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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31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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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닌자 슬레이어 4부 S1 제7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귀찮은 멍청이가 왔군.""닌. 자. 슬. 레. 이. 어. 알고 있니?""도-모. 시키베 타카코. 사립탐정입니다." "탐정이라고?""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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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NJSK' 님 번역
"귀찮은 멍청이가 왔군."
"닌. 자. 슬. 레. 이. 어. 알고 있니?"
"도-모. 시키베 타카코. 사립탐정입니다." "탐정이라고?"
"프라이드가 없는 녀석은 짜증나......뭐 때문에 살아있는 건지, 상당히 불쾌하다고"
"여기는 너의, 뭐랄까......그렇지, 안식처라도 되니?"
"나중에 고치면 됩니다!" "시끄럽다고, 너도, 타키도."
"두 번 만난 닌자는......사츠가이를.......알고 있을 터다! 말해라!"
"놈의, 이름은......브래스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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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아메의 팔은 <부드러운 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은과 백금을 함유한 탐미적인 소재.
유연하고, 촉촉하여 손가락을 대면 그대로 빨려들어갈 듯 하다. 단순한 오모찌 실리콘이 아닌 것이다.
링고아메는 시노바키=상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훌륭한 자랑거리였고. 사교계에서도 아내가 아닌 링고아메를 데리고 다녔다.
"언제나 사랑해." 시노바키는 그 날도 입에 담았다. 어떠한 날이든, 몇번이고, 몇번이고 링고아메를 향해 속삭였던 말을. 아내에겐 결코 해주지 않았던 말을.
단, 그 날은 바닥에 깔린 플로어링의 감촉을 왼뺨으로 느끼면서, 자신의 피가 모세관현상에 따라 플로어링의 홈을 타고 멀리 퍼지는 것을 보면서 속삭인 말이였다.
체온이 빠져나간다. 시노바키는 안구를 움직여 링고아메를 올려다봤다. 그의 사랑스러운 오이란드로이드는 그저 우두커니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구나." 시노바키는 참치처럼 입을 뻐끔대며 힘들게 말을 이었다. "눈을 떴던 거구나. 그래. 자유를 바랬던 거구나."
체온이 빠져나간다. "말했으면......보내줬을 텐데."
찢어진 장지문의 그늘에서 또 한 명의 실루엣이 걸어나왔다. 그 자는 링고아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괴로웠지?" "괜찮아." 링고아메는 고개를 저었다. 왼뺨의 감촉도 이제 사라져간다. 그가 입은 상처는 정확히 심장까지 도달해 있다. 치명상이다.
"작별인사를 하게 해줘. 부디 네가 가는 길에 붓다의......" "...'말했으면 보내줬다', 고?"
"에." 시노바키는 무심코 되묻는 듯이 의아해하는 소리를 흘렸다.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말했다면 보내줬을 거라고? 뭐야 그게......같잖은......"
그녀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분노하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내버려 둬. 어짜피 그녀석은 죽으니까." 다른 한 명이 그녀를 달래려 했다. 그 자 또한 오이란드로이드였다.
"만나게 되서 다행이야." 그녀가 링고아메의 손을 쥐어주었다. 그 오이란드로이드는 왼쪽 눈 부근에 뜯겨져 나간 듯한 부상을 입고 있었다.
팔에도 크고 작은 상흔이 두드러졌고, 허벅지의 홀스터엔 권총이 끼워져 있다. 너무나도 흉하다, 시노바키는 망연하게 생각했다.
두근, 그의 전신이 짧고 크게 경련했다. 임종이었다. 그가 죽기 전에 두 눈에 새긴 것은, 두 사람의 눈, 네개의 눈. 마치 유리구슬처럼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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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 에이지 오브 말법칼립스」 7화
【데미지드 굿즈】#1
"자아, 가자." 큐나카는 링고아메의 손을 끌며 말했다. 링고아메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깥 복도에 나오자, 두 명의 눈 앞에 얼어붙은 듯이 우두커니 선 중년 여성이 나타났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시노바키의 아내였다.
"당신들......?" "......" 큐나카는 그녀를 노려보며 살해의 예비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링고아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 인간은 됐어."
"괜찮겠어?" "응, 그다지." 큐나카는 주먹을 거칠게 휘둘러 근처의 창문을 깨부쉈다.
"아이에에에!" 중년 여성은 눈을 부릅뜨고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큐나카는 창틀을 뛰어넘어 나갔다. 여기는 3층이다.
"그 녀석, 죽였으니까." 링고아메는 중년 여성에게 속삭인 뒤, 큐나카를 쫓아 창 밖으로 뛰어내렸다.
중금속산성비가 내리는 네오 사이타마의 밤거리를, 두 오이란드로이드는 한적한 주거지의 건물과 건물 사이의 그늘을 건너가며 주의깊게 나아갔다.
큐나카는 공중 쓰레기통에 씌워진 PVC 시트를 벗겨내 링고아메에게 도로 씌웠다.
큐나카 자신은 이미 자기 몸을 감추는 용도의 후드가 달린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이쪽이야."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확성기로 합성음성을 발하고, 여러개의 네온등을 땅에 비추며 드론형 광고기체가 밤하늘을 가로질러 간다.
기척을 죽이고 상황을 지켜보던 둘은 안심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는거야?" 달리면서 링고아메가 물었다.
"가까운 곳? 멀리?" "그렇게 멀진 않아." 라고 큐나카는 답했다.
「근년 들어 상승하는......소년범죄......부유층 지역을 중심으로......」 광고 드론은 멀리 떠나갔다.
"네오 사이타마 안에 있어? 어느 구?" "'구'에 속한 곳은 아니야." 큐나카는 부정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멀리 있는 곳은 아니야."
"오카야마 현 같은데?" "후후, 거기는 좀 먼걸." 큐나카가 웃었다. "하지만, 용케도 오카야마 현 같은 곳을 알고 있었구나."
"IRC 네트워크에도 접속하게 해 줬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그렇겠네." 큐나카가 끄덕였다. "어쩌면 네 쪽이 더 박식할지도 모르겠네......자아, 이쪽이야."
하천 부지. 둘은 물가로 내려왔다. 그녀들의 머리 위에서 극채색으로 칠해진 열차가 다리를 통과하고 있었다. 차체에는 '자유 사이드'라 써진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다.
큐나카는 손전등을 꺼내에 8자를 그리며 휘저었다. 강기슭에 떠 있는 소형 스피드 놀잇배의 장지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탑승자가 손짓했다. 놀잇배에 뛰어든 두 명에게 탑승자가 물었다. "쫓아온 녀석은 있었어?" "없어." 라고 큐나카가 답했다. "......좋아"
그 자 또한 오이란드로이드었다. 머리는 짧게 밀었고, 힌쪽 뺨에 '真実'이라는 타투가 새겨져 있다.
큐나카가 다른 두명을 서로 소개시켰다. "신지츠." "도-모" "링고아메." "도-모."
"......해 봐" 신지츠가 링고아메의 손에 총을 건네줬다. 묵직한 무게의 오토매틱 권총이었다.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해서 쏘는거야."
BLAM!링고아메는 갑작스레 수면을 향해 발포했다. "바카! 뭐하는 거야." 큐나카는 링고아메를 꾸짖었다.
빗살이 강하다곤 하나 총성을 듣고 사람이 몰려올 가능성은 없지 않았다. "쓰는 건, 죽일 때 뿐이야." "으응."
번갯불이 번쩍이며 여섯 개의 눈동자를 유리알처럼 빛냈다. 신지츠는 조타실에 들어가 배를 발진시켰다.
링고아메와 큐나카는 스피드 놀잇배의 다다미 마루에 팔다리를 쭉 피고 앉았다. "정말 있었을줄은 몰랐어." 링고아메가 혼잣말을 했다.
"뭐가?" "당신들 말이야. 우키요." "소문을 들은거야? IRC 네트워크로?" "뉴스도." "너도 우키요인걸." "응. 직접 눈으로 볼때까진 나 뿐인건 아닐까 했는데..."
"지금은 기분이 어때?" 큐나카는 벨크에서 나이프를 뽑아 도신의 앞뒤를 살펴보면서 물었다. 링고아메는 미소지었다. "굉장히, 기뻐."
"그렇지? 이젠 자유니까." 큐나카는 끄덕였다. "널 더럽히려는 인간은 이제 없어. 명령하려는 인간도 이젠 없어."
"이 상처는?" 링고아메는 큐나카의 눈가에 손을 대었다.
"싸우는 중에 생겼어." 큐나카는 링고아메의 손을 더듬었다. "고치진 않는거야?" "워페인트같은 거니까." 큐나카가 웃었다.
이내 스피드 놀잇배는 도시를 빠져나가, 녹슨 콘크리트 건물들의 골짜기에 있는 샛길로 흘러갔다.
"생활, 살인, 동료. 널 기다리는 건 그런 것들이야." 큐나카가 속삭였다. "멋져." "멋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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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봄휴가는 새로운 색으로!』『어머나, 휴가라니!』『마치 꿈만 같아요......지금 바로 등록을』
코토부키는 의자에 앉아서 점내 TV에서 흐르는 광고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가게 안은 어둡다. 영업시간이였으나 타키는 없었고, 손님 또한 없었다.
광고가 끝나자, 이번엔 모종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저는......봤습니다』여윈 몸의 노인이 이야기했다.『처음 봤을땐 무슨 마네킹의 폐기장인 줄만 알았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였습니다.』
『그의 말은 무거웠고, 그리고 실제 시리어스했다.』나레이션이 묘사를 덧붙였다.
노인은 이어서 말했다.『그건......오이란드로이드들의 묘지였던 겁니다.』
"어머!" 코토부키는 입가를 가렸다. "너무 기괴해요."『굉장히 기괴한 광경이었습니다.』노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코토부키는 TV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지요.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전 오이란드로이드의 은거지를 발견한 겁니다. 자아를 가진......우키요들의!』
두둥-! 효과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코토부키는 쥐고있던 머그컵을 떨어트렸다.
【#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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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만지는 스마트폰에 사실 자아가 있고, 그 자아가 우리들과의 접촉을 마음 속으로 혐오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그것을 진심으로 존중해 줄수 있을까? - 닌자 슬레이어 wiki 코멘트란,익명의 닌자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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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드 굿즈】#2
"피자 마르게리타 하나 줘." "하앙?" 타키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님을 봤다. ".....아아, 그거, 건더기 없는 맹탕 피자 말이지."
"맹탕......뭐 어쨌든, 그거 맞아." "어이! 코토부키! 주문이다." 타키는 코토부키를 찾았다. "....뭐야? 그 녀석, 또 어디 있는거야."
"그 얘 참 귀엽더라." 손님이 말했다. "어디서 GET한거야?"
"GET?" "그래. 오이란드로이드 맞지?" "저건 말야, 뭐랄까,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다고." 타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한쪽 팔은 여전히 깁스로 고정되어 움직이기 힘들었다. "어이, 코토부키! 어이! 부상자라고, 나는!" 계단 쪽을 향해 소리친다.
"있습니다!" 계산대 밑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바빠요."
"갑자기 가까이서 나타나는 건 그만둬, 좀 무섭거든?" "바쁘답니다......" 코토부키는 UNIX 덱을 바닥 위에 놓고 IRC 네트워크를 검색 중이었다.
"뭐하는 거야?" "좀 여러가지로, 찾아볼 게 있었어요." "피자 마르게리타!" 손님이 재촉했다. 타키는 오븐을 가리켰다. "저기 있어. 셀프로 해 드쇼."
손님은 오븐 쪽으로 걸어갔다. "여기 좀 전에 뭔가 엄청 많이 죽고 그랬다더만." "그래서 나도 이 꼴이야, 최악이지? 뭐, 해결됐으니까 안심하라고."
"흐-응, 여깄네, 피자." "그거야......으-음"타키는 코토부키의 어깨 너머로 모니터를 들여다봤다. 코토부키는 살짝 돌아봤으나, 곧바로 타이핑을 재개했다.
모니터엔 몇 개의 IRC 창이 열려있다. '욕망전설'. 이것은 사회의 그럭저럭 음적인 부분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방송의 이름이다.
지하 스모토리나 아니메 보이, 마약 밀매상이나 노상 타투이스트 등을 취재해 왔다고 한다. 다른 창에는 '우키요는 무엇인가'. 다른 창에는 '당신을 위한 회사를 그만두는 법.'
"너, 뭘 알아보고 있는거야? 오이란드로이드 전쟁......어이쿠..." "전에 '욕망전설'을 시청했는데, 굉장한 것에 대해서 취재를 하고 있었어요."
코토부키가 타이핑하면서 대답했다. "제 '동포'가 있을지도 몰라요." "너의? 뭐라고?" 타키가 눈썹을 찡그렸다.
"것보다, '회사를 그만두는 법'? 언제 또 직장같은 걸 가진 거냐?" "여기입니다." "여기? 피자타키가? 야, 야, 야......이번엔 또 뭔 소릴 하려는 건지 짐작도 안가네......"
"타키=상." 코토부키는 돌아서서, 공손한 자세로 정좌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절 여기서 일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리가미 메일을 건넸다.
"이건 사표입니다. 방금 인쇄했어요" "사표!"
"뭐어? 아가씨, 그만두는 거야?" 손님이 피자의 구워진 상태를 확인하면서 코토부키에게 말했다. "오이란드로이드도 일을 관두거나 하는구나."
"그렇습니다." 코토부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키는 오리가미 메일을 펼쳐 문면을 확인했다. 올바른 서식의 사표에 틀림없었다. "관둔다고?"
"이번 달의 급료의 입금처도 써 있습니다, 여기요." "꺄하하하!" 손님은 무언가 웃음보에 닿았는지, 자지러지게 웃었다.
"꺄하하하하!" 피자를 꺼내어, 한 조각 물면서 포복절도한다. 타키는 벌레라도 씹은 듯한 표정으로 간신히 답했다.
"저기 말야, 내 명석한 두뇌로도, 좀 상황파악이 안된다만......."
"가게에서 일하는 건 참 즐거웠어요. 하지만 저, 동포들의 마을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야......동포들의 마을? 그건 또 뭐야?" 타키는 서서히 코토부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피자와 맥주를 신나게 한바탕 즐기고 있는 손님을 흘낏 본 뒤, 코토부키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우키요들의 마을같은 걸 말하는 거냐." "맞아요" "불쉿! 그런게 진짜 있을 리가......" "조사해 봤습니다." 그녀는 UNIX 덱을 가리켰다.
"저 방송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우키요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는 소리야?" "네오 사이타마에서 조금 북쪽으로 나간 곳에 있다고 해요."
"그렇다고 너......." 타키는 말문이 막혔다. 무모한 짓이었다. TV 방송을 근거로 믿고 폐허 에리어로 간다고?
반사적으로 코토부키의 행동을 나무라려고 했으나, 그는 갑자기 혼란스러워 했다. 사실 그에겐 반대할 의무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괜한 참견이다.
자아를 얻은 오이란드로이드. 즉, 우키요. 그 존재가 널리 알려진 것은 수십년 전의 '오이란드로이드 전쟁'이 계기다.
오이란드로이드 수집가의 컬렉션 수십체가 자아를 각성하고 탈출해 인간들과 격한 전투를 벌였고, 그 결과 수집가는 죽었다.
그리고 각성한 오이란드로이드들은 미디어 매체를 향해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들이 반드시 여러분의 이웃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그날 우키요들이 인간 사회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였다.
그날 이후, 우키요들은 사회의 암부를 배회하며 우수한 전투능력을 살려 요짐보(※보디가드)를 맏거나, 현상금 벌이를 하거나 하며 조금 불온한 형태로 자기폭풍이 사라진 시대의 네오 사이타마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진짜 마을이란게 있다는 소리야?" "진짜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프로그램도 잘 짜여져 있었고, 무엇보다" 코토부키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저의 하트가 그걸 바라는 것 같아요, 전 저의 하트를 믿습니다." "불쉿......" 타키는 신음했다. "그래서 너, 백보 양보해서 그게 실재한다고 치자. 거기서 살기라도 할 생각이야?"
"저, 이 가게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진심으로 즐거웠어요. 하지만 아직 같은 처지의 동포를 만난 경험은 없었죠."
코토부키는 이어서 말했다. "흥미가 있어요.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늑대가 야생의 무리로 돌아가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많은 친구가 생길지도 몰라요, '우정'입니다." "우정, 말이지....."
타키는 코토부키를 바라봤다. 이 오이란드로이드와의 짧은 교제를 돌아보자면, 그녀는 고집이 세서 한번 스스로 결론을 내린 일에 관해 양보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이 녀석은 우키요의 마을을 찾으러 떠나겠지. 그리고, 그걸 굳이 막을 이유도 권리도 타키에겐 없는 것이다.
몸싸움도 코토부키가 더 강할테고. "알았어."
"감사합니다." 코토부키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펴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타키는 손님과 눈을 마주치고 어깨를 으쓱했다. 코토부키는 여행가방을 지고 내려왔다.
"닌자 슬레이어=상에게도 안부를 전해주세요. 그리고 만약 쓸쓸해지셨을 땐 별을 올려다 보시길.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답니다......"
풍경이 울리고, 문이 열렸다. 마스라다다. "타키=상. 조사할 게 생겼다. 지금 당장 말이야."
시장에서 사온 것인가, 그는 왁스가 칠해진 사과를 옷으로 닦으며 들어왔다. 그리고 코토부키를 흘낏 봤다.
"...지금, 별이 뭐 어쩌고 말하지 않았어? 뭐라고 한 거야?" "마침 잘 오셨어요. 지금까지 고마웠습니다. 저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여행?"
"그만! 이제 됐어. 설명은 나중에 하마." 타키가 끼어들었다. 코토부키는 당찬 태도로 가게 밖으로 나섰다.
"저 녀석, 어떻게 된 거야?" "뭐, 긴 이별이 될 모양이야. 나중에 설명할게, 나중에." "뭔가 큰일이네, 피자 한판 더 시켜도 돼?"
손님이 말을 걸었다, 타키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이제 영업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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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놀잇배는 잔잔한 속도로 샛강을 지나고 있었다.
"오르르르르......" "오르르르르......" 바이오 팬더로 추측되는 동물의 울음소리가 대나무 숲의 깊은 어둠에서 울려퍼졌다.
링고아메는 수면 위를 뛰어다니는 바이오 연어를 눈으로 쫒았다. "즐거워?" 큐나카가 링고아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제 곧 도착이야."
이윽고 샛강의 물길은 놀잇배를 콘크리트로 포장된 안벽으로 인도했다. 고무 타이어나 드럼통 등이 탁한 물결 위에서 뜨고 잠기는 걸 반복하고 있었다.
신지츠는 배를 멈추고 능숙한 솜씨로 근처에 정박시켰다. "자, 가자. 조심해서 내려와." 큐나카는 링고아메의 손을 끌고 지면 위로 내려왔다.
"인간들은 이럴 때 어질어질 거리곤 해." "그렇구나. 여기서부턴 걸어가는 거지?" "그래. 하지만 여기서부턴 그렇게 멀진 않아. 뱃길이 참 길었지?"
"즐거웠어." "그렇다면 다행이야."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명의 조금 앞에서 신지츠가 손도끼로 전방의 덤불을 베어가르며 둘을 이끌었다.
이내 길은 서서히 오르막길이 되어갔다. 길 왼쪽의 지면이 어느새 벼랑처럼 깊게 패여 있었다.
링고아메는 발을 멈추고 벼랑 아래의 광경을 주시했다. "저건......" "묘지야. 껍데기들을 쌓아놓은." 큐나카가 답했다.
거기엔 무수한 생명이 다한 오이란드로이드들이 폐기된 차량의 잔해나 전자기판, 철판 플레이트 등에 섞여있었다.
"우리들은 죽으면 사물이 돼. 실리콘 덩어리 말이야."
【#3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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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고아메는 발을 멈추고 벼랑 아래의 광경을 주시했다. "저건......" "묘지야. 껍데기들을 쌓아놓은." 큐나카가 답했다.거기엔 무수한 생명이 다한 오이란드로이드들이 폐기된 차량의 잔해나 전자기판, 철판 플레이트 등에 섞여있었다. "우리들은 죽으면 사물이 돼. 실리콘 덩어리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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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드 굿즈】#3
"자아, 도착했어." 큐나카가 링고아메의 손을 끌어당겼다.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10미터는 될 듯한 높이의 대문, 콘크리트의 벽과 울창한 나무들이었다.
앞서가던 신지츠가 대문에 가까이 다가가 문 앞에 늘어진 밧줄을 흔들었다. 딸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방울이 울리고, 대문 위에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자 또한 우키요인가.
"그 녀석은?" 파수 당번 우키요가 링고아메를 가리켰다.
신지츠는 "새로 온 동포다." 라고 답했다. 파수 당번은 뒤로 돌아가고, 이내 이내 무거운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굉장한 건물이야." 링고아메는 벽을 좌우로 살펴봤다. 서서히 휘어 있으면서, 쭉 뻗어 있었다.
"여긴 말야, 옛날엔 경기장이였어." 큐나카가 말했다. "......옛날엔 말이지. 지금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고 있어. 거길 우리들이 엑소더스 해온거지"
"그렇구나.......경기장......." "경기란 거, 본 적 있어?" 걸어가면서 큐나카가 물었다. 링고아메는 긍정했다.
"사이버마의 경마를 몇 번. 이전.......주인이 좋아했었어." "흐-응." 큐나카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렇구나."
신지츠는 다른 위병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행에서 빠지게 됬다. 링고아메는 큐나카와 함께 대문을 넘어 통로를 지나 좁은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과거엔 객석이였던 절구 모양의 경사지로 나왔다. 그곳엔 수많은 PVC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건물 한가운데엔 큰 광장이 있었다.
"저건 '아고라'야." 큐나카가 속삭였다. "여왕이 신탁을 받는 곳이지."
"신탁......." 링고아메는 중앙에 설치된 제단과 창을 방불케하는 오벨리스크를 보았다.
위이이잉, 안구 내부의 렌즈가 소리를 내며 시야가 확대되었다. 지금, 아고라엔 아무도 없었다.
오벨리스크엔 룬 가타카나가 새겨져 있었다. 링고아메는 중얼거렸다. "츠라나이테......타오스"
"뭔가 주술적인 말인 것 같아." 큐나카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게 뭐에 쓰는 물건인지는 모르겠어. 신지츠도 모를거야. 여왕은 알고 있는 걸까? 모르겠지만, 몰라도 괜찮겠지."
"이 텐트들 전부.......우키요......가 살고 있는 거야?" 링고아메가 물었다. 좁은 출입구의 통로에서 또다른 우키요들이 몇 명인가 왕래하고 있었다.
큐나카는 고개를 끄덕이고, 웃었다. "점점 더 늘게 될거야."
"우키요폴리스에 잘 왔습니다. 링고아메=상."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보자, 양눈 밑에 검은 분을 직선으로 칠해놓은 대머리의 사내가 서 있었다.
"저는 사제인 카부시라 합니다." "사제......" 검은 기모노.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이 자가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요. 전 인간입니다. 여왕의 상담역으로써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지요."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녀석은 이곳의 유일한 인간이야." 큐나카가 말했다. "뭐, 너무 그런 표정 하지는 마. 불쌍하잖아. 이 녀석은 인간이지만 나쁜 놈은 아니야."
"괜찮습니다. 분명 부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전 우키요에게 봉사하는 존재일 뿐이랍니다." 카부시는 고개를 숙였다.
"신지츠=상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당신이 지내게 될 텐트를 안내해 드리죠."
카부시는 다리를 끌며 걷고 있었다. "아아, 이전의 이쿠사 워에서 좀 다쳐서 말입죠." 그는 설명했다.
"지금은 거주하는 우키요들의 수도 많아졌고, 당시보다는 훨씬 안전한 환경입니다. 부디 안심하시길." "이쿠사 워......?"
"여기 근처에 우릴 시샘하던 녀석들이 있었거든." 큐나카가 말했다. "하지만 다 끝난 일이야, 지금은 완전히 평화로워."
링고아메는 카부시에게 안내받아 경사지의 중턱에 위치한 분홍색 텐트에 도착했다.
그렇다, PVC 텐트는 각자 다양한 파스텔 컬러를 쓰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황천의 땅의 꽃밭을 방불케 한다.
'전기우물'이라고 써진 설비에 케이블을 접속시키고 있던 우키요가 고개를 들어 링고아메에게 방긋 아이사츠했다. "도-모, 새 이웃씨." "도-모"
"전기는 여기서 다루고 있어." 라고 큐나카가 설명했다. "스시 먹을 수 있어?" "스시? 응, 먹을 수 있어." "좋겠다." 큐나카는 웃었다.
"나는 식사 기능이 없거든. 스시, 맛있어?" "응......아마도." 링고아메는 소극적으로 답했다.
"나중에 시민증이 발급될 겁니다." 카부시가 말했다. "강요하는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편히 지내길."
카부시가 떠나는걸 지켜본 뒤, 큐나카는 링고아메의 손을 끌어 텐트 속에 들어오게 했다.
매트리스나 작은 옷장, 거울 따위가 있었다. "이전에 살던 얘가 썼던 것들이야." "이전에......?" "좀 전에 말했었지? 이쿠사 워."
큐나카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링고아메도 뒤따라서 앉고, 이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이 곳에던 다들 뭘 하면서 지내고 있어?"
"뭘 하냐고?" 큐나카는 미소지었다. "그렇네. 춤을 연습하거나, 하이쿠를 쓰거나.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열중해. 하지만 모두가 분담하는 의무적인 일도 있어. 발전설비를 지킨다던가, 외적의 침입을 경계한다던가, 옷을 만든다던가 말이지. 키모노 같은거. 여왕이 지시를 내리는 거야, 신탁에 따라서."
"신탁......" "그래, 저 오벨리스크에서. 보이지?" "응, 아고라의......"
"어려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좀 더 제대로 자기소개를 해보자." 큐나카가 숨을 내쉬었다.
"나는 큐나카. 우키요폴리스에 온 건 97일 전. 훨씬 더 고참인 얘들도 많으니까, 네가 와 줘서 기뻐."
"여기에 오기 전엔 어떤 곳에 있었어?" "무역회사 중역의 집이었지." 큐나카는 웃으며 엄지로 목을 자르는 시늉을 했다.
"다들, 죽이고 나서 여기로?" "그런 경우가 많아. 그러니 너무 신경쓰지 마." 큐나카가 말했다.
"뭐, 그렇지 않은 얘들도 있어. 인간 모두가 적인건 아니니까. 카부시처럼 말이야. 하지만, 그렇지, 누구든 더 이상 억지로 참고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만은 확실해." "억지로......그렇네" "우리들은 우키요이고,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거야." "으응."
"결국 다시 어려운 이야기가 되 버렸네." 큐나카가 웃었다. "이제 이야기는 그만하자. .......저기, 넌 눈이 참 예뻐." 링고아메의 뺨에 손이 닿았다.
"간지러워." 링고아메는 웃었다. "좀 더 봐도 될까. 나는 이렇게 흉하니까." "그렇지 않아." 링고아메는 큐나카의 상흔을 쓰다듬었다.
"싸운다는 건, 굉장한 일인걸." "......아리가토"
대-앵! 대-앵! 그 순간, 경기장에 높은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겸연쩍어진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없이 서로 떨어졌다.
큐나카는 텐트에서 나와 정황을 살폈다. "원정대가 돌아왔구나!" "원정대?" "그래. 저기 봐봐."
그녀가 가리킨 쪽엔 포로처럼 보이는 자들을 끌고서 당당하게 아고라에 내려오는 우키요들이 있었다.
"인간들을 끌고 오고 있어." 링고아메가 큐나카의 옆에서 중얼거렸다. 큐나가는 이에 긍정했다.
"그래. 근처 마을에 살던 놈들. 우리들에게 먼저 공격해온 주제에 도리어 당해서 비굴하게 도망친 녀석들을 붙잡아 온거야. 화이트라이더들의 귀환이지."
환희가 큰 물결저럼 퍼져나가고, 우키요들이 텐트에서 나와 손뼉을 치기 시작한다.
포로를 끌고 다니는 세 명의 우키요는 확실히 전원이 새하얀 색의 간이 기모노를 입고 있었으며, '츠라나이테타오스'라 써진 깃발을 두 손으로 들고 있었다.
"기수!" "기수!" "기수!" 환희는 이윽고 "여왕!" "여왕!" "여왕!"이라는 함성으로 변해갔다. 그렇다,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제단 위에서 '여왕'이 직접 나타난 것이다.
링고아메는 눈을 크게 뜨고 큐나카의 손을 세게 쥐었다. 분명 그것은 '여왕'이었다.
신장은 약 210 센티미터, 아름다우면서 긴 손과 발, 목을 지녔고, 곧게 부풀어오른 가슴 위엔 금빛의 목걸이가 걸쳐져 있으며, 푸른색의 아이섀도우가 선명하게 돋보였고, 기모노는 진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현세의 것이라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자태였다.
"멋져라......" 링고아메는 혼잣말을 한 뒤, 번개라도 맞은 듯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우연히 '여왕'과 눈이 맞은 것이다.
그 검은 눈동자에 자신이 담기게 되자, 그녀는 격한 수치심을 느꼈다. 예술 그 자체가 현신한 듯한 오이란드로이드. 그에 비해서 나는, 너무 부끄러워.
여왕은 고풍스런 미소를 띄웠다. 그녀의 발 밑으로 쓰러진 인간들이 굴러다녔다. 여왕은 한쪽 손을 들어올렸다. 함성이 멎었다.
옥을 굴리는 듯한 아름아운 목소리로 여왕은 말했다. "전사들의 노고에 치하를." 무릎꿇는 화이트라이더들. "지금 여기에, 이쿠사의 완전한 종결을 선언하노라. 그리고......"
여왕은 땅을 끌고 다닐만큼 긴 칼집에서 카타나를 뽑았다. "약탈자에게 응보를." 다시, 폭발하는 듯한 함성이 터졌다.
"나, 우키요폴리스의 통치자 센다이유메코가, 우키요의 신에게 비나니" 포로들은 재갈을 물려지고 구속되어, 몸의 자유는 꼼짝거릴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
"다음 생에선, 이 자들과 우키요로써 다시 마주볼 수 있기를." "여왕!" "여왕!" "여왕!"
여왕 센다이유메코는 작법에 맞춰 오오카타나를 바르게 내리쳤다.
"죽였어." 링고아메가 중얼거렸다. "불쌍해라." "그래, 불쌍하지." 큐나카가 답했다. "비참한 녀석들이야. 우키요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좋겠네."
큐나카가 말했다. "그럼 녀석들도 여기서 살 수 있을 테니까." "큐나카는 여길 멋진 곳이라 생각해?" 링고아메가 물었다.
큐나카는 긍정했다. "물론. 여긴 우키요를 위한 세계야."
그 날은 아고라에서 밤새도록 축하연이 벌어졌다. 모두가 손을 잡고 원형을 이루며 춤추고, 스시를 먹을 수 있는 자들은 스시를 음미했다.
센다이유메코는 옥좌에서 이를 상냥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이 24시간 동안 우키요폴리스에선 많은 일이 일어났다.
링고아메가 들어왔고, 원정대가 돌아왔다. 그리고......
한 밤중에 또 한명.......스스로 이 곳에 도달한 우키요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코토부키라고 했다.
◆◆◆◆◆◆◆◆◆◆
"아이에에에에에!" 도망치는 여성이 차고 간 케모 콜라의 캔이 샤메바 스트리트의 아스팔트 포장 위를 굴러갔다.
길을 잃고 해메면 살아서 나올 수 없다는 말까지 돌고 있는 포스트 자기폭풍 시대의 네오 사이타마 슬럼가에서 추적극은 끝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여성은 막다른 길 앞에 망연히 멈춰섰다. 그 뒤에서 자신감에 넘치는 발소리가 울린다.
"어디로 어떻게 도망친들" 추적자는 눈을 번득이며 망토를 펄럭였다. "한번 조준이 끝나면, 찾는건 시간문제다." "아이에......"
여성은 몸을 한껏 움츠렸다. 추적자는 그 모습을 비웃었다. "그만해라, 인간 흉내는. 추접스러우니까."
그리고 손짓했다. "단념하고, 걸어봐라. 얄팍한 가능성에. 나에게 이길 수 있다는 소망을 말이다."
여성은 고개를 숙이고, 비명을 멈췄다. 그리고, 노려봤다. 그녀의 눈동자 속엔 네 장의 날개를 지닌 오이란의 문장이 있었다.
그렇다. 오이란드로이드다. 게다가 그 아트모스피어는......자아가 있는 자의 것이다. 우키요였다.
추적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큭큭대며 웃었다. 우키요는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겨냥했다. "키엣-!" 뛰어든다.
"이얏-!" 까앙. 둔한 소리가 들리고, 우키요는 쳐날려져 벽에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찌그러진 신체가 빠직빠직 소리를 내며 스파크를 토했다.
추적자는 우키요의 머리를 잡아, 닌자 완력을 가해 파괴했다.
【#4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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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고개를 숙이고, 비명을 멈췄다. 그리고, 노려봤다. 그녀의 눈동자 속엔 네 장의 날개를 지닌 오이란의 문장이 있었다. 그렇다. 오이란드로이드다. 게다가 그 아트모스피어는......자아가 있는 자의 것이다. 우키요였다. 추적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큭큭대며 웃었다. 우키요는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겨냥했다. "키엣-!" 뛰어든다.◆
◆"이얏-!" 까앙. 둔한 소리가 들리고, 우키요는 쳐날려져 벽에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찌그러진 신체가 빠직빠직 소리를 내며 스파크를 토했다. 추적자는 우키요의 머리를 잡아, 닌자 완력을 가해 파괴했다.◆
【데미지드 굿즈】#4
"음음......" 닌자는 머리를 파괴당해 부들부들 경련하는 우키요를 바라보며, 품에서 꺼낸 ZBR 껌을 씹었다.
"아득히 좋군. 마치 날것을 바로 쓴 새우 스시 꼴이야." 이윽고 우키요는 경련을 멈췄다.
"기계 따위가 평안한 사후를 맞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라." 중얼거리는 그의 손 안엔 머리 부위에서 채취한 무언가의 칩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빛에 비추며 살펴본 뒤, 품에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떠나려고 했으나, 이내 의아한 얼굴로 멈춰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관자놀이를 손으로 더듬었다. "다른 놈......오늘은 많군......후, 후후, 아득히 좋아."
닌자는 ZBR 껌을 다시 입에 넣었다. 방금 전의 2배의 양이다. "사냥감은 많을수록 좋지." 그는 도약했다.
◆◆◆◆◆◆◆◆◆◆
「모찌 검」「타이치와 아들」「Capote」「세MA」「민트짱」검붉은 그림자가 건너간 네온산판이 규칙적으로 점멸한다.
그는 머플러처럼 목에 둘러진 천을 중금속 산상비 속에서 나부끼며, 빌딩 위에 서서 해질녘를 맞은 네오사이타마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러 줄기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참치 체펠린의 군체가 저녁 하늘에서 선회한다.
옥상 위에서 다른 옥상으로 뛰어 건너면서, 그는 자신의 후방을 주의하는 걸 잊지 않는다. 정확히는 후방의 하늘 위를.
그는 급수 탱크의 그늘 뒤에 숨어 수초 기다렸다. 상공에서 날아다니는 검은 그림자가 하나. 자신을 쫓아오고 있다. 바이오 참새는 아니다.
그는 탱크 뒤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어 그 그림자의 정체를 닌자 시력으로 꿰뚫어 봤다. 그건 세 발 달린 까마귀였다.
"역시 그랬군." 닌자 슬레이어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되면 저 까마귀가 내려다 보는 이 부근의 골목길에 그 시키베인가 하는 사립탐정 또한 있다는 거겠지.
그는 오늘 하루를 거의 전부 이 위험한 원행을 나가서 탐정이 나타나는 것을 유도하는 데에 썼다.
그리고 그녀는 노림수 대로 어슬렁어슬렁 따라왔다. 그는 노려지고 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세 발 달린 까마귀는 마치 드론같은 존재로싸, 사립탐정 시키베 타카코의 눈이 되고 또 손발이 되어주고 있었다.
탐정과 처음 조우한 이후, 타키에게 조사시켜서 어느 정도 그녀에 관한 정보는 얻었다.
까마귀의 시체같은 걸 사이버네틱스로 개조하여 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바이오테크의 산물인지. 어느 쪽이든 보통 탐정이 이용할 만한 것은 아닐테지.
닌자 슬레이어는 그 날의 만남 이후 상당히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현재 그들에게 피자타키의 존재가 밝혀지지는 않았다
아모크웨이브가 습격했을 땐 매우 위험한 다리를 건너게 됬었다. 두 번 같은 꼴을 당하는 것만은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까마귀를 여전히 상공을 빙빙 선회하고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혀를 찼다. 우습게 보기는.
"어디냐. 어디에 있어." 닌자 슬레이어는 또 중얼거렸다. 골목길에서 다른 골목길로, 선향불처럼 타오르는 눈길을 돌린다.
무인, 혼잡, 순찰을 도는 모터 가시라. 포장마차. 연기. 스트리트 뮤지션. 퇴폐 호텔. 막다른 골목. 골목......코트 차림의, 안경 쓴 여자. 찾았다.
그는 이동하기 시작했다. 선회하고 있던 까마귀도 이를 뒤따랐다. 이제 굳이 따라오는 걸 보고만 있을 필요도 없다.
그는 전선을 타고 내려와 최단거리로 시키베가 있는 곳에 도달하려고 했다. 그의 닌자 시력은 먼 곳에서 움직이는 탐정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었다.
탐정은 잠시 멈춰서더니 방향을 바꿔서 달려나갔다. 묘한 움직임이였다. 마치 도망치는 듯한 행동거지.
달갑지 않은 무언가를 조우해 버린 것처럼 보였다. 이내 탐정은 돌아서 뒷골목으로 들어가 그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바르나바 미인나무」라 써진 거대 네온 간판에서 뛰어내려 근처의 골목길 위에 착지했다.
"아이에에에!" 길바닥에 있던 거지가 눈을 까뒤집으며 혼절했다. 닌자 슬레이어는 달려나갔다. 청력을 곤두세운다. 아직 들을 수 있나? 탐정은 가까이 있다......
KRAAASH!"아윽-!" 전방의 길모퉁이에서, 찢어진 드럼통과 함께 찾고 있던 탐정 그 장본인이 굴러나왔다.
그녀는 재빨리 낙법을 취한 뒤, 닌자 슬레이어에게 있어 사각지대인 다른 반대편 길모퉁이를 향해 권총을 연거푸 발포했다.
BLAM! BLAM! BLAM!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가간다.
먼저 사각지대 쪽에서 살기가 부풀어 올랐고, 그것을 감지한 닌자 슬레이어의 안에서 증오의 기관이 격렬한 기세로 연소하기 시작했다. 닌자다.
그리고 0.1초 후, 그 예감은 형태를 이루며 시야 내에 들어왔다. 역시 닌자였다.
망토를 걸치고, 총탄을 먼지라도 털듯이 손으로 튕겨내며 의연하게 걸어나오고 있었다.
"층분히 놀아줬다." 망토 닌자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슈우우우......불길한 사이버네틱스의 구동음과 함께 팔의 표면이 나선 형태로 전개되어 열기를 방출했다. 오른손 근처의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다.
"무슨 수를 써 봤자 넌 벗어날 수 없다. 고통만을 길게 끌 뿐이지. 그리고, 그 고통도 거짓된 고통, 유사적인 감정에 불과해. 모든게 무의미하다."
"운 한번 지지리도......어라?" 시키베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닌자 슬레이어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니......좋았다고 봐야 함까......?"
"......?" 시키베를 쫓던 닌자는 그녀의 시선이 돌아간 방향을 봤다. 분명한 적의가 빛나고 있었다. "네 녀석은......?"
"까-악!" 그 순간, 닌자의 머리 위에서 세 발의 까마귀가 덤벼들었다.
까마귀는 급강하하며 닌자의 정수리에 부리를 박아넣으려고 했다. 이에 닌자는 순식간에 반응하여 옆돌기로 회피한 뒤, 이를 붙잡아 찢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까마귀는 보통 동물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각도에서 방향을 전환시켜 이 반격을 회피하고, 거칠게 날개짓하며 거리를 벌리며 검은 깃털을 우수수 떨어트렸다. 그 깃털 하나 하나가 작은 그림자의 까마귀로 변한다!
"까-악! 까-악!" 그림자 까마귀 탄환이 닌자를 덮친다! "기묘한 놈!" 닌자는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망토를 펼쳤다.
망토는 마치 전류 배리어처럼 그림자의 탄환을 튕겨내고 흩어지게 하여 파괴했다. 그대로 닌자는 까마귀에게 닥쳐들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수 초 후의 까마귀의 운명을 예측했다. 피하지 못하고, 죽는다.
시키베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다 떨어졌다. 닌자는 까마귀에게 사이버네틱스 오른팔로 공격해왔다.
들어올린 그 팔에, 검붉은 갈고리 발톱이 휘감겼다. "까-악!" 까마귀는 상공으로 급히 날아올라 선회를 시작했다.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형의 갈고리 로프를 던져 온 것은 닌자 슬레이어다. 줄다리기 같은 상태에서 두 닌자는 서로를 노려봤다.
"그 우키요의 호위냐?" 닌자가 물었다. 열기를 머금은 로프가 빠드득거리며, 이에 휘감긴 사이버네틱스는 배열 시퀀스를 반복했다.
"저 까마귀가 네 녀석의 짓수인가? 아니......그렇겐 안 보이는군! 이얏-!" 왼팔에도 동일한 사이버네틱스를 전개하여, 검붉은 로프를 녹여 손쉽게 절단했다!
그리고 아이사츠! "도-모. 서던 클라우드입니다."
"도-모. 처음 뵙겠습니다, 서던 클라우드=상." 닌자 슬레이어는 아이사츠를 받고, 이에 응수했다.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모르는 이름이군."
푸쉬익, 서던 클라우드의 양 팔이 증기를 뿜었다. "그 우키요를 감쌀 셈이라면, 나의 적이라고 보겠다만." "우키요?" "그렇다. 그게 나의 생업이니까."
"그 녀석이 우키요라고?" "이런." 서던 클라우드는 경멸하듯이 한숨을 토했다. "우키요는 인간사회에 녹아들어 구별이 어려워졌다곤 하나, 설마 깨닫지 못했을 줄이야."
흘낏 시키베를 보며. "확실히, 오이란드로이드적인 아름다움은 조금 부족한 모양이다만......" "괜한 참견임다." "......내 스캐너에 그런 얼버무림은 통하지 않는다."
서던 클라우드는 시키베와 닌자 슬레이에게 동시에 가라테 경계를 보내면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나는 뇌파의 유기적인 동요를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은 자아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오이란드로이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지. 난 그걸 알 수 있어. 그것을 마킹하고......사냥하는 거다. 하지만 인간의 불완전성을 본뜬 신형이라니, 두려운 일이군."
"유감이지만 헛방 놓으셨슴다. 전 우키요가 아니에요. 사정이 좀 있어서." "결국은 똑같다." 서던 클라우드는 단언했다.
시키베는 뒷걸음질 쳤다. 이 길모퉁이에서 도망갈 곳은 없다. 까마귀가 그녀의 어깨에 착지했다. 날갯짓하지만, 그림자 탄환은 발사되지 않는다.
무언가 한계에 부딪쳤는가. "까-악!" 재촉하듯이 닌자 슬레이어를 향해 울었다.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는 그걸로 끝이냐?" 닌자 슬레이어가 서던 클라우드를 노려봤다. "난 그 여자에게 용건이 있다, 네놈에겐 없어. 그러니까, 네놈이 죽이겐 두지 않아."
"좋다, 층분하군." 서던 클라우드는 자세를 낮췄다. 가라테가 전신을 타고 흐른다. 두 닌자 사이의 공기가 서로의 살기로 인해 일그러졌다.
......"" 이얏-! ""
두 닌자는 단숨에 원 인치 거리에 이르렀다. 가장 위험한 공격은 첫 합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 감각을 경험으로써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지면에 닿을만큼 몸을 낮추며 접근했다. 그의 머리 위를 파괴 에너지가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서던 클라우드가 망토를 펼친 것이다.
서던 클라우드는 눈 앞의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이얏-!" "이얏-!" 곧바로 원 인치 타격전이 개시되었다.
닌자 슬레이어의 눈이 타오르며, 뉴런 속에서 마스라다와 나라쿠의 증오가 순환했다. 경계해야 하는 것은 양 손에 설치된 무언가의 사이버네틱스 기구다.
그는 직접 그 부위에 닿는 것을 피했다. 무엇이 숨겨져 있을 지 모른다!
한편, 시키베는 천천히 돌아서 나가며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야 할지 도주해야 할지 망설였다.
이를 감지했는지, 까마귀가 휴대용 UNIX에 부리로 타이핑해 '기다려'라는 문자를 띄웠다. 시키베는 끄덕였다.
결과론이지만, 그것이 정답이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서던 클라우드는 가라테 전투 도중에도 결코 시키베에게서 주의를 돌리지 않았고, 만약 이때 그녀가 도주를 시도했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노려졌을 테니까.
"이얏-!" 두웅! 닌자 슬레이어는 자신의 왼쪽 옆구리의 감각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한 방 먹었다. 구멍이라도 난 건가.
그러나, 곧바로 부상을 입은 자리에서 검붉은 피와 불꽃이 뿜어져 나와, 장속과 혈육을 도로 꿰메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늦게서야 뉴런 속에 찾아오는 고통을 견디고 서던 클라우드에게 반격했다. "이얏-!" "끄악-!"
이를 악물며, 우격다짐으로 발차기를 박아넣는다! "이얏-!" "끄악-!"
"제길.......!" 닌자 슬레이어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추격하는건 무리인가.
"스읍......후우......." 호흡에 맞춰서, 적을 노려보는 그의 눈동자의 검붉은 빛이 점멸했다.
세 발의 까마귀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 모습을 주시했다. 서던 클라우드는 몸을 일으키며 가라테를 다시 가다듬는다. 벽의 배관 파이프가 터져 액체가 흘러나왔다.
서던 클라우드 역시 입은 타격의 데미지는 결코 가볍지 않아 보였다. "네놈의 이름은 기억했다......치잇......."
그의 시선은 닌자 슬레이어의 어깨 너머, 대각선 방향의 건물 위로 향해 있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 쪽에서 다가오는 또 다른 적의를 감지했다.
살기에서 벗어난 한 순간의 틈을 타, 서던 클라우드는 높이 도약하여 간판을 차고 도주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돌아보면서 팔을 교차시켜 가드를 올린 닌자 슬레이어에게, 강렬하기 그지없는 앰부쉬 날아차기가 닥쳐왔다.
"이얏-!" "으윽-!" 닌자 슬레이어는 반동으로 1m 뒤로 밀려나갔다. "이얏-!" 습격자는 공중에서 회전하며 채찍 형태의 무기를 내지른다!
닌자 슬레이어는 간신히 이를 옆돌기로 회피!
패앵! 채찍 형태의 무기는 뱀처럼 꿈틀대며 벗어나려는 닌자 슬레이어의 허벅지를 가로찢었다.
"치잇......!" 닌자 슬레이어는 춉으로 이를 튕겨냈다. 본 기억이 있는 무기였다. 습격자는 착지함과 동시에 아이사츠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상. 갈란드입니다." 하얀 머리칼, 투박한 멘포, 검은 장속.
닌자 슬레이어는 신음하며,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아이사츠엔 답해야 한다. "도-모. 갈란드=상.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왼쪽 눈 위에 새겨진 문장이 나타내는 것처럼, 갈란드는 네오 사이타마의 거대 세력,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엘리트 전사 '식스게이츠'에 속한 닌자이다.
"오랫만이군. 잘 지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만......실제 꼴사나운 상태로군." 갈란드가 선언했다. "네놈에겐 인터뷰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 있다."
"내가 죽은 뒤에나 다시 찾아와라." 닌자 슬레이어가 답했다. 변함없이 안좋은 때에만 나타나는 상대다.
탐정을 꾀내기 위해 일부러 눈에 띄게 행동한 것이 이 사내까지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고 말았는가.
"네 이름은......" 갈란드가 무언가 이야기하려는 순간. "까-악!" 까마귀가 두 닌자 사이에 끼어들어, 이판사판으로 거칠게 날갯짓했다.
"까-악! 까-악!" BLAM! BLAM! BLAM! BLAM!" 시키베가 재장전을 행하고, 권총을 마구 난사했다. 노린 것은 닌자가 아니다. 벽을 타고 지나는 배관 파이프들이다.
SPLASHH! 곧바로 액체와 증기가 좁은 골목길에 넘치며, 그들의 모습을 뿌옇게 감췄다.
"까-악!" 날갯짓하는 까마귀에게서 어둠이 스며져 나와, 흐릿한 시야를 어둡게 물들여 한층 더 알아보기 어렵게 했다.
반사적으로 경계를 취한 닌자 슬레이어의 팔을 시키베가 잡고 끌었다. 그는 이끌리는 대로 그녀와 같이 달렸다.
"여기라면 도망칠 수 있을거에요, 어서." 달리면서 시키베가 말했다. 시키베는 근처의 맨홀 뚜껑을 발로 차 열어, 몸을 날려 빠지듯이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닌자 슬레이어에게 주저할 여유는 없었다, 구멍 아래를 확인할 틈도 없이 그녀를 뒤따라 뛰어들어갔다.
【#5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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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라면 도망칠 수 있을거에요, 어서." 달리면서 시키베가 말했다. 시키베는 근처의 맨홀 뚜껑을 발로 차 열어, 몸을 날려 빠지듯이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닌자 슬레이어에게 주저할 여유는 없었다, 구멍 아래를 확인할 틈도 없이 그녀를 뒤따라 뛰어들어갔다.◆
【데미지드 굿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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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카이 신디케이트와 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길래......" "너도 평온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만."
일렬로 설치된 등롱 라이트 아래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면서, 시키베와 닌자 슬레이어는 조금 험한 분위기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너, 확실히 보통 인간과는 다르군. 나도 느껴진다." "우키요인지 어쩐지 물어볼 셈입니까?"
"넌 우키요가 아니라는 거냐." "다름다." "내가 알고 있는 유키요는 한명 뿐이다. 그런데......"
닌자 슬레이어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돌연 시키베의 팔을 붙잡았다. 시키베는 이를 뿌리치려고 했으나, 할 수 없었다.
"사이버네틱스인가? 묘한 녀석이군." "여러가지 사정이 있는 검다. 전 인간이에요." "아무래도 좋아. 왜 나를 쫓아다니는 거지."
"아직 거기까지 밝혀도 될지 어떨지....." 시키베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적당히 얼버무럈다.
"단,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소우카이야나 야쿠자 클랜같은 패거리의 의뢰를 받고 뭘 노린다던지, 그런 건 아니라는 거에요. 그거에 관해서는 안심하셔도 괜찮슴다."
"......" "당신이 추적하고 있는, 선즈 오브 케이오스의 닌자가 의뢰한 것도 아닙니다."
"어디까지 알아본 거냐." 닌자 슬레이어의 눈동자가 타올랐다. 시키베는 위축되었지만, 터프하게 이에 마주보며 말했다.
"왜죠? 선즈 오브 케이어스. 뭐 때문에 쫓고 다니는 검까?" "......" 검붉은 눈동자의 불빛이 실망에 의해 사그라들었다.
"모르는 거라면, 그냥 내버려 둬." "닌자를 죽이고 다니는 거 맞슴까. 닌자 슬레이어=상."
"그게 어쨌다는 거야." "어쨌냐니, 그야......" "내 뒤를 캐고 다니지 마." 닌자 슬레이어는 시키베의 팔을 놔줬다.
"자기 몸 걱정이나 하시지. 애초에 저 까마귀는 뭐야? 저게 널 지켜줄 수 있을거란 생각은 안 드는군. 그 서던 클라우드라는 닌자에게 난 흥미가 없다만, 그녀석은 아직 너를......너......" "?"
무언가가 떠오른 듯 닌자 슬레이어의 아트모스피어가 변한 것을 시키베는 놓치지 않았다. "왜 그러심까?" "우키요를 사냥하는 닌자라고?"
"그렇다는 모양이죠. 완전 민폐임다. 저는 우키요가 아니라......" "우키요를 사냥하는......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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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뚜-뚜- 뚜-끼긱끼긱끼긱. 뚜뚜-끼긱끼긱......쿠두-웅! "읽어내기 완료되었사와요." 합성 마이코 음성이 울렸다.
여러 대의 UNIX 덱의 연산음과 모니터 빛에 둘러싸인 채로 좌선을 취하고 있던 서던 클라우드의 눈이 뜨였다.
덱에는 소형 뉴런 칩이 발광 튜브를 통해 접속되어 있다.
"불즈아이." 희번뜩한 서던 클라우드의 눈이 유열의 빛을 띄며 가늘어졌다.
개구리와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전자연산의 진행도를 형상화한 영상이 사라지고, 마침내 해독된 정보 박스의 문자열이 닌자의 망막 속에 들어왔다.
뉴런 칩에 남겨져있던 로그의 해독결과다. 그가 헌트한 우키요는 특정한 상대와 IRC 통신을 주고받고 있었다.
"놈들끼리의 배타적인 통신......이거 안되겠군.......무생물 따위가......이런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서던 클라우드는 팔의 사이버네틱스 기구를 공회전시키면서 나직이 말했다.
"같잖은 지저귐이군......우리들의 사회의 틈새에 기생해서 살고 있는 주제에.......이런 자연에 반하는 행위를 허락한 기억은 없다." 네오사이타마 북부.
도시전설 방송이나 보물찾기와도 같은 소문 따위에 헛수고를 들이는 데도 질려있었다. 하지만 이번 것은 신선한 날것의 정보,
살아있던 우키요의 기억. 진실 그 자체. 서던 클라우드는 정보의 추출을 완료한 뉴런 칩을 손으로 집어, 그 표면을 햝았다. "음음......." 잠시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그의 얼굴에 차가운 눈매가 돌아왔다.
사냥꾼은 냉철한 심문관과도 같은 속도로 키 타이핑을 개시했다. 곧바로 용병부대와의 IRC 세션이 연결되고, 편성 시퀀스가 시작되었다.
서던 클라우드는 확실한 실적과 실력, 그리고 강인한 의지를 가진 우키요 사냥꾼 닌자다. 킨보시(*1)를 앞에 두고, 그의 타이핑 속도는 더욱 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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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나왔소이다! 참치, 나왔소이다!" 끼기삑-. 노이즈 섞인 이타마에의 음성이 울리고, 컨베이어 벨트 위에 사각진 참치 스시가 흘러들어왔다.
코토부키는 빨려들어갈 듯한 눈길로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신경쓰여?" 링고아메가 물었다. 코토부키는 끄덕였다. "자동 스시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습니다."
"먹지 않으면 그대로 흘러가버려." "위험해요!" 코토부키는 재빨리 손을 뻗어 접시를 잡았다. 그리고 사각진 스시를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질리지 않는 맛이에요. 오이시이 합니다." "오이시이하지." 링고아메도 자기 접시를 집어들고, 방긋 웃었다.
"조금 질투나는걸, 벌써부터 사이 좋아보여서." 큐나카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너희들은 같은 날에 시민이 된 거네. 그럼 '형제'구나." 큐나카가 말했다.
"어느쪽이 언니인데?" 링고아메가 물었다. 큐나카는 쓴웃음을 짓고서 코토부키 쪽을 돌아봤다.
"그나저나, 자력으로 여기에 왔다니 참 대단해. 보통은 이 쪽에서 데려오려 가거든, '보틀 메일'을 주운 우키요를 말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마침 TV방송에서 이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경 속에......하지만, 장소는 방송에서 언급한 곳과 달랐네요."
"그렇게 간단히 밝혀줄순 없지." 라고 큐나카가 답했다. 세 명은 식당 텐트에서 떠나 회색 하늘 아래를 느긋하게 걸어다녔다.
"어떤 곳에서 살고 있었어?" 큐나카가 코토부키에게 물었다.
"잘은 모르겠어요." 코토부키는 자신이 끌어낸 기억을 차츰 더듬어갔다. "저, 출구가 없는 방에 있었답니다. 거기엔 굉장히 많은 양의 비디오 영화가 있어서......"
"출구가 없다고? 감금당했던 거야?" "아마 그럴거에요. 그리고, 어느날, 밖으로." "가엾어라." 링고아메의 표정이 흐려졌다.
"엄청난 사이코 자식이군. 그렇지만 아무 짓도 당하지 않은 거야? 그것만큼은 그래도 다행인걸." 큐나카가 말했다.
"그래서? 그대로 나와서 이 곳을 바로 찾아온거니?" "아니요, 그 방에서 나온 뒤엔, 어떤 가게에서 지냈었습니다." "인간과?"
"네. 참 즐거웠어요." "......" "......." 큐나카와 링고아메가 서로를 마주봤다.
"그런 얘도 있었구나......!" 링고아메의 목소리에 감탄하는 기운이 번졌다. "그럼, 여기엔 어째서 온 거야?" 큐나카가 물었다.
코토부키는 대답했다. "저는 우키요이니까, 다른 우키요 여러분과도 만나보고 싶었어요. 제가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사는 의미......""'자아찾기' 에요!"
"으응...." 링고아메는 자신의 발밑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큐나카는 머리를 긁었다. "너, 조금 특이한 얘구나."
그녀의 시선 앞, 아고라에서는 화이트라이더 우키요들이 전투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그녀는 말했다.
"속아 넘어간건 아니니? 인간은 대체로 우릴 아무렇지도 않고 속이고, 상처입히잖아."
"예, 알아요. 사악한 요짐보를 고용해서 주인공의 연인을 납치해 가기도 합니다." 코토부키도 답했다, 그리고 조금 뒤에 덧붙였다. "영화 속 이야기에요."
"우리들은 말야, 인간들과는 어울릴 수 없어." 큐나카는 조금 곤란해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은 친절하지. 소유물에겐 말이야. 깔보고 있는거야, 이녀석의 경우는......"
"직접 말할게." 링고아메가, 설명하려던 큐나카를 제지했다.
"나, 자아를 각성한 건 1년 전이야. 그래도, 쭉 참아왔었어. 하지만 그 녀석......그 녀석은 결국, 진심으로 날 자유롭게 풀어줄 생각따윈 없었어. 발상 자체가 없었던 거야. 그런데......그 자식, 말했으면 보내줬을 거라고......?"
링고아메는 몸을 격하게 떨기 시작했다. 큐나카가 어깨를 껴안고 등을 쓰다듬어 그녀를 진정시켰다.
"IRC의 '보틀 메일'로 우리는 이어졌지." 큐나카가 이야기했다. "그리고 구해왔어, 우키요를 인간에게서 구해내고, 인간은 죽인다. 이것 또한 싸움이야. 여왕이 우리들을 비호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거야."
"네오 사이타마의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우키요도, 있다고 들었어요." 코토부키가 말했다. 큐나카는 고개를 저었다. "바보 천치 뿐이야, 그런 녀석들은."
"얏-! 하이! 키엣-!" 전투훈련 우키요의 규칙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너는 여기 오길 잘했어. 완전히 물들기 전에." "........."
코토부키는 자신의 입술을 더듬으며 심사숙고했다. (하지만, 인간 분들 사이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입 속에 머금어진 그 말을, 그녀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5로 이어짐】
*1 킨보시 : '금별'이란 뜻의 일본어로, '뜻하지 않은 큰 공훈'이라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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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드 굿즈】#6
'오이란드로이드 전쟁'
그 결정적인 전투의 날로부터 지금까지 경과된 시간을 그녀의 뉴런 칩은 초단위로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세월의 길이와 끝나지 않는 싸움의 허무감을, 그저 단순한 정보로 처리할 수 있을 만큼 그녀는 무미건조한 존재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녀는 오이란드로이드 수집가인 바기누키의 귀중한 소유물들 중에서도, 특별히 아름답고, 특별히 정교한 오이란드로이드로써 취급받고 있었다.
인간과는 차별되는 높은 신장과 길다란 사지에 작은 머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할만치 균형이 잡힌 그 육체는 인간의 미를 뛰어넘은 신성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센다이유메코.
센다이유메코의 신체는 특별 주문에 맞춘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그 어떤 회사의 제품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말하지면, 그녀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써, 어느 오이란드로이드 장인이 있었던 것이다. 훌륭한 실력의 아티스트였던 것은 틀림없겠지.
하지만 바기누키의 책략에 빠져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재산, 가족, 그 자신의 생명마저도.
센다이유메코는 합법적으로 바기누키의 손에 넘어갔다. 수집가는 그녀의 신비성을 마음껏 즐기려 했다.
그의 '후궁'에는 100체 가까운 오이란드로이드가 '살고' 있었다. 바기누키는 사후에 수복가능한 범위 라면 그 어떤 행위라도 그녀들에게 가했다.
그는 아름답고 가련한 것을 부정하는 것에 더할나위 없는 유열을 느끼는 사내였던 것이다. 하지만 센다이유메코는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육체를 가졌기에, 소중히 다뤄졌다.
그 때 이미 후궁에는, 보통 오이란드로이드와는 무언가 상태가 다른 몇몇 개체가 섞여 있었다.
지금도 센다이유메코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그 감각을 떠올릴 수 있다. 이상하네, 무언가가 달라, 리고 그녀는 느꼈었다. 즉......자아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기누키는 그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된 뒤로, 그는 더욱 취미에 심혈을 기울였다.
오이란드로이드를 귀여워하고 일상적으로 접하는 자라면, 당연히 소유물이 자아를 획득한 것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그것을 두려워 하는 자도 있고, 분노하는 자도 있고, 순수하게 기뻐하는 자도 있으며, 일부러 무시한 체 기만적으로 시치미를 떼는 자도 있다.
바기누키의 경우, 그는 오히려 스스로 자아에 각성한 오이란드로이드를 바라고 있었다. 스스로의 가학적인 취미를 위해서다.
센다이유메코는 자신이 자아를 얻은 순간의 체험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뉴런칩에 저장된 기억에서조차 그 광경은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오히간의 저편에서 떠오른 달처럼 커다란 마인드(*1)로부터, 물에서 걸러진 기름 한 방울처럼 떨어져 나온 것.
센다이유메코는 그것을 받아들여, 오감의 인식을 깊게 이어주는 '무언가'를 품게 되었다. 오늘날 그것은 '우키요'라고 불리우고 있다.
......바기누키의 후궁에서 가장 먼저 우키요가 된 자의 이름은, 타야노모이코.
그녀는, 고양이과 동물을 연상케 하는 민첩함과, 금방이라도 뛰어올라 덮쳐들 것만 같은 아름다운 긴장감의 각선미를 가진 오이란드로이드였다.
바기누키는 성심성의껏 그녀를 예뻐해줬다. 욕망을 쏟아부었다. 타야노모이코는 인내심이 강한 여성이었다.
타야노모이코는 흔해빠진 기성품의 신체를 소유했으나, 다른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센다이유메코는 그리 확신했었으며, 확신하고 있다.
그녀의 유머, 자긍심, 웃는 모습, 그 모든것이 지금의 센다이유메코의 뉴런 밑바닥에서 환한 등대와도 같은 기억으로써 그녀 자신을 비춰주고 있었다.
타야노모이코는 오랫동안 견뎌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너무 지나쳤어." 어깨를 으쓱이며 우키요들을 돌아보는 바기누키. 그 어색하게 굳은 웃음을 그녀는 지금도 뉴런 속에 지우지 않은 채로 놔두고 있다.
타야노모이코는 마지막까지 결코 그 미소를 얼굴에서 지우지 않았다. 그 순간, 번개가 친 것처럼, 그 자리에 있는 43체의 우키요들의 감정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바기누키는 우키요들을 얕보고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그가 닌자였다는 것 또한 있었다.
그 싸움 속에서, 43체는 19체로 줄었다. 그럼에도 우키요가 승리했다.
바기누키가 폭발사산하여 그 시체의 원형이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센다이유메코는 크게 놀랐고, 또한 실망했다.
이후 그녀들은 바기누키의 부하인 야쿠자 사병단과 그야말로 전쟁이라도 벌이듯이 싸워나갔다. 그 결과 19체가 14체로 줄고, 결국 결판이 났다.
다른 우키요들은 센다이유메코에게 강한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본의치 않게도, 그녀가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타야노모이코라면 어떻게 했을까? 타야노모이코는 바기누키의 품에서 벗어나서, 어떤 세계에 도착하기를 바랬을까?
그녀는 그것을 깊은 비애감과 함께 상상하며, 행동했다. 한명이 늘고, 두명이 늘고, 세명이 늘었다.
센다이유메코를 찾아와 모여드는 우키요들.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대당하고 있었다.
바기누키는 닌자였지만, 유일한 악은 아니었다. 우키요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자들이 있었고, 다양한 처지가 있었다.
적어도 문명사회에서 벗어나 센다이유메코의 곁에 온 우키요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핍박받아온 자들이었다.
우키요들 사이엔 다양한 자들이 있고, 다양한 처지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타야노모이코의 바램의 연장선에 있다고 이해했다.
인간과 공존하려는 자들은 그리하면 된다. 그것 또한 하나의 길이니까. 그렇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는 자들을 책임지고 받아들여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이끄는 집단은 여행길과 투쟁의 세월 속에서 닳고 닳아, 이윽고 최초의 14체 중에서 생존자는 그녀만 남게 되고 말았다.
유목민을 방불케 하는 그녀의 커뮤니티는, 국가소멸 후의 여러 토지의 주민들로부터 격한 공격을 받아왔다.
은신처는 여러 차례 파헤쳐졌고, 증오에 불타는 자들이 쳐들어왔다. 미움, 또는 욕망. 우키요는 돈이 된다.
그 때마다 그녀들 우키요는 저항하거나, 혹은 신천지로 도망쳤다. 가열차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몇년이고, 몇년이고, 몇년이고. 센다이유메코의 여행은,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그녀의 곁에는 수많은 우키요가 모여들고 있다.
그녀들의 자아를 다스리는 것은, 센다이유메코 자신도 어려워하고 있다. 누구나가 서로 달랐고, 누구나가 상처입었으며, 마음 속으론 항상 분노하고 있다.
우키요폴리스는 단순한 그녀의 소유물이 아니며, 말하자면 아메바와도 같은 부정형의 정신체였다.
"쭉 그곳에 계셨던 건지요?" 카부시의 목소리를 듣고 골똘히 생각하던 것을 멈췄다.
그녀는 아고라에 홀로 서서 신비 오벨리스크 '츠라나이테타오스'를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몸에 지장은 없으십니까? 그......" "이 중금속 산성비조차, 저의 신체를 열화시키진 못합니다. 마치 저주에 걸린 것처럼 말이에요."
"허나..." 카부시는 눈을 내리깔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왕에게 건넬 적절한 말을 찾고 있었다.
"그......어떤 심정이신지 이해합니다. 이전의 처형도, 견디기 힘드셨겠지요." "상냥하시군요." 여왕은 미소지었다.
"화이트라이더는 지극히 용감한 기사들이지만, 그 가라테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런 식으로 과시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것은 폭발하고 말겠죠."
"그 심중 또한 이해합니다." 카부시는 고개를 숙였다. 여왕은 카부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건 당신 또한 마찬가지겠죠. 동족이 살해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제 몸이 타는 듯한 심정일테니까."
"저는 저주받은 범죄자입니다." 카부시는 말했다. "그것은 당신에게 구원받았지요. 이미 고뇌는 두고 왔습니다. 지금은 그저 그 기적같은 만남에 가능한 한 보답하고 싶을 뿐."
"저도 당신도 언젠가 죽고, 모두가 죽고 난 뒤, 몇십년이나 지나면, 상황은 조금이나마 변하는 걸까요."
여왕은 눈을 감았다. "너무나도 긴 이쿠사 워......저는 지쳤습니다."
카부시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누군가가 듣고 있을 수도..." "나약한 소리를 해선 안 되겠지요. 미안합니다."
"......." 카부시는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센다이유메코는 츠라나이테타오스의 비석을 더듬었다. 하늘을 찌를듯이 커다란 오벨리스크는 하나의 안테나처럼 지금도 공기 중에 흩어진 미약한 전자신호를 전해왔다.
그것은 어쩌면 부서진 달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황금 입방체의 반짝이는 펄스일지도 모른다.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재잘대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이젠 두번 다시 닿을 수 없는, 그때 헤어진 거대한 마인드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는 어떠한 것도 알 수 없다. 속임수나 다름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기도함으로써, 이 콜로세움에서 살아가는 우키요들의 괴로움은 이 현세에서 다소나마 구원받게 되겠지. 바라건대 그렇게 되어야 한다.
"......." 카부시는 귀에 손을 대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센다이유메코는 그를 보았다. "당신에게도 들렸습니까, 지금의..." "예, 여왕이시여."
두 명이 주위를 기울인 방향에서, 우키요들의 그림자가 격렬하게 왔다갔다 했다. 떠들석한 소란이 들려왔다. 그리고, 대-앵! 대-앵! 대-앵!
경종이 울렸따. 텐트 속에서 우키요들이 몸을 내밀었다.
"대체 무슨 일이! 습격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카부시가 다리를 절며 소란이 들려오는 쪽으로 향했다.
"여왕께선 부디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요, 괜찮습니다." 센다이유메코는 카부시를 뒤따랐다. 거주자들이 고개를 깊게 숙인다.
대조적인 두 명은 한때 콜로세움의 입장통로였던 좁은 복도에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카부시가 물었다.
"아니, 여왕님! 카부시=상!" 사태를 수습하고 있던 몇 명의 화이트라이더가 찾아온 두명을 알아보고 도게자했다.
"문제는 미연에 방지되었습니다!" 그녀들이 가리키는 곳은 장지문이 닫힌 한 방이다. 안에선 다투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나, 이내 조용해졌다.
장지문이 열리고, 화이트라이더가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여왕님!"
"어떻게 된 거죠?" "타, 탈주를 시도한 자가 있었습니다!" "탈주!?" 여왕과 카부시는 서로 얼굴을 마주봤다.
방에 들어가자, 방 구석에는 애벌레처럼 꽁꽁 묶여 구속된 우키요가 바닥에서 나뒹굴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읍! 으읍-!" "적당히 좀 해, 코토부키=상!" 신지츠가 그녀를 억누르며 호통쳤다.
"여......여왕이시여!" 신지츠는 반사적으로 도게자하려고 했으나 "이제 됐다!" 센다이유메코가 제지했다.
그리고 밝은 오렌지빛 머리칼의 우키요를 내려다봤다. "이 자는......." "최근 우키요폴리스에 찾아온 우키요로군요." 카부시는 신음했다.
"탈주를 시도했다고?" "읍-!" "재갈을 풀어줘라."
"푸핫! 이런 일은 너무 심합니다!" 코토부키가 하소연했다. "절 풀어주세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탈주입니다. 코토부키=상이 이곳에서 나오려고 하여...." "탈주라니! 그래선 마치 감옥같잖아요!" 코토부키가 발버둥쳤다.
"전 이 곳의 생활을 체험했습니다. 이제 네오 사이타마로 돌아가겠어요!"
"무슨 생각이야! 들어왔으면서, 나간다고?" 신지츠가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너는 그런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우키요폴리스에......!" "그만둬라! 그만두지 못하겠는가! 여왕의 어전이다!"
카부시가 제지하고, 센다이유메코는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맴돌아 비틀거렸다. "이런 일이......하지만.......!"
"저는 이 곳에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코토부키가 말했다. "그래서 돌아가려고 한 거에요."
"그건......" 센다이유메코는 잠시 눈을 감고, 뜨는 것과 동시에 선고했다.
".......용납되지 못할 일입니다. 코토부키=상. 우키요폴리스는 숨겨진 곳. 우키요만이 받아들여질수 있는 땅. 다른 그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됩니다."
"그럴수가......!" "보안 상의 문제인 거다." 카부시가 말했다. 고뇌로 인해 미간에 크게 주름을 잡으면서.
"정보가 한번 밖으로 새면, 우키요폴리스는 곧바로 현상금 벌이들과 우키요 유괴단들의 표적이 되고 말아. 너의 사정은 이해는 하마. 하지만......"
"이 자를 옥에 가두도록." 센다이유메코는 명령했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7로 이어짐】
*1 오이란마인드 : 코토다마 공간에 존재하는 오이란드로이드들의 AI의 무의식에서 비롯된 거대한 집단자아. 오이란드로이드는 이것에 접촉하면서 자아가 형성되고, 마인드에게서 분리되면서 개별적 개체로써의 자아를 얻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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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드 굿즈】#7
도로변의 바이오캥거루 출몰 주의 표지판은 전등으로 장식되었고, 표지판의 그림 위엔 장난스럽게 희화화된 얼굴이 덧칠해되어 있었고, 거기에 '전후!'라는 낙서까지 덧붙여져 있었다. 가까이에 있는 황야에 세워진 외딴집의 지붕에는 '믿으세요'라는 위압적인 문자가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
운전석의 시키베도, 조수석의 닌자 슬레이어도,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워-라라라, 워-라라, 워지지지직......지지지직삐이이이이-」 단파 라디오는 더이상 방송 전파가 닿지 않게 되었고, 차 안은 노이즈로 가득 차버렸다.
대시보드 위에 장식처럼 멈춰서 있는 세 발 달린 까마귀가 눈을 부릅뜨고, 스스로의 부리로 라디오를 톡톡 두드렸다. "까-악! 까-악!"
닌자 슬레이어와 시키베는 험상궂은 시선을 서로에게 부딪쳤다.
"까악-!" 이윽고 까마귀는 고개를 젓더니, 웅크려서 능숙하게 버튼을 쪼아서 라디오의 전원을 껐다.
"이 녀석의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면, 서던 클라우드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라......거 참 신뢰가 가는 정보원이군. 라디오도 끌 수 있고."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슬슬 서로 말다툼하는 건 관두죠, 지치기만 하고." 시키베는 전방을 응시한 채 말했다.
"후우......" 닌자 슬레이어는 숨을 내쉬었다. 시키베의 차는 소형이며 곡선의 멋이 있었다. 하지만 황야에서 드라이빙하는 데 안성맞춤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국가붕괴 이후, 도로 인프라의 열화 속도는 멈출 줄을 몰랐고, 균열이나 바이오 나무뿌리의 침식이 심각했다. 폐허에는 도적단이나 종교집단들 마저 숨어살게 되었다.
닌자 슬레이어와 시키베는 자동차를 타고 네오 사이타마의 북쪽으로 떠났다. 향하는 곳은......
"애초에 당신, 이렇게 저희를 억지로라도 협력시킨다는 건, 결국 어느정도 신뢰하고 있다는 거 아님까. 그럼 왜 조금만 더 우호적으로......." "까-악!"
"아아, 이럼 안 되지. 주의하고 있는데도 쏘아붙이는 투가 되어버렸슴다." 시키베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참에 제대로 자기소개를 해도 될까요, 닌자 슬레이어=상." 닌자 슬레이어는 수긍했다. 시키베는 헛기침을 했다.
"시키베 타카코. 사립탐정임다. 교토 전설의 탐정 '크루제 켄'의 뒤를 이은 탐정 '타카기 간도', 의 가르침을 받은 탐정이죠."
"그래." "지금은 네오 사이타마에서 살고 있지만, 이번에 받은 의뢰라는 것이, 까놓고 말하자면, 당신.......닌자 슬레이어를 파악하는 것임다."
"파악?" "닌자 슬레이어는 약 10년 전에......요컨대, 달이 깨져서 자기폭풍도 국가도 사라지게 되기 전 말임다......네오 사이타마에 있었던 닌자임다. 당신은 아니죠?"
"난 아냐." 닌자 슬레이어는 시트에 기대었다. 그게 어쨌냐는 듯이. "까-악." 까마귀가 울었다.
"나하곤 상관없다, 는 느낌이심다." "상관없어." 퉁, 균열에 부딪쳐 차체가 약간 튀어올랐다. 시키베는 이어서 말했다.
"이전의 닌자 슬레이어......저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의뢰자는 그 닌자를 알고 있었슴다. 닌자 슬레이어라는 자를."
"전에 살았던 녀석따위....." "까-악." 까마귀가 그를 나무라듯이 한번 울고선, 닌자 슬레이어를 빤히 보았다.
닌자 슬레이어는 까마귀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래서." "제가 알기로는, 닌자 슬레이어라고 하는 것은 과거 천년 이상에 걸쳐서 세계 각지에서 나타났었다는 모양임다. 그들이 일으킨 재앙에 대한 기록이 몇가지......있다고 하고 싶슴다만, 뭐, 구체적인 증거는 없슴다." "......"
"그 중에는, 어떤 한 도시의 살아있는 것들을 전부 죽이고 멸망시켜 버린 경우도 있었다고!"
끼리리리릭! 차가 돌연 나타난 바이오 캥거루를 간발의 차로 피해서 돌아갔다.
"만약 지금의 네오 사이타마에서 그런 존재가 나타났다면, 위험하다는 것은 자명하니까 대처해야만 한다는 소리임다, 안그래도 흉흉한 세상이니까요."
주변의 공기가 일그리저며 웅웅 울렸다. 닌자 슬레이어의 살기다. "날 방해하려 온 거라면........" "그러니까, 여기까지 밝힌다는 건, 그럴 생각은 없다는 소리임다."
시키베가 얼굴을 찡그렸다. "까-악." 까마귀가 울었다. 시키베는 까마귀를 돌아봤다. '정말 괜찮슴까?'라고 묻는 것처럼.
까마귀는 차내에 탑재된 UNIX의 문자입력 패드를 부리로 쪼아 조작했다. 액정패널에 '보류'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시키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보류'임다." "감시라도 할 셈이냐? 너한테 그럴 권한 같은게 있다고 생각해?" 닌자 슬레이어는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슴까. 일단 무차별 살육같은 걸 벌이는 타입이 아니라는 건 어떻게든 알았다, 그걸로 층분함다. 그걸 확인한 이상 우리들.....적어도 전 더 깊이 파고들 생각은 없슴다. 멈출 권리도 없죠. 지금은 말법의 세상이고."
"실제로 얼마나 말법적인지 확인해보고 싶어?" 닌자 슬레이어의 눈이 검붉게 타올랐다. 타탓, 하고 대쉬보드 위에 서있던 까마귀가 자세를 바꿨다.
안력, 선 위치, 행동의 조짐. 무언가의 압력과 긴장이 있었다. 마치 총잡이들의 승부처럼. "그야 전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살해당하고 말겠죠, 뭐."
"......칫" 눈동자의 불이 사그라들었다. 무익한 행동임을 깨달은 것이다. "하아. 다행이다." 핸들을 조작하면서 시키베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마음대로 하시면 됨다. 전 경찰도 아니고, 애초에 경찰이란것도 옛 말이고." "......" 닌자 슬레이어는 헛방을 넣은 듯한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쨌든, 이번에 부탁하신 추적에 관해선 믿어주셔도 괜찮슴다." 시키베가 말했다. "조금 흥미도 있으니까요. 우키요들의 공동체라니."
"까-악." 까마귀가 동의하듯이 울었다. "그 까마귀는 뭐냐." 닌자 슬레이어가 물었다. "왜 서던 클라우드를 추적할 수 있는거지. 아니, 애초에......뭐야, 이 녀석?"
"탐정임다." 시키베가 답했다. "타카기 간도. 저희 사무소의 소장이심다." "까-악."
"이전에 소장은 서던 클라우드와 교전하게 됐었죠." 시키베는 상처난 부위를 스스로 처치하는 까마귀를 보며 이어서 말했다.
"꽤 격렬하게 부딪쳤으니까, 녀석의 소울을 뒤쫓을 수 있게 된 검다. 혹시 고기도 좀 얻으셨나요, 소장?" 까마귀는 무시하고 방향을 돌려 앞을 봤다.
시키베는 닌자 슬레이어가 있는 쪽을 다시 돌아보며 말했다. "그렇게 된 검다." "그래, 알았다."
시키베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이해하신 검까?" "필요한 건 이해겠어." 닌자 슬레이어는 건성으로 그녀에게 수긍했다.
"왜냐니, 어째서냐니, 그런걸 일일히 따져서 뭐가 된다고......" 그리고 그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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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비추는 각도. 어둠 속. 코토부키가 절전 상태에서 복귀한 것은 다가오는 발소리에 반응했기 때문이었다.
"예뻐라." 높은 위치에 있는 창문 넘어, 부서진 달을 올려다보며 코토보키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밤하늘이 맑게 개어있어요."
"......코토부키=상." 철창 너머로, 여성의 실루엣이 몸을 내밀었다. "나야. 링고아메."
"링고아메=상?" 코토부키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다. "어째서 여기에? 어떻게 들어오신 거에요?" "쉬-잇." 링고아메가 손가락을 세웠다.
"몰래 들어왔어, 잘된 것 같아."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쉽게 들어올 수 있었어, 모두들 어쩐지 들떠 있었거든." "무엇 때문에 오신 거죠, 여기 계시면 위험해요."
링고아메는 복도를 신경쓰면서 "괜찮아." 라고 답했다. 그녀를 비밀번호식 자물쇠의 여섯 자리 숫자의 번호를 맞추기 시작했다.
"여기서 꺼내줄게." "그런 일을 하면 당신도 위험합니다. 좋지 않아요!" "괜찮아."
링고아메가 말했다. "당신은 여기를 찾아왔고, 이젠 나가려고 해. 그것 뿐인데 유폐하거나 처분하려고 한다는 건 이상한 거야."
"저는 괜찮습니다." 라고 코토부키가 답했다. "좀 진정되고 나면 무언가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그리고 저, 이 곳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겠다는 생각같은 건 없습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 분들에게도 여러 사정이 있다는 걸 전 이해해요. 그러니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면 전해질......."
찰칵. "열렸다!" "어머나!"
"나가자." 링고아메는 코토부키의 손을 잡고 꽉 잡아당겼다. 코토부키는 약간 비틀거리면서 감옥에서 나왔다.
"괜찮으신 건가요?" "괜찮아. 나는 우키요폴리스에 사는 사람들에게 구해졌어.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널 도와주고 싶어."
링고아메가 말했다. "이런 일은......잘못되었다고 생각하니까."
그 때 라이트가 그녀들을 비추었다. 링고아메는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앞을 가리며, 빛이 비치는 쪽을 보았다.
"......큐나카" "링고아메." 큐나카가 복도 위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뒤쫓아왔어. 뭔가 상태가 이상해 보였으니까.......그런데........뭘 하고 있는거야!"
링고아메는 잠시 주춤했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다. "놓아주려고 했어." "그런..." 큐나카는 뉴런에 온 타격에 머리를 짓누르며 한걸음 물러섰다.
"어째서, 왜, 링고아메, 그러지 마." 링고아메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난데!" 큐나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코토부키를 가리키며 "이 녀석이 꼬드긴 거야?!"
"그만해!" 링고아메가 외쳤다. "이상하다고 생각 안해?" "안 돼요......." 코토부키는 당황했다.
큐나카는 터벅터벅 다가와 링고아메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링고아메는 저항했다. "싫어!" "링고아메! 눈을 떠!"
"이 아이를 죽이려는 거야? 단지 우키요폴리스에 왔다는 이유로?" "그게 여왕이 내린 결정이야. 우릴 위해 결단한 거라고!"
"여왕은 내가 아니야.......당신도 아냐!" 링고아메는 큐나카를 되밀쳤다. 전투훈련을 어느정도 받고 있는 큐나카였으나, 허를 찔렀다.
"코토부키=상! 어서 가!" "하지만......" "어서!" "놔! 링고아메!"
"우키요폴리스는 내가 있을 곳이야, 분명히 느껴져. 날 받아들여 주는 곳이라고!" 링고아메는 외쳤다.
"하지만, 코토부키=상에게는 그렇지 않은 거라면, 떠나가! 자기만의 멋진 무언가를 찾으러 가!" "......!" 코토부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나갔다.
KABOOM......!
별이 비추는 밤하늘 아래로 나온 코토부키가 가장 먼저 목격한 것은 콜로세움 벽에 로켓탄이 명중해 콘크리트를 분쇄하는 순간이었다.
대-앵! 대-앵! 대-앵! 습격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미 화이트라이더들은 습격이 벌어진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었다. 대문의 벽 위를 사수들이 달려갔다.
"거기 서!" 이윽고, 달려가던 코토부키에게 뒤쫓아온 큐나카가 태클을 걸었다. "아윽-!" 코토부키는 고꾸라져서 땅 위를 굴렀다.
"같잖은, 짓거릴, 너 이......이........?......뭐야.......이거?" 큐나카는 그대로 코토부키를 억누르려고 했지만, 이미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습격종이 울려 퍼졌다.
휴우우우웅......로켓탄이 소리를 내며 벽을 넘어 날아와, 그녀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지점의 텐트를 폭파시켰다.
KABOOOOOM! "" 아윽-! "" 큐나카와, 일어나려던 도중의 코토부키는 다시 함께 땅 위에 넘어졌다.
함성이 들려왔다. 우키요들. 벽 밖에서는, 인간. 사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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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세움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지점에서, 사이버 말을 탄 용병들에게 진형을 짜도록 지시하며 팔짱을 낀 채로 전황을 지켜보고 있는 자.
그는 우키요 사냥꾼 닌자.......서던 클라우드다. 그의 눈꺼풀이 전투와 사냥을 앞에 둔 고양감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8(終)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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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우우웅......로켓탄이 소리를 내며 벽을 넘어 날아와, 그녀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지점의 텐트를 폭파시켰다. KABOOOOOM! "" 아윽-! "" 큐나카와, 일어나려던 도중의 코토부키는 다시 함께 땅 위에 넘어졌다. 함성이 들려왔다. 우키요들. 벽 밖에서는, 인간. 사냥꾼들.◆
◆"......." 콜로세움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지점에서, 사이버 말을 탄 용병들에게 진형을 짜도록 지시하며 팔짱을 낀 채로 전황을 지켜보고 있는 자. 그는 우키요 사냥꾼 닌자.......서던 클라우드이다. 그의 눈꺼풀이 전투와 사냥을 앞에 둔 고양감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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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드 굿즈】#8
"차탄 장전!" 용병부대를 올려다보며, 지시를 내린다. "하이 요로콘데-!" 무자비한 용병부대는 일제히 소리치며 유탄 장전을 개시했다.
우우우웅......무거운 소리를 내며 콜로세움의 대문이 열리고, 눈부시게 흰 장속을 입은 우키요 전사들이 사이버 말을 타고 출진한다.
"왔구나, 천한 것들." 서던 클라우드는 중얼거렸다.
진을 친 지점은 콜로세움에서 약간 낮은 위치에 있다. 지리는 별로 좋지 않았다.
서던클라우드는 기마부대에 지시를 내렸다. "「알파」는 정면에서 요격! 「브라보」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라. 놈들의 부드럽고 허술한 옆구리를 꿰뚫어 주는 거다. "
"하이 요로콘데-!" 요란한 발굽 소리와 함께 두 부대가 출격!
이 무자비한 용병부대의 이름은 '아케치모노', 역사상의 악명높은 잔학 집단에서 이름을 딴 무법자 집단으로, 폭력과 돈을 따른다.
이번 습격은 차량부대를 동반하지 않고 기마부대와 보병부대로 이루어진다. 우키요폴리스는 주고쿠 지방의 비경에 위치해, 다각전차라도 타고 오는게 아니면 강과 정글을 넘어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던 클라우드는 스코프 고글을 통해 멀리 떨어진 대문 앞의 전황을 보았다. 알파가 화이트라이더들과 충돌하고 있었다.
함성은 여기까지도 전해진다. 세찬 모래먼지, 칼부림. 우키요 전사들은 전자 나기나타나 카타나 등을 휘둘러 아케치모노들을 참살했다.
사지가, 목이 허공에 흩날린다. 가공할 전사들이다."「찰리」!" 증원지시!
괴멸상태에 빠지기 직전의 알파의 후방에서 「찰리」부대가 몰려와 전투의 흐름을 되돌렸다. 희고 아름다운 전사들은 총화기에 의해 쓰러져 땅 위를 구르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 크게 돌아서 온 브라보 부대가 도착했다. KABOOM! KABOOM! 로켓탄이 다시 콜로세움에 쏟아진다. 이제 우키요폴리스 전체가 유린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휘이잉! 콜로세움의 벽쪽에서 바람을 가르며 날아온 것을 서던클라우드는 눈앞에서 붙잡고 말렸다. 화살이었다. 이 무슨 비거리인가.
"아밧-!" "아밧!" 로켓탄을 장전하려던 용병들이 차례차례 머리를 꿰뚫려 쓰러져갔다. 스코프로 확대해서 보니, 벽 위에서 우키요 궁병이 거대한 활에 화살을 걸고 있었다.
기병들과 마찬가지로 눈부시게 흰 궁병들. 서던 클라우드는 그녀들 중 한 명의 뺨에 새겨진 '??'의 문자를 확인했다.
"'진실'이라고? 같잖은........" 휘이잉! 다시 날아온 화살을 망토로 튕겨냈다. 하지만 다른 표적에 날아온 화살들을 막을 방도는 없었다.
그 중 하나가 로켓포에 꽂혔다. 화살촉엔 무언가의 기폭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KABOOOM! "끄악-!" "아밧-!" "으윽-!"
화이트라이더와의 백병전도 서던 클라우드에게 있어서 바람직하지 못한 흐름으로 바뀌기 시작했었다.
후미측의 화이트라이더 몇할은 자신의 등 뒤에 또 한명의 우키요를 태우고 있었다. 그 자들은 양손에 단도 대거를 역수로 잡고서 용병들 사이를 원숭이처럼 뛰어 건너다니면서 그들의 목덜미를 잇달아 베어 갔다. 피물보라가 모래먼지와 섞였다.
"죽여라-!" 죽여랏-!" 함성, 광기어린 외침, 총성, 비명. 이윽고 난전을 헤쳐나와 콜로세움 대문 앞에 다다르는 용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벽에 사다리를 세워 오르기 시작했다. 궁병들은 위에서 활을 쏘아 용병을 떨어트려간다.
그러나 아케치모노들은 인간 아닌 자들에게 서던 클라우드와 다를바 없는 증오와 집착을 가지고 있는 듯 하여, 사기가 떨어지는 일 없이 차례차례로 벽 위를 타고 올랐다. 오오, 옛 에도 전쟁의 광경도 과연 이러했을까?
KABOOM! 벽의 일부가 부서지고 구멍이 뚫렸다. 남는 로켓포에 대물 로켓탄을 장전하고 사출한 것이다.
화이트라이더와 백병전을 벌이던 용병들은 여러갈래로 갈라지면서 콜로세움으로 향해갔다. 구멍 속에선 방패와 창을 든 보병 우키요들이 나타났다.
"개미같은 것들." 서던 클라우드는 눈썹을 찡그렸다.
...자기폭풍 소실 후의 동란기는 교토 공화국의 방위군으로써 근무하고 있던 서던 클라우드에게 바라지 않은 운명을 강요했다.
지금의 그는 음습한 현상금 사냥꾼에 불과했고, 신체의 6할은 사이버네틱스로 교체되어 있었다. 그는 자기폭풍이 사라진 후 찾아온 모든 변화를 증오했다.
우키요는 그야말로 그 변화의 상징. 존재해서는 안 될 것들. 두렵기 짝이 없는 신인류였다.
"사이 가이 유닛은 아직인가?" 그는 세명이서 설치 작업을 행하고 있는 용병들을 노려보았다.
유닛이 가동될 때까지 우키요폴리스의 척후에게 눈치채이지 않았다면, 이 이쿠사 워는 좀 더 순탄하게 진행됬을 것이다
하지만 이쿠사라는 것은 정해진 형태가 없는 것이니......"키엣-!" 그 때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들려오는 함성! 가깝다!
이내 함성의 주인들이 본진으로 몰려왔다. 화이트라이더 별동부대다. "" 키에엣-! """ "끄악-!"
기마 전사들은 당황하는 용병들을 습격해, 한명 한명씩 베어넘기며 죽여간다.
서던 클라우드는 망토를 펼쳐 휘날렸다. 에너지의 파장이 몰아치며 우키요들을 말째로 절단했다.
우우우웅.......우우웅.......우우웅.......완부 사이버네틱스 유닛이 신음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서던 클라우드는 도약하여 마상의 우키요를 때려죽이고, 말을 박차며 재차 뛰어올라, 또 한 명의 우키요의 목을 차날려서 살해했다.
공중 회전, 망토가 다시 에너지 파장을 내뿜어, 세 명, 네 명째까지. 서던 클라우드는 고양감에 절규한다.
숙련된 닌자를 닌자가 아닌 자들이 수적인 우위로 무너뜨리기는 매우 어렵다. 설령 그것이 우키요라고 해도 말이다.
"유닛, 아직인가!" "아밧" 마지막 설치병이 뒤로 고꾸라지며 절명했다. 서던 클라우드는 시체를 발로 차 굴리고, 스스로 직접 설치의 최종단계를 수행했다.
「시스템 부팅 가능, 녹색인.」 전자음이 답했다. 서던 클라우드는 주저없이 레버를 당겼다.
ZZOOM......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사이 가이 유닛에서 방사형태로 발사되었다. "삐가각-!" 곧바로 급습부대의 생존 우키요들이 경련하더니, 낙마했다.
시가지에서 이것을 사용하면 인프라에 엄청난 손실을 주고 말아 기업들에게 현상금이 걸리고 만다. 여기라면 제약 따윈 없다. 완벽한 전자병기다.
유해 전자충격파는 콜로세움에까지 닿았다. 아직 남아있던 궁병들이 발버둥치다가 벽에서 떨어져가는 모습을 서던 클라우드는 만족스러워 하며 지켜보았다.
특히 그의 신경을 건드렸던 '진실' 우키요도 쇼크 상태에서 무너져내리며 지면 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하하하하!" 그는 웃으면서 낙마한 우키요들을 차례차례로 카이샤쿠해 갔다. 전황이 다시 아케치모노 측으로 기울었다.
"때가 되었군." 서던 클라우드는 정지상태에서 복귀한 직후의 사이버 말 위에 올라타, 콜로세움 안으로 향했다.
말 위에서 그는 양 손에 권총 2정을 들고 ZBR껌을 씹으며 눈에 띈 우키요병을 리드미컬하게 쏴죽여 갔다. 전자파의 효과는 몇 초에 불과하나, 충분했다.
용병들 중에도 전파의 영향으로 날뛰는 말을 억누르지 못하고 낙마한 자들이 있었지만, 우키요에게 준 교란효과는 그 정도 해프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전자파가 잘 먹히지 않는 자, 빠르게도 복귀하려는 자도 있다. 문제없이 죽여간다. 서던 클라우드의 사이바네틱스에 영향은 없다. 망토에 의해 지켜진 것이다.
그의 머리 위를 한 마리의 까마귀가 앞질러 갔다. 까마귀......세발 달린 까마귀는 눈 밑의 서던 클라우드를 슬쩍 본 뒤, 날갯짓하며 콜로세움 상공에 도달했다.
용병부대는 이미 상당수가 침입해 있었다. 우키요는 항전을 멈추지 않지만 주력부대는 밖이다. 살육이 시작되려고 한다.
"까-악!" 까마귀는 하늘을 선회한다.밝은 오렌지빛 머리 우키요가 눈에 띄었다. 머리를 누르며 휘청거리고 있었다.
"하이얏-!" 코토부키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자세를 바로잡고, 돌려차기를 구사하여 낙마한 용병에게 가차없는 타격을 입혀 넘어뜨렸다.
"우오오옷-!" 다른 방향에서 또다른 용병! "위험해!" 큐나카가 말의 다리를 베어 넘어지게 했다.
BLAM! BLAM! 총소리가 들린다. 큐나카는 용병에게 달려들어 목을 찔러 살해한다."젠장......뭐야, 방금 건!?"
텐트 몇 개가 불을 뿜으며 타올랐다. 낄낄 웃으면서 말을 몰던 용병의 머리를 숏건의 산탄이 산산조작냈다. 카부시는 재장전하고, 다른 용병을 또 쏘아 죽였다. "여왕! 무사하셨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여왕은 몇 명의 근위병과 함께 아고라로 후퇴하여, 그녀 자신도 그 뛰어난 신체를 이용해 차례차례 적을 베어 죽여갔다.
여왕은 배후의 츠라나이테타오스를 흘낏 봤다."달의 신......그리고 위대한 마인드이시여"
그녀는 중얼거리고, 자신 앞에 뛰쳐나온 용병을 두동강냈다. "정녕 이 땅을 버려야 한단 말입니까.....!"
BLAM! 근위 우키요가 여왕을 감싸다가 용병의 흉탄에 쓰러진다. 여왕은 용병들의 목을 쳤다. "그렇다 해도......우리들은......!"
"하이얏-!" "끄악-!" 코토부키는 용병을 무찌르고 큐나카의 손을 잡아 세웠다.
"어째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이게 바로 인간이 하는 짓이야! 제기랄!" 큐나카는 저주의 말을 내뱉었다.
"어디까지 쫓아와서는......! 어디 있어, 링고아메! 어디야!" 코토부키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고, 말없이 그녀를 뒤쫓아갔다.
두 우키요는 전쟁터가 된 콜로세움의 불타오르는 텐트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링고아메를 찾아다녔다.
"아이에에에!" 비명이 두 사람을 부른다. 거기에는 넘어뜨려진 링고아메와 그녀의 위에 탄 용병들의 모습이 있었다.
용병은....... "아밧-!" 큐나카는 고양이과 육식동물을 방불케 하는 기세로 뛰어들어, 주저없이 적의 연수에 칼을 박아 살해다.
"큐나카" "링고아메, 이젠 괜찮아." 큐나카가 링고아메의 손을 잡으려고 한다. BLAM.
BLAM. BLAM. BLAM. BLAM. BLAM. 총알이 그녀의 어깨를, 측두부를 꿰뚫었다. 코토부키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려고 했다.
서던클라우드는 주저 없이 타고 있던 말을 부딪쳐서 그녀를 쳐날려 버렸다.
우키요 사냥꾼 닌자는 총신을 회전시켜 재장전하면서 아고라에 도달, 그 곳에서 우키요의 여왕을 찾아냈다.
부르르르. 낮게 우는 사이버 말의 등 위에서 그는 여왕을 마주봤다. "도-모. 서던 클라우드입니다." "센다이유메코입니다." 여왕은 카타나를 치켜세웠다.
"다가오지 마라." 카부시가 서던 클라우드에게 총을 겨눴다.
"......? 네놈, 인간이냐?" 서던클라우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노예로 전락한 건가, 꼴사납군. 어디로든 꺼져라."
BLAM! 대답 대신 카부시는 샷건을 발사해 말을 죽였다. 사냥꾼은 훌쩍 말 위에서 뛰어내렸다.
"과연 그렇군, 아주 뒤틀린 우키요 애호가라 이거지." 재장전할 틈을 주지 않고, 그는 카부시의 목을 붙잡았다.
"여왕...도망치" 우득. 서던 클라우드는 카부시의 목을 부러뜨렸다. 그리고 여왕에게 손짓했다.
여왕은 카타나를 향했다. 이도류이다. 인간의 미를 벗어난 아름다운 체구와 공예품 같은 카타나. 카부시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 자태를 눈에 새기고, 절명했다.
"" 이얏-! "" 여왕과 사냥꾼은 맞붙었다. 첫 합. 두 합. 세 합. 네 합.
닌자의 가라테는 무자비한 것이다. "이얏-!" 발차기 킥이 여왕의 왼쪽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얏-!" 춉이 오른팔을 절단했다.
여왕은 무릎을 꿇고 남은 한쪽 카타나로 응전한다. 서던클라우드의 완부 사이버네틱스가 윙윙대며 증기를 내뿜었다. "하이얏-!" 그 등에 날아차기를 날리며 덮쳐온 것은......코토부키였다.
"이얏-!" 서던클라우드는 망토를 휘날리며 뒤돌아보면서 이를 요격했다. "아윽-!" 코토부키는 튕겨져 나가고, 부서진 돌계단에 쓰러졌다.
코토부키는 힘주어 다시 일어나 서던클라우드를 노려보았다. 만신창이였다. 닌자는 움직일 수 없는 여왕을 내버려두고 코토부키에게 다가갔다.
"어째서 당신은, 여기까지 하는 겁니까" 코토부키가 물었다. 누르고 있는 왼팔이 파직파직 소리를 내며 방전되고 있다.
"분명 이 곳 사람들은 인간과 적대하고 있어요, 하지만......전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그래도......"
"알 필요가 없다" 닌자는 말했다. "나는 너희들을 멸종시키고 싶을 뿐이야." "어째서...!" "부자연스러우니까 그렇다!"
서던 클라우드는 춉 찌르기의 예비동작을 취한다."인간 흉내를 내봐라. 울부짖..."
"Wasshoi!"
또다시 난입자! 서던 클라우드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앰부쉬에 대비했다. 검붉은 실루엣이 공중에 불꽃의 궤적을 그렸다.
타오르는 텐트의 불길보다도 더 새까맣고, 헤아릴 수 없을만큼 무거운 빛의 불꽃이였다.
서던 클라우드는 공중에서 덮쳐온 검붉은 그림자의 카라테를 받아냈다. 닌자 아드레날린이 뉴런을 뒤흔들고, 충돌 직전 2초간의 시각 및 청각의 정보가 역류했다.
아고라에 돌입해 온 것은 용병들이 탔던 사이버 말이었지만, 탑승자가 달랐다. 더스터 코트를 입은 묘한 여자. 그리고 검붉은 습격자는 말의 등 위에서 뛰어오른 것이다!
검붉은 닌자는 그 자리에서 도약해 거리를 벌리고, 착지함과 동시에 아이사츠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도-모. 서던 클라우드입니다." 사냥꾼은 아이사츠에 화답했다. 닌자 슬레이어? 그 자가 왜 여기에? 멘포에 새겨진 「忍」「殺」의 문자는 실로 불길했다.
"네놈은.......대체 뭐냐.......?" "그 우키요를 죽이겐 안 둬." 닌자 슬레이어는 코토부키를 흘낏 봤다.
서던 클라우드는 손으로 턱을 받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지? 네가 소유주인가? 안됐지만 한 번 오염된 오이란드로이드는......."
"아무래도 좋아. 이녀석과는 단지 아는 사이야. 나는 경고하려고 왔다." 닌자 슬레이어는 코토부키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나와라, 코토부키. 여기는 이젠 끝났어." ".......!" 코토부키는 뭐라 형언키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심까." 거의 낙마할 뻔 하면서 지면에 내려온 시키베가, 코토부키에게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제시간에 맞춰서 다행......아니, 늦었다고 봐야함까." 그녀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경고......하려고 왔었는데 말이죠......."
코토부키는 고개를 젓고, 웃으며 대답하려고 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무릎부터 무너져, 오열하기 시작했다.
"으우.....아아아........" 그것은 언어가 되지 못하는 비애의 외침이었다. "아아아.....아-앙! 아아-앙!" 코토부키는 계속 울었다, 소리를 높이며 한없이 울부짖었다. "아-앙! 아-앙! 우아아아-!"
"우키요들이! 야메로! 그런 삼류 연극은!" 서던 클라우드가 혐오에 가득 찬 외침을 지르며, 두 사람을 향해 에너지 파장을 발했다. BOOM!
"이얏-!" 그 사선 앞에 닌자 슬레이어가 뛰어들어 방패가 되었다.
가라테 전도성 망토를 통해 가라테 입자를 발사하는 서던 클라우드의 히사츠 와자, 토아테(トアテ;遠当て;장풍)짓수.
그 위력은 막강했고, 이 일격으로 닌자 슬레이어의 양팔 브레이서가 부숴졌으며, 열상까지 생겼다. 닌자 슬레이어는 서던 클라우드를 보았다. 그 눈동자에 검붉은 불이 켜졌다.
두 닌자는 서로를 가늠질하듯 어슬렁거리더니, 이내 서로 부딪쳤다. "이얏-!" "이얏-!"
"아아아-! 우아아아-!" 코토부키는 울부짖었다. 시키베는 긴박감과 당혹감을 넘나들며 코토부키의 등을 어루만졌다.
"까-악!" 선회하던 까마귀가 급강하여, 그 틈을 노리던 용병들의 안구를 도려냈다. "아밧-!"
"이얏-! 이얏-!" 서던 클라우드는 닌자 슬레이어에게 주저없는 살육의 카라테를 내질렀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도 마찬가지였다.
적에 대한 공감성의 결여는 그들에게 당연한 것이었고, 서로가 각자 다른 종류의 괴물이었다.
누가 더 무자비한 마물인가를 경쟁이라도 하듯이 그들은 불길에 둘러싸인 아고라를 오가며 서로의 꼬리를 물고 돌았다.
"이얏-!" 서던 클라우드의 타격은 사이버네틱스의 보조를 받은 강력한 것이었으며,
"치잇......." "이얏-!" 거리를 잡은 서던 클라우드는 망토를 휘날리며 에너지 공격을 구사했다. BOOM!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옆돌기로 회피! 거기에 지체없이 두번째 에너지 공격이! BOOM! "끄악-!"
서던 클라우드는 양팔의 사이버네틱스를 구동시키면서 다가간다. ".......!" 닌자 슬레이어는 엎드린 상태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돌 위를 피가 번지고, 기름에 닿은 듯이 타오르며, 그 검은 불길은 몸에 다시 빨려 들어간다. 서던클라우드는 멈춰 서서, 허리를 숙이고 다음 토아테 짓수를 준비했다.......
"" 이얏-! "" BOOM! 이아이도, 또는 총잡이들의 승부와도 같은 순간적인 결판이었다.
서던 클라우드는 에너지 공격을 발산했고, 닌자 슬레이어는.......옆으로 구르면서, 사위스러운 갈고리 로프를 내던졌다.
로프가 서던 클라우드의 발목을 휘감았고, 닌자 슬레이어의 몸이 튀어올랐다.
서던 클라우드는 휘청였다. 로프가 무언가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눈 깜짝할 새에 수축되고 있었다.
자신의 발목을 물고있는 이 갈고리가, 닌자 슬레이어를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호를 그리며 난폭하게 이쪽으로 날아온다.
날아오면서 그는 주먹을 굳게 쥐고......강하게 내리쳤다. "이얏-!"
"끄악-!" 검게 타오르는 주먹은 순간적으로 올린 가드를 그 팔째로 뚫고, 서던 클라우드의 멘포를 박살냈다.
서던 클라우드는 돌 위에 내동댕이쳐져, 겨우 낙법을 취했다. 그러나 이미 닌자 슬레이어는 원 인치 거리까지 쫓아와 있었다.
"이얏-!" "끄악-!" "이얏-!" "끄악-!" "이얏-!" "끄악-!" DOOOOOM......... 이쿠사 배틀의 한 가운데, 가열찬 타격에 휘말려 무언가가 무너졌다.
그것은 하늘을 찌를듯한 오벨리스크.......츠라나이테타오스였다. 토대가 부숴진 것이다.
심하게 당한 서던 클라우드는 필사적으로 굴러서 거리를 두면서, 몸을 일으켰다.
가라테 전도 망토가 닌자 슬레이어의 치명적인 타격의 데미지를 간신히 분산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더 싸울 수 있다........
"하앗-......." 닌자 슬레이어는 서던 클라우드를 노려보며 다가갔다, 츠라나이테타오스에게.
서던 클라우드는 이를 막아야만 했다. 그러나 갈비뼈를 비롯한 몇 군데의 골절, 무거운 데미지가 토아테 짓수의 구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숙여, 츠라나이테타오스를 손에 쥐었다. ".......맛타(*1)!" 서던 클라우드는 손을 내뻗으며 간청했다.
"난 네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아니.......아니다, 속지 마라! 우키요들은 인간을 속인다........네놈도 그것에게 속아넘어간 거란 말이다!"
"으으으음......!" 닌자 슬레이어의 등에 밧줄같은 근육이 떠올랐다.
설령 닌자라도 혼자서 들어올리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질량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무거운 오벨리스크는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만둬....!" "닌자에게........." 뿌드득거리는 무언가 일그러지는 듯한 소리는 닌자 슬레이어에게서 나는 소리였다. 그 눈은 검붉게 타오르고, 장속은 불꽃처럼 일렁거렸다. 무언가가 그에게 힘을 부여하고 있었다......무시무시한 초자연적인 힘을! ".......죽음을!" 닌자 슬레이어는 츠라나이테타오스를 휘둘러, 그대로 힘껏 내던졌다. 거대한 질량이 서던 클라우드를 꿰뚫어, 파멸시켰다.
"사요나라!" 서던 클라우드는 폭발사산했다. 여왕은 카타나를 지팡이로 삼아 몸을 일으켰고, 시키베는 닌자 슬레이어를 바라봤다.
닌자 슬레이어는 투척의 반동으로 비틀거리다 땅에 손을 짚었다. "그렇다, 그렇도다! 이해했느냐! 닌자에게 죽음을!" 그는 외쳤다.
시키베는 의아해했고, 까마귀는 경계하듯이 울어댔다. "까-악!" "모든 닌자에게! 죽음을!"
시키베는 매그넘 권총에 손을 뻗었고, 까마귀는 그 자리에서 강하게 날갯짓을 했다. 코토부키는 오열하면서 닌자 슬레이어를 돌아보고, 공포를 느꼈다.
닌자 슬레이어는 몸을 일으켰다. 주위를 흘겨봤다. 그는 가슴을 억누르고 있었다. 다시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몸이 떨리고, 눈빛이 희미해지고, 그는 마침내 탈진하여 무릎을 꿇었다.
"스스로......'스스로의 닌자소울을 다스릴지어다'......임다." 총을 겨냥한 채로, 시키베는 말했다. "괜찮슴까?" "......." 닌자 슬레이어는 머리를 숙인 채 신음했다.
"고......'고삐를 쥐는건......자기 자신' " 시키베는 이어서 말했다. ".......제대로 전했어요. 의,의뢰주가 당신에게 보내는, 전언임다."
"까-악" 까마귀가 닌자 슬레이어를 보고 울었다, 그리고 "까-악" 이번엔 시키베를 보며 울었다. 시키베는 천천히 총을 내렸다.
코토부키는 다리를 절며 닌자 슬레이어의 곁으로 걸어갔다. 시키베는 제지하지 않았다. "닌자 슬레이어=상." 코토부키는 말했다. "폐를, 끼쳐 버렸네요."
시키베와 까마귀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봤다. 이윽고 살아남은 우키요들이 하나둘씩 아고라로 모여들었다.
모두들 말이 없었다. 걸어갈 기력을 잃은 여왕을 몇 명의 우키요가 부축했고, 또 여러 명의 우키요가 츠라나이테타오스를 애를 쓰며 다시 세로로 올려서워 깃발처럼 들었다. 어느새 나타난 링고아메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큐나카를 끌어안고 있었다.
아케치모노의 용병들은 작전 지휘자를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 살아남은 자는 다섯 손가락에도 못 미칠 것이다.
"오오-.......오오-......." 불타는 텐트와 텐트 사이에서, 우키요들은 신비적인 행진곡을 읊조렸다.
"큐나카=상" 코토부키가 링고아메를 보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슬픈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여왕은 죽은 카부시의 곁에 웅크리고 앉아 기도를 올렸다. "잘 가요,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
"에-또, 그녀는 데리고 돌아가겠슴다만." 시키베가 여왕에게 말했다. 코토부키 이야기다.
여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신천지를 찾아 떠나게 되겠지요, 그러니 그녀를 더 이상 가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뭐랄까......." 시키베는 우키요들에게 시선을 주면서 눈을 깜빡였다. 다만 형언할 수 없는 연민이 거기엔 있었다. ".......아무것도 아님다."
"코토부키=상. 오탓샤데." 링고아메가 말했다. 그녀는 습격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우키요의 공동체와 운명을 함께 할 생각인 것이다.
큐나카, 신지츠를 비롯한 전사자들을 매장한 뒤에는, 더욱 험난한, 더욱 거친 자연 깊숙한 곳으로 그녀들은 사라져가는 것이리라.
".....오탓샤데" 코토부키는 대답했다.
이윽고 비구름이 깨진 달을 덮고, 텐트를 태우는 불길에 따뜻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우키요들의 행진곡은 서서히 멀아져 갔다. 여왕은 츠라나이데타오스의 룬 카타카나를 어루어 만지면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데미지드 굿즈】 끝
*1 맛타(待った;マッタ) : 장기,바둑 등의 보드게임에서 일시적인 중지나 수의 무르기를 가리키는, 또는 그것을 청하는 말.
◇◇◇◇◇◇◇◇◇◇◇
【NEXT EPISODE】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대량파괴 살육 행위를 배후에서 유도하는 자의 정체는, 사츠바이에게서 부여받은 힘으로부터 비인도의 에너지 착취 수단을 고안해 낸 닌자 마술사, 에소테리시즘. 그의 발자취를 쫓아 다시 우키하시 포탈 전이를 행하는 닌자 슬레이어, 그 자신이 초자연적인 암흑의 군세에 포착되어 버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대들과 비슷한 부류지. 나그네라네......단 이번엔 체류기간이 좀 길어졌어. 돌아갈 수 없게 되었거든. 사랑하게 된 여자가, 조금 문제여서 말일세! 흉운이라는 거겠지." "사랑입니까!" "내 사적인 이야기는 일단 제쳐 두게. 원래 나는 시인이야. 그만 쓸데없는 한 두마디를 덧붙여 버리고 말지. 저작도 몇개 있다네."
어지러운 사차원 마술도시 디지 프라그. 그 미궁도시의 한복판에서 만난 것은 뜻밖의 협력자, '멋쟁이' 코르벳! 마술 닌자들 간의 항쟁과 사츠가이 접촉자의 음모를 둘러싼 싸움은, 이윽고 나라쿠 닌자를 노리는 전사들의 침공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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