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앤드 헤비레인

1부 2020. 10. 3. 21:20

디시인사이드 'NJSK'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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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슬레이어 1부 - Sunset and Heavy rain (前)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선셋 앤드 헤비레인】"그건 어떤 맛이 나지?" 이노우는 심심풀이로 물어봤다. "녹슨 강철의 맛이지." 미호는 내뱉듯이 답하며, 방금 전까지 피우고 있던 궐련형 약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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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앤드 헤비레인】

 

"그건 어떤 맛이 나지?" 이노우는 심심풀이로 물어봤다. "녹슨 강철의 맛이지."

미호는 내뱉듯이 답하며, 방금 전까지 피우고 있던 궐련형 약물 칵테일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선 그의 눈 앞에 들이밀었다.

"댁도 한번 피워 볼래?" "남의 쓰는 레시피로는 안 피우는 주의라서." 이노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은걸." 미호가 연기를 짧게 내뿜으며 말했다.

그녀의 머리칼은 분홍빛이며, 한쪽 측면을 완전히 밀어낸 형상이다. 이상할만치 매끄럽고 하얀 얼굴인 것은 바이오 사이버네틱스 피부 때문이었다.

"아아." 이노우가 답했다. "왜 가택침입 강도짓을 관두고 기업을 상대로 하는 직종으로 들어온거야? 여기 일은 엿같은데."

 

 

"난 결국 윗사람이 있어주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되는 체질인가봐."

이노우는 손에 익은 오쿠다스카야社 제의 어설트라이플 AAV-229를 자신의 곁에 세웠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죽이는게 제일이지."

"헤에." 미호가 휘둥그레 눈을 떴다. 명백한 약물복용의 증세였다. "무저항의 일반인을 죽이면 양심에 찔린다든가 뭐 그런거야?"

 

 

"전혀." 이노우는 낯빛 하나 바꾸지 않으며 답했다.

"4번정도 집합주택을 습격해서 꼬맹이도 할망구도 다 쏴 죽여 봤지만 내 양심은 우는소리 하나 안 내던걸. 그 대신에 깨달은 건 민간인 상대론 긴장감이 안 생긴다는 것 뿐이야. 녀석들은 반격을 안 하니까." "동감이야, 나도 그런 부류거든." 미호는 메마른 웃음소리를 냈다.

 

 

"이 일이 성공하면 보수가 꽤 짭잘하게 들어올 것 같은데, 댁은 어쩔꺼야?" "글쎄, 오키나와에라도 도망쳐서 은퇴나 할까."

"안 될껄, 댁 말야. 남 죽이는게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고 얼굴에 써져있는 걸." "그럴지도."

이노우는 상처투성이의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미쳤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뱉지는 않았다.

 

 

"도착 중점." 후방의 우거진 수풀 사이에서 해커의 냉정한 전자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대형의 무선 LAN 유닛을 딩에 매고서 핸디 UNIX를 고속 타이핑 하고 있었다. "약 120초 후, 목표는 예정대로 이 지점에 도달합니다."

"좋아." 미호는 담배를 입에서 떼고, 이노우도 사이버 고글을 이마에서 내렸다.

 

 

약물 담배의 달짝지근한 케미컬 복숭아 향이 흩어져 이노우는 불쾌한 듯이 코를 킁킁댔다.

병든 오존의 냄새가 대기에 가득 차 있다. 미세한 중금속의 빗방울, 비는 곧 더욱 거칠게 내리겠지.

하늘에는 말법적인 대기오염에 해질녘의 색깔이 더해져, 위법 연어알 공장의 폐수를 방불케하는 대리석 무늬를 자아냈다. 미친 세계다. 그는 혀를 찼다.

 

 

하품이 나올만치 교통량이 적은 2차선 도로, 서쪽의 언덕에는 사태 방지용으로 설치된 바리케이드와도 같은 콘크리트 벽과 수풀.

이노우, 미호, 그리고 해커. 세 명의 용병은 이 속에 몸을 숨기고서 대형운송 트럭 '나44-28'이 통과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장기판과 코케시를 가득 실은 오우테 사의 차량이다.

 

 

장기판과 코케시는 각자 다른 장소에서 저비용으로 대량생산된 제품들이다.

그러나, 이 앞에 있는 고급 장기판의 이름난 산지인 야나기야마 빌(vill)에서 이것들을 조립하면 최고급의 핸드메이드 장기판으로써 유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맹점, 즉 법의 구멍이었다.

 

 

야나기야마 빌은 추정인구 200명의 에도 38년에 만들어진 소규모의 직공 마을이다. 하지만 이 위장으로써 오우테 사가 누리는 이익은 연간 수백억의 규모에 달한다.

그렇기에 이 마을 부근에는 오우테 사의 사병들과 보초 터렛이 삼엄하게 배치되어 있어 접근은 불가능하고, 운송차량을 기습하는 것이 가장 이치에 맞는 수단이었다.

 

 

신원불명의 의뢰인의 정체는 아마 오우테 사와 적대관계에 있는 어딘가의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일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노우 일당은 말하자면 쓰고 버리는 사냥개일 뿐이다. 작전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들과 암흑 메가 코프의 관계가 표면에 드러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개들은 기꺼이 이러한 위험한 의뢰를 받는다. 돈을 위해, 그리고 살인을 위해.

 

 

...그렇다, 그들의 목적은 적하물을 뺏어 팔아넘기는 해적같은 행위가 아니다.

오우테 사의 위장을 폭로해 그들의 주가를 폭락시키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그것으로 자기 뱃속을 채울 어딘가의 누군가를 위해.

"오셨구만." 이노우는 총신에 케이블로 직결된 사이버 고글 조준의 시야 구석에 '나44-28'의 눈에 띄는 차체를 발견했다.

 

 

이노우는 말라붙기 시작한 입술을 핥았다. 아드레날린이 아득히 좋은 기세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총을 겨눈다. AAV-229는 총신 밑에 특수 탄약의 발사 기구를 덧붙여 장착시킬 수 있다.

사이버 고글 조준으로 락온 중점. 논리 트리거가 당겨졌다. 퓽, 하는 소리를 내며 오렌지색의 자기추진탄이 발사됐다.

 

 

의뢰자로부터 제공된 그 주먹만한 대형 특수탄두는 스스로 궤도제어를 행햐면서 '나44-28'의 각진 정수리에 강철 집게처럼 달라붙었다.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에, 무수한 무선 LAN 안테나가 배출되어 여기저기로 뻗기 시작했다.

'나44-28'은 속도를 늦추는 일 없이 주행을 유지했다. "명중했다." 이노우가 말했다.

 

 

수풀 속에서 해커는 등에 진 위법 무선 LAN 유닛을 최대출력으로 가동시켜 뉴런의 속도로 논리 타이핑을 행했다.

강렬한 전자파로 인해 이노우는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아밧....?" 운송트럭의 운전석에서 조종 유닛과 LAN 직결된 상태였던 오우테 사원이 코피를 흘리면서 죽었다. 해킹에 당한 것이다.

 

 

대형 운송트럭은 함정에 빠진 강철 마스토돈처럼 주춤거리며 좌우로 마구 흔들리며 날뛰다 눈 앞의 도로를 빗면으로 가로막는 듯한 각도로 급정차했다.

거의 전복되기 직전의 상태였기에 이노우를 미간을 찌푸렸지만, 해커의 원격조종으로 겨우 그것은 방지되었다. 이노우는 비탈길을 내려왔고, 미호도 이에 뒤따랐다.

 

 

중금속 산성비가 간간히 내리기 시작했다.

안색을 바꾸며 차량에서 내려온 수트 차림의 사라리맨이 IRC단말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무언가를 외치면서 오렌지색의 무선 LAN 유닛을 가리켰다.

이노우는 AAV-229의 사라리맨의 심장 부근을 삼점 사격하여 무자비하게 사살했다.

 

 

빗면을 타고 내려온 직후, 이노우는 도로의 측면에 있는 콘크리트 담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여러 발의 총탄이 날아와 이 즉석 바리케이드에 박혀들었다. 반대쪽 문에서 하차 중이던 경무장 오우테 병사가 이노우를 향해 반격해온 것이다.

병사는 헬멧 밑에서 자신이 속한 기업의 이름을 외쳐대며 제압사격을 유지했다.

 

 

그 곳에 미호가 웃으며 측면에서 난입해왔다. 그녀의 손에 들린 스다치카와프사 제의 쇼크메이스 SS-21이 불길한 LED 유도등처럼 빛났다.

"이얏-!" "끄악-!" 적병은 세게 두들겨져 전기 쇼크를 받고 비틀거렸다. 이노우는 주저없이 이를 삼점 사격으로 사살했다.

 

 

미호는 엎드린 자세로 쓰러진 적의 헬멧 후두부를 집요하게 쇼크메이스로 내려치고 있었다. 다중 사이버네틱스 장착자의 가능성을 경계한다면 당연한 행위였다.

튀어오른 피가 푸른 전자광 위에서 터져 철과 오존의 잔향으로 변했다. 이노우는 총을 간단히 닦은 뒤, 차 안쪽으로 총구를 향했다. 운전수는 이미 뉴런이 태워져 죽어있었다.

 

 

적을 잔멸했다. 이노우는 수송품을 확인하고자 차량의 반대쪽 문으로 내려와, '나44-28' 트럭 후부의 화물칸에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운전석에서 내려온 순간 그는 깨달았다. 화물칸의 입구가 열려있다는 것을.

 

 

"이얏-!" "아윽-!?" 바로 다음 순간, 정체불명의 가라테 샤우트와 미호의 비명이 동시에 들려왔다.

 

 

이노우는 다른 누구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AAV-229를 강하게 쥐면서 헤드라이트의 옆을 지나 재빨리 트럭의 반대쪽으로 돌아서 들어갔다.

바로 가까이 앞에서 미호가 휘두르는 쇼크메이스가 허무하게 헛지르며 전자광의 궤적을 허공에 그리고 있었다. 적과 전투중인 것이다.

그리고 적은, 검은 장속을 입은 닌자였다.

 

 

공포를 느끼는 것 보다도 빨리 그는 삼점 사격을 행했다. 허나, 적은 이를 브릿지 자세로 전탄 회피해 보였다.

직후 "이얏-!" "끄악-!" 닌자의 춉 찌르기가 미호의 명치를 꿰뚫어 그녀의 등 뒤까지 관통했다. 스프링쿨러를 방불케 하는 피물보라.

닌자는 팔을 뽑아낸 뒤, 두 걸음 떨어져서 잔심 자세를 취했다.

 

 

"닌자!?" 이노우는 거의 공황에 빠진 채로 다시 적을 향해 사격했다.

"이얏-!" 닌자는 이를 손쉽게 도약해서 회피하면서, 공중 차기로 집요하게 미호의 턱을 차올렸다.

"아윽-!" 다중 사이버네틱스 장착자의 가능성을 경계한다면 당연한 행위였다. 분홍빛 머리칼의 목이 높이 튀어올라 간헐천처럼 피물보라를 뿜어냈다.

 

 

"닌자....." 이노우가 재사격을 시도한 직후, 무거운 충격이 그의 가슴을 후려쳤다.

38, 아니, 40구경의 탄환에 꿰뚫린 듯한 느리고 날카로운 충격. 프로텍터에 더하여 4중구조의 케블러 방탄을 착용하지 않았다면 즉사했겠지.

"왜....." 흉부에 꽂힌 3장의 예리한 수리켄. 언제 투척된 것인지 조차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이노우는 힘없이 뒷걸음질치다, 네 걸음 째에서 느리게 나자빠졌다. 표적을 잃은 삼점 사격이 헛된 방향으로 내뿜어졌다.

"아이에에에에에에!" 해커의 광란에 빠진 전자음성과 그가 소유한 LAN 직결형 피스톨의 사격음이 들려왔다.

"이얏-!" 그리고 닌자의 외침소리도. "끄악-!"

 

 

도데체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2중, 3중의 음모였던 걸까?

아니. 이노우에겐 알 도리가 없지만, 전장에 직접 나서지 않고 한 층 위에서 싸우는 자들에게 있어선 지극히 심플한 사태였다.

오우테 사는 보험을 들었던 것이다. 운송차 습격의 전자적인 낌새를 감지한 그들은 사전에 소우카이야에게 닌자 파견을 의뢰했던 것이었다.

 

 

아드레날린이 샘솟았다. 이노우는 쇼크를 떨쳐내고 일어나 야수와도 같은 외침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켜 라이플을 연사했다. BRATATATATA!

그러나 "이얏-!" 닌자는 등을 돌린 상태에서 바로 연속 옆돌기 회피로 모든 총탄을 피해냈다. 그야말로 악몽을 꾸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악몽에는 분명한 고통이 있었다. "이얏-!" "끄악-!"

 

 

눈으론 쫒을 수도 없는 가라테 기교로 이노우는 곧바로 전투불능 상태에 처했다. 라이플 총과 사이드 암도 순식간에 빼앗겼다.

이노우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적은 손대중을 해주고 있다고. 사냥감을 포획하여, 심문하기 위해.

이노우는 컨테이너의 측면에 내팽겨 쳐져, 곧바로 머리를 들어올려졌다. 자폭장치도 감지당해 그대로 빼앗겼다.

 

 

"아....아....." 고글이 깨진 이노우는 탁한 눈으로 적을 봤다. 그 너머에서 물결무늬의 하늘이 보였다.

"아이사츠가 아직이였나? 도-모, 선셋입니다." 닌자는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댔다. 선셋. 해질녘. 이 미친 세계의 색깔. 얄궂은 이름이다.

이노우는 자조하듯이 뉴런 속에서 그 이름을 되뇌였다.

 

 

"널 죽이지 않은 채 둔 이유는 알고 있겠지?" 닌자가 말했다.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죽이셔.......나는 전직 만안경비대원이다.....고문해봤자 아무것도 안 불어." "닌자의 고문을 체험해본 적은 없을테지."

선셋이 냉혹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노우의 눈동자 깊숙이 희미한 공포의 색이 잠깐 나타났다.

 

 

"넌 미친 척을 하는 겁쟁이일 뿐이다." 선셋은 비웃듯이 말했다.

"고문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은 자폭장치에 의존하지." ".....하, 하지만 우리들은...아무것도 몰라.....알잖아......그냥 개일 뿐이라고....."

"난 강아지를 괴롭히다 죽이는 걸 매우 좋아한다. 특히, 훈련된 사냥견을...." BE-BEEP! 갑작스런 경적소리.

 

 

그 초조한 택시 경적소리는, 컨테이너 건녀편에서 들려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사선을 타고 폭주하던 대형운송차 '나44-28'은 지금은 완전히 도로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벌레같은 놈들." 선셋은 혀를 차며 심문을 계속했다. "특히, 훈련된 사냥견을 가지고 놀다 죽이는 게...." BE-BEEEP!

 

 

"DAMNIT" 선셋은 이노우를 내던져, 한쪽 무릎을 밟아 으깬 뒤, 다른 한쪽 다리를 붙잡아 끌고 갔다.

"극도오염대기의 하늘. 중금속산성비. 넘쳐나는 위법 사이버네틱스. 오거닉 참치가 절멸된 바다. 암흑 메가 코퍼레이션의 지배. 분명 이 세계는 미쳐 있다만,

아직 미지근해. 지금부터 너에게 진정한 불합리라는 걸 보여주마."

 

 

이노우의 장갑 헬멧 후두부가 거친 아스팔트 도로에 잘게 부딫치며 딱딱이는 소리를 울렸다. 공포로 이빨을 떨듯이.

선셋은 그를 끌고 다니면서 불운한 황색 택시를 향해 다가갔다. 무엇을 할 셈인진 상상하기 쉬웠다.

그들은 공포에 빠트린 후, 죽이는 것이다. 그저 성가시다는 이유만으로.

 

 

"내려라." 라고 선셋은 비웃듯이 내뱉은 후, 손짓했다. 운전수는 갑자기 나타난 닌자를 보고 본능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졌을 터였다.

상대가 보일 반응은 두가지 뿐이다. 실금하여 주저앉든지, 부들부들 떨면서 명령에 따르던지, 둘 중 하나일 터였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취한 행동은 그중 어느것도 아니였다.

 

 

운전수는 천천히 문을 열며, 뚜렷한 발걸음으로 차 밖으로 나왔다.

"뭣......!?" 선셋은 눈을 크게 부릅뜨며, 뒷걸음질 쳤다. 닌자가, 뒷걸음질 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노우는 상상조차 안 갔다.

"네놈은.......설마........!" "그 설마다, 선셋=상." 운전수는, 닌자였다.

 

 

"그것은 검붉은 장속을 몸에 두르고, 「忍」「殺」의 한자가 새겨진 멘포로 입가를 가린 닌자였다.

그는 택시의 차문을 닫은 뒤, 양손을 마주대며 고개를 숙였다. 이노우에겐 그것이 이 세계의 광기의 색깔이 형태를 이룬 존재처럼 보였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도-모, 선셋입니다."

 

 

아이사츠 종료 직후, 두 닌자의 가라테가 격돌했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가 먼저 움직여, 강렬한 가라테 무릎 날아차기를 내질렀다. 빠르다!

"끄악-!?" 선셋은 이를 블로킹-방어하여 직격을 피했지만, 후방의 비탈길 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여기서 이노우는 마침내 정신력이 다하여, 도로 한복판에 졸도했다.

 

 

"이얏-!" "끄악-!" 선셋은 도주를 시도했으나, 두 번이나 가로막히고 말았다.

이어서 두 닌자는 수리켄을 서로 던지다가, 그대로 멈춰 가라테를 다잡으며 서로를 노려봤다.

"기다려라, 닌자 슬레이어=상, 네녀석이 나에게 무슨 원한이.....!?" "소우카이야가 오우테 사에 닌자를 파견했다는 정보는 정확했군."

 

 

선셋의 이마에 진땀이 배었다. 사신은 소문대로의 실력자다.

"잠깐, 닌자 슬레이어=상,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봐라! 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을 뿐이다....! 운송 트럭을 덮친 극악범죄자들을 요격하는게 뭐가 잘못됐지....!? 네놈에겐 아무런 관계도" "닌자에게, 죽음을." 그리고 소문 이상의 광견이었다.

 

 

이미 선셋은 완전히 기세가 눌린 상태였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가 다시 덤벼들었다. "이얏-!" 선셋은 뒷돌기로 이를 간발의 차로 회피!

그대로 8연속 옆돌기를 행하여, 마지막엔 올림픽 자유형 수영선수의 출발 다이빙을 방불케 하는 예리한 도약으로 트럭 컨테이너 안으로 도망쳤다! "잘 있어라!"

 

 

"어디로 도망친들 헛된 짓이다...!" 사신은 분노로 불타는 눈길로 선셋을 쫒으며 컨테이너 안으로 뛰어들었다.

적 또한 방심할 수 없는 실력자다. 궁지에 빠져 머리만을 구멍 속에 집어넣는 토끼처럼 궁여지책으로 이 컨테이너 속으로 도망쳤나? 그럴 리는 없다.

닌자 슬레이어는 경계를 멈추지 않은 채 눈 앞의 장지문을 열었다.

 

 

"이 무슨.......막다른 길이라니.....!" 닌자 슬레이어가 발을 들인 곳은, 다다미가 깔린 사각진 작은 방이였다.

이는 축의-깔기라고 불리우는 패턴으로, 열두 장의 다다미로 구성되어 있다.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으며, 각각의 벽에 튤립, 해바라기, 피안화, 수선의 훌륭한 수묵화가 그려져 있었다.

 

 

【NINJAS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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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욱....쿨럭! 쿨럭-!" 이노우는 눈을 떴고, 목이 매어, 이내 기관지에 들어갔던 물을 토해냈다.

옆구리가 아파왔다. 갈비뼈가 몇개 부러진 개 틀림없다. 여기는 유치장인가, 그게 아니면 정신병원인가.

나는 양동이에 가득 채워진 물을 흠뻑 뒤집어쓰고 악몽에서 일으켜진 것인가. 그렇게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억수로 내리는 중금속 산성비였다.

 

 

이노우는 고통을 참으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크게 목소리를 내 보지만, 응답은 없다. 모두 죽었다.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다, 수많은 시체가.

태양은 이미 지평선 아래에 저물어 중금속산성비만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정체불명의 택시는? 없다. 닌자의 기척은? ..........없다.

그것 이외는 전부 그가 정신을 잃기 전과 같았다.

 

 

얼마나 오래 기절해 있었나. 아주 잠깐인가, 아니면 수시간 정도인가. 그는 방수시계의 판면을 노려봤다.

다부진 왼팔에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프로텍터에 꽃혀있던 수리켄 때문이었다. 그는 그것을 한장 한장씩 뽑아 내던졌다.

도로에 부딫쳐 금속음이 울리지만, 거의 대부분이 빗소리에 쓸려나갔다.

 

 

그것은 질량을 가진 엄연한 '사실'이었으나, 이노우의 뉴런은 벌써 닌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었다.

".....이대로 머물러 있어선 안 돼." 머지 않아 사태를 감지한 오우테 사의 사병들이 이 도로에 쳐들어오겠지.

그럼 죽음만이 있을 뿐. 그 전에 이 괴물같은 대형 트럭을 운전해 네오 사이타마까지 도망쳐야만 한다.

 

 

이노우는 땅을 기면서, 멀리 굴러다니는 어설트라이플 AAV-229를 이정표로 삼아 나아갔다.

후두부를 집요하게 내리쳐진 오우테 사 기업전사의 시체가 바로 옆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그는 AAV-229를 지팡이 삼아 일어서, 으깨진 무릎을 감싸면서 운전석으로 다가갔다.

 

 

직결 운전수의 시체를 내버리고 차문을 닫았다. 운전방식을 수동으로 바꿔, 무거운 핸들을 쥐고, 액셀을 밟는다.

차머리를 돌려야만 하지만, 몇번이고 실패했다. "붓다 퍽...!" 한쪽 앞바퀴가 아스팔트에서 벗어나 비포장 지면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그 곳은 큰비 때문에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약물의 효과도 빠져가고 있다, 머지않아 지금보다도 더 큰 고통이 덮쳐올테지.

차 밖에서는 미호가 휘두르던 쇼크 메이스가 쏟아지는 비를 뒤집어쓰며, LED 유도등처럼 빠직빠직 점멸하다, 이내 불똥을 튀기며 꺼졌다.

직후, 이노우는 다른 빛을 보았다. 그것은 네오사이타마 쪽에서 다가오는 2대의 맙포 비클의 점멸등이었다.

 

 

이노우는 혀를 차며, 핸들 위에서 머리를 감싸쥐었다. 중금속산성비로 덮인 잿빛의 세계를 점멸등이 비추며 천천히 접근해왔다.

그는 결심을 내렸다. 총을 운전석에 두고, 차문을 열고서 굴러 떨어지듯이 꼴사납게 밖으로 나왔다. 찌르는 듯한 고통이 왔다.

그런 다음 운송트럭의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한 가운데서 정좌한 채로 양 팔을 들었다.

 

 

맙포 비클이 멈춰섰다. "살려줘!" 이노우는 복부의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며 외쳤다.

장갑 맙포 비클 2대, 총을 들고 내린 건 맙포 3명과 데커 1명. 데커는 다중 사이버네틱스 장착자였다.

하지만 애초에 그들과 맞서 싸울 생각은 없었다. 승산이 없는 것이다. "살려줘!" 다시 한번 외쳤다.

 

 

"이렇게 고분고분한 슬래셔(*1)라니 드문 일이군." "저항할 생각은 없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수갑은 차 줘야겠다." 데커가 그렇게 말하며 부하인 듯한 맙포들을 데리고 다가왔다.

"부탁이니까 들어줘, 붓다에게 맹세컨데 진실만을 말할 테니까." 이노우가 말했다.

 

 

"거래가 하고싶어. 우리는 그냥 강도단이 아니야." 이노우는 사이버네틱 수갑에 구속되면서 계속 말했다.

"이 컨테이너에는 오우테 사의 위장공작을 밝힐 수 있는 터무니없는 스캔들 거리들이 쌓여있어. 대량의 장기판과 코케시, 그리고 위조 ID와 오동나무제 포장박스 따위가."

"...그래서?" 데커가 물었다.

 

 

"우리들은 어느 암흑 메가 코프의 의뢰로 이 운송 트럭을 습격했지. 그리고 당연히 살육전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내 동료들은 전원 죽어버렸어."

"사법거래가 하고 싶다면 나머지 헛소리는 유치소에서 마저 들어주마." "그래선 늦어. 이 운송트럭을 오우테 사에게 넘기기 전에 '개인적으로' 거래가 하고싶다는 소리라고."

 

 

그것은 위법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노우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 돈을 손에 넣어야만 했다.

운전석에서 생각해본 한에는 그 이외의 수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체포되어 트럭도 오우테 사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고 하자.

설령 사형을 면했다고 해도 언젠가 의뢰자, 또는 오우테 사의 자객에게 처리당하고 말 것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불분명한 입력에 대한 시스템의 응답처럼 데커가 다시 물었다.

"반씩 나눠 갖자고, 나하고, 당신들이. 덤으로 댁들은 사회정의까지 이룰 수 있는 거야."

"대담하게도 본관을 매수하겠다 이거냐. 죄상이 추가로 늘었군." "한 사람당 1천만은 확실해." "그런 무법이 통할 것 같나?" "그게 네오사이타마잖아?"

 

 

금액을 듣고 옆에 있는 맙포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 것을 이노우는 놓치지 않았다.

"대담한 놈이군." 데커는 무표정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이 다음엔 본래 어쩔 셈이였지?"

"이 트럭을 적하물 째로 네오사이타마 선창의 어느 창고에 옮길꺼야, 그 다음은 딴놈이 알아서 해 줄거고." "물리 주소는?" "지금은 아직 말 못해."

 

 

데커는 신음했다. 그리고 귓가에 손을 대어 트레일러 내부의 조사를 마친 맙포로부터의 보고를 들었다.

...그곳에는 기묘한 다다미 방과 핏자국밖에 없었다. "정말로 대담한 놈이로군." "그렇지?" 이노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수갑은 금방 풀어주마." "고맙수, 날 운전석에......" BLAM

 

 

등 뒤에서 쏘여진 총탄을 맞고 이노우는 물웅덩이 위에 쓰러졌다. 맙포 한명이 운전석에 있던 그의 라이플을 겨누고 있었다.

"미친 세상에, 미친 놈들이군." 데커가 말했다. "만약을 위해, 몇 발 더 쏴둬."

BLAMBLAMBLAM! 총탄이 위에서 비처럼 쏟아져, 이노우의 몸은 리드미컬하게 조금씩 튀어올랐다.

 

 

"이 엿같은 시체와 무기들을 전부 트럭 화물칸에 실어라. 내가 운전하마. 오우테 사에게 인도하는 거다."

데커가 말했다. 맙포들은 경례하며 따랐다. 무엇을 해야하는 지는 알고있다. 이 트럭을 어느정도 앞까지 나를 필요가 있다.

그 곳이 오우테 사의 사유지 경계선이다. 거기서 습격사건이 일어났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프로 용병이였을까요?" 부하 맙포가 물었다. "핵 앤 슬래쉬겠지, 저 놈은 전직 만안경비대원이었을 거야." 데커가 답했다.

"만안경비대라는 건 사이코패스 양성소라도 되는 겁니까?" "내 술친구같은 착실한 놈도 있다고. 말이 통하는 녀석이야. 무기도 잘 처분해주지."

"왜 이놈들은 앞뒤 생각도 없이 행동하는 걸까요." "미친 거지."

 

 

데커는 트럭 후부를 흘낏 봤다. 다른 맙포들이 참치를 방불케 하는 시체들을 거칠게 던져넣고 있었다.

축의-깔기 방. 피안화의 그림에는 구멍이 뚫려, 피에 물들어 있었다. 닌자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노우의 옆에 미호의 시체가 굴렀다. 맙포들은 이 방의 의미를 유추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데커와 부하 맙포가 운전석에 앉았다. 데커는 거칠게 핸들을 돌려 앞바퀴를 진흙탕에서 빠져나오게 해, 견고한 일직선의 포장도로 위로 트럭을 돌려놨다.

적하된 시체가 축의-깔기 방에서 흔들렸다. 두 대의 맙포 비클을 거느리며 트럭은 전진했다. 거대한 차륜이 미호의 쇼크메이스를 짓이겼다.

 

 

"코케시가 어쩌고 하던 소린 또 뭐였을까요?" "그러니까 미쳤다는 거야. 망상이겠지." 라 데커가 답하고, 이내 차 안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번에는 어느정도 벌릴까요, 또 가족과 오키나와 여행을 갈 수 있을련지." 이전에 탈주한 장기판 장인을 오우테 사에게 넘겼을 땐 보수가 꽤 짭잘하게 들어왔다.

 

 

"어짜피 푼돈이겠지." 데커는 떫은 표정을 지으며 지평선 너머를 보았다.

"이번엔 우리 관할 일의 뒷바라지를 반쯤 떠맡겼으니까 말야." 해는 저물고, 어디까지고 멀리, 두들기는듯한 중금속산성비의 호우가 내리고 있었다.

그 후, 데커는 차 안에 남아있는 연소된 뉴런의 탄냄새를 날리기 위해, 약물 담배를 피웠다.

 

 

처음부터 이 트럭엔 적하물 따윈 실려있지 않았다. 습격자들을 요격하기 위한 함정이었던 것이다.

말 못하는 시체가 되어 굴러다니는 미호, 이노우, 해커도, 여기엔 없는 얼굴도 모르는 의뢰자도, 데커들도,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어떻게 발버둥친들 이 범죄자들이 돈을 손에 넣는 일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트럭은 새까맣고 긴 도로를, 오우테 사의 사유지를 향해 달리고 있엇다. 불가피한 운명을 향해.

......그 때, 어두운 축의-깔기 방에서, 죽었을 터인 사내가 갑자기 눈을 떠 피안화 벽 아래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이버네틱스 기능인가? 아니, 집요하게 발사된 총탄은 확실히 그의 생명을 빼앗았다.

 

 

그는 부활한 것이다. 닌자소울 빙의자로써. 그리고 자신이 '무엇'이 되었는가를 깨닫고, 사악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자신의 닌자 네임을 읊조렸다. "......헤비레인" 그는 그것이 나쁘지 않은 이름이라 생각했다.

적화물 칸의 덮개를 중금속산성비가 거세게 두드려, 그 소음이 축의-깔기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 날, 사악한 닌자가 한 명 죽고, 새로운 사악한 닌자가 한 명 태어났다.

그것은 끝이 없는 카르마의 사이클, 또는 말법적인 세상의 한 측면을 나타내는 일일까.

이후 헤비레인은 다시 사신과 대치하게 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적어도, 그 데커 일행은 분명 오키나와에 가지 못하리라.

 

 

【선셋 앤드 헤비레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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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버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