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드 포 어나더 크루세이드

1부 2020. 10. 3. 21:27

디시인사이드 'NJSK'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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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 플러스- Need for Another crusade(前)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닌자 슬레이어 플러스【니드 포 어나더 크루세이드】"모르는 얼굴이군. 내용물은 그냥 야쿠자인가, 시시한......"닌자는 피를 내뱉으며 진심으로 유감인 듯이 혀를 차며 피와 오물 범벅이 된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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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얼굴이군. 내용물은 그냥 야쿠자인가, 시시한......"

 

 

닌자는 피를 내뱉으며 진심으로 유감인 듯이 혀를 차며 피와 오물 범벅이 된 텐구 가면을 그 사나이의 얼굴에 도로 씌웠다.

그리고 오른팔을 들어올려, 가면의 긴 코를 무자비한 가라테 춉 일격으로 절단했다. 짤랑, 하는 공허한 소리를 내며 절단된 코가 

사내의 발치에서 굴렀다. 이미 죽은건지 사내는 늘어진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직 이 닌자, '디사이플'의 분노는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이 남자가 단순한 야쿠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참기 힘든 분노가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었다.

 

 

"그냥 야쿠자가......야쿠자 따위가, 주제넘은 짓거릴....! 이얏-!"

닌자의 주먹이 의자에 묶여있는 사내의 명치에 처박혓다.

 

 

"우욱...." 

텐구 가면의 사내는 축 늘어진 채 작게 경련하며, 낮은 신음소리를 목구멍 깊숙이서 흘렸다. 아직 살아있다.

뚝, 뚝 하고 가면의 턱에서 피와 오물의 물방울이 떨어져 그의 야쿠자 수트와 단정히 딲인 야쿠자 슈즈를 더럽혔다.

 

 

아직 살아있다. 하지만 그는 옴짝달짝도 하지 못했다. 때리는 대로 얻어맞을 뿐인 상태였다.

그 억센 양다리는 의자에, 늠름한 양팔과 몸통은 의자째로 후방의 기둥에, 각각 금속제 와이어와 쇠사슬로 구속되어 있었다.

인과응보. 이것이 닌자에게 덤벼들면서 앰부쉬 살해는 실패해버린 닌자 헌터의 애달픈 말로란 말인가. 

 

 

"야쿠자 텐구=상...."

창고 구석, 더러운 피웅덩이 속을 기어다니던 빈사상태의 레서 야쿠자가, 기도하듯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야쿠자 텐구, 고고한 닌자 헌터. 지금까지 수 명의 닌자를 사냥해 죽이고, 살아남아온 사나이.

 

 

하지만 지금 그는 닌자의 살인 가라테 콤비네이션에 샌드백처럼 고정되어 두들겨 맞고 있었다.

닌자 헌팅의 비장의 카드였던 붉게 옻칠된 두 정의 오토매틱 야쿠자건 '앱솔루션'과 '리뎀션'도, 오랫동안 써온 도스 대거도,

그리고 등에 지던 제트팩도, 전부 압수당해 창고의 바닥에 내던져져 있었다.

 

 

무기는 없다, 움직일 수도 없다. 고립무원.

"이얏-!" 닌자가, 더욱이 가라테 펀치를 휘둘렀다. 

"끄악....!" 야쿠자 텐구의 신음소리는 폐기된 참치창고의 벽에서 작게 반향되어, 허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야쿠자텐구=상....!"

빈사상태의 레서 야쿠자는, 마치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 거처럼 이를 악물고, 눈물을 흘리며, 벌벌 떨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열했다, 몸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가고 있었다.

 

 

천장의 텅스텐 전등이 빠직거리며 불꽃을 튀겼다. 넓은 창고 안. 마루에는 사지를 펴고 쓰러진 야쿠자의 시체가 3구.

그 옆에는 '메두사'라고 써진 구멍투성이의 깃발. 흰자위를 드러낸 오이란의 시체가 2구. 피바다엔 여러개의 빈 탄피.

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 또한, 그것들 전부와 바닥 가득이 섞여버려,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누구의 피인지를 이제 구별할 수 없다. 

이곳엔 너무 많은 피가 흘렀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는 거금이 들어있는 피투성이의 보스턴 가방이 하나.

켄은 거기에 기어서 다가가려 하고 있었다. 디사이플은 켄의 행동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켄은 이미 수리켄과 총탄을 받아 치명적인 출혈에 처해 있었고, 만약 보스턴 가방을 손에 넣었다 한들 어디로도 도망칠 순 없을 터였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발버둥. 그럼에도 야쿠자는 돈에 이끌린다. 네온사인의 빛에 이끌리는 나방처럼.

 

 

"울부짖어 보거라, 야쿠자 텐구=상!"

 

 

디사이플의 분노와 가학심은 오로지 눈 앞의 야쿠자 텐구에게만 쏠려져 있었다.

죽일려고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가라테 춉으로 목을 날릴 수 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이 남자를 산 채로 조직에게 넘기면 보스에게서 상당한 인센티브의 보수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불어, 닌자인 자신을 상처입혀, 더욱이 공포의 감정마저 떠올리게 한 이 자를, 그렇게 간단히 죽여줄 수는 없었다.

 

 

"꼴사납게 목숨구걸을 해라! 이얏-!"

 

 

닌자의 주먹이 몇번이고 야쿠자 텐구를 두들겼다. 그것은 사냥감에게 고통을 주며 공포를 각인시키기 위한 잔인한 가라테였다.

 

 

"쿠훕......" 야쿠자 텐구는 가면 속에서 구토했다, 그럼에도 그의 입에서 비명이나 목숨을 구걸하는 말이 나오는 일은 결코 없었다.

"........서......성전은, 멈추지 않노라......"

 

 

야쿠자 텐구는 닌자의 힘을 소유하지 않는다. 그는 성스러운 구절로 스스로의 영혼을 지켰다.

그는 자신의 혼을 강철처럼 단단히 굳혔다. 이루어야 할 일을 이뤄내기 위해. 비명 대진 야쿠자 텐구가 흘리는 것은 수수께끼의 모조 뿐이다.

 

 

"........닌자가 산 꼭대기에서 카타나를 높이 들어올리매, 거기에 번개가 내리치니.....사방팔방으로 용솟음쳐......눈부신.....번갯불과 우박이 이집트의 온 땅을 뒤덮는도다......카타나를 들어올린 닌자의.....웃음소리가......울려 퍼지나니......"

"하-악, 하-악, 하-악.....광인놈이......!"

 

 

디사이블은 괴로운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한쪽 무릎을 끓었다, 디사이블 자식 역시 중상을 입은 상태인 것이다.

조금 전의 앰부쉬로 중금속탄을 몇 발이고 맞아버린 탓에 그의 오른발은 쥐에게 갉아먹힌 치즈나 다름없는 꼴이였다.

소우카이야에서 지급된 ZBR(즈바리) 아드레날린 응급 키트가 그에게 한시간 남짓의 무통증 상태와 이상적인 고양감을 가져다 주었다.

 

 

◆◆◆◆◆◆◆◆◆◆

 

 

일의 발단이 된 건, 바로 옆에서 죽어가고 있는 '켄'이라는 이름의 레서 야쿠자였다.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에 흡수된 '다크 메두사 야쿠자 클랜'에 소속된 이 청년은, 흡수합병된 이후 매일 높아져만 가는 상납금의 할당기준과 닌자의 횡포에 몰린 끝에 

가뜩이나 부족하던 상상력과 판단력을 전부 잃어버려, 선술집에서 술을 사준 그레이터 야쿠자에게 꼬드김당해 경솔하게 반란을 기도하고 말았다.

 

 

사전 준비의 대부분은 그 그레이터 야쿠자가 맡아주었다. 

그의 주선으로 켄은 다크 메두사 야쿠자 클랜의 오야붕의 마님과 시크릿 넨고로(*1) 관계를 맺게 되었다

 

.

세 번째로 자택에 초대받았을 때, 그는 준비해 둔 신형 멘타이로 마님이 약물에 해롱대는 틈을 타서 금고에서 거금과 미공개 주권들을 훔쳐 도망쳤다.

이렇게 해서 거금으로 찬 보스턴 가방과 챠카 건을 손에 넣은 켄은 오키나와 행의 리무진과 여권을 받기 위해 그레이터 야쿠자가 기다리는 이 폐창고 아지트에 도달한 것이다.

 

 

거기서 켄의 안일한 계획은 완전히 산산히 깨졌다. 그레이터 야쿠자와 그의 부하, 그리고 전속 오이란들은 냉혹한 웃음으로 그를 맞이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켄이 느끼던 때, 닌자가 회전하면서 천장에서 뛰어내렸다.

 

 

(((도-모, 내 이름은 디사이플입니다. 수고하셨군, 켄=상. )))

동료라고 생각했던 그레이터 야쿠자와 오이란의 뒤에 소우카이 닌자가 있었던 것이다. 모두 한통속이었다. 켄은 속아넘어간 것이다.

 

 

(((네놈은 타마 리버에서 떠다니게 될 꺼다. 이 돈은 내가 100% 착복하도록 하지.)))

(((빌어먹을.......이, 이런 무도한 짓을.....!))) (((무도한 짓이라? 그게 통하는 거다! 왜냐면 난 닌자니까 말이다! 멍청한 버러지 놈!)))

 

 

들이밀어지는 네 개의 총구와 수리켄 켄이 절망에 빠지던 그 순간. 누군가가 폐창고의 문을 차 부수며 나타났다.

 

 

(((신들의 사자, 야쿠자 텐구가 납셨다.....!)))

 

 

텐쿠 가면에 야쿠자 수트를 착용한 사내가 나타나, 당당한 목소리로 아이사츠했다.

창고 안의 아트모스피어가 얼어붙어, 전원의 시선이 이 텐구 가면의 광인에게 쏟아졌다.

이 사내가 뭐하는 자인지, 켄은 알 수 없었다. 만난 적도, 그 이름을 들은 적도 없었다.

 

 

(((도-모, 야쿠자 텐구=상, 디사이플입니......))) (((까고자빠졌넴맛.......!)))

소나기를 방불케하는 중금속탄의 세례가 아이사츠를 끊었다. 참치 폐창고는 총탄과 수리켄이 흩날리는 피바다로 변했다.

켄도 챠카 건을 들고서 이판사판으로 싸워나갔다.

 

 

그러나 야쿠자 텐구의 앰부쉬는 실패했다. 닌자를 일격에 죽이지 못한 것이다.

야쿠자 텐구는 디사이플의 살인 가라테 컴비네이션에 의해 제압당했다.

 

 

켄이 얻은 것은 돈이 가득 찬 보스턴 가방과 오키나와 여권이 아니라, 그 배에 꽂힌 수리켄과 넓적다리에 박힌 그레이터 야쿠자의 총탄 뿐이었다.

 

 

 

◆◆◆◆◆◆◆◆◆◆

 

 

 

그리고 지금은, 이 모양 이 꼴이었다.

 

 

디사이플은 휘청이면서도, 웃으면서 창고의 벽을 향해 걸었다. 

걷는 도중, 강화 삼중구조 티타늄 카본제 IRC 단말을 닌자 장속의 가슴팍에서 꺼내어 피웅덩이 속에 내던지며 걸었다.

디사이플의 생명을 총탄으로부터 구한 IRC단말은 핑크빛의 네온광을 단말마처럼 비치며 굴러다니고, 빠직대며 불꽃을 튀겼다.

 

 

"이대로 편히 죽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라, 야쿠자 텐구=상! 네놈에게 지고쿠-헬을 보여주마! 신디케이트에게 반항하는 벌레들을 보스는 결코 용서치 않으신다!"

 

 

디사이플은 벽에 설치된 수화기를 들고 재빨리 번호를 눌러 소우카이 넷에 연락을 취했다.

"모시모시! 모시모시! 야쿠자 텐구를 포획했습니다! 부디 지금 바로 증원과 구호를....!"

 

 

뚜-뚜-뚜-뚜-. 냉혹한 통화중 신호음이 수화기에서 돌아왔다. 디사이플은 벽에 기대며 혀를 찼다.

ZBR 아드레날린의 효과가 일시적으로 빠져, 전신에 권태감이 퍼져 수화기가 납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야쿠자 텐구=상, 네놈 설마, 사전에 이 아지트의 전화 회선을 절단한 거냐.....!"

".......성전을 멈출 순 없노라......" "광인 주제에 건방진.....!" 

"....속죄(리뎀션)와 구제(앱솔루션)을........" "헛소리!"

 

 

디사이플은 자신의 손이 떨고 있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분노와 공포가 섞여있는 떨림이였다.

 

 

"......이에 파라오가 황공하여....거듭 도게자하는도다......" "그 빌어먹일 헛소릴 멈춰라!"

디사이블이 노성을 질렀다. 하지만 야쿠자 텐구는 멈추지 않았다. "......성전은.......멈추지 않노라......"

 

 

이미 제대로 된 의식 없이 망가진 테이프 리코더처럼 허황된 소리를 반복하는 것처럼만 보였다.

디사이플은 수화기를 든 손을 덜덜 떨었다. 손의 떨림이 강해지며 수화기가 빠득대는 소리를 내며 뭉개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디사이플은 스스로가 야쿠자 텐구라는 사내의 광기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있을 수 없다, 나는 닌자다! 말단이라고는 해도 소우카이야의 닌자다......! 놈은 그저 머리가 돌았을 뿐인 텐구 가면을 쓴 그냥 야쿠자란 말이다....! 왜 내가, 야쿠자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크게 핏발선 눈을 부라리며, 디사이플은 미친 듯이 머리를 쥐어뜯고 벽을 후려쳤다.

무엇이 벌어지려는 것인지 눈치챈 켄은 야쿠자 텐구의 목숨을 염려했다. 신이시여, 저 사나이를 구해주소서, 라고 기도하며.

 

 

"죽여야만 해! 신디케이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냐! 죽여야만 한다! 지금 당장! 

야쿠자 텐구=상, 네놈을 죽인다! 죽이고 말겠어! 목숨구걸을 해라!" "......단죄의 성전을........"

 

 

CRAAAAASH! 디사이플은 닌자 근력을 쥐어짜내어 오른손에 쥔 수화기를 악력으로 분쇄했다! 나무아미타불!

"죽어라! 야쿠자 텐구=상! 죽엇-!"

 

 

그 때였다. 디사이플의 등 뒤의 콘크리트 벽이 박살난 것은.

 

 

SMAAAAASH!

 

 

"뭣이.....!?" 디사이플은 닌자 반사신경으로 돌아봐며, 공포로 눈을 부릅떴다.

닌자 아드레날린이 샘솟으며 그의 시야 속 세계가 슬로우 모션으로 변했다.

 

 

그것은 성전 (크루세이드) 라고 이름지어진 검은 야쿠자 모빌이였다.

이 차는 야쿠자 텐구의 무선 LAN을 통해 원격조종되어, 시속 893km의 검은 포탄을 방불케하는 속도로 돌격하여, 폐창고의 벽을 뜷고 나타난 것이었다.

 

 

"이, 이얏-!" 디사이플이 재빨리 4연속 옆돌기를 행했다.

치어 죽는것은 면했지만, 그 신속함이 도리어 화가 되었다.

 

 

디사이플이 착지하는 순간 오른발이 부러지고 정강이뼈가 피부와 근육, 그리고 그의 닌자 장속을 뚫고 나왔다.

이는 앰부쉬의 중금속탄으로 깊게 패여있던 부위였다.

"끄악-!?" 디사이플의 발에서 망가진 스프링쿨러처럼 피가 솟구쳤다.

 

 

끼기기기긱! 그대로 창고 내부를 달리던 야쿠자 모빌은, 참치처럼 굴러다니는 야쿠자의 시체와 오이란의 시체를 쳐 날리면서

야쿠자 텐구가 매달려 있는 기둥을 향해 질주해, 그 뒤쪽에서 격돌했다. 야쿠자 텐구는 될수 있는 한 머리를 낮게 숙이고 몸을 말아

비행기 추락시 권장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것은 철거작업용 쇠공의 일격처럼 강렬했다.

 

 

SMAAAAASH! "끄아아아아악-!"

 

 

의자에 구속된 채로 야쿠자 텐구는 쳐 올리는 듯한 충격을 받아 격하게 전신이 흔들렸다.

붓다가 천계에서 거대한 종을 울린 것처럼, 창고 안의 공기가 쾅 하고 흔들리면서 엄청난 충돌음이 울렸다.

천장에선 콩가루-파우더를 방불케 하는 대량의 분진이 쏟아져내렸다. 의자를 붙잡고 있는 사각 콘크리트 기둥이 깨져 금이 갔다.

이내 기둥은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서서히 기울어 야쿠자 모빌의 위에 쓰러졌다.

 

 

이 세상의 끝이 온 것만 같은 죽음의 정적이 창고 안을 채우고 있었다.

야쿠자 텐구는 기둥이 파괴되면서 팔과 동체의 속박을 풀고 의자와 같이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그는 그대로 1분 가까이 죽은듯이 움직이지 않았으나, 이윽고 도스 대거를 주워 의자의 와이어 구속을 풀고서 기둥 잔해의 속에서 기어나왔다.

 

 

ZZZZZT....... 야쿠자 모빌의 프론트는 완전히 파손되었고. 차문 역시 찌그러진 상태로 열려 내부에서 빠직대며 불꽃을 튀겼다.

야쿠자 텐구는 미리 부근에 대기시켜 놓은 야쿠자 모빌을 이용해 창고의 벽을 부수고, 닌자를 기습하면서, 자신을 구속하던 기둥의 파괴까지 이룬 것이다.

도저히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었다.

 

 

"아이에에에에......"

무엇이 일어난 건지 이해도 안 가는 채로, 보스턴 가방의 옆에서 켄은 육지로 올라온 참치처럼 입을 뻐끔거리며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민달팽이처럼 기어 온 핏자국의 길과 야쿠자 모빌의 피로 물든 타이어 자국이 바로 뒤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하-악, 하-악, 하-악, 하-악......" 야쿠자 텐구는 콘크리트 바닥에서 큰대자로 구르면서 괴롭게 숨을 내쉬었다.

 

 

 

"우웃-...." 야쿠자 모빌 너머의 반대편에선 디사이플이 잔해물 밑에 쓰러져선 부러진 다리를 누르며 신음하고 있었다. 

만신창이의 신체에선 그의 닌자의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우우웃......" 야쿠자 텐구는 신음하면서 몸을 굴려 엎드려 누웠다.

창고 안에 다시 심해처럼 정적이 흐르고, 분진의 입자가 대기를 떠다녔다.

붕붕붕붕....벽에 달린 거대한 환풍기가 회전하며 뒷골목에서 깜빡이는 LED광을 불러들여, 창백한 빛줄기를 폐창고의 허공에 그리고 있었다.

 

 

"하-악, 하-악, 하-악, 하-악.......이얏-!"

디사이플이 움직였다. 고통으로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누운 상태에서 그대로 뛰어올라 몸을 일으켰다.

그가 착지함과 동시에 ZBR 아드레날린의 임계치를 넘을 정도의 격통이 부러진 발을 덮쳤다.

그는 이를 악물며 가라테 자세를 취하고 재빠르게 창고의 사방을 둘러봤다. 야쿠자 텐구는 힘이 다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악, 하-악, 하-악, 하-악.....! 소우카이야에.......구조를 요청해야 해.....!"

짧은 상황판단을 행한 뒤, 디사이플은 도망치기로 했다.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면서, 출입구 쪽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야쿠자 텐구=상!" 켄은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빠졌넴마......" 그가 신음하는 소리가 회답했다. 

"......야쿠자 텐구=상, 그 자식이, 닌자가 도망쳐버려......!"

 

 

죽기 직전의 중상을 입었으면서도 켄은 스스로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그 사실을 야쿠자 텐구에게 전했다.

그것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켄은 야쿠자 텐구가 어떤 인물인지는 모른다. 

단지, 야쿠자 텐구는 저 닌자를 쫓아가야만 했다. 야쿠자의 본능이 그 사실을 그에게 전하고 있었다!

 

 

"우웃......" 야쿠자 텐구는 가면 속에서 이를 악물고, 사이버네틱스 신체를 삐꺽이면서 팔굽혀펴기를 하듯이 상반신을 일으켰다.

찢어진 야쿠자 수트 속에서 파직대며 불꽃이 튀겼다. 성대한 충돌사고를 낸 사고차를 끌어올리는 견인차처럼, 조금씩, 야쿠자 텐구의 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어서람맛-!" 

 

 

나무아미타불! 야쿠자 텐구는 짐승의 외침소리같은 야쿠자 슬랭과 함께 마침내 양 다리로 일어섰다!

그는 닌자와 같은 초인적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모탈, 즉 일반인이다. 

그러나 강철과도 같은 의지력과 광기의 힘 만이 야쿠자 텐구를 부축하여, 닌자와 맞서게 하는 것이다!

 

 

"놈을.....그 자식을 쫓아가 줘! 야쿠자 텐구=상!"

켄은 오른손의 손가락 끝에서 핏방울을 뚝뚝 흘리며, 오토매틱 야쿠자 건이 굴러다니고 있는 장소를 야쿠자 텐구에게 가리켰다!

 

 

◆◆◆◆◆◆◆◆◆◆

 

___________________

"하-악, 하-악, 하-악, 하-악.....!"

 

 

디사이플은 꼴사납게 한쪽 다리를 끌면서 출입구로 이어지는 긴 통로로 도망쳤다.

쌓아올려져 있는 녹투성이의 컨테이너나 드럼통을, 왼쪽으로 난폭하게 밀어 넘어뜨리며 나아갔다.

다리가 부러져 보통 인간의 3배 가까운 각력을 살릴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상할 정도로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디사이플은 달렸다.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디사이플의 생명은 위험에 처해 있었다. 곧장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와 연락을 취해야만 한다.

이 쪽에서 연락을 걸지 않는 한 신디케이트는 자신과 같은 말단 닌자를 굳이 신경쓰지 않을 테니까.

신디케이트는 현재 네오사이타마 내부의 자이바츠 닌자의 행동에 신경을 곧두세우고 있으므로, 식스게이츠의 감시의 눈 또한 이러한 변두리의 스트리트나 보잘것 없는 야쿠자 클랜의 동향 따위에는 향하지 않는 것이다.

 

 

소우카이야와 자이바츠, 2대 닌자 조직의 갈등이 빚어내는 살벌한 아트모스피어 속에서 디사이플의 무도한 현금착복계획은 몇번이고 순조롭게 진행되어 왔으나, 오늘 밤은 도리어 그것이 화가 되었다. 그리고 미친 닌자 헌터를 불러들여....

 

 

"죽는닷샤------!"

 

 

야쿠자 슬랭이 통로에 울려퍼졌다. 디사이플은 눈을 부릅뜨며 등 뒤의 어둠 속을 돌아봤다.

야쿠자 수트와 텐구 가면을 착용한 광인이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가면 속에서는 사이버네틱스 아이가 불길하게 빛나며, 날벌레를 방불케 하는 불규칙한 패턴을 공중에 그리고 있었다.

 

 

디사이플은 일순의 미세한 시간 동안 추격자를 요격할지 도망칠지의 상황판단을 촉구받았다.

.....적은 만신창이다. 제트팩은 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검은 가죽 장갑엔 붉은 옻칠을 한 오토매틱 야쿠자 건이 쥐어져 있었다.

이 LAN 직결형 권총은 닌자에게조차 치명적이다. 디사이플은 바로 전에 그것을 몸으로 맛보았다.

 

 

더불어 야쿠자 텐구를 죽인다고 해서, 소우카이야 구호반의 도착이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닌자다, 본래 모탈따위 문젯거리조차 되지 않는 닌자의 피가, 막대한 가라테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신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결코 용납치 못할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피를 잃을 수도 없다. 고작 텐구 가면을 쓴 미친놈 한 명을 죽이는 것과, 닌자인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가치가 천지 차이다!

 

 

디사이플은 전방으로 시선을 돌려, 일심불란하게 계속 도망쳤다.

폐창고 통로의 어둠 속에서, 빠직빠직 점멸하는 텅스텐 비상 등롱에 비춰지면서 사냥꾼과 그 사냥감은 계속 달렸다.

 

 

"까고.....자빠졌넴맛-!" "하-악! 하-악! 하-악! 하-악!"

BLAM! BLAMBLAMBLAM! 후방으로부터의 총격!

"이얏-!" 훌륭한 점핑 앞구르기! 총탄이 디사이플을 스친다! 착지 직후 잽싸게 일어서, 닌자는 계속 달린다!

 

 

".......멈춰람맛-!" "이얏-! 이얏-! 이얏-!"

디사이플은 잠긴 문을 격렬한 3연속 숄더 차지로 억지로 열어, 건물 밖으로의 탈출로를 개방했다.

데스터니 스트리트의 슬럼가와 차가운 중금속산성비가 닌자를 맞이했다.

 

 

BLAM! 총탄이 발치의 타일을 도려내며 어둠 속에서 흩날렸다. 텐구는 아직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현 시각은 축삼 아워. 스트리트는 거대한 사신이 막 지나간 듯이 고요했다.

 

 

"이얏-!" 디사이플은 점핑 앞구르기로 다음 총탄을 피하면서, 스트리트 밖으로 뛰쳐나왔다. 야쿠자 텐구가 끈질기게 그 뒤를 쫓았다.

 

 

"" ......하-악! ......하-악! ......하-악! ......하-악! ""

 

 

총격. 회피. 인적 없는 스트리트에서도 이어지는 죽음의 추적극. 출혈이 조금씩 조금씩 닌자의 체력을 빼앗아 갔다.

두 명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져간다. 마치 결승점을 두고 경쟁하는 야쿠자 올림픽 장거리 마라톤 선수처럼, 양자는 몸을 기울이며 고통스럽게 어깨로 숨을 쉬면서 필사적으로 팔을 들어올리며 중금속 산성비 속을 달렸다.

 

 

전방 사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뻗어나가는 긴 전조등 불빛이 보였다.

 

 

"택시-!" 승기가 보인 디사이플이 더욱이 스프린트처럼 가속하여, 양손을 들며 차도로 뛰쳐나왔다.

일단 차가 멈추기만 하면 택시를 가라테로 강탈하여 근처의 소우카이야 사무소까지 도망칠 수 있다.

통신장치가 달려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 디사이플의 표정이 잔인하게 비뚤어졌다......

 

 

.....하지만, 끼기기기기기긱! 택시는 반대차선까지 삐져나올 만큼 크게 커브를 틀며, 시속 666km에 가까운 속도로 디사이플의 옆을 그대로 지나쳐 나갔다.

 

 

사이버 선글라스를 낀 무표정한 택시운전사에게는 도움을 청하며 뛰쳐나온 실루엣이 누구였는지 판단하기 위한 시간도, 또 그러한 것의 신원을 신경쓸 이유도 없었다.

그는 단지 입력된 정보에 대해 반사적으로 행동했다. 신중한 네오사이타마의 택시운전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중금속 산성비 속을 필사적으로 달리거나 하는 자를 태워선 안 된다고. 이 무자비한 도시에선, 누군가에게 쫓기며 도움을 청하는 자를 태워선 안 된다는 사실을.

 

 

"네 이놈-!" 디사이플이 핏발 선 눈으로 수리켄을 들었다.

"뭐냠마쉑-!" BLAMBLAMBLAM! 오토매틱 야쿠자 건이, 마침내 디사이플을 포착했다.

 

 

"끄아아악-!?" 중금속탄이 등 뒤를 꿰뚫고, 닌자의 폐를 조악한 비닐봉지처럼 바깥으로 밀어내다가 이를 찢어버리고, 그대로 흉골을 부수며 뚫고 나가, 반대 차선쪽의 블록담에 명중했다. 무너져내린 블록담엔 '정에 사스마타를 내지르면 말스트룀에 쓸려나간다' 라는 경구가 스프레이로 갈겨져 있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디사이플은 피를 토하면서, 공중에서 나선회전하며 강하했고, 눅눅하게 젖은 아스팔트 위에 자빠지며 충돌했다.

그는 로드킬당한 개구리처럼 뒹굴며, 추하게 경련하면서, 닌자의 피를 계속 흘리고 있었다.

체온과 가라테가 빠져나간다. 차가운 중금속산성비가 그것을 곧바로 흘려보내며 정체불명의 증기를 내뿜는 측구 도랑 속으로 빠져나간다.

 

 

그 사이에도 디사이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라테도 이미 다하여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것 조차 불가능했다.

야쿠자 텐구는 다시 몸을 일으켜, 가면의 입가를 소매로 닦은 뒤 옻칠된 오토매틱 야쿠자 건을 겨누었다. 디사이플은 자신이 죽을 운명임을 깨달았다.

 

 

"야.....야쿠자 텐구=상, 알려다오.....네 목적은 대체 뭐냐. 무엇 때문에 닌자를 죽이고 다니는 거냐......"

"파라오가......나에게 도스 대거를 넘겼나니, 너희들 전원을 지고쿠 헬로 돌려보내리라....."

 

 

야쿠자 텐구는 자신이 고안한 성스러운 챈트를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다시아플의 귀에 그것은 그저 광인의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은, 그 단순한 미치광이에게 궁지에 몰려서 죽는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면 이 도시의 광기에 살해되는 것인가.

 

 

"부탁이다......알려다오......돈인가? 원한인가? 복수인가? 제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줘......."

" '속죄'다......내가 너희들을 되살려내고 말았기에"

"그만둬, 제발 그만 해, 야쿠자 텐구=상......."

 

 

디사이플은 그 광기에 전율하며, 보기 흉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두려움에 떨어 온 몸에서 열기와 감각이 사라졌다.

부글부글 거리며, 닌자의 목구멍에선 핏소리가 울렸다. 닌자소울의 빙의로 반신적 존재가 되었던 사내는, 지금 슬럼가의 흙탕물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제발 그만" 야쿠자 텐구는 멈추지 않았다. 이를 악물며, 논리 트리거를 당겼다.

"붓다 아멘!" BLAMN!

 

 

"사요나라!" 정수리에 총탄을 맞고 디사이플은 폭발사산했다.

 

 

◆◆◆◆◆◆◆◆◆◆

 

 

""하-악, 하-악, 하-악, 하-악......"

 

 

켄은 참치 폐창고의 마루에 앉아 거금으로 부풀어 오른 보스턴 가방을 간절히 쓰다듬고 있었다.

만용의 열광은 이미 식었고, 의식이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켄의 옆구리와 허벅지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렀다.

바닥에는 피웅덩이가 번져, 먼저 죽은 그레이터 야쿠자와 오이란들의 피와 섞여, 모든 것이 차갑게 변하려 하고 있었다.

 

 

나는 죽을 것이다.무엇을 얻을 수 있었을까? 무엇을 남긴 걸까?

그의 바로 옆에는 켄이 직접 이마에 총알을 박아넣은 그레이터 야쿠자가 눈을 부라리고 죽어 있었다

켄이 친형처럼 공경했던 이 그레이터 야쿠자도 결국은 닌자의 하수인이고, 자신을 함정에 빠트린 배신자에 지나지 않았다.

큰돈을 가지고 돌아온 자신을 어리석은 꼬맹이를 보듯 냉소적으로 맞이할 뿐이었다.

 

 

소리가 들렸다. 중금속산성비에 흠뻑 젖은 야쿠자 텐구가 폐창고로 돌아왔다.

그는 무언가를 창고 바닥에 내던지고, 구부려 앉아 두장의 센베이를 놓은 뒤 챈트를 외치며 불을 질렀다.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켄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야쿠자 텐구는 잔해 속에 파뭍인 제트팩을 꺼내어 다시 짊어진 후, 파괴된 사이버네틱스 부위에서 불꽃을 튀기며, 가시밭길을 걷는 순교자처럼 켄의 곁에 다가왔다.

"야쿠자 텐구=상......당신은......대체 누구야......?" 피웅덩이 위에서 켄은 몽롱하게 말했다.

 

 

야쿠자 텐구가 답했다. "신들의 사자" "신들의......"

"자네가 날 부른 것이네." "부른 적이....." "부른 걸세."

 

 

야쿠자 텐구는 빈사의 레서 야쿠자 앞에 우뚝 섰다. 켄의 시선은 우선 그의 번쩍번쩍하게 닦인 윤기있는 야쿠자 슈즈에 이끌렸다.

그의 이 사내에 대한 손케이(*1)가 샘솟았다. 그 다음엔 거의 헤진 야쿠자 수트와 그의 강인한 육체, 파괴된 사이버네틱스, 그리고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텐구 가면을 보았다.

 

 

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속을 간파하려 했다. 가면 속에 감춰진, 슬픈 남자의 표정을.

야쿠자 텐구는 가면 속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가방 속의 돈은 닌자 헌트의 보수, 그리고 차량의 변상금으로써 받아가겠네."

야쿠자 텐구는 손을 뻗어 켄이 안고 있던 피투성이의 보스턴 가방을 빼앗아 갔다. 켄은 버팀목을 잃고 휘청였다.

 

 

"......아쿠자 텐구=상, 돈은 가져가 주세요, 난 이대로 죽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무서워요. 닌자가......" "닌자는 죽였다네."

 

 

"닌자를 죽였다......" 켄은 이를 악물고 웃었다.

"야쿠자 텐구=상, 당신, 굉장해요.......닌자도 죽일수 있구나.....좀 더 일찍 당신과 만났다면, 나도.....하지만, 이젠 글렀어, 난 이대로 죽는 거야"

켄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무서워.....아직도 닌자가 무서워요. 그 닌자가, 날 쫒아서 지고쿠 헬까지 쫓아오는게 아닌가 싶어서....."

볼품없이 눈물이 계속 흘렀다.

 

 

".....이걸 물고 있게." 야쿠자 텐구는 가슴팍에서 오모찌 하나를 꺼냈다. "닌자의 악몽이 정화될테니."

야쿠자 텐구의 손케이가 그의 심금을 울려, 켄은 눈물을 흘렸다. "고마워요.....고맙습니다.....야쿠자 텐구=상."

"괴롭나." "하이." "편히 해주겠네." "하이."

 

 

야쿠자텐구는 천천히 켄을 안아 올렸다. 켄의 끈적거리는 피가 고급 야쿠자 수트를 더럽혀도, 야쿠자 텐구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켄을 야쿠자 모빌의 운전석으로 옮겼다.켄은 이제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했다. 이 레서 야쿠자가 목숨을 건질 가망은 전무했다.

 

 

켄은 야쿠자 텐구의 팔 안에서, 시야 가장자리의 무언가를 보았다. 방금 전에 불타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켄은 겨우 이해했다.

그것은 닌자의 잘린 목이었다. 곧 죽는 것이 두려울 터인데도 켄의 표정은 놀랄만치 평온했다.

닌자의 목을 감싸는 불꽃은 흔들리는 난로의 불꽃과도 닮은 안식을 켄의 가슴 속에 가져왔다.

 

 

"자네가 날 부른 걸세."

 

 

야쿠자 텐구는 켄을 운전석에 태운 뒤, 동생뻘의 명예를 기리는 오야붕처럼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축 늘어진 켄의 팔을, 구멍 뚫린 가죽 글러브에 덮인 그 손을, 한 쪽씩 차례로 야쿠자 모빌의 핸들에 올려 쥐게 해 주었다.

켄이 이렇게 강력하고 위엄있는 차의 핸들을 잡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자네가 닌자를 죽인 걸세."

 

 

그것을 듣고, 켄은 오모찌를 문 채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 울었다.

겨우 깨달았다. 나는 누군가가 칭찬해주길 바란 거라고. 그의 눈 앞에는 강대한 야쿠자 모빌의 금이 간 방탄 앞 유리가 펼쳐져 있었다.

기둥과 잔해에 짓눌려 어둠만이 펼쳐진 앞 유리는 거미줄로 뒤덮인 변두리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보였다.

 

 

주마등 리콜이 시작됐다.

어둑어둑한 차도와 헤드라이트. 중앙분리대의 미니멀한 패턴.

켄은 어릴 적,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핸들에 손을 얹었던 날을 떠올렸다.시내 변두리까지 짐을 옮길 뿐인, 작고 촌스러운 자동차였다.

 

 

어린 켄이 꿈꾼 것은 두꺼운 장갑으로 감싸진 강력한 자동차였다.

총탄을 빗방울처럼 튕겨내며,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는 자동차. 벽을 쳐 부수며, 자신을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데려가주는.

멋진 수트를 입은 야쿠자 스타가 굴리는 무장 리무진이나 야쿠자 벤츠같은 든든한 자동차.

이 썩을 슬럼에서 날 탈출시켜 줄, 폭력의 여권.

 

 

언젠가 나도 그레이터 야쿠자가 되어, 새까맣고 튼튼한 야쿠자 리무진을 굴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앞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걸로 됐어. 켄은 그렇게 생각했다.

닌자의 악몽은 사라지고, 치기어린 폭력의 꿈만이 남았다.

 

 

삐용삐용삐용.....맙포의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잘 있게." 야쿠자 텐구는 발길을 돌려, 거금이 들어있는 보스턴 가방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등짐식의 제트팩을 점화하여, 날아올랐다. '크루세이드'가 벽에 낸 구멍을 빠져나가, 참치 폐창고의 옥상 근처까지 급상승했다.

 

 

KR-TOOOOOM!

 

 

창고에서 야쿠자모빌이 폭발하여, 거기에 있던 모든 것을 불길로 덮어서 감췄다.

야쿠자도, 오이란도, 닌자도, 바보같은 꿈도, 그리고 모든것을.

야쿠자 모빌의 운전석에서는, 한 사람의 미친 용감한 레서 야쿠자가, 핸들을 잡은 채 편안히 죽음을 맞고 있었다.

 

 

일억엔이 든 보스턴 가방을 안고서 야쿠자 텐구는 빌딩 사이를 날아다녔다.

망가지기 직전의 등짐식 제트팩에서 띄엄띄엄 끊어지는 분사연기를 내뿜으면서.

 

 

서늘한 냉기가 네오사이타마를 감싸고 있었다. 중금속산성비는 점차 눈으로 변하려 하고 있었다.

앞으로 2주쯤 지나면 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 물들 것이다.

붕붕부-웅, 붕붕부-웅, 붕붕부-웅부부-웅.....성급한 전자 캐롤이 음울하고 단조로운 베이스음과 함께 마천루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보기 어려운 행운인지, 아니면 점보 제트기에 탄 신들의 인도인지, 마천루 꼭대기에 앉은 가고일(*2)의 눈이 야쿠자 텐구의 모습을 포착하는 일은 없었다.

식스 게이츠들의 경계의 눈길은 네오사이타마 항만지구에서 막 발견된 자이바츠의 흔적으로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내 맙포가, 조금 더 지나서 소우카이 신디케이트가 보낸 에이전트가 참치 폐창고에 서둘러 도착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떻게 봐도 야쿠자 클랜의 내부항쟁....그리고 궁지에 몰린 야쿠자가 검은 야쿠자 모빌을 타고 텟포다마(*3) 택틱스를 자행한 결과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일억엔 또한 그 업화 속에서 불타 사라졌다고 볼수밖에 없었다.

 

 

닌자의 흔적을 전하는 것은,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야쿠자 텐구는 새로운 성전을 향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계속 날아다녓다.

이 돈으로 새로운 성전을, 새로운 야쿠자 모빌을 조달해내야만 했다.

 

 

야쿠자 텐구, 그는 고고한 닌자 헌터이자 포학무도한 소우카이야에게 홀로 맞서는 자였다.

 

 

【니드 포 어나더 크루세이드】 끝

 

 

*1 손케이 : 일본어로 '존경'을 뜻하는 단어. 닌살 세계관에서는 타인을 존경하는 행동이 아닌 존경하는&존경받는 정도의 정신적 개념을 가리키는 단어로써 주로 야쿠자를 대상으로 쓰인다.

 

*2 가고일 : 이것이 그냥 사물인 샤치호코 가고일을 지칭하는지 초기 식스게이츠 닌자 '가고일'를 지칭하는지의 여부는 명확치 않다.

 

*3 텟포다마 : 철포탄, 총알을 뜻하는 일본어로. 주로 야쿠자 클랜에서 적대 조직 및 조직원을 살해하기 위해 경찰에 잡히거나 아예 죽는 것을 전제로 파견하는 소모품적 히트맨을 뜻하며,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미로써 이런 별명을 붙였다. 닌살 세계관에서도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 몇 안되는 단어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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