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서퍼링

3부 2021. 3. 1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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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서퍼링 #1 - 닌자 슬레이어 갤러리

【하우스 오브 서퍼링】"붐, 붐, 붐, 붐, 붐, 붐, 붐, 붐, 위성의, 디스코의 별~" 스타카토 들어간 베이스라인과 기계적 드럼 사운드를 타고, 황홀한 보컬이 메아리친다. 모두가 미소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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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ㅇㅇ(220.87)' 님 번역

 

【하우스 오브 서퍼링】

 

"붐, 붐, 붐, 붐, 붐, 붐, 붐, 붐, 위성의, 디스코의 별~" 스타카토 들어간 베이스라인과 기계적 드럼 사운드를 타고, 황홀한 보컬이 메아리친다. 모두가 미소짓고 있다. 유미토는 문득 이 자리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시계를 보니, 벽의 「미야코나 하이스쿨은 정말 즐거웠다 모임인」이라 적힌 현수막이 블랙라이트를 받아 보랏빛이었다. "유미토 상! 타노시이!" 지나가던 동급생이 하이파이브를 하고자 한다. 유미토는 웃어 보이며 하이파이브했다. 동급생과 손을 잡은 마칭밴드부 여자는 유미토에게 촉촉한 시선을 보냈다.

 

커플이 지나가자, "어이어이, 어쩔 거냐구! 유미토 상!" 방금까지 단상에서 사회자 역을 맡던 무라키가 장난스럽게 등을 두들겼다. "방금 걔, 분명 너한테 반했다구. 피를 볼 지도 몰라" "아니야" 유미토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럴리가 있겠냐고" "난 딱 감이 왔다니까! 저 눈......" "아니라니까!"

 

음악에 맞춰, DJ 주위의 고등학생들이...... 아니, 오늘 오전까지는 고등학생이었던 틴에이저들이...... 박수를 치며 활기차게 뛰어올랐다. "진심 노려야 된다. 와미는 굉장한 슴가야!" "바보같은 소리" 유미토는 손을 내저었다. 약탈같은 것을 한다면 무라하치다. "바보야! 벌써 졸업한 거 기억 안나? 자유잖아"

"유미토 상! 타노시이!" "타노시이!" 이번엔 응원부의 여자 둘. 만면의 미소. "타노시이!" 유미토는 웃어 보였다. "어이어이, 완전 풍년 아냐?" 무라키가 놀렸다. 유미토는 무라키의 어깨를 장난스럽게 밀치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왜 그래?" "휴식" 유미토는 답했다. "바로 돌아올게"

 

유미토 앞을 서성이는 학생...... 전 학생...... 들은 모두 우호적 미소를 보내며 악수와 하이파이브를 원했고, 발광하는 오카메 소다 잔을 들어올려 보였다. 유미토는 기쁘게 이에 응하고, 정원의 풀사이드를 가로질러 현관 홀로부터 밖으로 나와서는, 뒤편으로 돌아 벽에 기대었다. 유미토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아-"

 

그는 한숨을 쉬고 손톱을 물었다. 다른 이들 앞에선 이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 결단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미토는...... 딱히 과장할 필요도 없이...... 하이스쿨의 스타다. 야부사메* 부의 에이스로, 3년 연속 지역대회 1위. 2학년 땐 중앙대회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학생회장이기도 했다. 센터시험은 지역 3등. 호감형 얼굴.

* 역주: 달리는 말 위에서 3개의 과녁을 쏘아 맞추는 행사.

유미토는 기대어 선 벽을 타고 흘러내리며 마치 엉덩방아를 찧듯 주저앉았다. 짧은 머리를 마구 헝클고는, 주먹을 쥐었다. "젠장...... 오늘뿐이야. 오늘뿐이라고 유미토!" 그는 자신을 다그쳤다. 유미토는 하이스쿨 계층의 정점이다. 하지만, 동료 조크(jock)들과 이야기를 맞추는 것은 고통이었다.

 

유미토는 야부사메를 좋아했다. 무기물과 유기물의 하이브리드인 사이버 말을 몰고 활시위를 당긴다. 표적을 노려보는 영원과 같은 한순간. 표적을 꿰뚫었을 때 느끼는, 숭고한 무언가와 직접 연결되는 듯한 고양감. 해방감. 그 아름다운 체험은 그야말로 신성한 의식이었다. 오타쿠 괴롭히기, 지배. 그런 조크이즘은 실로 무의미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험악한 태도를 보이면 즉시 무라하치다. 그렇게 하면 야부사메를 계속할 수조차 없다. 유미토는 사교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다. 모두가 그를 사랑했고, 자랑거리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 사회성 탓에 아직도 그 아이에게 말 한 번 붙여본 적이 없다! 마지막의 마지막, 졸업 파티에서조차도!

 

"뭐냐고 젠장...... 웃기지 말란 말야! 왜 피리부냐고!" 유미토는 갈 곳 없는 분노로 부들거렸다. 하지만, 요는 자신에게 용기가 없는 거다. 그것뿐이다. 무라키의 말대로다. 오늘 정오에 이미 졸업. 조크의 규칙? 그딴 건 이제 알 바 아니다! 알 바 아니......다......

 

"린피오토오시......" 유미토는 중얼거렸다. 시합 전 정신집중에서 그가 쓰는 파워 챈트다. 기원은 모르는 전승, 주문, 닌포의 한 종류지만 시합의 극한적 순간에 있어선 오컬트 또한 필요한 것이다. "......카이진릿짜이젠" "에?" 챈트의 후반부는 그가 말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미...... 미안해, 하하하" 챈트를 말한 이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유미토의 피가 거꾸로 솟았다. 떨리는 목소리는 감추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코모모...... 상!?" "엣?" 코모모는 눈을 깜빡였다. "날 알고 있어?" 유미토는 이를 꽉 깨물었다. (((당연하잖아!)))

 

"왜......" "에? 주문?" 코모모가 되물었다. "그건 나도 묻고 싶은 건데...... 유미토 상이......" "왜 여기 있냐고?" "에?" 코모모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나도 묻고 싶은 건데......" "에" 유미토는 대답을 망설였다. 코모모가 물었다. "왕자님이 여깄으면 안되는 거 아냐?" "왕자님?"

 

"앗...... 미안해" 코모모는 역시 쑥스러운 듯이, "우리, 끼리끼리만 유미토 상을 그렇게 불렀었어...... 왕자님이니까." "뭐야 그게." 유미토는 쓴웃음을 지었다. "왕자라니...... 바보취급하는 거야?" "하지만 절벽 위의 꽃인걸, 유미토 상은.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다니, 그런 게 어딨어. 있을 수 없는걸!"

 

확실히, 있을 수 없다..... 유미토는 마음 속으로 동의했다. 그 있을 수 없음 탓에, 지금껏 이야기 한 번 나눠본 적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 "......" 대화가 끊겼다. 코모모는 따분한 듯 주변을 둘러봤다. 유미토는 마음이 급해졌다. "저기..... 어떻게 챈트를 알아?" "챈트? 아아"

코모모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나도 네가 외우길래 깜짝 놀랐어. 그건 내......" "삐가가-!" 그 때, 안에서 마이크 하울링 소리가 울리더니 아나운스가 들려왔다. "자아, 레이디스 앤드 젠틀맨! 세이 영! 모두 잠깐만 대화는 참아줘!"

 

분위기 메이커 무라키의 아나운스다. "자아 우린 이제 자유라고! 그렇지? 세이 영! 자아자아...... 모두가 기다리던 순간이라구? 미친 듯이 춤춰보자고! 마음 속 그 아이랑! 하지만, 안돼! 야한 짓은 안된단 말씀! 아직 안돼! 그런 건, 적어도 조금만 기다리자!" 쓴웃음 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가봐야지" 코모모가 미소지었다. "왕자님이 먼저 가지 않으면 시작이 안되잖아" "아......" 유미토는 뭔가 말하려고 했다. 발버둥쳤다. 입 안은 완전히 메말라버렸다. "피리, 왕자. 각자 자리란 게 있으니까 말이야" "아아......" 유미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것은 감동의 눈물이었다. 이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울까.

(((보여줘! 성과를!))) 유미토는 마음을 다잡았다. (((내 성과를! 야부사메의 마음을!))) 유미토는 움직였다! 코모모의 손을...... 잡았다! "엣" 코모모는 눈을 크게 떴다. 뺨이 약간 붉게 물들었다. "엣" "저...... 저와 춤춰 주세요. 코모모 상" "괜찮아? ......왜?" "좋아합니다"

 

그 순간, 정원에서 술에 쩔어 있던 누군가가 멋대로 로켓 폭죽을 쏴올렸다. BOOOM...... 이 무슨 싱크로니티일까. 코모모는 잠깐 망설였지만, 이윽고 고요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한 쪽 손도 유미토에게 얹었다. 그리고 멋쩍은 듯 웃으며 답했다. "요로콘데"

 

유미토와 코모모는 손을 잡은 채, 씩씩하게 플로어로 돌아왔다. "뭔가...... 거짓말 같아" 코모모가 말했다. 유미토가 대답했다. "계속 좋아했었어" "나같은 사람이 여친이면, 여러가지로......" "그딴 건 Bullshit이야!" 유미토는 웃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겨났다. "게다가, 이미 졸업했는걸!"

 

"그렇지" 코모모는 미소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고마워" "뭐가?" "이렇게...... OK해주다니 말이야" "왕자님인걸" "그만해" 유미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앞으로, 서로를 알아가자. 더 많이. 지금껏 계속 얘기해보고 싶었어" "......응" 음악이 시작된다.

 

"어디 갔었어 유미토 상!" 무라키가 단상 위에서 그를 가리켰다. "다들 널 기다리고 있었다고!" 박수갈채! "어이어이...... 그 여자앤 어디서 잡아온거야? 정말 미워!" 무라키가 요란을 떨었다. 따뜻한 웃음소리. 아무도 유미토를 책망하지 않는다. 유미토는 무심결에 승리의 포즈로 답했다. 다시 한 번 박수갈채.

 

선정적 인트로. 로커빌리다. 유미토와 코모모는 서로 마주보며 오지기했다. ......이 순간이, 선로의 분기점이었던 것이라고 나중의 유미토는 생각했다. 누가 걸어 놨는지, 벽엔 「불여귀」라고 적힌 붓글씨가 걸려 있었다. 그렇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서로를 알게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정말로 짧은 시간 동안.

 

【하우스 오브 서퍼링】 #2

 

  

(지금까지의 이야기 : 미야코나 하이스쿨의 졸업 파티에서, 학원의 스타, 학생회장, 성적우수, 야부사메부의 에이스인 유미토는 의중의 여학생에게 마음을 전했다. 피리부의 코모모다. 용기를 쥐어짜낸 유미토의 고백에 대한 답변은 YES였다. 둘에게 행복이 있기를. 불여귀)

  

유미토는 코모모의 어디가 좋은 것인가? 이것저것 따지고 들면 들수록 그 마음의 본질에서는 한참 벗어나게 되리라. 그래서 유미토는 코모모에게 "내 어디를 보고 좋아하게 된 거야?"라고 질문받을 것에 겁까지 먹고 있었다. 별볼일없는 답이 될 것이 뻔하다. 그 때문에 내 마음을 의심받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코모모의 별로 길지는 않은 속눈썹이기도, 웃는 방식이기도, 내성적인 듯 하면서도 내성적이 아닌 의외의 강단, 모즈 식스와 같은 그룹을 경멸하고 있는 것, 한편으론 똑같이 차트 단골손님인 카쿠시마스에 대해선 "예외"라고 핑계를 대며 열의를 불태우는 것, 그러한 것들이 모두 쌓인 것이다. 

 

다행히도, 코모모가 "내 어디를 보고 좋아하게 된 거야?"라고 물어오는 일은 없었다. 그저 즐거워할 뿐이었다. 그것이 또한 이미지 그대로라, 더더욱 좋아지는 것이었다. 유미토가 코모모와 대화해본 횟수는 0에 가까웠으나, 선입견이 다량 포함된 코모모의 이미지와 진짜 코모모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저기, 그러면 나도 조금 더 자기소개를 해볼까" 코모모가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낸 것은 다음 주의 일이었다. 둘은 키스도 아직이었다. 유미토는 좀 초조해지던 차라, 코모모가 먼저 말을 꺼내준 것이 솔직히 기뻤다. "자기소개?" "응. 꽤 '가까운 사이'가 됐다고 생각해. 우리"

 

"그럼 기쁜걸" "내일 밤, 교문 앞에서 만나자" "몇 시에?" "축삼 아워에." 코모모는 괴물 같은 동작을 하며 익살떨었다. "헤에? 괜찮아?" 유미토가 물었다. "그게, 부모님이라거나......" 말을 꺼낸 그의 심장은 마구 두근거렸다. 이건 그야말로 메챠쿠챠 문젯감이야!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 평소대로를 가장한 채 부모와 여동생과 별 것 아닌 쾌활한 대화를 나누고, 이불에 틀어박힌 채 뒤척이기를 끝없이 반복하며 거의 한 숨도 못 잔 채 맞이한 다음날. 약속 시간을 기다리는 그의 주변 공기는 진흙처럼 무거웠고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다.

 

"오빠, 촌시러!" 집을 나서려는 유미토의 등에 동생이 던진 야유. 이미 다 까발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환멸당하지 않게 조심해야겠네! 물건도 쓸만했으면 좋겠다!" 유미토는 말 없이 방석을 붙잡아 집어던지고,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망할..... 난 야부사메부야! 해낸다!)))

  

유미토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져, 거의 달리는 수준이었다. "아앗! 아앗! 불조심!" 기성을 지르며 치기리키*를 연타하는 방화설법 몽크를 지나쳤다. 이 시간대에 이 길을 지나는 이상한 인간이다. 방화설법 몽크는 유미토를 힐끔 쳐다봤다. "......번뇌" 몽크가 유미토에게 뭔가 중얼거린 듯 느껴졌다. 당연히, 환청이다.

*역주: 치기리키란 자루가 긴 일본식 모닝스타를 말한다.

 

구름 가득한 하늘 너머로 달이 보이는 밤이었다. 길가의 소나무에서 이름 모를 수많은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하이스쿨의 그림자가 보였다. 유미토는 일단 멈춰서서 숨을 고르고, 길의 커브미러로 머리모양과 옷매무새를 확인했다. 그리고 자신 넘치는 발걸음으로, 사람 없는 교문 앞에 도착했다.

 

"도-모, 유미토 상" 코모모는 15분 늦게 교문에 도착했다. "도-모" "빠르네! 역시 왕자님" "상관없잖아" 유미토는 웃었다. 코모모의 옷차림은 청바지와 달라붙는 T셔츠. 유미토는 무심코 뚫어지게 쳐다봤다. 코모모가 시선을 눈치채자, 유미토는 황급히 "T셔츠 무늬, 카브라 노바 같네"라고 얼버무렸다.

  

"그래, 카브라" 코모모는 T셔츠를 잡아당겨 보였다. 이를 다 드러내며 울고 있는 희화화된 동물 그림으로, 나이브 아트를 노린 센스다. 카브라 노바는 자기반성적, 전위적 록밴드로 '아는 놈' 에겐 경전이다. "옛날 EP의 자켓이야. 카브라 좋아해?" "좋아하지!"

 

"좋아할 거 같았어" 코모모는 웃었다. "왕자, 가방에 카브라 핀뱃지 붙이고 있었던 적도 있었잖아. 이런거나 기억하고, 나 기분나쁘지? 하지만 야부사메에 왕자인데, 싶어서. 그래서 사실은 신경쓰였었어. 그 때부터" "......헤에." 유미토는 감격했다. 코모모가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둘은 카브라의 2nd 앨범부터 3rd 앨범에 걸친 음악성의 변화에 대해 논하며 걸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차가 있었다. "차?" "응" 코모모가 말했다. "걸어서 못 갈 건 없지만, 조금 멀거든. 어서 타" 코모모는 운전석에 올랐다. "운전한다고?" "그래"

 

"면허, 언제?" "헤헤" 코모모가 웃었다. "굉장하지? 절대 사고 안 나니까 안심해. 안전벨트도 차고." "응" 유미토는 조수석에 올라, 시킨 대로 했다. 차는 미끄러지듯 출발하고, 음악이 흘러나왔다. "고옹, 고옹, 고오옹......"  마치 만트라 같은 가창, 뒤틀린 베이스라인.

 

"이 곡은 뭐야?" "시게노미" 코모모가 답했다. "옛날 밴드...... 아버지가 갖고 있었어" "뭔가 슥고이하네" "그렇지" 코모모는 핸들을 꺾었다. "옛날 사람들 참 굉장하지" "고옹, 고옹, 고오옹...... 에브리원......" 유미토는 코모모의 옆얼굴을 보았다. 야부사메부인 내가 마치 어린애 같다.

 

"이제 어디로..... 그...... 데려가는 거야?" "타노시이" 코모모는 수수께끼처럼 말하곤, 장난스럽게 웃었다. "딱히 숨기는 건 아냐. 안 쓰는 볼링장이 있거든. 어릴 때 비밀기지 만들어서 놀아본 적 있어?" "아아...... 있어" 유미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싸워서 헤어졌던 근처에 살던 친구......

 

"저기, 저거" 코모모가 앞쪽 저 멀리 하늘을 가리켰다. 참치 체펠린이 홀로 토리이 코리도어를 통과해 지나간다. "딱 좋아. 저건 저거대로, 예뻐" "그러게 말이야" 가로등이 앞에서 뒤로. 이윽고 차가 멈췄다. "도착." 둘은 차에서 내렸다. 폐허가 된 주차장. "오오" 유미토는 건물을 올려다봤다. 

 

건물 옥상엔 달마 채색이 된 거대한 볼링핀과 「초 보울」이라 적힌 네온 간판이 걸려있다. 물론 지금은 빛나고 있지 않다. "가자" 코모모가 발걸음을 옮겼다. 뒷문의 셔터 앞에서 몸을 숙여 손을 집어넣는다. 유미토는 코모모를 도와 셔터를 들어올렸다. 아련한 빛이 그들을 맞이했다.

 

셔터를 지나, 아련한 빛이 흘러나오는 복도, 내리막길을 지난다. 코를 자극하는 독특한 식물 냄새. "대마?" "비밀기지야." 코모모는 유미토의 팔을 껴안고 올려다봤다. "아침까지 놀자" 목에 팔을 두르고, 천천히 유미토에게 키스했다. 젖은 혀와 뜨거운 숨이 들어왔다. 문제가 일어난다!

 

3초! 그 후, 코모모는 유미토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손을 잡아 쭉쭉 나아갔다. 식물 냄새가 한 층 진해졌다. 눈 앞에는 「오마미」라고 적힌 포렴. "도-조" 조금 정중하게, 코모모는 유미토에게 입장을 재촉했다. 유미토는 각오를 다졌다. ((((난 남자다. 야부사메부다. 난 해낸다!))))

 

"안 잡아먹을 테니까 걱정 마!" 코모모가 귓가에 속삭였다. 부드러운 숨결이 닿았다. 아트모스피어가 유미토의 등을 떠밀었다. 그는 포렴을 젖혀 열고, "비밀기지"에 엔트리했다. 연기, 캔들라이트, 여기저기 놓인 부드러운 소파, 사이케 채색이 된 크고 작은 후쿠스케, 그리고 다른 손님들.

  

기둥에 기대어 있던 마른 여자의 표정이 환해졌다. "코모모 상, 오랜만이야" "도-모" "졸업?" "응. 자유" "오메데토" 둘은 허그했다. 여자는 유미토를 쳐다봤다. "남친?" "응. 남친" "엄청 카와이이! 잇쿠! 잇쿠!" 여자는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 "도...... 도-모" "유미토 상, 가자"

 

보와와와와...... 차 안에서 들었던 음악을 더 질척하게 만든 듯한 저음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몇 명은 일어서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소파에서 먼 곳을 쳐다보는 이들도 있다. 바 카운터 안에는 「위법행위」라 적힌 족자. 더 안쪽에는 볼링 레인. 웃으면서 볼링 승부에 열중하는 집단도 있다.

 

"한 잔 하겠나?" 바텐더가 물었다. 코모모는 끄덕였다. 유미토는 지갑에서 소자를 꺼냈다. "에? 괜찮아" 코모모는 자기 돈지갑을 열었다. "아니야, 남친인걸" "그럼 다음에 살게" "OK" (((돈 괜찮을까))) 유미토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바텐더가 숏글래스를 데킬라로 가득 채웠다.

 

"건배" "건배" "나도" 안색 나쁜 남자가 옆에서 나타나, 손에 든 잔을 들어올렸다. 코모모는 웃었다. 단숨에 데킬라를 들이켰다. 유미토도 따라했다. 음악. 연기. 빛. "슥고이하네" "비밀기지인걸" "아니...... 네가, 스고이해" 유미토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 어린애 같아." "내가 이긴 건가?"

 

가고옹...... 안쪽에선 볼링핀이 넘어지는 소리. "스트라이-크!" "얏타-스고이!" 갸바아안! 데로리로와오...... 세월 탓인지 좀 늘어지는 팡파레가 울리고, 빛이 날아들었다. "응. 네 승리, 네 승리" 유미토가 끄덕였다. 코모모는 유미토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응" 음악. 빛.

 

코모모가 유미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유미토는 코모모와 함께 몸을 흔들며, 어깨 너머 벽의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다. 캔들라이트가 만든 그들 자신의 그림자다. 음악. 연기. 그림자가 하나로 합쳐져, 신비적인 여덟 팔을 만들어냈다. 각각의 팔엔 상징적인 붓다 무기가 들려 있고...... 누군가가 향로에 나무를 넣었다.

 

땅바닥을 기어가는 듯한 베이스라인, 빛. 약간의 자극적 냄새. 뒤덮는 듯한 달콤한 향기. "숨길 수도 있었는데, 그만뒀어" 코모모는 유미토에게 얼굴을 파묻은 채 말했다. "며칠쯤, 실제 같이 있으면서, 괜찮을까 싶어서. 왕자라면" "왕자는 그만해" 유미토가 말했다. "괜찮아?" 묻는 코모모. "괜찮아."

 

"다행이다" "스고이해" 유미토는 되풀이했다. "이 정도면 비밀기지지......" "응. 주스를 던지거나 너드 남자애를 여자화장실에 가두거나 그런 시시한 건 없어" "아아....." 가슴이 아프다. 멍청한 놈들. 그리고 나 자신도 멍청한 놈들 쪽. 코모모가 말했다. "하지만 졸업했으니까"

 

그림자는 16개의 팔을 만들어냈다. 각 손에 붓다 무기. 뒤얽힌 거대한 그림자와 이쿠사를 시작한다. 말법이다. "스트라이-크!" 갸바아안...... 소리가 금빛 고리가 되어 둘을 감쌌다. "앉자" 유미토는 코모모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그의 심장은 이곳의 음악과 정 반대로, 엄청난 BPM으로 뛰고 있었다.

 

"다이조부?" "처음이라서." 유미토가 숨을 내뱉었다. "뭔가 좀, 확 올라왔다고 해야 하나" "그렇구나" 코모모가 유미토의 손을 잡았다. 16개 팔의 붓다 데몬이 드래곤과 싸운다. 목을 잘려 고통스러워하는 드래곤은 연기를 흩뿌리며 사산했다. 연기 속에서 그림자를 방불케 하는 전사가 일어섰다.

 

농밀한 공기다. 느껴본 적 없는 공기. 아름다운 음이다. "안돼! 아아아아!" 누군가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이러면 안되잖아. 이러면 안되잖아. 진정하자" 가까이 있던 자가 즉시 화장실로 데려갔다. 그림자를 방불케 하는 전사는 양손에서 칼날을 빛내며, 관능적으로 춤췄다. 코모모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에 유미토의 손이 닿았다. 지금이다!

 

유미토는 코모모에게 키스했다. 코모모는 응했다. ......그 때였다. "이얏-!" "아밧-!?" 에코 걸린 기합소리가, 에코 걸린 비명소리와 뒤섞였다. 그림자를 방불케 하는 전사가 날붙이를 빙글빙글 돌리며 무릎을 꿇었다. 춤추던 남자 중 하나가 자기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더니, 몇 걸음 가지 못해 쓰러졌다. 목의 절단면에서 피가 흘렀다.

 

피가 형광빛 연기가 되어 세계와 뒤섞였다. 음악. 빛. 키스는 이어졌다. 둘은 서로를 놓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유미토는 이인증을 방불케 하며 상황을 관찰하는 자신을 완전히 내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굉장한 환상을 보고 있어. 대마 수준이 아니야. 뭐지. 화학인가, 생물적인가......))) 칼날이, 의복이 춤춘다.

 

"이얏-!" "아윽-!" 입구 근처에 있던 여자가 등을 대각선으로 찢기고, 그 피가 반짝이는 비말이 되어 무지개를 그렸다. 그림자를 방불케 하는 전사는 참격 후 물 흐르듯 몸을 비틀어 브릿지하고, 낄낄대며 웃었다. 그 웃음은 세계를 뒤흔들고, 땅바닥을 기어가는 베이스라인을 울렁이게 하고, 노이즈가 박쥐를 방불케 하며 휘돌았다.

 

뭔가 위험해. 뭔가 위험한 것 아닌가? 유미토는 코모모를 끌어안은 채, 아름다운 무지개 너머를 들여다보려 했다. 그림자가 흔들리고, 붓다 전사가 용과 춤춘다. 빛. 소리. 뭔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정말 환상인 걸까? 가고옹...... "스트라이-크!" 갸바아안! "이얏-!" "아밧-!?"

 

"으응...... 코모모 상" "에...... 왜?" "좀 나, 위험해, 너무 들이마셨어" "다이조부?" "잠깐 바깥, 나갔다 오자" "응" 유미토는 휘청거리며, 코모모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 다음 순간, 그 소파는 찢겨나가 깃털을 뿜어냈다. 깃털은 무수한 흰비둘기가 되어 무지개를 넘었다.

 

"뭔가 안 좋아...... 뭐지......" 머릿속에서 소리와 빛이 핑핑 돈다. 하지만, 코모모를 잡은 오른손은 절대로 놓지 않았다. 연기와 벽이 뒤섞이고 무수한 그림자가 종횡무진하는 가운데, 그녀의 서늘한 손만이 분명한 존재였다. 유미토는 코모모를 끌어당겼다. "저기 다이조부?" "다이조부하지 않은지도"

 

"바깥...... 어디지" "뭔가, 나도 좀......" 코모모는 휘청거리는 듯 하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유미토는 그녀를 감싸듯 쓰러졌다. 소리가 메아리쳤다. """""이얏-""""" 외침이, 바람이 머리 위를 지나쳤다. 벽이 수평으로 갈라졌다. """""이얏-"""" """"아밧-""""

 

또 누군가 죽었다. 죽음. 돌연히 세계는 검은색으로 덧칠되고, 「死」란 문자가 머리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유미토는 위축되었다. "이얏-!" "아밧-!" 멀리서 또 그림자 전사가 남자를 죽였다. 그림자 전사는 홍소했다. "네놈들도 불운하기 짝이 없구나! 하고 많은 곳 중 이 땅에서 타락유희에 몰두하다니!"

 

그 말은 묘하게 구체적이어서 환각 같지가 않았다. 유미토는 자기 뺨을 계속 두들겼다. "다이조부?" 묻는 코모모. "아아. 다이조부하지 않단 걸 알겠어. 다이조부" 유미토는 눈을 계속해서 깜빡였다. "이거 절대로 위험해" 머리를 흔든 후 일어났다. 코모모의 손을 잡고 일으켜세운다. 어깨 너머로...... 닌자.

 

"닌자...... 왜" 닌자. 환각이 닌자를 낳고 말았다. 원초적 공포가 유미토의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올랐다. 환각? 이게? 닌자의 눈...... 유미토를 향한...... 비닌자를 향한 경멸로 가득한 그 시선......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딜레이를 방불케 하며, 동일 간격으로 되풀이되는 카라테 샤우트가 유미토의 고막을 울렸다. 불가사의한 잔향음이다. 어째서인지 유미토는 죽지 않았다. 칼날은 그의 목을 베지 못했다. 「死」의 문자가 확산해 검은 안개가 되고, 그것이 바닥의 붉은 피와 뒤섞여 다른 하나의 닌자가 태어나 있었다. 그것이 칼날을 막은 것이다.

 

"이얏-!""이얏-!" 검은 닌자의 칼날 카라테는, 검붉은 연기를 두른 두 번째 닌자에 의해 모두 튕겨나 막혔다. "리......" 유미토가 중얼거렸다. "린피오토오시......" 코모모는 유미토의 손을 힘껏 붙잡고, 이어 말했다. "카이진릿짜이젠?"

 

그 말이 유미토에게 파블로프와 같은 반사를 일으켜, 극도의 집중력을 낳았다. 한순간, 그는 자신이 활시위를 당기며 경기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했다. 격렬한 고통이 뉴런을 뒤흔들자 모든 환상은 번지고, 녹아들고, 피와 시체와 비명이 가득한 볼링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두 명의 닌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얏-!""이얏-!" "이얏-!""이얏-!"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목인권을 방불케 하는 카라테 응전은 아마도 몇 초 정도였을 것이다. 두 닌자는 서로 6피트 뒤로 물러났다. 검은 닌자가 오지기를 했다. "도-모, 산탈룸입니다" 칼날이 반짝였다. "네놈......"

 

유미토는 실금을 참고(레이디 앞이다), 코모모를 감싸며 둘에게서 떨어졌다. 검붉은 닌자는 산탈룸에게 오지기로 답했다. "도-모, 닌자 슬레이어입니다." 주 짓수 자세를 취하며, "좀도둑같은 소란 하나도 제대로 피우지 못하는 광견 놈. 내가 네놈의 무익한 살육을 알아채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 있었다"

  

"광견은 네놈이다..... 닌자 슬레이어 상!" 산탈룸은 칼을 빙빙 돌리며 노려봤다. "참견 좋아하는 위선자 놈. 갈기갈기 찢어 바닥에 흩뿌려 주마. 쓰레기들의 절단시체에 섞여, 폐허 쥐들의 먹이라도 되도록 해라" "쥐 먹이엔 네놈과 같은 쓰레기가 어울리지...... 닌자에게...... 죽음을!"

 

 

【하우스 오브 서퍼링】#3

 

 

(지금까지의 이야기 : 하이스쿨을 막 졸업한 둘, 유미토와 코모모. 학교에선 스포츠, 공부, 용모, 학생회장, 모든 것을 갖추고 카치구미의 정점에 섰던 유미토였지만, 자기가 속한 교내계급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피리부의 코모모에게 마음이 이끌려, 마침내 마음을 고백. 졸업파티를 계기로 교제를 시작한다)

 

(한편, 고백을 쾌낙한 코모모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축삼 아워에 유미토를 불러내, 차에 태우고 볼링장 폐허로 이끌었다. 그곳은, 나무삼...... 아지트를 방불케 하는 비합법 공간이었다. 유미토는 놀라면서도 이 「비밀기지」에서 코모모와의 관계를 급진전시킨다. 문제가 일어난다!)

 

(그렇다. 문제다. 둘이 격렬하게 입맞춤을 나누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유미토는 무시무시한 환각에 휩싸인다. 연기와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검은 닌자가 그 자리의 손님들을 살육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슨 악몽! 깨어날 수는 있을까? 코모모를 데리고 밖으로 도망치려던 유미토에게 닌자가 덮쳐든다. 나무삼! 현실!)

 

(하지만, 비몽사몽간에 구현화된 닌자는 한 명이 아니었다. 검붉은 의복을 입은 닌자가 직후 출현. 유미토에게 덮쳐든 검은 닌자의 칼날을 막더니, 카라테 응전, 그리고 아이사츠를 나눈 것이었다. 검은 닌자는 산탈룸이라고 자기 이름을 밝혔다. 그리고 검붉은 닌자는...... 닌자 슬레이어.)

 

닌자 슬레이어와 산탈룸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천천히 옆으로 걸음을 떼었다. 닌자 슬레이어는 카라테를 짜낸다. 산탈룸은 두 자루 칼을 사용하는 방심할 수 없는 닌자. 소우카이 신디케이트의 잔당으로, 아마쿠다리에 소속되지 않고 네오 사이타마의 어둠 속에 섞여 계속 소란을 일으켜온 것으로 보인다.

 

이 곳엔 일찍히 소우카이야의 아지트가 있었다. 아지트가 소멸하고, 그 후 볼링장 역시 폐허가 되었다. 도그 이어(dog year)를 방불케 하는 네오 사이타마 경제의 맹렬한 세대교체. 그야말로 제행무상이다. "한 가지 말해두도록 할까" 닌자 슬레이어가 말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 이곳엔 없다. 산탈룸 상"

 

"뭣이?" 산탈룸은 당당히 자세를 취했지만, 목소리엔 약간의 의심이 묻어나왔다. "어디까지 뒤지고 다녔는진 모르나, 어차피 여기서 죽을 네놈에겐......" "소우카이야의 은닉금 따윈 꿈 잡는 소리에 불과하다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닌자 슬레이어는 딱 잘라 말했다. "어차피 여기서 죽을 네놈에겐 무의미한 지적이지만 말이다"

 

"다......다마랏셰-!" 산탈룸은 격앙하여, 전격적 속도로 칼을 투척했다! 하야이!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전격적 속도로 대응했다. 브릿지 회피다! 피로 물든 칼날이 구부린 몸 위를 회전하면서 스쳐, 카운터 위의 향로를 두 동강으로 절단, 안쪽 기둥에 깊이 꽂혔다.

 

그 순간 이미 닌자 슬레이어의 프로펠러와 같은 역회전 킥이 산탈룸에게 덮쳐들고 있었다. "이얏-!" "이얏-!" 산탈룸은 무시무시한 닌자 반응속도로 공격을 감지. 백플립으로 회피하고선, 배후의 기둥을 박차고 대각선으로 뛰어오르며 또 하나의 칼을 투척했다. "이얏-!"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자세복귀하면서 자기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눈차크*! 짤깡! 튕겨난 칼은 대각선으로 날아, 옆쪽 벽에 깊이 꽂혔다. "이이이이야아아아앗-!" 닌자 슬레이어는 휘두른 무기를 폭풍우처럼 회전시켰다. 눈이 번쩍 뜨이는 눈차크 워크다!

* 역주: 쌍절곤

 

"이얏-!" 산탈룸은 허리춤에 찬 세 번째 무기, 검게 칠한 닌자 소드를 뽑아들더니 공중에서 닌자 슬레이어의 눈차크 워크를 덮쳐들었다.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이얏-!" 무시무시한 공방! 잔상!

 

8개, 16개, 32개...... 각각의 팔은 붓다 워리어처럼 점점 늘어났다. 검은 바람과 검붉은 바람이 격렬하게 부딪힐 때마다, 충격음은 검은 연꽃잎으로 변해 주변에 흩날렸다. 닌자 슬레이어는 눈살을 찌푸렸다. 공기중의 약물농도가 높아지고 있다. 나무삼...... 절단되어 떨어진 향로다.

 

"보이나. 어디까지 보이는가, 닌자 슬레이어 상" 그의 생각을 탐지했는지, 산탈룸의 말엔 수수께끼의 여유가 담겨 있었다. "느끼고 있나? 알겠나? 이 향긋한 바람. 그리운 자극이다. 붓다는 내게 풍림화산을 준 것 같군" "이얏-!" 눈차크! "이얏-!" 소드!

 

"이얏-!" 눈차크! "이얏-! 이얏-!" 소드! 다시 소드! 베어넘기는 칼날이, 커다란 참격으로 등을 돌린 산탈룸의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닌자 슬레이어의 가슴께를 스쳤다! "끄악-!?" "카하하하하하...... 내가 너보다 나은 것 같군" 산탈룸은 멘포 안에서 황홀한 듯 그 눈을 가늘게 떴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돌려차기를 날린다! 하지만 산탈룸의 몸은 발차기를 맞더니 폭산해, 그 폭산 연기로부터 횡으로 후려치는 참격이 날아왔다! "이얏-!" "끄악-!" 옆구리를 칼날이 스쳤다! 닌자 슬레이어는 백스텝으로 거리를 확보하고, 눈차크 방어태세를 취했다.

 

"안됐지만 오랫동안 언더그라운드에서 숨어지내온 내 실력은 장식이 아니다" 산탈룸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운, 풍림화산, 그리고 카라테...... 무법자에겐 무법자만의 긍지가 있다. 보물이 없다면 네놈의 목을 베어 기념품으로 삼도록 하지. 데드 오어 얼라이브다, 닌자 슬레이어 상" "누윽-"

 

(((후지키도.... 방심의 극치))) 더욱 악화되는 색채와 메아리 속, 집중력을 되찾으려는 닌자 슬레이어의 뉴런 깊숙한 곳에서 쉰 조소가 스며올라왔다. 나라쿠 닌자. (((방심이 이 상황을 부른 것이다. 난 특별히 조용히 그대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었다. 그 결과가 이것이구나. 유쾌하도다)))

 

"닥쳐라, 나라쿠!" (((헤이안 시대. 장원 영주의 부지에 소속되지 않은 닌자 중에서도 방심 못할 실력자가 존재했다. 이를 로닌이라 하지. 결국 산시타의 서열 싸움에 불과하나, 예를 들자면 방심했던 코바시키 닌자는 하이쿠 놀음에서 돌아오던 중 로닌의 카라테 강습에 패해 목을 따였다. 이 교훈은......)))

 

안개 속에서 검은 칼날이 날아든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눈차크로 가까스로 이를 가드! 다른 방향에서 다시 칼날이 날아온다! "이얏-!" ((((교훈이란 즉 나와 같은 달인 중의 달인의 경지에 올라서야 적을 예단할 수 있는 것이지, 그대와 같은 약체자가 그러한 행동을......))))

 

"이얏-!" 다시 칼을 가드! 닌자 슬레이어는 이를 꽉 깨물고, 뉴런을 침범하는 나라쿠를 버텼다. 이 약물은 위험하다. 평상시에 일어날 수 없는 사태마저 일으킬 것이다. 나라쿠의 여유는 실제 그 최악의 사태를 예측하고, 대기하는 태도였다. (((몸을 내놓거라...... 얼마 남지 않았다!)))

 

"이얏-!" "이얏-!" "이얏-!" "끄악-!" 산탈룸의 칼이 닌자 슬레이어의 가슴을 찢었다. 나무삼! 언제 산탈룸은 검은 닌자 소드를 2도류로 갖춘 것일까? 또다른 은닉된 칼! 닌자 슬레이어는 흉근에 힘을 주어 출혈을 억제한다. 이래서는 지리 푸어(서서히 불리)다!

 

"하앗...... 하앗......" 닌자 슬레이어의 숨이 거칠다. 안팎에 적. 나라쿠 닌자와의 융합을 이어가는 것은, 동시에 이러한 위험의 상존을 의미한다. 챠도, 풍림화산, 그리고 챠도. 호흡을 고르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하지만, 이 공기 중의 독! 그저 그런 행동조차 지금은 지극히 어렵다!

 

그리고 산탈룸 또한, 여유만만에선 거리가 멀다. 당당한 아트모스피어를 몸에 두르고 있으나, 그 눈엔 분명한 희망과 공포, 필사, 당혹, 후회의 색이 깃들어 있다. 그 또한 일찍이 소우카이야 소속으로서, 그 붕괴에서 살아남은 닌자. 눈앞의 적이 어떠한 존재인가를 모를 리가 없으니!

 

주변에는 시체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비참한 피의 냄새가 약물과 뒤섞여 지고쿠를 방불케 했다. 쾌락에 몸을 맡긴 무의미한 살육의 결과로, 검붉은 닌자 살육자가 현장에 도착할 시간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인과응보의 가시화다. 그는 약물내성과 두 자루 칼의 카라테만으로 이를 극복해야만 한다.

 

서로의 긴장이 극한까지 팽팽해지자, 신비로운 정적의 시간이 찾아왔다. 둘은 말없이 서로를 보았다. "린피오토오시......" 농밀한 공기를 가르고, 느닷없이 젊은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의 둘인가. 닌자 슬레이어는 눈살을 찌푸렸다. "카이진릿짜이젠...... 린피오토오시" 챈트는 되풀이되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닌자 슬레이어는 그쪽을 바라봤다. 벽에 기대듯 서로에게 달라붙은 두 사람이, 마치 기도하듯 그 챈트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전격적 계시가 닌자 슬레이어를 강타했다. 린피오토오시. 카이진릿짜이젠. 이쿠사의 기억이 피드백된다. 이 파워 워드는 들은 기억이 있다!

 

그것은 코훈 유적에서의 이쿠사 도중, 신비적 고대 닌자 마스터 토터스가 외웠던 말! 섀도우드래곤 역시 이 말을 사용했었다! 그는 이 기억에 걸었다. "린피오토오시. 카이진릿짜이젠." 둘에게 맞추듯이, 닌자 슬레이어 또한 이 챈트를 외웠다.

  

그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닌포를 방불케 하는 격렬한 섬광이 일어났나? 아니다. 극적인 이펙트는 무엇 하나 없었다. 하지만, 닌자 슬레이어는 바늘끝과 같이 연마된 집중력을 불과 콤마초만에 되찾을 수 있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스웃......" 그는 앉아 챠도 호흡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닌자 신진대사력, 닌자 자율신경이 챠도 호흡의 보조를 받아 공기 중의 독을 극복할 힘을 급속히 키우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앗...... 스웃...... 하앗......." (((후지키도......!))) 나라쿠의 불만 섞인 신음이 뉴런 속에서 파도치더니 가라앉았다. "스웃...... 하앗......."

 

"뭐냐 그 웃기지도 않는 챈트는" 산탈룸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검은 닌자 소드로 덮쳐들었다. "뭐냐 그 어이없는 닌포 흉내질은-! 이얏-!" 칼날이 덮쳐온다! 닌자 슬레이어는 눈을 치켜떴다! 시간감각이 진흙처럼 무거워지고, 시야를 가린 안개는 사라지고, 산탈룸의 약동이 전해졌다!

 

우선 오른쪽 옆으로 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그것은 페인트. 사이드 스텝으로 닌자 슬레이어의 왼쪽에 파고들기 위한 예비동작이다. 그 후 몸을 한 바퀴 돌려, 등을 돌린 상태로부터 겨드랑이 아래를 지나치듯이 칼로 찌른다. 환각 속에선 여러 적으로부터 동시에 공격당한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필살검!

 

"이얏-!" 이제 닌자 슬레이어에겐 보이고 있었다. 다가오는 칼을 눈차크의 사슬로 휘감아 빼앗았다. 그리고 다른 한 쪽 칼의 추격에 대비한다. 그는 눈차크를 버리고, 이 추격에 집중한다. "이얏-!" 칼이 다가온다. 닌자 슬레이어는 선수를 친다. 산탈룸의 손목에 촙을 내리친다!

 

"끄악-!" 산탈룸은 칼을 놓쳤다. 팔이 내려가, 안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얏-!" 닌자 슬레이어는 턱에 컴팩트한 주먹을 꽂아넣었다. "끄악-!" 산탈룸은 몸을 젖히고 뒷걸음질쳤다. 산탈룸이 닌자 슬레이어를 보았다. 죽을 상. 주변의 세계가 사라지고, 어둠이 둘을 감쌌다.

 

닌자 슬레이어는 그 자리에서 1회전! 2회전! 3회전째에 강렬하기 짝이 없는 돌려차기를 가한다! "이얏-!" "끄악-!" 산탈룸의 머리에 돌려차기가 직격! 목이 뜯겨 날아간다! 날아간 산탈룸의 머리는 벽에 맞고 튀더니, 볼링 레인을 데굴데굴 굴러가다 핀을 쓰러뜨리고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사요나라!" 단말마의 비명이 볼링 레인 안에서 들려온 듯하더니, 목의 절단면에서 선혈을 뿜는 산탈룸의 몸은 폭발사산했다.

 

......무시무시한 이쿠사의 광경에서 유미토는 눈을 돌리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린피오토오시......카이진릿짜이젠......" 그는 코모모를 세게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매달리듯이 오컬트 같은 챈트를 외우고 있었다. "린피오토오시......" 그리고 코모모 역시.

 

둘은 어지럽게 흩어진 죽음 한가운데에 방치되어 있다. 살아있는 것은 있을까? 갸바아안! 데로리로와오...... 늘어진 팡파레는 이젠 그저 꺼림칙할 따름이다. 어느샌가 검붉은 닌자가 그 옆을 통과해갔다. "잊어라" 닌자는 그 말만 뱉고는 복도의 어둠으로 사라졌다.

 

"......" 유미토는 눈을 감고 숨을 내뱉었다. 생물은 정말로 공포에 질렸을 때, 도망치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된다. 그것을 뼈저리게 이해했다. 둘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았다. 복도에서 차가운 공기가 흘러들어온다. 피. 시체. 아련한 빛. 유미토는 상황 이해를 포기했다. 이건...... 너무하다.

 

둘은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이윽고 입을 연 것은 코모모였다. "......다이조부? 유미토 상" "너는" "다이조부일 리가 없잖아" 코모모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밖으로 나가자" 유미토가 말했다. 코모모는 미소지었다. "다리에 힘이 빠져버렸어" 벌벌 떨고 있었다. 억지로 익살을 떨고 있는 것이다.

 

유미토는 학생회장적 책임감으로 생각하려 했다. 맙포를 부르거나...... 생존자가 있으면 부축해서...... 뭐든지간에 비현실적이다. 좀 쉬고 싶어. 하지만, 여긴, 심각해. "대마" 코모모가 갑자기 말했다. 하나를 물고, 다른 하나를 유미토에게 내밀었다. "다 나중에 생각해버리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라이터를 켰다.

 

"하하하......"유미토는 쓴웃음을 지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 힘조차 없다. "진짜 못살겠다. 그지?" "응" 캔들라이트가 비참한 고어 광경을 비추는 모습을, 둘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저기..... 그 챈트, 코모모 상은 어떻게?" "챈트?" 코모모는 유미토를 봤다. "린피오토오시 말야? Bullshit이야. 누가 이 커뮤니티에 갖고 오더니 그 후로 한동안 유행했거든. 그 사람, 그 주문이 『신비체험의 열쇠야!』같은 말이나 하고...... 진짜 오졌어"

 

"진짜냐......" 유미토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나한텐 꽤 중요한...... 그야말로 마법의 주문이었어. 어린애 같은 얘기지만...... 미친 놈이랑 같은 레벨인가......" "둘이서 필사적으로 외웠잖아" 코모모가 웃었다. "셋이지" 유미토가 정정했다. "닌자도 같이 했었어" "닌자도 말야" 둘은 힘없이 웃었다.

 

문제는...... 오늘은 이제 무리겠지. 유미토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질렸다. 코모모가 바닥에 대마를 비벼, 불을 껐다.

  

 

【하우스 오브 서퍼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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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개버개버