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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에피타프(닌자 슬레이어 네버 다이즈)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색을 잃은 메갈로시티. 네오 사이타마를 십여 년 만의 한파가 뒤덮고 있었다.중금속 산성설에 의해 잿빛으로 물든 마천루는 마치 정연하게 늘어선 완만한 거인들의 무덤. 거미줄처럼 둘러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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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네글'님 번역

 

색을 잃은 메갈로시티. 네오 사이타마를 십여 년 만의 한파가 뒤덮고 있었다.

 

중금속 산성설에 의해 잿빛으로 물든 마천루는 마치 정연하게 늘어선 완만한 거인들의 무덤. 거미줄처럼 둘러쳐진 케이블. 정연하게 하이웨이를 달리는 음산한 자동차 행렬은 시체를 탐하는 딱정벌레떼인가. 하지만 이 거리에 진정한 하카바(무덤)는 없다. 합리화의 이름으로 철거되어 전자화, 관리되어, 이윽고 망각의 끝.

 

거대한 카스미가세키 지구라트는 전자화폐와 질서를 숭상하는 얼굴 없는 사제들의 제단이자, 그들이 경애하는 왕족의 디지털 분묘(墳墓)와도 같다. 그 정상에 군림하고 있던 남자 아가멤논은 더욱 높은 곳을 목표로 하여, 얼어붙는 거리를 떠났다. 오만한 반신은 달을 지향하며 세계 전역을 재정의하고 지배하려 한다.

 

오오누기 정크 클러스터 야드는 대규모 범죄 온상 정화 프로젝트 후에 갱지로 변해, 모조품 자연 공원과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자재를 보관하는 장소로 바뀌었다. 오오누기의 이름은 지도에서 사라지고 주민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 이름이 새겨진 간판은 철골 기반 아래 부서진 지장보살 옆에서 조용히 녹슬어 갈 뿐이다.

 

니쵸무는 01의 거대한 빛의 기둥 속으로 사라졌다. 그 이상한 광경은 인근 디스트릭트의 고층빌딩에서도 쉽게 관측할 수 있었다. 일대는 출입금지구역으로 되었고, 시민에 대한 설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 혹은 군의 실험인가. 온갖 추측이 난무하지만 이를 IRC상에서 토해내는 어리석은 시민은 없다.

 

하늘에는 황금 입방체가 떠오르고 01의 바람이 분다. 분명히 알수없는 무엇인가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진실은 감추어져 변조되려 하고 있다. 억압받은 사람들은 기만에 찬 뉴스와 타노시 음료의 힘으로 불안을 떨쳐버린다. 치안은 향상되고 있다. 범죄는 줄고 있다. 그렇게 챈트를 반복하면서.

 

무릇 제대로 된 감정과 인간성을 지키려 할수록 이 거리에서는 제정신이 아니다. LAN 케이블 투성이인 사이버네틱 설법사가 종말론 같은 헛소리를 외치며 하이데커에게 쫓긴다. 검은 장갑에 덮인 중참치 제펠린이 하늘을 뒤덮고 위압적인 한자 서치라이트와 부드러운 진정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차갑게 얼어붙은 도시 안, 감시카메라를 피해 빌딩을 건너는, 하나의 검붉은 그림자 있으니. 그는 오카야마 현에서 혹독한 수행 끝에 이 도시로 돌아와 있었다. 누더기 천 같은 닌자 장속. 입가에는 '인(忍)''살(殺)'의 강철 맨포. 허리에는 도우구 사의 쌍절곤. 그 등에는 무거운 옵시디언 소재의 바위.

 

물론 평범한 사람의 근력으로 그것을 짊어질 수는 없다. 그는 근력을 활성화시켜, 닌자의 힘으로 그것을 나르고 있었다. 체내의 닌자 소울이 그에게 초상의 카라테을 가져다 주고 있는 것이다. (보거라, 후지키도여, 너의 흉상이 찍혀 있구나……!) 뉴런의 동거인은 대형 모니터의 지명수배 영상을 보고 비웃었다.

 

거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증오로 붉게 빛나고, 멘포에선 지고쿠 헬의 증기를 뿜어낸다. 그날 후지키도 켄지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날 죽은 사라리맨은 닌자가 되어 소생했다. 복수를 위해서. 닌자의 힘으로 닌자를 죽이기 위해서. 그리고 (보거라 후지키도여, 저기에 너의 하카바(무덤)가 있도다.)

 

앞쪽에는 마루노우치 스고이 타카이 빌딩이 보였다. 닌자 슬레이어는 높이 도약하며 눈을 떼지 않고 쳐다봤다. 사이버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사람들은 일찍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빌딩 앞 광장에서는 누군가가 바친 것으로 보이는 선향이 무관심하게 짓밟혀 잿빛 눈 속으로 가라앉는다.

 

과거 이곳에서 닌자의 싸움으로 폭발이 일어났고 수많은 시민이 죽었다. 그 사실도 개찬, 은폐되고, 잊혀졌다. 일터로 서두르는 사라리맨들이 묵묵히 오간다. 망각과 무관심이야말로 이 세상이라는 듯이. 닌자 슬레이어는 눈을 떼지 않고 이를 악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이것이 세상의 순리인가.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살아남게 했는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느냐 후지키도여. 여기에 떼지어 있는 것은, 닌자의 먹이다. 차라리 여기서 이쿠사 배틀을 열어 몰살하라,) "닥쳐라, 나라쿠...!" (놈들을 때려죽이고 그 닌자에 대한 증오마저 우리의 힘으로 삼아라! 우리의 뒤에 송장만 남기고 대지를 걸으면서, 죽이고 다 태워버리면 될 것이 아닌가!)

 

"아니……!" (크하하하하……! 너의 증오가 느껴진다, 후지키도여. 알고 있다. 알고 있고 말고. 원망스럽겠지. 너는 계속 너 자신을 속여왔으니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닌자에 대한 증오를 마셔라, 후지키도여……! 그리고 모든 닌자를 죽여라! 지금의 우리라면 할 수 있다!)

 

"Wasshoi!" 불길하고도 생동감이 있는 샤우트가, 스고이 타카이 빌딩 앞 광장에 울려퍼졌다. 오가는 시민들은 하늘을 쳐다봤다. 검붉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광장에 설치된 오나타카미 사의 대형 진열장을 카라테로 분쇄. 그 안에 들어가 있던 다각 전차 시데무시(송장벌레)가 기동했다.

 

광장에 있던 시민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멀찍이 서서 지켜봤다. 유리와 함께 부서진 콘크리트. 날아오르는 연기 속에서 인공뇌를 탑재한 다각전차가 꿈틀거린다. "이얏!" 총알보다 빠르게 카라테가 퍼지고 육중한 타격음, 그리고 무시무시한 금속파쇄음이 울렸다.

 

공기를 떨게 하는 카라테 샤우트의 잔향이 멈추고 분진이 맑아지자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최신 전시 제품과 유리, 콘크리트는 잔해의 주춧돌로 변해 있었다. 그 위에 검은 바위가 묘석처럼 꽂혀 있었다. 그것은 수백 명의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검은 묘비. 일찍이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다각전차가, 순식간에 파괴됐어?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공포에 질려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묘비 옆에 선 괴물을 보았다. 검붉은 장속을 걸치고, 머플러 같은 누더기 천을 펄럭이는 인외의 괴물이었다. 지고쿠 헬의 증기. 달구어진 쇠처럼 발광하는 눈동자. 초상의 카라테. 닌자가 거기 있었다.

 

시민들의 사이버 선글라스 너머로 아르고스의 시선이 닌자 슬레이어에게 쏠린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아르고스는 하이데커 IRC를 통해 그 자리의 시민들에게 계속 명령을 내린다. "하이데커가 대처할 겁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명령에 따른다.

 

후지키도의 눈이 증오에 불타, 나라쿠가 웃는다. (크크하하하하……! 자 죽여라! 걱정할 필요 따윈 없다! 놈들을 죽여라! 우리가 하지 않더라도 곧 닌자에게 죽임을 당할, 눈도 귀도 입도 막고 있는 무리들이니! 대지에 거무튀튀한 피의 강을 흘리고 증오를 피워라, 후지키도여! 그 때문에 온 것이니라!)

 

(아니! 보고 있어라, 나라쿠!) 닌자 슬레이어는 시민들을 외면하고 어깨에서 증기를 뿜으며 묘비를 마주했다. 자신의 안의 분노가 무엇인지, 이제 그는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은 드래곤=센세이에 이어 보팔=센세이에 의해 복수자에게 주어진 두 번째 불순물이었다.

 

"나는……!" 닌자 슬레이어는 팔을 떨면서 반쯤 손톱처럼 변한 오른손 손가락을 묘비로 뻗으며 자신의 이름을 만졌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죽은 사라리맨이 아니다. 나는 네오 사이타마의 거주자다. 그리고 옆에 늘어선 자들의 이름을 가슴속 깊이 복창했다. 재차 살해당한 자들의 이름을. 후유코, 토치노키

 

한순간의 망설임. 그것은 공포인가. 자신도 죽은자로서 처자와 함께 있고 싶다고 계속 바라고 있었던가 .하지만 후지키도는 닌자에게 납치된 아이를 안은 그날 밤처럼, 맞서기 위해, 처자의 이름을 빌며 맹세하고 손톱으로 선을 그었다. 네오 사이타마의 주민이 되기 위해서. 산 자의 분노와 카라테를 안에서 끌어올리기 위해서.

 

후지키도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닌자의 불합리에 대한 증오에, 불순물이 섞여 있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불순물은 이 땅에서 위령비가 철거된 밤에 생겨나 살풍경 속에서 갈라져 나와, 개전 전야의 싸움에서 패배에 이르기까지 그의 심장을 안에서부터 계속 찢어냈다. 보팔이 그것에 이름을 붙였다.

 

고삐를 잡는 것은 자기 자신. 인간성을 지키고, 증오의 힘을 누르지 않으면 자기 자신 또한 사악한 닌자로 전락한다. 혹은 거대한 재앙이 된다. 하지만 닌자를 죽이는 살벌 속에서, 인간성을 되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인간다운 감정을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아마쿠다리에게 지배당한 이 거리는……!

 

"함께 가자, 나라쿠……" 극히 짧은 의식을 끝내자, 닌자 슬레이어는 도약했다. "이얏!" 다시 카라테 샤우트가 광장에 울려 퍼지면서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검은 위령비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일찍이 철거되어 어딘지 모르는 어둠 속에 유기되어 있었던 마루노우치 항쟁 위령비였다.

 

"아이에에에에…… 지금 것은 도대체…" 이윽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사라리맨 중 한 사람이 항거하기 어려운 부조리의 불에 이끌리듯이 그 묘비로 다가갔다. 사이버 선글라스를 벗고 살펴본다. 손톱자국의 선으로 지워진 이름이 하나. 그것을 읽었다. "후지키도 켄지……!" 사라리맨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길거리 모니터에 비치는 수배자의 얼굴과 이름. 지금 여기에 나타난 괴물은 혹시 그 후지키도 켄지였던 것일까. 아니, 기다려라, 닌자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 파편 위에 꽂힌 이 위령비는 뭐지? 인간의 위업이 아니다. 닌자다. 닌자가 이것을 한 것이다. 카라테를 통해서……!

 

이것은 미래를 기다리는 가족의 행복을 믿으며 숙연하게 일한 성실한 사라리맨, 후지키도가 네오 사이타마에 대해 자신의 의지와 분노로 처음으로 퍼부은 반항의 일격이었다. 그것은 결코 복수의 정당화도 대의를 위해서도 아니다. 망각의 물결에 꽂힌 한 개의 나뭇가지처럼 무모한 저항이었다.

 

후지키도 켄지가 위령비를 이곳에 다시 세울 합리적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그저, 거기에 새겨진 자들의 이름을 봤을 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비는 여기에 있어야 한다!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그는 죽은 사라리맨을 그만두었다. 이제는 자신이 이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추호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방금은 뭐죠!?" "이런 물건이 여기 있어도 되는 겁니까!" "이런 일이 용서되는 겁니까!" "누군가! 하이데커를 빨리 불러 주세요! 아이에에에!" 광장에서는 아직도 사이버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억압된 NRS에 의해 실금해 IRC에서 외쳤다. 사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갔다.

 

아마쿠다리여, 끝을 볼 때다. 내가 누구였는가?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너희들에게 내가 한 무엇도 헛되지 않았다고 깨닫게 해주마! "이얏!" 사신은 천의 눈을 피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네오 사이타마의 어둠을 건넜다! 검은 불꽃을 튀기는 머플러를 흩날리면서!

 

어둠 속에 촛불이 켜졌다. 나이트캡을 낀 노인이 으스스하게 비쳤다. "하아……" 노인의 숨결은 하얗다. 창문은 암막 커튼으로 덮여 있다. 추워서 버티기 힘들다. "젠장, 빌어먹을 놈의 한파따위가." 노인은 욕을 내뱉으며 코브차(다시마차)를 끓였다. 찻잔이 따스하다.

 

"지금 몇 시인거야." 시간 감각이 없어져 있다. 노인은 후톤(담요)을 접고 달력에 표시를 했다. 달력에는 '멋진 우주 시간! 이오닉 티타늄 편 선물 캠페인에 가족과 함께 참여하자'고 쓰여있는 아름다운 지구와 인공위성 사진. 색이 바래고 있다.

 

그의 이름은 타로 타이고. 도마구 데이터 박물관의 관리인이다. 우주시대의 흥분과 하드웨어를 전시하는 데이터 박물관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항상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이전에 무서운 총격전의 무대가 된 이후 관리인을 두어야만 했다. 타로는 입주 관리인이다.

 

우주, 로켓, 하드웨어. 망할 놈의 쓸모도 없는 쓰레기 같은 물건들이다. 나와 같은 쓸모없는 골동품일 뿐이고, 카네모치(부자)의 취미로 인해 수집되어, 이렇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런 쓸모없는 장소에서,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가.……타로의 생각은 하루 종일 그것뿐이다. 찬장에서 초코바를 꺼내 먹는다. "하아..."

 

눈보라는 점점 거세지고 있다. 타로는 쇼핑을 게을리 한 것을 원망스럽게 생각했다. 식량은 충분한 걸까? "흐.." 타로는 음산하게 웃는다. 이 메갈로 문명사회에서 마치 수렵민 같은 걱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니. 인류는 아직 멀었다. 우주 팩오프. 그런 것이다. 그는 라디오를 튜닝하려고 했다.

 

KRAAASH! 그때 유리 파쇄음이 분명히 들렸다. "아이에!" 타로는 숨을 삼켰다. 이런 최악의 날씨에 도둑이 들어왔을 리가 없다. 극저온때문에 유리가 깨지기라도 했나? 이 무슨 귀찮음!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 타로는 비치된 전기 사스타마를 들고 관리실을 나와 계단을 올라갔다.

 

불어오는 빙설을 방치할 수는 없다. 비가 새서 관리실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고, 역시 해고된다. 잘리면 파멸이다 .그는 투덜거리며 소리가 나는 전시실 문을 열었다. "……" 타로는 조용히 실금했다. 바람과 함께 파고드는 눈. 01 노이즈. 그 속에서 검붉은 그림자가 그를 보았다.

 

"……" 타로는 실금 하면서 주저앉았다. 발밑에 얼음이 퍼졌다. 검붉은 색의 그림자는…나무삼…붉은 색의 닌자는, 가공할 완력에 의해서 손쉽게 진열장의 울타리를 떼어냈다. 전시되어 있던 것은 땅딸막한 실루엣의 회색 우주복이었다. 닌자는 주저 없이 우주복을 들어올렸다.

 

"아이에에" 타로는 뒤로 물러섰다. 닌자는 깨진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떠나려는 참에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실례했다." "그, 그런 걸 도대체 무엇 때문에?" 타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런 날씨에..." 엉뚱한 말을 했다. "이얏!" 닌자는 대답하지 않고 눈보라 속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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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버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