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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 4부 S1.5 제1화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닌자 슬레이어 Twitter 계정 (https://twitter.com/njslyr)다이하드 테일즈 번역 가이드라인 (https://diehardtales.com/n/n96e186db18ff)본 번역은 공식 번역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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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NJSK'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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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들이.....그거냐, 헷!" 스트리트 닌자가 코웃음쳤다. "여길 접수했다느니 지껄여대는, 주제를 모르는 것들이 말야"
스트리트 닌자의 시선이 향하는 끝에는, 옆으로 쓰러진 채 쌓여있는 여러 대의 불타는 모터사이클과, 백명에 가까운 적들을 앞에 두고도 당돌한 태도를 버리지 않는 세 명의 남자가 있었다.
특히 거구의 남자가 아프로헤어의 사내를 봤다. "......접수했다, 라는데" 지팡이를 짚고 있으나, 흘러넘치는 가라테는 숨길 도리가 없다.
아프로헤어의 사내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뱀을 연상시키는 스트리트 닌자에게 말했다. "뭐, 그걸로 됐어. 니들을 여기서 족칠거라는 건 변함없거든"
또 한명, 대리석 무늬의 도시미채 장속을 입은 닌자가 몸을 들썩였다. 마치 그에게 동조하는 것처럼.
스트리트 닌자의 관자놀이에 격노의 혈관이 떠올랐다. "죽고 싶나 보지. 진심으로" "하, 하, 하. 그야 나는 '수어사이드'라고?"
아프로헤어의 닌자가 아이사츠했다. "도-모"
"루이너입니다." 이어서, 도시미채 장속의 닌자가.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는 닌자가 이름을 댔다.
"어나힐레이터입니다." 금빛의 눈동자에 불이 켜지고, 몸에 두른 긴 망토의 옷자락이 술렁이며 꿈틀댄다.
스트리트 닌자는 까닭 모를 공포를 억눌렀다. "도-모. 피트바이퍼입니다."
부르릉! 부릇부릇부릇.....시끄러운 모터음을 퍼뜨리며, 피트바이퍼의 비스듬히 후방에 서있던 개틀링 수리켄 건을 든 닌자가 앞으로 나왔다.
"도-모. 미트햄머입니다" 한명 더 앞으로나온다. "레저보어(Reservoir;저수지)입니다." "시클러입니다." "스펠위버입니다."
"핫하하하하!" "낄낄낄낄!" 거기에, 뒤따르는 백 명에 가까운 비닌자들이 위협적으로 웃어댔다. 나무삼! 이 무슨 물량!
피트바이퍼는 쏘아붙였다. "뭐라고 했나? 시마나가시! 이게 바로 힘이란 것이다. 산시타 놈들아. 무정부의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건 힘이야!"
"동감이다!" 어나힐레이터가 웃었다! "단, 지배한다는 건 아무래도.....마음에 안드는구마안-!" 망토가 휘날렸다.
그것은......오오...그 섬유, 한 올 한 올이 무시무시한 철조망, 생명을 가진 칼날이었다! 사방팔방으로 살상의 칼날이 날아간다!
"쳐라앗-!" 피트바이퍼는 두려움을 감추려는 듯이 목이 쉬도록 외쳤다. 부하들이 밀려들어온다!
"이얏-!" "이얏-!" 수어사이드와 루이너가 아스팔트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이얏-!" "아밧-!" 루이너의 카라테가 시클러의 목부터 흉부까지를 무참히 도려냈다.
"이얏-!" "끄악-!" 레저보어의 목이 수어사이드의 점프 펀치를 맞고 190도 회전했다.
"이 자식!" 스펠위버가 짓수를 준비....."끄악-!?" 하얀 빛에 힘을 빨려버렸다. 수어사이드다.
피트바이퍼는 발밑에서 날뛰는 철조망을 피하며 필사적으로 외친다. "해치워라! 수적으로 우위! 즉 유리한건 우리다!"
샤카리키의 과잉섭취로 고양된 부하들은 시마나가시 세 사람에게 여전히 향하고 있다!
"아밧!?" 아바바밧-!?" 스펠위버의 몸을 경유하여 하얀 빛이 연쇄하며 주변에 있는 자들의 생명을 태워갔다.
"끄악-!?" 빛은 피트바이퍼 또한 포착했다. 그 하반신은 이미 철조망에 붙잡혀 있었다.
"이얏-!" 루이너는 미트햄머의 얼굴을 차고, 피트바이퍼에게.....!
루이너의 가라테가 피트바이퍼의 숨통을 끊었다. 그 움직임은 서서히 완만해지며 곧바로라도 정지할 것 같다.
그 영상은 수어사이드의 뉴런 속에서 되새겨진 기억이기 때문이다. 시마나가시의 기억.
달이 깨진 후, 아직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았을 무렵의.....이름도 잊은 스트리트의 폐빌딩 옥상에, 그들만의 성을 만들어 놓았던 시절의.
아니......그 땐 이미 다른 장소였던가. 살 집을 바꾸고, 또 바꾸고, 그걸로 최고라 느끼던 시절.
닌자는 늙지 않는다지만, 성숙은 한다. 그게 벌써 10년 전인가? 아직 10년은 안 됐던가?
10년동안 쭉 코로나 맥주와 대마 냄새로 즐겁게 쭉 웃어댈수 있었다면, 그거야말로 기묘한 일상일 것이다.
필기아는 그떄 이미 네오 사이타마에는 없었다. 다음에 떠나간 것은 누구였나......
수어사이드는 빨랐던가......늦었던가. 말다툼? 결정적인 결렬? 바보같은 소리. 그런 이유따윈 없다.
그들은 늘 해야 할 일을 했고, 한 사람 한 사람 씩 떨어져 나간 것도 마찬가지다.
뿔뿔히 흩어진 구성원들, 서로의 건승을 기원하면서도 일일히 연락 같은건 하지 않는다. 그런 창피한 짓은.
그렇기에 평소의 수어사이드는 이런 기억을 일일히 되새기는 일도 없다. 없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수어사이드가 중얼거렸다. 옆에서 오이란이 따르는 술을 받던 DZ가 그를 보았다.
Pre-Season 「싯카의 궤적」시리즈 제1화 :【엘리미네이트 어나힐레이터】#1
DZ는 클론 야쿠자와 많이 닮았다. 아니, 실제로 클론 야쿠자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클론 야쿠자만큼 공손한 말투를 쓰는 일도 없었고, 때때로 "FUCK" "빌어먹을"이라고 작은 소리로 욕짓거릴 하기도 했다.
에이전트라고 하지만 업무의 자세한 내용은 확실치 않다. 만나게 된 것도 신용할 수 없는 경위였다.
DZ......DZ의 클라이언트는 수어사이드의 짓수를 필요로 하고있다고 한다.
소울 앱소브션 짓수. 이 짓수와는 오래된 사이였다. 타인의 생명을 빨아들이는 참혹한 짓수.
이 짓수를 써서 수어사이드는 어디까지고 이기적인 닌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늘 자제력을 발휘했다. 파멸따윈 사절이다.
"어서 드시와요" 수어사이드의 옆에서 오이란이 술을 기울였다. 수어사이드는 따라진 술을 단숨에 마시고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풍신의 수묵 벽화가 그려진 개인실과 원탁. 오이란은 그와 DZ에게 한 사람 씩. 하지만, 원탁의 다른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네오 사이타마같은 곳까지 그를 불러들인 자들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원탁에는 이미 복어 사시미를 담은 큰 접시가 올려져 있다. 속이 비쳐보일 만큼 투명한 사시미.
복어의 독은 닌자마저 죽인다. 숙련된 장인만이 독을 피해서 요리할 수 있다.
독을 없앤 바이오 복어가 개발되기도 했으나, 네오 사이타마 시민들의 혀에는 평판이 나빴다. "......" 수어사이드는 젓가락으로 두 조각을 집었다.
"......" DZ는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 연회의 상대가 나타나기 전에 식사를 시작하는 건 상당히 실례다.
"뭐냐." 수어사이드는 사시미를 씹으면서 째려봤다. "아니, 아무것도" "놈들이 지각한 실례를 상쇄한다고 쳐"
"......" DZ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사이버 선글라스엔 찌푸린 얼굴의 화상이 떠올랐다.
"너 말야......" 수어사이드가 물었다. "클론 야쿠자인거냐?" 몇 번인가 되물었던 질문이었다.
DZ는 이번에도 어깨로 반응했다. 그리고 말했다. "확실히 내겐 형제가 많아." 그 때마다 돌아왔던 대답이었다.
수어사이드는 상반신을 내밀었다. "어이. 너. 알고 있는거지?" "뭘 말이지?" "이번 일의 내용 말이야"
"....." "알고 있는건 맞지. 너?" "지금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DZ는 무감정하게 말했다.
"곧 그들이 온다. DESTARC (데쿠타 사키모노 에메츠 테크놀로지 앤드 리서치 사). 직접 상세한 지시를 내릴 예정이다"
사이버 선글라스의 투과율은 0%. "알고 있잖아, 너" 넥타이를 붙잡는다.
"후우......" DZ는 수어사이드의 손을 털어내고,넥타이를 고쳤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알고 있다."
"말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알겠나?" DZ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현명하게 행동해라. 수어사이드=상. 내가 하는 말을 잘 음미하라는 거다. 그 복어처럼 말야." "핫" "모든 조건을 받아들여라. 그 전부를"
"......" "대답은 YES다. YES면 된다." "어이. 알고 있다면......" "YES 말이다." "칫"
수어사이드는 그의 철면피를 후려갈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뭐 좋아. 확실히 넌 클론 야쿠자는 아닌 것 같구만"
"조금 전부터 그렇게 말했었다." "형제는 또 많다고. 그러시겠지."
스윽,하고 소리를 내며 후스마 도어가 열렸다. "도-모!" 나타난 것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두발이 기묘한 사라리맨이다.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라고 전했다. 그 후, 같은 외형의 사라리맨이 세 명 나타났다.
"도-모, 도-모." "이것 참, 도-모"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런 사람입니다!" 내밀어지는 명함!
"데쿠타 사키모노...뻐킹 뻑" 수어사이드는 받은 명함의 회사명을 도중까지 읽더니, 고개를 젓고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하하" 사라리맨은 붙임성 좋은 웃음소리를 냈다. "과연 용감한 분이시군요" "누구랑 이야기하면 되는거야?" "항바키입니다. 도-모"
7:3 가르마의 시리리맨이 웃었다. "요로시쿠."
"뭘 하면 되는거지? 내가 필요하다며." 수어사이드는 젓가락으로 복어 사시미 몇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구만" "식탁 위지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항바키는 손목시계형 영사장치를 작동시켰다.
비욘보 (역주: 병풍) 에 정지된 화상이 떠올랐다. 수어사이드의 눈썹이 꿈틀였다.
"이 원경사진은, 네오 사이타마의 북서쪽 교외도시를 찍은 것입니다." 항바키는 화상을 보내며 어긋난 안경을 고쳐썼다.
"저희 회사가 소유하여 관리하고 있던 자급자족 도시지요." "관리하고 있던?" 수어사이드는 과거형을 되풀이했다.
"지금은 아니라 이거군. 그야 그렇겠지. 이 꼴이라면 말이야. 그래서, 곤란해진 건가" "그렇습니다."
"원래부터 이런 디자인이였던 건 아니지?" "당연하지요" "핫하하하하." 수어사이드는 메마른 웃음소리를 냈다.
원경사진이지만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도시라기 보다는 거대한 돔 형태의 물체로, 돔을 구성하는 것은 그가 일찌기 싫을 정도로 눈에 익혔던 물체...
...철조망이었다. "그래서, 나야?" "예"
항바키는 말했다. "사키모노 시티는, 당사가 9할의 주식을 가지는 아콜로지 모델 도시입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평화로운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의식주의 안정과 평화. 달이 깨진 해 이후의 이 세계에서 부단한 노력을 요구하는 것들이지요"
수어사이드는 손에 쥔 간장병 밑바닥을 톡톡 탁자에 부딪치며 이야기를 재촉했다.
"이 도시가 한 닌자에 의해 부당하게 점거당해 철조망화된 것은 약 한달전의 일" 사라리맨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 안에서 어떤 무도한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진 모르겠습니다. 시민은 무사할련지......그리고 당사의 자산.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추가로 드론 촬영을 시도했습니다만 그것도......"
"내가 이 녀석을 어떻게든 하면 되는거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닌자의 이름은" "어나힐레이터"
수어사이드가 끼어들어 말했다. 그리고 다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하여튼 망할 놈의.....!"
그의 짓수가 필요하다, , 라고 DZ가 말했을 때부터, 녀석의 짓수가 머리에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옛날 기억까지 되살아난 거겠지.
"더 이상의 경제정체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항바키는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어사이드는 사라리맨을 응시했다.
사라리맨은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대단한 배짱이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윽고 항바키는 말했다.
"닌자 존재, 어나힐레이터를 제거해주십시오." 더불어 강조했다. "'제거'입니다. 말살해주세요."
"......" DZ가 수어사이드를 바라보았다. 수어사이드는 DZ를 보지 않았다. 심사숙고의 시간은 짧았다.
"보수액은 이쪽의 클론 야쿠자 자식에게 들었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가락을 세 개 세웠다.
"세 배 더 내라." 항바키 이외의 사라리맨이 신음소리를 내며 서로 눈을 마주봤다. 항바키는 즉답했다. "알겠습니다."
【#2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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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DZ와 함께 싯카로부터 네오 사이타마로 발돋움한 수어사이드는 네오 사이타마 북서쪽의 자급자족도시 '사키모노 시티'에 관련된 미션을 수주받게 된다. 도시는 어나힐레이터라는 닌자에 의해 바깥세상과 격리되어 경제활동의 정체를 초래하고 있다. 의뢰주인 회사는 그것을 간과할 수 없다.)
(수어사이드는 약 10년 전에 서클 시마나가시라 하는, 지극히 소규모의 스트리트 닌자 집단에 소속되어 있었다. 어나힐레이터는 그 중의 일원이었다.....)
【엘리미네이트 어나힐레이터】#2
"결정났군. 선금으로 우선 당초의 보수를 입금해. 그리고 성공 보수로는 그 두 배를 넣으라고." 수어사이드가 말했다.
항바키는 손으로 단말을 조작했다. 쿠두-웅! "좋은데." 수어사이드는 히죽 웃었다. "기한은 언제까지지?"
"가능한 한 빨리입니다." "그렇다곤 해도.....나밖에 없는 거군. 저걸 찢을 수 있는 건."
"유감스럽게도, 말씀대로입니다." 항바키는 이어서 말했다.
"어나힐레이터의 짓수는 저희 회사가 이용하는 닌자 데이터 뱅크에도 남아있습니다. 여러 수단으로 돌파를 시도했습니다만......자기재생하는 공격적 방벽......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지라, 이렇게 먼 곳까지 오시도록 수고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뭐, 잘도 찾아냈구만. 이 나를"
"그것도 업무다." DZ가 말했다.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는 태평한 인간을 찾아내는 일은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지."
"사운이 걸린 일입니다." 항바키가 몸을 내밀었다.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라리맨들도 일제히 직립자세에서 고개를 숙였다.
"" 부탁드립니다. "" "어지간히도 난처한 모양이군, 너희들"
"의를 중시하고 예를 갖춘다. 그것이 당사의 자세입니다." 항바키가 답했다.
"우리들은 층분한 닌자 전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것을 전제로, 대상의 짓수 특성에 대한 관점에서, 이번엔 귀하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되는 사태가 되고 만 것을 죄송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말투였다. 공갈의 뉘앙스를 느낀 것이다. "아아. 뭐 됐어"
"그 밖에 원조 요청이나 확인이 있을 때는 그때마다 DZ=상에게" "이녀석도 동행하는 거냐?"
"당연한 일이다." DZ가 말했다. "너처럼 신원도 불명확한 인간에게 일의 전부를 위임하기라도 할 것 같나? 선금도 지불됐다. 즉 내 책임문제라는 거다."
"그거 좋네!" 수어사이드는 웃었다. DZ는 일일히 반응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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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파쇄년(月破砕年)......" 조수석의 수어사이드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검게 옻칠된 4인승 클래식 오픈카는 DZ의 소유물이다. DZ는 말없이 운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미 네오 사이타마의 고층 빌딩 밀집지대는 벗어나, 이 앞은 메마른 교외 프로젝트 철거지로 이어진다. "너, 달이 부숴진 해엔 뭘 하고 있었어?" "나 말인가?"
"또 누가 있겠냐"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런걸 왜 묻지?"
DZ의 운전은 잘 억제되어 있지만, 액셀의 밟기는 강하고 엔진의 신음소리는 사냥감을 앞에 두고 참는 맹수를 방불케한다.
"일상회화야" 수어사이드는 하품을 하면서 등 뒤의 네오 사이타마를 돌아보았다. 두꺼운 중금속 구름과 스모그. "오랜만에 돌아온건데 말이지"
교외 프로젝트 철거지. 일찌기 사키하시 지사와 '마지막 네오 사이타마 지사' 시바타 지사의 주선으로 진행되어 온 몰개성 도시계획은, 월파쇄년의 국가 소멸 사고에 의해서 흐지부지 되었다. 풍화 직전의 폐허군은 지금은 기업 분쟁의 무대로 변해, 비교적 정치분쟁이 안정된 지금도 복원되지 못하는 데드랜드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이 황폐만이 좌우로 펼쳐진 곧게 뻗은 이 도로.....'코쿠도우(국도)'는 포장이 잘 되어 있어, 드라이빙에는 쾌적하다.
복수의 기업에 의해 관리되는 다각식 도로 포장 무장요새 '미치무시'가 습격해오는 컬트 숭배자나 노상강도를 기관총 사격으로 사살하며 메인터넌스를 실시해, 위성도시와의 연결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 길은 교토까지 뻗어있는 거냐?" "긴 운전이 되겠지만 말이야." "흐응."
"교토에 볼 일이라도 있었나?" "태어난 곳이야" "과연" 바이오 왈라비가 볼링장 폐허의 주차장에서 그들의 자동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자동차는 교외 철거지도 빠져 황무지대에 이른다. 지평선에는 붓다상의 실루엣이 보였다.
"뭐야 저거?" "'붓다 지대'" DZ가 답했다.
"분명 전부 다해서 7구라 했던가.....원래부터 있었던 거대 붓다상이 첫번째. 다음으로 스위스인지 어딘가의 카네모찌가 사후의 안녕을 기원하며 자기를 위한 거대한 붓다상을 세웠다. 그에 대항하려는 듯이 세 번째,네 번째 붓다상이 차례차례 세워졌다고 하지. 당연하지만 일곱 번째가 가장 큰 붓다상이다."
"바보같은 이야기군." "누가 어떤 용도로 돈을 쓰든, 알 바는 아니지" DZ는 말했다.
"붓다 오너끼리는 언제나 서로 으르렁대며 반목하고, 장거리포나 용병으로 적대 붓다상의 파괴를 노린다. 기업도 기뻐한다. 하이테크 병기나 닌자의 시장이 되니까. WIN-WIN" "역시 바보같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당연한 소릴."
"너한테 맡겨두면 퍽 빠삭해 질 것 같구만, 가이드 나리." 수어사이드는 대쉬보드에 발을 올려놓은 채 엣찌 핀업(*1)을 훌훌 넘기다가 다시 하품을 했다.
"슬슬 도착인가" 실제 몇분 뒤, 그들에게 있어 일단의 목적지인 주유소 호텔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숙박지였다.
(*1 핀업(pin-up):핀으로 벽에 붙여진 선정적인 여성의 사진, 엣찌는 설명하지 않아도 독자 제형이 알고 있을거라 믿는다)
졸고 있던 수어사이드가 눈을 깜빡였다. "아아. 느낌 괜찮은데?" 다시 하품을 한다.
DZ는 주유소 호텔에 자동차로 입장했다. 'ガス(가스)'라는 가타카타 문자와, 캐릭터 '가스마루'의 일러스트 간판.
황야의 한복판이긴 하지만 지하 주차장에는 다른 여행자의 자동차가 여럿 있었다.
사키모노 시티로 향하기 전에, 이 숙소에서 며칠 숙박한다. 수어사이드가 결정한 플랜이었다.
사라리맨들은 침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고, DZ 또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수어사이드는 결코 양보하지 않았다.
("이쪽에도 절차라는게 있다") 자신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알고 있는 그는 뻔뻔스럽게 나왔다.
차를 세우고 두 사람은 로비에서 체크인을 했다. "제일 좋은 방으로 부탁해." 수어사이드가 말했다.
"지압 서비스도 붙여줘. 아아, 이녀석의 방은 상관없어. 얘한테 직접 물어보던지" 그는 DZ를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가리켰다.
"마굿간 같은 게 좋다고 생각해. 아, 온천은 있어?" "준비되어 있습니다."
수어사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DZ를 돌아봤다. "너, 능력있는 가이드구만" "내겐 그 남자가 고른 것보다 더 좋은 방을 주시오."
DZ는 호텔맨에게 지시했다. "그보다도 좋은, 최상급의" "뭐냐 너" "자기부담으로 어느 방에 머물든 그건 내 자유다. 거지처럼 경비를 졸라대는 너와는 다르게 말이야. 나는 에이전트로써 질 좋은 수면을 필요로 하는거다." "뭐냐 너"
수어사이드의 방에는 '전능한 하와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고, DZ의 방에는 '전지(全知)의 하와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상세한 방 순위에 관해선 호텔 쪽이 얼버무렸다. 여하튼, 수어사이드는 이 주유소 호텔에서 지압과 온천을 충분히 즐기며, 타락한 나날을 보냈다.
한편, DZ는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고, UNIX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들이 호텔 안에서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쨌든 수어사이드는 자신이 감시하에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DZ는 방심할 수 없는 남자였고 클라이언트 기업들도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DZ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사흘이 지났지만 수어사이드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그날 밤에도 바 카운터에 앉아 빛나는 실내수영장을 바라보며 스피릿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이제 층분할 것이다." 그렇게 말을 걸어온 것은 DZ였다. "장난은 끝이다. 더 이상의 체류는 허락하지 않겠다." "뭐, 좀 기다려 봐." 수어사이드는 노려보았다.
"알겠나, 확실히 나는....." 말을 꺼내던 DZ를 손짓으로 멈추고, 그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왔다." 그가 중얼거렸다.
DZ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바 문간에 남자가 한 명. 남자는 카운터까지 걸어와 수어사이드에게 물었다.
"여기 수어사이드라는 녀석이 와 있을 텐데." "핫핫핫하!"
수어사이드는 웃으며 그 남자의 어깨를 툭 쳤다. "나는 루이너란 녀석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거 큰일이군"
남자는 입꼬리를 찡그리며 웃었다. "빌어먹을 놈. 난 바쁘다고" "불평은 저녀석한테 해." "핫!" 그리고 두 닌자는 한 걸음 물러서며 깍듯이 아이사츠했다.
"도-모. 수어사이드입니다." "도-모. 루이너입니다."
수어사이드는 DZ를 가리켰다. "이 녀석이 DZ. 다이 젠이라도 좋다는군. 감시역, 가이드. 전한 대로야."
"도-모. 다이 젠입니다." DZ는 아이사츠했다. "도-모." "이제 막 기다리다 지친 모양이야. 니가 늦은 탓이라고" 수어사이드가 말했다.
"갑자기 불러놓고는. 까불지 마" 루이너가 답했다.
"그렇게 됐어." 세 사람은 소파석으로 이동해, 마주 앉았다. 수어사이드는 다시 말했다.
"믿을 만한 멤버가 필요했거든. 요컨대 옛 동료야." "......" DZ는 루이너를 평가하는 듯이 바라봤다.
"서클 시마나가시의 닌자라는 거군."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지금와서는 서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꼴이다만....." 수어사이드는 거기까지 말하고, 루이너에게 물었다.
"요즘은 뭐 하냐?" 루이너는 어깨를 으쓱했다. "가라테" "......" 수어사이드는 DZ를 돌아보며 말했다.
"......뭔가 있으면 모인다. 당연한 거야. 얼마나 소원해지든, 필요할 땐 말이지"
"녀석은" 루이너가 물었다. 수어사이드는 스피릿을 들이켰다. "글쎄, IRC는 보냈어. 살아있는 IP인지도 확인 안했다만.....일단은 말이야."
시마나가시엔 멤버가 또 한명 있다. 있었다. 그 날의 네오 사이타마 폭동을 마지막으로 소식을 알지 못했다.
"몇년 전인지 세는 것 만으로 웃음이 나오는구만." "......그렇군"
"동감이야" 바를 가로질러 걸어온 사내가 소파에 앉았다. 업 스타일의 흑발과 어두운 곳인데도 벗지 않는 선글라스.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너희들, 정말 있었구나. 이런 외진 데에......히히히히......" 우스워 못 참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고키겡요" 필기아는 아이사츠했다.
【#3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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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네오사이타마 북서쪽, 사키모노 시티는 현재 돔 형태의 철조망으로 뒤덮여 시민들의 안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도시 9할의 지분을 가지는 주주인 사키모노사는 수어사이드라고 하는 닌자에게 미션을 부과했다. 철조망의 발생원 닌자, 어나힐레이터의 말살이다.)
(현재 확인되고 있는 어나힐레이터의 철조망 짓수를 돌파할 수단은 수어사이드의 생명흡수 짓수 뿐이다. 수어사이드 쪽은 의뢰를 승낙했으나, 도중의 호텔에 며칠씩이나 머물며 동행자인 DZ와 사키모노사의 샐러리맨을 초조하게 했다. 수어사이드의 목적은 구면의 동료들과 합류해 도움을 얻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수어사이드의 앞에 두 명의 닌자......루이너와 필기아가 나타났다. 여행 동료는 수어사이드와 DZ의 2명에서, 그들을 더해 4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엘리미네이트 어나힐레이터】#3
"이러고 있으면 말이지" 뒷좌석의 필기아가 눈부신 태양을 올려다봤다. "옛날 일이 떠오르는걸"
"언제 이야기야?" 조수석의 수어사이드가 반응했다. "니가 말하는 '옛날'은 밑도 끝도 없어서 헷갈린다고"
"옛날은......옛날이지" 필기아는 웃었다. "이런 세련된 자동차도 아니었어. 끔찍하게 생겨먹은 밴을 타고 며칠씩 빙빙 도는 거야."
"그거 힘들었겠군" 수어사이드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는다.
"이 녀석, 자기가 물어놓고는......히히히히, 뭐 됐어. 저기. 이 차 당신 사유물이야?"
"아아, 그렇다" DZ는 단조로운 도로와 단조로운 핸들 조작에 집중한다. 메마른 흙과 바이오 선인장. 아지랑이. "예쁜걸, 이 자동차" "그렇겠지"
루이너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설령 깨어있다 해도 자기가 말하지 않아도 될 때는 결코 입을 열지 않는 사내다.
"이봐. 솔직히, 니가 올거라곤 생각도 안했다." 수어사이드가 필기아에게 말했다. "어디서 콱 뒈진 건 아닐까 생각했었거든. 반쯤은"
"뜻밖인걸" 필기아는 대답했다. "난 불사신이라구......"
"너, 실제로는 어때" 수어사이드는 DZ를 보았다. "어디까지 우릴 알고있는 거냐" "뭐지?"
"내 짓수가 필요한 '것 같다', 그런 이야기로 날 끌어낸 거잖아" "상관없지 않나......계약은 성립됐고, 이렇게 현지로 향하고 있다......아무런 문제도 없지. 남은 것은 어나힐레이터를 제거하는 것 뿐이다." 침묵이 찾아온다.
"그 짓수를 상대할 수 있는건 나 뿐이고.....실제, 그걸 하는건 내 몫이겠지" 수어사이드는 말했다.
"그 자식이 이제와서 같잖은 짓거릴 하고 있다면, 뒷처리를 할 뿐이야" "형제-정신이란 건가?" "크게 수고로운 일도 아냐."
위이이이......묘한 전자음이 울렸다. DZ는 말했다.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라."
"뭘 말이냐" 수어사이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DZ는 코웃음을 쳤다.
"나를 앞지르겠다거나......그런 쓸데없는 노력은 그만두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수어사이드=상. 나는 너희들의 '형제'는 아니다만......사라리맨도 아니지."
"뭐?" "네가.....너희들......너희들이 어나힐레이터 말살이란 임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따위, 기대하지 않는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만" "아니, 알 거다. 넌 알겠지" 클론 야쿠자를 닮은 남자는 지평선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계속 말했다. "어나힐레이터를 죽이든 말든, 내 알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저 철조망을 어떻게든 벗겨내 주지 않으면 내 목적도 이루지 못해. 즉......"
"......" "나에 대해선 신용해도 좋다. 어나힐레이터는 알아서 해라. 데쿠타 사키모노사는 놈을 반드시 죽이라고 지령을 내렸지만, 그건 내가 잘 처리해줄테니."
"왜 편의를 봐주려 하지?" "이미 말했다" DZ는 무감정하게 이어서 말했다. "막판에 와서 엉망진창 저질러대면 나는 곤란해진다. 그리고, 이대로 가면 너희들은 저지르겠지."
"앗핫핫핫하!" 필기아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수어사이드는 혀를 차며 그쪽을 흘낏 보고는, 다시 DZ를 노려봤다.
"죽일 거야. 놈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면" "인간이 아니라면, 죽일 거라고" DZ는 수어사이드의 말투를 흉내냈다.
"그것도 자유겠지. 자, 슬슬 시간이다." 위이이이이. 전자음이 그쳤다.
"지난 10년 동안, 뭐 했어? 지금은 뭘 하고있고?" 필기아가 불쑥 물었다. 수어사이드는 머쓱해졌다.
"알래스카의 싯카에 있었다. 별로 재미도 없는 곳이야......요짐보 일을 할 때도 있다만" "가족은 생겼니......가족은 소중한 거라구"
"핫! 시시한 소릴" 수어사이드는 웃어넘겼다. 그는 카토우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피했다.
"그쪽이야말로 어때?" 수어사이드와 루이너에겐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 있었지만, 필기아는 10년의 세월조차 마치 눈 한번 깜빡인 것인 마냥 모호했다.
필기아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루이너에게 화제를 돌렸다. "너는?" "가라테" 루이너는 말했다.
"내가 받은 인스트럭션을 거슬러 올라가 조사하고 있었다." "10년 내내? 계속?" "설마, 최근 이야기다."
루이너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이상 이야기하진 않았으나,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과거를 헤아리고도 남았다.
"어찌됐건......거친 일을 맡는건 이제 충분해" "정확히는 '이걸 마지막으로'겠지. 원 모어구나."
필기아가 그렇게 말하자, 루이너는 "하여튼 귀찮아 죽겠군" 고 중얼거렸다.
"둘 다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야" 필기아가 말했다. "남은 건 그 바보자식 뿐이네. 폐나 끼치기는......히히히히......"
필기어는 손바닥을 맞추며 먼 곳을 바라봤다. "봐봐. 저기 보이네. 훌륭한 작품이 말이야"
그의 닌자 시력이 가장 먼저 아득한 전방의 목적지를 포착한 것이다. 몇 분후, 목적지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오오.....고우랑가. 구릉지대에 나타난 그 그림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감상한 영상 그대로의 검고, 뒤엉켰고, 금속과 유기물 양쪽 모두의 인상을 가진, 현세 아닌 곳에 세워진 콜로세움을 방불케 하는, 울렁거리는 커다란 덩어리였다. 포장도로는 거기서 곧게 뻗어.....삼켜지고 있었다.
돔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허무 그 자체. 오직 마른 땅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무언가 남은 것을 찾는다면, 이 검은 반구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대로 계속 달려"
수어사이드는 DZ에게 말한 뒤, 오오, 이 무슨 닌자 밸런스 감각의 발휘인가! 앞 유리를 훌쩍 뛰어넘어 보네트 위에 선 것이다. DZ는 지시를 따랐다.
필기아가 휘파람을 불었다. 루이너는 차체를 잡고 허리를 들썩였다. 수사이드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카라테를 담았다.
그 손바닥이 하얀 빛을 띠었다. 이제는 철조망 벽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한 줄기 한 줄기의 철사들이 확실하게 눈으로 보인다.
그리고 안쪽으로 펼쳐진 어떤 도시의 풍경이. "이얏-!" 스포츠카가......돌입했다!
SPLAAAASH! 수리켄 철사의 잔해를 흩뿌리며, 자동차는 돔 안으로 돌입했다.
차체에는 미련이 남은 듯이 가시 돋친 철사가 엉겨붙어, 반발력으로 차를 밖으로 튕겨내려 저항했다.
드르르르르르......뒷바퀴가 신음소리를 낸다. "이얏-!" 수어사이드는 차체에서 뛰어내려, 수리켄 철조망을 맨 손을 절단했다!
"니들! 이제 시작이다!" 수어사이드는 차체를 돌아봤다. 나무삼! 그의 외침은 실제 경고에 다름없었다.
DZ의 자동차를 향해 철조망으로 뒤덮힌 기괴한 인간형의 존재들이 돌진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얏-!" 루이너는 회전 도약했고, DZ는 계기판에 발을 올리며 검은 옻칠 야쿠자 건을 꺼내들었다!
철조망 인간들은 금속제였고, 신장은 약 4미터. 원래는 작업용 파워드 슈츠였던 것일까?
그러가 그것들은 지금, 불길한 신음소리를 내며 이쪽으로 닥쳐드는 것이다!
BLMABLAMBLAM! DZ의 야쿠자건 연사가 선도하듯 철조망 파워드 슈트의 다리 부분을 꿰뚫는다. "이얏-!" 거기에 루이너!
KRAAAASH! "삐가갓-!" 낙하하면서 내리친 기와깨기 펀치가 파워드 슈트의 체간(体幹)을 찢고, 그대로 부숴 파괴했다.
수어사이드는 다른 기체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거 놀랍군" DZ는 중얼거리며 야쿠자건을 재장전했다.
BLAMN! KBAM! 작렬탄이 세 번째 기체에 명중. 금속을 새까맣게 태운다!
"살벌한 총알을 쓰는구만" 짓수를 담은 주먹으로 한 대를 무력화시킨 수어사이드가 돌아와서 DZ에게 말했다.
"AAAAARGH" 불타고, 불식되고, 무너져 가는 쓰러진 기체의 표면에서 철조망이 움찔거리며 다시 움직이려고 한다.
루이너가 위에서 억누르듯이 올린 손바닥이 금속을 사탕처럼 찌부러트리며 파괴했다.
습격물은 전부 처리되었다. 모두 무인이었다. DZ는 주위를 둘러본다. 그들이 지금 있는곳은 원래 공원이었던 듯한 곳이다.
철조망에 덩굴풀처럼 침식된 기둥. 썩은 벤치. DZ의 자동차는 바싹 마른 울타리에 반쯤 충돌한 채 멈춰있다.
"엉망이군" 수어사이드가 말했다. "다시 고칠거다." DZ는 눈썹 하나 까딱않고 말했다.
"그것보다, 필기아=상은?" DZ가 물었다. "어디로 간 거지" "칫" 수어사이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자식, 옛날부터 그런 버릇이....." "타다이마, 타다이마, 히히히히" 목소리가 들렸다.
어영부영 돌아오는 필기아를 세 사람은 쳐다봤다. 그는 끌고 오듯이 한 명의 인간을 데려오고 있었다.
"생존자 발견......도망치려 하길래 좀 술래잡기를 했거든." 필기아가 말했다.
"야, 뭐냐 그거" 수어사이드는 의아해했다. "꼬맹이잖아" "아이에에에에" 그렇다, 창백한 얼굴로 신음하는 그것은 꾀죄죄한 모습의 아이였다.
필기아는 나이프를 땅에 내던지며 말했다. "덤벼들어 오거나, 찌르려 하거나, 뭐 그랬지."
"놔! 놓으라고!" "안-돼" 필기아는 발버둥치는 아이의 목덜미를 잡고 놓지 않는다. 아이는 깨물려고 했다.
"그만 두래도" 필기아는 엷게 웃었다. "애 상대는 잘 못하는데. 누가 좀 부탁해" "......." 앞으로 나온 것은 DZ였다.
"꼬마야, 괜찮단다." 그는 사이버 선글라스를 투과시키며 아이의 눈높이에 쭈그리고 앉았다.
"우린 나쁜 놈들이 아니야. 너희를 도우려 왔어. 여기 갇힌 사람들 모두를 말이지......" DZ는 아이의 어꺠에 손을 얹었다.
"......" 아이는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DZ를 보았다. "모두를 구하려?" "그렇고 말고" 수어사이드 일행은 기가 막힌 듯이 서로 눈을 흘겼다.
DZ는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종횡무진하게 뻗은 철조망 돔으로 가려져, 얼룩덜룩한 불빛만 비친다.
"꼬마야, 여기 혼자 사니?" "......" 아이는 약간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숨어서 살아. 위험하니까"
"아빠나 엄마랑?" "모두랑" "그렇구나. 우리들이 가서 아이사츠해도 괜찮겠니?" "......으응"
【#4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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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Z와 함께 어나힐레이터 제거 미션에 임하는 수어사이드는, 구면의 닌자인 루이너, 필기아와 재회하여 함께 사키모노 시티로 향하게 되었다. 확실히, 자급자족도시는 어나힐레이터의 짓수인 수리켄 철조망에 의해 돔 형태로 완전히 덮여있었다.)
(수어사이드의 짓수로 철조망을 돌파한 일행은, 철조망 좀비라고 불러야 할 법한 장갑기계들의 극진한 환영을 받는다. 가라테로 이를 물리치는 일행. 필기아는 도시 내의 생존자로 추측되는 아이를 데려왔다. 소년은 다른 생존자가 더 있다고 말했다......)
【엘리미네이트 어나힐레이터】#4
끼긱.....끼기기긱.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불온한 삐걱거림에 필기아는 얼굴을 찌푸린다. "오싹한데" "철조망의 와이어가 내는 소리군." DZ가 말했다.
"지상에는 기계, 천장에는 철조망인가" "곧 도착이야" 아이가 가리켰다. "빨리, 위험하니까"
큰길에는 철조망에 휘감긴 2족보행 로봇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들은 불필요한 전투를 피했다.
"아콜로지 도시란건..." 수어사이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콘크리트 공동주택의 밀도는 높고, 플라스틱제의 사각진 녹색 장식이 길가에 드리워져 있다.
"좁고 답답하구만." "그 대신, 의식주는 보장되고 있다." DZ가 답했다.
"데쿠타 사가 이 거리의 9할의 주식을 소지하고 있다. 자급자족 실험의 모델 도시다. 디지털 단백질을 섭취하고, 생산 활동을 실시한 뒤, 집합주택으로 돌아간다. 이대로 우주로 날려보내도 충분히 굴러가게 되어 있다는 군. 언젠가 이런 종류의 아콜로지가 화성같은 곳까지 가게 될지도 모르지. 내 알 바는 아니다만."
"자세히도 아는군" "학습한거다."
"COOL." 필기아는 별로 쿨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자기폭풍이 떠나간 지금은 힘의 시대다."
DZ는 필기아를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들 같은 닌자라면 몰라도, 폭력과 빈곤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모이는 시민은 여럿 있는거다."
"그것도 엉망진창이 되버렸지만 말야." 끼기이......위에서 철조망이 삐걱거렸다.
"여기" 아이가 맨홀을 가리켰다. "핫! 지하라고" 수어사이드는 웃었다. "옛날에도 있었지? 하수도 말이야."(*1)
"히히히히, 떠올리기도 싫은걸......" 필기아도 미소를 띄었다. DZ가 주위를 경계하는 가운데, 루어너가 맨홀 뚜껑에 손을 대고 천천히 움직였다.
(*1 3부 에피소드 '데스 트랩, 수어사이드 랩'을 요로시쿠도스에!)
사다리를 내려가면, 거기엔 지하세계가 펼쳐져......아니......그다지 넓지도 않은, 하수도의 한 구석일 뿐이다.
한쪽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지만 다른 한쪽은 어느 정도 깊이가 있다. 「창고·용구」라고 쓰여진 노렌이 벽을 따라 보이기 시작하자,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달려나갔다.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노렌 안쪽은 철제 선반으로 칸막이가 된 창고 공간이었다. 더 안쪽에서는 몸을 맞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다가, 수어사이드 일행을 보고 당황했다. "아이엣......" "아이에!? 미치=상? 누구야, 그 놈들은"
"사람, 데려왔어......!" 아이가 말했다. "바깥 사람들이래!"
"바깥......!?" 어른들은 가까이에 있는 쇠파이프와 스패너를 집어들고 경계했다.
DZ는 일동의 행동을 눈짓으로 제지한 뒤, 홀드업 자세로 앞으로 나섰다. "우리는 당신들을 구조하려 왔다. 이제 괜찮다."
"구조......?" 어른들은 서로 눈을 마주보았다. 인원수는 열 명도 채 안된다.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는 네오 사이타마의 인권단체에 고용되어 있다. 나쁘게 말하면 용병이지만......당신들을 해칠 생각은 없다. 고용주의 의도 또한 선량한 것이다. 아마도"
DZ는 말했다. 수사이드는 의아해했다. DZ는 그 후에도 데쿠타 사키모노사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설명했다.
"닌자의 폭주에 휘말린 당신들을 구출하고, 도시를 정상화시키려 한다."
"닌자! 맞아. 그 녀석이 이 도시를 엉망진창으로" "그 놈 때문이야!" "그, 그래서 난 처음부터 반대했던 거다!"
"어째서 이런일이......" 지하 피난민들이 웅성거렸다. 수어사이드 일행은 서로를 마주봤다. "인기 좋은데" 필기아가 중얼거렸다.
미치는 떨면서 울먹였다. "......아니야"
"미치! 이쪽으로 오렴" 모친으로 보이는 여성이 미치를 껴안았다. 미치는 오열했다. "아니란 말야......"
"......" DZ는 심사숙고 후, 최연장자로 보이는 남자에게 물었다. "자세한 상황을 묻고 싶다만, 괜찮겠소?"
"아......하이" "여기 있는 게 이 도시들의 생존자 전원인가?" "아니, 설마! 전부 흩어졌다네"
남자는 선반에 늘어선 골판지 상자들을 가리켰다. "이곳은 아직 식량이 있어. 다른 곳은 어떠할 지는 모른다네. 아무튼 밖으로 나가면......저 상태니까 말일세" "그렇군" "이제 이 동네는 끝났어......우리도 끝장이라고만 생각하던 참이었지" 초췌한 사람들이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를 이렇게 만든 닌자에 관해선 알고 있소?"
남자는 끄덕였다. "놈은 밖에서 왔지. 수상쩍은 나그네였어,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말일세"
"이름은?" 수어사이드가 끼어들었다. "어나힐레이터로 틀림없나?" "어나힐레이터! 그래! 뒤숭숭한 이름의 남자!"
"눈은 금빛?" 필기아가 제스처를 취하며 덧붙였다. "맞아! 금빛 눈동자! 두려웠지!"
"이거 곤란한데" 필기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빙고야. 녀석인게 틀림없어" "어느 정도 파악했지만"
DZ는 질문을 계속했다. "당신들의 그 말투를 보니, 당초에는 커뮤니케이션이 통했던 모양이군?"
"뭐, 그랬었지" 남자는 인정했다. "여러가지로 캐묻고 다녔으니까 말일세. 우리들도 협력했지"
"그다지 넓지도 않은 동네니까, 타지에서 온 인간이 여기서 벌어지는 문제를 귀담아 듣고 움직이고 있다, 그러한 소문은 금새 퍼졌다네. 다른 모두도 협력을 아끼지 않았지. 그 자 덕분에 아이들이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봐, 재밌어지는데......" 필기아가 DZ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이들이 어떻게 됐는데?" 필기아는 미치를 곁눈질했다. 미치는 겁에 질려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남자는 대답했다. "사라지는 거야. 열두 살 이하의 아이가, 그것도 결코 적지 않은 수가 말일세......"
"우리 아이가 가장 처음이었어" "처음이 아니잖아" "우리 애라고!" "어느쪽이든 좋아! 그래서?" "그 닌자가 왔다네"
"그래서......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건가, 아이들을 구하려고?" "......그렇다네"
"구하려 납셨다! 하! 정말 뭐하고 있는거야 그녀석. 어울리지도 않는 짓을" 수어사이드는 기가 차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인명구조냐"
"......그 이쿠사-배틀 이후, 그 녀석에겐 잠자코 생각에 잠기는 때가 생겼다" 루이너는 중얼거렸다. "변한 거겠지."
"시시하다고" 수어사이드는 중얼거렸고, 직후 불편한 듯 헛기침을 했다. 그의 행동을 경솔히 단정짓는 일을 스스로 꺼리는 듯이.
"아이들의 실종" DZ는 생각을 정리해간다. "어나힐레이터는 문제 해결에 나섰고......그리고......그 결과 이 파국에 이르렀다."
그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불가능하지 않나?"
"하지만 결국엔 이렇게 됐어. 저 철조망은 그 녀석의 힘이라고" "마치 지고쿠 헬이야"
"외지인의......그것도 저런 무시무시한 닌자에게 의지한 것이 실수였어" 저마다 두려워하는 말뿐이다.
"아니란 말야......아니라니까......! 그런거 아니야.....!" 그렇게 물고 늘어진 건 미치였다. 모친이 "스미마셍"이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쪽은 돌아왔으니까 다행이지. 그야 감사도 하겠지만" 초췌한 모습의 피난민 중 한 명이 신랄한 말투로 내뱉었다.
"우리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어. 그렇기는 커녕 도시가 궤멸했다고" "스미마셍......!"
"자, 자. 울적한 이야기를 하러 온게 아니거든" 필기아가 끼어들었다.
"그런 모습 보이지 말아줘. 부탁이니까" 웃음이 사라진 필기아의 표정에는 위압감이 있었다.
피난민은 부들부들 떨며 실금을 참았다. DZ는 미치와 그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돌렸다.
"돌아왔다, 고?" "그 아이도 한번은 사라졌었지" 연장자가 보충했다. "그 재앙이 벌어졌을 때, 예기치 않게 돌아왔다네"
"이 아이도 스스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모친은 미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NRS에 의한 PTSD인가" DZ는 중얼거렸다.
그는 가정한다. "어나힐레이터는 결국 아이들을 찾아냈다. 그 때, 아마도 전투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짓수의 사용"
그리고 다시 미치의 눈높이에 쭈그리고 앉았다. "어나힐레이터=상을 좋아하니?" 미치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어나힐레이터=상은 힘내서 미치=상을 구해준 거구나. 그러니까 우리들도 어나힐레이터=상을 도와주고 싶어. 지금 굉장히 난처한 것 같으니까 말야."
"난처해?" "어떻게 엄마에게 돌아올 수 있었어?" "달려서, 도망쳤어" "어디로부터?" "먼 곳"
"하나 하나 떠올려 보렴" "......" 미치는 어머니를 불안한 듯이 보았고, 어머니는 DZ를 불안하게 쳐다봤다. DZ는 고개를 끄덕였다.
잔혹한 짓이긴 했다. 공포의 기억을 일부러 끄집어내는 일이니까. 이 순간, DZ는 어떤 의미로는 지독하게 타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을 타개하려면 미치의 정보가 필요했다. "뭔가 보였니?"
"파랗고 둥근 마네키네코" "커다랗구나?" "커다래." "......어떤가?" DZ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이 동네에 그런 종류의 디스플레이 간판이나, 네부타같은 건 있나?"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이윽고 그중 한명이 말했다. "있습니다. 분명히 있어요. 아마, 네코마 몰의 네부타라고 생각합니다......" "지도는 있나?"
"철조망이 심하게 퍼져 있습니다. 무모해요"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온 것이다" DZ가 말했다.
수어사이드는 "내가, 말이지" 라고 덧붙였다. 미치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나, 모두와 같이 있었어. 그랬는데 어나힐레이터=상이, 당장 일어나야 한다고. 그래서......!" "층분해, 잘 자렴." 필기아가 머리를 쓰다듬자 미치는 의식이 흐려졌다.
"층분했지?" 필기아는 DZ를 돌아보았다. DZ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대략적인 장소는 알았다."
"그럼 가 보자고." 수어사이드가 일어섰다. "실례했어" "당신들은 대체......"
"아까 말했잖아. 이 거리를 봉쇄하고 있는 터무니 없는 닌자를 날려버리려 온 인권단체다."
【#5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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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미네이트 어나힐레이터】#5
해는 저물고, 밤이 다가온다. 닌자의 시간이다. 맨홀의 뚜껑이 서서히 열리며, 이방인들이 한 명씩 기어나온다.
"이건 정말로......크흐흐흐" 필기어는 낄낄 웃어댔다. "그리운데. 응? 그 때처럼 말이야......"
"그 아마쿠다리 닌자(*1)가 지었던 얼빠진 얼굴은 잊기 힘들지" 마지막 한명, 수어사이드가 힘을 쓰며 올라왔다.
[*1 아마쿠다리 말단 닌자 '딕테이터'에 관한 언급, 자세한 것은 3부 에피소드 '니춈 워 비기닝' 및 '니춈 워'를 요로시쿠도스에!]
"그 자식도 마지막엔 용감하게 싸웠다고 하던거, 기억나냐? 하여튼 알다가도 모를 일이구만" "모를 일 뿐이지."
필기아가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좋은 거야" "아아, 그러셔, 이제 속 모를 놈을 두들겨 패러 가자고. DZ=상. 방향은? 이쪽이 맞냐"
"그래, 하지만 그쪽의 밤눈과 청력을 믿도록 하지"
"그런 게 자신있는 건 이녀석 뿐이지만 말야." "틀림없지" 필기아는 걸어가면서 익살맞게 양손을 귀에 붙였다.
"에-또, 전방, 그 쪽 건물의 그늘에서 나오고 있네. 잠복 중이였던 걸려나" 2초 후, 기계적인 발소리를 내면서 철조망 파워드 슈트가 나타났다.
필기아는 DZ 쪽을 돌아봤다. "그리고 육체노동은 얘들이, 느낌 좋은데."
"이얏-!" 이미 루이너는 달려나가고 있었다. 파워드 슈트는 접근자를 감지하여 거대한 펜치 모양의 오른손을 겨냥했다.
드르륵, 하고 소리를 내며 철조망이 관절부를 기어오른다. 무섭다!
"이얏-!" KRAAASH! 루이너는 펜치 타격을 피하면서 이를 박차면서, 동체에 주먹을 내질러 회로를 끄집어냈다.
"삐가가가갓!" 파괴되어 무너지는 파워드 슈트를 중심으로, 철조망이 사방 팔방으로 자라난다.
이에 루이너는 다리를 붙잡혀 버렸고, 그는 혀를 찼다. 거기에 뛰어드는 것은 수어사이드다.
채찍처럼 체인을 휘두르자, 쇠사슬의 표면을 흰 빛이 타고 흘러, 이에 닿은 철조망은 수축하며 시들어 갔다.
BLAM! BLAM! DZ는 자신과 필기어를 향해 닥쳐드는 철조망을 쏘며 공격을 제지했다.
그러던 와중, 수어사이드는 날뛰는 철조망 생명체의 심지를 붙잡아, 그대로 으스러뜨려 뿌리를 끊었다.
"귀찮게 하기는" 주위의 폐허군을 바라보니, 옥내에서 문과 배기구를 통해서 사악한 담쟁이덩굴을 방불케 하는 철조망이 뿜어져 나와 신음하며 떨고 있었다
"어이, 큰일난 것 같은데" 수어사이드가 말했다. 필기아가 인정했다. "정답이야. 힘의 긴장.....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무언가가......부탁할게"
SPLAAASH! 사방팔방의 건물에서 철조망이 터지며, 급성장하는 가시의 잎과 가지들이 일행을 덮쳤다.
"이이이야앗-!" 수어사이드는 머리 위로 쇠사슬을 돌려댔다.
"똑바로 가. 거기서 왼쪽이다. 우회하면서 나아가" 수어사이드의 비스듬히 뒤쪽에서 몸을 숙인 채 DZ가 지시를 내렸다.
수어사이드는 쇠사슬로 철조망을 쫓아내며 투덜댔다. "제기랄......짙어지기 시작했다고. 진짜 이쪽 맞냐?"
"그만큼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다." DZ는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인과관계는 모른다만"
그들은 주차장이었던 폐허를 가로질러, 아케이드 거리에 돌입했다.
이들의 존재를 감지했는지 길 양옆의 셔터가 빠득빠득 소리를 내며 안쪽부터 찌부러지기 시작했다.
파스텔 색상으로 그려진 가족과 개, 튤립의 그림이 찢어지고, 넘실거리는 철조망의 팔이 튀어나왔다. BLAM! BLAM! DZ가 견제의 총격을 가했다.
"이거 굉장한걸!" 필기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있잖아, 여기까지 짓수가 돌기 시작하면 말이지, 종종 아치급 닌자는.....아~아"
전방, 셔터가 터진 틈새에서 잇달아 기어나오는 것은, 인간형으로 뭉쳐진 철조망들이다.
「AAARGH」 머리처럼 보이는 부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손에 수리켄을 쥔다.
"이떻게 되는 거냐" 루이너가 물었다. 필기아는 대답했다.
" '미니언'이야. 그런게 장기인 닌자도 있는 법이거든......근데 후마 닌자가 그랬는지에 관해선......글쎄, 난 후마 닌자와 잘 아는 사이도 아니였고 말야"
"그 바보가 이런 재주좋은 짓거리를 했던 기억은 없다만" "뭐, 억누르고 있었던 거겠지"
"아케이드를 빠져나간 앞이다." DZ가 말했다. "어떻게든 해라" 「AAARGH!」 철조망 존재가 수리켄을 쏜다!
"이얏-!" 수어사이드는 쇠사슬로 전부 대응할 순 없다고 판단해, 양 손을 앞으로 내밀며 힘을 기울였다.
BLAM! BLAM! DZ가 헤드샷을 날릴때마다, 철조망 존재에게서 빛이 빠져나와, 그대로 무너진다.
"그 새끼는 진짜......10년이나 지나고도......이렇게 귀찮은 짓을......!" 수어사이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외쳤다. "까불지 말라고!"
BOOOM! 빛이 난무하며, 수어사이드의 몸으로 빨려들어갔다. 나무삼! 일소(一掃)였다!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일 뿐이었다. 폐허의 바닥에선 철조망이 아직도 웅성거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텨봐! 끝을 보려면 니가 필요하니까, 너무 늦지는 말고!" 필기아가 수어사이드의 등을 두드리더니, 곧장 달려나갔다.
수어사이드는 비틀거리며 땀을 닦았다. "나중에 보자, 썩을!" 4명은 아케이드를 빠져나갔다.
"저건가" 루이너가 올려다보는 끝, 분명 거기엔 파란 마네키네코 조형물이 서 있었다. 네코마 몰!
"이 부근인 것 같다만" DZ는 단말의 스캐너를 기동시킨다. "꼭 저 가게에 들어가야 하는건 아닐테지"
"저 가게 안에 있는 물건, 뭐든지 가져가도 되는 거야?" "가고 싶으면 가라." DZ는 필기아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며. 주변 농도를 확인한다.
"그건 뭐야?" "가라테 입자의 스캐닝 중이다" "문명의 이기로군."
DZ가 가리킨 곳은 간판이나 노렌도 없는 지역사회센터 같은 건물로......「AAAAARGH!」
현관홀 유리를 박살내며, 철조망을 질질 끌고 파워드 슈트가 출현했다. "저것이다." "도움이 되는 걸까? 문명"
필기아는 말했다. "요컨대 가장 심한 곳에 가면 되는거 아냐?"
"그 결과, 헛수고로 끝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DZ는 굳은 얼굴로 답하며, 파워드 슈트에게 달려드는 루이너와 수어사이드를 바라봤다.
필기아는 뭐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이내 그만뒀다. 루이너와 수어사이드는 순식간에 파워드 슈트를 찌그러진 쇳조각으로 바꿨다.
"익숙해졌네, 저 녀석들."
"빌어먹을!" 회관 안은 철조망의 밀도가 터무니없이 높았고, 선두에 선 수어사이드는 거의 두더지같은 모양새로 이를 헤치며 밀어나갔다.
"너에 관해선 데이터가 거의 없다." DZ는 문득 필기어에게 물었다. "저 두 사람에게 계속 맡기고 있다만, 너는 뭘 할수 있지?"
"아무것도" 필기아는 웃었다. "방관자가 고작이야"
"그런가" "그렇게 쉽게 납득하는 것도 좀......저기, 사실은 나도, 변신이라던가......그런게 있거든, 비장의 카드란게" "과연."
"편리하다고......아, 잠깐! 돌아와!" 필기아는 돌연 멈춰 서더니, 전방의 수어사이드 일행을 불러들였다.
필기아는 녹슨 철문을 가리켰다. "여기, 수상하지?"
"철이라. 니 차례구만." 수어사이드는 루이너를 쳐다봤다. 루이너는 손가락 관절을 뚝뚝 풀면서 다가갔다.
철문 위에 손바닥을 대고, 푹, 푹 하고 채중을 가한다. 철문은 서서히 변형되다가 그대로 찢어져 나갔다.
안에서 아이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이에에에!" "싫어!" "무서워!"
KRAAASH......그곳은 먼지가 자욱한 좁은 방이었다. 벽 구석에 몸을 붙이고 떨고있는 아이가 셋 있었다.
"아이에에에..." "야메테!" "꼬맹이가 세 명." 수어사이드가 중얼거렸다. "뭐야? 사라졌다더니 여기 숨은 거였어?"
"아닐테지." DZ는 텅 빈 실내를 다시 훑어봤다. "아무데나 급하게 숨었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사했을 터"
"하아? 그럼 이녀석들, 이 건물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소리야?" 수어사이드는 겁먹은 아이들을 앞에 두고 DZ에게 확인했다.
"이 엿같은 철조망들 사이를 싸돌아다니면서, 밥이나, 화장실 등을?" "아이에에에!" "그건 본인들에게 확인하면 된다."
DZ가 답했다. "아이에에에!" "......너희들은 밖에 나가 있어라"
......"뭐냐고! 또 이런 꼴이라니" "번거로움은 덜게 됐군." 쫓겨난 3명은 서로 투덜거리며 DZ에 의한 정보 수집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려고 했다.
하지만, "......어이" 루이너가 복도 안쪽을 가리켰다. 복도의 철조망을 치우던 도중이었다. 필기아가 가리킨 방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수어사이드를 돌아봤다. "너도 보였어?" "보였다."
"저 새끼" 수어사이드가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다른 두 명도 뒤따랐다. 그들이 본 것은...
...착각했을 리도 없다......금빛의 눈동자를 어둠 속에서 빛내는 그림자였다. 복도 끝의 어둠에서 그들을 바라보더니, 발길을 돌린 것이다.
웅성이며 앞길을 가로막는 철조망을 수어사이드는 성가신 듯이 뿌리친다. "이얏-!"
복도 끝에는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수어사이드는 철조망으로 가득 찬 계단을 올려보며 혀를 찼다. 손을 펼쳐......
"기다려, 그쪽이 아니야" 필기아가 제지했다. "바람의 흐름이란 게 있거든" 그는 속삭이며, 계단 뒤쪽으로 돌아섰다.
".....이거" 필기아는 쭈그리고 앉아, 바닥에 난 정방형의 칼자국을 찾아냈다.
그것은 아무래도 맨홀과도 같은 뚜껑처럼 보였다. 손을 대자, 그것은 쉽게 빠졌다. 그리고 밑으로 통하는 사다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 밑에 '녀석'이? 터무니없이 번거로운 경로였다. 아니, 애초에 그들이 방금 본 모습은 진짜 실물이 맞나?
누구랄 것도 없이 혀를 차면서, 세 사람은 사다리를 내려갔다.
사다리를 다 내려오자 지상층과는 이질적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 아트모스피어는 뭐라 할수 없을만치 이상했다.
이취가 나는 공기에 그들은 질색했다.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콘크리트 벽은 보기 거북했고, 땅에는 균열이 생겼으며, 그 균열을 따라 철조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수어사이드는 그것을 박차며 앞서 나아갔다.
굽은 통로의 벽에는「내오염」「중점경계」등의 뒤숭숭한 한자들이 적혀 있었다.
그 앞에는, 닫히다 만 상태로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게 된 셔터 후스마 도어를 건너야 했다.
다다미 2장 정도 폭의 바닥에는 「오염제거확인」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필기아는 공기의 냄새를 맡았다. "괜찮아."
"어이" 수어사이드는 벽에 기대듯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가리켰다. 시체였다.
검도 아머 차림. 철조망에 휘감겨, 벽에 짓눌리듯이 해서, 죽었다. "와오" 필기아는 무감동하게 감탄했다.
그들은 시체를 넘어, 「관리」라는 노렌을 지나, 복도를 통해 실내로 엔트리했다.
확실히 이곳은 관리 사무실이였다. 바닥과 천장, 벽에 철조망이 시꺼멓게 스며들고, 찢겨나간 시체들이 꿰여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지만.
사무실 안쪽에는 별실이 보였다.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어, 이쪽에서도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을 위해?
유리 부근에는 UNIX 데스크가 있었다. 아니, 그런 건 나중에 살펴봐도 된다.
세 사람의 시선은 사무실 중앙의 기둥에 고정되어 있었다. 기둥을 등지고 움직이지 않는 존재에게.
그 자는 자신 또한 철조망에 의해 기동에 결박되어 있었다. 철조망은 이곳을 중심으로, 방 안을 타고 나가, 에어덕트나 배관을 통해 밖으로 뻗어나가 있었다.
......"......붓다 퍽" 수어사이드는 나직이 말했다.
그것은 분명 어나힐레이터였다. 적어도, 어나힐레이터였던 것이다. 철조망 속에서 들여다보는 금빛 눈동자는 분명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어사이드는 손바닥에 힘을 주어, 하얀 빛을 머금게 했다. 그리고, 어나힐레이터에게 다가갔다.
"괜한 고생이나 시켜대긴" "......" 금빛 눈동자의 동공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아주 짧은 한순간의 정적은, 대치하는 총잡이들을 방불케 했다. 수어사이드의 발꿈치가 바닥에 닿아, 철컥하는 소리를 냈다.
두근. 방 안의.....아니, 아마도 사키모노 시티 전체의 철조망이, 맥동했다.
"이얏-!" 수어사이드가 뛰어든다! "AAAARGH!" 어나힐레이터가 외친다! 철조망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6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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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은 한순간의 정적은, 대치하는 총잡이들을 방불케 했다. 수어사이드의 발꿈치가 바닥에 닿아, 철컥하는 소리를 냈다. 두근. 방 안의......아니, 아마도 사키모노 시티 전체의 철조망이, 맥동했다. "이얏-!" 수어사이드가 뛰어든다! "AAAARGH!" 어나힐레이터가 외친다! 철조망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엘리미네이트 어나힐레이터】#6
수어사이드는 어나힐레이터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 양 손목에, 양 팔에 날카로운 가시로 뒤덮힌 와이어가 얽혀들어 접촉하는 걸 방해했다.
수어사이드는 상관없다는 듯이, 더욱 힘을 가하여 어나힐레이터에게 닿으려고 했다. 어나힐레이터의 눈빛이 번뜩인다!
"AAAARGH!" "이이이야아앗-!"
KRASH! 수어사이드의 오른팔을 지키고 있던 쇠사슬이 부서져 흩어졌다. 수어사이드의 관자놀이에 혈관이 불거졌다. "이이이야아앗-!"
양손이 하얗게 발공하며 하얀 입자들이 그 손바닥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입자는 그를 휘감은 철조망에서 빠져나와 떨어져내린다.
무언가에 작용하는 힘이었다. 과학적으로는, 그것은 가라테 입자라고 불린다.
가라테 입자는 생명 활동을 촉진하는 힘.....지금 어나힐레이터의 철조망 짓수에서 빠져나간 힘은, 수어사이드의 손바닥에 응축되어 삼켜져가는 것이다.
"으으으으윽!" 수어사이드는 있는 힘을 다해 철조망을 찢어버렸다. 철조망은 갈색으로 녹슬어, 무르게 변해 있었다.
그 스스로의 기합의 여파로 선글라스가 터져 날아갔다.
"AAAARGH!" 날카로운 철조망 집합물의 머리를, 수어사이드가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그 '덮개'는 메말라 흩어져, 벗겨지고, 미쳐 사납게 날뛰는 사내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망할 새끼!"
수어사이드가 외쳤다. "적당히 귀찮게......굴라고!" "AAAARGH!" "끄악-!"
토나무같은 충격이 수어사이드의 배에 충돌해, 그는 튕겨져 나갔다. 나무삼......소울 앱소브션 짓수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직접적인 가라테 타격이다.
수어사이드는 강제로 몇 초간 실신에 빠져, 흰눈을 부릅뜨며 벽에 내동댕이쳐졌다. KRAAASH!
"AAARGH......" 어나힐레이터는 이를 악문다.
"......쿠훕" 수어사이드는 벽에 기댄채 쓰러져, 피를 토하면서 의식을 되찾았다. 평상시라면 내장이 파열할 정도의 타격이다.
어나힐레이터의 짓수를 통해 흡수한 힘에 의한 닌자 내구력의 부스트가 간신히 그를 치명상 일보 직전에서 멈추도록 도운 것이다.
흐릿한 눈으로, 그는 루이너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루이너 또한 이쪽을 향해 뛰어든다. 어나힐레이터는 이제 기둥에서 벗어나 지팡이와 한쪽 다리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철조망은 응집해 그의 불완전한 몸을 보완하며, 초자연적인 닌자 장속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금빛 눈에 이성의 빛은 없다.
거기에 루이너가......주먹을 치켜들고 덤벼든다! "이얏-!" "AAAAARGH!"
루이너의 발목에, 손목에, 목에, 철조망이 달라붙는다. 루이너는 개의치 않고, 원인치 거리에 발을 디뎠다.
덩굴 같은 와이어를 잡아떼고, 팔을 앞으로 당긴다. 그 구속력은 수어사이드의 생명 흡수에 의해 어느정도 줄어들고 있었다!
"......이얏-!" 루이너는 어나힐레이터의 안면을 후려갈겼다! "AAARGH!"
"이얏-!" 왼주먹! "AAAARGH!" "아프, 잖아, 새꺄!" 루이너는 욕설을 퍼부으며 철조망을 찢고, 거듭해서 오른주먹!
"끄악-!" "이 병신아!" 왼주먹! "끄악-!" 어나힐레이터는 쓰러진다! 몸이 충돌한 바닥에서 방사형으로 철조망이 펼쳐져, 루이너를 다시 덮친다!
"끈질기다고." 등을 보이며 누운 어나힐레이터의 몸통을 힘껏 밟은 것은 수어사이드였다.
발에 힘을 넣고, 손바닥을 아래에 내지른다. 어나힐레이터는 소리를 지르며 경련했고, 철조망은 떨면서 뒤틀리다가, 산산히 흩어졌다.
어나힐레이터는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수어사이드와 루이너는 초췌한 눈으로 마주봤다.
".....수고했어" 필기아는 어나힐레이터의 머리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수어사드는 혀를 찼다. "도움이 안되는 구만, 너란 놈은" "이걸로 된 거야. 수습됐으니까." 필기아는 중얼거렸다.
"너의 짓수로 해야 할 일이었고, 넌 그걸 해냈지. 이걸로 됐어."
"......" 세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왜 그래?" 이윽고 필기아가 이상하다는 듯이 수어사이드와 루이너를 쳐다봤다.
"뭘 그리 장례식장같은 분위기야. 살아있다구. 이 정도로 죽지는 않아" 그는 어나힐레이터의 상체를 일으켜, 뺨을 철썩철썩 쳤다.
"야. 미안한데 관장수는 다음 주까지 휴업이랜다."
"그 녀석인가" 목소리가 들렸다. DZ의 것이다. "너희들......뭐, 좋다" 검게 옻칠한 야쿠자 건을 겨누고 있었다.
"끝났다고 봐도 되겠나" 벽이나 천장을 기어다니던 철조망이, 이러는 사이에도 시들어 가고 있엇다.
"아아" 수어사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됐다. 애들은?" "......" DZ는 총을 내렸다. 아이들이 따라왔다.
DZ가 말했다. "이야기는 들을 수 있는 데까지 들었다. 이 녀석들에게서......이봐!"
아이들은 어나힐레이터를 보자, 반쯤 패닉에 빠져서 울부짖었다. "아이에에에!" "아저씨!" "요술사 아저씨가 죽었어!"
"요술사......히, 핫하하하하!" 필기아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울부짖는 아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요술사......아저씨래! 하하하하하!" 어나힐레이터는 상반신을 그에게 잡힌 채로 마구 흔들렸다.
"으와악-!" 아이들은 필기아를 악마라도 본 듯이 두려워하며, 한층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루이너와 수어사이드는 그저 당황했다.
"당신, 이 요술사 아저씨에게 약이든 뭐든 좀 처방해줘." 필기아는 낄낄 웃으며 DZ에게 손짓했다.
"없나 보네. ZBR라도 괜찮은데......보다시피 이 꼴이니까."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안 죽었어. 다이죠부. 이히히......요술사의 제자님의 말을 믿으래도" "으와악-!" 두려워서 운다.
"이 녀석은 우리가 멈췄어. 니가 요청한 대로다." 수어사이드는 그렇게 말하고, DZ를 지긋이 쳐다봤다. "......됐냐"
"그래" DZ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겠지." 주머니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꺼낸다. "동맥에 주사해라, 응급처치는 될거다."
필기아에게 넘겨주자, 그는 여전히 웃으면서 그것을 주사했다.
"이걸로 일단 이 녀석의 뒷바라지는 끝났네." 필기아는 어나힐레이터를 다시 반듯하게 눕혔다.
수어사이드는 다시 한번 주변을 살펴봤다. "대체 뭐냐, 여긴. 뭐하는 곳이야" DZ는 헛기침을 했다.
"일종의 시험시설이다. 네가 짐작한 대로 말이지." 아이들을 가리키며. "이 녀석들과, 도망쳐 온 그 한 명만이 살아남았다."
수어사이드는 안쪽의 유리창이 쳐진 별실을 보았다. 그리고 UNIX 덱을.
그는 DZ와 함께 그 쪽으로 걸어갔다. "사키모노 시티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나는 데쿠타 사키모노사의 통신을 끊었다."
DZ는 말했다. "어나힐레이터의 돔이 통신망을 차단하고 있었으니, 그다지 의심받지는 않을테지. 잠시동안은."
수어사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네 클라이언트라는 건.....데쿠타 사가 아니였던 거냐" "아니다." DZ는 인정했다.
"하지만 내 사정을 설명하자면 시간이 걸리고, 당연히 나 자신도 밝힐 생각은 없다." "붓다 퍽."
"사키모노사가 진행하고 있던 것은, 인공 에메츠의 추출 시험이다." DZ는 본체의 기동을 시도한다.
삐삐삐, 지지직......UNIX 덱이 소리를 냈다. "살아있나. 운이 좋군" DZ는 중얼거렸다. 그에게 있어서 행운인 거겠지.
키를 타이핑해, 깊은 계층으로 파고들자, 모니터에는 '오마크'라는 수수께끼의 단어가 떠올랐다.
DZ는 품에서 플로피 디스크를 꺼내 슬롯에 꽂았다.
"설명이 아직 안 끝났잖아" 수어사이드가 재촉했다. DZ는 타이핑하면서 계속 말했다.
"그 아이들에겐 생체 LAN 단자가 있다. 이 사키모노 시티의 주민들은 LAN 증설 수술이 의무화되어 있으니까"
아이들은 어나힐레이터에게 몰려들어, 몸을 흔들거나 큰소리로 부르거나 하며 그를 깨우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뭔가 했었다는 거야?" 필기아는 유리창에 손을 짚고 안을 들여다봤다.
중앙에는 원기둥 모양의 특수한 UNIX가 있어, 방사상에 반캡슐 상태의 침대가 배치되어 있다.
벽에는 풍선, 코끼리, 웃는 얼굴의 태양 등의 팬시한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즐겁고, 안심입니다」라고 써진 서예 액자도 있었다.
원주형태의 UNIX에는 금붕어 어항같은 정체불명의 밀봉 유리용기가 증설되어 있었다. 유리용기 속에는 거무스름한 결정이 달라붙어 있었다.
"에메츠 치고는, 검은색이......" 수어사이드가 중얼거렸다. DZ는 계속 조작하면서 대답했다.
"부족하지. 불완전하니까 말이야.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여긴 아이들을 LAN직결시켜서, 에메츠를 만드는 도중이었다."
"죽을만큼 불쾌하구만" "그렇고 말고. 불쾌한 이야기지" DZ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니터에는 토끼와 개구리가 전자 박스를 주고받는 진척도 표현 애니메이션 영상이 표시되고 있다.
전자 박스에는「仇」(*1)라는 한자가 적혀 있었다. 쿠두-웅! 이윽고 처리가 완료되고, 토해내진 플로피는 그는 다시 품에 넣었다. "내 용무는 끝났다."
[*1 「仇」: 한자 '원수 구', 일본어 음독으로는 '아다'라고 읽으며, 4부의 주요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 중 하나인 '아다나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아저씨!" "요술사 아저씨!" 아이들은 움직이지 않는 어나힐레이터를 여전히 흔들고 있었다.
"나 알아! 심장마사지 하면 될꺼야!" 한 명이 갑자기 떠오른 듯 그의 가슴을 쿵쿵 두드리기 시작했다.
DZ는 그걸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히 이곳 주민들은 그 전모를 모른다. 모른 채로 착취당하고 있었지. 실종사건은 그 일환이다."
"야, 야, 슬슬 놔 주라구" 필기아가 걸어가서 어나힐레이터는 마구 두들기고 있는 아이를 쓴웃음을 지으며 떼어냈다.
DZ는 계속 말했다. "놈은 어떤 경위인지 이 실종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 시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녀석에 관해선 강력한 짓수의 사용자로써 몇가지 정보가 있었지. 독립된 존재로써도."
"이 녀석은 기업이나 야쿠자에게 길러질 놈은 아니야" 수어사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나하고는 달라"
"그렇겠지. 그래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놈의 짓수는 이 사키모노 시티를 가두고, 데쿠타 사에게 있어 매우 탐탁치 않은 상황을 불렀다, 아마 주민도 꽤 죽게 되었다. 발단은 기업 병사들과의 전투였겠지"
통로 도중에, 그리고 여기에도 남아있는 시체 몇 구가 그 흔적이다. "너무 분발했구만, 그 바보자식."
수어사이드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DZ는 어나힐레이터를 돌아봤다.
"놈이 살아 있다면, 직접 그 입에서......" "아밧-!" 움찔! 거구가 경련하며, 튀어올랐다. "" 아이에에에! "" 아이들!
"칫." 수어사이드는 어나힐레이터에게 다가갔다. "떨어져 있어, 꼬맹이들" 준비하고, 손을 갖다댄다. 루이너도 가라테 자세를 취하며 기다렸다.
"아밧-!" 쿠웅! 어나힐레이터는 오체투지의 자세로 1피트 가까이 허공으로 튀어올라,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 "......" "......"
금빛의 눈이, 확 떠졌다. "사......츠, 가이" 낯선 단어를 중얼거린다.
"뭐?" 수어사이드는 의아해했다. "아밧-!" 어나힐레이터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몸을 일으켰다.
"우오오오오빌어먹을! 빌......아?" 그리고 수어사이드를 가리켰다. "너?" 그리고 루이너를. "너냐?"
그리고 유리에 기대고 있던 필기아를. "너까지"
와-! 하고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은 어나힐레이터에게 매달렸다. "요술사 아저씨!" "아저씨!"
"멈춰! 꼬맹이들! 그만해!" 어나힐레이터는 거부하려 했으나, 몸이 아직 만족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하하하하!" "핫하하하하하!" 이번엔 수어사이드와 루이너도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어대지 마" 어나힐레이터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그게 아냐! 니들이 왜 여기 와 있어.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히히히히" 필기아는 어꺠를 들썩이며 웃더니 이윽고 말했다. "아니, 수어사이드 그녀석이 말이지......뭔진 몰라도, 기념 파티를 한답시고 우리를 모았거든......"
"애초에 너 임마, 살아있었던 거냐!" "그러니까 바로 여기 있는거지" 필기아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뭐 어쨌든, 이걸로 그리운 면면이 다 잘 살고 있다고 알게 됐으니, 잘됐네 잘됐어." 그리고 DZ를 보았다.
"파티도 막바지......그렇겠지, DZ=상" "......" "이 녀석의 짓수가 풀렸어. 그럼 기업 쪽에서도 움직이는 거 맞지?"
"그렇게 되겠지." DZ는 무감정하게 인정했다. "아마도 이 부근에 데쿠타 사의 부대가 주둔하고 있을 것이다, '섬멸부대'가."
"실험내용이 공개되면 주가에 심각한 데미지가 가게 된다. 반드시 지워버리려 할테지." "......" 수어사이드 일행은 시선을 교환했다.
"후-우......" 어나일레이터는 한숨을 내뱉었다. "잠깐 어울려라, 너네들"
【#7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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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손된 좌반신을 가라테의 철로 메우고, 철조망같은 장속을 씌우고, 후드 달린 망토로 그 무시무시한 몸을 가린 금빛 눈의 닌자를 목격한 자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목격자는 지구상의 곳곳에 존재했다. 닌자의 이름은 어나힐레이터라고 하였다.
이 기묘한 마법사를 방불케하는 모습의 닌자는 대륙에서 대륙으로, 산에서 산으로, 도시에서 도시로 옮겨 다니며 그 발자취를 남겼다.
월파쇄년 이후 그와 같은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니는 닌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기폭풍의 소실로 닌자 대국인 일본에서 많은 닌자가 풀려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나힐레이터는 특이한 짓수를 사용하는 닌자였다. 그 누더기같은 망토가 펄럭이면, 철조망이 튀어나와 닥쳐오는 적을 그대로 붙잡아, 찢고, 파괴한다.
그를 상대하는 자들은 다양했다. 노상강도 및 산적 나부랭이, 야쿠자 조직, 또는 암흑 메가 코프의 기업전사.
이내 그의 이름은 공포와 경외감과 함께 구설수에 올랐다.
어나힐레이터는 흉폭한 요괴라고도, 사악한 파괴자라고도, 미친 마인이라고도 불리었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사실은, 산골의 마을이나 빈민가, 피난소 등에서 그 이름이 종종 기도하는 것처럼 입에 오르곤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필 어나힐레이터 (모조리 죽이는 자) 라는 이름의 닌자가.
그의 과거를 알고있는 자는 없고, 그의 사상이나 목적을 확인한 자도 없다.
하지만......어찌됐든, 이 정체불명의 닌자 방랑자는, 이번해에 국가소멸 후의 일본에 다시 나타나...
...네오 사이타마에서 북서쪽으로 떨어진 지점, 사키모노 시티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거주자의 실종사건에 관해 듣게된 그는 잠시 그 지역에 머물면서 정보를 캐고 다니기 시작했다.
데쿠타 사키모노 에메츠 테크놀로지 앤드 리서치사가 관리하는 사키모노 시티는, 같은 회사가 사용하는 인체 실험장을 겸하고 있었다.
그것은, UNIX와의 특별한 LAN직결에 의해서 희소 자원인 에메츠를 추출한다고 하는 것이다. 어나힐레이터는 실험장을 찾아내, 돌입하여,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 파괴행위에 대해, 데쿠타 사의 주둔 기업전사들이 곧바로 배제 행동을 개시했다.
어나힐레이터는 시민회관으로 위장된 지하실험시설 안에서 격렬한 가라테를 구사하고,
후마 닌자의 소울에서 유래된 가공할 짓수를 해방시키며 닌자를 포함한 데쿠타 사의 전력을 맞받아쳤다.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살육이었다.
그는 일면에 펼쳐진 자신의 몰살 철조망과 트루퍼들의 시체를 쭉 훑어봤다. 지하실험시설...
...아니, 그는 줄지어 선 검은 토리이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초자연의 황야를 보고 있었다. 하늘 위에선 황금빛의 입방체가 자전하고 있다.
줄지어 선 토리이를 천천히 빠져나오며 나타나는 존재가 있었다. 그 얼굴은 어둠 그 자체로써,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예사로운 존재가 아니다. 누구냐, 고 어나힐레이터가 외치는 것보다 먼저, 그 대답이 뉴런에 새겨졌다. 사츠가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갈 때마다, 수리켄이 날아가 아직 숨이 남아있던 기업전사들을 살해해 갔다.
어나힐레이터는 신음소리를 내며 뒷걸음질쳤다. "BWAHAHAHAHA!" 사츠가이는 광소했다.
어나힐레이터에게, 사츠가이는 무언가를 가하려고 했다. 그때 그의 뉴런에 오간 것은 직접 체험한 적이 없는 기억이었다.
후지산의 기슭, 날아드는 화살과, 수리켄과, 불꽃과, 얼음과, 함성. 동과 서로 갈라진 진영.
무시무시한 이쿠사 배틀이었다. 그는 거기에 있었다. 그에게 빙의한 소울이.
그것은 배틀 오브 모반. 아득한 옛날, 닌자의 시조 카츠 완소에게 반기를 든 하토리 닌자, 그리고 그를 따르는 닌자 6기사의 거대한 이쿠사였다.
6기사. 즉, 하가네, 소가, 고다, 드래곤, 후마, 야마토의 여섯 명의 아치 닌자다. 후마 닌자가 바로 그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나타난 이 자는? 후마 닌자의 소을은 사납게 날뛰며 육체를 전부 태워 녹일듯한 가라테로 그의 혈관을 채웠다.
닌자 시조 카츠 완소. 최대의 적......두렵기 짝이 없는 적......절대적인 공포......
눈 앞의 '사츠가이'에게는 희미한,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 에센스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나힐레이터는......후마 닌자는, 포효와 함께 폭발했다.
그의 가라테는 안에서 터져나와, 미친 듯이 날뛰고, 모든 통로에서 지상으로 빠져나와, 사키모노 시티를 유린했다.
사츠가이는 자신의 의도가 통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한층 더 크게 웃었다.
"BWAHAHAHAHA! MWAHAHAHAHAHA! 이상해! " 사츠가이의 웃음.....모든 것을 폄훼하고, 조롱하는, 허무적인 웃음.
이 '파열'의 결과로, 사키모노 시티는 어나힐레이터의 짓수로 뒤덮혀, 바깥 세상과 격리되었고, 폭주한 소울은 무수한 미니언들은 무계획적으로 만들어 내며, 움직이는 것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덮쳤다. 주민들은 피난 생활을 강요당했다.
지금와서 그 기억은 수천년 전의 옛날처럼 느껴졌다.
그야말로 후지산 기슭의 이쿠사 배틀과 다를 바 없는 비현실적인 과거의 체험으로써, 뉴런에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사츠가이'라는 이름도, 곧 거기서 사라지겠지.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나힐레이터는 10년 전에 같이 활동했던 패거리에 둘러싸여, 곤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이 녀석의 짓수가 풀렸어. 그럼 기업 쪽에서도 움직이는 거 맞지?" "아마도 이 부근에 데쿠타 사의 부대가 주둔하고 있을 것이다, '섬멸부대'가."
"실험내용이 공개되면 주가에 심각한 데미지가 가게 된다. 반드시 지워버리려 할테지." "......"
"후-우......" 그는 한숨을 내뱉었다.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오른다. "잠깐 어울려라, 너네들"
【엘리미네이트! 어나힐레이터!】#7
사키모노 시티 중앙 광장! 이미 거리를 유린하고 돔 형태로 하늘을 가렸던 철조망은 먼지가 되어 쓸려나가고 있다.
무질서하게 움직이던 철조망 파워드 슈트도 동력원을 잃어 움직일 수 없는 오브제로 변해 있었다.
하늘 아래, DZ는 흙먼지 날리는 광장 한복판을 홀로 걷다가, 멈춰섰다.
"여기가 맞냐?" 이윽고 또 한사람. 수어사이드는 땅에 침을 뱉으며 DZ에게 다가갔다.
"......" 사이버 선글라스를 낀 그의 얼굴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때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서치라이트가 하늘로부터 비춰졌다.
"빌어먹을" 불어오는 바람을 수어사이드는 언짢게 느꼈다. DZ는 중얼거렸다. "'스루스미(*먹물)'. 운송용 에어크래프트. 아다나스계의 기체."
"핫. 잘도 아는구만" ".....내려온다" 그가 말한 대로, 여러 명의 인원이 기체로부터 강하해 왔다.
"아다나스란건 뭐야?" ".....데쿠타와는 제휴관계. 기체를 조달하고 있다.....쉬잇" DZ는 회화를 마쳤다.
처음으로 내려선 사람은 7:3 가르마의 사나이. 데쿠타 사의 사라리맨, 항바키. 이어서 한명, 두명, 세명, 네명이 연이어 내려왔다.
한 명은 외눈 풀멘포를 착용하고 있다. 그 자가 닌자이고, 나머지는 모탈이다.
닌자 뿐만 아니라 항바키를 비롯한 사라리맨도 이머전트 장갑복을 착용하고 있어 실제 믿음직해 보였다.
"도-모.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 항바키는 붙임성 있는 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숙였다.
"이야아, 눈부신 활약이십니다. 이렇게나 확, 깨끗하게 치워주시다니! 이걸로 주가도 회복하겠지요"
"돈이나 내라" 수어사이드는 위압감을 발했다. 보호하듯이 닌자가 나서서 아이사츠했다. "도-모. 룩아웃입니다."
"수어사이드." "다이젠입니다, DZ면 됩니다." "보수는 물론 지불하겠습니다. 이미 품의서를 올렸지요." 항바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어사이드는 상공에 있는 스루스미를 올려다봤다. "시끄러운 비행기구만."
"여하튼 안의 상태를 알 수 없었으니 말이지요" 항바키가 이어서 말했다.
"어땠습니까? 통신환경도 부자유스러웠으니, 부디 보고를 받고 싶습니다만"
"아아, 어나힐레이터는 보다시피 쳐죽였고, 여차저차 해서, 이렇게 됐다. 깨끗하게 정리했지?" 수어사이드가 말했다. "이 다음엔 어쩔거냐"
"이 다음? 여러분에게 보수를 지불하고......" "도시 말이야." 수어시아드가 말을 잘랐다. "정확히는, 실험시설이지."
"......" 항바키의 미소는 가면이라도 쓴 것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렇군요. 현장에 직접 계셨으니, 무언가를 보셨을 수도 있겠죠. 기밀유지 계약서도 있습니다. 아시겠지요?"
"저 시끄러운 것들을 유난히도 많이 띄워놓은 것도 그것 때문이냐" 스루스미는 3기. 항바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픽업할 예정이니, 안심해 주십시오" "뭘 내리는 건데?" ".....청소를 할 것입니다. 기밀유지가 필요하니까요."
"그러시겠지." 수어사이드가 말했다. "이 닌자 자식도 그런 거고?" "예"
항바키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주인없는 닌자가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과의 계약위반을 범할거라 생각하진 않는 것이다.
그런 닌자는 데쿠타 측 진영의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적대 메가 코프로부터 일거리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메리트는 없다.
메인 보수도 이미 이전에 지불했다. 반항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청소라는건.....죽이는 거지? 주민들을?" "그에 관해선 문제 없습니다." 항바키는 안경을 고쳐 썼다.
"바이탈 서치를 실시해, 한명도 빠짐없이 특정하는 것이 가능하니까요" "으음" 룩아웃은 완부 UNIX 장치의 광점을 확인했다.
"쥐새끼들, 이리저리 굴 속에 틀어박혀 있구나. 좀스럽게도 살아남았다는 것이로군. 역겹기 짝이 없다"
"그거 굉장하네" "청소에 흥미가 있으십니까?" 항바키는 더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한 일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소개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 "이봐" DZ는 수어사이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단단히 못을 박듯이 물었다. "계약에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 알고 있겠지?" 수어사이드는 대답했다. "알고 있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DZ는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지었다. "나는 이만 실례하겠다." 한번 고개를 숙이고, 그는 떠나갔다.
떠나간 뒷모습에서 빠직거리며 노이즈가 일어나더니, 이내 스텔스화하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후-우......" 수어사이드는 우두득 소리를 내며 목을 풀었다. 항바키는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이얏-!" "끄악-!"
나무삼! 룩아웃이 비집고 들어갈 시간조차 없을만큼 순간적인 박치기였다!
"아이에에에에!" 항바키는 깨진 이마를 누르고 뒹굴며, 실금! "아이에에에에!"
"네놈......" 룩아웃이 가라테 자세를 취한다. "이얏-!" 내지르는 발차기! "치잇-!" 뒤로 밀려나는 룩아웃!
BRATATATATATA! TATATATATA! 기업전사들은 거품을 물고 수어사이드를 향해 어설트 라이플을 발사한다!
"이얏-!" 수어사이드는 앞구르기로 사격을 피하고, 때리고, 그리고 때린다! "끄악-!" "끄악-!"
"아이에에에! 미치셨습니까!" 항바키는 손목시계 UNIX를 조작! "죽이십시오!"
그러자, 나무삼! 광장을 비추는 서치라이트가 단숨에 부쩍 늘었다. 심지어 그것은 한자 서치라이트다!
「적」 「악」 「요타모노」등의 한자가 수어사이드를 덮친다! 그리고 복수의 공중 사다리 투하!
차례차례 완전 무장한 기업전사들이 강하하기 시작했다. 나무아미타불! 그것은 본래 사키모노 시티의 주민들에게 향해질 터였던 살육병기들!
BRATATA! 삼점 버스트 사격이 수어사이드를 덮친다! 닌자라 해도 총에 맞으면 죽는다. 면제압은 대(對)닌자 메소드의 기본이다.
수어사이드는 옆돌기를 반복하며 사격에서 벗어난다. 룩아웃은 수어사이드를 뒤쫒으려 했으나, 이내 그것을 그만두고 스텔스 장속을 활성화시켰다.
"이얏-!" 왜냐하면 다른 방향에서 물방울 무늬 장속의 닌자가 엔트리해왔기 때문이다! "끄악-!"
연이어 착지하는 기업 전사들과 교전을 개시한 두 번째 닌자를 흘낏 보고는, 룩아웃은 유리한 공격 포인트를 점하기 위해 후퇴했다.
교대로 차례차례 낙하해 오는 것은 인간형의 파워드 슈트다!
나무삼! 그것은 아다나스계의 유인(有人)기체 '쇼다이부(*1)', 시티 내에서 어나힐레이터의 철조망이 움직이고 있던 것과 동형이다.
"얏쯔케루조(*2 ヤッツケルゾ;해치우겠어)!" "해치웁니다!" 파워드 슈트 내부의 전투사원들이 용맹하게 함성을 지르자, 이를 스피커가 몇배로 확성시켜 광장에 울려퍼진다!
[*1 쇼다이부(ショダイブ;諸大夫):친왕(親王), 섭정(攝政), 칸파쿠(關白), 다이진(大臣) 등의 집에서 사무관을 지낸 4품, 5품 가문의 사람(무사).]
"냉큼 전부 토해내라고." 수어사이드는 총격을 가해온 기업전사의 품으로 달려들어 안아올리고, 그대로 내던지며 큰소리를 쳤다.
"모조리 정리해 줄테니까 말야!" DOOOOOM! 도발에 응하듯이, 유난히 중량감 있는 또 하나의 기체가 착지했다.
스캐럽 같은 둥근 실루엣의 흉악한 파워드 슈트.
"뚜둑......우드드드득" 기괴한 맞물림 소리를 내며, 그 파워드 슈트가 아이사츠를 건넸다. 나무삼.....닌자인 것이다.
"도-모. 트라이엄프입니다." 수어사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파워드 슈트는 다른 것들과 달리, 갑주 같은 프로텍터였다.
살아있는 빅 닌자가 그것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다!
"도-모. 수어사이드입니다." 수어사이드는 아이사츠에 화답했다.
"루이너입니다." 물방울 장속의 닌자가 그 옆에 도로 뛰어들어와, 아이사츠에 가세했따.
이미 조금 전의 쇼다이부들은 잔해로 변해 있었다. 가공할 가라테였다. 하지만, DOOOM.....DOOOM.....쇼다이부는 계속 늘어난다!
"이얏-!" 그리고, 아부나이! 트라이엄프는 거대한 미사일 런쳐를 들고, 이를 수어사이드들에게 향했다!
미사일 런쳐는 트라이엄프의 등에 있는 튜브와 직결되어 있다. 트라이엄프의 몸이 희미하게 발광하더니.....
BOOOM! 축구공만한 초자연의 광탄이 사출되었다!
".....!" 수어사이드는 눈을 부릅뜨고 회피행동을 취했다. 광탄에는 범상치 않은 아트모스피어가 깃들어 있었다.
"이얏-!" 플립 점프, 그리고 옆돌기.....광탄은 그것을 호밍해 왔다! "썩을!" KABOOOOM!
양 팔을 교차시켜 가드를 취한 자세로, 수어사이드는 폭발에 휩싸였다! "끄악-!"
나무아미타불! 이는 아다나스의 시제병기, 전자유도 가라테 미사일 캐논......
트라이엄프의 혈중 카라테를 증폭해, 유도성을 갖게 한 채로 사출하는 가공할 파괴무기다.
이 무슨 근대무기와 헤이안의 어둠을 융합시킨 포스트 자기폭풍 시대에 출현한 악몽이란 말인가! "슉-, 슈-욱.....!" 그리고 숨소리!
트라이엄프는 사악한 가스마스크 멘포 속에서 비웃는다.
그의 파워드 슈트는 시작형 가라테 엔진을 내장하고 있으며, 이것은 그의 장기와 생체 접속되어 있다.
그는 만약을 위해, 예비 에메츠 카트리지를 옆구리의 슬롯에 꽂아 혈중 가라테를 증폭시켰다. 이론 상으로는 세 발까지 연속으로 쏠 수 있지만, 재장전은 중요하다.
"이이이이야앗-!" 접근해 오는 가라테 샤우트를 향해 트라이엄프는 방향을 돌렸다.
버티고 서있던 쇼다이부의 각부를 파괴한 후 흉부를 꿰뚫어 마무리를 지은 뒤, 루이너는 그대로 트라이엄프에게 달려들었다.
"물리 가라테구나! 바라던 바다! 이얏-!" 트라이엄프는 팔의 전자 실드로 후려갈긴다!
루이너는 땅을 디디며 몸을 가라앉히고 무게중심을 이동시켰다. 발밑의 지면에 균열이 생겼다.
트라이엄프의 닌자 제6감은 이상한 위험을 감지했고, 가속된 뉴런은 시간 감각을 둔화시켰다.
내리치는 왼팔의 전자 실드 위에 루이너는 손바닥을 댔다. 틱틱 불꽃이 튀고, 쉴드가......일그러진다!
"으윽-!?" 트라이엄프는 눈을 부릅떴다. 전자 실드 무력화! 파괴! 이어서 내려오는 루이너의 손바닥!
하지만, 나무삼......그 가라테가 트라이엄프의 왼팔을 가져가기 콤마 1초 전, 사각으로부터 던져진 쿠나이 다트가 루이너가 휘두른 팔에 박혀있었다.
"끄악-!" 룩아웃의 인터럽트다!
"건방진 가라테쟁이가." 룩아웃은 다소 떨어진 위치에서 중얼거렸다.
"이얏-!" "끄악-!" 곧바로 트라이엄프는 루이너의 옆구리에 통나무를 방불케하는 발차기를 내질렀다.
루이너는 수평으로 회전하며 튕겨져 나갔고, 그대로 떨어져 땅을 굴렀다. "방심할 수 없는 들개로군! 쉬익-!" 가라테 미사일 런쳐를 겨냥한다!
BOOOOOM! 루이너를 향해 카이샤쿠의 전자유도 가라테 미사일 사출! KABOOOOM! 가라테 폭발 섬광이 광장을 물들인다!
한편 항바키는 안전지대까지 대피해 에어크래프트 한 대에서 늘어뜨린 공중 사다리를 잡으려던 참이었다.
"예측불가한 사태에도 정도란게 있지......이 땅은 저주라도 받았나 보군"
항바키는 중얼거리며 에어크래프트의 그림자를 올려다보았다. "......음음?" 스루스미로부터 덩굴같은 그림자가 뻗어 있다.
아니, 스루스미 쪽으로 뻗고 있는 것이다. 이 담쟁이덩굴 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은, 광장에 인접한 빌딩의 옥상부...
...거기에는 금빛의 눈을 번뜩이는 듬직한 체격의 사나이의 그림자가 있었다. "아이엣......?" "이얏-!"
나무아미타불! 어나힐레이터는 스루스미의 짐받이에 감은 철조망을 줄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잡아당겼다.
스루스미는 저항하며 부스터를 올렸지만, 어나힐레이터의 좌반신은 철조망을 견고한 밧줄로 키워낸지 오래였고, 결코 힘에서 지지 않았다.
스루스미는 비정상적으로 선회하여.....옆의 빌딩에 충돌했다. KABOOOM!
"아밧-!" 항바키는 사다리에서 튕겨져나가, 덤불에 내동댕이쳐졌다.
어나힐레이터는 더 이상 스루스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고, 광장의 전투를 내려다 본 뒤, 한껏 몸을 굽혀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이이이이이이이......" 도약! "이얏-!" 치켜든 두 팔엔 도끼 형태로 뭉쳐진 철조망이 덮여있었다!
"에......" "아이엣......" 부상을 입은 수어사이드에게 총격을 가하고 있던 기업전사들은 이상사태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숨을 삼켰다.
금빛 눈의 악귀가 운석처럼 떨어져 내려와......양 팔을 땅에 내리치자, 땅을 파고들며 철조망이 퍼지며, 그들을 공중으로 튕겨내버리고, 그대로 옭아맸다!
"아이에에에에!" "아밧-!" "아바밧-!"
"위험한데" 필기아는 착지하며 붙잡고 있던 루이너의 목덜미를 놓아줬다.
"저 미사일은 꽤 성가셔. 너도 좀 방심한 거 아니야......?" "쿨럭" 루이너는 기침하면서 일어났다.
"뒤숭숭한 생활에선 발을 씻었다고" "히히히.....그러면 됐어" 필기아는 웃었다. 루이너는 땅을 박찼다.
"이얏-!" 루이너는 쇼다이부에게 뛰어들어, 바로 파괴했다. 기업전사들이 응전했다.
쇼다이부로부터 찢어낸 파츠를 집어던져 대열을 흐트러뜨리고, 거기에 후려갈긴다! "에-또, 그 녀석 어디로 갔지"
필기아는 중얼거리면서, 나무 그늘에서 손바닥을 비스듬히 맞대며 수어사이드를 찾았다. 수어사이드는.....트라이엄프를 향해 가고 있었다.
"끈질기기 짝이 없군!" 트라이엄프는 전자유도 가라테 미사일 런처를 겨냥했다. 한발 더 쏠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상반신을 드러낸 수어사이드의 당돌한 미소를 포착하고 있었다. BOOOM! 무자비한 광탄이 쏘아진다.
수어사이드는 갑자기 멈춰서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을 뻗었다.
트라이엄프는 의아해했다.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된다.
그는 미사일 런처를 허리로 돌리고 옆구리에 에메츠 카트리지를 장전했다.그 예감은 맞았다. 광탄이 터지지 않는 것이다.
수어사이드는 발을 크게 딛고 손바닥으로 전자 가라테 미사일을 억누르고 있었다!
"뭣......이럴 수가!?" "우습게 보지 마!" 수어사이드는 흉폭하게 웃었다! "익숙해지면 이딴 것쯤......" 쥐어서 뭉갠다!
그가 털어낸 손에서 잉여 가라테 에너지의 잔광이 맴돌았다. 수어사이드는 그가 흡수한 가라테에 의해 빛나고 있었다.
트라이엄프를 향해 달려든다. 빛이 사라졌을 때, 그는 이미 원 인치 거리에 있었다!
"이얏-!" 트라이엄프는 기요틴 춉으로 요격! "이얏-!" 수어사이드는 몸을 숙여 이를 피하고, 명치에 강렬한 훅을 갈겼다!
"끄악-!" "이얏-!" 한 방 더! "끄악-!" "딱딱하구만" 수어사이드는 손을 털며 투덜댄다! 주춤하는 트라이엄프! 거기에 한 방 더! "이얏-!"
약간 떨어진 지점에서 쿠나이 다트를 겨냥한 룩아웃은 다시 인터럽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사선상에 가로막듯이 선 것은 필기아였다. 필기아는 룩아웃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엷게 웃었다.
룩아웃은 소름이 끼쳤다. "이얏-!" 루이너가 룩아웃을 덮친다!
수어사이드의 가라테가, 루이너의 가라테가 각각의 적을 포착했다. 그리고 필기아는 어나힐레이터를 바라봤다.
철조망의 폭풍이 기업 전사들을, 쇼다이부를 유린한다. 이쿠사 배틀의 추세가 결정나려 하고 있었다.
총탄과 피와 쇳조각이 난무하는 사지에서, 필기아는 조용히 웃고 있었다.
【#8(終)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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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미네이트! 어나힐레이터!】#8
"얏쯔케루조!" "신켄데(*1 シンケンデ : 진지하게, 성실하게)" 애사 구호를 외치면서 밀려드는 기업전사들의 눈빛에 공포는 거의 보의지 않는다.
항상 ZBR이나 샤카리키를 동맥에 주기적으로 공급하는 기능이 프로텍터에 도입되어 있는 것이다.
또는 직결 LAN을 통해 섭취하는 데이터 드러그의 영향인가. 어나힐레이터는 금빛의 눈으로 그들을 노려본다.
"이얏-!" 땅에 꽂은 오른팔로부터 철조망이 소용돌이치며 뻗어나가 밀려오는 기업전사들을 옭아매고,
"이얏-!" "" 아바밧-!" 가죽과 살을 벗기고, 꿰뚫어, 갈기갈기 찢어 흩뿌리고,
지면에 낙하해 사방팔방으로 가지를 뻗어, 덤벼드는 쇼다이부의 각부를 휘감아 움직임을 봉한다. 어나힐레이터는 우렁차게 외쳤다.
"하! 하! 하!" 일그러진 신비를 머금은 홍소를 동반하며, 부상자처럼 부자연스러운 발걸음을 재촉하고, 치켜든 왼팔에 거대한 십자 수리켄이 형성된다.
"가가삐-" "아이에에에" 파이드 슈트의 전자적 비명과 조종자의 비명이 겹친 다음 순간, "이얏-!" KABOOOM! 거대 수리켄이 내리찍혔다.
"이얏-!" 손도끼처럼 사용한 왼손의 거대한 수리켄은 그는 돌아보면서 투척했다.
"삐각-!" KABOOOM! 또 한대의 쇼다이부의 정중선을 수리켄이 포착하여, 폭발사산시켰다.
"으으으음......!" 어나힐레이터는 웅크리고 앉아 금빛의 눈동자를 깜빡였다. 흩날리던 철조망이 되돌아온다.
"으으으음......으으음" 어나힐레이터는 땅을 두드리며 떨어진 지팡이를 찾았고, 찾아낸 후엔 귀한 물건을 다루듯이 그것을 움켜쥐고 지면을 연거푸 찌르며 기대듯이 섰다. 짓수를 다시 완전히 이용하려면 다시 불러들일 필요가 있었다. 불편하지만, 예전처럼 매번 뉴런을 새하얗게 날려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철조망은 그의 몸에 되감겨 누더기처럼 그 위를 덮기 시작한다.
그는 상공에서 후퇴하려던 스루스미가 오렌지색의 폭염을 내뿜으며 다른 한대와 충돌한 뒤 폭발하면서 비스듬히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날아가는 그림자는 필기아인가. 지상에는 상대 닌자와 백병전을 벌이는 루이너와 수어사이드.
"이얏-!" 룩아웃이 내지르는 대거의 칼날을 루이너는 한손으로 흘리며, 그대로 손목을 비틀어 룩아웃 자신의 가슴을 찌르게 했다.
"아밧!?" 외눈박이 풀페이스 멘포의 호흡구에서 피가 넘쳐흘렀다. 그는 절망적으로 고개를 들어, 높이 쳐든 오른손이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것을 지켜봤다.
"이얏-!" "아밧-!"
무겁고 치명적인 가라테에 의해 어깨에서 심장에 걸쳐 비스듬이 찢겨나간 룩아웃은 더 이상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고, "사요나라!" 폭발사산했다.
그리고 수어사이드는 이젠 일방적으로 트라이엄프를 두들겨 패고 있었다. 때릴 때마다 미량의 가라테를 흡수하여, 주먹의 기세를 더하는 것이다. "이얏-! 이얏-!"
"건방진!" 트라이엄프는 뒤로 물러났다. 그 눈이 빛난다. 그의 배후에서 상공으로 무언가가 쏘아 올려졌다...
...그것은......나무삼, 부유하는 두 대의 오뚝이 형상의 물체다. 에메츠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기습공격 드론인가!
그것들은 트라이엄프의 뉴런과 동기화하여, 수어사이드의 주위를 날아다니며 수리켄을 뿜어냈다!
"등신아! 뒤쪽이다!" 라고 어나힐레이터가 외쳤지만, 직접 돕지는 못하고 있었다.
수어사이드도 그 공격은 알고 있었지만, 트라이엄프는 격렬한 가라테 타격을 내지르며 방어를 방해했다.
"치잇-!" 결국 꽂히는 수리켄! 오뚝이들이 가차없이 공격을 계속하자, 수어사이드의 방어가 무너진다!
"이얏-!" "끄악-!" 주먹이 측두부에 명중, 수어사이드는 비틀거렸다. 트라이엄프는 기세를 올려 한층 더 파괴적인 빅 닌자 훅을 휘둘렀다.
아부나이! 하지만 그때......KBAMKBAM! 오뚝이 드론이 총탄을 맞고 파괴된 것이다. 수어사이드는 트라이엄프에게 의식을 집중하여, 주먹을 받아냈다!
"그 자식" 수어사이드가 중얼거렸다. 저격수는 틀림없이 DZ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확인할 틈은 없다.
그는 오른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쇠사슬을 감았다. 사슬에 하얀 빛이 타고 흘러, 오른팔 전체가 마치 빛의 수갑(手甲)을 방불케 했다.
"이얏-!" 그리고 그것으로 후려쳤다! "끄악-!" "이얏-!"
트라이엄프의 무릎을 박차고 뛰어올라, "이얏-!" "끄악-!" 안면을 후려갈기고, 몸을 비틀어 공중 돌려차기를 구사한다!
"끄악-!" 피와 전해액(*2)를 흩뿌리며 춤을 추는 트라이엄프, 거기에 총탄이 한 발 더 날아온다! 등의 에메츠 탱크가 저격을 받아 폭발!
KABOOOOM! "사요나라!" 폭발사산!
[*2 전해액 : 전기분해할 때 전해조에 넣어서 이온 전도의 매체 역할을 하는 용액. 각종 이차전지와 전자기기에 사용된다]
"짜식, 일단 빚졌다고 쳐두마." 수어사이드가 잔심을 취하며 중얼거렸다. "잠깐, 카이샤쿠를 멋대로 한거잖아. 노 카운트로."
그의 배후에서 철조망이 튀며 살아남은 몇명의 기업전사를 살육했다. "아바밧-!"
"아이에에에에!" 그리고 비명소리가 난 방향, 루이너에게 걷어차여 땅을 구르는 항바키가 기업전사 측의 마지막 생존자다.
"아이에에에에! 더 이상의 폭력은 그만두어 주십시오......!" 항바키는 뒷걸음질쳤지만, 뒤에는 필기아가 서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는 어나힐레이터에게 물였다. "이 녀석은 어쩔꺼야?" "......후-우"
어나힐레이터는 금빛의 눈을 살벌하게 깔았다. "아이에에에" 항바키는 실금했다.
_________
"수고하셨사와요" "다음번에도 잘 부탁드리와요" 화려한 오이란들이 처마 끝에서 손을 흔들며, 사탕과자를 뿌린다.
우츠쿠시미 스트리트는 스모그를 투과해 번지는 노란 태양의 색으로 물들어 있다.
오이란들의 배웅을 받은 네 사람은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고는, 타마 리버가 보이는 곳까지 걸어갔다.
항바키의 처단은 어나힐레이터에게 맡겨졌지만, 그는 살려두는 것을 택했다.
응답이 있었던 아콜로지 도시의 주민들에게는 2차 소탕전력이 보내질 가능성을 이야기 한 뒤, 피난하고 싶으면 하라고 전해두었다.
"뒷맛나쁜 결과가 됐구만" 어나힐레이터가 중얼거렸다. 그 이상의 분노나 감회는 입에 담지 않았다.
네 사람은 근처 마을의 차고에서 폐차나 다름없는 자동차를 사들여 네오 사이타마로 귀환했다.
그리고 우츠쿠시미 스트리트에서 가게를 바꿔가며 술집에 들리거나, 혹은 주차장에서 빙 둘러앉거나 하며 여기저기로 건너가 밤새도록 마셔댔다.
타마 리버 부근을 거닐던 도중, 누구랄 것도 없이 "방금 가게를 마지막으로 괜찮겠냐" 라고 제안했다. 전원이 동의했다.
"너는? 돌아가는 거냐?" "그래." 루이너는 끄덕였다. "집은 어딘데?" "남아프리카다. 조사에는 적합한 곳이야."
"들릴 일이 생기면 실례 좀 하마" "차 정도는 내주지." "너는 어때? 요술사 나으리"
"여행을 계속한다. 사키모노 시티에서 지랄맞을 정도로 딴 곳으로 세어 버렸지만 말야." "여행, 이란 말이지"
"사람 살리는 나그네라니, 어지간히도 예상 밖이였다고" 수어사이드는 웃었다.
"그런거 아니라고 했잖냐. 성가신 자식." 이렇게 직접 이야기해 보면, 어나힐레이터는 10년 전과 그렇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드의 각도로 그 얼굴이 그림자에 가려지면, 과연 거기엔 수수께끼같은 신비성을 띈 초자연적 존재로서의 아트모스피어가 있었다.
"너는" "싯카다. 네오 사이타마에도 좋아서 온 게 아니야. 그 클론 야쿠자 생판떼기 자식이 말야....." "감사해두면 어때"
필기아가 어나힐레이터를 가리켰다. "그 녀석 덕분에, 지금 또 이렇게 바보짓 할수 있게 된 거잖아......"
"그렇구만" 수어사이드가 머리를 긁적였다. "괜한 짓 하기는"
"이런 일이라도 없으면, 이젠 얼굴 볼 일도 없고....." 필기아는 덧붙였다. "덕분에 나도 꽤 들떴었다구.'
"넌 지금까지 어디서 뭘......" "십년 전, 나는, 그거야 여러 닌자를 만나고 다녔지. 터무니없는 녀석도 있었고, 말이 안 통하는 녀석, 서로 죽이지 않으면 안되게 되버린 녀석도 있었어. 그래도 말야"
"야메로. 시답잖은 소리일랑 하지를 마" ".....뭐, 너희들, 정말 즐거웠어" 필기아는 말했다.
"이러니까 인생이란 건 좋은거야" 그리고 그는 타마 리버를 가리켰다. "......야, 저기에"
다른 세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강의 수면을 보는 동안, "잘 있어" 라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봤을 때 그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가버렸잖아" 세 사람은 어이없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봤다. "뭔 일인가 했더니, 아무것도 없잖아. 임마"
"해달이라던가......" "옛날에 그런 이야기 있었지." "뭐, 어설픈 느낌이다만, 이걸로" "또 보자고" "오탓샤데" "우정!" "핫핫핫하!"
세 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떠나갔다.
......30분 후, 수어사이드는 토로토 스트리트의 지하 바, '시시야모'로 통하는 계단을 혼자서 내려갔다.
"라삐......" 사이버 보이(*3)가 손짓으로 사과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카운터 건너편에서 대머리의 주인장이 응답했다.
"미안하게 됐수, 가게 문 닫을 시간이라......어이쿠!" 눈을 둥그러니 뜨고, 수어사이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본다.
"도-모, 수어사이드=상!" "도-모, 토베키=상."
[*3 사이버 보이는 컬트적 페티쉬의 일종으로, 육체, 자아, 감정, 이성 등의 인간적인 부분 일체를 혐오하고 이를 사이버네틱스 수술과 뇌수술 등으로 절제하는 것으로 고등한 존재로 진화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다.]
"이거 이거, 여기엔 왠 일로 온거야? 희한한 일도 다 있구만!" 토베키는 싱글벙글 웃으며 사이버 보이를 물렸다.
"어떻게 된 거야? 뭔가 마실래? 입으로 마시는 걸로 할꺼야? 아니면.....헤헤, '날아가' 보겠어? 딜러 노릇도 거, 하게 된지 꽤 됐단 말이지"
"반자이 데킬라로." "샷이지? 오케이, 오케이" 토베키는 수어사이드의 몫과 자신의 몫, 두 잔의 샷 글래스를 준비했다.
"약도 있다고?" "필요없다니까" "헤헤헤" 두 사람은 단숨에 반자이를 들이켰다.
수어사이드는 몇초 후, 토베키의 불그레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그래?
"부탁을 받았거든" 수어사이드는 말을 꺼냈다. "이곳에서 '일'을 마치지 않으면 못 돌아가. 알겠지?"
".....흐-음" 토베키는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수어사이드의 닌자 청력은 토베키의 빠른 고동을 감지했다.
수어사이드는 말했다. "신 윈터는......터무니 없는 놈이야, 안 그래?"
"아니, 무슨 이야길......" "언제부터 '거꾸로' 된 거냐?" "에......?"
"언제부터 '카토우'의 정보가 소우카이야 쪽으로 흐르게 되었는지......그것을 신 윈터는 신경쓰고 있어......신경을 써 버렸지"
"그런 일은!" 토베키는 긴장한 나머지 빠른 속도로 눈을 깜빡였다. "아니, 그런.....나는 아무것도 몰라......"
"놈은......신 윈터는......널 의심했어" 수어사이드는 토베키의 어깨에 손을 댔다. "의심해 버렸다고"
신 윈터......카토우의 오야붕의 이름이 되뇌여질 때마다, 바의 공기는 예리한 날붙이처럼 경직되었다.
토베키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말로 몰라. 난 모른다구"
"동정은 간다. 일단은" 수어사이드는 말했다. "하지만 구해줄 의리는 없어." "아내가 있어, 넨고로 관계야"
"와카루" 수어사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말야......나도 그 녀석과는 능숙하게 해나가야만 해. 이해하겠지"
"살려줘" "한 잔 더 마셔둬." 어깨를 억누른체, 왼손으로 샷을 한 잔 더 넣는다.
"마지막 한 잔이다. 확실히 취해 둬......그렇게 하면 괴로울 일도 없으니까"
"부탁이야!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정말로......증명할 수 있다니까......" "고통 없이 죽여줄테니까" 수어사이드는 낮게 말했다. "마지막 한 잔이다."
"......!" 울먹이면서, 토베키는 샷을 마셨다. "루루루루!" 뒤에서 사이버 보이가 총을 겨누었다!
"이얏-!" "아밧-!" 수어사이드는 샷 글래스를 집어던져 사이버 보이의 이마를 깨버렸다.
불쌍한 사이버 보이는 뒤로 널렁 나자빠져,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수어사이드는 토베키 쪽으로 몸을 돌렸다.
토베키는 신음했다. "정말로, 괴롭지 않은 거지" "아아" 수어사이드는 보증했다. 어깨에 댄 손이 하얗게 빛났다.
생명이 전부 빨려나간 토베키는 엎드린 채 카운터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 수어사이드는 그 자리에서 담배를 한배기 피워 물고, 지져서 끈 후, 가게에서 나왔다. 계단을 오르면서 위를 올려다봤다.
아침 햇살 속으로 들어가자, 그는 이미 꾀죄죄한 네오 사이타마의 뒷골목에 있었다. 양동이 뒤에선 바이오 쥐들이 FUCK하고 있다.
"고마웠다, 너네들." 수어사이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걸어나갔다. 근처의 붓다 네온 간판 위에 횟대처럼 앉아있던, 소우카이 식스게이츠의 닌자 갈란드가 싯카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미네이트 어나힐레이터】끝
◇◇◇◇◇◇◇◇◇◇◇◇
【NEXT EPSODE】
나스카의 대재앙을 간신히 살아서 넘긴 코토부키. 하지만 그 데미지는 심각했다.
네오 사이타마를 향하는 긴 여정의 도중 탈진해버린 그녀는 마약조직 '엘 키켄'에 붙잡히고 말지만, 방위행동에 나선 두 명의 앳된 소년의 모습을 한 바이오 닌자들에 의해 구조된다. 그들의 소속은......
"......좋아, 특별히 가르쳐 줄게" "우린 말이지, 사와타리 컴퍼니야"
닌자 슬레이어 Twitter 계정 (https://twitter.com/njsl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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