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앤드 눈챠쿠

3부 2021. 11. 8. 20:59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ninjaslayer&no=22050&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B%A6%AC%EB%B3%BC%EB%B2%84+%EC%95%A4%EB%93%9C&page=1 

 

리볼버 앤드 눈챠쿠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참치 체펠린 편대가 묵직하게 하늘을 헤엄치며 회색 전뇌 메갈로시티에 한자 서치라이트를 조사한다. 그런 흔한 밤, 맛치 쥰고가 은색으로 빛나는 리볼버 총을 손에 넣은 것은 네오 카부키쵸

gall.dcinside.com

디시인사이드 'ㅇㅇ(58.127)'님 번역

 

 참치 체펠린 편대가 묵직하게 하늘을 헤엄치며 회색 전뇌 메갈로시티에 한자 서치라이트를 조사한다. 그런 흔한 밤, 맛치 쥰고가 은색으로 빛나는 리볼버 총을 손에 넣은 것은 네오 카부키쵸 역 지하 던전에 길게 줄을 서서 암의사에게 장기를 팔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취 칵테일이 아직 조금 뉴런에 남아 있다. 망막 깊숙이 눌어붙은 네온 기억…… 비행장처럼 커다란 LED 게시판에는 부위 명과 g당 단가가 표시되어 주가처럼 눈이 돌 정도로 변동하고 있었다. 그는 숫자가 가장 클 때를 대비해 줄을 섰지만, 접수 버튼을 누를 즈음엔 매우 작아져 있었다. 



 야쿠자 숍에서 총을 사고 돌아가는 길. 우연히도 대로변에서는 사이버 모즈 집단과 테크노 갱단이 총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쏘아 죽여서 한 사람의 남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죽인다면 쓰레기가 좋아……))) 그렇게 생각하던 맛치는 소나무 그늘에서 마구잡이로 몇 발을 쏘고는 겁에 질려 달아났다. 



"그 갱은 죽었을까……?" 온 세상의 맛포로부터 상금이 걸린 듯한 메갈로 기분이었다. 맛치는 총을 숨기고 더러운 골목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십자로에서 '사랑이에요'라고 쓰인 네온 간판에서 갑자기 불꽃. 그는 주눅이 들어 왼손을 보았다. 안쪽의 쓰레기 집적장에서 뭔가가 보였다. 누군가의 신음이 들렸다. 



 맛치는 총을 빼 들고 다가갔다. '불여귀'의 네온 간판에서 불꽃. 거기서 본 것이 불쌍한 부랑자인지 뭔지였다면, 결국 그는 트리거를 당기지 못하고 총을 버리고 울다 돌아와, 한심한 나머지 집에서 세푸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더미 위에 뒹굴고 있던 것은 다 죽어가는 닌자였다. "……닌……자?"



 공포와 놀라움이 뒤섞여 저도 모르게 소리 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시선을 집중한다. 검은 닌자 장속. 보이는 것은 피투성이의 눈 주변뿐. 손발이 부러져 있다. (((닌자가 보이다니, 마취 칵테일로 트립상태인 건가……))) 맛치는 불안해졌다. 그러나 설마, 진짜일 리가 없다. 



"닌자 모습으로 뭐 하는 거야. 떨어진 건가?" 맛치가 묻는다. 닌자 흉내를 내는 광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그건 진짜 닌자 소울 빙의자였다. 운 좋게도 그 녀석은 죽어 가고 있었다. 



"이얏-!" 닌자는 엉거주춤한 움직임으로 수리켄을 던졌다. 맛치의 뺨을 스쳐서 핏줄기를 남긴 뒤, 옆쪽 벽에 몇 cm나 꽂혔다. 인간의 짓이 아니다! "아이에에에!" 날카로운 수리켄을 보면서 맛치는 비명을 지른다. 동공이 한계까지 열린다. BLAM! 반사적으로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끄악-!" 닌자의 배에 탄환이 명중. 닌자는 다시 수리켄을 던졌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네온에 꽂혔다. "아이에에에에에에! 아이에에에에에에!" 맛치는 기겁을 하고 주저앉아 연속으로 세 발을 쏘았다. 위쪽 주민이 장갑창을 닫았다. 마지막 한 방이 이마에 명중했다. "끄악-!" 


 클릭! 클릭! 총에서 무자비한 클릭 음이 들린다. 나무삼! 총알이 떨어졌다. (((안 돼, 닌자가 실재한다면 죽일 수 있을리가 없어!))) ……하지만 맛치가 죽음을 각오한 그때! 닌자는 눈이 뒤집히고 넘어져, 쓰러져 있던 폴리 버킷 속에 머리를 처박고 폭발사산한 것이다! "사요나라!" 



 맛치는 주저앉은 채로 실금하고 있었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감동을 맛보았다. 반신을 죽이는 모탈. 흡혈귀를 죽이는 헌터. 그와 비슷한 승리의 영광을. "닌자…… 죽였다…… 내가…… 닌자를…… 닌자는 실재하고 있었고…… 내가…… 죽였다……!" 오오, 나무아미타불! 일반인이 닌자를 죽인 것이다! 



"붓다! 꼴 좋구만!" 마치는 웃으며 가슴을 펴고 일어섰다. 지금까지 계속 지기만 했던 인생 게임을 전부 뒤집고 승리! 이런 기분이 든 것은 10살 때 쇼기에서 아버지를 이기고 칭찬을 받은 이후였다. 아버지는 다음 날 전뇌약물 중독으로 사이버 맛포에게 체포되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

 

 눈동자를 번쩍이며 삿쿄 라인을 탄 맛치 쥰고의 품속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총알 없는 리볼버 총. 그리고 폭발사산한 닌자에게서 빼앗은 전리품이 몇 가지. 


 마키모노! 만 엔권! 대뱃살 분말! 크로스 카타나의 문양이 새겨진 신비로운 수리켄 하나! 벽에 박혔던 그 수리켄을 뽑았을 때, 손을 상당히 깊게 베였지만, 그런 아픔 따윈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 아픔조차 맛치에게는 최고의 전리품이었다. 


 삿쿄 라인을 내리고, 방범 셔터가 내려간 UNIX 숍의 앞을 걸으며 춋토 스트리트로 향한다. 카라테 숍에 들러서 목인을 사고, 그것을 만취한 여자처럼 짊어지고 돌아갔다. 중금속 산성비가 그치고, 노후화 맨션 '야토카이 카르치'의 낯익은 네온 간판이 맛치를 맞이했다. 


"와오-! 맛치=상, 그건 남자형이잖아! 새로운 취미라도 생긴 거야!" 현관에서 쇼기를 두고 있던 요타모노들과 얽혀도, 맛치는 말없이 너그러운 기분으로 미소 지었다. 요타모노들은 기분 나빠했다. "뭐야 이 녀석, 웃고 있어!" "낡은 넨고로는 우리한테 줘!" "그만둬, 사이코가 옮는다!" 


 (((요타모노들도 어디 두고 보자. 지금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 어쨌든 나는 닌자를 죽였다고?))) 맛치는 웃음소리를 뿌리치고 가슴을 편 채, 웃는 얼굴로 걸었다. 자기 방에 돌아가기 전에 우선, 오늘 밤의 위대한 승리를 프리랜서 야쿠자 지다이=상에게 빨리 보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계단을 올라갔다. 


 맛치는 정치 포스터 투성이의 계단을 올라가며 회상한다. 지다이는 10년 정도 전에 야토카이 카르치로 흘러들어왔다. 당시의 지다이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사이코빌리 야쿠자였고, 맛치는 남몰래 동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야쿠자가 될 용기는 없었기에 맛치는 결국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춋토 피자 점원을 계속하고 있다. 


 전성기의 지다이는 장신에 호리호리한 야쿠자 슈트, 목덜미에는 신형 생체 LAN 단자, 아날로그 선글라스, 사이드에 매단 검은 눈챠쿠에서는 남자의 색기가 감돌고 있었다. 지다이는 때때로 두랄루민 케이스에 대뱃살 분말과 은색 리볼버 총을 넣고 어디론가 갔다가 돈다발로 바꿔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 끝. 동료에게 배신당한 지다이는 어느 날 피투성이로 돌아왔다. 지금은 마흔이 훨씬 넘어 야쿠자의 일도 카라테도 없다. 늘어진 몸을 촌스러운 양복으로 감싸고 부들부들 떨면서 위법 칩을 기판에 납땜하는 부업의 나날. 그렇게 번 얼마 안 되는 일당으로 밤마다 데킬라를 마시고 있다. 


"하악-! 하악-! 하악-!" 계단을 오르기엔 무거웠기에 맛치는 층계참에 목인을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 혼자서 남은 절반을 올라갔다. 


"기타나 총이나 UNIX다. 너는 해커에 적합하지 않아. 기타도 틀렸다. 총이군. 총만 있으면 만사해결이다. 총만 있으면 남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장기를 판다면 전액을 다 써서 총을 사 와라…… 잊지 마라…… 내 것과 같은 형태다. 이게 제일 좋아…" 지다이의 목소리가 뇌리에서 메아리친다.


 그날 밤, 타노시이 데킬라로 만취한 지다이가 더러운 다박수염을 긁으면서 그 말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는 결심이 서지 않았을 테고, 닌자를 죽이는 일도 없었다. 그는 지금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다이=상, 들어줘. 굉장한 이야기야!" 그는 후스마를 몇 번이나 두드렸지만, 대답은 없었다. 


"어이! 지다이=상이라면 어제 죽었어! 지금쯤 지고쿠 제4 스트리트다!" 복도를 걸어오던 노인이 말했다. 그는 이 맨션의 꼭대기 층에 사는 오너, 호바타 영감님이다. "……죽었다고?" "아아, 자기 리볼버 총으로 '탕'이다." 호바타 영감님은 관자놀이에 손가락 두 개를 대고 고개를 흔들었다. 


 맛치는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고 서 있었다. "저래 보여도, 돈 지불은 확실했어! 빌어먹을, 착실한 녀석부터 죽어 가다니! 헤이, 붓다! 아직 자고 있냐!" 호바타 할아버지는 투덜투덜 중얼거리더니 사케병을 끌면서 복도를 걸어갔다. "시끄러워 영감!" "바카!" 주민들의 욕설이 들린다. 


 호바타 영감님이 사라지자 맛치는 멋진 호랑이가 그려진 후스마를 살며시 열었다. 이제 맛포와 청소업자가 들어간 뒤라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방구석에 덩그러니 남은 검은 눈챠쿠를 그는 흐느끼며 주웠다. "지다이=상, 당신한테 한마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안 돼, 울면 안 돼. 지다이=상에게 혼나. 나는 다시 태어난 거야……! 리볼버와 눈챠쿠……! 더욱 닌자를 죽여서 케이스 가득 만 엔권을 번다……!" 맛치는 눈물을 닦고 곰팡내 나는 방을 나왔다. 목인을 등에 업고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와 자기 방의 강화 후스마를 열었다. 


 쓰레기투성이의 실내. 구식 정크 오이란드로이드를 꺼내 말을 걸었다. 회화기능은 없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닌자를 죽이고 대뱃살 분말과 만 엔권을 손에 넣었어. 비디오 덱을 살까? 같이 보는 거야. 3D 오스모 홀로그래프도 좋겠다." 그러면서 그녀를 몇 번이나 열렬하게 FUCK했다. 


 맛치의 뇌내에서는 닌자가 폭발사산하는 신비로운 광경이 여러 차례 플래시백 하면서 극채색의 섬광이 되어 루프하고 있었다. 그 광경이 그에게 무한한 힘을 가져다주었다. 맛치는 오랫동안 사귄 그녀에게 무척 친절했고 열렬히 사랑했다. 내일이면 헤어지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그는 닌자 헌터가 되기로 결심하여 선글라스를 끼고 출근해 피자 가게에서 잘렸다. 상쾌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우선은 정보 수집이다! 그리고 카라테다!" 방 안에 쌓인 쓰레기를 버리고 오이란드로이드도 메고 갔다. 하지만 정이 들어 결국 오이란드로이드는 데려가기로 했다. 


 이후 2년 동안, 그는 그윽한 정보 수집과 카라테 트레이닝을 계속했다. 닌자는 강대하며,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닌자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투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애당초 닌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마침내 생활이 궁해지기 시작하자 그는 다시 춋토 피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

 

 우시미츠 아워 근처. 흐트러진 구름이 해골을 방불케 하는 달을 덮는다. 네오 사이타마의 밤에 중금속 산성비가 쏟아진다.



 야토카이 카르치의 최상층에 세워진 집의 장지문에는 덩치 큰 남자에게 목덜미를 잡힌 노인의 실루엣이 그림자 놀이를 방불케 하며 비쳐지고 있었다. 손보는 자가 없어 황폐해진 마당에는 썩어가는 슈라인과 청동 붓다상. 사츠바츠! 그렇다고 해서 걱정하는 자는 없음! 이것이야말로 고사기에 예언된 말법의 한 측면인가! 


"끄악-! 놓, 놓아 줘-……!" 맨션 오너 호바타 영감님이 괴로운 듯이 덩치 큰 남자의 팔을 때린다. "돗소이! 돗소이!" 하지만 퇴물 스모토리인 덩치 큰 남자는 노인의 목덜미를 잡은 그 양손을 더욱 높이 들 뿐. 일본어를 이해하는지 어떤지조차 의심스럽다. 


"어때 영감님? 도장, 넘겨주겠어?" 챠부에 앉아 ZBR 담배를 피우는 야쿠자 슈트의 남자. 그 얼굴 반쪽은 사이버네화 되어 있다. "끄악-! 안돼! 너 같은 놈에게 주면 전부 엉망이 되어 버릴 거야!" 호바타는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돗소이! 돗소이!" "끄악-!"


"어이, 그쯤에서 놓아 줘. 죽으면 끝장이다. 미야모토 마사시도 말했잖아. 조금 더, 스마트하게 가자고." 야쿠자가 일어나서 스모토리의 등에 담배를 비벼 끈다. "앗-!" 스모토리는 명령을 이해하고 노인을 타타미 위에 떨어뜨렸다. "게홋! 게홋-!" 호바타 노인은 콜록거린다. 


"저기 부탁이야, 영감님. 도장 찍으면 나도 당신도 편해지잖아……" 야쿠자는 돌변하여 간사한 목소리로 말했다. "까불지  마! 뜬금없이 나오긴!" 그때 우시미츠 아워를 알리는 종소리가 네오 사이타마에 울린다. 노인은 무엇인가를 떠올리고는 헉하고 숨을 삼키며 캘린더를 본다. 


"조, 좋아 알겠다! 돈이든 계약서이든 넘겨주마! 하지만 오늘은 안 된다! 오늘은 안 돼! 빨리 돌아가 줘!" 안색이 변하는 호바타 영감님. "죽는담마-! 시간을 벌려는 건가, 어엉!? 뭐가 안되는 건지 말해!" "크…… 큰일 난다!" "어이, 더 세게 들어 올려!"


"돗소이!" 퇴물 스모토리가 것츠 포즈(ガッツポーズ)를 만들며 알통을 어필한 그때! "이얏-!" 갑자기 후스마가 열리고 닌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광석화의 스피드로 던져진 수리켄은 스모토리의 뒤통수에 꽂힌다! "끄악-!" 부서진 스프링클러를 방불케 하며 튀는 피! 나무아미타불! 


"뭐야!" 뒤돌아보는 야쿠자. "우옷-!" 빈사의 스모토리도 뒤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한다. 그곳에 닌자가 있었다. 그리고 아이사츠했다. "도-모, 액스 소드입니다." 오른손에는 닌자 소드, 왼손에는 파이어 액스. 가공할 살인 의지를 느끼게 하는 무기의 조합이었다. 


"우옷-!" 스모토리는 챠부를 순간적으로 잡고 휘둘러 원반던지기의 원반을 방불케 하며 던졌다. 하지만 "이얏-!" 도끼의 일격이 챠부를 깨뜨린다. 달인! 지체 없이, 인간을 벗어난 속도로 액스 소드는 덤벼들어 스모토리의 머리를 도끼로 깨부순다! "이얏-!" "아밧-!" 뒤로 쓰러지며 즉사! 


 야쿠자는 차카 건을 뽑으려고 한다. 하지만 손이 떨려서 잘 안 된다. "아이에에에에!" 지독한 혼란이다. ……닌자 따위는 실재하지 않을 터. 그런데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뭐냐!? ……닌자의 살인 광경은 흡혈귀의 흡혈 광경을 보는 것과도 같은 충격을 일반인에게 안겨준다. 현실을 뿌리째 뒤흔드는 쇼크다. 


 액스 소드는 스모토리의 이마에 꽂힌 도끼를 내버려두고 닌자 소드를 들어 야쿠자에게 덤벼들었다. "이얏-!" "끄악-!" 차카 건을 뺀 팔을 절단! 이어서 "이얏-!" "아밧-!" 목을 쳐서 살해! 한쪽 팔과 머리를 잃은 야쿠자는 천천히 뒤로 쓰러지며 타타미에 피를 흘렸다. 


"도-모, 호바타=상. 위험할 뻔했군. 내가 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는지." "죽여버리다니, 죽여버리다니……" 호바타는 타타미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아, 죽였다." "이놈은 말이야! 이 야쿠자는 말이야! 의절한 내 아들이었다!" 노인은 부들부들 떨면서 닌자에게 손가락질하며 노려보았다.


"입다물람마-!" 액스 소드는 가공할 닌자 슬랭으로 일갈한다. "아이에에에에!" 호바타는 원초적 공포에 사로잡혀 실금한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야쿠자도, 핵&슬래시도 아니다. 인간세상의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이것은 역사의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인외의 괴물인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번 달 돈을 내놔" 액스 소드는 무기를 내려놓고 손을 내민다. 이것은 그의 개인적인 수금 활동이다. "시체 처리는 별도 요금" 무도함! "아이에에에……아이에에에에에……" 호바타 노인은 저항을 포기하고 언제나처럼 마네키네코 금고 안에서 집세 만 엔권 다발을 꺼내 닌자에게 상납했다. 

 

◆◆◆

 

 몇 주가 지난 어느 밤. 방범 셔터가 내린 춋토 스트리트. 명멸하는 가로등. 폐쇄된 UNIX 숍. 도산한 피자집. 깨진 창문. '바보' '슬램덩크' '싸움' 치안의 불량함을 느끼게 해주는 스프레이 문자들. 뒷골목에서는 부랑자들이 번쩍번쩍 눈을 부라리며 기판에서 금속을 회수하고 있다. 


 피자가게에서의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무거운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맛치 쥰고. 잘 생각해 보니 지다이와 같은 연령이 되었다. 2년 넘게 찾아 헤맸지만 결국 닌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것은 혹시 약물에 의한 망상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두의 용기를' '우리에게 투표' '생활이 풍성하게 된다.' ……화려한 헨타이 셀 화조로 그려진 정당활동 전단이 밤하늘을 떠도는 참치 체펠린에서 살포된다. "앗 수송 중에 사고!" 상공으로부터 위압적인 아나운스가 울리어 위법행위가 아님을 중점하고 있다. 맛치는 그것을 찢어버리고 다녔다. 


 결국, 자신은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긱(geek)도 야쿠자도 사라리만도. 총과 케이스를 가지고 나가서 만 엔권과 여자를 데리고 돌아와, 매일 함께 스시를 먹는다. 그렇게 쿨하게 살고 싶었다. 뭐가 잘못된 것인가? 지다이=상이 넘어왔을 때 좀 더 이야기해야 했던 건가? 그때 망설였기 때문인 건가? 


 닌자라도 죽이지 않았다면 그는 아주 오래 전에 인생을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광경이…… 은색 리볼버 총의 무게와 반동이…… 뺨을 스치는 수리켄의 베는 맛이…… 폭발사산하는 닌자의 광경이…… 단 한 번의 승리의 영광이…… 빛이 바랬지만 맛치의 뇌리에서 플래시백 하는 것이다. 


 맛치는 계속 걷는다. 내일도 다시 패배자의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지다이=상처럼 세푸쿠할 수조차 없는 것이다. 그를 비웃듯 파직파직하는 네온사인의 불꽃. 따뜻한 빛. 야토카이 카르치 앞에 도착한 그때, "오곳-!" 그는 누군가 구토하는 소리를 들었다! 


 맛치는 신경 쓰지 않고 현관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주저하고는 뒤쪽의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소나무 그늘에서 몰래 들여다본다. 그것은 호바타 노인이었다. "고보봇-!" 노인은 술병을 떨어뜨려 깨뜨리고는 폐차에 몸을 기대어 구토를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 내가 더 젊었더라면…… 카라테를 단련해서…… 쓰러뜨렸을 텐데!" 


"……아니지, 생각해보니 인간이 닌자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 이제 틀렸다! 망했다! 이제 살인은 질색이야! 이제 이 맨션에서 사람이 죽는 건 질색이야! 점점 더 사츠바츠해지고 있어! 점점 더 사츠바츠해지고 있어! ……이제 한계다! 세푸쿠하자! 오늘 밤 집에서 세부쿠하자! 고보봇-!"


"닌자…… 라고?" 그 신비한 울림을 듣고 맛치 쥰고 안에서 무엇인가가 폭발했다. 파직파직파직! 머릿속의 불발탄에 도화선이 착화된 것 같은 어찌할 바를 모를 초기 충동이 일어나, 그는 자기 방으로 달렸다! 그날 밤처럼 동공이 한계까지 열리며 무한한 힘이 솟구쳤다! 


"비켜 FUCK 새끼야!" "아이에에에-!" 방해되는 요타모노를 쓰러뜨리고 달린다! "드디어 이때가 왔다!" 우당탕! 그는 방의 후스마를 열고서 닌자 자료집과 쓰레기와 케이블 더미를 헤치고 오이란드로이드를 집어던지며 파묻혀있던 더러운 파이어 패턴 재킷을 찾아냈다. 


 그것은 그가 춋토 피자에서 일하기 시작한 해에 샀던 것으로, 구닥다리라도 마침 좋은 때다. 요타모노들에게 바카 취급을 당했기 때문에 계속 입을 기회가 없었다. 2년 전에 닌자 헌터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도 결국 입을 기회가 없었다. 쥰고는 그것을 걸치고 위압감을 더하기 위해 블랙 벨트를 둘렀다. 


"더욱 연료를…… 음악!" 쥰고는 챠부 위에 놓인 사이버 헤드셋을 장비했다. 규오오오옹-! 지다이가 좋아했던 야쿠자 펑크가 오른쪽 헤드폰에서 흘러나온다! "악-! 그 녀석은…… 모터사이클을 탔다…… 뱀파이어 야쿠자의 부추김! ……악-!" 달아오른다! 


"하악-! 하악-! 하악-!" 쥰고는 세워둔 목인을 내던지고 옷장 안쪽에서 삐뚤어진 아날로그 선글라스와 은색 리볼버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수리켄을…… 그날 밤에 주운 전리품 수리켄에 핀을 붙인 것이 닌자 보안관처럼 재킷의 왼쪽 가슴을 빛냈다! 


"악-! 총으로 쏴도 죽지 않아……! 스카프 아래에는 하얀 송곳니……!" 오른쪽 귀에서 쏟아지는 사이코빌리의 힘으로 천연 아드레날린이 솟아난다! "나는 닌자 헌터다!" 사실은 지다이와 둘이서 그렇게 되고 싶었다. 쥰고는 위패단에 놓인 검은 눈챠쿠를 집어 벨트에 끼운다! "완벽해!" 


"고보봇-!" 호바타는 깨진 술병을 들고서 비틀거리며 복도를 걷고 있었다. "입 닥쳐 썩을 영감!" "조용히 해 주었으면 해!" "바카!" "TV가 들리지 않잖아!" 요타모노들의 악랄한 욕설이 강화 후스마 안쪽에서 들려 온다. 모두 현실을 외면하고 IRC 전뇌 공간이나 TV로 도피하고 있는 것이다. 


 호바타는 계단을 올라갔다. 층계참에 은색 리볼버 총을 든 광인이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놀랐지만, 그가 맛치 쥰고라는 것을 곧 알아챘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아트모스피어가 완전히 달랐다. 


"비켯-! 비켜라! 나를 비웃으러 왔느냐! 장난감 가지고 뭐하는 거야!" "……호바타=상, 나는 알고 있어." 쥰고는 은색 리볼버를 훌륭한 손놀림으로 빙글빙글 회전시켰다. 마치 다른 사람 같은 말투였다. "뭐, 뭘 말이냐……" 호바타는 주춤했다. 쥰고는 대답하지 않는다.


"……말해! 알고 있다니, 뭘 말이냐!" 호바타가 고함친다. "쉿-…… 닌자잖아, 영감님" 그는 조용히 말했다. "너, 어떻게 그걸……!" 찬물을 머리에서부터 끼얹기라도 한 듯 노인의 얼굴이 변했다. 술이 깼다. "난 닌자에 관한 거라면 뭐든 알아." 그는 니힐하게 웃었다. 


"딱 맞췄군. 요컨대 당신은 닌자 때문에 심한 꼴을 당했어…… 그러니까 내가 힘이 되려는 거야." "그만둬! 닌자를 알아버린 녀석은 전부 없어져 버려!" "쉿-, 조용히 해. 닌자가 듣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그런가. 미안하네. ……하지만 닌자를 당해낼 리가…" 


"영감님, 보라고" 쥰고는 왼쪽 가슴의 수리켄 배지를 가리켰다. "그거, 너 혹시…… 수리켄이 아니냐…!" "전리품이야. 나 옛날에 닌자 헌터였어. 영감님, 난 닌자를 죽일 수 있어." 쥰고는 총구를 훅 불었다. "설마…… 그런…" "따라와." 


 두 사람은 쥰고의 방으로 향했다. 떠밀려 화가 난 요타모노가 기다리고 있다가 닌자 헌터의 용태를 보고는 겁에 질려 꽁무니를 빼고 도망쳤다. "들어와 봐, 영감님" 쥰고가 손짓하며 본보리 라이트를 켰다. "아, 아아……" 노인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으로 뒤를 따랐다.


"이건……!" 노인은 놀랐다. 옛날, 그의 방에는 쓰레기와 중고 오이란드로이드밖에 없었을 터다. 그게 어느샌가 책장이 서 있고, 닌자 장속을 입힌 상처투성이의 목인과, 중고 정보수집용 UNIX가 쓰레기 속에 우뚝 서 있다! 이마에는 반쯤 탄 섬뜩한 암호 마키모노가 장식되어 있었다! 


"닌자는 죽일 수 있어" 쥰고는 노트를 펼치며 말했다. "놈들은 흡혈귀와 다르게 총을 맞아도 멀쩡한 괴물인 게 아니고, 햇빛에 약하지도 않아. 얼굴을 복면이나 멘포로 가리는 건 뭔가 다른 이유다. 그건 아직 밝혀내지 못했지만 죽이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 그리고 놈들은 죽으면 폭발사산해."


 그는 다양한 필드 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또한, 책장에는 그밖에 다양한 닌자 카툰과 무비가 꽂혀 있었다. 그 안에서 진실만을 추출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무력한 네오 사이타마 시민이 조사한 정보치고는 기적적인 성과였다. 무엇보다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그냥 피자집 점원이 아니었구나……!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호바타는 되살아난 듯 눈을 반짝였다. 쥰고는 그것을 보고 갑자기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당신 같은 자를 내버려 둘 수 없어." 지다이와 처음 이야기했을 때, 자신도 그런 눈을 했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

 


 어두컴컴한 맨션의 한 방에서 호바타 노인은 닌자 헌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전말은 이렇다. 어느 날 갑자기 닌자가 찾아와 금고의 돈을 모두 빼앗은 데다 앞으로 매달 돈을 바치라고 했다. 이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면 죽임을 당한다. 하지만 애당초 닌자의 이야기 따위는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미쳤다고 생각되는 것이 고작이다. 호바타 노인은 아무에게도 상담하지 못하고 혼자서 계속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겠어? 영감님…… 옛날엔 소우카이야라고 하는 조직이 있어서 닌자는 그 조직에서 일하는 어새신이었어" 쥰고는 습기 찬 담배를 피우면서 말했다. "하지만 소우카이야는 망한 것 같아. 마키모노에 적혀 있던 사무소로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어. 실제 가서 조사해 보니 볼링장이 되어 있더군." 


"나는 뱀이나 박쥐처럼 교활하게 알아봤어…… 닌자의 눈을 피해 말이지." 헌터가 연기를 뿜는다. 호바타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닌자… 그 생태를 이해하는 것으로 신비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져 간다. 무적의 괴물로 여겨지던 반신적 존재가 크리처로 바뀐다. 총을 쏘면 죽는다. 그러면 죽일 수 있다. 


"닌자는 부하로 야쿠자를 쓴다. 돈 징수 같은 그런 쪼잔한 일은 스스로 안 해." "그 녀석은 언제나 혼자서 오는데!" "그 녀석은 아마도 산시타일 거야. 갑자기 의욕이 생겼어…… 즉, 그 녀석은 동료나 보스 몰래 영감님을 돈줄로 삼은 거야. 죽여버리면 이후엔 아무도 오지 않아." 


"텐사이!" 호바타 영감님은 감복한다. 이 추리야말로 쥰고가 2년에 걸쳐 짠 닌자 플로우 차트의 효과였다. "거기다 매달 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잖아. 이쪽은 함정을 파놓고 기다릴 수 있어." "그, 그렇지! 오늘 밤이다! 놈의 수금 스케줄은 마침 오늘 밤이야!" "오늘 밤이라고…?" 


"좋아, 오늘 밤 그 녀석을 죽여 버리겠어!" 헌터는 총을 회전시켰다. "뭐라고! 오늘 죽여?" 노인은 약한 소리를 했다. "기다려라, 조금 있으면 우시미츠 아워다! 함정을 파다니 시간이 부족한 거 아니냐? 다음 달에도 올 거야. 세푸쿠라도 하지 않으면 말이지. 나는 괜찮다! 이제 세푸쿠 안 해! 알겠지?"


 쥰고의 각오가 흔들릴 뻔했다. 인생을 반추했다. 다음 달까지 이 충동과 힘이 지속될까? 대답은 노였다. "…안 돼. 영감님, 오늘 밤이다. 기회는 오늘 밤뿐이다! 오늘 밤이라면 닌자를 죽일 수 있어. 부탁이야, 하게 해줘! 다음 달까지 미루면 평생 질질 끌려간다!" "…… 그래, 알겠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시미츠 아워까지 남은 4시간. 쥰고는 이날을 위해 준비한 두랄루민 케이스를 꺼내 호바타 저택으로 향했다. "영감님, 혹시 몰라 묻지만, 그 밖에 의지할 만한 사람이 이 맨션에 있을까?" "있을 리 없지! 얼빠진 박정한 놈들뿐이야!" "동감이야. 당신의 협조가 필요해" "하겠어!"


 12장짜리 메인 룸. 닌자 헌터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호바타에게 물었다. "놈은 어디서 침입하지?" "저기 사위스러운 장지창이다! 그리고 여기 후스마를 열고, 이 방으로다!" 그 외에도 닌자의 이름과 무기 등을 물었다. 타타미의 핏자국을 보고 헌터는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자, 전부 얘기했다! 어떻게 닌자를 죽일 게냐?" "이 녀석이야." 쥰고는 비밀 케이스를 열었다. 스푼, 펜치, 바이오 알코올램프, 특수주사기, 핀셋, 흰 가루, 수수께끼의 액체…… 마치 중세 흡혈귀 사냥에 쓰였던 부두나, 혹은 약물중독자의 일곱 도구를 연상시킨다. 


"……독스시야. 독스시를 준비해서 먹이는 거야. 영감님, 최상급 오가닉 이쿠라(연어나 송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 것) 스시를 지금 당장 딜리버리 시켜 줘……" 닌자 헌터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호바타는 갑자기 이해할 수 없었다. "뭣이!? 그런 일이…… 가능한 거냐!? 독스시로 닌자를 죽인 적이 있느냐?" 


"첫 시도다. 분명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거야. 생각나더라도 시도 안 해. 그러니까 괜찮아!" "하, 하지만!" "영감님, 그 닌자에게 적의를 드러낸 적 있어?" "있을 리 없지! 상대는 닌자다!" "그러니까 할 가치가 있다! 녀석은 방심하고 있어! 한 번뿐인 찬스다!" "……좋아, 알겠다!"


 2시간 후. 새빨간 루비처럼 고가의 이쿠라 스시의 군함말이가 둥근 옻칠을 한 찬합에 담겨 배달되었다. "시작한다…" 이쿠라 성분을 극세사 바늘로 빨아내고, 스푼으로 달궈 녹인 약물을 주입한다. 사파리 파크에서 훔쳐온 맹수 헌트의 가공할 마비독. 팽창압에 의해 구멍은 막힌다. 


 닌자 헌터는 이마에 땀이 맺힌 채 폭발물 처리반처럼 신중한 손놀림으로 독스시를 제조했다. 호바타는 술을 깨기 위해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정말이지, 정말 놀랐다. 네가 입주했을 때 나는 말했지. 이런 곳에서 언제까지나 살지 말고 언젠가는 나가, 라고 말이야. 그랬던 게…" 


"기운 빠지는 이야기라면 나중에 해 줘" "어, 어……" "나는 지금부터 사느냐 죽느냐의 내기를 하는 거야. 헌터의 살의가 녹슬어버려" "이거, 미안하네……" 호바타 노인은 송구스러워했다. 실내는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조용한 것도 기분이 처지니까 음악 좀 틀어 줘" 그는 소자를 뽑았다. 


"악-! 그 녀석은 모터사이클을 탔다……! 뱀파이어 야쿠자의 부추김……! 악-! 모르는 거리까지 끌려간다고……! 태웠던 여자가 뻗었어! 악-! 아침 태양으로 죽는다! 뱀파이어 야쿠자! 악-!" ……사이코빌리 야쿠자 펑크의 성급한 리프가, 습기 찬 실내에서 미쳐 날뛰었다. 


 

◆◆◆

 

"뮤뮤, 뮤직, 입니까, 점프! 댄스! 점프!" 상공을 나는 참치 체펠린에서 아이돌 듀오 '네코네코 카와이이'의 리믹스 PV가 대음량으로 루프한다. 메갈로 기모치사가 관여한 그 가사는 사츠바츠에 싫증 난 무구한 네오 사이타마 시민의 마음을 교활하게 붙잡고 놓치지 않는다. 


 체펠린이 발하는 한자 서치라이트가 황폐해진 호바타 저택의 정원을 어루만진다. 이윽고 멀어진다. 중금속 산성비를 품은 차가운 북동풍이 장지문 틈새로 스며든다. 호바타가 들고 있는 톳쿠리(사케 술병)와 오쵸코(작은 사기 잔)가 긴장으로 짤그랑 떨렸다. 챠부 위에는 먹다 만 것을 가장한 이쿠라 스시의 찬합.


 젠을 방불케 하는 고요 속에서 우시미츠 아워를 알리는 종소리. 호바타는 구석에 있는 코케시 옷장을 보았다. 그 안에 리볼버와 눈챠쿠을 갖춘 닌자 헌터가 숨어 있는 것이다. "나무삼……!" 노인은 최후의 만찬을 방불케 하는 이쿠라 스시를 먹었다. 독스시와 그렇지 않은 스시는 뱀부 잎으로 교묘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얏-!" 가공할 카라테 샤우트과 함께 장지창을 열고 닌자가 나타났다. 노인은 만취한 척하기 위해 묵묵히 스시을 먹고 오쵸코를 입으로 옮긴다. "……어이, 뭘 먹는 거냐?" 닌자가 묻는다. 호바타는 말이 없다. 배짱 좋은 훌륭한 연기다. 노인이기에 낼 수 있는 아트모스피어가 있다. 


"뭘 먹고 있는지 묻고 있잖아." "스시야." 노인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약간 공포에 의한 떨림.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움을 낳았다. 탐욕스러운 닌자의 눈은 한순간에 그것이 최상급 스시임을 알아차린다. "죄다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네놈!" 닌자는 찬합을 빼앗아 스시를 집었다! 2개나! 


"까불지 마, 호바타=상. 어엉!?" 음미! "아직도 돈을 숨겨뒀다는 말이군! 이렇게나 고급 이쿠라를…… 이쿠… 라를…… 끄악-!" 액스 소드는 마비된 자신의 두 팔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전신에서 땀이 솟는다! "호바타=상, 네놈…… 스시에 마비독을……!"


 이 마비독에 의해 닌자가 타타미에 쓰러져 몸부림치거든 쏘아 죽일 예정! 그러나 예상외의 사태가 일어났다! 액스 소드의 닌자 내구력이 이겨내 부들부들 떨면서도 노인의 목덜미를 움켜쥔 것이다! 게다가 이건 옷장에서 볼 때 위험한 각도다! (((붓다!))) 닌자 헌터는 기습의 호기를 놓쳤다! 


"누구의 사주냐! 말해! 호바타=상! 네놈 혼자서 이런 교활한 함정을 파놓을 리가 없어!" "끄악-!" 고통받는 호바타! "…이건…… 닌자…… 아니, 내가…… 내가 한 거다! 스시 가게에 거금을 주고 만들게 했다! 스미마셍!" "이얏-!" "끄악-!" 내동댕이쳐지는 호바타! 


"네놈, 얕보기는! 인과응보를 가르쳐주지!" 닌자는 저린 손으로 찬합을 감싸 쥐고 위압적으로 다가선다! 등을 드러낸다! "네놈이 만든 스시로 아노요에 보내주마! 그다음은 맨션의 전원을 몰살한다!" "해라! 해버려!" 노인이 닌자 건너편의 옷장을 노려보며 손짓한다! 


 헌터는 머뭇거렸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마비독이 듣지 않는다. 총은 통할 것인가. 이럴 때, 지다이라면…… (((세푸쿠했다))) (((머리를 '탕'이다))) 안 돼! (((당신 같은 자를 내버려 둘 수 없어))) 사요나라! KABOOM! 쥰고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우와아아아아악-! 내 사주다!" 닌자 헌터가 코케시 옷장을 박차고 등장! 동시에 사격! BLAM! BLAMBLAMBLAM! 한 방 쏠 때마다 머릿속에서 아드레날린이 터진다! 닌자는 순간적으로 연속 측면회전! "이얏-!" 반사적으로 수리켄을 후방으로 던진다! 독스시에 의한 저림이 조준을 어지럽힌다! 


"악-!" 헌터는 아무렇게나 눈챠쿠을 휘둘렀다. 천문학적 확률로 튕겨나는 수리켄! 그것은 미덥지 못한 카라테였지만 어떻게든 닌자를 죽인다, 죽일 수 있다는 기개가 있었다! 그것은 실제 닌자를 죽인 자의 몸에서 발할 수 있는 킬링 오라였다! "악-! 나한테 수리켄은 안 통해!"


"이얏-!" 액스 소드 또한 필사적으로 몸부림친다! 이마를 겨누어 도끼를 던졌다! "악-!" 헌터의 오른팔이 총을 쥔 채 잘려 날아가며 허공을 회전! BLAMN! 총알이 천장에 박힌다! "나는 불사신이다!" 초연을 뚫고 돌격하여 외팔 카라테로 덤벼드는 헌터! 그날 밤과 같은 흥분으로 아픔도 공포도 느끼지 않는다! 


"뭐냐! 뭐냐 이놈은!" 닌자는 기백에 눌렸다! 가슴에 빛나는 보안관 배지에는 전설의 조직 소우카이야의 문양! 독스시의 상승효과로 팔이 저려서 소드를 떨어뜨린다! 카라테가 있을 뿐! "악-!" 헌터가 괴로운 나머지 휘두른 눈챠쿠의 일격이 턱에 명중! "끄악-!" "악-!" "끄악!"


 여기서 냉혹한 카라테 역량 차가 고개를 든다! "일반인 놈이! 이얏-!" 액스 소드는 혈안이 되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구사하여 앞차기를 내질렀다! "악-!" 통렬! 튕겨 나가는 닌자 헌터! "죽이게 놔두지 않는다!" BLAM! 튀어나온 피로 얼굴이 피투성이인 호바타가 총을 잡고 사격! 


"이얏-!" 닌자는 6연속 백플립으로 이를 가까스로 회피! 그대로 창을 깨고 밤의 네오 사이타마로 사라진다! 교활한 닌자의 생존본능이 일단 철수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쪼…… 쫓아버렸다!" 호바타가 외친다. "아직이야!" 고통스러워하며 일어서는 헌터. 이런 아픔은 난생처음이었다. 


"아직…… 폭발사산하지 않았어! 일단 도망가야 해……! 놈은…… 반드시 오늘 밤…… 당신을 죽이러 온다!" 헌터는 비틀거리며 후스마를 열고 정원으로 나왔다! 호바타도 따른다! 청동 붓다상에 묶어둔 탈출용 로프를 내려, 두 사람은 뒤쪽 주차장으로! 색이 바랜 닷산(Datsun : 닛산 자동차 브랜드)의 짐칸으로, 등부터 떨어지는 듯 착지! 


 이들은 중금속 산성비로 만들어진 진창 속을 마케이누를 방불케 하며 기어 나아가, 좌우의 문으로 차량 안에 들어갔다. "영감님…… 부탁해! 나…… 팔을 당했어!" "좋아, 알겠다!" BOOOM! 축축한 진창을 튀기며 드리프트 느낌의 급발진! 음침한 셔터 거리를 지나 네온의 바다를 향해 달린다! 위험한 속도다! 


"어디로 도망가야 하는 거냐! 어이!" 호바타는 필사적으로 핸들을 잡았다! 악셀을 밟는 다리가 후들거린다! "……멀리다……! 가능한 한 멀리…… 젠장, 앞으로 조금만……" 헌터는 머리속 폭발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어이, 죽지 마! 알겠지! ……끄악-!" 차체가 심하게 흔들린다!


"이얏-! 이얏-!" 가공할 카라테 샤우트가 짐칸에서 들려온다! 닌자다! 마비에서 풀려난 닌자가 보복하기 위해 쫓아왔다! CRASH! CRASH! 도끼가 차체를 파괴해간다! 좌석 바로 뒤에서 칼날이 튀어나온다! "떨쳐버려! 좀 더 사행(蛇行)으로! 좀 더 스피드!" 헌터가 외친다! 


"빌어먹을! 퍼레이드다!" 호바타가 클랙션을 친다! 전방 큰길에서 엄청난 불빛! 교통통제! 네코네코 카와이이를 태운 무장 트레일러! 그 뒤에 시치미 뚝 떼고 따라가는 정당선전 버스! 기만! "악-! 악셀이다! 악——!" 헌터는 최후의 힘으로 악셀을 힘껏 밟았다! 


"아이에에에에!" "아밧-!" 닷산은 정당 버스의 측면을 뚫고, 불덩어리가 되어 강행돌파! 기동대가 보조를 흐트러뜨리자, 네코네코 카와이이의 폭도적 친위대가 트레일러와 버스를 파괴! 케오스! 반대편의 번화가로 빠져나간 빈사의 닷산! 하지만 닌자는 상처 없이 짐칸에! CRASH! 파괴 직전이다!


 그때, 한 대의 모터사이클이 거리를 수직 느낌으로 커브하여, 불덩어리 폭주 닷산과 나란히 달렸다. 조수석에 앉은 쥰고는 멍한 눈으로 그것을 보고는 몸을 떨었다. 그것은 모터사이클을 탔다…… 뱀파이어 야쿠자인가, 지다이의 망령인가, 아니면 검붉은 닌자인가! 더는 망상과 환각의 구별을 못 함!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모터사이클에 올라탄 사신은 짐칸의 닌자를 노려보며 아이사츠했다. '인(忍)' '살(殺)'의 멘포에서는 지고쿠를 방불케 하는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그 눈은 살의로 불타고 있다! "도-모, 액스 소드입니다…… 네놈은 설마……!" "그대를 죽이러 왔다." 사신이 내뱉는다.


"……어이, 나는 이제, 틀렸어" 반쯤 흰 눈을 드러내면서 쥰고는 나란히 달리는 뱀파이어 야쿠자에게 눈챠쿠를 던졌다. 왜 그랬는지 그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 녀석을…… 사용해 줘……! 그놈은 무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는 맥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반복 미니멀을 방불케 하는 네온사인이 뒤로 흘러가는 가운데, 닌자 슬레이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것을 잡았다. 악명 높은 네오 사이타마의 사신과 서로 노려보며 액스 소드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카라테를 취했다. 왼손에는 액스! 오른손에는 소드! 가공할 살인 의지를 느끼게 하는 장비였다. 


 무시무시한 카라테 샤우트를 밤의 메갈로시티에 새기면서, 두 닌자는 동시에 뛰었다! 한 명은 짐칸을 박차고! 한 명은 모터사이클 새들(saddle)을 박차고! 무시무시한 불꽃! 한편, 닷산은 완전히 타버린 불꽃을 방불케 하며 속도를 늦추다 갓길에서 정지했고, 49과의 무장차량이 이를 포위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중금속 산성비 속에서 빌딩 옥상을 오가며 서로 죽이려 드는 두 닌자! 


 눈챠쿠과 브레이서와 도끼와 검이 색이 물든 바람처럼 서로 맞부딪친다. 밤하늘에 마찰로 인한 불꽃을 튀기며, 양자는 옥상 헬리포트에 회전도약 착지. 타타미 4장 거리에서 서로 노려보며, 주 짓수의 자세를 취했다. 사츠바츠한 바람이 지나간다. 그리고 ""이이이야아아아아앗-!"" 동시에 돌격!


"이얏-!" 액스 소드가 혼신의 힘을 다해 도끼를 내리찍는다! "이얏-!" 눈챠쿠가 이를 부순다! "이얏-!" 필사적으로 카타나의 회전참격을 휘두른다! "이얏-!" 눈챠쿠가 이를 부순다! 고우랑가! 눈챠쿠는 마치 강철의 용을 방불케 매끄럽고 무자비하게 사신의 몸을 기어다니며 속도를 더해간다!


 그리고…… 오오, 보라! 폭발적인 분노와 함께 발하는 눈챠쿠의 연격을! "이얏-!" "끄악-!" 액스 소드의 뼈를 부순다! "이얏-!" "끄악-!" 부순다! "이얏-!" "끄악-!" 부순다! "이얏-!" "끄악-!" 부순다! "이얏-!" "끄악-!" 부순다!! 


 온몸이 파괴된 액스 소드는 튕겨져나가 빌딩 사이를 건너지르는 케이블 묶음의 해먹을 찢으며 강하했다. 파직파직 불꽃이 퍼진다. "끄악-!" 줄이 끊어진 죠루리를 방불케 하며, 뒷골목의 쓰레기 더미에 낙하한다. 골칫거리를 두려워한 제겐 거리(사창가)의 오이란들이 탁하고 장갑창을 닫았다. 


 네온 간판의 불꽃을 빠져나온 누군가가 액스 소드에게 다가선다. "……예전에 똑같이 놓친 산시타가 있었다." 그것은 사신이었다. "투 래비츠 노 래빗의 가르침에 따라 나는 부상당한 식스 게이츠를 쫓았다. 하지만 오늘 밤, 그대는 한 마리. 사냥당해 죽는 무력한 토끼임을 알라." 


 두 눈이 부서진 아마쿠다리 닌자는 꺾여진 손으로 수리켄을 뽑아 소리만을 의지하여 던졌다. 닌자 슬레이어도 거의 동시에 수리켄을 던졌다. ""이얏-!"" ……정적. 수리켄은 소드 액스의 이마에만 꽂혀있었다. 닌자는 무너져 내려 폭발사산했다.  "사요나라!" 


 

◆◆◆

 

 몇 달 뒤. 춋토 스트리트. 


 밤의 장막이 네오 사이타마에 덮히자 스트리트의 가게들은 격자 모양의 셔터를 내려간다. 그것이 올라가지 않는 가게도 많다. 새롭게 생긴 대형 체인 트릭미 피자에서 일을 마친 한 남자가 나와서 명멸하는 가로등을 기분 나쁘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그 남자의 한 손은 사이버네 의수로 치환되어 있었다.


 남자는 축축한 스트리트를 걷기 시작했다. 낯익은 "야토카이 카르치" 네온 간판을 향해서. 은색 리볼버와 수리켄 배지는 49과에 의해 박탈되어 닌자 헌터는 다시 휴업상태가 되었다. 페널티 요금은 49과의 조사과정에서 경감됐고, 나머지 의수비는 호바타가 대출을 받았다. 


 영광은 이제 먼 옛날의 오마츠리(축제)다. 지금의 그는 빈 껍데기 같다. "있지, 내가 그날 밤 본 것은 뭐였던 거지" 맛치 쥰고는 깨진 UNIX 숍의 창문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얼굴을 향해 말을 걸었다. 꽤나 늙어버렸다. "뱀파이어 야쿠자인가, 지다이=상의 망령인가, 아니면" 


 눈챠쿠는 지다이에게 돌아간 건가? 알 수 없다. 쥰고는 살아남아 버렸다. 거친 현실이 그를 다시 붙잡는다. "하지만 말야, 나는…… 닌자를 죽였다고. 좀 더 시원시원한 얼굴을 하지 않으면…" 피자가게 직원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리다가 삐뚤어진 선글라스를 쓰고 항거하는 듯 웃었다. 



【리볼버 앤드 눈챠쿠】 끝

posted by 개버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