이트의 의식은 몽롱한 상태다.

닌자 슬레이어는 적을 때릴 때마다 자기 안의 나라쿠의 화로가 분노로 가득 찬 불꽃을 뿜어내는 것을 느꼈다.





(분노다. 분노가 나와 나라쿠 닌자를 이어주고 있어.) 닌자 슬레이어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마스라다. 나라쿠. 빼앗기고, 부스러지고, 그럼에도 이 현세에 남아있는 자들.

분명 분노가 사츠가이에 다다르기 위한 길을 열어주리라. 하지만 이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이얏-!" "끄악-!"






이쿠사 배틀은 탁류와도 같다. 맞버팀의 둑이 터지면 곧바로 어느 한 쪽을 파멸으로 휩쓸어 간다.

맞버팀 상태를 어떻게 깨트리고, 노도처럼 상대를 압도해 보이는가.....그것이 바로 가라테인 것이다!

"이얏-!" "끄악-!" 롱게이트는 궁지에 몰려 있다. 그렇기에 기사회생의 반격의 실마리를 필사적으로 찾는다. 그리고 그걸 용납할 생각은 없다!





"닌자에게 죽음을!"





"이얏-!" 롱게이트가 숏 어퍼를 내질렀다. 닌자 슬레이어는 고개를 뒤로 젖혀 근접 카제 타격을 피했다.

원 인치 거리, 더욱이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롱게이트가 취할 행동은 쉽게 좁혀진다. 이걸로 끝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롱게이트의 안면을 붙잡고 들어올려, 그대로 내리찍었다. "끄악-!" 후두부를 정원의 대리석에 부딪쳐져 롱게이트의 머리가 으깨졌다.





"사요나라!" 롱게이트는 폭발사산했다. 이와 동시에 클론 야쿠자의 총격으로 너덜너덜해진 리무진의 차내에서 코토부키가 밖으로 굴러나왔다.

KABOOM! 연료탱크가 폭발했다.





"이, 이기셨군요?" 그를 향해 쓰러질 듯한 기세로 달려온 코토부키의 목덜미를 붙잡고, 닌자 슬레이어는 일단 안전지대인 석제 등롱의 그늘 아래로 그녀를 내던졌다. 오이란드로이드는 공중회전하며 고양이처럼 가볍게 착지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담벼락을 돌아보며 일렬로 늘어선 클론 야쿠자들에게 수리켄을 투척했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사격장의 표적처럼 담 위에 나란히 서있던 클론 야쿠자들은 차례차례 쓰러져 담 뒷편으로 쓰러져 갔다.

"훌륭한 솜씨시네요!" 습격해온 야쿠자들이 전멸하자 코토부키가 다시 그에게 다가왔다. 물론 그녀도 상처 없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적잖은 총상을 입은 것이 보였다. "하지만, 또 올겁니다!"






"무모한 짓을.."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중에 창고에서 스스로 고치면 되니까요." 코토부키는 왼팔 팔꿈치 위의 찢어진 상처를 더듬었다.

"그것보다도, 저기 보세요!" 그녀가 가리킨 곳에 있는 것은, 대문을 건너 줄지어 들어오는 카로우시타이의 병사들!

"bunuh-!(*1)" "menewaskan!(*1)" 각자 외쳐대며, 빨리감기한 인형극을 연상케 하는 움직임으로 달려든다!






"뒷문으로 도망치자." 닌자 슬레이어가 지시했으나, 코토부키가 고개를 저었다. "맞서 싸워 정문으로 돌파해서 가야 합니다. 문 밖에 주차된 차가 위험해요!"

이유를 일일히 물어볼 시간따윈 없다. 닌자 슬레이어가 가라테를 다시 취하자마자 반월도로 무장한 카로우시타이 부대와의 백병전이 시작됬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하이얏-!" "끄악-!" 닌자 슬레이어가 두 명을 쓰러트릴 때, 코토부키는 그의 쿵푸로 한 명을 쓰러트렸다.

후방의 병사들이 사격을 시작했으나, 닌자 슬레이어가 수리켄을 투척해 그들을 살해했다. 마지막 한 명은 코토부키의 날아차기에 쓰러졌다.





"이거에요!" 코토부키가 달려간 곳엔 나란히 주차된 검은 밴 세 대가 있었다. 그녀는 백도어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귀를 갖다댔다.

"안에 사람이 있어요! 훌쩍이는 소리가!" 그리고 잠금장치를 가리킨다. "저를 경유하서 타키=상에게 이 패널을 해킹…."

KRAASH! 닌자 슬레이어가 완력으로 백도어의 잠금장치를 파괴했다.





억지로 백도어를 열어올리자, 차량 안에서 절망한 표정의 소녀들이 두려워하며 두 사람을 올려봤다. 닌자 슬레이어는 얼굴을 찌푸렸다.

자세한 경위는 천장 뒤에서 층분히 들었다. 허나 그 사츠바츠 나이트라는 자는 뭐였지? 그레이윌름은 쓰러트린 건가?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다.

고개를 저으며, 다른 차량의 잠금장치를 이어서 파괴한다.





"모두들, 도망쳐요! 빨리!" 코토부키가 바깥쪽을 가리키며 재촉하자, 소녀들은 머뭇머뭇 차량 밖으로 내려와 서로를 마주봤다.

닌자 슬레이어는 세번째 밴의 백도어를 파괴하며, 코토부키를 째려봤다. "이런 일을 해봤자 끝이 안난다고." " '의를 보고도 행하지 않음은 용기가 없음이라' 랍니다."





"너희들. 미안하지만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해." 닌자 슬레이어는 그들에게 단언했다.

코토부키는 불만스러워 했으나, 실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였다. 이 땅에 머무는 기간이 늘어나면, 샨 로어, 즉 국가 그 자체가 자신들을 적대하게 되고 말리라.





"부디 모두들, 몸조심하세요." 코토부키는 고개를 숙인 후, 닌자 슬레이어의 뒤를 따랐다.





◆◆◆◆◆◆◆◆◆◆


치익- 치익-.......요릿집의 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그들은 비탈길을 달려서 내려와, 혼잡한 도시의 거리 속으로 사라졌다.

불꽃이 밤하늘에서 터지고, 등롱을 실은 배가 수로 위에서 흘러간다. 『yo, 또 성가신 일이 생겼었나 보지? 이제 끝난거 같다만.』 타키의 통신이 들어왔다.





『뭐든 좋으니까 포탈으로 귀환할 시간엔 맞춰 달라고. 알겠어?』 "그래."

『너희들의 출현에 맞춰서, 이쪽......즉 네오 사이타마 쪽의 시설을 내가 교란시킬 필요가 있어, 이해했지?』 "알고 있다."

『기념품은 그쪽의 사이버 물담배로 부탁해.』 "헛소리 마."





닌자 슬레이어는 그늘 아래서 장속을 버리고 관광객의 차림이 되어 태연한 표정으로 순회하는 카로우시타이들과 교차했다.

걸어가면서 마스라다는 주먹을 쥐고, 다시 폈다. 롱게이트의 히사츠 와자를 파훼한 그 순간의 감각이 아직도 뉴런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본능에 의지한 싸움인 채로는 언젠가 뜻밖의 죽음만이 기다릴 뿐인가. 생각해 볼 일은 많았다.





"나라쿠. 사츠바츠 나이트라는 자를 알고 있는 거냐." (((알고 있다마다...))) 나라쿠는 답했다.

(((....놈이 이전의 닌자 슬레이어다, 마스라다.))) 마스라다는 갑자기 발을 멈췄다. 뒤따르던 코토부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마스라다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전의? 왜 이 보로부두르에 있는 거지."





(((모른다. 이미 과거의 일이니. 놈은 사츠바츠 나이트. 성가시기 짝이 없는 리얼닌자다.))) "그러냐." (((놈에게서 사츠가이의 잔향은 느껴지지 않는구나.)))

마스라다는 다시 걸어나갔다. 롱게이트가 죽기 전에 했던 말이 신경쓰였다. 두 번 사츠가이에게 접촉한 닌자가 있다......새로운 정보다.

선즈 오브 케이어스의 패거리들이 닌자 슬레이어에 대한 경계를 공유하게 되기 전에 그 자를 추격해야 할 지도 모른다.





『지지직......젠장, 이번엔 또 어디 있는거야? 노이즈가 심해.』 나라쿠가 가라앉자 잡음 속에서 타키의 통신음성이 들려왔다.

『시간 말할거니까, 절대 틀리지 마.』 "알았다." 야시장에 다다르자, 꾀죄죄한 소년이 "관광안내 할께!" 라고 외치며 다가왔다.

"보답으로 용돈을 줘도 괜찮아!" "안내는 필요없어." 마스라다는 고개를 저었다.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다. "적선 좀 해줘!" 마스라다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해 낸 듯, 품에서 종이를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직접 해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소년에게 마스라다는 복주머니를 접는 법을 가르쳤다.





이내 코토부키가 여행가방을 챙기고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기다리셨나요?" 『대답 좀 해라! 시간은 똑바로 기억하고 있지?』 "문제없어."

두웅......두웅.......불꽃놀이가 그들 머리 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건너편의 거리에서 '드래곤 댄스 망루'가 환호성과 함께 도로를 지나갔다.

망루를 받치는 행렬이 완전히 지나가고, 소년이 다 접은 복주머니를 의기양양하게 보이려고 했을 때 이미 마스라다와 코토부키의 모습은 그곳에 없었다.





【요그야카르타 나이트레이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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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버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